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이 책을 사서 고이고이 모셔두었었지. 읽어야지. 너무 궁금했던 책이니까, 읽고야 말거야.

시간이 흐르고 책장에 꽂혀있는 이 책을 볼 때마다 또 생각했지.

언젠가는 읽겠지. 그냥 지금은 다른 책에 밀려있을 뿐이야...









세월이 흐르고 한 권으로 모아놓은 이 책을 다시 샀지. 

세 권짜리보다 더 금방, 한번에 읽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새책을 사고 신났었지.

합본 개정판이 있으니 이제 구판은 필요없어. 책장에 자리도 없는데 구판은 팔아야지 싶었지.

그래서 냉큼 구판을 팔고 이 책을 또 고이고이 모셔두기 시작했지.


2년쯤 전에 이사하면서 어느 정도 책장 정리를 시작했는데, 그때 이 개정판도 정리 목록에 있었다.

이제까지 안 읽었는데, 아마도 이 책을 금방 읽지는 않을 것 같아?

그리고 다시 읽고 싶어지면 도서관을 이용하면 되는 거지 뭐. 그래도 좀 아쉽기는 한데.

아, 정말 생각도 단순하고 판단도 빠른 인간이여... 그래서 중고로 팔아버렸네. 미련이 없.............이?



그런데 말입니다.

이 책이 또 새로 나왔다는 말입니다.









두번이나 중고로 팔아버린,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모셔두다가 내보내버린 이 마음은 뭐란 말인지...

출간 소식을 듣고 다시 사버렸단 말입니다. 하아.....


네에, 받고 보니 양장입니다. 탄탄해 보입니다. 그동안 출간된 버전보다 표지 디자인이 참, 좋습니다.

이거 이거 오래 책장에 모셔두어도 될 정도로 저의 인내심이 생길 것 같은 소장각입니다만............

이번에는 제발, 혹시 되팔더라도, 읽고서 내보내고 싶은 간절함에,

새책 사고 기분이가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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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10-14 14: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읽기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첫 합본으로 읽었는데, 에곤 실레 그림 좋아해서
새로 나온 표지보다 예전 표지가 더 맘이 듭니다만~

구단씨 2022-10-14 16:07   좋아요 1 | URL
제발요...... ^^
저도 첫 합본 표지 정말 좋아했어요. 이 책이 합본으로 나오다니!
합본으로 나온 세 가지 표지 다 예뻐요. ^^

호우 2022-10-1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저를 보는 기분이네요. 너무 끌려서 사고 안 읽고, 정리하고 후회하고. 표지 그림이 좋군요. 어쨌든 새 책은 기분을 좋게 하지요^^

구단씨 2022-10-26 23:02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ㅎㅎ 새책은 기분을 좋게 합니다. 정말 이번에는 꼭 완독하고 싶습니다!!!

여명에선풍적수 2022-10-25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이 책보다 님 글이 더 재밋습니다 진짜로

구단씨 2022-10-26 23:03   좋아요 1 | URL
저만 이런 거 아니죠? ^^

정상맘 2022-10-29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링링 2022-12-1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너무 재밌어요 ㅋ ㅋ ㅋ
 
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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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차 기자가 말하는 국회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다. 현직 기자이면서, 일반인은 잘 모를 곳의 이야기가 펼쳐지니 재미와 호기심이 동시에 일었다. 매체로만 접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했고, 기자라는 존재가 반드시 사실만을 전달한다고 믿지도 않았기에 말이다. 한 편의 기사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듣는 것 같기도 했고, 우리가 보고 듣는 기사의 진실이 어디까지일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읽다 보니 알겠다. 그 분야에서 치열하게 부딪힌 사람만이 적어낼 수 있는 진짜 민낯이 여기에 있다고.


여의도를 배경으로, 국회를 중심으로 모여든 이들이 여기 있었다. 고도일보 정치부 말진 송가을 기자의 국회 출입이 시작되었다. 사회부에서 맹활약을 떨치던 시간은 어딜 가고 여기 오니 다시 말진이다. 정치부로 입문하여 국회에 들어가니, 이 정치판의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사청문회부터 법안 심사, 국정감사, 예산 심사, 각 당의 대표 선거, 지방 선거, 그리고 정치의 꽃 대선까지, 정치판이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한눈에 알 수 있게 그 흐름을 다 겪어냈다. 좋은 기자가 되겠다는 송가을의 활약이 시작되면서, 끝까지 좋은 기자가 되겠다는 다짐이 남아 있을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누구나 시작은 비장하다. 사실만을 전달하는 정의로운 기자가 되겠다는 마음은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온갖 유혹과 회유에 마음을 빼앗기면 권력의 흐름에 편승하게 된다. 송가을은 그 흐름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길을 꿋꿋이 갈 수 있을까?


