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스 텝스(TEPS) 최신기출유형 실전모의고사 해설집 - 텝스 최신 시험 출제경향 반영 / TEPS 문제+스크립트+해석+해설+어휘 수록 / 들으면서 외우는 단어암기자료.정답 녹음 MP3 제공 해커스 텝스 최신기출유형 실전모의고사
해커스어학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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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시리즈의 장점은 해설집에 있다고 누구나 다 인정합니다. 이 책의 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집에도 듣기 스크립트와 해석(해설이 아니라)이 실려 있지만, 이 해설집을 같이 봐야 출제자의 의도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텝스(뿐 아니라 영어 자체)를 대하는 시야가 넓어집니다.

테스트 4의 듣기 22번에서는 두 친구의 대화가 나옵니다("친구"라고 일부러 강조를 해 주네요). 여성의 대사 처음을 들으면 I'd like to라고 아주 또렷이 말합니다. 이런 대목도 그저 이 표현을 텍스트로만 공부한 분들은 이처럼이나 분명히 발음해 주는 데도 "그게 바로 그것"이었음을 눈치 못 채더군요. 그래서 해커스 공홈에 가서 단어장 같은 것도 반드시 음원을 다운 받아서 공부해야 합니다. 공짜인데 독자 입장에서 활용 안 할 이유가 없죠. 여성분의 다음 대사에도, make amends for 라든가, 요즘 출제 빈도가 부쩍 높아진 fallout(이 단어는 뜻이 무척 많은데 여기서는 "다툼"이란 뜻입니다) 같은, 어찌 보면 어휘 전용으로 공부하던 항목이 그냥 듣기 테스트에서 바로 활용됩니다. 사실 특정 평가 영역에 한정된 단어/숙어가 어디 따로 있겠습니까. 여튼 이런 부분이 다 키워드 구실을 해서, 답 자체는 아주 쉽게 찾아집니다.

듣기 29번 같은 것도, 오답인 (d)에서 license라고 하는지 buy some이라고 하는지, 괜히 상황의 맥락에서 연상되는 다른 단어로 오판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이처럼 "추론(inferred)" 문제의 교묘한 포인트 역시 텝스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다음 30번은 경관과 운전자 사이의 대화라고 역시 그 "맥락"을 안내자가 먼저 응시생들에게 알려 주고 시작합니다. 텝스의 경향을 치밀히 연구하고 잘 반영한 해커스 시리즈의 장점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여성분이 경관인데, 세번째 대사가 Not too worried인지 Not to worry인지 좀 헷갈린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건 딱히 해결할 방법이 있다기보다, 전자 같은 표현은 잘 쓰지를 않습니다. "루틴 체크" 등은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 경비원, 경찰 등이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 워낙 자주 쓰이는 표현이라 누구 귀에도 익을 듯합니다. 교통 위반 딱지도 그저 ticket이라고만 알고 있는데, 답에는 citation이라는 보다 격식을 갖춘 표현이 등장합니다 하필 이게 또 답이라서, 응시자들이 확신이 없다면 이걸 바로 고르기가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36번 역시 (두 번씩 들려 주는)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 쳐도 논리적으로 타당한 답을 고르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생각외로 텝스는, 영어에서 걸리는 게 아니라, 영어 외적인 사고 알고리즘, 체질이 시험과 안 맞아서 고생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충고는, 일단 내 생각만 맞다고 고집하면서 감정 상해할 게 아니라, (어차피 사람도 아니고 책을 상대하는 건데, 또 나보다야 보편타당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사고하는 전문가들이 쓴 책인데) 한 번 정도는 물러서서 "이게 더 맞지 않을까?"하고 차분히 자신을 반성해 보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다 자기 자신이 상황에 최선을 다해 왔다면서 남부끄럽지 않은 소신을 가졌다고 여기지만, 그 중에는 불공평하거나 편견에 가까운, 나 말고는 그리 많은 이가 동의하지 않는 것들도 제법 됩니다.

이 문제에서도, 이 청원자(사람들 앞에서 연설하거나, 아니면 어떤 안건을 회람시키는 듯하죠)는 특정 건설회사가 법을 어겼다는 의심이 드니 시 당국에 호소하자는 취지이고, 아직 "객관적으로" 법을 어겼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단, 화자는 그리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도 그냥 화자에 바로 감정이입해서, 지금 말하는 사람이 회사에 의심을 두고 비난하는 중이니 바로 (a)가 답 아니냐고 그냥 찍고는 자기 생각으로 굳혀 버리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마인드로는 어떤 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못 냅니다. 아무리 문제 중에서 화자가 특정 방향으로 생각을 고집했어도, 밖에서 보는 우리는 관찰자의 특권으로 사태를 재구성할 줄 알아야죠. 이처럼 기존의 내 생각을, 한 번 정도는 의심도 해 보고 교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인격 수양(영어 공부 외에)도 이뤄지는 것 아닐까요.

테스트 5에서 어휘 22번 같은 경우 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 줄은 알겠는데, (d)나 (a)도 답이 안 될 건 없습니다. 지금 불법으로 영화 파일을 복제, 전송하는 행위를 가리키는데, 이 경우 (a)는 매우 어색합니다. (d) emulate 같은 경우 과거 E-Mule이라고 유명한 P2P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더 헷갈릴 만합니다. 그런데, 답은 (c)밖에 될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위법한 행동으로 체포되었다는 거니까 괄호 안에는 그 자체로 범죄가 될 만한 동사(의 동명사형)가 들어가야 합니다. (a)나 (d)는 정황에 따라 합법이거나 당연한 업무 과정일 수도 있거든요(제작사가 프린트를 뜬다거나). (b)와 (c)가 범죄 관련 개념이긴 한데 (b)는 문맥과 전혀 무관합니다. (c)는 또, 유명한 붕법 파일 사이트 간판(의 일부)이기도 하기 때문에 ㅎㅎ 이걸로 찍은 이들도 아마 있지 싶습니다.

