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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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아버지'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언젠가부터 가정과 사회로 부터 소외당한 쓸쓸한 뒷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위풍당당하고 권위적이던 아버지들이 외롭고 쓸쓸한 모습이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작품으로는 조창인의 '가시고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IMF 시기의 경제적 위기와 함께 나온 작품으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불러 일으켰었다. 그런데, 그이전에 벌써 소외된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졌던 작품이 김정현의 '아버지'였다. 1996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췌장암에 걸린 아버지가 가정과 사회로 부터 소외된 상태에서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정리해 가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깝고 슬프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아버지들이 왜 이토록 소외당하고 있는지, 가정이란,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이 또 다른 아버지의 이야기로 우리들을 찾아 왔다. 작가인 김정현은 전직 경찰관 출신이라는 약력부터가 특이하여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는데, 이미 1991년에 '함정'이라는 작품으로 등단을 했다.
그의 새로운 작품인 '아버지의 눈물' 이 시대의 아버지, 특히 50대의 아버지에 포커스를 맞추었다고 보면 된다. 50대의 가장들의 삶은 사회적으로 평탄하지 않았던 시대의 사람들이다. 윗 세대는 한 가정을 이끌어 가는 권위적이고 당당하고 때론 옹고집스러운 아버지들이어서, 그 밑에서 순종적으로 기도 못 펴고 살았고, 학창시절에는 사회적으로 불안하였으며, 그들이 가장이 되어서 자식들을 거느렸을 때에는 아버지는 자식들의 좋은 입지를 만들어 주기위해서 모든 것을 무한정 베풀어야만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쓴 '아버지의 눈물'은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주인공인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의 탓일지도 모르는 제 능력과 처지는 생각지도 못하고 정치학을 전공한다. 대기업, 고시에 미련을 가지기도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고, 그저 저도 안되니까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학 학위를 받고 어떤 기회에 정치에 뜻을 두었던 백박사의 선거를 돕다가 겨우 그의 사무실의 국장이라는 허울뿐인 자리를 얻게 된다. '인생은 제 의지나 땀보다는 흐르는 세월이 결정 짓는 경우가 더 흔했다.'(P30) '스스로 인생의 뚜렷한 목표 조차 없지 않았던가(...) 허황된 꿈에 젖어 오래도록 자신과 가족 모두의 인생에 그늘을 지웠다. (P34)라고 생각할 정도로 삶의 목표도, 경제적 능력도 없는 그저 그런 소시민인 것이다. 아내 역시 대학까지 나왔지만 결혼초 남편이 공부를 할 때는 친정의 도움을 받고, 지금은 적은 월급으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면서 자식 뒷바라지에 악을 쓰는 평범한 주부인 것이다.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곱고 우아하고 당당하고 싶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아하고 당당하기는 커녕 짐스러운 존재가 된 듯 싶었다. 자식에게 까지 짐으로 여겨지고 경원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는 더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짐이 되기를 원하겠는가.죽는 그 순간까지 도와주고 나눠 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P196) '짐이 되다니, 정녕 억울한 소리다. 오히려 짐이 되지 않으려고 더욱 애태웠었다. 솔직히 조금은 대리 만족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나는 못했지만 너는 제대로 일어서, 내가 네 이름으로 세상에 당당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그토록 부담이 되고 바라면 안 되는 일이란 말인가.'(P197) 이들에게는 대학생인 두 아들이 있다. 아내는 장남의 지방대 진학으로 상심하고, 차남의 뛰어난 학업 성적에 기대에 부풀어 고시 뒷바라지를 한다.그녀의 남편을 향한 잔소리는 흔히 TV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남편의 권위를 비롯하여 경제적 무능력까지를 비웃는듯한 소리들이다. 남편과 장남을 향해서 퍼붓는 잔소리가 그들의 마음에 상처로 꽂힌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은 남편의 어머니의 경우가 틀리지 않았다. '어머니도 평생을 그랬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입에 달고 살았다. 때로는 아버지의 허황함과 무능보다 어머니의 그악스러운 말들이 더 상처가 되기도 했다. 가끔 그 원망이 자식들에까지 이어질 때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핏줄인 것 같은 자괴감에 몸서리쳤다.(...)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않을 것 같은 그 말의 칼날들이 자식의 가슴과 영혼에 씻을 수 없는 흉터가 되다는 것을 어머니는 정녕 몰랐을까. 어머니는 그렇게 당신의 서러운 희생을 스스로 빛바래게 했다. ' (p106) 그렇다. 아내의 모습은 자식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누리려는 그런 모습이다. 남편의 향한 거침없는 잔소리와 차남에 대한 지극한 관심이 이를 대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남의 군복무후의 대학 포기후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과 이런 환경속에서 고시를 준비하는 차남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그려진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주인공의 누나의 집은 한결 안정되고 행복스럽다. 비록 동생 뒷바라지로 학력은 높지 않지만 동네어귀에서 떡볶기, 어묵을 팔면서 누나의 남편은 가락시장에서 양파를 중국 음식점에 배달하는 일을 하지만 자식들은 학력이나 행동이 올바르고 정겨운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에 있었을까. 허황된 꿈일지라도 목표조차 없었던 세월의 흐름에 그저 흘러 갔던 아버지의 인생관과 가치관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그런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장남의 허황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꿈인 카레이서, 카 디자이너, 내차를 만들고 싶어서 카센터부터 시작하겠다는 발상이나, 장남의 여자 친구인 수경이 고객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메뉴의 음식만을 그날 그날 만들어서 파는 레스트랑을 하겠다는 꿈을 향해 가는 모습이 어쩌면 더 미래지향적일지도 모르겠다.