송가을은 조심스럽고 정의로웠다. 인사청문회에서 나올 법한 후보자의 비리를 파헤치기도 하고, 법안이 통과되게 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빛나는 순간을 보기도 했다.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에서는 그 뒷거래를 확인했다. 당 대표 선거 역시 뒤에 이어지는 지방 선거와 대선까지 연결된다는 걸 알았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의 욕망과 부조리를 확인하면서, 어떤 기자가 되어야 하는지 더 배우고 있었다. 이런 송가을의 다짐은 특종을 만들고,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려는 노력을 더 불태우게 된다. 솔깃한 제보가 들어와도 팩트 체크는 기본이다. 확인 또 확인해야만 정확한 전달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사실도 누군가 읽어줘야 기사가 되기에,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유인하기도 한다. 막상 그 페이지를 열었을 때 만족할 만한 기사여야 낚시질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기자들의 세계라는 이 생존의 현장에서 낚시질 제목을 사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나의 기사를 쓰기 위해 이렇게 많이 뛰고 숨이 찰 수 있을까 싶었다. 닫힌 문 너머로 무슨 말을 하는지 귀대기를 하고, ‘꾸미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기자끼리 연대하거나 정치인과 가깝게 지낼 연결고리를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딜을 하면서 정보를 얻어야 할 때도 있다. 정치적으로 타협하지 않고 오롯이 진실만을 전달하는데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 다짐처럼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각 당, 각 당의 대통령 후보의 마크맨이 되기도 하면서,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 누군가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정치계의 살벌한 싸움판이기도 했다. 그 중심에 국민이 있다는 걸 종종 잊은 정치인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믿으면서 기다린다. 다음에는 더 나은 사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정치인을 뽑겠다면서 말이다.


TV에서 보던 장면들이 그대로 서술되니 신기하면서도 재밌더라. 정말 이렇게 하는구나 싶어서 생생했고, 이런 어이없는 행동을 정말 하는구나 싶어서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발의한 법 제정을 위해서라면 단식투쟁도 불사하고, 선거에서 이기려고 이슈를 만들고 거짓 장면을 연출한다. 가짜 뉴스는 말할 것도 없다. 권력의 갑질은 너무 흔했고, 이 갑질에 희생당한 을은 여전히 숨죽여 울고 있다. 억울해서 마지막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권력자들은 그 희생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이 싸움판 같은 국회의 한가운데서 송가을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게,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애쓴다. 그러면서 그 진흙탕 같은 곳에서 옳은 이념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 타인과 약자를 배려하는 사람, 당론이 아니라 소신으로 한 표를 행사하는 사람, 잘못된 것을 인정하며 바로잡으려는 사람을 이야기를 전한다. 많은 기자가 이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들, 약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자. 난 그게 좋은 기자라고 생각해.” (323페이지)


오늘도 어김없이 인터넷 뉴스를 읽고, TV 뉴스를 본다.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을 기사로 접한다.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내가 지금 보는 뉴스 한 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단독보도라면서 특종을 쏟아내는 뉴스에 어느 기자의 귀대기가 활약했을지도 모르고, 목숨 걸고 공익제보하는 이의 의지가 헛되지 않게 부조리를 밝힌다. 손이 보이지 않게 자판을 두드리며 기사를 내보낸다. 저자의 말처럼, 사회부 경제부를 넘어선 날것이 넘실대는 공간이 국회였다. 사실적인 묘사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소설다운 로맨스는 재미를 더했다. 기자이면서도 이십 대 후반의 대한민국 직장 여성이 살아가는 모습 또한 볼만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습에 많이 공감하게 된다.


국회의사당의 지붕, 그 민트 돔 아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달리며 작가는 말한다. 너무 달리는 거 아니냐고,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길, 민트 돔 아래 밝게 켜진 저 불빛처럼 우리 삶이 반짝이게 만들기를 바라는 말일 테다.


#민트돔아래에서 #송경화 #한겨레출판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책추천 #책리뷰 #하니포터 #하니포터4_민트돔아래에서 #기자 #정치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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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0-1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국회의원들 보면 그 머릿 속이 궁금할 때가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처음 정치를 할 때 대체 무슨 맘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그걸 기억들이나 하고 있는지.

