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 칸타타
육시몬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아직도 비가 오네?"
"이제 지나갈 거야."
한수가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본다.
"어떻게 알아?"
"안 지나가는 비도 있나?"
그렇다. 영원히 머무는 비는 없다. 모든 것이 흐른다. 우리 모두의 아픈 기억도 흘러가는 비처럼 언젠간 흘러가 버리겠지. 거대한 슬픔과 어두운 분노와 잃어버린 사랑과 고통과 두려움과 원망과 절망도. 그리고 내일이 온다. (322페이지)


마술은 눈속임일지 몰라도 그걸 믿는 사람에겐 진정 마법이 된다는 걸. (176페이지)


그러나 사람은 좋아서도 웃지만 사노라면 너무 슬퍼도, 너무 분해도, 어이가 없어도, 허탈해도, 서글퍼도 웃음이 난다.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웃는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복해지려면 웃어야 한다.
하. 하. 하. 하. 하. 하 (168페이지)


하루하루 우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죽어 가고 있는 걸까. 하루를 살면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진다. 성큼성큼 죽음으로 걸어간다. 하지만 그 걸음걸음이 바로 삶을 살아 내고 있는 중이다. 우린 죽어 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351페이지)


속초의 한 신경정신과.
담당 닥터 육시몬.
그리고 신경정신과의 옥탑에 칩거하는 전직 아이돌 매니저 (고양이라 불리우는)고양희.
신경정신과 장기투숙자(?) 세 명, 꽃미남 폐소공포증 환자 마한수, 기억실종자이자 자해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장풍, 난독증의 왕따 홍난파.
고양이는 술김에 육시몬 신경정신과의 4백만원짜리 양주를 훔쳐 마시고 인질이 된다. 바로 육시몬 신경정신과 3인방의 트로트 가요제를 책임지고 내보내는 것. 전직 아이돌 매니저였으니 당연히 된다고 생각하고 닥터 육시몬은 고양이에게 떠안기듯 3인방을 맡긴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트로트를 부르는 3인방의 지도자이자 매니저가 된 고양이. 트로트 가요제 1등 상품인 몰디브행 티켓을 획득하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이 처절하다.

각자가 모두 자기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졸음운전으로 한 생명을 저 세상으로 보낸 고양이, 페소공포증으로 숨이 막힐 듯한 삶을 살아던 한수, 기억에는 전혀없지만 자신이 무슨 이유로인지 죽고 싶어했던 장풍, 심각한 난독증에 이해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왕따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던 난파. 어떻게 보면 사회 부적응자들의 집합소인지도 모르겠다, 육시몬 신경정신과는... 사실 닥터 육시몬도 실명에 가까운 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으니... (그래서 육시몬 신경정신과는 언제 문 닫을지 모를 시한부 병원 아닌가?) 저마다의 이유로 꼭꼭 숨어들듯이 그 건물 안에서 나오기를 꺼려했던 이들이 단 한 곡의 노래로, 단 하나의 목표로(오직 몰디브~) 똘똘 뭉쳐서 떨리고 두렵지만 세상 속으로 한 발 내딛으려 한다.

마성의 봉고봉고봉고봉쏭~!!
이들이 트로트 가요제에서 직접 만든 노래를 들고 나가고자 한다. 고양이는 대체 뭔짓이냐고 말리려다가 막상 듣고보니 너무 귀와 입에 착착 감기는 봉고봉고봉고봉쏭을 부르기로 한다.
슬플 땐 나를 찾아 봉고봉고~ 기쁠 땐 나를 찾아 봉고봉고~
봉고봉고봉고봉! 봉고봉고봉고봉! 봉고봉고봉고봉고 봉고봉고봉고~ 핫!
이들이 병원의 환자복인 하와이언 셔츠를 입고 얼덩이를 씰룩거리면서 율동을 하고 신나는 봉고봉고봉고봉쏭을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신난다. 죽여주는 외모의 남자 셋이서 이런 모습이라니, 매치가 안되지만 또 어떤가, 신나면 그만 아닌가...
이 한 곡의 노래로, 이 한 곡을 부르기 위해 모인 그 시간들로 하여금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은 이해가 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노래가 주는 것은 그런 것. 마음을 흔드는 것.