한가닥 남은 자존심때문에 부도덕한 행동을 하고 참회의 눈물을 흐르게 됨으로써 가족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는 것이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작품을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면 '투박한 질그릇'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소재나 주제, 그리고 구성이 너무도 단순하다. 복선이 깔린 갈등 구조가 없어서 그냥 읽으면 그대로 이야기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섬세한 심경묘사나 장면 묘사도 없어서 너무 단조로운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아름다운 도자기'가 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갈 곳없이 떠도는 쓸쓸한 아버지의 모습에 대한 단상들이 떠오른다면 한 번쯤 되짚어 본다는 의미가 있는 소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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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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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종의 그림을 가장 먼저 본 것은 '나의 생명이야기'에서 였다. 한때 인기 절정이던 황우석, 최재천, 김병종 공저로 나온 책인데, 그 책의 그림들이 읽는 맛을 더해주었다. 그이후에 '화첩기행'이 4권 간행되고, '김병종 라틴 화첩 기행'이 출간되어서 그의 그림에 끌려서 모두 읽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림뿐만아니라, 글솜씨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미 김병종은 자타가 인정하는 글쟁이(?)였던 것이다. 그는 젊은 날에 두 곳의 신춘문예에 당선한 경력도 있고, '대한민국 문학상'도 수상한바가 있다. 이 책에도 그의 문학청년시절의 이야기나, 명작이라고 손꼽히는 세계적인 작품들에 대한 글들이 언뜻 언뜻 소개되기도 한다.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이며, 국내외에서 20여 차례에 걸친 개인전도 열었던 한국화가이기에 그림 솜씨는 글솜씨 몹지 않게 더욱 대단하다.
이 글을 읽어 나가다 보면 작가의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연작 시리즈가 많이 있다. 그의 근래의 작품들은 캔버스 또는 닥판에 한지를 소재로 하여 먹과 채색을 한 동화적인 듯하면서도 아름답고 밝고 환한 그림들이 많이 소개된다. 덧칠을 한듯한 꺼칠꺼칠한 질감까지 느껴지는 그림들이다. 아마도 이런 그림들이 사람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의 초기 작품들은 이렇게 밝지만은 않았으며, 예수를 주제로 삼아서 연작으로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바보 예수' '흑색 예수' '황색 예수' '우는 신' '눈물' '육은 메마르고'등....
천천히 읽으면서 그의 미술세계까지 감상한다면 책 한 권으로 두 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이야기와 좋은 그림 감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 묵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김병종의 그림과 함께 그동안 국민일보에 실렸던 글들을 모아서 엮은 것이다.
1장 : 당신이 그리신 아름다운 세상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당신'은 창조주이신 하나님, 곧 예수님을 일컫는 말이다. 그동안 작가는 많은 곳을 여행하였다. 우리들이 흔히 갈 수 없는 라틴아메리카, 사하라사막, 히말라야 산, 키르기스스탄 등을 돌아 보면서 하나님이 곧 大예술가임을 이야기한다. 에게해의 물색이 사무치게 아름다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는데 카리브해에 가서는 황홀경에 빠지고 만다. 카리브해의 고요한 바다앞에서 깊은 신앙심에 도달하고  그 신비한 바다색 앞에 무릎을 꿇고 싶은 심정이라는 표현을 쓴다. 가만히 귀기울여 보면 바다에서 숨쉬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할 정도로 얼마나 자연이 아름다운지, 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한동안은 '물'을 소재로 그린다. 그뿐이 아니다. 물이 뒤적이고 물이 옹알대는 소리도 들리고 바람끝에 실려 오는 독특한 향기까지 느껴지는 작가이니 그의 글이, 그의 그림이 어떻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처럼 하나님의 창조물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인간의 탐욕이 자연을 망가뜨리고 그위에 깃든 생명을 훼손함을 안타까워한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가득찬 글들을 모아 놓았다.
  2장 : 내가 그린 당신의 얼굴
그의 작가의 젊은 날, 즉 80년대의 산물이 바로 '바보 예수'시리즈이다. 석양에 물든 캠퍼스를 내려오던 어느날 최루 연기 가득한 허공에 불현듯 솟아오른 그림이 바로 '바보 예수'였다. 번쩍! 하고 떠오른 그 예수의 얼굴에 붙잡혀 나는 그 후 십여 년 세월을 그리고 또 그렸다. 그 산발한 혹은 피투성이가 된 그이의 얼굴을. 외롭고 때로 쓸쓸한 그이의 얼굴을. (p83) 

