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스스로 얼마얼마가 소득이라고 신고했을 때, 평소에 기업해 오던 장부상의 수치와 일치하면 원칙적으로 아무런 추가 수고가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결과는 현실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고, 반드시 무엇을 빼든, 더하든, 수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것을 소득처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소득처분 행위, 즉 "더 벌어들인 만큼을 원 소득에 보태라"고 하건, 반대로 "이만큼은 빼라"고 하건 간에, 이 소득처분이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납세 의무가  생기는지(반대로 없어지는지), 그렇지 않고 처음으로 소급해서 경제 활동 시점 당시부터 생기고 생기지 않고를 결정하는지는 다툼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회사 A가 국세청에 백억원을 6년 전에 벌었다고 신고했는데 이후 국세청에서(혹은 A가 고용한 회계사가) 20억원만큼을 소득으로 추가했다면, 이 20억원은 6년 전에 번 것인지, 아님 지금 고치는 시점에서 새로 생긴 걸로 간주할지에 관한 다툼입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기간이 5년 이내이기 때문이죠. 6년 전에 벌어들인 걸로 보자면, 비록 나중에 발견했다고 해도 벌써 5년이 지났으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개인 간의 채무는 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이런 건 적절히 독촉만 하고 그 증거만 남기면 원칙적으로 (십 년을 넘어) 무한정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세행위는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을 따지므로 적절한 시점에 "집행(재판을 걸어 공매처분을 한다든가)"을 하지 않으면 다 없어집니다.

만약에, 살펴 보니 이만큼 더 벌었네? 라면서 플러스 금액을 발견한다면 이런 건 "유보"라고 합니다. 반대로, 요만큼은 번 데서 빼야 한다고 마이너스 처리를 하면, 이걸 "△유보"라고 합니다. 저 세모 표시 같은 게 마이너스라는 뜻입니다. 책에 보면 "...이런 유보, 혹은 △유보는, 이후의 사업연도에서 다른 세무조정에 상쇄되는 게 보통이다..."라고 합니다. 즉 이번 연도에 "유보"가 있었다면, 다음 혹은 그 다음 연도에 꼭 △유보가 한 번은 발생하여, 없던 결과나 마찬가지로 간다는 거죠.

그럼 뭐하러 번거롭게 뺐다 넣었다를 반복하느냐, 세금은 대개 1년을 단위로, 누진제를 적용합니다. 그래서 특정 연도에 소득이 많이 신고되면, 일정 부분이 다음 해로 미뤄지는 것보다 세금을 더 낼 수 있습니다. 5년 혹은 10년 단위로 총액이 같아도, 매 년 고르게 분포되는 게 기업으로서는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플러스 유보 처리가 되었을 때, 다음 해에 마이너스 처리가 되니 결국 손해가 없을 듯해도 실제로는 (여러 이유 때문에) 덜어져 봐야 별반 좋을 게 없는 경우가 또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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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배우는 미적분
히사시 요코타 지음, 박재현 옮김, 박구연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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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히사시 요코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 3D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자연스런 움직임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미적분이 필요하게 되었다. 수학의 한 부분이 과학, 경제, 문화의 보다 앞선 기술과 일상생활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수학이 일상을 지배하게 된 건 이미 수백 년(적게 잡아도)이 지났습니다. 또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 때문에, 그 부모들은 모르고 아이들이 새로 갖게 될 직업은, 이 수학을 일상에서 갖고놀다시피해야 할 직종이 거의 대부분일 것입니다. 어찌보면 저 "3D 영화나 애니메이션" 역시, 대략 15년 정도 앞서서 도착한 미래형 산업, 직종일 수 있습니다. (단, 심지어 지금까지도, 저들 창의적 엔지니어들에 대한 대우가 합당히 이뤄지지 못한다는 게....)

