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홀리데이 (2013~2014년판, 휴대용 맵북)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3
이동미 지음 / 꿈의지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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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예쁘고 실용적인 여행 서적이 많이 나오죠? 수수한 외모에 불필요한 장식적 서술을 일절 배제하고 영양가 있는 정보만 잘 추려 산뜻한 책으로 꾸며 내는 데에 재능이 뛰어난 이동미씨가 쓴 책입니다. 여행서적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책도 사이즈가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큼 작고, 무게가 가벼우며, 좋은 질의 종이로 내용을 꾸렸으나 눈이 피로하지 않은, 쓰임새 만점의 여행 서적입니다.


이동미씨는 그렇게 말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도시는 모두 B로 시작하는데, 다만 이스탄불이 예외다." 그런데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스탄불의 옛 이름은 콘스탄티노플(콘스탄티노폴리스)이고, 그 이전의 라틴 식 이름은 "비잔티움"이었는데, 이 이름이 다름 아닌 B로 시작하죠. 결핵 유병률이 세계 1위인 불명예스러운 구석도 있습니다만,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 유산을 간직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의심의 여지 없이 B로 시작하는 방콕은 어떠한가? 방콕 가이드북은 많은 종류가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만, 이 이동미씨의 책은 과연 빠질 게 없는 알짜 정보로 잘도 묶어 놨습니다. 한 번도 현지를 다녀 온 경험이 없는 분이라면 무조건 믿고 따라도 될 만큼, 이러이러한 게 필요했는데 마침 이 안에 다 있네?싶은 정보가 가득하고,  한 번이라도 다녀 온 분이라면, "그때 그랬어야 했구나.", " 맞어, 딱 내 심정을 대변하네?" 같은 생각이 들 만큼 공감을 유발합니다. 일부 몰지각한 어글리 코리언들(주로 나이 든 분들이죠) 때문에 여러 부정적인 연상이 겹쳐지기도 하지만, 방콕은 오랜 세월 동안 불교를 숭상한 왕국이 그 터전을 잡아 온 유서 깊은 도시이며, 열대의 기후가 빚은 풍광의 아름다움이 비할 바가 없으며, 일부 매춘부나 악덕 상인을 제외하곤 사람들의 심성이 착하고 순한 고장입니다, 최소한 베트남 사람들보단 순박합니다.


저는 거기에 묵어 본 적이 없지만, 모든 방문객들의 로망은 "더 시암 호텔"이죠. 여행을 가서 특유의 자연 픙광이나, 오랜 고적, 건축물, 랜드마크도 아닌 고작 럭셔리 호텔을 로망으로 삼는다고 하면, 속물 심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다시 찾는 방콕이라면 (노래 가사대로) 원 나잇이라도 방콕에선 "그 시암"에 머물고 싶습니다. 영어로는"사이암"이라고 읽는 이 이름은, 한번도 독립을 잃지 않았던 고왕국의 옛 명칭이죠. 이에는 동남아인 특유의 강한 자부심도 깃들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푸드 로프트, 역시 관광객들 사이에 명성이 높은 곳이죠. 저도 한번 들어가 봤습니다만 너무 번잡한 탓이었는지 과연 명성과 비싼 가격에 맞는 서비스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자가 세심히 설명을 해 주고 있는  것처럼, 이 카드를 분실하면(정신 없어서 그런 일 벌어지기 딱 좋습니다) 최고 한도액을 다 물어야 합니다. 방콕은 또 특이한 게 방 크라차오라는 섬(정확하게 말하면 반도입니다)이 있어, 도심으로부터 배를 타고 조금 가거나, 그 협로를 통해 이동하게 됩니다. 우리로 따지면 여의도 같은 것이, 영등포나 반포에 한 꼭지가 붙어 있기라도 한  모습으로 생각하시면 되죠. 이 방 크라차오는 차오 프라야 강이 휩싸고 있습니다.