 

2장은 꼭지 제목 밑에 성경구절이 한 구절 실리고 그에 걸맞는 자신의 작품이 소개되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글의 꼭지와 꼭지가 연결되는 듯이 이어진다. 이 시절에 그린 그림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가시관을 쓰고 손과 발에 못이 박혀서 흘리신 피처럼 어둡고, 人子(예수를 사람의 아들로 표현한 말) 의 고뇌의 모습들이 많이 비친다. 그리고 작가는 꼭 예수를 잘 생긴 외모의 백인이 아닌 흑색 예수, 황색 예수, 우는 신 등으로 표현한다.



 
  3장 : 당신과 함께이기에 나 평강 누리리라
2장과 마찬가지로 성경구절과 자신의 그림, '당신과 함께이기에 나 평강 누리리라'에서 알 수 있듯이 어릴적부터의 예수님과의 인연들을 이야기한다. 어릴적에 아버지를 일찍 여위고 예수, 그분을 '나의 왕' '나의 아버지' 나의 친구'로 생각하고 성장하였음을 고백한다. '어린 시절이후 외롭고 힘들 때마다 막연히 하늘을 보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 왠지 그분이 나를 바라보시고 함께 걷는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아버지를 상실한 아픔을 예수 그분은 메워주셨다. 그분은 내게 실존이었다. 성당이나 교회당에 모셔져 내 외롬움이나 슬픔과는 아득히 먼 백인 남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p140) 그래서 항상 작가에게는 예수 그분이 그림의 주제이고, 삶의 모든 것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4장 : 당신이 빚으신 사랑의 선물
젊은 날에 신림동 난곡지역에서, 봉천동의 달동네에서 살았던 기억들과 함께 자신을 사랑하시는 예수님은 가장 먼저 그 곳을 찾으시리라 생각해 본다. 이 세상은 그 분이 빚으신 사랑의 선물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한다.


