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정봉주 -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치 이야기가 이렇게 웃겨도 되는거야? 침묵 속에서 듣고 있던 기존의 정치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절대 가볍지 않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정말로, 추운 겨울날 이불 속에서 좋아하는 책 죽어라 읽어보라고 던져주듯이(실제로 던져주지는 않음. 사야함. ㅡ.ㅡ;;;) 12월에는 참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 것 같다. 뭐, 그 중에서도 끌리는 책, 관심 주고 싶은 책으로 골라보자면 더 줄어들겠지만... 하지만 그런 맘 있잖아. 읽고 싶은 것 골라놓고 나머지 것들 내려놓았음에도 흘깃흘깃 눈길 주고 싶은 여운이 남는 거... ^^


12월이 시작되어 가장 먼저 눈에 담았던 책은 이 책이었어. 김별아님의 책을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어. 그 유명한 <미실>도 읽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런데 이 책이 나오자마자 눈길을 끌더라구.
특히나 이 구절 있잖아...
"그저, 사랑하고 보니, 여인이었을뿐입니다."

그저 사랑했을 뿐인데 그 대상이 여인이었어. 봉빈이 사랑한 사람은 그저 여인이었을 뿐이야...
나는 열린 마인드는 아닌데, 그래, 그냥... 그냥, 그런 거라고 생각해...

더 자세한 내용이 있겠지만, 읽어보고 싶어서 그냥 그 호기심을 남겨두려고...




모든 것이 많이 모자라기만 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썩 대단한 청각을 가진 소년이 달라지기 시작할 것만 같았다.
거기까지 소개글을 봤을 때는 이 소년의 인생 이제 피겠구나,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이젠 빛을 좀 보겠구나 싶었던 희망이란 게 약하게나마 보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던가봐.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바보 아이 일우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어지러운 세상의 만휘군상, 권태와 습속으로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버텨나가는 현대인들의 악다구니 섞인 노래가 이제 우리들의 무뎌진 귀에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아... 우울해. 세상의 것을 다 보고 살아가기에는 어두운 게 너무 많아...




작가의 전작이 참 인상 깊었다. 누군가는 우중충하고 너무 우울하고 지독한 현실 속에 자리했던 그 소녀가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괴로웠다고도 하던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눈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장면들을 묘사하는 능력이 충분한 작가라는 칭찬과 함께 전작을 읽었었다.

이번 작품 조금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분위기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 노래.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했던,”
거의 100년을 이어져오던 여인 3대의 이야기다. 제목처럼,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야기...
그리고 여자들의 이야기...





그녀의 단편 서너편과 장편 한편을 읽은 내가 느낀 건, 그녀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울고 싶은데 웃고 있는 사람들 같다는 것"이다. 분명 울어야할 타이밍 같은데도 웃고 있는 것... 처음엔 그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다가, 나중에는 그 웃고 있는 표정에서마저 슬픔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만 알 수 있는 세상. 그리고 우리...

윤성희의 네 번째 소설집 <웃는 동안>을 통해서 만나고 싶은 건... 살아가는 모든 것의 긍정.





무슨 새드엔딩의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마치 눈 앞의 영상이 그렇게 슬프게 흘러가는 것처럼 우울하면서 눈물이 고이게 만드는 책이 있다. 단편 한편을 본 게 전부인 김미월의 책 <아무도 펼쳐 보지 않는 책>을 떠올리면 그렇다.
베스트셀러 뒷편에서 그림자로 가려져 있고, 혹은 베스트셀러였다가도 금방 식은 냄비 같고, 아무도 손대어 주지 않는 책을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금방 읽을 것처럼 새로운 책의 출현을 즐겁고 흥분되고 막 리스트에 담으면서도, 막상 그 시기가 지나가면 그런 책의 제목은 떠올려 보지도 않고, 그마저도 기억나면 '다음에...'라는 말로 또 한번 밀려나고... 그런 선택의 과정을 거치는 반복들이 이런 책을 만드나보다. 빛을 보지 못하고 금방 기억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순전히 이 한마디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가야 할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야.”


