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때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책장을 넘기지 말고, 손톱으로 줄을 긁지도 말며, 책장을 접어서 읽던 곳을 표시하지도 말라. 책머리를 말지 말고, 책을 베지도 말며, 팔꿈치로 책을 괴지도 말고, 책으로 술 항아리를 덮지도 말라. 먼지 터는 곳에서는 책을 펴지도 말고, 책을 보면서 졸아 어깨 밑에나 다리 사이에 떨어져서 접히게 하지도 말고, 던지지도 말라. 심지를 돋우거나 머리를 긁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지 말고, 힘차게 책장을 넘기지도 말며, 책을 창이나 벽에 휘둘러서 먼지를 떨지도 말라.”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 이덕무, 솔출판사 1996)


책을 이렇게 여겨야 하는데, 읽고 싶을 때 펼치는 건 좋고, 책을 두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 애물단지 같고, 그렇다고 막 내다 버리고 싶은 마음도 없고, 진짜 아껴주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이 환경이 가끔 원망스럽기도 하더라는...


지난달에 조경국의 책 정리하는 법을 읽고 있었는데, 신간도 아닌데 어쩌다가 이런 책(솔직히 책 정리는 포기한 상태라서 이런 책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리 없다는?)을 읽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고, 그래도 이 작은 공간에 쌓아둔 책을 조금이라도 숨 쉬게 해주기 위한 뭔가 기발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읽기 시작했던 건 아닐지 추측해본다. 이제 와서 말이다. 제목부터 기대하게 만들지 않은가. 이 책에서 제시해 줄 책 정리 방법을 따라 하다 보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은 정리법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나만 하는 건 아니겠지. 암튼, 그러다가 이 책을 읽는 중에, 이 책을 언급하는 다른 분들의 글이 이상하게 자꾸만 보이게 되는 터라(일부러 검색하지도 않았는데 자꾸 눈에 띄게 보였다), 아무래도 이 책을 완독하고 할 말을 찾아야겠다 싶었다는 게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목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전자책으로 책장의 책을 바꿀 게 아니라면, 역시나 종이책은 보관하는 게 가장 큰 문제이긴 하다. 예전보다 종이책 사는 비중이 줄기는 했으나, 지금도 꾸준히 종이책을 사고 있고, 작은 책장에 꽂아둔 책은 늘 포화상태이다. 거기에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까지 여기저기 쌓여 있는 걸 보면 한숨만 나오는데, 또 이런 습관(책 사고 책 빌려오고)이 고쳐지지도 않는 터라 다른 변화를 꿈꾸지는 않는다. 이런 패턴 안에서 집안을 조금 덜 어지럽히는 방법을 찾고 있을 뿐이다. 그 방법이 그냥 또 한쪽에 잘(?) 쌓아두는 거라는 건 안 비밀이지만, 하아, 또 한숨만 나온다. 그나마 책을 들여오는 것만큼 이 집에서 내보내는 비율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정도가 추가되는 부분인 듯하다.


저자는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해서 급기야 돈을 주고 사무실을 빌려 책을 보관하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하던데, 이 방법은 정말 괜찮은 것 같았다. 내가 가진 공간이 협소하다면, 내가 가진 책을 도저히 줄일 수가 없다면, 이 책들을 보관할 장소가 따로 마련될 수도 있다면, 그래, 나만의 공간을 꼭 내 집안에 마련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저자의 방법에 귀가 솔깃해졌다. 아주 잠깐. 지난번에 어느 분의 말씀처럼 아무래도 집 외의 다른 공간을 마련하자면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해야 하고, 또 어느 분의 말씀처럼 같은 뜻을 가진 여러 명이 모여 얼마씩 갹출하여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소유로 유지하는 방법도 있을 테다. 하지만 좋은 의미로만 볼 수 없는 게 또 다른 문제들이 남겨져 있었으니, 그분의 말씀처럼 각자의 집에서 가까운 곳이어야 의미가 있을 거고, 공동으로 이용하자니 각자 필요할 때 필요한 책을 소유하지 못할 수도 있고, , ... 내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나는 그런 공간을 마련하고도 잘 안 갈 것 같다는 거다. 이 작은 집 안의 작은 방에 만들어둔 서재도 하루에 한 번도 안 들어갈 때가 있고, 내가 읽은 책도 그 자리에 정리 잘 안 하고 아무 데나 던져둘 때도 있는데, 내가 마련하고도 이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 돈 낭비에 골치 아픈 일을 하나 더 만드는 셈이 될 것이고, 내가 정리하지 않은 습관 때문에 다른 이용자에게도 민폐가 될 게 분명하여, 나는 저자처럼 따로 사무실 따위 마련하여 내 책을 보관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겠다. . 나 같은 인간에게는 이게 맞아.


