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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두번째 에세이 골라본다.

 

 

 

<휘파람 부는 사람>

전작 <완벽한 날들>을 아직 다 읽지 않았다. 그래도 굳이 이번 신작은 읽고 싶다.

소개글에 보면 자연과 인간, 살아간다는 것의 경이로움을 노래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의 느낌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작은 사유, 뜻밖의 관찰 같은 분위기.

추운 계절이 끝나기 전에 읽으면 좋겠다.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소설을 읽다보면 배고플 때가 있다.

문장으로 그려진 음식, 혹은 먹는 것에 묘사는 허기를 불러온다.

특히 한밤에 읽을 땐 주의를 요한다.

그런 공감을 누군가는 알아채고 맞춤형으로 그 배고픔을 더해주려고 하는 듯하다.

문학과 함께 맛보는 음식의 즐거움을 기대해본다.

 

 

<어린이 책의 다리>

어린이에게 현실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양식'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저자의 메시지를 읽고 싶다.

전쟁의 폐허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게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 꿈과 희망, 열정을 전달하는 일.

 

 

 

<전국 5일장 순례기>

제목만 봐도 그림이 그려진다. 내가 사는 이 지역에도 5일장 열리는 곳이 있다.

명절을 앞두고 더욱 북적거리는 모습은 가진 게 없어도 괜히 풍성해지는 기분이다.

전국의 5일장을 얼마나 사람 냄새 나게 담아왔을지 궁금하다.

사람 사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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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1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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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이 비범함이 되는 순간, 삶은 문학이 된다. 『스토너』

 

 

이렇게 평범한 한 인생이 문학이 되고, 공감을 부르며, 가슴에 남을 수 있다는 게, 애틋하다. 스토너의 삶이 너무 익숙한 모습이어서, 지켜보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 마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의 삶에 대해 뭔가 더 극적이고 놀라운 어떤 말을 풀어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읽는 내내 답답했다. '아, 이게 아닌데...' 이거 말고 더 진실 되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찾아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눈에 힘만 주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을 보면서 '우리는 또, 이렇게 왔다가 가는 모습인가.' 싶은 안타까움과 아련함, 담담함, 받아들임, 이었다.

 

처음부터 말했지만, 『스토너』는 너무 평범한 삶을 살아간 한 남자의 이야기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고 자란 스토너. 그는 제 뜻이 아닌 아버지의 의지로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다. 처음 예정대로라면 그는 대학에서 농업을 배우고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가 평생 해왔던 농업을 계속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운명처럼 만난 셰익스피어의 일흔세 번째 소네트가 그의 인생에 없던 길로 인도한다. 이 남자, 문학과의 사랑에 빠진 거다. 혹시 아버지에게 반항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뜻밖에 그의 결정은 고요하게 합의된 것처럼,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대학에 남아 영문학도가 된다. 그 이후의 삶도 평범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모교의 교수가 되어 문학을 가르친다. 출세보다는 학문을 사랑했고, 아내와의 관계가 어색해도 가정을 의지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그냥 '평범하게' 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건 스토너만의 삶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보편적이라 부르는 인생의 모습이다. 태어나고 자라고 공부하고, 어른이 되어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제 일을 하며 가족과 함께 늙어가는 것. 겉으로 보면 아름다운 아내와 딸을 가진 존경받는 가장의 모습, 명함 내밀기 좋은 교수라는 직함이 그를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 평범함 한편에 늘 자리하고 있는, 불완전하고 불안한 우리의 삶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나 항상 그럴 수만은 없다는 거, 나의 선택으로 진행되는 삶이라도 때론 다른 이의 시선이나 가치관이 나를 나로 살지 못하게 한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자라면서, 세상을 겪으면서 저절로 배우고 알게 된다. 스토너가 그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마지막까지 그 자신으로 살아가던 모습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겠지만 온전한 평화와 고요는 아니었을 것 같다.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겪은 것처럼 그의 몸은 피곤해지고 쇠약해지고 망가져가고 있었다. 그래서 더 아픈 거다. 보편적으로 보이는 그 삶에 눈물이 나는 거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살아갈 수 없는 많은 삶을 떠올리게 하니까.