연재될 당시에는 단 한 줄도 읽지 못했던 문장들이다.
마치 바람 같을 것 같다는 분위기에 그저 '이런 느낌일 것이다.'하고 가늠할 뿐이었다.

네 남녀의 청춘, 그리고 운명 같은 이야기.
바람 냄새가 날 것만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진 2011-12-2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 김별아 작가의 [채홍]...? 인가요?
동성애에 관련된 이야기라면서요
제가 그런 쪽이라면 환장을 하는데 와우!

구단씨 2011-12-23 20:50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알기로는 중학생이신걸로 아는데... ^^
요런 소재에 환장하셔요? ㅋㅋㅋ
하긴 뭐, 요런 소재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라고... 글쵸? ^^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었다. 출판사의 내년 장사는 올해 12월부터 시작이라고...
그래서인지 왜인지, 유독 12월에 마음에 맞는 로맨스소설의 신간을 많이 만났다. '한동안 안읽었으니 읽어보렴~' 하면서 유혹하듯이 추워지는 계절의 시작 무렵에 참 많이도 읽었다. 그 흐름이 아직 끊기지 않았는지 여전히 계속되는 로맨스소설의 훈훈함은 1월에도 이어지려나보다...


아마도 이 분의 책들은... ^^
지독한 앓이를 하시는 독자들이 많아서인지 작가의 이름을 잊지는 못할 것 같다. 나 역시도 몇 권을 읽어봤고, 조금은 강한듯 싶으면서도 동시에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느낌을 같이 느끼게 되더라. 상처 없는 사람 없고, 상처 다독이는 법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도 없는...
안으로 끌어들일 수도, 밖에서 끊어낼 수도 없는 순간의 시간을 지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12월 말에 만나면, 1월에는 읽을 수 있을 듯...






그 아닌 다른 사람에게, "...율아..." 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여자...
그 이름을 잊어가는 것이 미안한 여자와 그 여자에게 바람이 되어주고 싶은 남자...

율아... 미안해... 이미 두근거려 버린 내 가슴을... 용서해줘...

아... 나, 이런 이야기 너무 좋아해.
요즘의 내가 가진 감성코드랑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같아.
추운 계절에 읽으면 가슴이 더 시려질 것도 같지만, 그래서 추운 계절에 더 만나고 싶은 책이야. 시려지면 이제 따뜻해질 일만 남은 거잖아. 그럼, 된 거잖아. 괜찮은 거잖아...

됐어... 그럼...



사실, 재미 유무를 떠나서(그건 취향의 차이이므로),
일단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메디컬 로설이라는데...
연재도 못봤고, 메디컬 로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당연히 절반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소독약 냄새 나는 병원이라는 공간과 그 곳이 주는 무한한 선입견에 우리는 또 한번 메디컬에 빠지겠지. 
E.R
말 그대로 응급실인데, 내가 경험한 한밤중의 응급실에서는 떡진 머리의 인턴, 레지던트만 봤을 뿐이고...
그래도 계속되겠지...
메디컬이 주는 흥미로움은... ^^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서 보는 세상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어쩌면, 카메라나 필름, 인화, 사진... 뭐 그런 단어에 대한 환상 같은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찰칵'하는 카메라의 셔터음, '번쩍'하는 카메라의 플래쉬.
평범한 우리의 눈과 귀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

도아의 카메라에 포착된 재율의 모습은 어떻게 비춰질까 궁금해진다.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꼴깍 넘어가게 만드는 상차림으로 카메라에 담고 싶은 재율을 유혹하는 도아. 결국 그 유혹에 넘어갈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두 남녀의 초반 신경전이 좀 설레이기도 하고...



제목이 참... ^^ 로맨스소설 답게 나와서 혼자 막 웃었다. 새빨간 바탕에 19금 딱지 붙어 있고... 작가의 전작들이 취향에 맞았다면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 보게 한다.

