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세상의 많은 책들을 내가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가끔 어떤 책들을 읽다가 보면, ‘아, 이 책이 의외로 사랑받지 못했구나.’ 싶어서 조금은 아쉬워 질 때가 있다. 장르 불문하고 정말 가끔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책들이 있다.
분명 취향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누구에게는 별로인 책이 누구에게는 썩 괜찮은 책으로 보이기도 할 것인데. 그래도 내가 조금은 더 호감을 가진 책이 다른 이에게 사랑 받지 못해서 느껴지는 그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

지인이 대여해주셔서 주말 동안 로맨스소설 2편을 읽어봤는데, 이 책 상당히 아쉽다. 재미가 없어서 아쉽다는 게 아니라, 읽어보니 이름값 한다는 유명한 책들보다 내용이 괜찮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 읽히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는 의미다.

<마인드 게임 1,2> 원주희라는 작가명으로 나와 있는데, 내가 가진 <은비현>이란 작품을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으니 그동안의 독자들이 가졌던 해당 작가에 대한 반응을 알 수는 없으나, 이 작품만으로 보기에는 충분히 괜찮았다. 일단은 지루하지 않았고, 스토리 부분에서도 제법 탄탄한 느낌을 준다. 조금은 특이한 능력을 가진 남자 여자 주인공의 특성, 그 능력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시간들(보통의 사람들은 그 능력이면 무언가 한몫 잡을 수 없을까 생각할 텐데... ^^), 그랬기에 더더욱 다음의 시간들이 소중해질 수밖에 없음을...
평소에 2권짜리 책을 읽기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편인데,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와서 재미있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조금은 더 읽혔으면 좋겠다 하는 여운을 갖게 하는 책으로 남아 있다.   


드라마로 보여지고 있으니 그 재미는 또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특히나 이 책은 구판과 개정판 사이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가능하다면 구판 개정판 둘 다 가지고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다. ㅡ.ㅡ;;;
구판이나 개정판이나 스토리 부분에서 크게 차이점은 없으나, 부분 수정은 되었다니 그 수정된 부분을 찾아가며 읽는 재미도 상당하다. 전체적으로 극의 흐름과 재미는 별 차이가 없다. 술술 읽히면서도 주인공들의 마음을 찾아가는 재미로 즐겨 읽을만 하다.
한 가지 조심스러운 바람은, 드라마가 원작을 많이 변화시키지 않은 선에서 그 감동을 이어주기를 바랄 뿐... ^^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작가의 이름이 낯이 익어 어디서 봤을까 내내 생각했다. 결론은 '생각이 안 난다.' 이고... 아쉽네, 꼭 기억해내고 싶었는데...
밝은 분위기의 웃음 코드가 나타날까 싶었는데, 진지한 면도 보여주는 것 같다. 막연한 기대감일 수 있으나 적당히 재미와 웃음을 줄 것 같아서 궁금해 하면서도 별다른 선입견 없이 기다리고 있던 책이다.
"임금과 그 반려에게 주어지는 반지. 한 나라와 한 여인을 사이에 둔 두 왕자의 엇갈리는 선택. 운명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의 이름에 대한 인지도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쉬울 것 같은데, 이 책으로 모험을 한 번 하고 싶어진다.


중고가격이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 눈물의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그럴 때, 독자는 간절하고 애타는 바람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 제발... 다시 나타나렴...
상황에 따라 경우에 따라 그게 가능해질 때가 있고 불가능할 때가 있는데, 그런 와중에 이런 소식을 들으면 반갑다. ^^

앗싸~를 외치면서...

이미 구판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개정판이 나오면 한번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그만큼 독자들이 찾고 있기에 다시 나온 작품이 아닐까 하고... 그런데 희한하게도 사람 심리가 그런 건지 어떤 건지... 개정판이 나와도 구판으로 가지고 있고 싶어진다. 구판 개정판 동시에 다....
특히나 이번 <이태리의 살바체> 같은 경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개정판의 표지가 너무~ 매력적이다. 책표지의 질이 어떤 감촉으로 만져질지는 모르겠으나, 표지 디자인이 책의 내용을 몰라도 한번은 더 들여다보게 만든다.







매력적인 윤권앓이를 멈출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재입고된 녀석...

