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1 - 환혼석, 드디어 새 주인을 만나다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1
김성효 지음, 정용환 그림 / 해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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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의 요정은 아니지만 당신의 고민을 들어주겠네. 이상한 검은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면 의심하지 말고 그 그림자를 한번 따라가봐도 좋겠지. 왕따 지우, 너무 어려진 신선 천년손이, 마지막 구미호족 수아. 이들의 활약이 이제 시작된다. 천년손이 탐정사무소의 문이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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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손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지음 / 내로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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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요술램프 결말이 뭐였더라? 마지막 소원이 얼마나 허무했는지 기억한다면, 원숭이의 손을 들고 함부로 외치지 못할 터이니. 차라리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에게 슬픔은 다가오지 않으리라. 인간의 호기심이란 기발하기도 하지만 어리석기도 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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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르와 장 창비세계문학 9
기 드 모파상 지음, 정혜용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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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이 뭔지 정말 궁금하긴 하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곤 하는데, 분명 축하할 일에 기쁜 것 맞는데, 그 축하와 함께 찾아오는 질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 상황의 질투는 비단 가족에게서만 생기는 건 아니다. 친구나 동료,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감정이라 더 궁금하다는 거다. 예를 들면 이런 거. 며칠 전에 이 지역에서 정말 뜨거운 경쟁률의 아파트 청약이 있었는데, 주변에 당첨된 사람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남편의 직장 동료가 당첨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짜? 잘 됐다, 식구도 많은데 작은 집에서 고생하더니, 이제 3년만 참으면 넓은 새집으로 이사하네? 근데 부럽다. ㅠㅠ 너무 좋은 일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면서 축하의 말을 남겼는데, 축하하는 내 마음도 진심인데, 부러운 건도 진심이라서 말이다. 이상하게도 이런 마음은 일상의 곳곳에서, 특히 인생의 중요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하게 되면 더 속상하다. 나의 진심이 전하면서도 부러움 역시 소화해야만 하니까.


막연한 질투, 형제나 자매 사이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거의 눈에 보이지 않게 점점 자라나다가 결혼식이나 상대방에게 우연처럼 찾아온 행복을 계기로 터져 나오고 마는 질투, 그처럼 가라앉아 있는 질투 때문에 두 형제는 우애와 뒤섞인 무해한 반감의 불씨를 서로에게 품고 있었다. 물론 둘은 서로 좋아하면서도 서로를 탐색했다. (37페이지)


롤랑의 두 아들, 삐에르는 의사이고 장은 법을 공부한다. 곧 변호사가 되겠지. 둘 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인 것 같은데, 이 가족의 삶은 그다지 여유롭지 못하다. 어느 날 아버지의 오래된 친구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 친구는 가족이 없이 사망했는데, 그가 유언으로 장에게 이만 프랑의 돈을 남긴다. 왜 콕 찍어서 장일까? 가족이 없어서 롤랑에게 유산을 남길 정도면 그냥 롤랑 가족에게 남기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롤랑도 아니고, 롤랑의 두 아들도 아니고, 두 아들 중 하나인 장에게 유산을 남기는 걸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싶다. 하지만 롤랑은 자기 아들에게 갑자기 뚝 떨어진 돈에 흥분한 나머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죽은 친구를 잠깐 기억하는, 오래전에 만나고 못 봤는데 자기를 기억해주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그와의 인연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구나 하는 감탄 정도가 전부였다.


이때부터 각자의 생각에 바빠진 장의 가족이다. 장은 이 돈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돈을 받으면서 피어날 자기 인생을 생각한다. 롤랑은 자기 돈은 아니지만 자기 가족에게 생긴 돈에 같이 부자가 된 기분을 즐긴다. 자식이 부자가 되었는데 아버지가 나쁠 일은 없겠지. 장의 어머니는 아들의 미래를 꿈꾸며 그 돈으로 변호사로 살아갈 장의 집 꾸미기에 푹 빠졌다. 단 한 사람 삐에르만이 이 상황을 마냥 즐길 수 없었다. 동생에게 질투도 났지만, 이 가족의 분위기가 한 번에 변한 게 더 화가 났다. 아름다운 미망인 로제미유 부인이 장에게 마음을 주는 것도 짜증이 난다. 장에게 돈이 생겼으니 더 매력적으로 보이겠지? 무엇보다 이 유산 상속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보니 뭔가 꺼림칙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부자연스럽고, ‘?’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의문은 점점 의심으로 짙어지면서 삐에르는 이 유산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게 된다. 사실은 엄마의 정부가 장에게 유산을 물려준 것은 물론이고, 장은 그 정부의 아들이었던 거다.