다시 이 책 얘기를 좀 해보자면, 저자는 이렇게 책을 자꾸만 들여오니 장소 부족, 집 안 구석구석 책으로 채워 넣느라 거실도 이용하지 못하는 가족에게 욕을 먹는 건 당연했고, 부모님이 살던 시골집에도 책이 쌓여 있다니, , 이분은 어떤 대책이 없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헌책방까지 열게 되었다니, 놀랍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책이 너무 많아 포화상태이고, 그 책을 팔기도 하면서 정리하고, 책이 많은 공간에서 살고 싶은 로망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다면, 헌책방도 책 정리의 방법이 될 수 있는 거였네. (저자의 말대로라면, 헌책방으로 큰 수입을 얻는 건 기대하지 마시고~) 하지만, 이 방법도 나와는 거리가 멀다. 나는 헌책방은커녕 여기에서 벗어나서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관리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기에, 아직은, 그래 아직은 이 집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깔끔하게 정리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저자는 보통 많이 구매하는 책장 대신 경량랙과 이케아의 빌리 책장을(경량랙은 지금 집 안 정리에 활용하느라 몇 번 구입했는데, 추가로 책장이 필요해지면 이것도 생각해 봐야겠다), 소장한 책 목록 정리할 수 있는 비블리(https://bibly.ai/) 앱도 추천해 주었다. 내가 가진 책 목록을 정리해 주는 것도 좋은데, 사실 나에게는 내가 찾는 책이 어디에 꽂혀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이 공간 안에서 책을 바로 찾을 방법이 시급하다.


이 책 안에서 뭔가 획기적인 방법으로 책 정리하는 법을 찾는 건 어려울 것 같지만, 책에 관한 다른 부분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책을 옮길 때 박스보다는 보자기를 이용하는 게 낫고, 책 커버를 씌우는 것도 책을 잘 보관하는 방법이며, 손상된 책을 손보는 방법도 언급한다. 손상된 책을 손보는 방법 보다 보니, 나도 종종 이용하는 목공풀 바르는 방법도 있었고, 페이지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스테이플러 박는 방법도 있었다. 가정용은 종이 몇 장 박히는 스테이플러인데, 예전에는 페이지 벌어져서 페이지가 뚝뚝 떨어지는 책을 도서관으로 가지고 가서 큰 스테이플러 박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오래된 양장본은 세워서 꽂아두는 것보다 누워서 놓는 게 덜 상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니, 책장 맨 아래 칸에 꽂아둔 두툼한 양장본을 편히 누워서 자게 해 둘 마땅한 자리를 찾아봐야겠다.


그 외에도 서재의 책을 정리하는 방법을 조언하는데, 작가별, 장르별, 출판사별, 시리즈별, 색깔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방법은 새삼스럽지도 않기에 그냥 자기가 내키는 대로 정리하는 게 방법이지 않을까. 나는 딱히 어느 기준으로도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인데, 이 작은 방에 있는 책장에 거의 세 부분으로 분류하여 꽂아두기는 했다. 맨 왼쪽(방의 안쪽)은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소장해 두고 언젠가는 읽고 싶은 책, 가운데는 세계문학을 꽂아두고 이 책들 역시 언젠가는 다 읽지 않을까 기대하며 남겨두었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방문 쪽)에는 최근에 산 책 위주들로 꽂아 두었는데, 이 녀석들은 빨리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고, 굳이 소장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여 빨리 이 방에서 내보내야 하는 마음으로 꽂아두었다. 그럼 이렇게 책을 막 내보내면, 언젠가 또 이렇게 내보낸 책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오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이 생기는데, 그때 또 한 번 방출 여부를 확인하고 고민한다. 먼저 도서관 비치 자료인지 검색해 보고, 도서관에 있는 책이면 바로 방출 상자로 넣어두고, 도서관에 없는 책이면 일단 다 읽어보고 내보낼지 말지 결정하기로 마음먹고 일단 보류. 그럼 이렇게 내보내는 책은 또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도 세 가지로 정하게 되는데, 중고 도서로 판매하거나, 도서 기증으로 보내거나, 너무 오래되고 중고 판매나 기증으로 보내기에도 애매한 것들은 아파트 분리수거장으로 보낸다. 이 책의 저자도 책을 정리하는 최후의 방법으로 선물하거나 중고로 팔거나 기증하는 방법을 언급했다. 그러고 보면 책을 정리하는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정녕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니면 정말, 정리하지 않는 게 방법일지도. ㅎㅎ


