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책 읽기 - 뚜루와 함께 고고씽~ 베스트컬렉션 39 카페에서 책 읽기 1
뚜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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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은 독자! 그럼 독자인 당신은 어디에서 책을 읽는가?!
사소한 물음일 수 있지만, 은근한 호기심에 궁금하기도 해서 굳이 대답을 듣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 외출할 때는 가방에 작은 책 한권 들고 나가서 자투리 시간에 몇 페이지씩 넘겨본다거나 커피점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주어진다면 또 앉은자리에서 몇 페이지씩 넘겨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책을 읽는 시간의 대부분은 방바닥에서 뒹굴 거리면서이다. 그래서 자세불량으로 정형외과 진료를 받은 적도 있다. 목뼈가 비뚤어졌다나? 바른 자세로 앉아서 책과의 적정거리를 두고 내려다봐야 하는데, 나는 그런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안 좋은 것을 총집합해놓은 자세로 책을 대한다. 책에 대한 예의 없음이라고 말하기는 뭐한, 그냥 망가진 내 몸뚱이에게 미안할 뿐. 흑…….

그래서인지 제일 좋아하는 카페의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서 책읽기를 한다는 저자의 책읽기를 듣는 즐거움은 색달랐다. 미리 말하지만, 제목이 ‘카페에서 책 읽기’라고 하여 저자처럼 카페에서 책을 읽으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우리(독자) 모두가 사랑하는 책을 읽는 장소를 저자의 스타일로 표현한 것이다. 저자는 카페라는 장소에서 책 읽기를 즐기는 것뿐이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책이야기다. 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카툰으로 표현했다는 것만 다를 뿐 우리가 읽는 책, 우리가 쓰는 리뷰와 의미는 같다고 생각하고 싶다. 사실 나도 손재주가 있으면 정말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단 말이다. 저주받은, 재능 없는 손이 안타까울 때가 많아서 슬프지만 어쩌랴.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다른 용도로의 발전을 꾀하여 즐거움을 찾는 수밖에. 하지만 늘 아쉬움은 남는다. 활자로 미처 다 표현해내지 못한 것은 그림 하나로 다 담아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재주는 늘 갈망하게 되니까. 또 한 번 흑……. (부러우면 지는 건데, 그래도 부러워. ㅠㅠ)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일단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무엇보다도 미흡한 글발 때문에 카툰 서평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그 미흡함이 저자의 특색 있는 리뷰로 거듭났으니까 말이다. (아, 진짜 부러울 수밖에.) 누가 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독자의 자세와, 카툰이라는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더 솔직하게 표현되는 듯한 리뷰의 느낌과, 내가 미처 리뷰에 다 담아내지 못했던 고백 같은 중얼거림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들로 책이야기를 꽉꽉 채워냈다. 적어도 이 책만큼은 저자의 스타일대로 카페에서 읽어주면 더 맛깔 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꼭 그렇게, 그 장소에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자신의 부족함과 일상 같은 습관이 만들어낸 북 카툰이라는 리뷰의 형식은 어떤 식으로 보든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저자가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표현 하는 부분에서 내가 느낀 것은, 뭔가 있어 보이려 포장을 한다거나 알지 못하는 것을 굳이 아는 척 한다거나 해서 거슬리게 보이는 리뷰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저자가 리뷰를 표현하는 방식은 편하고 유쾌하게, 책 이야기는 진지하게, 느낌은 솔직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리뷰가 좋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에게 더없이 맞춤형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저자가 이 책에서 뒷부분에 만화의 리뷰를 실어준 것을 빼면 모든 리뷰가 소설책에 대한 것이다. 장편 단편, 장르 구분 없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 너무 반가웠다. 내가 읽은 책, 알고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 아직 못 읽었어도 가지고 있는 책이기에 더 빨리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조급함을 주는 것까지도 좋았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 따위는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좋다.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자신이 좋아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이 책이 더 공감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책 중간 중간에 담긴 저자의 책에 대한 생각이다. 그중 한 부분을 말해보자면,
<용서받지 못할 책> (107페이지를 살짝 보시라~)
1. 개념 없는 분권 - 600페이지 될까 말까 한 책을 부득불 갈라서 분권하는 것에 분노합니다. 차라리 손에 묵직하게 잡히는 단권이 좋다고요!
2. 넌 어느 쪽 그림 설명이니? - 이미지와 설명이 따로 놀아 연결이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독서 흐름에 상당한 장해를 받는답니다.
3. 넌 미주일 수밖에 없었던 거니? - 31페이지 주석을 보기 위해 916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결국, 보충 설명 부분은 과감히 포기해버렸어요.
4. 표지, 너 습자지로 만들었지? - 읽을 때마다 표지가 줄줄 흘러내리는 걸 매번 끌어올려야 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럼 표지를 벗겨내고 보라고요?
5. 넌 왜 무려 양장이니? - 페이지 수 200쪽도 안 되는 얇은 책을 굳이 양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앙증맞은 문고본은 정녕 만들 수 없었던 건가요? 무조건 양장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닌데 말입니다.
6. 넌 왜 두꺼운 양장이면서 책갈피 끈도 없니? - 근래에 읽은 만화책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두꺼운 만화책에 페이지 수도 없고, 세상에 책갈피 끈도 없는 거예요. 만화책이라도 속독이 불가능한 저는 당황스러웠어요.
7. 광활한 여백의 미 - 책의 성격상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책도 있지만, 지나친 여백으로 페이지 수만 잡아먹는 책은 용서할 수 없어요.
특히 1,3,4,5,7번 항목을 격하게 공감한다. 이해 안 되는 분권과 백여 페이지 분량을 양장본으로 만났을 때의 분노, 여백으로 인하여 책의 페이지 수만 늘어난 것 같은 상황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뒤끝을 불러온다. 주석이 페이지 하단에 없으면 주석 확인하는 것은 과감히 포기(뒤쪽 페이지까지 왔다갔다 너무 힘들어.)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은데 그저 책을 만드시는 분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도 좀 헤아려 달라고........