내가 만난 느낌 그대로의 이 책은 성장 소설 같은 로맨스소설이다. 로맨스의 그 달달함을 맛보고 싶다면 이 책은 과감하게 패스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좋더라. 그 이상한 떨림과, 웃을 수 있었던 이야기와, 고양이와 3인방을 내내 응원하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까지... 부분부분 문학이 주는 그 가슴 콕콕 쑤심과, 닿을 듯 말 듯한 세 남자와 고양이의 마음의 보이지 않는 실이, 보일 듯 말 듯한 그림으로 그려진다.
저자가 시나리오 작가다. 다작은 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경력과 무관하게도 이야기의 재미와 몰입은 충분히 좋다.
그런 책이 있다.
읽다보면, 가슴이 먼저 느끼기도 하고, 이성적인 사고가 먼저 생기기도 하고, 눈 앞에 이야기의 장면장면이 영상으로 먼저 그려지는... 이 책은 그런면에서 세가지를 동시에 만족시켜준다. 아마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상당한 재미와 감동을 줄 것 같은 충분한 예감이 든다.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세 남자가 자기 자신에게 바치는 듯 열심히 신나게 부르는 노래와 꽃미남 외모로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율동을 상상해보라. 재밌지 않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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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왕자, 재투성이 아가씨를 만나다
진소라 지음 / 로크미디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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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드디어 나왔네요. 언제 종이책으로 나오나 목이 빠질 뻔 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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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유 윈
김에스더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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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You win!!
유쌤 왈, 이렇게 유치한 연애는 처음이야~!!

3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을 두고 섬마을 고운도 보건소로 오게 된 닥터 유 윈.
섬마을 선생님 오지랖 고음란을 만난다.

줄거리 생략........ 하려 했으나 대충 이렇다.
쫓겨나다시피 한 닥터 유 윈은 섬마을 고운도로 가게 되고, 오히려 그 까칠하고 못되 먹은 성질을 어쩌지 못해서 섬마을에서도 스스로 쫓겨나기를 바란다. 어차피 정도 다 떨어진 의사짓 그만두려고 하던 차에 내려온 그 곳에서 더 짜증이 폭발한다. 설상가상으로 섬마을 선생님 고음란은 오지랖 대마왕. 섬이라는, 오랫동안 그 곳에서 살았다는 특성상 섬마을 사람들 모두가 가족처럼 지낸다. 그 틈에서 견디기 힘들었던 닥터 유 윈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오지랖 고음란 선생에게 마을을 뺏기게 되고 어색하지만 섬마을 주민들과 교감(?)도 이루어낸다. ^^
뭐, 대충 이런 내용.

누구나가 다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
주인공인 고쌤이나 유쌤 모두 자기들의 상처가 있다. 두 사람이 다른 점은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고쌤의 그 환한 웃음에 상처를 찾아볼 수 없는 표정이나 매사에 까칠하고 덤비려고 하는 유쌤의 지독한 성격파탄이나... 모양새만 다르지 그들이 가진 상처를 표현해내는 상처는 같은 것 같다. 결국 유쌤도 변하게 되니, 고쌤의 긍정바이러스에 전염되었으리라.

고운도 주민들.
참 순박한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섬마을이라는 설정도 그렇거니와 육지와 떨어진(대부분 배를 이용해 육지를 나간다는 것 자체가) 곳에서의 생활이라 그런지 서로간의 돈독함과 가족 같은 느낌은 있다. 왜 그리 남의 일에 관심 많고, 한 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온 마을에 살이 붙어서 퍼지는 소문이며... ㅎㅎ 눈에 그려지는 모습들이 익숙하다. 그들의 마음에 반했던지, 철옹성 같았던 유쌤의 마음도 무너졌던게지.

