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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체브라시카 시리즈 세트 - 전3권 - 체브라시카와 새 친구 + 체브라시카의 첫 여행 + 체브라시카와 서커스 ㅣ 안녕, 체브라시카
예두아르트 우스펜스키 원작, 야마치 카즈히로 엮음, 김지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조카들에게 보내주려고 종종 아이들 책을 관심 있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발견한 체브라시카는 아주 귀여운 캐릭터다. 시리즈의 첫 번째인 <체브라시카와 새 친구>의 캐릭터 소개에 의하면, 체브라시카는 곰도 아니고 원숭이도 아닌, 그냥 체브라시카. 얼핏 귀여운 아기 원숭이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네. ^^ 처음 만날 때부터 콱 꼬꾸라지는 모습이어서 그랬는지 이름이 러시아 어로 ‘쓰러지다’, ‘푹 고꾸라지다’라는 뜻의 ‘체브라시카’가 되었다. 곰 같은 색으로 털옷을 입었지만, 덩치로 보니 곰도 아닌 것 같고. 말 그대로 그냥, 체브라시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같은 것을 배제한 채로 인정하면 되는 것을 말하려는 걸까 생각해 보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 <체브라시카와 새 친구>
오렌지 상자에 같이 실려 낯선 나라로 온 체브라시카는 새로운 환경을 접한다. 정말 낯설고, 친구 한 명도 없다.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 같은 걸 품고 있는 동그란 눈이 안쓰럽고 귀여워서 지켜보던 중, 악어 게나의 친구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간다. 그곳에서 악어 게나, 여자 어린이 가랴와 마을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그중 심술궂은 할머니 샤포클라크는 백발의 악동 같다. ^^ 욕심쟁이에 장난도 도가 지나치고. 어딜 가나 꼭 한 명 있는 못된 친구 같은 역할을 샤포클라크 할머니가 표현하는 듯하다. 이들 모두 하나가 되어 '친구의 집'을 짓기로 한다. 누구나 망설이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곳, 수줍게 주춤거리지 않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곳, 마음 놓고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동물 친구들이 힘을 합쳐 친구의 집을 만들고 행복과 우정의 함박웃음을 짓는다.




두 번째 이야기 <체브라시카와 첫 여행>
악어 친구 게나와 함께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된 체브라시카. 기차를 타고 가던 중 기차표를 분실한 것을 알게 되고, 기차에서 내리게 된다. 알고 보니 기차표를 샤포클라크 할머니가 숨긴 것. 기차표를 되찾지 못한 게나와 체브라시카는 기차에서 내려 철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 숲을 발견한다. 아름다운 꽃, 싱싱한 버섯, 나무 열매 같은 자연을 처음 접하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고 신기해하면서도 손으로 꺾거나 망가뜨리지 않는 예쁜 손. 그렇게 걷다가 발견한 어느 강에서 보게 된 오염물질. 그 오염된 물이 공장에서 흘러나와 강으로 흐르는 것을 봤지만, 공장 주인은 딱 잡아뗀다. 게나만의 재치로 응징해주고 공장에서 더 이상 폐수와 매연을 내보내지 못하게 혼쭐을 낸다. 게다가 숲에서 만난 나쁜 사람들의 악행에 도 서슴없이 복수한다. 동물을 잡으려 놓은 덫으로 혼내주고, 물고기를 몽땅 잡으려고 쳐놓은 그물을 건져 올렸을 때 나타난 악어 게나가 겁을 주고. 아주 통쾌한 한방으로 인간의 욕심을 지적한다. 그리고 다시 떠나는 기차 여행. ^^




세 번째 이야기 <체브라시카와 서커스>
마을에 서커스단이 왔다. 체브라시카와 친구들이 처음 구경하게 된 서커스가 마냥 신기하다. 온갖 재능을 뽐내고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싶지만 탈락한 친구들. 그 중에 외줄타기에 도전하고 싶은 소녀 마랴가 불합격하고 우는 모습을 본 게나와 체브라시카는 마랴와 함께 외줄타기 연습을 하며 도와준다. 줄에서 자꾸 떨어져도 다시 올라가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마랴를 응원하고 서커스단에 도전하게 한다. 단장은 마랴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서커스 공연에 오르도록 한다. 동물들의 친구 마랴는 공연에 성공해서 서커스단에 입단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체브라시카는 어떤 동물일까 상당히 궁금했다. 어디서 왔는지 어떤 분류에 포함되는 동물인지...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그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듯, 그런 고정관념을 배제한다. 어디서 왔든, 어떤 종류의 동물이든, 아무런 상관없이 체브라시카라는 이름만으로 존재하게 한다. 정글에서 와서 낯선 동물들과의 첫 만남이 두려울 수도 있는데, 악어 게나의 친구 모집 공고는 어떤 기회를 만드는, 먼저 손 내미는 제스처였다. '우리,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잖아.' 하는 의미였다. 이 책을 만나게 될 연령대가 4~7세라고 나온다. 취학 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닐 나이의 아이들이다. 엄마 품에서, 집에서 익숙한 얼굴과 생활하다가 처음 가게 된 곳의 단체생활이 얼마나 두려울지... 조카들이나 주변의 아이들을 봐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처음 유치원 등원 차량에 아이가 타는데 우는 경우가 많다. 엄마와 떨어진다는 두려움, 모두 새로운 얼굴, 낯선 환경 속에서 보낼 시간이 공포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듯이, 자꾸 넓은 공간, 다른 사람들을 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듯이, 체브라시카 첫 번째 시리즈는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어우러져 가는 과정을 말한다. 친구를 사귀게 되고, 서로 함께 하는 공감을 만들어가고, 우정을 쌓아가는 방법을 그렸다. 아이가 낯선 친구와 환경에 점점 적응해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듯하다. 그 적응과정이 앞으로 어떤 시간을 이어가게 할지, 어떤 아이로 성장하게 할지 긍정적으로 기대하게 한다.