"세계적인 기업 IMC의 젊은 총수이자 아서家의 수장 콘스탄틴 요한 로랑 아서, 모든 것을 다 가진 그의 마음을 빼앗아간 사람은 고작 열일곱, 빨강머리 금빛 눈동자의 빅토리아. 빅토리아가 성인이 될 그날까지 오매불망 2년 8개월의 기다림.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야멸찬 거절뿐!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콘스탄틴의 어린 신부 길들이기가 시작된다."

금발의 파란 눈동자를 가진 그 남자가 너무 궁금해... >.< 
그리고 참... 저돌적이고 강하고, 빅토리아를 얻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시도하는 그 마인드가 아주~ 좋아~


소개하는 글이 너무 독특해서 (사실은 내가 이런 류의 장르를 즐겨하지 않아서인지) 눈길이 갔던 책이다. 표지 역시나 음산한 것이 아마도 이 책을 보면서 궁금해 했던 느낌이 제목과 표지에서 다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인간의 피로 영생을 사는 음지의 포식자, 키라스. 그는 혈족이었다. 그리고 달콤한 혈향(血香)을 품은 신비의 여인, 초설."
두 사람의 여행길에 동참하고 싶어진다. 나는 독자니까... ^^






뭐랄까... 기다리던 책이 나왔을 때, 곧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때... 그런 기분이다. 이 책은 표지만 보자면 봄햇살에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추운 겨울에 만나는 로맨스소설은 독자가 원하는 기본적인 따스함을 줄 것만 같다.

우영주님의 신간 <햇살처럼 당신이> 제목이 참 포근하다.
7년의 짝사랑을 어이 없게 날려 버린 여자 유해준과 옆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엿듣다가 흥미를 느낀 남자 레이 진.
기본적인 스토리에서 흥미를 많이 끌고 있고, 작가의 전작들에 딱히 반감이 없는 상태에서 만나는 것도 즐겁지만, 특히나 음악 종사자들의 이야기라서 더욱 궁금해진다. 음악 관련 일을 하는 분위기에 대한 묘한 호기심이 생긴다.




이북으로 존재할 당시에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어도 참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북 보기 힘들어하는 눈 때문에... ㅠㅠ) 드디어 종이책으로 만난다. 이럴 때는 진짜 반갑다. 지난번의 <크리스마스의 남자>도 그렇게 만난 책인데 역시나 궁금증 해소와 더불어 재미까지 주더니... 훗~!
이북으로 상당한 분량이었으나, 종이책으로도 만만치 않은 양으로 만족감을 줄 것 같다.

겨울이 춥지만은 않게 책으로 따뜻해진다. ^^





(진심으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이분 책을 일부러 찾아 읽을 때가 있다. 절절한 마음과 미치도록 로맨스소설 그 자체에 빠져들고 싶을 때... (사실 나는 로맨스와 일반문학 그 중간 즈음에 걸쳐 있는 책들을 좋아한다.) 그럴 때면 가슴 한 구석이 꽉 막힌 듯 하면서도 역시나 '로맨스소설이구나.' 하는 만족감에 마지막 장을 덮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이 작가분의 책을 손에 쥔다.
사실, 이번 작품이 또 얼마나 다른 분위기로 나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이분의 책을 골라 읽었던 그 마음과 목적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소년정독 이윤주의 로맨스 소설.
상단 새랑전에는 막돼먹은 노비 모달이 살고 있다. 아씨와 문 앞에서 마주치더라도 먼저 비켜서는 법이 없는 희한한 노비. 비키라 면박을 주면 무심히 제 할 말 다 한다. 주인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노비 때문에 아씨와 모달은 철천지 원수 사이.
"문제는 집주인 아씨가 노비를 짝사랑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살짝 웃음이 난다. 노비가 아씨를 마음에 둔 것이 아닌, 아씨가 노비를 마음에 둔 것이라니... 후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흑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나도 어렵게 또한 더디게 읽혀서, 그만큼 애가 타고 힘들게 마지막 장을 덮었던 책이다. 이제까지 김훈의 작품을 단 한편만을 본 내가 두 번째로 만난 책이다. 『흑산』
흑산에 유배되어 물고기를 들여다보다가 죽은 유배자 정약전의 삶을 그려놓은 책이다. 그 안의 희망과 동시에 좌절을 배워가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마지막까지 그의 이야기가 하고 싶은 말이 뭘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절망은 주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갔다. 게다가 천주교를 20년 가까이 다녔고, 종교를 바꿔 교회를 20년 넘게 다니고 있는 엄마의 종교관이 동시에 떠오르기도 했다.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종교가 가지는 의미와 삶에 대해.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조선의 전통이나 다를 바 없는 성리학과 맞선 천주학이었다. 이 책은 그 안의 정약전, 황사영 같은 지식인들의 내면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부패로 찌든 정부(조정)는 백성들이 눈 떠가는 것을 봐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계속해서 부패하고 찌들어야 그들의 욕심을 채우고, 백성을 위한 나라가 아닌 자신이 주인이 된 나라를 유지하고 싶었을 테니까. 점점 나라의 문을 열고 서양의 문물과 함께 들어온 천주교는 조선의 그러한 시대의 혼란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열어 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었다. 그 일을 꿈꾸고 해내고 싶었던 당사자인 정약전과 황사영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마감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남아서 의미를 담아 전해진다.