그는 어머니가 이처럼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이고, 그러한 고통이 자신의 원한을 덜어주고 어머니의 타락으로 생긴 빚을 줄여준다고 여겼다. 그는 자신의 사명에 만족한 판사처럼 어머니를 응시했다. (155페이지)


막장드라마는 한국에만 있는 건 줄 알았는데, 프랑스에도 있었네그려. 이 모든 상황을 알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어머니에게 따질까? 세상에 폭로하고 장의 유산이 더러운 돈이라고 떠벌릴까? 아버지에게 먼저 말하고 어머니와 장을 내칠까? 삐에르가 이 사건의 내막을 알아가기까지 굉장히 흥분하면서 읽었다. 이거 훤히 보이는구먼, 수상하다 수상해. 그 과정에서 조금씩 비치는 삐에르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이 소설이 막장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거라는 걸 말한다. 상황이 만든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장에게 어머니의 비밀을 터트렸지만, 삐에르가 이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점점 어머니의 목을 죄어오듯 하는 삐에르의 태도는 잔인하게 보이면서도 이해가 된다. 어머니의 불륜을 알고 난 후에 어머니를 어떻게 봐야 할까, 아무것도 모르고 새집을 구하고 꾸미기에 바쁜 장이 얼마나 미웠을까, 혼자 돈벼락 맞은 듯이 즐거워하는 아버지를 보는 마음은 또 어떻고. 잔잔하게 흐르면서 이 가족에게 떨어진 유산이 초반부의 흥분을 고조시켰다면, 소설의 중반 이후로는 삐에르가 느끼는 혼란을 중심으로 인간의 모든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 묘한 심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슴 속에서 들끓는 것을 꺼낼 수도 없는데, 이걸 또 담아둘 수도 없다. , 나는 이럴 때가 가장 싫더라. 나쁜 결정을 했을 때보다 더 정신이 피폐해지곤 하는 이유가 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떤 선택과 결정도 쉽게 이뤄지지 않을 때 말이다. 그것도 가족을 상대로 끊임없이 이 상황에 휘둘리고 있으니 어쩌면 좋은가. 문제는 롤랑을 제외한 이 가족 모두가 괴롭다는 거다. 아들이 알아버린 어머니의 불륜을 서로가 수면 위로 올리지 못하고 받아들이고야 마는 결정 앞에서, 그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완벽한 해결은 아니니까. 어떤 식으로든 결론은 나기 마련이고,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그 해결의 주체가 장이 된다는 게 예상 밖의 흐름이었다. 순둥순둥해보이던 장에게도 인간의 본성이 있긴 했구나 싶다. 가진 것을 놓칠 수도 없고, 어머니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도 없으니, 뭐라도 해야 했겠지.


참 고약하지, 삶이란 건! 어쩌다가 거기에서 약간의 달콤함을 발견하면, 거기에 빠져드는 죄를 범하고 훗날 호된 댓가를 치르잖니.” (212페이지)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던 건 등장인물 모두의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벼락 맞고 좋아하는 것도, 사랑을 선택하는 것도, 지켜야 할 것을 먼저 계산하는 것도. 인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음을 또 한 번 확인한다.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다. 여담이지만, 차라리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돈벼락이 즐거운 롤랑이 되고 싶기도 하더라.