테스트 4의 어휘 25을 보시면 시의적절하게도 올해초에 열렸던 평창 동계 올림픽이 소재로 나와 있구나 짐작했는데, 그건 아니고 2013년에 개최되었던 지적장애인 올림픽(스페셜 올림픽스)이더군요. 평창 올림픽이 열리기 전 2017년에도 오스트리아에서 직전 대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차기 대회가 베이징 주최이므로 패럴림픽과는 달리 정규 대회와의 연관성은 없는 듯하네요. 답은, 선지의 단어들이 다 모양이 비슷해 보여도 (d) 말고는 답이 될 게 없습니다.

테스트 5의 문법 25번을 보면... demand, require 같은 이른바 "요구동사"의 경우 이의 목적절에 조동사 should나, 혹은 동사원형(정확하게는 원형부정사)가 온다는 건 누구나 다 압니다. 그런데 동사가 아닌 형용사꼴로 imperative가 오고(물론 그 앞엔 be 동사가 와야죠), 이 뒤에 진주어 가주어 구문으로 따라오는 that 이하에서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되는 건 모르는 이들이 많죠. 여튼 답은, 요구동사의 원리를 유추해서 (a)입니다.

파트3의 28번처럼 한 패러그래프로 모인 문장들 중에서 오답 찾는 걸 유독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걸 보면 전부 다 답 같아서 도저히 답을 못 찾아내겠다고 합니다. IQ 테스트에서 패턴 분석은 잘해도 (더 쉬운) 숨은그림찾기를 못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 문제는 Had it not been for 같은 구문 공부가, 수험생이라면 터치를 않거나 잊고 지나간 사람이 없을 만큼 널리 이뤄졌으므로 아마 이 문제를 틀린 이는 드물 것 같습니다.

테스트 6의 독해 5번에서, "피처링"이란 단어는 알아도 "feature film"이라고 하면 무슨 소린지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아주 자주 쓰는데 한국 학원에서는 표현의 pool이 고정되어 있어서. 익숙한 단어 둘의 조합인데도 전혀 뜻을 감 못 잡곤 하죠. 이 지문에서는 장편 극영화와 다큐를 나란히 설명하며, 산업과 각 상품의 특성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답은 (a)밖에 될 것이 없습니다. 나머지 선지들은 누구라도 극영화의 특성인 줄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

테스트 6의 독해 17번 같은 걸 보시면, 이 해설집에서는 일일이 본문에다 선지 (a), (b), (c), (d)의 각 항을 매칭시켜서 왜 어떤 게 답이고 어떤 건 틀렸는지 수험생이 한눈에 알아보게 표기해 놓았습니다. 물론 타사 책들도 이런 시도는 하지만 해커스는 기계적으로 편집하는 게 아니라, 제 느낌으로는 좀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들 기준으로 정말 이런 편집이 필요하겠다 판단되는 문항들에다 이렇게 처리하는 듯하더군요.

32번은 네안데르탈인의 새롭고 놀라운 측면을 발견해 낸 최근의 인류학 연구성과가 그 주제입니다. 대중서에서도 이 토픽으로 재미있는책이 여러 권 나왔으므로 상식이 풍부한 이들은 지문을 읽기 전에도 내용 파악이 손쉽게 이뤄질 겁니다. 비단 인류학뿐 아니라 역사, 철학, 종교 등 모든 주제가 마찬가지인데, 혹시 선지식을 가진 이들(역사 덕후라든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봐 실제 시험에는 이런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사항 말고 좀 덜 알려지고 덜 인기를 끄는 사연이 다뤄지더군요. 아무튼 여기서 early human은, 휴머노이드 전체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만을 제한적으로 지칭한다는 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 그러면 지문을 정반대로 해석하게 됩니다. 또 이 지문은 과거형과 과거완료형의 용법에 대해서도 단 한 문장(복문)먼으로 차이를 알 수 있는, 문법적으로도 유익한 발췌문입니다.

해커스 시리즈 중 마지막으로 실전을 대비할 이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고난도 문항(그렇다고 전 문항이 고난도는 아닙니다. 실전에 맞게 적절히 난이도가 안배되어 있습니다)이 요소요소에 잘 실려, 시간 배분해 가면서 전략도 짜고 감각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게 책이 참 잘 만들어진 듯합니다. 문제를 다 풀어냈다고 해도 과연 출제자의 의도에 맞은 바람직한 과정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우연히 다다른 행운이었는지는 학습자의 냉철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 치밀한 해설집을 보고, 그저 내가 아는 지식을 재확인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피아노 조율하듯이 어떤 보편적인 상식과 감각에 내가 혹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해설을 꼼꼼히 읽고 마지막으로 실력을 가다듬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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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텝스(TEPS) 최신기출유형 실전모의고사 문제집 - 텝스 모의고사 6회분 : TEPS 최신 시험 출제경향 반영 / 실제 시험과 동일한 성우 음성 MP3 / 최다 모의고사 6회분+정답+스크립트+해석 해커스 텝스 최신기출유형 실전모의고사
해커스어학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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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텝스는 여전히 까다로운 포맷이며, 토익과는 달리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문답 구조가 아닙니다. 남김 없이 문장이 다 들렸다 해도 4개 선지 중 가장 논리적인 답을 골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기초 실력을 탄탄히 다졌다 해도 실전 감각을 따로 기르기 위해 이처럼 모의고사 형태로 된 교재로 연습을 해야 합니다. 영어 좀 한다고 자부하는 분들도 최고난도의 이 교재로 진짜 자신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지 점검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책은 청해, 어휘, 문법, 독해 네 영역을 모두 다루는 종합 문제집입니다. 아무리 영어 실력에 자신이 있어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기본서를 적어도 한 번은 읽고 시험에 임해야 할 줄 압니다. 토익이든 텝스든 자주 출제되는 표현과 어휘가 따로 있으니 이에 익숙지 않으면 일단 듣기 음원이 뭐라고 하는지 말이 안 들립니다. 괜히 좌절할 게 아니라 본인이 기초 표현을 과연 열심히 익힌 후인지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재 연관하여 듣기 파일, 단어장 등이 공홈에 게시되어 있으므로 회원 가입 후 꼭 다운 받아야 합니다. 청해 문제 풀이를 위한 MP3 다운은 말할 것도 없고, 단어장(pdf) 등도 폰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익혀야만 합니다.