특별한 악역이 없다.
어쩌면 너무 순순히 뻔하게 흘러가는 설정에 재미가 반감될지도 모르겠으나, 간만에 읽은 재밌는 책이었다. 적당한 웃음도 좋았고, 그들이 들려주는 에피소드에 방바닥 데굴데굴 구르면서 읽었으면 된 거 아닌가?(내가 웃음코드가 이상한건지는 모르겠으나...) 변비로 리어카에 실려가고 유쌤 앞에서 관장까지 하게 된(ㅠ.ㅠ) 고쌤, 제초제 먹어 뒈질뻔한 목숨을 살려놓은 막장 인생, 우리의 고쌤에 대한 유쌤의 연적 박쌤, 유쌤을 열렬히 짝사랑한 고쌤의 친구 정간호사 유심, 싫다고 관심없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고운도에 정을 실어주신 유쌤. 그리고 고운도 주민들.

유쌤의 콧대는 하늘을 찔러도 된다.
우리의 유쌤은 어찌나 콧대가 높으시던지, 자신이 잘 생겼다고 우쭐하지 않나, 넋놓고 쳐다보는 것을 대놓고 퉁박주지 않나, 잘난 맛에 사는 남자의 표본을 보여주신다. 외모 잘났지, 능력 있지(손기술이 화려하고 인정받은 외과 닥터잖아~), 돈도 많지, 솔직하다 못해 오만방자 하지, 남의 장점도 살려주고 남의 단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시지... 어디 하나 빼놓을 구석이 없어요. 젠장~


더 얘기하면 재미 없어지니, 여기서 끝.

이야기는 참 심심하나,
스토리 눈에 확 그려지나,
뜻 밖에 만난 신간에 한참을 웃었으니,
간만에 잘 맞는 웃음코드 만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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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 편 (반양장) - 미학의 눈으로 보는 아방가르드 시대의 예술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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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중권이 들려주는 아방가르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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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 네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연두 지음 / 가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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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참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건 정말 착한 마음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향한 분노일 수도 있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간절한 바람 같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 한다. 그 감정들이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옳고 그르다’ 하는 구분이 아닌, ‘다르다’ 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또 그 각각의 감정들을 표출하는 순간도 의미도 모두 다 다를 것이라고…….

한 사람을 두고, 같은 상황을 놓고 수없이 많은 감정들과 생각들, 시선들이 생겨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심'이란 하나의 단어를 놓고 다양한 의미들이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단순히 동음이의어가 아닌 그 하나하나의 의미가 이렇게나 다르고 다양하게 다가오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진심(盡心) : (명사) 마음을 다함.
진심(塵心) : (명사) 속세의 일에 더렵혀진 마음.
진심(嗔心) : (명사) 왈칵 성내는 마음.
진심(眞心) : (명사)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 
               <불교> 심성 : 참되고 변하지 않는 마음의 본체(本體)

전과자의 딸이 아버지의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를 7년만에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저 반가웠으나 아는 척 할 수 없는 상대. 그래도 이어질 인연이었던지, 두 사람은 연인인 듯 연인이 아닌 듯한 관계가 되었다. 서로의 진심(眞心)은 당분간 가슴에 담은채로... 

법정, 판사.
법의 심판을 받는 공정한 장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곳이 그려내는 모습은 인간의 욕심과 욕망을 그대로 분출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 그대로가 드러나는 장소의 의미가 더 깊다.(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게 이런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기도 하고, 진실이 무언가에 가려져 드러나지 못하기도 하고, 감정을 주체 못해서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과장된 행동으로 무언가를 감추려하기도 하는 곳이 되기도 하고, 힘이 없는 자는 그런 오류를 바로 잡아놓을 기회 조차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눈을 가졌을거라 생각하는 판사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밖에 없다. 그저 공정하게 그 모든 것의 시시비비를, 누군가의 억울함이 없기를, 먼저 가버린 자의 외침을 들어줄 사람으로 판사를 지목한다. 판사의 임무는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정이 존재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 아닐까? 오직 정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눈을 가져야할 사람으로, 정의만이 존재해야할 곳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이 책 속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거의 두 분류다.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가해자와 피해자는 쌍둥이처럼 늘 함께 존재한다. 어느 한쪽이 가해자가 되면 분명 피해자도 있을테니까. (뜬금없이 예전에 들었던 어느 점술가의 말이 생각난다. 형사와 범죄자는 사주가 쌍둥이처럼 비슷하단다. 쫓고 쫓기는 자의 떨어질 수 없는 끈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드네. ^^)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가 만날 수 있는 상황.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혹은 너무 두려워서 침묵해야만 하는 사람의 입장을, 각자의 입장을 최대한으로 솔직하게 그려내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한번 이상은 더 깊게 들여다봤을 그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 하다. 뉴스에서 한번은 봤음직한 사건들, 보호해야할 것들 앞에서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모든 사람들이 가해자이고 피해자임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들... 안타깝다.