 

그가 태어나서 그의 의지대로 했던 건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자 마음먹었던 순간부터다. 그마저도 온전히 그의 마음 가볍게 계속되었던 건 아닌 듯하지만, 뭐 괜찮다. 그게 시작이었다고 보면 그는 그 순간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었던 거니까. 두 번의 세계대전과 대공황 속에서도 그는 굳건했다. 모두가 입영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학문 곁에 있었다. 누군가 그를 음해하듯 자꾸 찔러대도 상관없었다. 가정이 위태로웠어도, 딸이 망가져가고 있어도 지켜보면 견뎠다. 늦게야 만난 사랑을 놓았을 때도 참아냈다. 그만의 방식으로 참고 견디고,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을 비췄다. 문득, 한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게 뭘까 생각했다. 일이든 취미든, 연인과의 사랑이든, 자녀를 향한 맹목적 헌신이든. 살아가면서 무엇 하나쯤 자신을 지탱하는 게 있을 것 같다. 저마다 다른 선택과 눈으로 그걸 찾아낼 수도 있겠다. 스토너에게 그건 학문을 향한 열정, 문학으로 가는 길 아니었을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온갖 구린 냄새를 맡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버티면서 걸어가게 하는 것. 그건 그가 평생에 있어서 처음 선택한 일이자 애정을 품었던 문학이었다. 그 순간에 그는 빛났고, 아름다웠다. 강의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그만이 문학과 대화하는 것처럼 보인 장면들에서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마치 환희가 그를 둘러싼 듯, 오직 그 순간만 존재하는 듯. 마지막 눈감는 순간까지 그를 이끌어 왔던 건 오직 그 한가지였다.

 

삶이 문학이 될 수 있다고, 문학이 삶을 구원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학으로 어느 한 순간을 위로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삶을 온전하게 주관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토너의 삶의 여정을 그린 이 이야기를 보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든다. 일상의 보통날을 살아가기 바쁜 오늘, 문학의 한 페이지를 들추며 삶의 한 장면을 그리며 빠져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남들이 보기에 실패로 보이는 삶을 관조하며 자신이 걸어온 시간을 읊조리는 스토너. 인생의 성공과 실패, 딱 두 가지의 길이 아니라 그냥 유유히 흘러가는 삶도 문학이 될 수 있음을 스토너를 통해 보여준다. 그저 한 남자의 인생이었다. 태어나고 자라 평범한 길을 걸으며 죽음에 이른 한 사람. 이런 삶이 문학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문학은 늘 비범한 사람이 주인공이었고, 그들의 인생은 높은 파도가 일렁이는 시간들이었으니까. 그런데 스토너의 삶을 같이 걸어오면서 느꼈던 그 소소함, 참고 묵묵히 건너가는 길이, 마치 길 걷다 돌부리에 넘어져 까진 무릎을 털어내는 것 같았다. 말싸움에 지쳐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하며 무시하고 넘어가는 일들, 나를 괴롭히는 작은 공격에서 이겼다는 쾌감에도 인간적인 공감을 만든다.

 

뭔가 얻은 것 같은데, 성공한 것 같은데도 허전하고 고독한 시간은 멀어지지 않고 쓸쓸함을 부르곤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뒤돌아보니 삶의 끝에 서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 밀려드는 외로움까지도 익숙하다. 그럴 때 발견하고 싶은 건 단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두고 내가 열정으로 품었던 것 단 하나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 평범함이 차곡차곡 쌓여 만든 인생이 특별해 보일 것 같다. 스토너에게 그 특별함을 부여했던 건 아마도 문학이었으리라. 그 순간이 그의 마지막이 되어버릴지라도, 그의 평범한 삶이 문학이 된 순간에 고독과 쓸쓸함, 외로움마저 그의 곁을 떠나갔을 것 같다. "세월이 정말이지, 날 듯이 흐르고 있어.(355페이지)"라고 말하는 그의 표현에서 결국 그가 종착역에 도달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 문학의 정점에 다다른 사람이 했던 말. '넌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자신에게 계속 물으며 삶을 반추하는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와 다르지만 닮았고, 닮았지만 다른 그의 이야기를 금방 잊지는 못하겠다. 한 사람의 서사가, 그것도 너무 평범해서 익숙한 삶이 소설이 된 건, 우연이 아니었을 거다. 그의 손에서 떨어진 마지막 책이 보여준 건 책(문학)과 그의 인생이 운명이라는 정의였을지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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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일기예보를 보고 나갔다. 그런데도 나가자마자 비를 맞았다.

오늘 늦은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했잖아.

아침부터 온다고 안했잖아...

우산을 사기도 애매하고 맞고 다니자니 그것도 애매하고.

왜 항상, 그냥 나가면 비가 오고 우산 들고 나가면 비가 거의 안 오는 거임?