#삐에르와장 #모빠상 #문학 #창비세계문학 #소설 #막장드라마 #불륜

#인간심리 ##책추천 #인간의마음 #가족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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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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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카페에 가입한 지 1년 정도 되었다. 처음에는 이 동네 정보가 좀 필요해서 몇 가지 도움을 받고자 가끔 눈으로만 보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습관처럼 하루에 한 번은 카페에 접속한다. 지금도 사람들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이 동네의 많은 정보를 쏟아내고, 누군가는 질문을 올리고 답변을 구한다. 한동안 나는 이 카페에서 올라오는 층간소음에 관한 글을 엄청나게 찾아 읽었다. 굳이 검색하지 않으려고 해도 하루가 멀다고 층간소음 피해 호소 게시글이 등장한다. 아이들인데 뛰지 말라고 할 수 없어서 괴롭다, 조금만 움직여도 아래층에서 올라온다, 위층은 이 새벽에 공구를 사용한다는 등. 셀 수 없을 만큼의 이야기에 댓글을 남기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피해에 공감하는 마음이 넘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에 한 개의 댓글도 남기지 않았다. 댓글을 남기면 내가 사는 아파트가 노출될 거고, 나중에 이사해야 하는데 아파트 매매 글 올리면 우리 집이 층간소음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 테고, 그럼 사람들이 아니까 아파트가 잘 팔리지도 않겠지. 아니면 헐값에 내놓아야 조금 관심 가질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웃기지만, 그랬다.


층간소음 문제 하나로 나는 몇 년 후가 될지 모를 문제를 지금부터 고민했다. 고충을 털어놓는 것도, 그 문제의 공감을 얻고 싶은 바람도 묻어둔 채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어느 아파트에 사는 누가 이런 문제를 호소한다면 새겨듣는다. , 거기는 피해야지 하면서. 하지만 그건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일이다. 신축 아파트라고 층간소음이 없는 건 아니다. 그건 사람의 문제고,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결론으로밖에는 할 말이 없다. 이게 뭐라고, 나는 내 마음을 돌보는 일보다 이 동네와 이 아파트의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것이 두려워 말을 못 했을까.


어느 집단이든 이기주의가 판을 치기 마련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존재이니까. 태어나서 처음 인연 맺은 가족이라는 집단도 자기 가족 우선의 이기심이 발동하곤 한다. 내 가족, 내 새끼가 먼저이고 중요하다. 세상의 많은 것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건 인정한다. 나도 그러니까. 그런데도 이 소설 속 인물들에게서 보는 건 이기심을 넘어선 개인의 욕망 때문에 누군가 흘리는 눈물이었다. 배려와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상대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알아도 나를 먼저 생각하면 그런 행동도 가능하다. 내가 덜 아프고 상처받기 위해서, 내가 조금 더 편하고 많이 가지려고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에게서 보는 양가감정을 우리 모두 느끼고 살아간다는 게 현실이다.


서영동 동아1차아파트의 입주자 카페에 글이 올라온다. ‘봄날아빠는 아파트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에 울분하고, 용산보다 여기가 못한 이유가 없다고 피력한다. 그에 사람들은 동조한다. 맞다고, 이렇게 살기 좋은 곳이 제 가격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옆의 아파트가 1년 사이 1억이 오를 동안 자기 아파트만 그대로라고. 이 사람 참, 말을 잘하네 싶은데, 한편으로는 의심도 된다. 이 사람 누구지?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이지만, 몇 마디만 쏟아내면 몇 동 몇 호의 누군지 아는 건 시간문제다. ‘은주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키우는 일에 집중한다. 그 동네에서 유명하고 오래되었다는 영어유치원에 보낸다. 내 아이에 최선을 다하는, 다른 아이들 보다 뒤지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희진은 전세 만기 때문에 집을 알아보던 중 살던 아파트와 같은 아파트를 무리해서 매매한다. 대출이 있지만, 그것도 갚아가면 다 재산이라고, 점점 부동산에 눈을 뜬 희진은 이제 15억짜리 평수 넓은 아파트에 산다. 행복하다, 고 생각했다. 서영동에서 대형 학원을 운영하는 경화는 천재적인 지능을 가진 아들을 무기로 보습학원에서 시작해 그 동네 제법 입소문을 탄 학원의 원장이다. 좀 더 좋은 곳으로 학원을 옮겼지만, 학원 확장 때문에 어려움에 부닥쳤다. 아들과의 사이는 멀어졌다. 경화 모자를 돌봐주던 엄마는 아프기 시작했다.