아예 정리하지 않는 것도 저리의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잡히는 법이니까요. 그러다 더는 견딜 수 없을 때 정리하면 됩니다. 세상에 급한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도저히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이 많아 포기한 상태가 되어야 진정한 애서가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책 정리하는 법, 117페이지, 조경국, 유유출판사)


이 방 안에 쌓아둔 책들이 그 양을 늘리지 않도록 신경 쓰자고 다짐하곤 하는데,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 같기는 한데 항상 불안하다. 책을 계속 사고 있는데, 여기서 나가는 책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말이다. 결혼하면서 이 집으로 이사를 오고, 이 방은 오롯이 내가 가진 책들로 채워져 있는데, 사실은 아직 엄마 집에도 내 책이 남아 있다. ㅠㅠ 한 번씩 엄마한테 갈 때마다 필요한 책을 몇 권씩 들고 오기는 하는데, 그걸로 정리가 되지는 않는다. 언젠가 엄마가 이사를 하시거나 돌아가실 수도 있는데, 그날이 오기 전에 내 몫의 정리는 마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쉽지 않다. 엄마 집에 남겨두고 온 책의 대부분은 버려질 운명일 것 같지만, 그것도 진짜 이삿짐 싸는 수준의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어쨌든 결론은,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 얼마나 많은 책을 남겨두고 잘 정리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보다 더 적게 소장하는 법을 찾고 싶다. 이 많은 책을 다 읽지도 못하고 살아갈 것 같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남긴 책을 정리해 줄 사람도 없을 테니.


나는 애서가도 아니고 장서가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정도의 책(대충 눈짐작으로 세어보니 이 방안의 책은 5백 권 안팎일 것 같다)으로도 버거워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진짜 이것보다 더 많은 책을 옆에 두고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책을 많이 소장하는 사람, 책을 아끼고 보듬어주는 사람, 책에 마음을 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넘쳐나는데, 다들 그 책들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아껴주고 있나요?










#책정리하는법 #조경국 #유유출판 #장서의괴로움 #다치바나다카시의서재 #서가에꽂힌책

#사람답게사는즐거움 #일상적인삶 #책과바람난여자 #책이되어버린남자 #서재결혼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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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10-09 0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에 집착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 시기가 지난 것 같아요.
요즘은 구매를 줄이고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이나 전자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어요
책이 쌓이지 않아야 집 정리가 되더라고요^^

구단씨 2024-10-13 22:53   좋아요 1 | URL
저도요. 한때 책에 집착해서, 읽기 위함이 아닌 눈앞에 두기 위한 마음으로 마구 사들였던 적이 있네요.
지금은 책 구매 욕심보다는, 님처럼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으로 읽거나 소장하고 싶은 책은 매달 한두권씩 구매하는 정도네요.
지금도 책 정리중이에요. 내보낼 것들 박스 하나 구해다가 차곡차곡 채워 넣는 중입니다. ^^
 
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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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서늘해지면서 여기저기 축제가 한창이다. 실내의 에어컨보다 자연의 바람과 꽃과 단풍을 찾아다니는 계절이 왔다. 연휴가 찾아오면서 평일 낮 시간대의 시내 도로가 막힐 정도인 걸 보니, 사람들이 어딘가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걸 알겠더라. 이 많은 사람은 어디로, 누구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러 가는 걸까. 굳이 찾아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어딘가에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다면, 바로 거기가 사람들이 다녀간 곳을 테니까 말이다. 인간의 역사가 쓰레기의 역사와 같다는 말이, 인간이 있는 곳에 늘 쓰레기가 있었다는 말이 증명되는 셈이다. 기후 위기를 강조하지 않아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번 여름이 그랬고, 몇 년 전 겨울의 혹독한 추위가 그랬다. 이제 우리나라의 봄과 가을은 있는 듯 없는 듯 스쳐 지나가고 있고,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산더미 같은 쓰레기가 남곤 했다. 쓰레기 산, 쓰레기 해변, 쓰레기 섬 같은 말이 주는 공포는 이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럼, 이 쓰레기들은 어디에서 왔고, 언제부터 쌓이기 시작했을까?