여행서는 사전 계획을 세울 때뿐 아니라, 현지에서 휴대하기에도 편해야 합니다. 여행서는 정보 취득이 우선 목적이라서 정작 급할 때 도움이 안되면 쓸모 없죠. 이 책은 차분히 즐거운 마음으로 계획을 짤 때도 유용하고, 더 알찬 여행이 되기 위해 다음번에는 휴대하고 가야지 하는 생각을 절로 갖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누구에게나 강추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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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아는 삼성 안에서 배운 삼성 - 삼성전자 조 대리의 생생리포트
조승표 지음 / 아이넷북스(구 북스앤드)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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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의 입사란, 요즘 전 국민적 열망의 대상입니다. 이 회사에 입사하기만 하면 장래가 보장되고, 주위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그 어려운 입사의 관문을 통과했으니 만큼 능력이나 인물의 품격이 이미 검증 한 단계를 통과했다는 말과 같으니까요. 하지만 내부 사정을 알고 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공채 단일 기수에 뽑는 인원수도 적지만, 이른바 "별을 다는" 임원의 수는 더 적고, 다들 뛰어난 사람들만 모이다 보니 실적 경쟁과 신경전도 장난이 아니죠. "정치"는 정치대로 잘 해줘야 합니다. 정년 보장? 꿈도 못 꿉니다. 웬만한 인재도 이런저런 곡절로 결국 임원 승급에 실패하면 결국 처량하게 짐 싸서 나가야 하죠. 삼성 경격이면 어디서건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겠지만, 그것도 사람마다 편차가 큽니다.


이 책은 이런 말못할 뒷사정까지 다 담은 책은 아닙니다. 갓 입사하여 아직은 삼성의 푸른 피가 자기 온몸에 흐르는 사실이 감격스럽고, 그 감격에 젖어 모든 것이 장밋빛으로 보일 시절의 풋풋한 대리가 쓴 책이죠. 저자는 스스로를 말하길, 똑똑한 줄 알았으나 고교 시절 공부를 소홀히한 "죄로" S대 정도에 입학하는 데 그쳤고, 따라서 삼성 같은 꿈의 직장에 들리라곤 기대를 못 할 처지에서, 패기와 자신만의 메리트를 내세워서 당당히 입사에 성공했으며, 지금도 하루하루를 성취의 기쁨과 배우는 보람으로 살고 있음을 즐겁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먼저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하루하루가 익사이팅했던 삼성에서의 근무 실기를 적어 놓고 있습니다. 입사를 갓 마친 사원은 기초 연수를 받고, 다음으로 거치는 게 OJT입니다. 온더 잡 트레이닝의 약자로서, 현장에 배치되어 실무 감각과 직원들 사이의 분위기를 익히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물론 급여를 지급받는 정식 직원으로서의 근무의 일환입니다만, 새내기로서의 긴장이나 설렘, 미묘한 호승심이나 공명욕 같은 건 또 이때에만 느낄 수 있는 특권입니다. 사람에 따라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지만, 직원 페스티벌 같은 행사가 이 저자분에게는 아주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나 봅니다. 사실 SKY출신들은 이런 분위기를 꼭 반기지만은 않죠. 저자분의 표현을 빌리면, "애사심이 팍팍 생기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저자는 아직 나이가 어린 편인데도, 항상 이런 책 한 권을 저술했으면 하는 계획을 심중에 지니고 있었나 봅니다. <입사 후 3년> 같은 책을 쓴 신현만 씨의 말을 인용하는 품을 보면 그런 게 느껴집니다. 책 곳곳에서 암시되지만, 저자는 머리가 특별히 스마트하거나, 혹은 스타일이 훤칠해서 삼성에 들어 온 케이스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의 존재 가치는 거기 있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평범한 인생인데, 자기만의 열정과 패기, 비전만 간직하면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직장이 삼성이고, 또 그 안에서도 얼마든지, 난 사람들, 걸출한 인재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자아실현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점을 책을 통해 심어주려는  것 같습니다. 그 꿈이 어디까지 이워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세상은 본디 긍정의 마음가짐을 갖고 노력하는 자에게 길을 열어 주게 마련이죠.