테스트는 총 6회분인데 봉투형이 아니라 책자형이고 해설집과 문제집이 완전히 분권되어 따로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집만 사서 보면 비능률적입니다. 공홈에 해설 pdf가 따로 없으므로(토익 실전 1000제는 이 시리즈와 달리 무료 pdf가 게시되어서 어느 정도는 커버 되더군요) 해설집도 따로 사야만 하겠습니다.

테스트 1의 1번에서 답지 중 (c) Sure, my flight isn't until eleven.이란 문장은, 얼핏 들으면 isn't인지 is인지 헷갈립니다. 어제 트럼프도 would 하고 wouldn't를 헷갈렸다고 변명하던데 사실 원어민들도 이 미약한, 약간 성대만 떨면서 내는 t를 못 들을 때가 있습니다. 단 이 문제에서는 뒤의 until이 모음으로 시작하므로 그 앞에 살짝 얹히는 게 분명히 느껴집니다(마치 "턴틸"처럼). 이건 오답이니까 신경 안 쓰고 넘어가야지 뭐 이러지 마시고, 이런 문항이 정답으로 떡하니 등장할 경우를 대비해서 보다 체계적인 대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번에서 여인이 book이라고 하는지, cook이라고 하는지 똑똑히 들어야 하겠습니다(즉 예약을 할 시간이 없었다는 건지, 요리를 못했다는 건지). (a)가 당연히 답이지만, eat out이 빠르게 바름되어 "이라~"처럼 들리므로 뭔 말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수가 있습니다. (b)도, 여성이 뭔가 미안해하는 듯한 말 끝에 이어지므로 "I don't care." 로 시작하는 게 꽤 매력적입니다만 바로 그런 심리를 노리고 판 함정입니다. 뒤의 "I'm starving."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오답입니다. (d)는 마치 비꼬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16번을 보면 여성이 자기 딸을 그라운드시켰다고 먼저 말합니다. 보통 (자녀, 피보호자 입장에서) 외출 금지를 당했다고 하면 be grounded라고 수동태로는 아주 많이 쓰며 교재들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부모 입장에서 능동으로는 조금 드물게 듣죠(적어도 어학 시험에서는). (a)는 지금 하는 게 좀 유감이라는 것이므로 오답이며, (b)는 앞뒤가 안 맞고(가혹하다고 했다가, 겨우 몇 주 외출 금지라고 평가함), (c)에서 부모 노릇(parenting)이라는 말을 잘 알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d)에서 저는 앞의 fair enough라는 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보기에 따라서 (d)도 앞뒤가 안맞다고 볼 수 있거든요(아이 편 드는 듯하다가 애한테 어떤 선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런데 이 fair enough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현실의 제약 때문에 타협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태세 전환(ㅋ)"을 할 때 아주 그럴듯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25번은 두 남녀의 대화입니다. "지금 그거 새 옷 입은 거야?"라고 남자가 말을 시작하죠. "충동 구매"라고 여성이 (스스로) 말했으니, 아마 옷이 비싸지 않았겠나 하고 우리 응시자(리스너)들은 추측할 수 있고, 실제로 상대 남성도 그렇게 대화를 끌고 갑니다. 근데 이런 대목에서 텝스는 방향을 확 틀어 버립니다. 여자가 가격이 "슬래시"되었다고 하죠. 그러자 남자도 "(여성이) got a steal" 했다며 맞장구를 칩니다. 이런 상황 관련 숙어 표현을 평소에 잘 알아 두어야 이런 대화가 무리없이 귀에 들어올 겁니다. 처음에 비싼 옷 샀다는 회제인 줄 알았는데, 듣다 보면 전혀 반대 방향으로 진상이 드러나는 이런 패턴도 텝스만의 개성이죠. 최고의 전문가들이 과연 멋지게 문제화를  한 내공이 증명되는 듯합니다. 그러니, 문제를 다 듣지도 않고 몇 가지 요령에 기대어 고득점하는 게 텝스에서는 어렵다는 겁니다.

