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겨우 해가 보인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밖에 나갔었는데 안개가 잔뜩 끼어있었더랬다. 오늘 날씨 더우려니 싶었는데, 그 안개가 아침에도 걷히지 않은 상태로 이슬비처럼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받고 동네 골목을 나갔었다. 안개를 피하고자 우산을 쓰다니. ^^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알라딘 노트를 다시 또 들여다보고 있었다. 구매 시에만 증정하는 노트를 한권 데리고 왔는데, 갖고 싶은 한권이 더 있어서 고민에 고민만 거듭하고 있었다. 책으로 채우고 받아야 할지 따로 노트만 한권을 구입해야 할지... 다행스럽게도 구매목록이 걱정되지는 않는다. 지난번 주문 이후로 살펴보니 그 사이에 새로운 목록이 채워졌기에 사고 싶은 책이 자꾸 노트와 함께 눈앞에서 왔다리~ 갔다리~


인디고 고전 시리즈는 내용도 부담없지만 디자인이 예쁜 책으로도 유명하다. 처음 낱권으로 한권씩 데려오고는 하지만, 결국은 이 빠진 것도 채워주고자 할때 박스세트로 자연스럽게 데려오고는 한다지. ^^ 책이 내용만큼이나 디자인도 눈에 담게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헤르만 헤세 세트는 한꺼번에 만나기 좋은 작가여서 탐난다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민음사의 고전 세트로 나오는 것은 저렇게 박스가 뚜껑까지 있어서 좋다. 박스 안에 여유 공간이 있어서 한번 펼쳐들고 나면 책배가 부풀어 오른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박스 공간까지 염두해 두었던 게 아닐까 싶다. ^^








이창래의 책을 어제 도서관에서 살짝 보다가 미처 데리고 오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대출 한도 권수에 걸려서...) 웅장하면서도 그 아픔의 시간들을 봐야한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극찬이다. 꼭 한번은 만나고 싶은 책. 요 네스뵈의 신간 역시 노트 구매에 활력을 만든다. ^^ 전작들을 이미 만난 사람이라면 당연한 수순처럼 이 책도 쏘옥 안아갈 것이다.
창비 만화 어깨동무... 아, 창비 만화는 말이 필요없다. 신문이나 칼럼을 대신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커서 한번씩은 챙겨보게 된다. 북노마드의 아름다운 느낌 역시나 만나고 싶은 책... 북노마드 책은 어떤 여유를 만들어주려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3시의 나... 
 

함민복의 시집을 아직 못 읽어봤다. 한참을 눈에 담았는데 장바구니로 쏘옥 담겼다. 입소문으로 먼저 들었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과 퇴마록 외전. 인기가 상당하더라.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눈도장 콱 찍어버림... ^^ 표창원 교수의 이름으로 먼저 알게 된 책이다. 전부터 그 이름 머리에 박혔었는데, 이번 책은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그에 대한 선입견을 사라지게 할 것 같다...

새학기가 시작될 때, 또는 취학 아동에게 선물할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보리국어사전을 고른다. 어떤 책 선물할까 항상 많이 망설였는데 이 책만큼 유용한 것은 없을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크면 인터넷 검색이나 백과사전을 이용해도 좋지만 그 나이에는 이게 안성맞춤형으로 보였다. 나 역시도 직접 몇권 구매해서 선물하고는 했는데, 어른이 봐도 흥미로울 책이다. 단어 하나하나의 설명과 가운데에 들어간 삽화. 단어가 설명하는 것을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 넣어 이해를 돕는다. 딱 좋음. ^^

한국사 편지 역시나 마찬가지. 이건 주로 초등 고학년 대상에게 선물하고는 했는데, 개정판 만나니 더 반갑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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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었던 로맨스소설이 딱 한권 있었다. 3월이 되면 그 책을 읽어야지 했는데, 드디어 나왔다.
전작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이 없네... ㅡ.ㅡ;;;
그래서 아쉬운대로 신간이 나오면 제일 먼저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청춘 탈출> 웨인(배근옥)











 

 