이 책이 말하는 쓰레기의 역사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문명과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편해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을 활용하고, 그때부터 당연하게 인간 주변의 쓰레기가 늘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쓰레기의 역사는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거의 기원전 1만 년에서 기원전 6천 년 사이에,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쌓이는 쓰레기와 마주했다. 매일 버릴 게 생기고, 사람들은 나름대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했다. 구덩이를 파서 묻거나, 그냥 집 밖으로 던져버리거나. 그냥 내 눈에서 안 보이면 쓰레기 문제는 더는 문제가 아닌 게 되는가 보다. 중세에서 넘어오던 시대에도 쓰레기를 계속 배출됐다. 특히 가축의 배설물 처리는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그때뿐만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산업화 도시화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구체적인 쓰레기 처리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떨어진 곳으로, 폐기물을 어떻게 내보내야 하는지 의논했다. , 이 폐기물을 단순히 버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활용하는 대안까지 생각했다. 쓰레기의 내용물만 살짝 다를 뿐, 오늘날 우리가 고민하는 쓰레기 문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후에 쓰레기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 증가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 쓰레기를 처리할 획기적인 방안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20년 안에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가 거의 두 배(지금보다 거의 75% 이상)에 가깝게 늘어날 거라고 경고한다. 처음에는 쓰레기가 재활용할 수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지금처럼 처리 불가능할 정도로 많지 않았기에 심각성을 몰랐다. 가축의 배설물을 농사에 이용하기도 하고, 옷이나 물건 등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면서 재활용의 의미가 있었다고 하니, 여러 의미로 순환되면서 감당 못 할 정도는 아니었던 듯하다. 그러던 게 산업화되면서 전혀 다른 문제가 되었다. 세상은 풍요로워졌고, 인간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제품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필요한 것을 다 갖추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물건이 필요했고, 남아도는 물건들을 처리할 방법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는 갑자기 너무 많이 늘어났고, 생명체의 배설물은 농사에 더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화학비료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엄마가 자주 돌보는 작은 텃밭에서도 여러 가지 비료와 거름, 농작물을 해치는 벌레를 물리치기 위한 농약 등이 쓰이는 걸 보니, 진짜 인류의 시작과 다른 세상이 되었다는 게 그대로 느껴진다.


인간이 풍요로워지자 쓰레기도 엄청나게 늘었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오늘날 쓰레기 문제의 대표로 느껴질 정도의 플라스틱은 심각하다. 기후 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플라스틱은, 생산되고 처리되는 모든 순간에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하는데, 올여름 내가 기절할 것처럼 느낀 더위는 플라스틱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만.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기후 문제가 비단 플라스틱 하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플라스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면, 우리가 배운 플라스틱 재활용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것도 요즘 의심스럽기는 하다. 며칠 전 봤던 뉴스 보도에서,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분리수거하면서 기대했던 플라스틱 재활용이 사기극이라는 말을 듣고 무서워졌다. 정말 어느 기업의 거짓말인지, 아니면 진짜 조금이라도 재활용이 되고 있어서 기후 위기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해도 좋은 건지... 플라스틱이든 다른 쓰레기의 재활용이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기술적 대처와 비용 문제가 뒤따른다. 특히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 문제의 어려움은 지속되지 않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내 눈에 안 보인다고 쓰레기가 사라진 게 아니다. 각 국가는 자기 나라의 쓰레기를 나라 밖으로, 식민지로 이용하는 국가로, 저개발국가로 떠넘긴다. 바다 위 쓰레기 섬이 만들어지는 게 새삼스럽지 않을 일인데, 사실 현재 보이는 쓰레기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아직 없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문제는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로 남겨두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어떤 방법이 없어서 간단히 설명할 수 없어서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소비와 생산을 줄이면 괜찮아질까? 어떤 방법이 있을까? 단순한 머리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봐도 딱히 개운한 방안을 떠올리지는 못하겠다. 날씨가 추워지니 예쁜 텀블러 하나 마련해볼까 생각하다가, 지난번에 환경 전문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일회용품 줄이겠다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건 좋지만, 예쁘다고 텀블러 이거 사고 저거 사고 그럴 바에는 그냥 일회용 종이컵을 쓰라고 하더라. 텀블러 하나가 소비될 때마다 얼마나 환경이 오염될지 생각해 보라고. 그랬다. 내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텀블러 하나면 족한 것 같다. 이게 망가지고 더 사용할 수 없어지면, 그때 하나 마련해도 된다.