그러다가 고민하고 편의점에서 산 비닐 우산이 집에 몇 개나 있는지...

실내에 있을 거니까, 비 오는 거리는 조금만 걸어가면 되니까, 우산을 사지 말자, 라고 생각했는데...

 

퍼뜩,

검정 장우산을 하나 꼭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던 게 기억났다.

그런데 늘 쉽게 구매해지지 않아서 잊곤 했는데,

영화 <강남 1970>을 보면서 다시 검정 장우산이 생각났다.

아, 검정 장우산 아주 튼튼한 걸로 하나 마련해야겠어.

좀 묵직한 걸로, 우산 살이 튼튼한 걸로, 방수가 아주 잘 되는 걸로...

영화는 재미없었는데, 기억나는 한 장면은 이 님들이 죽은 누군가를 묻던 산.

그날 비가 엄청 내렸고, 모두 검정 슈트에, 검장 장우산을 다 쓰고 있었던 거지...

너무 많이 봐서 익숙한 장면.

근데 또 너무 잘 어울려서 빠지면 서운해질 장면...

 

 

 

스토너를 읽고 있는데, 지금 한 50페이지 읽었나...

왜 이렇게 페이지가 안 넘어가지...

이 부분만 지나가면 술술 넘어가려나...

상당히 좋은 책이라는 입소문을 들었으나, 나에겐 아직...

그런데 책은 페이지수에 비해 가볍게 잘 만들어졌다.

들고 읽어도 손목에 부담이 덜 감.

 

 

 

 

아, 요즘 이거에 빠졌어. 힐러...

지창욱은 우리 7살 조카를 닮아서 자꾸 보게 되고, 연기도 잘한다.

스토리도 재밌다.

흘러가는 내용이야 뻔하지만, 그 뻔함을 계속 지켜보게 하는 게 드라마의 매력 아닐까.

다음 회가 기다려지게 하는 드라마 오랜만에 만났다.

힐러, 박봉수, 서정후...

 

 

 

 

 

<나가수3>에 하동균이 나온대. 꺄올~!!!!

티비에 얼굴 잘 비추지 않는데 의외네... 탈락하지 않으면 몇 회는 나올 거잖아.

무조건 첫방은 보겠어!!

 

 

 

 

 

 

이성과 감성이 새로운 표지로 나와서 궁금하군... 양장본이 아니어서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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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5-01-2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 하동균의 팬으로서...이번 나가수3에 출연은 반갑지만...광탈하면 너무 슬플것 같아요. ㅠㅠ 제발...오래 살아 남아주길 바라면서 무릎끓고 볼판입니다.

구단씨 2015-01-22 14:46   좋아요 1 | URL
불후의 명곡에 하동균이 나왔을 때 엄청 집중해서 봤어요.
탈락 안 하고 졸업할 때까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럼 금요일 밤 10시를 매주 기다릴 텐데요... ^^

오후즈음 2015-01-2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 13회를 한다고 하니 완전 기대되네요. 이수가 나가수한테 팽 당하는거 보니 물론 그도 잘못 했지만 참 그렇네요. 제작진들이 진득하지 못하고 팔랑귀 같고
 

도서정가제 이후로 책 구매하는 횟수나 금액은 줄었으나, 그래도 책은 계속 살 거임. 더 신중하고 더 읽고 싶은 책으로. (응? 그러지 않겠어?)
외국문학을 좀 읽고 싶어서 고전 몇 권 구입했는데, 그것도 차근차근 읽어주겠어. 한국문학 좋다고 그것만 먼저 눈에 들이니, 취향이 무서워지더라고. 외국문학이 너무 도톰하고 읽기 힘들고 어려워졌어.(뭐는 어렵지 않겠냐마는...) 그래서 다시 읽어보려고. (응? 넌 원래 게을렀는데 그게 가능하겠냐고? 히잉... 그래고 해볼 거임.)
적게 읽고 느리게 읽고 독서 기록하지 않았던 작년에 비하면, 올해는 한 달에 10권쯤 기록으로 남겨야겠어.(한달에 10권 읽을 수나 있어?) 그냥 끄적끄적 몇줄이라도... (응? 원래 그런 거 성실하게 하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해보겠다고.) 읽은 줄도 모르고 같은 책 두 번 구매하는 일은 이제 그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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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체브라시카 시리즈 세트 - 전3권 - 체브라시카와 새 친구 + 체브라시카의 첫 여행 + 체브라시카와 서커스 안녕, 체브라시카
예두아르트 우스펜스키 원작, 야마치 카즈히로 엮음, 김지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조카들에게 보내주려고 종종 아이들 책을 관심 있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발견한 체브라시카는 아주 귀여운 캐릭터다. 시리즈의 첫 번째인 <체브라시카와 새 친구>의 캐릭터 소개에 의하면, 체브라시카는 곰도 아니고 원숭이도 아닌, 그냥 체브라시카. 얼핏 귀여운 아기 원숭이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네. ^^ 처음 만날 때부터 콱 꼬꾸라지는 모습이어서 그랬는지 이름이 러시아 어로 ‘쓰러지다’, ‘푹 고꾸라지다’라는 뜻의 ‘체브라시카’가 되었다. 곰 같은 색으로 털옷을 입었지만, 덩치로 보니 곰도 아닌 것 같고. 말 그대로 그냥, 체브라시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같은 것을 배제한 채로 인정하면 되는 것을 말하려는 걸까 생각해 보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 <체브라시카와 새 친구>