구단씨 2022-10-26 23:0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국민들을 위해 지금 뭐가 우선인지 모르는 걸까요....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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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들을 읽다 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앞서 읽은 영원한 유산은 할머니와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되었을 정도로, 할머니에 대한 감정이 깊게 묻어난다. 도대체 할머니와 어떤 사이였기에 거의 모든 작품에 할머니의 흔적이 남아있을까 싶을 정도로 궁금했다. 이 작품,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를 읽는 일은 그 할머니에 대한 궁금증을 풀 기회이기도 했다. 다 읽고 보니 작가는 이 글을 쓸 수밖에 없던 게 아닐까 싶었다. 작가의 할머니는 작가가 죽을 때까지 닮고 싶은 인물이며, 할머니를 우리에게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존경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기억 속 할머니의 태도는 지금 작가와 딸 관계의 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 현명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된 작가. 아기에게 꿀짱아라는 애칭을 붙이고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엄마였다. 하지만 엄마가 되는 길은 고됐다. 잘한다고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고, 마음처럼 아이와 잘 지내지도 못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지쳐 쓰러질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머리만으로 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깨우쳤다. 아등바등 급하게 갈 필요가 없다는 것, 실없는 농담으로 두루뭉술 넘어갈 수도 있는 것, 티격태격하다가도 어이없게 웃고 마는 게 우리가 경험하고 배운 육아법일 테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웃음도 나고, 한숨이 푹 쉬어지기도 한다. 누구나 비슷하게 건너온 육아의 강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다. 나 역시 아이가 없어도 직접 간접으로 경험한 육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는데, 작가처럼 일상의 모든 면에서 현명하게 살아오신 할머니가 계셨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부모로서, 작가로서 살아가는 일이 막막할 때마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살면서 어려울 때마다 할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떠올렸다. 오래전 할머니가 해왔던 걸 기억하면, 양육의 방식을 새롭게 보게 했다. 할머니와 함께한 유년 시절은 현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할머니의 방법을 배우면서, 아이 앞에서 힘들 때마다 적용한다. 할머니가 보여준 관용의 태도는 양육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면에서 존경스럽다. 특히 미니멀한 언어의 사용은 지혜로운 사람의 그것이었다. ‘말 없는 사람으로 존재했던 할머니는, 모든 일상을 다섯 단어로 채워 넣었다. ‘그래, 안 돼, 됐어, 몰라, 어떡해할머니의 다섯 단어는 단순하고 익숙했다. 저 다섯 단어로 어떻게 일상의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듣다 보면 깊은 속내가 보인다. 공감과 이해가 가득한 말이었다.


할머니의 다섯 단어는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작가는 일상에서 겪는 많은 순간에 할머니의 단어를 대입한다. 아이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언어의 과용이 얼마나 독이 되는지 깨닫는다. 내가 하는 많은 말보다 조용히 들어주는 일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걸 아는 순간이다. 할머니가 보여준 언어의 미니멀리즘이 왜 와닿는지 알겠다. 할머니가 보여준 건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아이를 양육하는 좋은 환경을 몸소 보여주었다는 걸 작가는 깨닫는다. 그 깨달음을 자기가 경험한 육아의 현장에 적용하며 들려준다. 할머니의 유산은 다섯 단어로 채워진 사랑이었다. 누구보다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믿음을 표현하는 태도는 육아의 장을 넘어서 인생의 모든 순간에 담아낼 자세였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테다. 저마다 옳다고 믿는 육아 방식에 최선을 다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 최선이 아이에게도 최선은 아닐 수 있다. 작가의 엄마가 채찍질하면서 좋은 교육과 사랑으로 잘 자랄 수 있었지만, 그게 인생의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삶을 유지하던 작가는 사십 대의 어느 날 무너진다. 이유 모를 무기력함, 작가 생활에 위험이 될 난독증까지 겪는다. 그때 작가가 할 수 있는 건 객관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였다. 자책하지 않고 지금 나를 웃게 해줄 소박함을 찾는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이 시기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마치 우리가 겪은 사춘기와 비슷한 상황이라 여긴다. 지금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 딸을 온전히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이때 작가의 삶의 태도 역시 바뀐다. ‘최선열심이란 건, 지금 내가 해낼 수 있는 만큼으로 인정하는 것. 작가는 이런 마음을 가질 때마다 어김없이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가 이런 작가를 보며 무슨 말을 하실지 안다. “장혀.” 이 한마디는 할머니가 건네는 위로이자 격려이고, 사랑이었다.