34번은 같은 내용을 두 번씩 들려 주는(여성/남성), 내용 이해를 테스트하는 문제입니다. 일단 have yet to 같은 표현의 뜻을 알아둬야 (지문의 요지, 결론을) 정반대로 짚지 않게 되죠. augment가 동사로서 "증가(강)시키다"란 뜻을 갖는 것도 청해 영역에서는 좀 드물게 만납니다(병역을 카투사로 이행하신 분들은 잘 알겠네요). ceilings as facilely as floors 같은 어구, facile을 그저 어휘문제용으로만 대비한 수험생은 이 말이 귀에 잘 안 들어올 겁니다. ceiling과 floor가 서로 대비되는 말이니 여기서 전체 상황이 어떠한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 모두가 gecko("게코"라고 성우분이 또렷이 읽어 주네요)의 생리를 이해하게끔 그림을 그려 주는 설명입니다. 이런 문항에서는 괜한 함정을 파거나 논리를 요구하진 않고, 기술(description) 사항만을 정확히 이해하면 충분하죠.

테스트 2 어휘 11번에서, 후반부에 sulfric acid란 말이 나오므로 그것만 보고서도 답이 (b) corrosive임을 알 수 있습니다. 28번은 답이 누가 봐도 (a) promulgate 밖에 될 게 없지만, 해커스의 진가는 해설집에 있죠. 잠시 해설집(별권 별도 구매해야 합니다. 이 문제집책 뒤에도 스크립트와 해석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을 보면, 오답인 protract와 protrude 같은 단어는 어떤 단어(목적어)와 잘 어우리는지 (이른바 collocation) 한 가지씩 예를 들고 있습니다. 단어만 고립적으로 외워서는 실력이 늘지 않으므로 이런 예도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테스트 3 문법의 9번을 보면 답은 (d)인데, 문맥상 그녀가 돈(밀린 보수)를 받은 게 있다는 소리이므로 owe 동사가 능동이 아니라 수동이 되어야 합니다(능동이면 거꾸로 그녀가 타인에게 돈 줄 게 있다는 뜻이죠). 이런 간단한 것도, 동사 owe의 용법에 대해 정리가 분명히 안 되어 있으면 두 눈 버젓이 뜨고 틀립니다.

문법 25번은 (a)가 답인데 permission이 불가산명사(uncountable)인 줄은 누구나 알지만 정작 이런 문제를 만나면 "아, 허가가 일회라기보다 여러 번 받아야 할 성격이지?"라며 a permission 혹은 permissions를 고르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그게 어디 사안에 따라 다 다르지 딱 정해진 답이 있겠습니까? 고로, 가산명사로 취급하면 저 둘 다 정답이 되거나 다 오답이 되거나이겠으므로, permission이 불가산으로 취급되는 (a)밖에 답이 남지 않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d)는 안 될 건 없는데 끝에 복수 접미사 -s가 붙어서 오답입니다. 여기서 문제 풀이와는 무관하게 conciliar means라는 게 좀 어려운 표현인데, 행정 기관에도 장(長) 1인이 결재하는 사항이 있고 협의체(자문기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게 있죠. 그 중 후자를 말합니다.

독해 22번은 우리가 중학교만 들어가도 배우는, cook은 명사일 때 요리사이며 cooker는 요리 기구를 뜻한다는 그 사항이 그대로 나오는 지문입니다. cooker와 같은 말로 cooking device가 본문 중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malign과 unfair reputation도 서로 뜻이 통하는, 이른바 rephrasing이죠. 헤설에서는 단칼에 잘라, (d) 같은 건, 본문에서 분명 압력 조리기구가 안전하다고 했는데 부상 운운했으니 오답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많은 수험생들은 본문 중에 "안전 면에서의 혁신"을 언급하는 대목이 있으므로, 이 (d)도 근거가 있는 것 아닐까 착각하곤 합니다. 그렇다 쳐도 (d)는 논리적 비약인데, 해커스 시리즈는 이런 매력적인 오답지를 절묘하게 잘 고안해서 독자에게 수험 적응력을 효과적으로 키워 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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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dals0310 2018-08-0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혹시 테스트 3의 리스닝 답지 가능한가요?
 
해커스 토익 실전 1000제 1 LC Listening 해설집 (리스닝) - 최신 토익 리스닝 실전 기출 유형ㅣ오답분석까지 포함한 상세세 해설 수록 해커스 신토익
해커스어학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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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는 문제도 잘 만들지만 해설을 알차게 꾸미는 게 또 두드러진 장점입니다. 문제를 틀리면 일단 기분이 상해서 해설을 심드렁하게 보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면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내가 잘하는 건 이미 잘하니까 계속 무슨 페티시 보듯 몰두할 필요가 없고, 못하는 영역으로 빨리 넘어가서 보완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해커스 교재는 틀리는 이유를 다양히 분석해서 여러 대안을 제시하는데, 응시자 입장에서는 이런 자상하고 예리하며 포괄적이기까지 한 설명, 포맷이 큰 도움이 됩니다. 


문제가 거의 다 들리고 답도 맞혔지만, 해설지의 스크립트를 보면 "어 이런 게 있었나?"하고 새로운 사항이 눈에 띌 때도 있습니다. 이때 "에이 어차피 맞힌 문제인데"하고 가벼이 넘어가면 안 됩니다. 다음 시험에서 발목이 잡힐 수도 있고, 어차피 스펙을 넘어서서 진짜 외국인과 막힘 없이 대화를 해야 하는데 흘려 듣는 구석이 가능하면 안 남아야 그게 진짜 실력입니다. 따라서 정답 적중 여부와 무관하게 스크립트는 꼭 챙겨야 하며, 교재의 해설도 꼼꼼히 읽어야 실력이 최종적으로 잘 다져집니다. 