"개인의 가치는 그가 속한 조직의 가치로 대변된다. " 이 문장 하나에서 그가 현재 자신의 아이덴티티 한 부분에 대한 프라이드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자는 자신뿐 아니라, 같은 직장에 소속한 닮고 싶은 상사, 선배, 그리고 자신이 아끼고 탐내는 후배들의 유형을 하나하나 책을 통해 소개하고도 있습니다. 여기서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납니다. 이 사람은 소속 조직을 대외 과시용이 아닌, 주변에서 자기 인격, 정체감과 결정적 팩터에서 교집합을 이루는 그 모두를 마음으로부터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남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죠. 삼성에 들어와서 대단한 게 아니라, 이런 사람이니까 삼성 같은 좋은 직장에서 뽑아 오는 겁니다. 그가 무난히 회사 생활을 이어 가서, 모두가 우러르는 별까지 달아 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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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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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북스에서 요즘 박경리, 이어령 등 거장의 라이브러리를 한 권 한 권 예쁘게 복간하고 있습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등을 감명깊게 읽었으나, <디지로그>의 선구성(?), 전위성(!)에는 다소 피로감을 느꼈던 저라서, 이어령 선생의 최신간에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선생의 1980,90년대 "고전"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2008년에 나온 책이더군요. 이 마로니에북스판은 그 08년판의 개정판이라고 합니다.


요즘 통섭이라는 단어, 개념, 그리고 그 실천적 캠페인이 유행입니다만, 선 생은 이미 그 한참 이전부터 통섭을 몸으로 꿰고 글로써 그 빛나는 지성의 결과물을 다 지면에 옮긴 놀라운 철학자, 인문학자이면서도 문학 부면의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했죠.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한국보다 저 일본에서 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화제작이었습니다. 한창 젊은 나이였을 그때의 선생은, 오히려 복고적인 소재(그러나 아무나 다루기 힘든)를 저술의 테마로 삼아, 그 분석이 대단히 어렵고, 그 소통이 상당히 까다로울(타민족에게 그 개성이 뭐라며 깨우치는 작업이니까요) 작업을 해내었습니다.


선생은 기이하게도, 연세를 드시고 난 후 오히려 최첨단의 과학(자연, 사회, 기술 분야 두루)에 더 큰 천착을 보이시는 듯합니다. 이 책이 이처럼이나 최근에 저술되었는데도 제가 까맣게 몰랐다는 사실에 놀랐고(저의 무신경), 08년 기준으로 어언 76세에 달하는 연령에 이처럼 치밀하고 시세의 첨단 변화를 다 소화한 그 지적 능력에 놀랐습니다.


통섭 이전에 이미 당신 개인이 통섭 자체였기에, 작금의 학제간 연구이니, 콘실리언스이니(선생은 특유의 날카로운 영어 감각으로 "있지도 않은 단어를 만들어..."라시며 은근 마득찮은 심기를 노출하기도 합니다), 또 경계허묾(경제 경영 분야에서의)이 니 하는 것들이, 그 출현 즉시 즉각의 이해로 다가오셨을 듯합니다. 이 책은, 요즘 출판, 독서계의 트렌드를 최소한 4, 5 년 앞서 내다보고, 그 흐름을 우리 전통의 인문개념 한 마디로 요약합니다. "원. 융. 회. 통"이 그것입니다.


책 어디 하나 버릴 구석이 없을 만큼 명언 명구 명논설로 가득합니다만(요즘도 대학에서 논술 시험을 보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그렇다면 삼국지가 아니라 이 책을 읽혀야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네요),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대칭성과 융합성에 대한 논급 부분이었습니다. 러시아의 국 장은 전통적으로 쌍두독수리인데, 이는 대칭성을 지나치게 따르다 보니 초자연적 기괴성으로 추락했다는 게 선생의 견해입니다. 대칭성을 희생하고 자연스러움, 나아가 평화 지향을 선택한 것이 미국의 일두 독수리(모양으로는 그러하나, 이 독수리 역시 "쌍두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이죠. 전근대성과 근대성 사이에서 후기근대성(선생의 표현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말로는 "포스트모던"이죠)이 탄생함을 예증하며 선생이 이 뒤에 바로 들고 나오는 건 우리의 "태극"입니다. 태극은 대칭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칭보다 안정적이면서, 대칭의 편협성, 고정성을 극복하고 변화무쌍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대칭보다 우월합니다. 태극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조화를 해치지 않습니다.