환한 웃음과 시무룩한 한숨 사이 정도에 불과한 할머니의 작은 감정 표현은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내 마음을 안정시켰다. 아마도 모종의 동화(同化) 과정이었을 것이다. (188페이지)


읽으면서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이었다. 말이 주는 상처를 생각하니 작가의 할머니가 말하는 다섯 단어는 지혜이고 배려였고 믿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른이란 이런 분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었다. 나에게는 이런 할머니가 없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내가 이십 대 중반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가까운 거리에 살고 계셨지만 자주 보지 못했다. 명절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서로 말을 하는 순간 상처가 되는 말들이 오갔기에 굳이 보고 살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의 이런 기억에 남은 할머니만 생각하다가 작가가 들려주는 할머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금 작가의 모습 기저에 할머니가 존재한다는 걸 알겠다. 고요하게 보내는 사랑의 말이었고, 할머니가 없는 시대에 배우고 살아가는 사랑법이었다.



#나의아름다운할머니 #심윤경 #사계절출판사 #에세이 #할머니 #사랑 #위로 #김영하북클럽

##책추천 #책리뷰 #미니멀리즘 #양육 #경험 #영원한유산 #설이 #나의아름다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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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1-0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11-0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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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튀지 말자. ‘보통혹은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적당히 섞여서 살면 되겠지 싶었다. 딱히 다른 생각을 하고 사는 것도 아니어서 일반적인 사람들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자 한 적도 없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때그때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되는 거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같을 수는 없었다. 비슷하게 살아가되 전혀 다른 방향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 우리, 그렇게 살아가도 되는 거 아니었나?


십 대 소녀 나쓰키는 스스로 포하피핀포보피아별에서 온 마법 소녀라고 생각한다. 나쓰키는 어쩌다가 이런 상상에 빠져들어 살아오게 되었을까. 단순하게 어린아이의 엉뚱한 상상이라고 여겼다. 소설의 도입부에서부터 등장하는 이 판타지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쓰키의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질 때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엄마의 한마디에 상처 입을 때마다 아이는 자책했다. 엄마에게 언어적 물리적 학대를 받는 이 아이가 도피처로 삼은 게 또 다른 세계였다. 유체 이탈 같은 방법으로, 이 상황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쓰키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가 사촌 유우다. 외계인이라고 여기며 돌아갈 순간을 바라던 유우는 나쓰키의 포하피핀포보피아별을 아는 유일한 존재다. 일 년에 한 번 백중날에 만나는 사이였지만, 그 누구보다 가까운 두 아이는 마지막으로 만난 백중날의 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살아가게 된다.


나쓰키에게 놓인 세상은 그저 인간 공장일 뿐이다.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니 부모의 말을 잘 들으면서 자라야 했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공부를 잘 따라야 했다. 그래야만 착한 아이, 부모님의 기대에 맞게 잘 자라나는 아이, 보통의 삶을 누리는 아이로 남을 수 있었다. 나쓰키에게는 이 세상의 방식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저 여자의 자궁으로 새 생명을 번식하기 위한, 육체로 이어진 인간 공장이었다. 잘 키워진 나쓰키 같은 아이는 언젠가 이 공장의 생산품으로 출하될 거다. 이런 방식의 세상은 누가 만든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나쓰키는 이 방식에 반기를 든다. 자기를 이해하는 유일한 대상 유우에게 결혼하자고 말하며 자기 몸이 더러워지기 전에 그에게 닿고 싶어 한다. 육체적 폭력을 당해도 어른들은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육체적 행위에는 야단법석을 떤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쓰키는 도모오미와 결혼한 상태다. 나쓰키가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정신적인 치유와 성장을 이뤄냈을까 궁금했는데, 그녀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흡수되어 잘 살아가고 있었다. 서로가 필요하고 원하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처럼 가게 된 아키시나의 산속 집에서 유우와 재회한다. 이제 이 세 사람, 나쓰키, 도모오미, 유우의 이상한 동거는 새로운 전환을 맞는다.


, 이런 소설이 가능해? 믿을 수 없는 결말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너무 조심스러워서, 이 소설이 흘러가는 모든 과정을 그대로 옮길 수가 없다. 아키시나의 산속 집에 머문 세 사람의 선택을 처음에는 막장 드라마의 삼각관계쯤으로 여겼다. 과거에 결혼했던 남자, 현재 결혼한 남자, 그 사이의 여자 한 명. 이 구도라면 누구라도 나와 비슷한 예상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주인공은 끝까지 평범함을 거부하고 이 세계의 인간 공장 폭발시키고자 한다. 공장의 부품으로 이용되는 여성의 자궁을 거부하며, 인간이 그동안 만들어왔던 규칙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폭파한다. 이들이 선택한 도주이자 자신의 삶이었다.