길지 않은 문장들이 작가의 손끝에서 아름다운 글로 변하여 우리들의 마음속에 들어온다. 많은 여행을 하면서 접했던 자연의 경이로움도 그림으로, 글로 변하여 우리에게 다가온다. 비록 미술관에 전시된 작가의 그림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화풍의 변화도 느낄 수가 있다. 화가이면서 글솜씨가 뛰어난 그가 이 책을 통해서 남기는 소중한 말은 작가에게 '색채는 나만의 기도이고, 붓질은 나만의 찬송입니다. '이다.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신앙을 가지신 분들은 오래 오래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서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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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홍콩
신서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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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자신의 기억에 가장 좋았던 여행지가 있을 것이다. 그곳에 매료되어서 시간과 경제력이 허락할 때마다 찾아가고, 그러다가 그곳에 아주 주저 앉아 사는 사람들도 있다.  'i Love Hong Kong'의 저자인 '신서희'는 홍콩에 빠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고등학교 중국어 교사인데, 중국 유학을 마치고 사회생활의 첫 출발지였던 홍콩에 반해 버려서 2년동안 홍콩의 구석 구석을 헤매고 다녔고, 지금은 방학만 되면 그리움을 가득 안고 홍콩으로 달려 가는 (...) 자타 공인 초절정 홍콩 마니아이다. (책날개글 중에서) 그녀에게 홍콩은 편안함으로, 때로는 독특함과 익숙함으로, 또 때로는 도발적인 모습으로 다가 (책머리글 중에서) 온다.특히 겨울의 홍콩에 더 끌린다고 한다. 
  'I Love Hong Kong'은 2007년에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다. 수시로 변하는 도시이기에 2009년 4월까지 의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음식점, 숍, 볼거리에 관한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들이기에 독자들의 취향과는 조금 다를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기본 틀은 여행 정보 책자이고 여기에 홍콩에 대한 작가의 전반적인 단상들과 이야기가 들어 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홍콩이 특별한 이유는 '백만불 짜리 야경', '쇼핑과 음식의 천국', '천가지의 얼굴'을 가졌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을 구분하자면 '카오룽 반도' '홍콩섬' '신계지역과 주변 외곽 섬'으로 묶어서 여행일정짜기(2박3일, 4박 5일), 여행지, 교통수단, 먹거리, 볼거리, 쇼핑 등을 소개해 주고 있다.
 
이 책의 내용들은 내가 본 홍콩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여러 여행지 중에서 홍콩이 그렇게 마음속에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것이 다르다고나 할까. 나는 정돈된 듯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유럽의 도시들이 훨씬 아름답고 정겹게 느껴 졌었다. 홍콩은  MRT (지하철) 노선도만 있어서 마음대로 활보하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곳이기에 한 번쯤 가 볼만한 도시이기는 하다.


홍콩인이 사랑하는 3가지는 무엇일까?
(1) 경마: 홍콩사람들에게 경마는 스포츠가 아닌 생활의 일부분이다. 경마의 짜릿한 승부 그 자체를 즐기는데 도박과는 이어지지 않는다.
(2) 해변에서 바비규: 산과 바다 어디에서나 바비규를 즐긴다. 바비규장은 무료, 유료가 있다.
(3) 오후의 향기로움, 애프터눈티 : 영국사람들의 전통적인 문화를 답습한 것으로 호텔의 고급스러운 거금의 애프터눈 티 부터 간단하게 즐기는 서민적 애프터눈 티까지 있다. 홍콩의 오후 2시~ 4,5시는 이 시간에 해당한다.
이중에 홍콩을 찾는 사람들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페닌슐라 호텔의 애프터눈 티'를 경험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것들은 짧은 일정에는 생각하지도 못할 일일 것이다.