테스트 7의 53~55를 보면, 간만에 미국인 여성과 캐나다 남성, 즉 두 북미인이 대화하는 내용입니다. 보통 미국인들이 발음을 잘 뭉개고 영국식이 또렷하게 읽어준다고들 하지만 개인차가 더 크고요. 이 문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 한국인들 귀에는 실제 접촉 빈도도 그렇고 영화 같은 걸 많이 봐서인지 북미인들 발음이 훨씬 친숙합니다. 내용은 여성 고객이 은행에 다시 들어와 폰을 놓고 간 듯하다고 하자, 남성 직원이 일단 "분실물 보관함"을 확인해 주고 그 결과를 알린 후, 여성 고객에게 책임자로서 자신이 어떤 조치를 할지 말하며 안심시키는 이야기입니다(친절도 하셔라). 대체로 무난하고 속도도 좀 느린 편이나, found box 같은 말 뜻을 모르면 내용 파악에 있어 다소 멈칫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 쳐도 문제 자체의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 응시자들이 답은 대부분 맞힐 듯합니다.


74번은 미국인 화자가 혼자서 말하는 형식입니다. 화제가 심각해서인지 여성분 어조가 격앙된 듯도 하고 성우분이 연기를 잘하는(?) 것도 같습니다. 마지막에 "부담 없이 ~하십시오"라고 할 때 Feel free to~라고 하는 말투를 잘 알아둬야겠죠. 토익뿐 아니라 어느 어학 시험 LC에도 자주 나오니까요. 


특히 이 파트에서 토익 LC는 문제 형식이 꽤 정형화한 편이라, "이 대화, 메시지의 의도가 무엇인가" 같은 건 반드시 묻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딱히 함정 같은 것도 없고요. 그래서 혹 몇 단어가 안 들린다 해도 일단 시험에서 고득점하는 게 목적이니까 현장에서 막 자책할 게 아니라 구차하게라도 자기 귀에 들리는 단어를 잘 메모해 놓고 최대한 점수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해커스 교재, 특히 해설집을 보면 "이런이런 요령만 알아도 답이 눈에 빨리 들어오겠다" 싶은 좋은 인스트럭팅이 많습니다. 초반은 전 지문(메시지)의 목적이 다 담겼으므로 특히 주의해서 듣는다. 인명이 나오면 신분과 직책 설명을 반드시 메모해야 한다 등등, 이른바 "질문의 핵심어구(listner must do)" 유형을 잘 정리해 줍니다. 시험뿐 아니라 세상사 모두가 요령에 달린 것 아니겠습니까.


테스트 10의 65~67은 대화도 들어야 하고, 문제지(이 책 말고 별도 문제집. 물론 이 해설집에도 또 중복해서 실어 놓았습니다. 그 정도 편의를 제공 안 할 이 동네 센스가 아니죠)에 보면 쿠폰 내용의 텍스트도 같이 읽어야 합니다. 발음은 영어 강사들이 누차 지적하듯 "큐폰"이라 발음해야 합니다. 호주 남성과 미국 여성이 번갈아 말을 하는데(대화하는데), 앞에서도 말했듯 어디까지가 일반 명사이며 고유명사인지 구분을 해야 맥락을 빨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 같은 경우 앞에서 여성이 "선호하시는 브랜드가 있나요?"라고 물어 보기 때문에, 아 뒤의 남성 대답 중에 어떤 고유명사가 나오겠구나 하고 (그 짧은 시간에) 심리적 대비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시험이 그러하지만, 특히 어학 공부에는 환상이 없습니다. 자택으로 날아오는 성적표에 찍힌 점수가 가장 정직한 자신의 진짜 실력입니다. 스펙으로 안 나타나는 나만의 장점 같은 건 사회에서 아무도 안 알아 줍니다. 남들 하는 스펙은 그것대로 다 쌓고, 그 위에 자신만의 장점을 추가해야죠. 이 해커스 교재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요즘은 진짜 실력 따로 있고 스펙용 실력 따로 있고 이런 시대가 아닙니다. 해설집에 나온 설명을 보면 집필자의 내공과 정성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책을 100% 활용해서, 보여주기용이 아닌 진짜 영어 실력을 쌓게 도와주는 책, 그것도 따로 독자가 활용법을 개척해야 하는 게 아니라 책 편제를 따라가다 보면 알아서 실력이 느는 책은 정말 드뭅니다. 다들 열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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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토익이 신유형으로 바뀌고 난 후 리스닝 영역도 제법 큰 폭으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공인어학 시험이 대개 그렇지만, 주고받는 대화의 구조도 뻔한 패턴이 아닌, 다소 입체적이고 여러 레이어가 깔린 편이거니와, 그에 대한 답 역시 치밀하게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꼭 오답을 내기 좋게끔 여러 함정이 놓여지곤 했습니다.

이 책은 실전 1000제(題)라고 타이틀이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해커스 다른 레벨 교재들보다, 아무래도 난이도는 더 높은 편이라고 봐야 맞겠습니다(공홈의 분류로는 최고난도라고 되어 있더군요). 해커스 홈피에서 MP3 문제파일을 다운 받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속도도 실전에 맞춰 적절한 만큼 빠릅니다.

테스트 1, 파트 1의 4번에서 다소 억양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성우가 호주 발음으로 읽어서 그렇습니다. 억양에 적응이 늦을 수는 있어도, 핵심 단어만큼은 또렷이 들리므로 사실 파트 1에서 응시자들이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진 않습니다.

15번 같은 경우 호주식 발음으로 묻는 걸 들은 후, 영국식 발음으로 답하는 유형입니다. 문제에서 charge라고 하는 건 분명히 들리는데, 이 charge가 "요금의 책정"인지, 아니면 "충전"인지를 두고 갈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혹 전자로 오판했다고 쳐도, 이어서 들리는 (a), (b), (c) 중 어느 선지에도 그것 관련 답은 없으므로 너무 당황할 필요 없이 올바른 답(아마 b이겠으나, 해설집을 봐야 하겠죠)을 고를 수 있습니다.