쓰레기 문제의 개선과 방안을 위해서 다양한 해결책을 전해주는 책은 아니다. 쓰레기의 시작과 과정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는 것을 들려주면서, 우리 생활의 변화가 쓰레기의 변화까지 같이 흐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문제의 다양한 접근법이 있겠지만, 현재 우리가 직면한 쓰레기 문제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보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많은 전문가의 의견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겠지만, 그 가운데 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사는 것이 또 나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내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소비, 그거면 되지 않을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정도인 것 같아서 아쉽지만, 오늘도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가을옷 마련을 향한 갈증은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게 이 책을 읽고 난 수확이다.



#쓰레기의세계사 #로만쾨스터 #흐름출판 #우리가쓰고버린부작용의역사

#쓰레기의시대 #재활용 #플라스틱 #환경오염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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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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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줄기는 잠시 후 살롱 끝자락 벽에 닿더니 천천히 벽을 타고 올라갔다. 처음에는 빛줄기가 살롱에 들어서고 벽을 타고 오르려 할 때, 약간이지만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천장과 벽에서 무엇인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거대한 것들이 천장과 벽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빛이 벽을 타고 천장으로 향하면 마치 숨어 있던 알 수 없는 것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중략)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던 내게 떨어진 것은 수천 갈래의 밝은 빛줄기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빛의 반사로 처음에는 시야를 잃었고 이내 주변은 온통 따뜻함으로 감싸졌다. 마치 엄마의 포근한 품속에 안긴 것처럼. (93~94페이지)


문장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계속 장면을 그리게 되는 건 나뿐만은 아닐 테다. 건물의 부서진 부분으로 자연의 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장면, 넓은 식탁의 한 곳을 비추다가 점점 방향을 옮기는 빛줄기, 모두가 모여 있는 살롱을 한 바퀴 돌듯 빛의 움직임이 끝나는 과정이, 마치 몰입해서 보던 연극의 막이 내리는 듯하다. 어디 더 근사한 표현이 없을까 고민을 거듭하지만, 나란 인간 감성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보다. 누군가는 그 빛을 보려고 일 년 동안 기다린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단순히 눈에 보이는 빛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에 이해가 된다.


소설은 주인공이 파리의 한 저택을 구입하려고 하면서 시작된다. 돈이 없는 뤼미에르에게 유서 깊은 저택이 헐값으로 다가온다. 그 저택은 오래되었지만, 막상 보고 나니 뭔가 더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된다. 건축가인 그가 조금씩 손을 보면서 고치면 되겠지. 하지만 그 저택을 구입하기 위한 조건이 하나 있다. 스위스의 요양병원에 있는 집주인 피터를 만나러 와 달라는 것. 한달음에 달려간 그는 요양병원을 보고 또 한 번 반하게 된다. 중세 수도원이었던 곳이 요양병원으로 탈바꿈한 거다. 그것도 한쪽이 부서진 채로 나머지 부분을 요양병원으로 이용하고 있다니, 이곳도 평범한 곳은 아니었다. 그곳의 아름다움에 반한 것도 잠시, 이 요양병원에서 이상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마치 수수께끼 같은 건물 탐사는 계속되고, 그때마다 이 건물에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펼쳐진다. 건물을 어떻게 이렇게 지을 수 있지? 매번 보면서도 감탄하고, 뭔가 하나씩 감춰진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뤼미에르는 이 비밀이 단순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리고 파리로 돌아온 그에게 피터는 저택을 양도한다. 그렇게 다시 수수께끼 풀기는 파리로 이어져 왔고, 스위스의 중세 수도원이었던 요양병원과 파리의 저택에서 찾아낸 비밀은 한 사람의 역사이자, 한 가족의 모든 기억이었으며, 사랑이었다.