김 비서는 왜 그럴까... 이 책 읽고 시원하게 깔깔깔 웃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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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있어서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숙제처럼 무언가를 다시 해야 할 때나 꼭 필요한 어떤 부분을 찾아내야 할 때 같은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는 한,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펼쳐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나의 성격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몇 번씩이나 손길이 가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출간된 지 딱 10년,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나고 같이 흘러왔던 시간과 거의 비슷하다. 처음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던 이 책을 만났을 때는 로맨스소설인줄도 모르고 만났다. 읽다보니 점점 빠져든다. 말랑말랑한 감정 하나만을 주고 있던 게 아니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로맨스소설이되 로맨스소설만은 아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저절로 그 공감의 둘레 안으로 파고들어가게 했다. 몇 번을 도서관에서 이용하다가 결국은 구매하고야 말았다. 이 책은 나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야만 했던 운명인 것처럼 그렇게, 나와 같은 공간에서 그 긴 시간동안 이 책으로 울고 웃고, 위로 받고 보듬어주고, 공감과 이해를 같이 경험해왔다. 이 책의 어디쯤 펼치면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맞춤형으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이른 듯하다. 이쯤이면, 나의 모든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이 책에게 ‘절친’이라고 이름 붙여줘도 되지 않을까? ^^ 그리고 몇 년 동안 들어왔어도 질리지 않을 이 말이 어느 순간 이 책과 동의어가 되어가기도 했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서른 한 살의 라디오 작가 공진솔과 서른세 살의 라디오 피디 이건의 사랑이야기다. 프로그램 이름마저도 구수한 <노래 실은 꽃마차>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게 되면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다. 그런데 이 남자 건PD, 시집까지 냈던 시인의 경력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소심한 진솔은 더 긴장한다. 글 좀 쓴다고 해서 혹시나 작가를 괴롭게 할까 싶어 마음의 경계를 세우지만, 시간과 마음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마음이 다가갈수록 서로를 더 알게 되고 동료 그 이상의 감정이 싹튼다. 그러면서 또 한 번 겪게 되는 사랑이란 풍랑을 두 사람은 어떻게 건너갈지가 궁금해 내 마음도 동행한다.

라디오라는 단어가 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여전할 수 없었던 걸까. 한때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것이 엽서나 편지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워드프로그램으로 타이핑한 것이 아닌 손으로 악필일지라도 손으로 꾹꾹 눌러서 쓰는 그 힘에 온 마음을 담아 적었더랬다. 마치 그 순간 그렇게 적어 보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마음을 그곳에 담아내야만 했었다. 그리고 운이 좋아 전파를 타고 나에게로 다시 날아오면 무언가를 털어내는 듯했다. 가슴 속 이야기들을 날려 보내고 듣고 싶은 음악 한곡과 함께, 그렇게 또 한 번 마음이 가벼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던 때가 있었는데. 어떻게 틀리지 않고 쓸까 하는 마음과 적어가는 동안 한 번 더 내뱉는 말들이 주는 개운함과 우표를 붙이고 날아가는 시간, 다시 또 돌고 돌아 나에게 들려오던 시간들이 지금은 사라진 듯하다. 문자 한통에 실시간으로 소개되는, 누군가의 사연이나 이야기가 이렇게 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만나는 이 책은 그래서 조금 더 느리게 흐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 역시나 그렇게 느리고 단단하게 흐를 수도 있다는 듯이……. 그런 방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깊어져가는 모습을 건과 진솔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두근거렸던 시작과 서툴게 차단했던 마음과 그래도 사랑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감정들이 풀어내는 것은 온기였다고,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고.

아주 어렸을 적에, 삼십대가 된 어른의 모습은 사랑이 아니라 삶에 익숙해지는 게 먼저 그려지고는 했었다. 몇 살에는 무엇을 하고, 몇 살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이미 정해진 매뉴얼대로 진행되고 있는 삶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그렇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생각되더라. 그런 순간들 속에서 진솔과 건을 만났다. 서른이 넘은 사람들, 사랑도 해보고 이별도 해본, 가슴에 크고 작은 상처 하나쯤은 안고 살아왔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듣고 싶어진다. 평범한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나도 같이 녹아드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한번쯤 사랑에 실패해봤던 이들이 조심조심, 그러나 진심을 다해 또 다른 사랑에 다가가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마음이 사랑인 걸까 거듭 확인하고 싶어지고, 사랑이라 표현하고 다가가도 될는지 조심스럽고, 이 사랑이 무사히 앞으로 갈 수 있을지 염려스럽고……. 그러면서도 계속 가고 싶은 이유, 사랑이란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이유를 버리지 못해서인 건 아닐까, 라고.
어쩌면 이리, 쉬운 일이 하나도 없을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잊는 것도 죄다 어렵다. 만만한 일이 뭘까, 세상에서. 마음속에서 메아리가 윙윙 울리고 있었다. (352페이지)