성리학만이 나라의 질서를 잡는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나타난 천주학. 실제 신유박해의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지만, 굳이 어떤 사실이 아니었더라도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장면들은 끔찍하기 그지없다. 백성을 위한 나라가 아닌 자신의 욕심과 권력만이 존재하길 원하는 바라는 존재들이 세상을 온통 피바다로 만든 장면들이 눈앞에 선하다. 세상이 달라지길, 그렇게 되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의 의지는 꺾이기 일쑤였고, 감히 품어보지 못하는 꿈들은 넘쳐났고, 그들의 기도가 매 맞지 않고 굶지 않게 해달라는 정도였으니 그들이 바라는 세상이 오기는 올까 싶었다.

성리학을 배반하는 듯한 분위기로 천주학을 믿는 자들에게 몰살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인 것 같지만, 실은 처절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몸짓에 그저 눈물 밖에 나지 않는 이야기다. 요즘말로 살아가는 게 너무 치열해서 조금은 더 나은 삶을 꿈꾸고자 찾았던 천주학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사람들을 배반이라는 구실을 담아 처단하고 유배를 보내고, 그러면서 이 책은 정약전이 유배지로 떠난 그곳 흑산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또 하나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약전이 흑산에서의 지내는 일과를 보여주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그런 것이다.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나가서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더 이상 눈물도 피도 없는 세상을 만져볼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넘쳐난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이 꿈을 꾸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 유배지까지 그 몸을 끌고 들어갔으니 무언가 원하는 것을 들고 나와야할 것만 같았다. 그래야 계산이 맞는 거 아닌가? 누구도 삶을 단념할 수는 없으므로…….

막상 펼쳐들고 끝까지 읽어가기는 했지만, 소설 같고 또 소설 같지 않은 느낌에 사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저 막연하게 흑산(黑山)이 아닌 자산(玆山)으로 굳이 바꾸어가면서 그 섬을 부르고 싶었던 정약전의 마음이 조금은 보였다고나 할까. 여기를 지나 저 너머로 가서, 그 너머 세상을 이끌고 이 세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약하지만 희망 같은 것을 놓지 않고 싶었던 그 마음을. 어쩔 수 없이 결국은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는 그 곳에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음을 알았지만, 결코 그게 끝이 아님을 바라는 미세한 한 줄기는 남겨두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 것도 같다.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 최소 한번 이상은 읽어야 그 진심에 더 다다를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효재처럼 - 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효재처럼
이효재 지음 / 중앙M&B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집에 김장을 했다. 어떤 집은 몇 백 포기씩 한다지만, 우리는 식구가 적어 삼십 포기 정도를 한다. 그것도 결혼한 언니들이 가져갈 몫까지 하느라 그 정도다. 집에 있는 두 식구 먹어야 얼마나 먹는다고, 게다가 김치는 그리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나는 김치에 대한 애착(애정? ^^)이 별로 없다. 그래서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왜 이렇게 많이 담그느냐.’, ‘대충대충 하자.’, ‘그냥 사먹으면 되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직접 하고 그러냐.’ 하면서 엄마에게 투덜댄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손이 너무 많이 가고 힘이 드니까 좀 편하게 먹고 살자는데 말이다. ‘김치 뭐, 그냥 담그면 되지’ 하겠지만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김장을 하는데 보통 3일 이상이 걸린다. 배추 손질하고 절이고, 배추 속 준비하고 담그고……. 어렵고 힘들다. 김치 담그기, 그리고 김치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음식들이 가벼운 인스턴트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시간과 정성 노력이 필요한 것들뿐이다.