이밖에도 이 책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저자 생활에서 얻어진 이야기로는 홍콩인의 특색으로 개인주의를 들고 있다. 그들은 타인의 사생활을 묻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친해지면 너무도 정감있는 사람들이다. 매너, 인권존중, 학구열이 홍콩인을 이야기하는 단어들이 될 것이다. 영국의 오랜 통치하에 있었기에 영국다운 면모가 은연중에 홍콩인의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여행중에 빼놓을 수 없는 별미는 '맛'이 아닐까 한다. 식사 에티켓에서부터, 홍콩의 대표 요리 (뻬이징요리, 상하이요리, 쓰좐요리, 광둥 요리, 차오저우 요리)그리고 길거리 음식까지 추천요리, 레스트랑까지 책에 담고 있다. 누구나 중국이나 대만 등을 여행할 때 고통스러운 음식의 맛이 향채인데, '향채는 빼주세요'(자우 임싸이)의 말을 익혀 간다면 좋을 듯 싶다. 나 역시 도시의 중심부가 아닌 뒷골목에서 나는 '초두부'의 냄새와 음식에서 풍기는 '향채'의 향에 역겨워서 결국에는 일본 음식점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홍콩 최고의 명소들이 설명과 함께 찾아가는 교통수단, 소요시간, 볼거리 등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특히, 홍콩을 여행하게 되면 터보젯을 타고 마카오를 건너가 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카오는 마카오 화폐가 있기는 하지만, 홍콩달러가 약간 더 가치가 있어서 홍콩 달러를 그들의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다. 옛 포르투갈의 정취와 럭셔리한 호텔들, 그리고 콜리안 섬으로 가면 한적한 어촌 마을과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등의 촬영지여서 부쩍 관심이 높아진 곳이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마카오의 '베네치안 호텔'을 구경하는 것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정도이다. 이탈리아의 베니스을 그대로 본 뜬, 두칼레 궁전, 산마르코 종찹, 리얄토 다리, 인공운하로 곤돌라까지 있다. 물론, 카지노 구경도 재미있다.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고, 몇 몇 호텔 카지노를 순방해 보면 특색이 있기도 하다. (이건 나의 생각이다.)

책에는 테마별 추천 명소가 있다. (분위기있게 야경구경, 흥겨운 나이트 라이프, 신선한 시프드를 먹고 싶을 때, 몸으로 부딪히며 느끼는 체험)
그리고 홍콩 여행에서 쇼핑을 즐긴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역별 쇼핑숍 소개, 지도까지 첨부되었으니 찾기도 쉬울 것이다. 숍 전경 사진이 소개되고 명품부터 캐릭터 상품까지 짜~ 악 소개된다. 환율이 낮다면 쇼핑이 큰 메리트가 있다. 쇼핑 아이템 5가지는 신발, 화장품, 와인, 명품, 청바지를 들 수 있다. 전통적인 상품으로는 육포, 전통과자, 차 등이다. 나의 경험으로는 육포, 전통과자가 별로 입맛에 맞지 않았으니 시식용을 먹어 보고 구입하는 센스를 발휘해 보시기를....