체브라시카 두 번째 시리즈인 여행은, 좀 더 큰 세상 속으로 뛰어든 모습을 그린다. 그 여행에서서 만나게 되는 세상의 부조리와 부패, 자연의 망가짐을 지켜보게 한다. 아이에게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공장의 매연과 폐수를 내뿜는 게 비일비재한 세상, 오염되는 자연을 방치하면서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는 사람들. 자연의 번식과 유지가 필요하고 당연한 건데, 그것을 자신의 뱃속에만 채워 넣으려는 몰지각한 사람들의 횡포를 알려주면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한다. 자연은 어느 한 가지로만 설명되고 포함되는 게 아니다. 여러 가지가 함께 어우러져 자연을 만들고 유지해왔다. 그걸 한 번에 망가뜨리려는 사람에게 보내는 귀여운 경고를 동물 친구들이 대신하고 있다. 악어 게나가 폐수의 출구를 엉덩이로 막아 공장으로 폐수가 역류하게 만들었던 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독한 말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표현해도 되지만 그것 보다는 재치 있게 상황을 되짚어가게 하는 모험 같은 전개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제법 잘 어울린다. 자연을 훼손하는 것 자체가 해서는 안 될 일임과 동시에,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식으로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지 또 한 번 배운 셈이다.
세 번째 시리즈 서커스는, 자신감과 우정이 아이의 어떤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지 보게 한다. 서커스 단원이 되고 싶었던 마랴에게 매번 실패하는 줄타기는 절망일 것이다. 잘되지도 않고, 줄에서 계속 떨어지고, 하지만 서커스 단원은 꼭 되고 싶은 마랴의 간절한 마음. 그때 옆에서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게나와 체브라시카의 모습이 훈훈했다. 아이들끼리의 공감대 같은 거라고 생각해도 되지만 그 바탕에는 되고 싶은, 바라는 일에 어떤 마음으로 도전해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저앉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 넘어질 때마다 포기하고 싶지만 간절한 바람을 항상 상기하게 되는 것, 그 옆에서 응원가를 불러주고 같이 손잡아주는 친구가 고마워서 더욱 노력하게 되는 시간. 마랴의 줄타기 연습 시간은 그런 온기로 행복했을 것 같다.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더욱 최선을 다하게 되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림이 상당히 부드럽게 그려지고 동물들의 모습이 예쁘게 표현되었다. 체브라시카의 처음 모습은 지금 같지 않았다던데, 몇 번의 변화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큰 귀, 크고 둥근 눈, 밤색 털을 가진 동물. 상상만 해도 귀여움 그 자체다. 순진무구한 큰 눈을 반짝이며 많은 것을 보고, 큰 귀로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은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러시아를 상징하는 캐릭터이자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네 차례의 올림픽에서 공식 마스코트로 선정되어 활약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러 형태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하고... 꾸준히 재생산되어 많은 아이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게 자연스럽다.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캐릭터다.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의 전개와 활약, 마음을 담은 이야기가 다정하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자라면서 꼭 한 번은 마주하고 겪게 되는 에피소드에, 아이에게 직접 닿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 배우면서 봐야 하는 것들, 호기심을 채우며 즐길 수 있지만 결코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으로 자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다. 감동과 재미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