저자(뚜루)의 북 카툰 중에서 베스트 39편을 모아서 나온 책이다. 그냥 서평집이라고 하면 서운하고, 개인의 독서일기라고 하기에는 막 훔쳐보고 싶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할 때면 아끼는 책에 밑줄까지 쫙쫙 그어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연재할 때마다 다 챙겨보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따로 구독하고 싶을 만큼 저자의 리뷰를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이 더 반가웠던 것은 언급해주는 책들 중에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이 참으로 많았다는 점~ 하지만 소장하고 있을 뿐이지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았다는 점~ 그래서 마음이 바쁘다. 빨리 책장으로 달려가 그 목록을 다 꺼내어 옆에 쌓아두고 싶어서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구를 떠날 그날까지 책과 함께 하고 싶다.’는 저자의 말에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안 그래? 구뤠~~!!

거의 한 달 사이에 서평집 세권을 만났다. 두 권은 소장하려고 내 품에 데려왔고, 한 권은 도서관에서 본 책인데 아직까지 구매여부를 망설이고 있다. 곧 이 책도 내 품에 데려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권 모두 분위기가 다 달라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한권은 좀 진지하고 깊은 맛이 나고, 한권은 심플하지만 다양하고 많은 책을 소개해주고 있었고, 나머지 한권이 바로 이 책이다. 그렇게 각각 다른 세권의 서평집을 만나면서 또 하나 발견한 것은 역시나 서평집을 대할 때 드는 공통된 느낌이다. 그 책에서 소개해주는 책들이,
- 내가 읽은 책이면 무지 반갑고. ㅎㅎ
- 내가 읽지 않은 책이면 리스트가 배불러지고. ^-----^
- 내가 읽지는 않았으나 소장하고 있는 책이면 괜히 낚은 고기 같고. >.<
나만 이런가? ^^ 가끔씩 부작용을 동반한다고 하여도, 다른 이의 리뷰(서평집이라고 하여도)를 만나는 일은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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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2013-02-2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뚜루님 서평을 종종 찾아보곤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낸지는 몰랐네요.
구단씨님이 올려주신 글에서 '용서받지 못할책'들 정말 격하게 공감해요. 특히 전 1번이 싫더라고요.
적당한 분권은 손목보호에 도움이 되지만, 개념없는 분권들은 정말......