 

그밖의 항공사 취항 일정, 입출국 관련, 교통수단 등이 실려 있다.
여행 정보지의 특징이 사진이 엄청 많이 실려 있으니, 지금 꼭 홍콩을 꿈꾸지 않더라도 읽는 재미가 솔~ 솔~ , 그리고 사진과 함께 수채화풍 그림도 편안하고 멋스러움을 더해준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에 짧은 시간에 여러 상황을 접하고 싶다면 홍콩을 가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아주 잘 발달된 MRT 덕분에 길을 헤매지 않고 여행하기 좋은 여행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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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좋은 날이 따로 있느냐 - 영원의 숲으로 떠나는 아주 오래 기다린 여행
정휴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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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는 정휴스님이다. 197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으로 등단하였으며, 장편소설 '슬플 때마다 우리 곁에 오는 초인'이 있다. 책의 부제가 '영원의 숲으로 떠나는 아주 오래 기다린 여행'인데, 여기에서 여행이란 죽음을 의미한다. 즉, 수행자들의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과 죽음에 대한 깨우침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휴스님은 10년전 설악산에서 자신이 이 세상에 머물 시간이 많지 않음(삶의 일몰이 시작되고 있음)을  깨닫고 죽음에 대한 화두를 들고 명상하고 고민하다가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책의 주요 내용들은 생사를 초월하여 열반의 참 자유를 얻은 중국과 한국 선사들의 입적 과정이 담겨져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수행자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였는지 기록된 '전등록'의 기록을 중심으로 선사들의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 죽음후의 처리 문제 등을 쓰고 있다. 아마도 스님들의 죽음의 모습으로 '등신불'을 많이 생각할 것이다. 스님들의 죽음은 예사롭지가 않아서 누워서 죽음을 맞이하기 보다는 죽음을 입체적으로 연출하거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대중들에게 말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죽음을 맞이하거나, 제자들에게 미리 자신이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계화상은은 일어서서 일곱 걸음을 걸어 나가서 입적을 하셨다고 한다. 중국의 등은봉 선사는 물구나무 서서 입적을 했다니, 수행자들에게 있어서 죽음앞에 슬픔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죽음의 미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관에 미리 들어가서 입적하신 선사도 있다고 한다. 적멸(죽음)을 받아들이는 제자들의 모습도 슬픔보다는 새로운 길을 떠나시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전등록'에 기록된 선사 17명 중에 대부분 화장을 했지만, 매장을 한 경우나, 몇 년동안 석실에 안치했을 경우에 육신은 사라졌을지라도 그곳에서는 향기가 났다는 내용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17분중에 지암선사는 수장을 한 유일한 선사이신데, 자신의 육신을 물고기들의 밥으로 바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처럼 죽음후에 자신의 육체를 거두지 말고 산짐승, 벌레, 곤충들의 먹이가 되기를 원하신 분들도 상당수가 있으며 죽은후에 자신을 위한 부도와 비를 세우는 것을 극구 말리신 분들이 계신데, 이것은 청빈하고 검소한 생활의 수행자의 참다운 모습일 것이다.


이처럼 죽음에 대해서 당당하고 여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범사에 감사하고 자연과 하나될 때에 죽음은 더 이상 낯설고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삶의 한부분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죽는 일도 영원한 회귀의 눈으로 보면 삶의 한 과정이다. 누구나 삶에 집착하지 않을 때 풍요를 누릴 수 있다. 삶이 풍요롭기 때문에 죽음이 이토록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p54) 그래서 죽음앞에서는 끈적끈적한 절망감이 있지만, 초탈의 여유때문에 선사들의 입적은 오히려 희망적이고 슬픔이 반감된다. (p78)
정휴스님의 글은 아주 잔잔한 풍경화를 보고 있는 듯이 여유로우면서도 섬세하고 아름답다.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글들의 내용은 속세의 욕심과 집착을 버리기를 일깨워주신다. 속세의 모든 것을 훌훌 벗어 던지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인생의 마지막 여행 준비를 마친 스님의 글이기에 감동적이고 삶의 지혜가 묻어난다. 또한, 이 책에는 선사들의 '임종게가 소개된다. '임종게'란 스님들이 엄숙한 죽음에 이르러 가까운 제자들에게 직접 전하는 마지막 한마디를 이야기한다.