"역삼각함수"는 거꾸로 된 삼각형 안에서 사인 코사인 값을 구한다는 게 아니라(그건 아무 의미 없습니다), x를 sin x로 보내는 것 등이 삼각함수라면, 거꾸로 sinx 값을 x로 보내는 것 등을 말합니다. 이는 sin의 인버스(inverse) 꼴로도 표시하고, 혹은 arcsin x 처럼 쓰기도 합니다. 그래프의 개형(대략의 꼴)은 인터넷에 찾아봐도 수없이 나옵니다만 그래도 재미삼아 공학용 계산기에 돌려 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sin 그래프는 무한히 계속되는데 저건 어째 생긴 게 좀 심심합니다. 이 이유는 원칙적으로 사인 함수의 경우도 그 역함수를 도출할 수가 없어서입니다. x값이 달라지면 y값도 달라져야만 하는데 알다시피 0에서 2π(대략 6.28)까지 나오는 -1에서 1 사이의 값이 계속 반복이 되죠.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는 0과 π/2 (대략 1.57) 사이의 값에서만 서로 중복되는 게 없으므로, 0과 2π 사이가 아니라 0과 π/2 사이에서만 함숫값을 설정해야 합니다. 이렇다 보니, 뭔가 그리다 만 것처럼 그래프 모양이 저렇지요. 하지만 매우 정직한 모습입니다.

과학도서 서평 이벤트로 책좋사 회원님들께도 잘 알려진 사이언스올 사이트( http://www.scienceall.com/%ec%97%ad%ec%82%bc%ea%b0%81%ed%95%a8%ec%88%98inverse-trigonometric-function/ )에는 이런 이미지가 게시되어 있습니다(일부 캡쳐).


이 그래프는 뭔가 생긴 것만 봐도 신뢰가 가는데, 사실은 대뜸 처음부터 저렇게 나오는 게 아니라 구간을 잘라서 이어붙여야만 가능합니다. 하나의 x값에 벌써 여러 개의 y값이 대응하는데, 이런 건 중1 수준의 수학에서 "함수가 못 됨"으로 판정받습니다. 허나 그렇게 협소하게 함수가 정의되어서야 무슨 이론이 전개될 수가 없죠(중1이 대2더러 옳다 그르다를 판정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중등 저학년 단계에 이건 된다 저건 안 된다 한계부터 미리 긋는 내용보다, 상상력을 키워 주는 내용으로 커리를 설정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 그래프를 한번 좌우대칭시키고, 다시 오른쪽으로 90도 회전시키면 사인함수 그래프가 나옵니다. 혹은, 1사분면을 반분하는 45도 직선을 그은 후 거기다가 대칭을 시켜도 결과가 같습니다. 이는 삼각함수- 역함수 경우 뿐 아니라 모든 함수에 있어서 공통되는 이치이며 이것이 안 되면 애초에 역함수 관계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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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기회와 타이밍이다
위민훙 지음, 정유희 옮김 / 새로운제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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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창업은 기회와 타이밍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인) 독자인 제 생각으로, 창업뿐 아니라 모든 경제활동의 키 팩터는 바로 타이밍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어느 특정 지역의 부동산가가 오른다 내린다, 주식이 이게 유망하다 아니다 등은 일반론으로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거시적으로 "이제 부동산은 끝났다, 비트코인은 위험하다" 같은 진단을, 아무리 많은 근거를 들어 내려봐야, 현실에서 당장 오늘도 어제도 큰 재미를 봤다는 사람이 속출하는데 어쩌겠습니까. 그저 운이 좋아서다? 수익을 올린 이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 앞에 가서, 어디서 어설프게 주워들은 지식으로 이게 끝났네 저거 못 믿네 떠들어봐야 상대도 안 해 줄 뿐더러, "돈도 없는 게 사고방식도 꼴통이구나" 하고 아예 사람 취급도 못 받습니다.