16번 같은 경우 "간만에" 깨끗한 미국식 억양(우리에게 익숙해서 더 안심이 되는)으로 질문하는데, 답은 호주식 발음으로들 읽어 주는 그런 문제입니다. 마지막에 "called back yet?"으로 빠르게 연이어 읽을 때 약간 영국식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제 주변에 어떤 분은 "코배캬"가 뭐야?"라고 묻기도 하더군요 ㅋㅋ), 무튼 LC에 어지간히 훈련 적응된 응시자라면 그리 크게 당황하지는 않을 겁니다. rear(뒤편)도, 이게 호주식이라는 걸 감안 안 하면 아마 real로 잘못 캐치할 수도 있겠습니다. 교재에서 일일이 안 짚어 주더라도, 내가 어느 부분을 잘못 듣거나 흘리는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정직하게 점검을 해야 실력이 늡니다. 해커스 교재는 수험생들이 착각하거나 취약한 대목을 용케도 문제화해서, 연습 단계에서 막 틀려가며 자기 단점을 보완하게 (적나라하게) 들추는 면이 참 좋습니다. 연습 때 많이 틀리고 자기 단점을 찾아 놓아야 실전에서 잘할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내 약점을 들추는(?) 책이 고마운 책입니다.

32번부터는 파트 3이 시작되는데, 이 역시 두 사람이 약간 긴 대화를 주고받지만 둘의 억양이 각각 다른 나라(미영호캐)의 개성을 대표하게 구성했죠. 35~37을 들어 보면 먼저 말을 꺼내는 여성분은 영국분, 말을 받는 남성분은 호주사람입니다. 영국 여성분은 비교적 속도가 느리고 우아하게 말씀을 하는데, 호주 남성분은 말도 빠를 뿐 아니라 그 특유의 호주 억양 때문에 약간은 우습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합니다(실제 저 정도는 아닌데). 여튼 이 정도 고난도에 평소에 적응해야 고사장 가서 당황 않고 문제를 잘 풀 수 있겠습니다. "폰 넘버"도 (문맥상 폰 넘버인 줄이야 알고 예측도 가능하지만) 무슨 "포인 넘버"처럼 들리는 듯합니다 ㅎㅎ

35, 36은 대부분의 응시자들이 정답을 쉽게 고를 수 있겠고, 37 역시 대화에 집중만 했다면 어렵지 않게 맞힐 수 있습니다. 문제에서, 남성 성우가 문항을 읽어 주면서도, 대화 당사자 여성의 한 마디를 인용할때는 다시 그 여성 성우가 등장하여 읽어 주는 패턴입니다. 여러 번 응시한 베테랑들은 잘 알겠으나, 행여 초보자라면 이걸 두고 "새로운 대화의 시작인가?" 처럼 오해할 수도 있겠으니 평소부터 이런 실전 교재에서 적응을 해야 하겠네요. 여튼 답 고르기는 어렵지 않으나, 텝스 등과 달리 한 번만 들려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83번 같은 경우, 문제를 진행, 안내하는 분은 너무도 천천히 읽어 주셔서, 아마 많은 수험셍들은 "정작 본문을 좀 이 정도 속도로.." 같은 원망이 생길 만도 합니다. 그러나 실전에서 써야 하는 어학 실력이라면 그런 사정 봐주기는 안 통하며, 또 어학 시험에서 그래서야 어디 변별력이 생기겠습니까. 지문은 여성 한 분이 미국식 발음으로 다소 흥분된 듯(?) 빠르게 읽어가는데, 이 와중에서도 sixth 같은 단어를 읽을 때, [s]와 [th]를 분명히 구분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자음 둘이 연달아 오면 하나를 뭉갠다는 이상한 원칙을 가르치는 이들도 있으나, 네이티브들이 이처럼 정석대로 발음을 하는데 다른 더 유력한 증거가 어디 필요하겠습니까.

테스트 5의 56번에서, 아직 서투른 응시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대목은 어디서부터가 고유명사이며 어디서부터가 상황 설명에 동원되는 일반 명사 등의 나열인지 구분하는 요령입니다. 예를 들어 "아워 랜드로드 브렌다 프로스트"라고 읽을 때, 어떤 이들은 미세한 pause 후 읽혀지는 사람 이름과 직함(신분)이 구분 안 되어 애를 먹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왜 landlady라고 하지 않았는지 살짝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하더군요. 내년부터 한 달에 300달러가 오른다고 했을 때, "이얼"하고 굴리지 않는(r을 조음 안하는) 영국식 발음이 두드러집니다.