19금 딱지가 떡~하니 붙여있지만, 스토리상의 매력은 충분하다. 이국이란 배경과 두 주인공 사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세트처럼 함께 하는 아이들...
내가 읽기에 두 책의 분위기가 약간은 달랐는데,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 이번 신간 역시나 가슴을 달달하게 적셔주는 맛으로 재밌게 읽어갔는데, 기존의 작품이 탄탄한 토대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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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온다 리쿠의 신간.
보통은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시작되던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 대상 연령이 좀 높아진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온다 리쿠가 그려내는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생각보다 적은 페이지 수, 전체적으로 계속 담담하게만 흐를 것 같은 이야기...









"승진도, 인간관계도, 연애도 모두 막혀버린 것만 같은 서른 살 여행사 직원이 만들어가는 웃음과 감동의 열혈 청춘스토리다. 공항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호수 위의 백조처럼 처절하리만치 분투하는 주인공의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 소개되던 제목만 봤을 때는 나도 모르게 상당히 유쾌한 느낌의 선입견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울하고, 어떻게 보면 웃음이 저절로 나는... 공항 그곳에서의 에피소드가 궁금해질 뿐...





"이소룡을 추종했으나 끝내 저 높은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모방과 아류, 표절과 이미테이션, 짝퉁인생에 머물게 되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이 70년대 산업화, 80년대 군부독재과 민주화혁명, 90년대 본격 자본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유장하게 펼쳐진다."

천명관의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그렇다고 마냥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치도록 가슴을 후벼파면서 웃기다. 데굴데굴 구르다가 눈물이 난다. (웃겨서, 그리고 슬퍼서 나는 눈물이다.) 이번 작품은 연재가 되었기에 약간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막상 뚜껑을 열고 그 재미와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가끔은 읽었다고 착각이 드는 고전들이 있다. 특히나 나에게 그런 고전이 많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문학동네 세계문한전집의 91번째 작품.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주었다던 이 작품을 나는 읽지도 않고 읽었다는 착각 속에서 지냈다. 그게 다 영화로 먼저 만나본 고전들이 나에게 주는 착각들이었음을 고백한다.
이번 기회에 그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고전들을 한 권씩 읽어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 첫번째 도서가 될 것 같은 노인과 바다.






무지하게 들리겠지만, 책거간꾼이라는 말을 나는 이 책의 소개에서 처음 들었다.
서점의 설립이 금지되었다는 조선시대라니...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것인가? 그러한 상황에서도 책을 유통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참 예쁜이름이라고 생각된다. "책거간꾼"
책쾌 조생의 이야기. 조선의 대표적인 책장수이면서 알려진 게 거의 없어서 '조신선'이라 불리며 행적이 기이했던 인물... 표지에서 캐릭터가 연상이 된다. ^^







새롭게 옷을 이고 태어났다는 말이 가끔 반가운 책들이 있다. 이 책들 역시나 마찬가지.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누군가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만났다던 이 책들을 나는 아직이다. 부끄럽지만 그렇다. 얼마전에 김훈의 <흑산>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그의 작품을 계속, 두 번 이상은 읽어봐야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임진년에 다시 만나는 이 책들을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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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전쟁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0
서석영 지음, 이시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구판절판


“다 읽고 나니, 정말 딱~! 필요한 책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책이네요.”

집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거기 도서실에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도우미 봉사를 다닌 적이 있어요. 그 당시 사서가 없었기에 학부형 어머님들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했었는데,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왜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다니면서 별 어려움은 없었는데 아이들 욕하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을 수가 없었어요. 보통은 오후 수업 시작하면서 일찍 끝나는 아이들부터 도서실에 오는데, 어디쯤에서 아이들이 오고 있구나 하는 것을 바로 알 수가 있었어요. 시끌시끌 소리도 들리지만 욕을 하면서 오거든요. 말을 시작하면서 욕을 담아 시작하고 말을 끝내면서도 욕으로 마무리를 하는. 진짜 그렇게 듣기 싫어서 아이들에게 욕을 하지 말라고 조용히 타이르면서 얘기하지만 잘 듣지도 않고, 특히나 고학년 아이들은 이미 어른의 타이름이 그저 잔소리쯤으로 들리는지 듣는 척도 안하더군요.