선생은 불의 파괴성, 소모성보다, 물의 유연성, 순리성을 강조합니다. 바뀌는 세태에서 새로운 세대는 고체의 고정성을 지닐 게 아니라, 물처럼 주변에 융합하고 천변만화할 수 있는 융통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난 정부의 치수 정책을 거론하는 대목이 나왔기에, 저는 여기까지 읽고 비로소 이 책이 최근에 나온 저작임을 알았습니다. 더 앞선 시기의 저술이라고 해도 놀랍지 않은 것이, 선생은 당신 자신이 이미 통섭의 화신이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게 없고, 그 아는 바를 하나의 관점과 시야로 꿸 수 있는 초인적 능력을 갖추었기에, 5년 전에 나온 책이 최신간 자계서마냥 감각이 새로운 거죠.


선생은 또한 선형성 체계에서의 탈피를 강조합니다. 최근 제가 읽은 <안티프래질>에서도, 역동과 발전을 위해서는 선형성의 지양이 중요하다는 점을 주장했지만, 선생의 이 저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더 앞선 시기의 작품인데도요). 벌써 1990년데에 쪽거리(프랙털) 이론, 카오스-퍼지 패러다임이 등장하여 인식의 지평선이 확장되었는데요. 우리도 이런 흐름에 마냥 뒤떨어진 건 아니라서 당시에도 퍼지 세탁기, 자연풍 선풍기가 나왔음을 선생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선생은 이 원융회통, 세계사적 대전환기에 맞서 이분법, 흑백논리의 극복을 또한 강조합니다. 융합과 조화, 다이내믹 변증법의 시대에 진영의 논리를 들고 나오는 자체가, 젊음의 속성. 본질을 배신하는 패착이라는 겁니다. 선생 말을 인용하면, "늙으면 어차피 세월의 풍화에 못 이겨 자연스럽게 한 쪽으로 기울 텐데, 새파랗게 젊어서 곡예하듯 균형 유지가 가능한 그 좋은 나이에 뭐하러 늙은이의 흉내를 내느냐."는 거죠. 이 책은 주로, 이제(08년 기준) 갓 대학에 입학한 파릇파픗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큰 인재가 되고 싶고 정신적으로 자유인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기존의 낡은 틀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통합과 조화의 이데아를 지향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책의 제목을 보죠. "젊음의 탄생"입니다. 젊음은 사실 그 모습으로 탄생하는 게 아니라, 유아성, 미숙함 따위가 한 단계의 변태를 겪어 이행하는 다음 단계입니다. 그러니 젊음은 꽃이 때가 되면 피고 지듯, 자연의 순리로 다가오는 거지 어느 순간의 탄생을 요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도 선생은 굳이 이 젊음을 두고 "탄생"이라는 술어를 부착하고 있는데요. 이는 젊음이 물리적 상태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그 역량과 본질의 건강성, 나아가 포텐셜의 생산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늙고 고루한 생각에 빠져 있으면 그건 이미 젊음의 자격이 없다는 점에서, 저 같은 세대에게 많은 자성을 마련해 주는 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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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3.0 - 우리는 차이나 3.0 시대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지음,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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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 치는 큰데, 하는 짓은 성숙해 보이지 못해 뒤뚱뒤뚱거리는 거인한테 신경깨나 쓰이는 건 우리네 입장만이 아닌가 봅니다. 중국과 장차 지구의 패권을 놓고 다퉈야 하거나, 최소한 여태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세계를 반분(反分)해야 할 입장으로 몰린 미국만 그런 것도 아닌가 봅니다. 중국이란 나라를 그 덩치와 위상에 맞게 연착륙(軟着陸)시켜야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는 건, 오히려 산업 혁명 이후 본격적인 근대로 접어 들면서 더 오랜 시간 세계를 경영해 온 구(舊)세계, 유럽의 입장에서 더 절실한가 봅니다.