오렌지 상자에 같이 실려 낯선 나라로 온 체브라시카는 새로운 환경을 접한다. 정말 낯설고, 친구 한 명도 없다.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 같은 걸 품고 있는 동그란 눈이 안쓰럽고 귀여워서 지켜보던 중, 악어 게나의 친구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간다. 그곳에서 악어 게나, 여자 어린이 가랴와 마을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그중 심술궂은 할머니 샤포클라크는 백발의 악동 같다. ^^ 욕심쟁이에 장난도 도가 지나치고. 어딜 가나 꼭 한 명 있는 못된 친구 같은 역할을 샤포클라크 할머니가 표현하는 듯하다. 이들 모두 하나가 되어 '친구의 집'을 짓기로 한다. 누구나 망설이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곳, 수줍게 주춤거리지 않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곳, 마음 놓고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동물 친구들이 힘을 합쳐 친구의 집을 만들고 행복과 우정의 함박웃음을 짓는다.

 

 

두 번째 이야기 <체브라시카와 첫 여행>

악어 친구 게나와 함께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된 체브라시카. 기차를 타고 가던 중 기차표를 분실한 것을 알게 되고, 기차에서 내리게 된다. 알고 보니 기차표를 샤포클라크 할머니가 숨긴 것. 기차표를 되찾지 못한 게나와 체브라시카는 기차에서 내려 철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 숲을 발견한다. 아름다운 꽃, 싱싱한 버섯, 나무 열매 같은 자연을 처음 접하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고 신기해하면서도 손으로 꺾거나 망가뜨리지 않는 예쁜 손. 그렇게 걷다가 발견한 어느 강에서 보게 된 오염물질. 그 오염된 물이 공장에서 흘러나와 강으로 흐르는 것을 봤지만, 공장 주인은 딱 잡아뗀다. 게나만의 재치로 응징해주고 공장에서 더 이상 폐수와 매연을 내보내지 못하게 혼쭐을 낸다. 게다가 숲에서 만난 나쁜 사람들의 악행에 도 서슴없이 복수한다. 동물을 잡으려 놓은 덫으로 혼내주고, 물고기를 몽땅 잡으려고 쳐놓은 그물을 건져 올렸을 때 나타난 악어 게나가 겁을 주고. 아주 통쾌한 한방으로 인간의 욕심을 지적한다. 그리고 다시 떠나는 기차 여행. ^^

 

 