꼭 같은 방식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반드시 살아남을 것. 이 약속을 지키려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려고 하지만 지구별 인간은 다른 모습의 삶을 용납하지 않았다. 점점 옥죄어오는 지구별 인간의 그림자를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이들이 그 끝에서 마주한 것은 더는 참지 않고 자기 방식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정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고, 어른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려고 착취하는 폭력에 대해 강렬한 결말로 보여준다. 이렇게나 다른데, 끝까지 인정하지 않겠다고?


문장 곳곳에 묻어 있는 소품의 등장이 귀여웠다. 요술봉과 변신 콤팩트, 고슴도치 인형, 마법을 불러오는 퓨트 같이 십 대 소녀의 주변에 충분히 있을 만한 이미지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막상 이 존재들이 일으키는 마법(?)의 힘을 확인한 순간, 우리는 두려움에 빠진다. 굉장히 충격적이다. 이 두려움은 우리가 서로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갈등의 폭발일 수도 있다. 인간은 파란 덩어리였고, 피는 금빛 액체로 흘러내리고, 세상은 온통 핑크색이고... 머릿속에 그려보는 이런 세상은 한번 즐겨볼 수 있는 판타지였지만, 막상 이 소설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은 공포였다. 언제부터 고정됐을지 모를 평범한 삶을 강요하는 일은 의미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고, 어떤 것도 똑같을 수 없다. 그저 각자가 향하는 방향을 보고 살아가면 된다.



#지구별인간 #무라타사야카 #비채 #소설 #소설추천 #일본문학 #고정관념깨부수기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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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 - 벗겼다, 끝나지 않는 전쟁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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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맞춰놓고 챙겨볼 정도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시리즈는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방송을 볼 때도 즐겁게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보고 들었는데, 책으로 정리되어 나올 때마다 복습하는 마음으로 다시 읽었다. 매주 들려오는 주제마다, 세계사에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랍기도 하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겉핥기로 배운 내용,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까지 들려오니 빠져들곤 했다. 시리즈 세 번째 책, 이번에는 전쟁이다. 116년 동안 이어진 백년전쟁부터 가장 최근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방송에서 미처 내보내지 못한 내용까지 더해져 전쟁의 역사가 그대로 들려온다. 우리가 아는 전쟁의 이유와 사뭇 다른 목적이 숨겨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까지 파헤친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 말고, 진짜 이유를 알고 나면 전쟁의 모습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재밌게 지식을 쌓는다는 마음에 읽고 듣기에는 흥미로웠으나, 읽을수록 그 내용은 참담했다. ‘전쟁이란 단어가 주는 장면을 알기 때문이다.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그 참상을 확인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세계사에서 전쟁이 사라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싶은 절망이 앞선다. 누군가 일으킨 전쟁에 나름대로 명분은 있을지 몰라도, 그 전쟁으로 희생되는 많은 사람까지 생각하지 않는 건 잔인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백년전쟁, 미국의 독립전쟁, 아편전쟁, 메이지 유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베트남 전쟁, 소말리아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요구 내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이 전쟁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동안 배워왔던 기억을 꺼내자면, 이들 나라는 갖가지 이유로 전쟁을 시작했다. 그 전쟁에는 양국의 문제도 있었지만,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제삼자가 나서서 전쟁을 발발하며 확대하는 때도 있었다. 각국의 이익을 위한 일이었겠지만, 무모한 시도는 피를 부를 뿐이다.


프랑스 왕위 세습 문제로 시작된 백년전쟁은 17세의 양치기 소녀 잔 다르크의 등장으로 프랑스가 이기는 듯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잔 다르크는 마녀로 불리며 화형을 당한다. 이게 말이 되나? 정치적인 이유로 그녀는 마녀로 처형당했다가 다시 정치적인 이유로 명예를 되찾기도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의 존재는 하나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도 하지만, 어떤 이유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후에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그녀의 존재가 언급되면서 이용되기도 했다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난감하다.