이 책은 그런 위기의식, 혹은 의무감에서, 최고의 서구 지성인들이 자진하여 연구하고, 그 결과를 깔끔하게 집필하여 낸, 압축적인 연구 보고서입니다. 중국에 대한 정보는 사실 양적(量的)으로는 많았으나, 그 방향과 관점이 너무도 혼란스러운 형편이었고, 때로는 기본 사실 관계마저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자의 시대 구분>

(직접 작성, 허락 없이 무단 전재 엄금)

 

시기

지도자

특징

비고

차이나 1.0

1949~78


* 계획경제,

레닌주의,

공산혁명의

글로벌 확산

小康

차이나 2.0

1979~2008


* 관치금융, 수출주도형 성장

 

* 대외적으로 저자세 외교, 평화안정 환경 조성


 (이른바

 도광양회 노선)

溫飽


-1989년 천안문 사태를 기점으로 정치 안정 추구 노선이 수뇌부의 합의로 자리잡음

 

차이나 3.0

2009~


* 베이징, 워싱턴 그 어느 컨센서스도 무너진 상황에서, 불확실성만이 상존.

 

 

*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이익 집단 타파에는 정파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음.

大同


“개혁개방시대의 종언”,”사회주의 3.0”으로 규정하는 입장도 있음.


閻學通 등의 입장:

* “중국 최고위층 지도부의 정치적 비전에 경제가 조력해야 한다.”

* 미-중 양극체제의 당연한 가정화

* 러시아와의 동맹

* 대외적 개입주의 노선


그렇다면, 시 진핑 영도 하의 이른바 차이나 3.0은, 앞으로 어떤 진로를 밟아 나갈 것이며, 그 전망은 과연 낙관적일까요? 이에 대해, 서방 어느 날카로운 안목과 감각의 지성인 못지 않은, 명철하고 중립적인 중화권 지성인 15인(한 사람은 필명을 서양식으로 쓰지만, 중국인입니다), 그리고 유럽인 3인(서문과 후기를 쓴 3인)이 내다 본 종합적인 비전을, 이 책은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시진핑의 중국이 직면한 세 가지 위기>라는 제목을 단 서문이 상당히 길다는 점입니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집행이사가 쓴 이 글에서는, 중국의 위기로 풍요의 덫, 안정의 덫, 힘의 덫 세 가지를 언급합니다. ㉠풍요의 덫은 주로 경제 성장의 문제를 가리킵니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고도 성장이 가능할 것이며,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떤 대안을 찾을 것이고, 혹여 가능하다고 해도 더 나은 대안은 없을지를 고민하는 대목입니다. ㉡ 안정의 덫은 정치 체제의 진로 결정 문제입니다. 중국은 잘 알려진 대로 대중의 평등, 도농과 내륙-해안의 격차를 해소하자는 좌파와, 그 반대편에 선 우파의 대립상이 뚜렷하고, 현재는 후자가 주도권을 쥔 상활입니다. 과연 이 시점에서 제 2의 천안문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인민의 정치적 욕구를 효윻적으로 흡수하는 방안은 무엇인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춥니다. ㉢힘의 덫은 당연히, 과거와는 현격히 위상이 달라진 중국이, 손에 쥔 막강한 힘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그 방향과 진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았습니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대륙 내에서, 또 홍콩이나 대만, 그 외 지역 거주의 화교들 간에, 첨예하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필자 마크 레너드는, 이 서문에서 전체 책의 논의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면서, 동시에 중립적 심판의 입장에서 유럽인이 관찰하고 전망하는 비전을 압축적으로 서술합니다.


<본문 내용 도식>

(직접 작성, 허락 없이 무단 전재 엄금)

범주

제목

논자

주장

경제구조

개혁의 고통, 그리고 구조조정

위용딩(余永定)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무리한 경기부양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지속 가능한 건실한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

지속될 성장, 그리고 잠재력

린이푸(林毅夫)

전 세계은행 부총재

향후 10년에도 중국은 고도성장이 가능하다.