새로운 시선으로 법과 법조계 사람들을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된 책이다. 흔히 법조계 사람들을 ‘법’이라는 무기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쪽으로 관련된 너무 나쁜 것만 보고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안 좋은 인식만 머릿속에 키웠던 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사실 그쪽으로 관련된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어떤 식으로도 그 안을 들여다보거나 진실을 다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것이다’ 하고 배워왔던 의미는 남아있는지라 좋은 것을 보고 싶은 바람도 동시에 갖고 있다. 그 모습을 이 책 안에서 찾았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무언가에 한 겹 씌워진 듯한 선입견을 걷어내어 준 것 같아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 이 곳에 모여있는 듯 하다.

로맨스나 판타지가 아닌 현실 속의 판사?
여기서 남주는 자신의 월급을 쥐꼬리만하다고 한다. 40만원이 넘는 벨벳 구두를 할인된 가격으로, 뒤에 붙은 잔돈은 떼고 할부로 결제해달라고도 한다. 로맨스소설스러운 거창함이나 꿈꾸는 듯한 설정을 최대한 자제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권력과 재력을 가진 남자로 그리는 것이 아닌, 현실 속에서 볼 수 있을 듯한 성격과 배경의 남주를 담아낸 것 같다.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과한 기대감이나 오해를 덜어낼 수 있는 모습도 종종 보여주는 것이. 그리고 판사라는 이미지 속에서의 공정함과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그 모든 것을 보는 눈은 오직 법이라는 것 하나로만 판단할 수 있게 그려주고 싶었던 우리의 바람을 담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다양함 속의 단조로움.
기본적인 틀은 로맨스소설이다. 남주와 여주 사이의 달달함과 연결고리가 충분하고 그 마음이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오는 듯 해서 거부감은 없었다. 애틋함도 있고, 가슴 속의 간질거림도 그 매력이 넘친다. 하지만, 모든 상황들과 사람들이 얽혀 있는 설정은 조금 작위적인거 아닌가 싶다. 사건의 연결됨도 이해는 가능하나 충분한 개운함은 없는 듯 하다.
그래도 이야기로의 재미는 좋다. 휘리릭 한번 훑어 넘길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가슴에 새기고 싶은 부분도 많았고, 누군가를 보는 마음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가끔은 다시 꺼내보면서 세상 속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진심(塵心) : (명사) 속세의 일에 더렵혀진 마음.
"욕심에 부풀고, 허기를 채우려다, 어리석은 짓만 골라 했으니...... 더없이 아름답구나." (197페이지)

세상의 모든 진심(嗔心) : (명사) 왈칵 성내는 마음.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진심 따위, 보이지 않는 그대로 이제는 내버려두고 싶다.
"진심 따위...... 알 게 뭐야." (302페이지) 

"아무리 암담한 것일지라도 좋은 결과가 되기를......" (58페이지)
그 모든 진심들이 여기 다 모였을 것이다. 진심(盡心)이면, 진심(眞心)을 알아줄 것이니... 

"사람도 껍질이 필요해. 껍질 다 벗긴 과일이 사람들한테 먹기 편한 것처럼. 사람도 껍질 다 멋기고 속살을 너무 많이 보여주면, 만만히 볼 수 있고, 오해를 살 수도 있어." (167페이지)
너무나도 딱 맞는 말.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다.
상대에게 편하다고 말하면서 그 편안함을 가장해서 만만하게 보는 행위는 하지 말라고...
나의 생활 신조로 삼을테다. 나 또한 그런 마음으로 누군가를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고 있는 중... 
 

 
덧붙임.
인터넷서점의 책 소개글에 낚이지 말자. 달달한 그 한 부분을 용케도 소개글로 넣어놨더라. 그게 이 책이 말하는 전부가 아닐지니, 그 달달함을 맛보고자 선택한다면 실망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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