영국의 식민지 13개국이 모여 일으킨 미국 독립전쟁은 그들로서는 치열하게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겠으나, 이 전쟁으로 원주민은 피해자가 된다. 이유도 모르고 연관도 없는 원주민은 피해자로만 남을 일이다. 세상 많은 일에는 주고받기가 이뤄져야 하는데, 영국은 청나라의 차(tea)를 수입하면서 이 거래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나 보다. 자꾸 손해가 나는 일에 청나라에 개항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이에 보복하듯 몰래 아편을 팔기 시작한다. 이미 아편에 취한 사람들을 휘두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영국은 이 공격(?)으로 넘치는 이익을 뽑아냈다. 메이지 유신은 내분의 명분을 외부에서 찾아내려 조선을 이용했다는 게 억울하게 들린다. 듣다 보면 전쟁은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차지하고자 하는 이익을 위해서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원하지도 않는 전쟁의 중심에서 피해자로 남는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은 영국이 개입하면서 시작된 전쟁이었고, 정작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난민으로 세계를 떠돌고 있으니, 이 거대한 사기극의 피해자는 누가 구제해줄 것인가. 답답할 노릇이다.


우리나라도 참가했던 베트남 전쟁은, 처음에는 내전으로 시작되었으나 곧 미국의 개입으로 전쟁의 규모는 커졌다. 이때 사용된 고엽제는 말할 수 없는 후유증을 남겼고, 현재에도 이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 고엽제와 함께 언급된 게 네이팜탄인데, 자료 화면으로 봤던 네이팜탄 소녀의 장면은 끔찍했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아이들이 울부짖으며 뛰어오는 모습을 보는 건 괴로웠다. 누가 만든 명분의 전쟁에서 왜 힘없는 민간인이, 어린아이들이 피해자가 되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피해자가 되는 슬픔은 어떤 전쟁에서도 비슷하다. 베트남 전쟁에 한국군 역시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후에 들은 얘기인데, 한국군도 이 전쟁의 민간인 학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견해라고 한다.


왜 이렇게 전쟁은 계속되는가. 아무리 물어도 대답해줄 사람은 없다.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나라는 자국민 보호와 이익을 위해서라는 말을 하겠지. 장기전이 되어버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영국과 소련이 연관되어 있고, 특히 소련은 나비 지뢰로 또 한 번 아이들을 학살하는 일을 저질렀다. 소말리아 내전은 부패한 정부를 더는 봐줄 수 없어서 시작되었지만, 이는 또 다른 분단국가가 되는 형국이었다. 특히 소말리아 해적은 유명하지 않은가. 이들은 사라져야 할 존재라고 여겼는데, 어느 국가의 투자자들은 이 해적을 지원한다고 하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이 전쟁을 도우려는 것인지 말리려는 것인지, 참 알 수 없도다.



많은 전쟁 중 가장 실감하고 있는 게 올해 2월 발발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기에 더 가깝게 들린다. 이 전쟁을 처음 봤을 때는 곧 끝나겠지 싶었는데, 각국이 원하는 바가 너무도 달라 평행선으로 달리는 듯하다. 러시아는 가스관 공급과 차단을 반복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경제를 옥죄고, 우크라이나 역시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고 하니, 서로의 방향이 다르다는 건 명확하다. 문제는 이 전쟁 역시 피해자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데 있다. 핵무기까지 언급하는 러시아의 공격은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하고 염려스럽다.


전쟁의 이유는 다양했다. 그중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는 역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선택 때문인 듯하다. 내 것이 아니면 탐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좀 더 많이 좀 더 강한 국가가 되어야 다른 공격으로부터 우위에 있다고 믿는 건지 왜인지. 지금, 이 순간에도 갈등을 종결할 수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그 전쟁에서 피해자는 늘어난다. 대화가 필요한 때라는 건 알겠지만, 누구도 쉽게 그 대화의 장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 게 또 문제가 된다. 그런데도 화해와 협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 피해가 더는 계속되지 않도록 말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들려주는 전쟁사가 재미있었다. 학교 다니면서 시험공부 할 때 잠깐 들여다봤던 주제였는데, 이렇게 들으면서 다시 보니 이 역사가 내가 알던 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게 새롭다. 특히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는데, 그 기록의 내면을 조금 더 섬세하게 본 느낌이다. 전쟁에서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고, 피해자도 있다. 이 책에서는 승자뿐만 아니라 패자와 피해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역사를 다양하게 해석해준다. 소개 글에서 언급했듯이,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다툼과 분쟁, 갈등과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지구 어디선가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 전쟁이 끝나야 하는 이유를 같이 들으면서, 인류 역사에서 더는 전쟁이 언급되지 않을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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