솔직히 고백하겠다. 얼마 전에 집에 김치가 없어서 곧 김장을 할 것이니까 담그지 말고 그냥 사먹자고 해서 주문해서 먹었다. 맛있게 먹긴 했는데 뭔가가 많이 서운하다. 그게 뭘까 고민 해봐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좀 서운한 끝맛을 느꼈을 뿐이다. 게다가~!! 사먹는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이려니까 너무 아까워. ㅠㅠ 그 이상한 조화는 무엇인고. (그래서 정말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면 김치를 담가먹는구나.)

한때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나는 손맛이라는 것은 타고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같은 설명서대로 끓인 라면도 누가 끓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걸 보면 그 ‘손맛’이라는 거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손으로 만드는 음식, 손으로 만드는 작은 소품들, 같은 것을 보고 눈에 담았는데도 그걸 또 멋스럽게 활용하는 것 역시도 타고나는 거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 큰언니는 쓰레기도 주어다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손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에는 배우고 노력하면 된다지만 그 노력 이상의 것을 해도 타고난 사람의 것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특히나 이효재의 이 책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한복 디자이너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뛰어난 살림의 대가로 이미 유명한 분이라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만난 이효재는 한복이란 것 하나의 뛰어난 재능이 아닌, 흔히 어머님들이 그 내공을 자랑하는 ‘살림’의 고수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먹는 것과 입는 것, 그리고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그녀의 손을 통해 만들어내는 모습은 신의 경지에 가깝다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부러우면 지는 거라던데 미치도록 부럽다.)


처음에는 외딴집에 산다는 그녀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래도 일 하는 사람이고, 살림도 잘 하지만 굳이 그렇게 외진 곳에서의 생활이 필요했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본 누구나가 이런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곳에서 살고 싶다.” 라고. 흔히 어른들 하시는 말씀이 (우리 엄마도 그렇지만) ‘아파트는 싫다.’, ‘땅 밟고 살고 싶다.’ 라고 바라는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집은 공간도 넓었지만 말 그대로 ‘자연’이었다. 그녀가 직접 일구는 땅, 그녀의 손길 하나로 반짝거리는 집안의 살림살이들, 구석구석 모든 것이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다. 특히나 이 책의 페이지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감탄사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던 모든 것을 자연 그대로 담아내던 모습들. 아무리 만들어내도 이렇게 만들어낼 수 없지 않았을까 싶은 경지에 놀라울 뿐이었다. 예전에 우리 외할머니 댁은 우물이 있을 정도로 옛날 모습을 그대로 만들어놓은 민속촌 같은 집이었는데, 그녀의 집이 그랬다. 직접 밭에서 일구어낸 채소들을 마당의 한편에 있는 샘 같은 곳에서 씻어내고, 흔하디흔한 냉장고나 김치냉장고 같은 것이 아닌 장독 항아리를 열어 장을 꺼내고,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를 느끼게 해주는 것 투성이었다. 오늘날 노래를 부르듯 외치는 친환경 그대로 말이다. (아~ 배고파.) 음식 편식이 심한 나 같은 사람도 그 밥상을 보는 순간 손도 안 씻고 덤벼들고 싶을 정도로 자극한다. (경고한다. 뱃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이 책을 펼쳐들도록~!)