자율과 경쟁, 특권사회에서 민권사회로의 전환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대 교수

기득권을 해체해야 하며, 자유,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중국식 사회주의 3.0, 복지의 시대

왕샤오광 (王紹光)

홍콩중문대 교수

중국식 사회주의는 인류 체제의 새로운 대안.

중국이여, 개혁을 멈추지 마라

후수리(胡舒立)

〈財新>발행인

문혁에 대한 반성의 기조는 계속되어야

정치체제

우칸 모델과 중국 민주주의의 잠재력

쑨리핑(孫立平)

칭화대 교수

우칸촌 사례를 바탕으로 문제해결 모델정립

공동체 부활과 중국식 사회 안정

판웨이(潘維)

베이징대 교수

우시현의 사례를 통해 주민자치의 중요성 부각

선거 없는 중국식 민주주의 실험

마쥔(馬駿)

중산대 교수

언젠가는 선거 중심의 체제로 이행되어야

중국 정치의 미래, 대중의 힘

왕후이(王暉)

칭화대 교수

신좌파의 입장에서 충칭모델 부각. 신자유주의(신우파)를 경계.

21세기 홍위병, 웨이보크라시

마이클 안티(趙靜)

저널리스트

소셜 미디어의 중요성 강조

외교노선

존중받는 외교, 창조적 개입

왕이저우(王逸舟)

베이징대 교수

이른바 창조적 개입을 통한 적극적 외교 노선

·중 양극 체제의 도래, 그리고 중국의 탈도광양회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교수

초강경 민족주의

공격적 외교 노선

신중한 외교, 문제는 중국 내부에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중국은 소프트파워의 역량을 보강하고, 국제평화주의 신중한 노선 필요

국가모델

충칭 모델: 아직도 진행 중인 혁명

추이즈위안(崔之元)

칭화대 교수

대외 의존 탈피,

자생력 강화 중시

광둥 모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도전

샤오빈(肖濱)

중산대 교수

시장과 시민사회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後記

차이나 3.0 시대와 西方

요나스 파렐로 플레스너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수석연구원

 

프랑수아 고드망

파리정치대 교수

 

이상에서 본 바처럼, 현재 국가의 원대한 미래를 설계함에 있어서도, 각 정파와 논객들 간에 입장이 치열하게 대립합니다. 우리가 여태 추측해 온 것처럼, 주도권 다툼을 놓고 벌이는 단순한 양극 구도가 아니라(이런 병폐는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우리 나라에서 더 심하죠), 진지하고 애국적이며 전세계의 이해관계도 동시에 고려하는, 대국적 견지의 건설적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언제 중국이 이만큼이나 이론적 근거를 갖춘 자신감을 회복했나 생각이 드는 치밀한 자국우선주의 이론가도 있도, 폐쇄적 민족 감정이나 쇼비니즘보다 국제 공영을 더 우선시하는 통 큰 국제주의자의 정의롭고 논리적인 주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기도 했습니다.(우리가 저 입장이었다면, 과연 저만큼이나 성숙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을까요?)


이 책 한 권에는, 어떤 의미에서 춘추전국의 재현이라 할 만큼, 나름의 확고한 정당성과 논거를 구비한 입장들이, 도도하고 정연한 논지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 중 어느 가닥이 향후 전개될 차이나 3.0, 나아가 신(新) 중화제국의 펀더멘탈을 차지하게 될 중심적 기조로 자리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이 중에 분명히, 이후 20년, 30년의 미래를 틀지을 거대 물줄기가 그 성장의 기운을 조용히나마 떨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속의 어느 태아가 용으로 승천하고, 어느 녀석이 이무기로 떨어질 지는 지켜 봐야 알 수 있습니다. 확실한 건, 이 판도라의 상자 안에 그 모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책을 꼼꼼히 읽고 또 읽어서, 미래에 펼쳐지는 경우의 수를 최소한으로 압축하여 면밀히 주시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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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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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이라는 대단한 문제작을 써 내었던 나심 탈레브의 대단한 역작입니다. 기억하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전작에서도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력과 열정을 이 저자가 쏟은 바 있습니다. 그 정도로 저술에 힘을 기울이고 나면, 다음 번은 "쉬어 가는 타임"이 되기가 쉽던데요. 하지만 이 책은 두께도 이처럼 두껍고, 내용도 <블랙 스완>에서 보던 것, 혹은 그로부터 추론 가능한 부연을 훨씬 뛰어넘는 내용이 실려 있어서, 읽는 내내 독자를 다소 피곤하게 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피곤하다는 건, 즐거운 노동, 자발적인 기쁨을 얻는 과정에서도 나오는 그런 피곤함입니다. 소모적인 피곤함이 아니고요.