이 책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주변의 사람들은 건이 나쁜 남자라고 했다. 가만히 있는 진솔을 흔들어 마음을 고백하게 만들더니, 정작 고백을 듣고서는 그 마음을 자신의 마음대로 정의해버렸다. “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몰라요.”라고. 진솔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여놓고 순간 진심을 말해버린 자신의 마음을 바보 같이 수습해버렸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그런데 정말, 이런 건이 나쁜 남자일까? 몇 번을 읽었어도 나는 잘 모르겠다. 온전하게 진솔에게 가기 위해 망설이던 것도, 자신의 마음을 인정했을 때 따라올 기다림도, 그가 주었던 아픔들에 대해서 그가 치유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남자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건을 나쁜 남자라 말할 때 속으로 웅얼웅얼 하고 싶은 말을 참고는 했다. ‘진짜 나쁜 남자를 못 봤구먼.’하고 말이지. ^^ 나라고 나쁜 남자를 알아봤자 얼마나 알고 있겠는가. 다만 이 남자, 건이 진심을 말하고 다가가는 모습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이해해주고 싶은 아량이 발동한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더 현실감이 느껴지게 했던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어서, 일상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 시행착오를 하는 게 사람이라서 인정하고 싶은 남자라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하나하나에 우리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어서 더 애틋한 소설이다. 바람 따라 떠도는 자유를 느끼고 싶은 선우, 그런 선우에게 자신을 봐달라고 애쓰는 연인 애리, 자신의 진짜 사랑이 이 사람인지 저 사람인지 찾지 못해 우왕좌왕 고민했던 가람, 사랑으로 받은 상처에 다시 오는 사랑이 주춤거렸던 진솔과 건. 그리고 인생이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의해주신 이필관 옹까지.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 이들이 취하는 행동,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메시지들이었다. 언제 어느 때 다시 만나도 그때그때의 마음에 스며들어 치유해주는 힐링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책을 다시 찾은 이유도 거기에 있을 테지. 마음이 두 동강 났을 때, 나를 다독여주고 싶을 때, 봄의 시작에 찾아온 지금의 꽃샘추위를 혼내주고 싶게 따스함 전해 받고 싶을 때.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이 책을 만나야 할 이유가 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로, 더 이상 이 책을 로맨스소설이라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단맛 쓴맛, 살아가는 매 순간의 모든 맛을 경험하게 해주는 인생소설이라 명명하면 어울리려나. ^^ 여전히 사서함 110호의 <노래 실은 꽃마차>의 사연도 계속되고 있을 것만 같다. 아직도 진솔과 건이 거기에 있을 테니까...

2013개정판에 부록처럼 수록된 단편 「비 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의 제목은 이 책을 읽은 사람이면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 것이다. ^^ 그래서 내용도 연상이 되기도 하는데, 이 단편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다른 내용이다. 오래된 골동품을 파는 가게의 남자와 파꽃을 그리는 여자가 남포등이 켜지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안에 두 사람의 추억과 함께 한 이야기가 겹쳐져 하나로 이어진다.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도록~ ^^



Dear Diary

잘 자요. 좋은 꿈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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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즈음, 혹은 자정을 넘어서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를 확인하는 일에는 공포가 먼저 찾아온다. 무슨 일이 있을까, 어떤 마음으로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할까 싶은, 마음의 두려움이 먼저 찾아오는 순간...


한 달쯤 전, 자정을 넘긴 시간에 문자 수신음이 들려왔을 때 나는 확인하지도 않고 너라고 생각했어. 무서운 시간에 확인해야 하는 무서운 내용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그러고 나서 ‘누군가가 됐든지 나에게 칭찬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다. 너도 쓸 만한 사람이라는 말, 듣고 싶다.’라는 말을 보고 있던 나는 한동안 멍했었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몰라서 당황하기도 했다가, 차라리 일찍 잠이 들기라도 했으면 다음날 아침에서야 확인했다는 변명이라도 해볼 텐데, 라며 답답해하다가... 캄캄한 밤에, 나부터 무서워지는 그 느낌에 문자 속의 너의 마음을 읽고 또 읽었더랬지. 결국 나는 ‘너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다.’ 라는 틀에 박힌 답문자를 보내고 말았어. 답을 바라고 묻는 말이 아니었음에도 그 밤에, 네가 조금이라도 잠이 들기 위해서는 무슨 말이든 한마디가 필요할 거라는, 나만의 생각으로 그렇게 보내고 말았지. 동시에, 그것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어. 너를 위로한다는 핑계 삼아 나에게도 하고 싶었던 말, 살기 위해 숨을 쉬고 허기를 느낄 때 배를 채우고, 졸음이 몰려와 잠을 자고, 시간이 돌아 아침이라고 눈을 뜨고... 그렇게 돌고 도는 일상에서 네가 숨 쉬고 있는 이유, 분명히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게 나의 진심이든 공포를 떨치기 위한 몸부림이든, 나는 뭐라도 해야만 했지.