앞에서 말했듯, 해커스 교재는 수험생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책이 아니라, 수험생이 당장 실전에서 보완, 개선해야 할 부분을 좀 신기할 만큼 잘 짚어내어서 이를 문제화하고, 연습에서 많이 깨진 후 실전에서 잘 해내게 돕는, "입에 쓰고 몸에는 좋은" 그런 참고서입니다. 많은 수험생들에게 신뢰를 받는 비결이 여기 있는 듯합니다. 욕심 많은 수험생(욕심이 많은 게 옳은 겁니다)들은 타 교재들도 찾아가며 자기 주도 단권화를 하는 게 보통인데, 영어 과목에서 해커스 책은 그럴 필요가 없고 책의 커리에만 몸을 맡겨도 되는 게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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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경영 - 4차 산업혁명과 파괴적 혁신 대우휴먼사이언스 22
홍대순 지음 / 아카넷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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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혁신"이란 말은 하버드의 크리스텐슨 교수가 체계적으로 개념화한 이래,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과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기존의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하듯 혁신하라는 뜻인데, 이는 종전의 금욕적 장인정신이나 성(誠), 경(敬)의 미덕과도 배치되는 면이 있어 더욱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강력한 시대정신이라면 이리 재고 저리 잴 것 없이 한 길로 내처 나아가야만 합니다. 마음에 끌리지 않는 구석이 있다면 그건 자신을 둘러싼 시대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내면의 타성이 발목을 잡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든든한 자본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이를 상품화할 수가 없었습니다. 카를 마르크스가 "생산 수단 소유의 독점화" 운운하며 자본가 계급을 맹비난하고 나선 건 이 때문이었는데, 그러나 이제는 3D 프린터의 발명(앞으로 갈 길이 아직 멉니다만)으로 만인 생산자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으니 그의 이론은 중요한 기반 하나를 결정적으로 다시 상실한 셈입니다. 이제 시장에서 실패하는 건 본인의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부실한 탓이지 다른 누구의 잘못이나 구조적 비리 따위 구실을 둘러댈 수 없게 되었으므로, 껍데기는 가고 알곡만 남는 진정한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전부터 기업은 고객들에게 기획과 아이디어 참여, 개진의 기회를 열어 왔습니다. 이는 관심을 끌어 제품(아직 태동 단계도 아니지만) 홍보를 꾀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업/소비자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지는 시대 대세의 반영이라고 봐야 더 정확할 듯합니다. 소비자는 기업의 상품을 팔아주기만 하는 타깃 집단, 배출구가 아니라, 그 일부가 이미 기업에 참여하여 함께 작업하고 이익 일부를 분여 받는 일종의 파트너십 집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소비자를 그저 전략적 공략 대상으로 삼는다든가, 소비자가 기업을 반사회적이라며 적대시하기만 하는 태도는 이미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폐습입니다. 소비자와 소통 못 하는 기업은 결국 도태될 뿐이며, 이런저런 기업에 한 발짝씩 거치며 이익도 챙기고 자아실현도 하는 영리한 시민이야말로 미래의 바람직한 경제 참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걸 못 하면 본인이 무능한 탓일 뿐입니다. 맹목적인 반기업 정서 외에 아무 대안을 못 내놓는 어리석음이야말로 구시대의 프레임에 눈이 먼 낙오자의 우스운 몸부림입니다.

한편으로, 기존의 지식인 양성 시스템이란 주로 합리적이고 알고리즘 지향적인 좌뇌 우선형 인간의 현창에 그 초점이 놓였습니다(좌뇌/우뇌의 구분이 딱히 근거가 없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만 일단 통념에 기반하여 논의를 시작하는 게 편하죠. 이 책 p65에는 19세기부터 학계가 컨센서스를 이룬 좌우뇌 구분론을 잠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간 오래 억압되었던 우뇌의 창의력, 예술 감각이 다시 해방구를 맞아, 이를 잘 발휘하는 인간형이 대중과 시장에서 환영받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기존 좌뇌의 기능을 기계에 대폭 이양할 수밖에 없는 기술 진보가 누구 눈에도 뚜렷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계산 능력이 뛰어나도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능가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독특한 관점으로 사물과 대상의 개성을 포착하고, 타인의 감성에 독창적으로 호소하는 방식은 기계가 도무지 흉내낼 수 없는 재주입니다. 기계가 (아직은) 죽어도 못하는 걸 잘해내는 인간이 높은 대우를 받는 건 당연합니다. 소통 능력 공감 능력을 요즘 부쩍 거론들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종래, 시장에서 환영 받는 상품은 기능이 뛰어난 부류가 가장 앞줄에 놓이는 편이었습니다. 비싼 돈 주고 사서 쓰는 건데 내게 해 주는 일이 많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기능도 기능이지만 나를 감성적으로 만족시키고, 나의 심미안을 일깨우는 "예술적 효용"을 갖춘 상품이라야 히트작의 반열에 오릅니다. "와우, 이거 예술인데!(p32)"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건 애니콜 시리즈의 성공, 보르도 TV의 유럽 내 대히트 등이 그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자나 후자나, 노키아나 소니 등 기존의 강자와는 달리 고객의 심미안까지 만족시키는 신의 한 수를 제품에 투영했기에 이런 쾌거가 가능했죠.

셀 폰 시장은 그후 애플이 프레임 자체를 통째 바꿔 놓았기에 다시 삼성은 추격자 레벨로 전락했지만, 정말로 다시 한번 도약을 이루려면 (애플을 제대로 "모방"하여) 현재 직사각형 구조에 머문 스마트폰 포맷을 근본에서부터 엎어버리는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해당 회사 안에서도 폴더블, 플렉서블 모델 고안에 골몰했다고 하는데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죠.

이번 2018 FIFA 월드컵에서도 중국가전 기업인 하이신(海信. 영어로는 특이하게 Hisense라고 표기합니다. 의도는 짐작 가능하죠)이 경기 내내 피치를 두른 광고판에서 "激光電視 中國領先, (激光電視: 앞 구절 반복) 換代首選"이란 구호를 게시하며 관중과 시청자 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솔직히 중국인 말고 누가 그 카피의 뜻과 형태에 주목할까 싶었지만). "격광전시"는 디지털 TV 라는 뜻이며(지금 누가 아날로그 TV를 쓰나요), "중국영선"은 "중국이 앞장선다", "환대수선"은 "세대교체를 이루며 먼저 (시장에서) 선택받는다"란 뜻인데, 삼성이나 LG가 십여 년 전 정말로 해외 시장에서 영선, 수선, 환대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말만 요란히 앞세운다고 현실이 그대로 바뀌는 건 아니죠.