인상적인 인물이 안승복이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이면서, 시골에서 상경해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그의 딸 보미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으려다가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한없이 다정하고 무조건 딸을 믿어주던 아버지, 아버지가 마련한 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보미에게 이제 아버지는 어떤 인물로 비칠까.


그냥 우리 건물 학원들이 좋은 거죠, .”

서영동 학교들은 입시 성적이 좋지 않다. 서영동 아이들은 그런 서영동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백은빌딩 학원은 떠나지 못했고, 서영동 인근의 아이들은 백은빌딩으로 학원을 다니면서도 굳이 서영동을 우습게 생각하고 싶어 했다. 들어오고 싶은 욕망과 나가고 싶은 욕망이 섞여 부글부글 끓는 곳. 학원장이자 학부모이면서 서영동 주민인 경화는 종종 그 입장들이 자기 안에서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149페이지)


얼마나 가지게 되면 욕심부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이들은 각자가 가진 것으로 만족하면서도 타인이 가진 것을 부러워한다. 대부분 타인이 가진 것들은 내가 아직 가지지 못한 것으로, 나에게 결핍된 것들이다. 노력한다고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되지도 않는다. 이 지점에서 무엇을 우선에 두어야 하는지 생각하면, 나는 불행하지 않은 쪽을 택하곤 했다. 완벽하게 마음을 채울 수도 없고 언제나 모자란 것들이 나를 아쉽게 할 테니, 아무리 해도 끝이 없는 욕망이더라. 그러니 이 정도도 괜찮다라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니 나의 그런 마음도 다 위선인 것 같다. 집 안 팔릴까 봐 층간소음도 말하지 못하고, 나중에 더 오르면 좋지 뭐 하는 마음도 있고, 지금도 이 지역에 예정인 청약 소식을 듣느라 귀는 바쁘다. 너무 비싸서 청약이나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신축으로 가고 싶은 이 마음이 조금 웃기다. 나에게 이 정도는 얼마만큼이었을까.


집마다 저마다의 계획과 사정이 있다.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안승복은 더 만족하기 위해 오늘도 1인 시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노인치매요양원이 내 영역 근처에서 웬 말이냐고 외치던 경화에게는 바뀐 상황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자꾸만 오르는 집값에도 넓은 집으로 갔던 희진에게 가족의 행복과 고마움은 여전할는지, 위대해 보이던 아버지의 투자 능력이 아직도 보미에게는 능력으로 보일지,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아파트 주인이 된 세훈과 유정 부부가 각자 본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간 아영에게 편히 쉴 곳은 언제쯤 나타날까. ‘빚투영끌이란 말이 익숙해진 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건지 불행을 쫓아가는 건지. 언제부터 부동산이라는 화두가 우리 인생에 계급을 만들고 이렇게 큰 논쟁거리가 되어 있었던가. 내릴 줄 모르는 집값과 내 집 마련의 꿈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사람들의 슬픔은 어떻게 회복될 수 있지? 거기에 부모의 직업이 아이의 수준을 만들고,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대우로 구별되는 삶의 차이는 알고 있으면서도 읽는 게 불편했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전하는 현실적인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 그곳은 어디이며 무엇인가. 내가 사는 곳이 나를 더 살게 해준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사는 이 작은 동네가 서영동이었다.


그걸 왜 원장 선생님이 고민하세요?”

그럼 모른 척해요?”

그럼요. 남 일인데.”

그런가? 내가 이러는 거 웃기는 일인가요?”

아영은 그냥 멋쩍게 웃었다. 그러자 원장이 혼자 대답했다.