구단씨 2013-02-20 11:50   좋아요 0 | URL
어린왕자의 별님 반갑습니다. ^^

이 책 속에서 소개해주시는 책에 대한 사소한(?) 저자의 느낌들이 참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난 책이기도 합니다... ^^
 



지난주부터 책 한권도 안 읽었는데...
눈으로 책쇼핑은 계속 했다. 도서정가제법 강화 시행되기 전에 구매하려고 차곡차곡 쌓아둔 리스트를 열고...
어떤 구간을 먼저 데려와야 하나 고민만 거듭하다가...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 하고, 계속 고민중...
그 와중에 계속 나오는 신간과 함께 다시 장바구니와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번 주 안으로 결정해야 함... ㅜ.ㅜ


<침묵의 미래>는 지인에게 선물용으로 구매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나를 위한 <침묵의 미래>를 구매하지 않았네... ㅡ.ㅡ;; 이번달 넘기지 않고 구매해서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조급함에 장바구니에 후다닥~!!
아.. <롤리타> 안 하던 예판 구매 질러놨더니, 이번달부터 알사탕을 주네. ㅠㅠ 우짜라고... 안 하던 짓을 해서 많이 많이 아쉬워 하는 중이다... 고종석의 <해피 패밀리>는 오랫동안 리스트에 있었으니 이제 꺼내주어야 할 시간... 다행히도 내일이 알사탕 주는 날이니까, 미리 확인하고 결제해야 함... ^^ 아직까지도 망설이게하는 응칠이는 끝까지 고민이네. 사실 이 드라마를 거의 못 본 상태에서 책으로 만나고 싶은 호기심이 더 크기에 계속 관심이었는데... 잘 생각하자~!! 


 


 





보보경심은 이미 입소문으로만 들었다. 너무 재밌다고 하던데, 결국은 우리나라에서 책으로 나오는구나 싶어 반가웠다지.
그런데 분량 상당하던데... 긴 호흡으로 만나야 제대로 의미 파악하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 번 해도 될까요?... 제목이 궁금해서 책 소개 살펴보다가, 언젠가는 꼭 읽어보고 그 호기심을 채워야겠다 마음 먹게 하는 책이다. 상당히 위트있게 그려지지 않을까 싶어서 궁금증과 호기심 증폭중... ^^
장현도의 신간과 김태훈의 신간. 사실 이 두 책은 작가의 전작들에 크게 호감 갖지 못했기에, 살짝 궁금한 정도인데...
그래도 한번은 읽어줘야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책이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 썩 괜찮은 책이라는 말만 듣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중이다. 어여 만나고 싶은....



 





그 외의 책들은, 사실 오랫동안 망설인 책이기도 하다.
43번지 유령 저택은 금방 끝날 이야기가 아닐 것 같아서 기다렸는데 벌써 3권째 나와있고... 나무들의 밤은 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지 않아서 더 궁금하다. 책값도 상당해서 무리해야만 만날 수 있는 책. 하지만 소장 가치 충분히 있는 책이지 않을까 싶고...
시간 가게와 그치지 않는 비... 일단은 내가 읽어보고 싶어할 요소가 많이 있다. 어떤 식으로 나 스스로가 검증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읽어보려고 하는 책...
남대문의 봄은 다음주에 읽게 될 책이고... 마스다 미리의 책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인기가 있는 것 같아 내심 흐뭇해 하고 있는 중....


허한 마음을 책으로 달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인지 우스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는,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냥 이대로 가련다...
뭐... 결론은... 나는 알라딘을 '짝'사랑~ 하였네... 라고... ㅠㅠ


2쇄본 나오면 다시 구매해야 함...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주문에 넣어야 할 것...





입맛 당기게 하는 선물세뚜~
아, 기가 막힌 조합이다...
있는데, 또 갖고 싶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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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짧은 달이 2월인데... 읽고 싶은 책은 이상하게 2월에 더 많이 나온다... 로설이든 일반도서든...









 

 

윤혜인 작가의 신작이 나왔는데...
나는 거꾸로 전작을 찾아다녔다. 그것부터 읽어보고 싶어서...
조용하게 흐르는 느낌을 기대하는데...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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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작가의 꽃송아리.
일단 구매해야 하니까 담는다. 연재도 안 봤으나, 그 분위기는 충분히 즐기고 싶게 만드는 느낌에 주저하지 않고 구매목록에 올린다. 어휴... 언제쯤 읽게 되려나 모르겠지만, 일단은 구매 후 다음주에는 꼭~! 읽어보기~!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책. ^^
상당한 두께에 집중력과 인내심을 요하는 전투력을 상승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읽어봐야 개운할 듯 싶어서~