 

청빈하고 검소한 생활의 참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수행자들이 종파싸움, 자리다툼, 화려한 법당, 풍요로운 생활에 정휴 스님은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으신다. 참된 자아 실현을 위해서는 자기를 비워야함을 강조하신다. 장삼 한 벌에, 발우 만 있으면 족한 것이 수행자의 생활이라고 일깨워 주신다. 정휴스님께서는 경통선사의 다비식을 직접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다비장에 서서 독백을 하셨다. '삶과 죽음, 그리고 열반이란 무엇인가?'하고....
이건 '남아 있는 인생이 겨울 해처럼 작아진' 스님 마음속 깊은 물음이었을 것이다. 일초일목을 절대가치로 인식하는 안목앞에는 죽음은 삶의 종말이 아닌 허탈의 자유(p120)인 것이다.

책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영원의 숲으로 떠나는 아주 오래 기다린 여행' 관한 이야기이기에 처음부터 숙연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단상들도... 그리고, 불교 법문, '전등록'의 내용, '임종게'의 내용이 나오기에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하면서도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듯이 읽어 내려가게 된다. 그러면 그 글귀속에 모든 진리가 들어 있고, 삶의 지혜가 들어 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보고 삶을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한다.
그리고, '최인호의 인연'에 사진을 실어 주셨던 사진 작가 '백종하'님의 사진들이 나름대로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듯해서 읽으면서 눈길을 끈다. 사진첩만으로도 두고 두고 꺼내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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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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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정이현은 '오늘의 거짓말'(2007)과 신문 연재소설이었던 '달콤한 나의 도시'(2006)로 잘 알려져 있다. 제1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2002), 이효석 문학상(2004),'현대문학상(2006)을 받을 정도로 다채로운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너는 모른다'는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진심을 다해 소설을 썼고,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이 전부다."라는 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의 첫 문장의 '시간'에 대한 묘사부터 예사스럽지가 않게 세심하게 공들여서 쓴 흔적이 묻어 나는 것이 쉽게 쓴 글이 아니라는 짐작을 하게 만든다.
'너는 모른다'는 첫 장면이 화창한 5월의 일요일에 Y대교 근처에서 익사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만 11살짜리 '유지'의 실종(?)사건이 일어난다. 독자들은 '사체'와 '실종'이라는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야기의 흐름이 궁금해진다. 더군다나,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문장력은 독자들은 쉬지 않고 빠르게 글 속으로 몰입시키고, 빨려들게 만든다. 그러나,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는 형식만을 빌렸을 뿐이지, 전체적인 구성은 '부모의 잘못된 결혼에 의한 자녀들의 문제','화교문제', '장기밀매' '실종사건' 이라는 소재들이 뒤엉킨 등장인물 개개인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 소설을 가족소설이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누구를 주인공이라고 하기보다는 등장인물 모두가 장마다 그들의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루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인 '김상호'는 두 번의 결혼을 한다. 첫 결혼에서 얻은 자녀가 '은성'(만24), 혜성(만20세)이다. 두 번의 결혼 모두 '애' 때문에 한 결혼이다. '은성'의 출생도, '유지'의 출생도.... '상호의 인생에 기습적으로 도착했던 생명'인 것이다.
김상호의 첫번째 아내인 '강미숙'은 딸 '은성'의 임신으로 '후회와 비탄, 은밀한 갈망이 불균형적으로 뒤섞인' 결혼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이혼을 하고 자식들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맡겨 버린다.