근데 남 일이기만 한 일은 세상에 없더라고요. 나이 먹을수록 더 그렇고요. 그게 맞는 거고.” (238페이지)


지난번에 읽은 세대주 오영선이 부린이의 내 집 마련 입문기 정도로 읽혔다면, 조남주의 연작소설 서영동 이야기는 아파트를 둘러싼 서영동 사람들의 욕망과 이기심을 말하면서, 우리에게 집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읽으면서도 어느 동네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에 섬뜩해졌다. 살아가는 일이 사는 곳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 역시 다양해진 게 사실이다. ‘보금자리라고 불렸던 집은 이제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되었고, 굳이 내 소유의 집이 아니어도 괜찮은 이유가 생기기도 한다. 내 소유의 집이 있다고 모두 행복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순간 그 상황에 내가 더 잘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을 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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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손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지음 / 내로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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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조금 더 어렸다면, 이런 제안에 솔깃했을 것 같다. 무언가(누군가) 나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어떻겠는가. 누구라도 당장 세 가지 소원을 고민하느라 머릿속이 바쁘지 않을까? 이런 기회 언제 또 올까 싶어서, 주저하는 사이에 기회를 놓칠까 봐 애가 타겠지. 기회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말해야지. 내가 간절히 바라는 세 가지를 얼른 입 밖으로 쏟아내야지. 하늘에서 돈다발이 떨어졌으면 좋겠고, 죽는 날까지 아프지 않게 잘 나이 들어갔으면 좋겠고. 또 뭐가 있을까. , 막상 말하라고 하니까 모르겠다. 어떤 걸 제일 먼저 말해야 하는지 마음만 급하고 생각나는 게 없어. 어떡해!!


화이트 씨 가족에게 모리스 상사가 찾아온다. 그는 인도로 파견 갔던 신임 부사관으로, 화이트 씨와는 21년 만에 만났다. 반가운 이와의 재회도 잠시, 그는 이 가족에게 원숭이의 손을 꺼내놓는다. 그것은 늙은 수도승의 주술이 걸려 있었고, 운명이 이끄는 인생을 거역한다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거였다. 세 사람이 각자 세 개의 소원을 빌 수 있다고 한다. 모리스 상사가 원숭이의 손 두 번째 주인이었고, 첫 번째 주인 역시 소원을 이뤘다. 앞선 사람의 마지막 소원은 자기를 죽여달라는 것이었다니,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던 것일까 궁금해질 무렵, 모리스 상사의 소원까지 덩달아 궁금해졌다. 무슨 소원을 빌어서 이뤘는지 모르겠지만, 모리스 상사는 자기 소원을 화이트 씨 가족에게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더 궁금해지는 이 마음은 또 뭐란 말인가.


, 인간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세 가지 소원을 빌면서 위험을 경고했던 것도 무시하고, 화이트 씨는 모리스 상사에게 원숭이의 손을 건네받는다. 소원을 빌기 위함이 아닌 그저 호기심 때문에 받아놓고 한쪽에 그냥 두었을 뿐이다. 여유롭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평범하게 잘 살아가는 이 가족에게 간절한 소원은 없었다. 그런데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원숭이의 손을 손에 넣는다. 그걸 호기심에 받아두었다니 어쩔 수 없지만, 그냥 거기까지였다면 좋았을 것을. 모리스 상사가 차마 다 말하지 못한 경고를 이 가족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장난처럼 농담처럼, ‘원숭이의 손을 들고 소원을 빌었다. 200파운드만 있다면 집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외쳤다. “내 소원은 200파운드야!” 이상하다. 도깨비방망이 뚝딱하는 것처럼 눈앞에 200파운드는 나타나지 않았다. 에이, 좋다 말았네. 아쉽지만 원숭이의 손은 그냥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이었구먼.


거기까지였다면 다행인데, ‘원숭이의 손이야기가 처음 모리스 상사의 입에서 나왔을 때부터 다가오던 불안의 정체는 곧 모습을 드러냈다. 화이트 씨 가족의 첫 번째 소원인 200파운드. 곧 그 돈은 그 가족 앞에 나타났다. 되돌릴 수 없는 대가를 치르고 나서 말이다. 이쯤 되니 살아가면서 저절로 알게 되는 말이 떠오른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더냐. 주술을 걸어놓은 수도승의 말처럼, 인생을 이끄는 운명을 거스르려고 하니 고난이 찾아오는 거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 또 이렇게 생각하겠지. 이 가족의 불행이 200파운드 때문이었다면, 남은 두 가지 소원으로 해결하면 되는 거 아니겠냐고. 그렇게만 된다면야 간단하겠지만, 인생이 어디 또 그렇게만 흘러가지도 않는 거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만 완성되는 게 삶이라면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겠지. 주술인지 우연인지, 저주인지 기적인지 모를 선물 하나에 평온했던 오늘은 달라졌다.