비 록 빼어난 저자, 혹은 그 누구를 부치는 지적 능력으로 좇느라 피곤하긴 하지만, 일시적으로 지친 몸을 단시간의 휴식을 통해 회복하고, 그 후에는 더욱 넘치는 정신적 활력으로 무장하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책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안티프래질함" 아니겠습니까? 이 책은 그래서, "안티프래질"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책이기도 하고, 독서 과정을 통해 실제로 "안티프래질"능력을 배양해 주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명칭과 내용이 서로 일치하는, 명실상부의 "안티프래질"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프래질"은 "충격을 받으면 유리처럼 깨지는"이란 뜻입니다. fragile이라는 영어 단어는 그런 뜻인데, anti-fragile이라는 말은 그럼 뭔가. 그런 말은 사전에 나오지 않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개념이나 상태의 삼각 구도식 배치를 즐겨 고안하는 편인데요. 서두, 그리고 책의 내용 내내 안티프래질을 둘러싼 세 개념의 팽팽한 대립을 독자에게 계속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합니다. fragile, robust(충격을 받아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는. 다른 말로 "맷집 좋은") 이 두 개념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이 이분법에 새로 추가하여 전체적으로 삼분법으로 만든 다른 제3의 개념은 바로, anti-fragile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쉽게 예상하는 것처럼, "웬만한 충격에는 상처를 입지 않고 견뎌 내는"의 뜻이 아닙니다.(그건 robus죠) anti-fragile은, "충격을 받으면 방을수록, 충격을 양분으로 먹고 자라서 더 강해지는"의 뜻입니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는가, 물리계의 법칙에 반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내내 강조하는 것은 "진화"입니다. 생존을 위한 변화라는 의미로 진화를 좀 넓게 받아들이신다면, "진화"와 "안티프래질"이 서로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음을 알 수도 있습니다.


"안티프래질"이 저자의 독창적인 개념 고안이라면, "진화" 역시 이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활력과 영감의 원천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진화"는 수백, 수천 세대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지질학적, 생물학적 변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마음만 바꿔 먹으면 돈오(頓悟)의 기세로 우리 내면에서 체험 가능한 흐름이고 각성이기도 하다는 거죠.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 그건 바로 이노베이션, 혁신이 됩니다. 그 생존에의 몸부림은 타율적 탈피, 마지못한 이끌림이 아니라, 스스로 더 나은 존재가 됨을 몸으로 느끼는 데서 솟구치는 폭발적인 희열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이 책 내내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채 알아채지도 못한 상태로, 우리는 그러나 언제나 이것을 몸 속에 지녀 왔다." 안티프래질은 이 책의 저자처럼 소수의 선택 받은 천재나 제 정신의 특성으로 구현하는 덕성, 장점, 어드밴티지가 아니라, 우리 누구나 생각만 바꿔 가지면 우리 것으로 할 수 있는(아니, 이미 우리 것으로 되어 있는) 자질입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신들린 어조로 풀어 주는 안티프래질로의 엘리베이팅 메쏘드가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진정한 각성이 아니었으면 저자가 이처럼이나 신명을 발휘하여 이렇게나 긴 이야기를 저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마음가짐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은 벌써 5D로 탈바꿈한 채 온갖 가능성의 파노라마를 시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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