<트레이더>로 그 돈에 대한 이야기를 살벌하게 들려주더니 그렇게 다시 또 <돈> 이야기가 나온다. 책 표지에서 보이는 '돈'이라는 단어와 숫자가 섬뜩하게 만든다. 물론 이야기는 또 이야기대로의 흥미로움을 주겠지만, 시선을 붙잡아두는 책이 아닐까 싶어 궁금해진다. 
<그럴 듯한 착각들>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 듯한 착각들을 그대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제목 때문에 관심 갖게 된 책인데, 사실은 그 안의 이야기가 더 스릴있게 들려오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내면을 보는 것, 그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 무섭잖아...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아픔과 눈물 그리고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 서늘한 느낌에 아픈 마음으로 보게 하는 <거리의 아이들>. 나무시대는 흙냄새를 맡아보고 싶은 순간에 가까이 하고 싶은 호흡일 것 같아서 표지를 들여다보고 있었고...


어린이 Why시리즈는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의 호기심 충족과 지식 습득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황동규 시인의 <사는 기쁨>은 전작 때문에 더욱 담아보는 책이다...


벌써 1월이 다 갔다. 조금은 포근한 2월을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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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연습
진소라 지음 / 로크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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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햇살은 반갑고, 바람은 너무 차가워서 칼 같고, 회오리바람처럼 휘날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시간 같았다. 오늘은, 그랬다.

‘이건 아니다’ 싶은 순간에 칼같이 잘라내는 여자에게 남자는 연애를 해보자고 말한다. 때때로 우리의 인생에 출몰해서 ‘준비’라는 시간을 갖게 하는 많은 일들처럼 연애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떡밥(?)을 던지고, 여자는 이미 반해버린 남자에게 아닌 척 연습인 척 다가가 본다. ‘아니면 늘 그래왔듯이 잘라내면 그만이니까.’라고 우습게 본 탓에 여자의 연애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진짜’ 연애가 되고, ‘진짜’ 인생이 된다. 물론 그건 남자에게도 마찬가지. 이 와중에 서로가 겪게 되는 진심의 순간들과 오해의 시간들이 당연한 수순처럼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건 이들의 이야기에서 그리 중요하게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이런 시간을 통해서 여자에게 보이던 자기 자신이란 인물이었다.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기의 이기심 때문에 무얼 놓치면서 달려왔는지, 자기가 가로막았던 ‘연애’가 무엇이었는지를 남자를 통해서, 남자와의 연애를 통해서 보게 된다.

뭐 결론은 늘 그렇듯 해피엔딩인데, 그렇게 마무리까지 끌어가는 과정과 읽는 이에게 던져주는 느낌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읽는 내내 생각했다. 좋지 않은 갖은 별명으로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곧 자신이 되어버린 여자 반소은, 이 여자와의 연애를 위해서 한발 양보했지만 역시 그도 자신의 이기심을 먼저 챙겼던 남자 오세준. 반소은의 옆에서 구미호 같은 반소은이 되어가게 만들었던 박볶음, 이십년 지기가 사실은 많은 것들을 누르고 살아왔다는 증거 아닌 증거로 반전을 일으켰던 반소은의 친구 신이. 그리고 내가 그동안 읽은 진소라의 작품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가족이란 캐릭터의 구성들. 아마도 그건 ‘이해불가’ 머리띠를 두르고서야만 볼 수 있는 묘사들이었다. 우습게도 그런 이해불가는 우리의 일상에 너무나도 가까이 있는 모습들이어서 더더욱 부정할 수 없는 모습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그런 캐릭터들 안에서 또 다른 진심들을 꺼내는 모습들이 불러올 감정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자세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예를 들면 이런 구절이 그런 감정을 스멀스멀 피어오르게 한다.
무언가 망친 기분이 들 때, 그걸 빨리 잊으려면 남의 탓을 하면 된다. (83페이지)
우리가 잘(?) 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남의 탓이 아닐까? (이렇게 말하고도 웃음이 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남의 탓을 하기도 하는 찌질한 인간이라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넘기고 싶은 순간들, 잊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을 때, 내 잘못인 것 알고 쿨하게 인정하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남의 탓으로 돌리면 조금 더 빨리 그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나. (아니라고?!) 주로 그런 경우는 자신이 잘못 했을 때 떠올리기 쉬운데, 이들이 말하고 있던 것은 ‘연애’라는 카테고리 안에서의 일들을 주제로 그렇게 해석한다. 그게 연애여서이기도 하고, 조금 더 넓게는 인간관계로 보아서도 마찬가지고. 반소은이 간만 보다가 버리는 것도, 연실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연애를 싫어한다고 해서 연실이), 박볶음과의 계속되는 싸움에서도. 모든 것에서 웅덩이 하나를 건너갈 구실이 되는 것이다, 남의 탓은. 그런데 그 남의 탓이 다시 ‘나의 탓’이라고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는 순간은 온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해도, 우리가 만나고 싶지 않아도, 우리의 의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라도.