그때 너는, 조금이라도 잠을 잘 수 있었어?
나는 한숨도 잘 수 없었어. 항상 생각했었거든. 내가 모든 것으로부터 숨어버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 번호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번호를 바꾸게 된다면 새 번호 알림 서비스마저 신청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십년이 넘어버린 이 번호를, 나는 아직도 버리지 못했어. 그러고 나서도 계속 생각했지. 내가 구닥다리 같은 이 번호를 버릴 수 없는 이유가 뭘까, 하는. 잊히지 않을 만큼만 소식을 전하는 너의 안부를 그렇게라도 듣고 싶어서 바꿀 수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그리고 오늘, 그때와 같은 시간, 너는 또 문자로 마음을 드러냈지.
‘무의미하면서도 숨차게 흘러가는 하루가 지친다.’고 말했어. ‘감당할 수 없는 마음에 눈물이 난다.’고도 말했어. 그 시간에 눈 뜨고 있던 내가 참 싫었지. 그 시간에 그 말을 듣고 있는 나를, 내가 더 감당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 같이, 죽을까?”


라고, 바로 이틀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그대로 답문자로 보낼 뻔 했어. 그때 왜 그 구절이 생각이 났는지, 정신을 차리고 나니까 너무 무서워 손이 떨려왔었어. 차마 버튼을 누르지 않았던 그 순간이 다행이었다고도 생각했지. 사는 게 견디는 것이 되어버리고, 죽을 순간을 바라보기 위해 버텨내는 것이 되어버린 사람도 있다는데... 그런 암흑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누군가보다 지금의 너와 나는 다행인 삶이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는 게 무서웠어. 정말, 이 시간이 너와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일까...


또 다시 너의 진심이 들려오는 순간을 만나면, 나는 또 뭐라고 말해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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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주 사적인 독서』를 만나고 내가 다시 한 번 경험한 감정은 ‘지독하게도 고전을 읽지 않았구나.’ 하는 것이었다. 매번 책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었고, 책을 구매할 때마다 고전을 구매하면서도 읽는 속도가 마음을 따라와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점점 더 고전과 나의 책읽기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만나면서 다시 한 번 그 감정을 경험했다. 아, 이번 기회에 또 한 번 그 고전읽기에 도전해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받은 듯하다. ^^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이 총 7편. 그 중에 내가 읽어본 것이 아주 오래 전,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에 『주홍 글자』뿐이었다. 그마저도 사실 지금은 내용조차고 기억이 잘 안 난다. 아, 너무 오래되었구나. 그리고 또 한 가지 상기되는 말은, 아무리 유명한 고전이라도, 이미 어린 시절에 읽었던 것이라도 어른이 된 후에 읽으면 그 느낌이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뭐가 다를까? 아... (또 한 번 아쉬움의 한숨 소리) 어른이 되어 읽지를 않았으니 그 다른 점을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아주 사적인 독서』가 더 반가운 일이다. 말 그대로 아주 사적인, 타인이나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만날 수 있는 책들의 소개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책, 나를 위한 메시지를 찾을 수 있는 책, 그래서 나의 만족을 더할 수 있는 책을 만나야 한다는 의미. 그래서 나는 『아주 사적인 독서』 속에 소개된 7편의 책을 가장 먼저 만나고자 한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
고백하건데, ‘노골적인 성 묘사와 비속어로 인해 많은 논란과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는 문구에서 먼저 꽂혔다고 말하고 싶다. ^^ 잘 몰랐던 이야기에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주제에 이야기 자체로 푹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먼저 제목을 눈에 담았었다. 저자 로렌스가 외설이나 의미 없는 성적 탐닉을 거부했던 사람이었다는데 굳이 이런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 그가 전하는 의미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자극적인 호기심만을 만족시켜줄 게 아닌 그 안에 내포된 진짜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주인공 멜러즈를 통해서 보이고 있다는 작가의 의도, 직접 읽어보고 찾아내야만 할 것 같아서 선택해본다. 그 다음에 내가 할 일은 나의 삶에 적용시키는 일이리라.


 

<주홍 글자>
약 160여 년 전의 미국, 엄격한 청교도적 사회에서 파장을 일으켰던 작품이라 했다. 간음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어긴 한 여자, 헤스터가 가슴에 주홍글자 A를 달고 사는 벌을 받는 상황이 그려진다. 내용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때는 내가 찾지 못했던 그 무엇을 찾아보고자 한다. 헤스터와 그 간통의 상대인 딤스데일 목사, 헤스터의 전 남편인 칠링워스, 이 세 사람이 각각 표현하고 전달하고 있는 이야기의 내면을 보고 싶다. 상황 그 자체보다는 사람의 심리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기대감이 생긴다. 살아가면서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그 심리가 작용하는 힘을 더욱 많이 보게 되는데,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만 같은 궁금증에 꼭 한번은 다시 만나고픈 책이다.