공부한다고 다 성공한다는 게 아니라,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를 통해 소양을 쌓는 게 필요조건이라는 뜻입니다. 그 필요조건을 충분조건으로 좁혀 나가는 건 바로 타이밍의 정확한 포착이고, 타이밍이란 뭘 위한 타이밍이냐 하면 바로 (순식간에 내 앞을 스쳐지나가는)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부 안 하는 사람한테는 이 기회와 타이밍 자체가 오지를 않습니다. 얼토당토 않은 자기 합리화 타령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저능한 실업자한테야 말할 것도 없죠.

저자 위민훙(한국식으로 한자를 읽어도 꽤 발음이 비슷한 "위민홍"이니다)은 처음에 학원 강사로 주요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중국이나 우리나 (일본이나) 자녀 교육 시키는 걸 무척 중시하는 풍조라서, 신흥 개발 도상국으로 막 발돋움할 무렵(혹은 전후 복구 시기)에는 자녀 교육 섹터에 무척 돈이 많이 쏠리나 봅니다. 한국 같은 경우 더 이상 계층 이동이 가능하지 않은 단계로 사회가 이행하다 보니 자녀 교육 투자에도 열기가 시들해지는 분위기가 없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교육 바람은 잦아들지 않습니다. 다만 승자 독식 현상이 두드러져서 경쟁력 없는 학원들은 점차 문을 닫는 추세인데, 애초에 안이하게 특정 지역 건물에 입주만 하면 알아서 학생이 모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을 벌이니 이렇게 되는 거죠.

저자 위 회장의 경우 처음에 (인기) 학원 강사와 페이 협의가 잘 되지 않으면 아예 나가라고 배짱을 부렸다고 합니다. 만약 수업이 비면 자기가 알아서 채웠는데, 본인 자신이 실력이 있다 보니 운영에 아무 문제가 없더라는 거죠. 이처럼, 경영자란 사실 유능한 사람을 부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부리는 사람들의 재주를 어느 정도는 본인이 장착을 하고 모범, 시범을 보일 수가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촉한의 소열제처럼 인덕이 무한해서 웬만한 잡놈 도둑놈들도 다 인격으로 감복을 시킬 수 있든지 말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하늘이 허락한 자질이라야 한다는 게....

이분도 이과 출신이다 보니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묘사된 앨런  튜링의 사연에 큰 흥미를 보이는 대목이 책에 나옵니다. 튜링의 이론 중 정작 핵심이 되는 대목은 전혀 이해를 못 한 채, 몇 개 중에 몇 개만 통과하면 인공지능으로 볼 수 있다는 이른바 "튜링 테스트"만 사골뼈처럼 울궈먹으며 사기를 치는 어느 사이비하고는 큰 차이가 나죠.

위 회장이 책 서두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자칫하면 사회에서 사장될 뻔한 젊은 인재를 후원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 영화를 보고 새삼 깨달...은 건 아니고, 그전부터 후원 사업을 해 왔지만 그 영화를 보고 새삼 동기를 더 굳혔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위 회장은 이 말을 하는 중, "애플의 로고에 베어먹힌 사과가 들어간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루머"라고 하며 다소 배경 사연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데, 이 이야기가 한 이십 년 전에는 대학가나 인터넷에서 아주 인기 있기 떠돌았으나 현재 해당 회사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적 지식과 이치를 정확히 이해하기보다 아침드라마 막장 사연 같은 뒷공론거리에만 열을 올리는 사이비 풍조는 지양되어야 마땅하죠.

"신둥팡은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다." 일개 학원 원장님으로 시작하여 오늘날 거대 자금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는 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법인체에 대해 이 같은 자부심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저 말에서 포인트가 놓인 곳은, "거대한"이란 형용사도 형용사이지만 그보다는 "플랫폼"입니다. 플랫폼이란, 자신이 깔아주는 거대한 장터에, 제각각의 재주를 보유한 다양한 인재들이 몰려와 저마다의 좌판을 벌이고 흥겹게 생업을 이어가는 광경을 연상하면 되겠습니다. 아니면, 우리가 거의 매일 같이 보는 폰 속의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같은 걸 연상하면 됩니다. 플랫폼이 지나친 갑질을 일삼아도 문제지만, 애초에 플랫폼이 없었으면 갈데도 없었을 사람들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마음이 다르다는 식으로 룰을 무작정 무시하고 드는 풍조도 곤란할 것입니다.