세 번째 이야기 <체브라시카와 서커스>

마을에 서커스단이 왔다. 체브라시카와 친구들이 처음 구경하게 된 서커스가 마냥 신기하다. 온갖 재능을 뽐내고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싶지만 탈락한 친구들. 그 중에 외줄타기에 도전하고 싶은 소녀 마랴가 불합격하고 우는 모습을 본 게나와 체브라시카는 마랴와 함께 외줄타기 연습을 하며 도와준다. 줄에서 자꾸 떨어져도 다시 올라가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마랴를 응원하고 서커스단에 도전하게 한다. 단장은 마랴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서커스 공연에 오르도록 한다. 동물들의 친구 마랴는 공연에 성공해서 서커스단에 입단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체브라시카는 어떤 동물일까 상당히 궁금했다. 어디서 왔는지 어떤 분류에 포함되는 동물인지...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그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듯, 그런 고정관념을 배제한다. 어디서 왔든, 어떤 종류의 동물이든, 아무런 상관없이 체브라시카라는 이름만으로 존재하게 한다. 정글에서 와서 낯선 동물들과의 첫 만남이 두려울 수도 있는데, 악어 게나의 친구 모집 공고는 어떤 기회를 만드는, 먼저 손 내미는 제스처였다. '우리,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잖아.' 하는 의미였다. 이 책을 만나게 될 연령대가 4~7세라고 나온다. 취학 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닐 나이의 아이들이다. 엄마 품에서, 집에서 익숙한 얼굴과 생활하다가 처음 가게 된 곳의 단체생활이 얼마나 두려울지... 조카들이나 주변의 아이들을 봐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처음 유치원 등원 차량에 아이가 타는데 우는 경우가 많다. 엄마와 떨어진다는 두려움, 모두 새로운 얼굴, 낯선 환경 속에서 보낼 시간이 공포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듯이, 자꾸 넓은 공간, 다른 사람들을 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듯이, 체브라시카 첫 번째 시리즈는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어우러져 가는 과정을 말한다. 친구를 사귀게 되고, 서로 함께 하는 공감을 만들어가고, 우정을 쌓아가는 방법을 그렸다. 아이가 낯선 친구와 환경에 점점 적응해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듯하다. 그 적응과정이 앞으로 어떤 시간을 이어가게 할지, 어떤 아이로 성장하게 할지 긍정적으로 기대하게 한다.

 

체브라시카 두 번째 시리즈인 여행은, 좀 더 큰 세상 속으로 뛰어든 모습을 그린다. 그 여행에서서 만나게 되는 세상의 부조리와 부패, 자연의 망가짐을 지켜보게 한다. 아이에게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공장의 매연과 폐수를 내뿜는 게 비일비재한 세상, 오염되는 자연을 방치하면서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는 사람들. 자연의 번식과 유지가 필요하고 당연한 건데, 그것을 자신의 뱃속에만 채워 넣으려는 몰지각한 사람들의 횡포를 알려주면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한다. 자연은 어느 한 가지로만 설명되고 포함되는 게 아니다. 여러 가지가 함께 어우러져 자연을 만들고 유지해왔다. 그걸 한 번에 망가뜨리려는 사람에게 보내는 귀여운 경고를 동물 친구들이 대신하고 있다. 악어 게나가 폐수의 출구를 엉덩이로 막아 공장으로 폐수가 역류하게 만들었던 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독한 말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표현해도 되지만 그것 보다는 재치 있게 상황을 되짚어가게 하는 모험 같은 전개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제법 잘 어울린다. 자연을 훼손하는 것 자체가 해서는 안 될 일임과 동시에,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식으로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지 또 한 번 배운 셈이다.

 

세 번째 시리즈 서커스는, 자신감과 우정이 아이의 어떤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지 보게 한다. 서커스 단원이 되고 싶었던 마랴에게 매번 실패하는 줄타기는 절망일 것이다. 잘되지도 않고, 줄에서 계속 떨어지고, 하지만 서커스 단원은 꼭 되고 싶은 마랴의 간절한 마음. 그때 옆에서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게나와 체브라시카의 모습이 훈훈했다. 아이들끼리의 공감대 같은 거라고 생각해도 되지만 그 바탕에는 되고 싶은, 바라는 일에 어떤 마음으로 도전해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저앉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 넘어질 때마다 포기하고 싶지만 간절한 바람을 항상 상기하게 되는 것, 그 옆에서 응원가를 불러주고 같이 손잡아주는 친구가 고마워서 더욱 노력하게 되는 시간. 마랴의 줄타기 연습 시간은 그런 온기로 행복했을 것 같다.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더욱 최선을 다하게 되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림이 상당히 부드럽게 그려지고 동물들의 모습이 예쁘게 표현되었다. 체브라시카의 처음 모습은 지금 같지 않았다던데, 몇 번의 변화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큰 귀, 크고 둥근 눈, 밤색 털을 가진 동물. 상상만 해도 귀여움 그 자체다. 순진무구한 큰 눈을 반짝이며 많은 것을 보고, 큰 귀로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은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러시아를 상징하는 캐릭터이자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네 차례의 올림픽에서 공식 마스코트로 선정되어 활약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러 형태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하고... 꾸준히 재생산되어 많은 아이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게 자연스럽다.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캐릭터다.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의 전개와 활약, 마음을 담은 이야기가 다정하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자라면서 꼭 한 번은 마주하고 겪게 되는 에피소드에, 아이에게 직접 닿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 배우면서 봐야 하는 것들, 호기심을 채우며 즐길 수 있지만 결코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으로 자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다. 감동과 재미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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