건축가인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몰라도, 이 소설의 배경과 모든 구성이 건축물과 연관되어 있다. 처음 소개 글만 봤을 때는 어떤 신비로운 건축물 하나를 파헤치는 정도로 여겼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파리의 저택과 스위스의 중세 수도원, 시간은 현재와 1920년대를 교차하며 과거를 추적하고 기억을 불러온다. 그 중심에 건축가의 시선으로 풀어가는 추리와 일반인이 상상만으로 그릴 수 없는 묘사가 가득하다. 거기에 비밀의 도서관, 두 권의 일기, 열어야 할 곳의 열쇠들까지 미스터리한 수수께끼는 계속 이어졌다. 천장, , 깨진 유리 등의 틈으로 들어오는 빛줄기를 그리느라 더디 읽히기도 했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빛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특이하긴 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소설의 대부분은 건축물의 묘사로 진행되었고, 상상만으로 그 장면 그대로를 온전히 그리면서 읽기에는 어려웠다. 내 머리로는 무슨 복잡한 도면을 그리면서 읽어야 할 정도였는데, 그것도 초반 부분 읽으면서 잠깐 끼적이다가 말았다. 그냥 흐름을 타듯 읽어갔다. 이 건물의 이런 공간, 주인공이 건축의 전공을 발휘해 찾아내는 수수께끼의 정답을 같이 확인하는 것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서 드러나는 과거의 비밀, 직접 전하지 못해서 쌓인 오해들, 누군가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복원된 집, 그 안에 가득한 사랑을 발견하는 재미가 더 컸다. 진짜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우리가 생각하는 집이라는 공간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한 가족의 사연으로 느끼게 했다. 그렇지. 집이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어서는 의미가 없다. 그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것, 그 안에 같이 머무는 사람들과의 교감까지, 무엇 하나 빼놓고서는 집의 의미를 말할 수 없으리라.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것도 결국은 이 메시지일 거로 여겨지나,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좀 어렵다거나 재미가 덜 하다고 해야 할까. ‘쏟아지는 찬사만 믿고 보기에는 좀 아쉽더라는...



#빛이이끄는곳으로 #백희성 #북로망스 #소설 #한국소설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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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기한을 따로 언급해주지도 않았고, 이유도 모르겠어요.

이런 경우 처음이라, 당황스러운데요.


고객센터에 신고는 했는데, 검색해보니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고객센터의 해결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인스타그램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도 아니고, 도서 리뷰 살짝 남기는 정도?

다른 도서 게시물에 좋아요 가~~끔, 댓글 가~~~끔 남기는 정도?

당황 또 당황스럽기만 하고,

오늘까지 확인하고 댓글 남겨야 할 것이 몇 개 있었는데, 그것도 이제 다 틀렸고...


풀리긴 풀리나요?


오늘 마지막 기한인 것들 몇 개 남겨두고, 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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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장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1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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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는 동료들과 함께 말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말로가 꺼내는 어떤 모험을 끝까지 듣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는 거의 없는 그들 중 한 명이다. 말로는 다양한 지역을 항해했던 선원이었고, 그의 간절한 바람 중 하나는 콩고에 가보는 것이었다. 말로는 어린 시절부터 지도 보기를 좋아하면서 세계 여행을 꿈꾸었고, 거대한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한 모습의 콩고에 매료되었다. 이번 항해는 콩고를 향하는 증기선 선장이 되어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여정을 하게 된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설레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불길한 기운이 그를 둘러싸여 있다. 같이 항해하는 선원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건, 이 항해가 절대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경고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바라던 콩고를 향한 마음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출항하고 거의 한 달이 지난 후, 말로의 배는 콩고에 도착하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 콩고강 하구였다. 그가 가야 할 곳은 콩고강 상류여서, 한참을 더 가야 하는 그는 작은 기선으로 갈아타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가 도착하고 난 후 보게 된 것은 예상 밖의 광경이었다. 문명화 작업이 한창이었고, 철도 건설은 제대로 되는 건지도 모르게 열악했다. 가장 끔찍했던 건, 쇠사슬에 묶인 흑인이 노예처럼 강제 노동을 하고 있던 거였다. 이곳을 지배하는 이들이 정한 말도 안 되는 법을 어긴 죄로 끌려온 이들이 여기를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걸까. 많은 흑인이 죽어 있었고, 겨우 목숨이 붙은 채로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이 참혹한 광경에 놀라는 것도 잠깐, 그는 목적지로 향해 가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 광경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 그였다. 그도 항상 떳떳하게 살아왔던 건 아니었고, 인간이 욕망을 품으면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혹시 이건 악마의 장난인 걸까? 그게 아니라면 이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말로가 관리자를 만나 서류 업무를 확인하면서 커츠라는 인물에 대해 듣게 된다.