위 회장은 말합니다. "지금은 자기의 재능과 개성을 과시해야만 살안남는 시대이다." 물론 아무 재능도 없이 남의 말이나 베끼면서 사기를 강박적으로 치고 다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위 회장이 여기서 경계하는 건, 맨날 신세 타령 남 탓이나 하고 억울하다는 소리나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요즘 같은 세상에 남까지 해롭게 하므로 당장에 퇴출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도 자신이 부당한 대우나 강요를 받고 있다고 여긴다면, 그는 자신의 위치를 잘못 설정했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같은 학원인 출신인데도 어쩜 이렇게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칭화 대학 재학 중에 외모가 나보다도 형편 없으면서 인기 듀오 가수로 활동 중인 슈이무옌화 이야기를 해 보겠다(p194)." 참고로 위 회장은 북경대 출신입니다. 위 회장의 버전으로 이 책에서 설명되는 저 듀오의 사연이란, 칭화대 재학 중 가뜩이나 적은 여학생 수(공과대 계열이 어느 나라나 사정이 비슷하죠)였던 데다, 외모까지 저러니 어디서 청춘 사업을 벌일 여지도 못 찾던 불쌍한 형편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던 울적한 소회를 노래로 풀어대던 게 느닷 대박이 나서 오늘날 연예인으로 입지를 굳혔다는 건데.. 여튼 위 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는 거고요. 얘기의 결론은 "능력이란, 그 사람만이 지닌 내적인 자격이다."입니다.

위 회장은 비단 여기서뿐 아니라 책 저 앞에서도 유독 외모 거론(?)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p134에서 자신이 지금 재무담당으로 거느리는 CFO 셰둥잉(謝東螢. 사동형. 아마 중국어 원서에는 간자로 萤이라 인쇄되었을 텐데 출판사에서 용케 정자체로 고쳐 주셨네요. 이런 성의를 봐서라도 책에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습니다) 얘기를 꺼내는데, 지독하게 못생겼지만 머리 하나는 기막히게 좋다며(세상은 이래야 공평한 건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안되는 오탈이는... ㅠ), "나를 1년만 딱 고용해 주면 신둥팡을 보란 듯이 상장시켜 주고 나가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시절을 회상합니다.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안 나가고 버틴다"며 지레 불평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너무 고마워서 계속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행간에서 다 배어납니다(반어법). 이처럼 지도자(경영자)는 냉혈한처럼 머리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라 푸근한 인간적인 매력이 배어나는 타입이라야 합니다.

영어에서 자기부정(self-denial)이란 말을 종종 하는데, 사실은 이게 우리 동양인들에게도 아주 눈에 익은(오히려 더 친숙한) 개념입니다.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손 감독이 낙오자들을 이끌고 무인도에서 지옥 훈련 하는 걸 떠올리면 됩니다. 요즘은 이런 게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경원시되기도 하지만, 사람이 극한의 고행으로 자신을 스스스로 몰고가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건 차라리 감동작이기까지 합니다(이런 걸 아주 싫어하여 퇴행을 거듭하면 뭐 지금 저 바보오탈이처럼 되는 거죠).

위 회장은 자기 지인 중 한 사람이 완전 초보였는데 감옥에 4년 수감되었을 때 영어 공부 하나만 파서, 나올 때에는 전문가가 된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와 바로 비교할 건 아니지만 좀 비슷한 예로, 한국에도 수감 기간 중 영어 공부만 들입다 파서는 텝스 만점 받은 사례가 있다는데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위 회장이 여기서 또 드는 다른 예는, 투르게네프의 단편 <도박>입니다. 위 회장은 아마 제목이 기억 안 났는지 "투르게네프의 어느 작품"이라고만 하는데 저도 고등학생 때 이 작품을 매우 감명깊게 읽어서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서평 중에도 종종 인용합니다ㅋ). 못난 오탈이도 도박을 참 좋아하지만 인생에 접목시키는 패턴의 방향성은 서로 극과 극이라고 봐야죠.