 

<마담 보바리>
오래 전에 소개글에서 봤던 줄거리는 단순했다. 남편에게 만족을 못했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어울린다는 것인데, 그렇게 단순하면 또 고전이 아닐 것만 같다. ^^ 지인이 말하기를, 이 작품은 알 듯 모를 듯 발견하는 그 심리묘사가 볼만하다고 했다. 거기에 여자이자 어른으로 사는 우리를 대입시키라고 했다. 생각과 다른 결혼생활이나 일상이나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듯 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감정들과 현실을 같이 볼 수 있다고 했다. 못 만난 고전들이 많아서 그런지 사뭇 다른 느낌들을 만나는 재미가 상당할 것 같아서, 그 안에 우리의 욕망이 있다고 하니, 더욱 찾아봐야 할 의무가 생기는 듯하다. ^^



 

<돈키호테>
그냥 좀, 웃긴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허무맹랑한 모험담이 아닐까 싶었다. 본의 아니게 영웅담이 만들어지고, 다시 그 영웅담을 확인하러 가는 여정이라니... 웃기지 않은가? 사는 게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작품이 많이 생각나고는 했었다. 현실은 자꾸 변하고, 그 변화하는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내가 있다.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가 읽고 싶은 고전의 목록을 물을 때마다 함께 했던 작품이다. 이번 기회에 다시 상기하게 되어 반갑다.



 

<햄릿>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내용만 알고 있었다. 고전이 주는 착각을 이 작품 역시나 주고 있었다. 읽지 않았으나 읽었다고 여겨지는 착각. 그러한 착각을 지우고자 몇 해 전에 만난 책이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아, 활자로 느끼는 그 섬세함과 감동이라니. 이래서 유명한 고전은 원작으로 먼저 읽어야겠구나 생각했다. 같이 소개된 앞의 책들이 여자의 사랑과 인생에 대한 것을 더 보고 싶은 목적이었다면, 「햄릿」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른 인간에 대해 더 보게 할 것 같다. 남자, 특히 아버지의 힘과 여자들의 억눌림, 그리고 도덕에 관하여 볼 수 있다고 하니 그 유명세를 뒤로 하고 오직 하나의 작품으로만 대하고자 생각해 보게 된다. 결국 직접 읽는 이가 느껴야 할 것들만 보면 되므로...

 

<파우스트>
이 책의 제목을 떠올림과 동시에 드는 생각은 늘 이런 것이었다. ‘어려울 것이다...’ 싶은 마음. 사실 이 책을 만난 이들 대부분에게 쉽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한권의 책을 놓고 쉽다 어렵다 얘기하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 있으나, 그래도 책을 만나기 전의 부담은 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에 그런 투정도 해본다. 괴테가 24세부터 쓰기 시작해 82세에 완성했다는 부분만 봐도 이 책의 분위기가 그려지기도 한다. 긴 시간동안 써 온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 읽고 나서 느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과 부담이 동시에 오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서 나만의 느낌을 갖는 것을 그 이후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신과 대등한 위치에 서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이라니, 이 얼마나 솔깃한 이야기인가 하는 호기심에 나도 파고들고 싶어진다.


 

돈 주앙... <석상 손님>
이런 작품이 있었나? 무지하게 들리겠지만 『아주 사적인 독서』에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알았다. 이런 멋진 제목과 함께 할 내용이 무엇일지 궁금해 죽겠어서 찾아보니 돈 주앙의 프랑스식 이야기라고 하는 부분을 찾아냈다. 그동안 알아왔던 돈 주앙의 이야기와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주 사적인 독서』 안에서 더 자세하고 재미있는 부분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가장 먼저는 내가 직접 만나는 이 책에 대한 것일 테다. 내가 먼저 확인하고 나서 그 후의 이야기들을 모아서 들어보리라 생각한다.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곧 만날 영화를 위해 미리 만나고 싶은 고전 안나 카레니나. 웅장하면서도 보편적인 느낌에 부담 없이 만나보고 싶은 고전이다. 무엇보다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 대한 이유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게 인생의 많은 부분에 작용되는 시작이 아닐까 싶다.



『아주 사적인 독서』 이 한권의 책으로 다른 책, 특히나 그게 고전이라는 점에서 계속 마음에 담게 된다. 만나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정해놓은 목록 그대로를 곧 만나게 되길 바라면서 한권씩 만나는 기대감을 키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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