단순하게 본다면 단순하겠지만, 이 짧은 이야기에 많은 메시지가 담긴 듯해서 한참을 읽었다. 당신의 소원이 이뤄진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묻는다. 바라는 소원이 없는데도 호기심에 손에 쥔 것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지 또 한 번 묻는다.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왜 우리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 비밀에 다가서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거다. 화목하고 적당히 잘 지내는 화이트 씨 가족에게 정말 당장 소원은 없었다는 게 진실이다. 그런데도 모리스 상사의 불안한 눈빛을 뒤로하고 기어코 달라고 징징거리는 화이트 씨. 호기심이 이긴 결과는 어땠을까.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예상했겠지만, 그들이 향했던 호기심을 결말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이었다. 물론 되돌릴 수도 없었다. 중요한 것을 잃고 나서 후회해도,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끝이 없는 그 호기심에 또 다가설 것 같은 이 불길함은 뭘까.


비극이다. 소원을 빌 기회가 생겼는데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니. 이 소설의 결말까지 보고 나면,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그 소원 말하기는 어려울 거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는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떤 소원도 함부로 빌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본인의 노력과 의지가 아니라면, 바라던 바가 이뤄져도 기쁘지 않으리. 호기심이 일으킨 좋은 결과물도 분명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노력 없이 주어지는 것은 항상 오래 가지 못했다.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닌, 언젠가 들어온 것보다 더 크게 뺏길 것 같은 불안함. 정말 이런 기회가 온다면 도박하는 마음으로 다가서는 수밖에 없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언제나 선택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자유를 누리며 사는 인간이고, 우리는 그 자유 의지로 모든 순간을 선택하곤 했다. 어떤 결정이든 우리 자신의 몫이라는 게 새삼스럽지 않다. 기회가 찾아와서 소원을 빌어도, 어떻게 치를 대가인지 몰라서 소원을 빌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기회를 얻고 기회를 놓치는 건 똑같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나는 원숭이의 손을 들고 소원을 말하지 못할 것 같아. 너무 무서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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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0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제 손 이야기하시는 줄 ㅠㅠ ㅎㅎ 당선 정말 축하드려요 *^^*

구단씨 2022-03-12 23: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왜 원숭이의 손이 미니님 손을 떠올리게 했을까요? ^^
이 책 재밌어요. 짧고 굵어요.

새파랑 2022-03-08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표지 사진이 좀 무섭긴 하군요 ㄷㄷㄷ

구단씨 2022-03-12 23:2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제목은 약간 의문이 드는데, 표지가 오히려 이 책을 잘 설명한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3-08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구단씨 2022-03-12 23:2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주말 잘 지내고 계신가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었습니다.

이하라 2022-03-08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2-03-12 23: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책 읽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희선 2022-03-08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공짜는 없지요 뭐든 애써서 얻어야 더 그걸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까 싶어요 복권에 당첨된 사람 끝이 거의 안 좋다고도 하잖아요 저라면 복권에 당첨되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조금씩 쓸 텐데... 저는 복권 안 사요 안 될 걸 알기에...

구단 님 축하합니다


희선

구단씨 2022-03-12 23:26   좋아요 1 | URL
저도 정말 그게 궁금했어요. 왜 복권에 당첨된 사람의 이야기는 안 좋은 것만 들려올까요?
돈이 행복을 도울 것 같은데 말이죠.
저 역시도 복권 당첨되면 조용히 당첨금 수령할 겁니다. ㅎㅎㅎ 일주일에 한번씩 사요. ^^

독서괭 2022-03-09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2-03-12 23:2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 책 동화처럼 잘 읽히고 재밌어요. ^^

강나루 2022-03-09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당선 축하드려요.
오늘 투표하는 거 아시지요^^

구단씨 2022-03-12 23:2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사전 투표하고 왔어요. 결과가....

thkang1001 2022-03-0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2-03-12 23:2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러블리땡 2022-03-10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2-03-12 23:2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