대학 졸업장이 과연 중요한가? 위 회장은 이 책 곳곳에서 저 칭화대 출신 가수 슈이무옌화 이야기라든가, p54에서 빌 게이츠, 잡스, 저커버그 등 모두 대졸자가 아니라면서 능력 앞에 졸업장이란 아무 소용 없다는 말까지 합니다. p194에서는 "무능자가 자기 무능을 가리는 수단이 바로 대학 졸업장"이라고까지 극언합니다(졸업장마저도 시원찮은 오탈이는 어쩌라고). 그러나 제 생각에는, 능력은 능력대로 개발하더라도 졸업장은 챙겨야 이후 사회에서 쓸데없는 일을 안 겪는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는 실력이 좋으니 고액과외만 하며 돈 펑펑 벌고 아무 부족한 것 없이 살다가 정작 학교로 돌아와보니 적성에도 안 맞는 전공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서(그렇다고 돈 많겠다 취업 필요도 못 느끼겠고) 졸업을 아예 포기한 케이스가 많은데, 이 역시 곤란한 겁니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사교육 병폐를 거론하는 일이 좀 줄어들었는데, 위 회장은 "온라인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교육의 보편화"라고 지적합니다. 쉽게 말해서, 양질의 인강이 널리 싼 가격에 보급되다 보니 예전처럼 기회의 불균등은 그닥 심각하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거죠. 여튼 위 회장은 이걸로 떼돈을 벌어 청년 창업(그 중에는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도 많을 겁니다)을 지원하는 엔젤투자가(angel investor)로까지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위 회장은 앞으로 자신의 신둥팡을 잘게 쪼개어 개별 벤처 기업으로 다 독립시키고 심지어 일부는 지분까지 다 처분하는 통큰 경영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한국 재벌사도 일부 이런 패턴이 눈에 보이지만 이 레벨까지 가려면 멀었는데 북경대 출신 엘리트 답게 참 막힌 데 없이 호탕하다는 생각입니다.