사실 어른들 사이에서도 욕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욕을 못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저 안할 뿐이지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욕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합니다. 물론 정말 화가 날 때는 저도 욕을 합니다. “야~! 이 18색 크레파스야~!” 하구요. ^^

이 책에서는 욕을 하는 아이들의 심리부터 욕을 왜 하고 싶은지, 그리고 선생님께서 욕을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아이들과의 대립구도까지 그려주고 있습니다. 읽다가 보니 웃음도 나고, 또 각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특히나 욕을 하는 아이들) 장면들을 보면서 알듯 모를 듯 웃음이 자꾸 납니다.

욕을 하는 아이들.
아이들 세계에서도 무리가 있습니다. 끼리끼리. 그 중에서도 힘 좀 쓰고 분위기 조성하는 아이들이 있죠. 주인공 지선이네 반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욕 잘 하고 싸움 좀 잘하면 우두머리가 된 듯한 분위기로 반을 휘어잡으려는 아이들이지요. 지선이는 관찰자의 입장입니다.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요. 그 어느 무리에 속하지 않는 가운데에 서서 양쪽을 바라봅니다. 그런 지선이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어요. 욕하는 아이들에 대해서요.
아이들이 욕이 너무 심해지니 선생님께서는 ‘욕’과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욕을 하는 아이들에게 벌을 주고 빡지를 쓰게 하고, 선생님 나름대로의 적절한 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욕이 더 하고 싶습니다. 입버릇처럼 익숙한 욕을 못하는 상황이 오자 아이들은 힘들어합니다. 욕도 못하고, 잘못 걸리면 손이 후덜덜 떨리도록 죽어라 빡지를 쓰고. 그래서 아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냅니다. 일명 ‘가면 씌운 욕.’
아, 웃겨라. 보다가 진짜 웃음이 납니다. 욕이 아닌 듯 하면서 욕을 대신할 수 있는 욕이죠. 들어는 봤나~~

치킨 히트 - 닭 + 치다 - 닥쳐
애플 마우스 - 사과 + 쥐 - 싸가지
찐찌버거 - 찐따 + 찌질이 + 버러지 + 거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운데 누군가는 말합니다. 교실이 마치 욕공장이 된 것 같다고…….
그렇게 아이들이 하나씩 방법을 생각해낼 때마다 선생님 역시 하나씩 벌이 새로워집니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듯이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지키려는 듯이.

아이들이 아이들 나름대로의 방법을 하나씩 개발해낼 때마다 어이없는 웃음이 납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의 축소판 같았어요. 이게 안 되면 저렇게, 그게 안 되면 다시 또 이렇게. 빡지를 미친 듯이 써야하는데 욕을 하고 싶은 한 아이는 미리 빡지를 써놓고 욕을 즐겁게 내뱉기도 하는 욕통장을 만들기도 하고,

개새끼’라는 욕을 하고 싶은 아이는 자기의 강아지에게 ‘개새끼’란 이름을 붙여주고 신나게 이름을 부릅니다. 욕을 너무 많이 해서 빡지가 엄청나게 쌓인 아이에게 욕을 탕감해달라는 아이들의 머릿속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웃음) 말 그대로 욕에 굶주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참을 수 없으니 일부의 욕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까지 합니다.

정말 욕 안하고는 살 수 없는 걸까요?
욕을 하고, 선생님께 혼이 나고, 벌을 받고, 왜 욕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계속 겪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볼만 합니다. ^^ 또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이 욕을 참게 되고 게다가 참을성까지 배우게 되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하지만 뭐랄까, 꼭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우게 되잖아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욕을 하는 아이들의 부모님 역시 아이들과 같은 욕을 하고 있었거든요. @@ 무조건 욕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왜 욕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겪어가고 배워가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 이유가 드러납니다. ^^)
어른들, 특히나 운전대 손에 잡으면 저절로 튀어나오는 욕을 하시는 어른들. ^^ 이 책을 보고 좀 배웁시다.

덧붙임.
가끔 어린이 책을 고를 때 보면 연령대 고르기가 좀 애매한데요. 시공주니어 문고에서는 같은 초등학생 대상이어도 그 연령대를 3가지로 구분해놓았습니다. 독서 레벨 1, 2, 3 이런 식으로요. 이 책은 ‘독서레벨 3’입니다. 초등 고학년 이상 권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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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정봉주 -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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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가 이렇게 웃겨도 되는거야? 침묵 속에서 듣고 있던 기존의 정치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절대 가볍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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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정말로, 추운 겨울날 이불 속에서 좋아하는 책 죽어라 읽어보라고 던져주듯이(실제로 던져주지는 않음. 사야함. ㅡ.ㅡ;;;) 12월에는 참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 것 같다. 뭐, 그 중에서도 끌리는 책, 관심 주고 싶은 책으로 골라보자면 더 줄어들겠지만... 하지만 그런 맘 있잖아. 읽고 싶은 것 골라놓고 나머지 것들 내려놓았음에도 흘깃흘깃 눈길 주고 싶은 여운이 남는 거... ^^