우리의 토속 음식부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까지 모든 음식의 역사가 담겨 있는 듯하다. 깊은 맛을 내는 장을 이용하고, 모든 재료를 땅에서 직접 얻어낸다. 물론 그녀의 손길로 잘 키워서 말이다. 기본적인 재료부터 양념까지 사용하는 도구까지 모든 것들이 옛 방식이다. 정말 하나도 편하고 쉽게 만들어 낼 수 없는 절차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들어내는 그녀의 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모든 음식들을 함께 먹어줄 대상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 이 책에서도 그렇지만 그녀의 살림이야기에 남편이 자주 등장한다. 그녀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내고 살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은 그 모든 것의 대상인 남편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그녀가 맛있게 만들어낸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 나는 그녀가 도시락을 싸놓고 출근을 한다는 말에 감동했다. 그녀는 출근을 하고 남편은 집에 있고, 흔히 그런 경우 알아서 챙겨 먹겠지 싶은 마음이 자주 있었던 나에게는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나가는 사람을 위한 도시락은 봤어도 집에 남겨진 사람을 위한 도시락을 전혀 생각 못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아, 그녀의 그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여기서 나는 또 하나를 배운다. 도시락은 나갈 때만 싸가지고 가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삶은, 그녀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남편과 그녀 두 사람의 공동의 삶이었다. 부부가 그래야 하거늘…….

한 권의 책에 그녀의 레시피가 몽땅 담겨있다. 일반적인 요리책 속에 있는 레시피와는 사뭇 다르다. 오직 그녀가 고전의 방식 그대로 만들어내는, 그녀가 직접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생생한 장면들을 담은 사진에 그녀만의 음식들이 눈에 그대로 담을 수 있게 참 아름다운 색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녀의 소중한 레시피와 함께.


그녀의 손재주 하면 음식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뚝딱 요술 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의 손끝에는 분명 요술 방망이가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집안의 작은 소품들부터 요리에 필요한 것들까지, 모든 인테리어가 어디서 사다가 보기 좋게 걸어놓은 것이 아닌 그녀의 손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걸 정말 사람이 만들 수 있단 말이야?’ 싶은 것들뿐이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그녀는 비단 한복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적으로 태어나게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그리고 만드는 자기 자신이 원하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 내가 내 손으로 만들어낸 오직 ‘그 것’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아, 이 책 한권을 모두 스캔을 떠도 모자랄 지경이다.)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고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동안 내가 못한다고 포기했던 것들, 이런 손재주 부럽다고만 외쳤던 것들이. 사실은 그걸 만들면서 아무 의미가 없었기에 저절로 포기되었던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흔히 말하는 ‘정성’ 같은 거. 그걸 만들면서 사용할 사람에 대한 애정과 뿌듯한 내 마음이 같이 들어가야 제대로 된 무언가가 탄생할 텐데 나는 그걸 빼먹고 시도하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더 이상의 발전이 없이 만들다가 버리고, 다시 시작했다가 만들기를 포기하고, 손대기를 주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녀가 그녀의 아름다운 삶과 자연 그대로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먹는 음식 하나 집안 살림 하나에도 그 모든 마음과 열정을 담아낸 것을, 그랬기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 그녀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너무도 당연하게.


내가 좋으면 된 거다. 그거면 충분한 거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가졌던 생각들은 ‘굳이 뭐 하러 그렇게 어렵게 하나.’ 싶은 것들이었다. 어쩌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생각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편한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생활 방식을 이해 못할 지도 모른다. 이해를 못해도 좋다. 그녀가 좋으면 되는 거다. 그녀가 좋아서, 극성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여도 그녀가 좋다면 된 거 아닌가? 자신이 하는 것들, 만들어 내는 것들, 그 안에서 자신이 편하면 된 거고 만족하면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 그녀의 살림과 살아가는 방식을 보고 그녀를 따라하거나 배우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거다. 배우고 따라하고…….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도 흥분되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났을 때는 그녀의 살림 노하우를 훔쳐오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이제 아파트 생활을 고집하던 나의 생각을 어느 정도는 버렸다. 엄마가 원하시는 ‘땅 밟고 사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졌다. 내 손으로 일구어낸 그 무언가가 음식의 재료가 되어 가족들의 입안으로 만족스럽게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생각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 뿌듯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12-17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17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