p181에선 마윈 회장을 잠시 거론하는데 마윈은 학원 하다가 다 말아먹었지만 자신은 여기서 벌써 성공했었다며 은근 자신감을 드러내네요. ㅋ 그런데 다음에서 바로 이런 말도 합니다. "나도 마윈처럼 실패했었다면, 다른 시장으로 곧바로 옮아가서 또다시 도전하고, 마침내 성공했을 것이다." 지금 이 책을 위 회장이 쓴 취지는, 남의 돈을 지원 받으려는 청년이라면 이 정도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어떤 사업가상을 밝히기 위해서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단 한 마디로, 아무리 실패해도 바로 일어설 패기와 근성이 있는 "바로 위 회장 자신 같은 타입"을 원한다고 이 책 결론(bottom line)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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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하반기 단기 합격 해커스 NCS 직업기초능력평가 + 직무수행능력평가 -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면접까지 NCS 합격 전략을 한 권에 담은 통합 기본서, 공기업(공사·공단)통합편 - 코레일, 한국전력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수력원자력, 서울교통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최신 개정내용 수록
김소원.김태형.윤종혁.해커스 취업교육연구소 지음 / 해커스공기업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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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라고 하면 나이 드신 분들은 아직 생소해할 만한 개념입니다. 르그러나 현재는 채용의 한 표준으로 자리잡혀 가는, 포괄적인 적성 테스트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도 PSAT이라고 하면 "아!"하고 느낌이 올 수도 있는데 십 수년 전 그 시험의 좀 진화된 형태라고 간주해도 아주 틀리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NCS류의 시험은 다양한 독서, 시사에의 꾸준한 관심 축적, 여기에 기초 통계나 수식을 다루는 소양과 능력 등이 결합하여 고득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하루아침에 "진짜 실력"이 길러지기는 힘든 시험이겠는데, 그렇다고 해도 현재 공사, 공기업에서는 이 NCS를 표준으로 채택하여 일차로 인재를 전형하니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과거에는 어느 공기업이라 해도 단순한 영어 필기 시험, 서류 전형 등으로 신입공채를 실시했으나 현재는 그런 방식은 아닙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공정성 제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 방식이라야 뒷말이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천편일률적이고 인재의 지극히 단순한 적성 하나만을 보고 뽑는 식이라면 매우 곤란합니다. 따라서 NCS도 개발 유형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으며, 종전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되 수험생들이 익숙해진 패턴에서는 또 살짝 변형을 가하는, 그런 얄미운 형식으로 바뀌어간다는 점 이 2018 하반기 최신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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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관 하세국 - 광해군의 첩보전쟁
박준수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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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제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이를 십분 발휘하거나 체제의 인정을 받고 성공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고도 일단 유명세를 얻어 흐뭇해하는 일탈 분자가 많은 현대와는 큰 대조를 이루죠. 역관은 본디 고관의 자리에 오를 수 없는 일개 중인의 신분이었으나 명, 청 등 대국들과의 외교를 원활히 유지하는 데 이들의 기능은 필수 불가결의 요소였으므로, 집권 세력은 언제나 각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은 광해군 연간을 배경으로 다룹니다. 작품 속에서 중심 캐릭터 중 하나로 등장하는 정충신은 물론 실존 인물입니다. 그는 천출이라서 온전한 대접을 받기 어려웠는데, 목사(성직자가 당연히 아니고 지방관) 시절의 권율을 어린 시절 훌륭히 보좌하여 출세의 발판을 마련합니다. 과연 막강한 군사력을 행사할 깜냥이 되었는지는 의심스러우나, 여튼 대륙의 중국은 엄청난 동원 능력(광대한 영토와 자원, 인력 등)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소국 조선으로서는 그들과의 의사 연락이 원활히 이뤄져야 체제 안전 보장이 가능했습니다. 이러던 게 갑자기 요동 지방에서 누르하치의 건주의 세력이 기존 여진 진영을 모조리 통합하고 명과 대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조선으로서는 (동족도 아니고 누백 년 동안 천시, 비하하던 상대이긴 하나) 이 여진 보기를 마치 현재의 북한이 미국과 대립하는 양상을 지켜보듯 했을 겁니다. 제아무리 야무지고 간 큰 지도자를 만나 사회 구조를 잘 정비했다고는 하나 대국을 어떻게 상대하겠냐는 거죠.

여진이 명과 조선의 오랜 교통로를 차단하자, 모문룡이 무단 점령한 철산 가도는 무척 중요한 성격을 띠게 됩니다. 우리가 후대에 역사를 배우기로는 변방을 지키는 타국(그러나 상국)의 일개 장수에게 영토를 점유당한 치욕을 거론하지만, 이처럼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므로 일일이 국제 규범과 민페상을 지적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또, 원숭환 장군이 황명을 받들어 해당 군기 문란자(물론 모문룡)을 처단하고 질서를 회복한 일을 극구 찬양하지만, 역시 긴 관점에서 보면 무엇이 국익을 위해 최선이었는지는 역시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의사를 결정할 때에는 올바른 정보의 수집, 분석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당시의 조정은 이념 논쟁에나 휘말려, 평생을 현장에서 봉직해 온 노련한 역관이 열성으로 정리해 상신한 팩트를 직시하지 못하고, 제멋대로의 정세 판단을 일삼아 끝내 국치를 맛 보고 말았습니다. 어리석은 역사가 또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이 책은 참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 준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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