12월이 시작되어 가장 먼저 눈에 담았던 책은 이 책이었어. 김별아님의 책을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어. 그 유명한 <미실>도 읽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런데 이 책이 나오자마자 눈길을 끌더라구.
특히나 이 구절 있잖아...
"그저, 사랑하고 보니, 여인이었을뿐입니다."

그저 사랑했을 뿐인데 그 대상이 여인이었어. 봉빈이 사랑한 사람은 그저 여인이었을 뿐이야...
나는 열린 마인드는 아닌데, 그래, 그냥... 그냥, 그런 거라고 생각해...

더 자세한 내용이 있겠지만, 읽어보고 싶어서 그냥 그 호기심을 남겨두려고...




모든 것이 많이 모자라기만 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썩 대단한 청각을 가진 소년이 달라지기 시작할 것만 같았다.
거기까지 소개글을 봤을 때는 이 소년의 인생 이제 피겠구나,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이젠 빛을 좀 보겠구나 싶었던 희망이란 게 약하게나마 보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던가봐.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바보 아이 일우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어지러운 세상의 만휘군상, 권태와 습속으로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버텨나가는 현대인들의 악다구니 섞인 노래가 이제 우리들의 무뎌진 귀에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아... 우울해. 세상의 것을 다 보고 살아가기에는 어두운 게 너무 많아...




작가의 전작이 참 인상 깊었다. 누군가는 우중충하고 너무 우울하고 지독한 현실 속에 자리했던 그 소녀가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괴로웠다고도 하던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눈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장면들을 묘사하는 능력이 충분한 작가라는 칭찬과 함께 전작을 읽었었다.

이번 작품 조금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분위기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 노래.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했던,”
거의 100년을 이어져오던 여인 3대의 이야기다. 제목처럼,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야기...
그리고 여자들의 이야기...





그녀의 단편 서너편과 장편 한편을 읽은 내가 느낀 건, 그녀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울고 싶은데 웃고 있는 사람들 같다는 것"이다. 분명 울어야할 타이밍 같은데도 웃고 있는 것... 처음엔 그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다가, 나중에는 그 웃고 있는 표정에서마저 슬픔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만 알 수 있는 세상. 그리고 우리...

윤성희의 네 번째 소설집 <웃는 동안>을 통해서 만나고 싶은 건... 살아가는 모든 것의 긍정.





무슨 새드엔딩의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마치 눈 앞의 영상이 그렇게 슬프게 흘러가는 것처럼 우울하면서 눈물이 고이게 만드는 책이 있다. 단편 한편을 본 게 전부인 김미월의 책 <아무도 펼쳐 보지 않는 책>을 떠올리면 그렇다.
베스트셀러 뒷편에서 그림자로 가려져 있고, 혹은 베스트셀러였다가도 금방 식은 냄비 같고, 아무도 손대어 주지 않는 책을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금방 읽을 것처럼 새로운 책의 출현을 즐겁고 흥분되고 막 리스트에 담으면서도, 막상 그 시기가 지나가면 그런 책의 제목은 떠올려 보지도 않고, 그마저도 기억나면 '다음에...'라는 말로 또 한번 밀려나고... 그런 선택의 과정을 거치는 반복들이 이런 책을 만드나보다. 빛을 보지 못하고 금방 기억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순전히 이 한마디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가야 할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야.”


연재될 당시에는 단 한 줄도 읽지 못했던 문장들이다.
마치 바람 같을 것 같다는 분위기에 그저 '이런 느낌일 것이다.'하고 가늠할 뿐이었다.

네 남녀의 청춘, 그리고 운명 같은 이야기.
바람 냄새가 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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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2-2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 김별아 작가의 [채홍]...? 인가요?
동성애에 관련된 이야기라면서요
제가 그런 쪽이라면 환장을 하는데 와우!

구단씨 2011-12-23 20:50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알기로는 중학생이신걸로 아는데... ^^
요런 소재에 환장하셔요? ㅋㅋㅋ
하긴 뭐, 요런 소재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라고... 글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