김상호의 두번째 아내인 '강옥영'은 중국 산둥성 출신의 아버지밑에서 자란 화교인데, 집에서는 중국어만을 하면서 학창시절 '짱개'이기에 있는듯 마는듯 살아야만 했다. 같은 화교인 밍을 좋아하지만 그의 사람뒤로 숨기만 하는 성격탓에 김상호와의 결혼을 하게 된다. 김상호의 결혼을 생각할 때에 아무런 느낌도 없고 무덤덤한, 아니 '애'때문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내키지 않은 '첫 단추를 잘못 잠는 결혼'인 것이다. 그러니, 이런 환경에서의 자녀들의 이야기가 평범할 수 가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딸인 '은성'은 만사에 즉흥적인 인물이다. '새엄마를 가족이라는 카테고리안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자신의 마음속의 이야기를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황폐함이 과격한 행동과 경계성 성격장애를 보인다. 내면보다는 외면으로 자신의 힘든 상황을 표현하는, 그래서 생활이 더욱 공허해지는 인물이다. 아들 '혜성''정물과 비슷한 사람, 평소 집에 돌아오면 방에 박혀 나오지 않는 그러나 부모가 없을땐 아이를 배려하는, 부모가 있을 때보다 자유로워 보이는', 말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에, 항상 혼자 자신의 일을 삮히는 듯하지만 밤이면 의외의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실종되는 딸 '유지'역시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이다. 친구들의 '짱개' "세컨드'라는 말에 상처를 받고, 겉으로는 바이올린을 잘 켜는 유능한 바이올린 연주가를 꿈꾸지만, 아이에겐 자신의 세계가 있다. '버디 버디'등의 메신저 접속.
여기에 또 다른 등장인물이 '밍'이다. 강옥영의 화교친구이자, 한때는 연인(?). 화교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돈을 가지고 있는 '진짜 중국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짜 한국인도 될 수 없다는 의미."(p83)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살아간다. 또한, 항상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둔 채로 진심을 숨기면서 살아간다.
'유지'의 실종후에 모든 가족들은 자신과의 관련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이 특이한 가족들은 가족 개개인이 모두 '자신만의 비밀'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족들은 가족들끼리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몰라도 이렇게 모를수가 있을까 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른다. 때론 어설프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살아간다. 강옥영은 남편의 사업에 대해서 '진심으로 알게 되는 순간 직면해야 하는 윤리적 고뇌를 어떻게든 피해 버리고만 싶'(p270)어서 모르는 척 살아간다.
서로를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가족이란 서로를 '너'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겐 '너'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조차 성립되어 있지 않다. 가족이라기에는 너무도 먼 '그대'들인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 행동,비밀을 가지고 각각 겉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가고 있는 것일까? "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유지'의 실종과 관련되어 겉으로는 어느정도 가족들이 서로를 알아 가는 듯하지만 작가는 그렇지 않음을 마지막 혜성의 말을 통해 뱉어낸다.
"나는 소파 뒤에 서서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조용한 세계다. 문득 내가 이들을 영원토록 알 수 없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그곳을 향해 나는 가만히 한 발을 내딛는다. " (p486)
작가 정이현을 이야기할 때에 '달콤한 나의 도시'의 작가로 일컬어진다. 그런데, '너는 모른다'는 작가의 새로운 문학세계의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너는 모른다'의 작가라고 일컬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사체에 대한 이야기나, '유지'의 실종에 얽힌 이야기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내용의 글은 없다. 아마도 작가는 독자의 생각에 맡기고 싶었던 것 같다. '화창한 5월 일요일 오전'에 떠오는 사체는 오래전부터 물의 흐름을 따라 흘러다니다가 떠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체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모두가 무심하게 지나친다. 그렇기에 그 사체에 대해서 '우린 모른다.' 바로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한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조차 나 자신을 잘 모르는데, 관심이 없는 '너'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나는 너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런지.


존경하는 쉼보르스카 여사는 일찍이 말씀하셨다.'내가 지금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단 두 가지뿐. 그들의 수직 비행에 대해 구구절절 묘사하거나, 아니면 마지막 문장을 보태지 말고 과감히 끝을 맺는 것' 나의 인물들이, 마지막 문장 너머의 그곳에서도 그들의 생을 충실히 살아가기만을 바랄 뿐. (작가의 말중에서)
정말로, 정이현 작가가 진심을 다해서 이 소설을 썼음을 느끼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로 마지막 문장을 끝맺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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