반소은이 오세준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변해가는 과정, 다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볼만하다. 남자는 그래도 연애는 할 만한 것이라고, 그 연애가 비록 실패할지라도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 끝에 상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상처를 상쇄시킬 만한 기쁨이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여자는 그에 반박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상처를 갖기 싫어서 연애를 안 하는 수도 있다는 듯이, 뜨뜻미지근한 게 살아가는데 편리하다는 듯이 그렇게. 살아가는 게 전쟁인 것처럼 연애도 싸워서 이겨야할 것들 중의 하나라고 여자는 생각했던 것일까. 그게 서른을 바라보는, 이십대가 아닌 삼십대가 가져야 할 연애의 자세일까. 분명한 것은 스물의 연애와 서른의 연애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름’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 것인지 이 여자 반소은이 이 책을 통해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미지근한 게 좋아서는 아니겠죠. 뜨거워질 용기가 없고 차가워질 각오는 안 되어 있으니 이렇게 가는 거죠.” (182페이지)
언젠가부터 우리는 몸을 사리고, 상처가 두려워 손을 내밀지 않고, 내 자존심을 보호해야 하고, 어느 정도 나를 감싸줄 수 있는 중간의 자리에서의 삶을 ‘안정’이란 이름으로 지켜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받아본 사람에게 다시 상처를 겁내하지 말라는 것은 교만한 오지랖이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함을 선택해야만 했던 시간들을 인생에서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다. 내가 반소은에게 보았던 것은 그녀가 가족을 보면서 키웠을 차가움, 연애인 듯 아닌 듯 흘러간 시간들에게서 배운 처세술 같은 것이었다. 지금 여기서 말하는 미지근함 같은 것. 그런데 그게 연애에서도 같은 흐름으로 보이니, 인생이란 우주에서 연애라는 지구는 참 작은 것 같으면서도 가끔은 전부일지도…….

그런 그녀가 연습 혹은 계약이란 이름으로 했던 세준과의 연애는 뜨거워질 용기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지근함이나 차가워짐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열정이 식을 때도, 얼음이 녹을 때도 있는 것이 인생이자 연애일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 역시나 사람에 따라 다르게 흡수될 터이니 ‘그런 것이다.’하고 단정 지어 말하지는 않겠다. 책 속의 구절처럼 ‘어떤 일이든 알아야 할 시기를 지나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연습 연애라니, 계약 연애라니. 제목과 이런 저런(내가 읽기 전에 생각했던) 것들이 안타까웠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이야기였다. 반소은의 인생과 연애에 오세준이라는 적군의 침투는 스스로 걸어 들어온 인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인질의 처리문제는 오직 반소은이라는 아군의 마음이다. 행복한 인질로 만들어주었을지 괴로운 포로수용소로 느끼게 해주었을지…….

식상한 소재에서 내가 건져내고 싶은 것은 나에게만 주는 어떤 ‘느낌’이었다. 가슴이 따끔따끔하게 만들어주는 상황들과 툭툭 심장이 떨어질 것만 같은 어떤 문장들 앞에서 이 책의 매력을 발견한 것 같다고. 주인공 한 사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게 하는 것도, 그런 배경들이 같이 가져오는 가슴 울림-슬프다는 울림이 아님-은 이들이 만들어낸 해피엔딩이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도 인정할 수 있게 했다. 얼굴이 찢어질 것 같은 이 추위도, 지금 흐르고 있는 이 겨울의 모습이니까. 무언가를 억지로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닌 인정하는 것, 조금씩이지만 변해가고 배려하는 것, 그게 이들이 만들어낸 해피엔딩이자 행복의 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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