커츠그는 누구인가. 콩고강 상류에 위치한 교역지의 관리자로 남들보다 몇 배의 상아를 보내는 인물이다. 굉장히 업무 수완이 좋은 인물인가. 요즘 그의 행방이 묘연하다면서 그의 생사 확인과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닌지 확인하는 게 말로의 첫 임무가 된다. 그리고 말로는 이 회사의 관리자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걸 알지만 모른 척한다. 그렇게 커츠를 찾으러 가는 길, 점점 지금과 다른 시대로 진입하는 느낌이 들고, 커츠가 있다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원주민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은 곳에서 커츠를 만났으나, 오히려 커츠는 무덤덤했다. 열병으로 죽어가는 그가 더는 바라는 삶이 없게 된 것인지 왜인지, 같이 떠나자고 하는 손을 붙잡지 않다가 다시 배에 오른다. 돌아가는 길의 배 안에서 커츠는 사망하고, 벨기에로 돌아간 말로는 커츠의 약혼녀를 만나러 간다.


어떤 이야기 한 편을 꽤 오래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 이야기 곳곳에서 인간의 욕망과 나는 그 욕망을 모른 척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수도 없이 묻게 된다. 콩고 강에 도착해서 말로가 본 광경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며 살아가는 게 잘못된 거라고 여길 것 같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말로가 만난 커츠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며 그곳을 지배하듯 살아왔지만, 정작 내가 그곳에서 커츠로 살았다면 다른 모습으로 그들의 문화에 동화되어 살아갈 수 있었을지 말할 수 없었다. 말로 그 자신은 아닐 거로 자신만만했을지 모르겠지만, 회사 관리자의 비리를 보고 모른 척하고 지나가며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게 인간이다. 그런데도 말로가 마냥 바닥인 인성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건,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취한 행동이라고 해야 할까. 그가 마지막에 알게 된 진실(?), 인간이 저지를 수 없다고 여긴 악행을 세상에 알린 일이다.


'당신은 파멸하고 말 겁니다' 나는 말했어. '완전히 파멸하고 말 거라고요' , 때로 번뜩이는 영감 같은 게 찾아올 때가 있잖나. 나는 옳은 말을 했던 셈인데, 물로 그 시점에, 우리의, 앞으로 지속될, 심지어 끝까지 지속될, 끝나고 나서도 지속될 친밀함의 주춧돌이 놓이던 바로 그때 그는 이미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긴 했지만 말일세. (156~157페이지)


읽으면서 괜히 더 궁금해지는 건 커츠였다. 회사에서는 엄청난 양의 상아를 보급하던 그가 소식이 없자 당연히 찾아나서야 했고, 정작 커츠의 업무 수완을 확인하게 됐을 때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인물일 뿐이었다. 자기 삶의 터전을 공격 받은 건 원주민이고 침입자는 외부인들인데, 침략자에게 착취당하고 희생당하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힘을 가하게 되는 무자비함이라니. 엉터리로 된 물건을 팔고 뒷수습은 나 몰라라 하는 영업왕을 보는 기분이랄까. 그가 보여준 결과만을 보고 우러러 보는 인간들의 잘못된 눈은 어디에서 씻어줘야 하는지, 그런 커츠를 따르며 숭배하는 이들은 또 어떤 지옥을 만들려고 그러는지 한탄스러웠다. 말로의 말처럼, 이곳이 지옥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다른 출판사의 판본으로 가지고 있지만 읽다가 말았고, 이번에 조지프 콘래드 사망 100주기 기념판으로 나온 작품으로 읽게 되었다. 마냥 편하고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지만, 어느 정도 분량을 넘어가면 어둠의 심장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 원작으로도 유명하다는데, 영상으로 옮겨진 이 작품의 매력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이 소설 말고도, 저자 조지프 콘래드가 콩고의 경험담을 살린 다른 작품도 있다고 하니 더 찾아서 읽어도 좋을 듯하다. 문명과 야만의 구분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아니, 굳이 문명과 야만을 구분 지어야만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누군가에게는 오랜 원시생활로 이어져 온 그들의 생활 방식이면서 문화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변해가는 세상을 환영하면서 살아가면 그만일 뿐일지도 모른다. 어느 선을 넘어 가면서 타인의 방식에 참견하고 우위에 있으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이 문제라면 문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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