"복잡함은 그저 과잉일 뿐이며 결코 명품이 아니고 조직의 성과를 지향하는 기업에서는 엄청난 걸림돌이 된다(p57)" 그래서 대략 십 년 전 인도에서는 불필요한 기능을 다 빼버리고 정말 필요한 피처만 넣은 이른바 "역 혁신(리버스 이노베이션)"을 구현한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는 또한, 최근의 이른바 "가성비 트렌드"와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뭐 영리한 소비자라면 사실 숨어 있는 다양한 기능을 매뉴얼 찾아가며 남들 안 쓰는 효용을 찾아먹는 게 똑똑한 짓인데, 다들 그렇게 따라할 수는 없겠으니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역시 PC에의 리버스 이노베이션이 성공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PC를 정말 100% 활용하며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을 놓고 답답하게 생각하겠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겠지요.

기계적 합리성의 시대는 바로 좌뇌를 우대하던 시대입니다. 시골에서 농사 짓고 소를 팔아 대학에 자녀를 보내던 어르신들은, 인문이나 예술 등 추상적이고 모호한 전공을 매우 경원시했고, 반면 자녀의 공대 진학은 이런 이들의 로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공부를 잘하기나 하면 모르겠는데 그렇지도 않고 그저 입으로 다 때우며 정작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면 손도 못 대는 가짜, 사이비가 너무 많아서 문제죠. 여튼 이런 사람들은 좌뇌형도 우뇌형도 뭣도 아닌, 입으로 다 때우는 밑바닥 사기꾼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용을 이해도 못하면서 IT 전문가니 보험 설계니 뭐니 사기를 치고 다니는데, 아마 태중에서 사이비의 지독한 태교 테러를 받아서 용모도 흉해지고 지능도 떨어지는 광대짓을 하게 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 IT 전문가라면서 정작 초등학생들이나 배우는 함수 기초 개념을 읊고 앉았으니, 어느 천년에 진짜 IT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요?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이유는, 사이비한테 태교를 잘못 받아서(태교가 아니라 테러 ㅋ) 인정 욕구만 강해지고 열등감이 하늘을 찌르게 된 게 다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류사의 현인들은 "일과 놀이"를 범주적으로 구분해 왔습니다. "호모 루덴스"라는 인문적 학명이 말해 주듯 인간은 태생부터 놀기를 즐기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프리드리히 대왕 등 전제 (계몽) 군주들은 (체신 없게도) 벌판의 농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왜 일을 안 하고 놀고 있니? 왕인 나도 이처럼 돌아다니고 있는데!" 하고 매를 치며 꾸짖었다고 하지만(본시 호언촐러른 가의 군주들이 촐싹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중 어떤 분은 전쟁놀이하다 나라를 다 말아먹고 가문의 문을 닫기까지 ㅋ), 진짜 혁신과 창의성은 "노는 중에 불현듯" 찾아오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은 처사이죠. 책에서도 네덜란드의 사상가 호이징가(하위징아)를 인용하며, "놀이를 하는 정신이야말로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 활동을 하게 돕는 원천"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태네에서 테러를 당한 늙은 열등 종자는 그저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아무도 안 믿는) 사기나 치고 불륜(아무도 호응 안 하는) 상대나 쫓고 조회수(아무도 안 보는)나 걱정 하고 다니며 큰 웃음을 줄 뿐입니다만.

요즘은 책에서 읽는 지식이 아니라 밖에서 몸소 발로 뛰고 겪는 "경험의 가치와 각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시되는 시대입니다. 어느 백화점에서는 연극의 형태를 도입해서(p190), 직원들이 왜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지 고객의 입장이 되어 직접 느끼고 자각하게 하는 방식도 도입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례는 직원보다, 이런 방식까지 고안하여 직원 자질을 높여야 하는 CEO나 관리직, 기획진의 고충이 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우뇌 중심 예술 경영의 좋은 예로 디자인 씽킹을 듭니다. 디자인 씽킹이란 1) 발상하는 이 자신도 창의적인 산물을 내어 놓기 유리하며, 2) 이를 이해하는 이들도 딱딱한 문자 안에 갇혀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이해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발화자, 창안자의 의도를 직접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몇 걸음 더 나아가 진전된 새 단계의 발상도 빚어낼 수 있습니다.

p204에서는 "알레아토릭"이란 미학 개념이 소개됩니다. "알레아"는 라틴어로서 본디 주사위를 뜻하는데, 시저에게 수에토니우스가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했을 때의 바로 그 단어이기도 합니다. 세렌디피티란 말도 있는데 "우연히 발견한 행복의 기쁨"이란 뜻입니다. 진짜 가치 있고 아름답고 절묘한 창의는 그저 "우연"에 의해 빚어질 수 있다는 뜻인데, 사실 영감이야 뜬금없이 찾아와도 그 이면에는 지독한 노력과 모색과 땀이 스며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자신이 애써 죽을 고생을 해서 얻어내었다고 여기기보다, 나는 운이 좋아서 이런 게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자랑하기를 오히려 즐깁니다. 책의 결론은, 구시대적인 기계적 합리성을 추구할 게 아니라 자유롭고 창의적인 감각을 길러야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역시 이를 위해선 초기 방향(종래의 좌뇌 지향 강박이 사라진 채)이 올바로 잡힌 출발에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쪽이겠습니다. 노력은 안 하고 쓸데없는 인정 욕구만 X차 안에 채워 넣는 동물에게 무슨 캐스팅의 요행이 찾아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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