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 내 마음의 여행 시리즈 1
이유미 글,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1년 5월
품절


매년 3월이면 벌써 봄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봄을 기다리는 꽃들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샘추위가 늘 찾아오곤 한다. 너무 일찍 피어버린 개나리 위에 내린 눈은 금세 꽃을 얼려버린다. 하지만 털옷으로 무장하고 있는 목련은 겨우내 버텨왔던 털옷의 위용을 자랑하며 씩씩하게 버틴다. 금세라도 꽃망울을 터뜨릴듯한 매화 역시 몸을 잔뜩 웅크린채 눈과 싸우고 있다. 우리는 봄이라고 하면 개나리, 목련, 매화 등 화려한 꽃들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꽃들만 봄을 기다리는 건 아니다.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나무밑에서도 작은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아무리 작다해도 도시에 살기 때문에 들꽃보다는 나무에 피는 화려한 꽃으로 봄이 온 걸 실감하고 살았다. 하지만 거의 매주 가다시피하는 시골행을 통해 화려한 꽃들 아래에 피어나는 수줍은 작은 꽃들이 그토록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면 회색빛 흙 위로 새싹들이 뽀록뽀록 솟아나기 시작한다. 이런 순간은 너무나도 금세 지나가기 때문에 아차하는 순간이면 새싹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자라버린다. 황량해보이기만 하는 회색빛 땅위, 빠알간 작약싹이 나오는 모습은 극과 극의 대조를 보인다. 새싹일땐 빨갛지만 금세 초록색으로 변하는 작약싹.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하듯 작약도 그렇게 변해간다

땅에서 가까운 곳에 피는 봄꽃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건 역시 민들레이다. 하지만 요즘은 대개가 서양민들레이다. 잎사귀도 삐죽삐죽 키만 커다란 서양민들레는 수많은 꽃대가 올라오면서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그렇다 보니 초가을 무렵까지 서양민들레를 볼 수 있다. 요즘은 보기 힘들어진 토종민들레는 수줍은 듯 딱 한송이만 피워낸다. 키도 작아서 몸을 낮추기 않으면 그 수줍은 자태를 바로볼 수 없다. 어린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흰민들레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아쉽기만 하다. 또한 흰민들레의 경우 약에 쓴다고 마구잡이로 캐가는 사람도 많다. 우리 시골집에는 민들레가 여러 종류 자라고 있는데, 그중에서 흰민들레는 집을 비우는 사이 누가 거의 다 캐가버렸다. 지금은 귀화종인 서양민들레에게 자리를 많이 내어준 토종민들레가 사람들의 이기심때문에 더욱더 빨리 사라지는 건 아닌지 안타깝기만 하다.

민들레는 아침에 피고 정오무렵이면 꽃잎을 오무린다. 그래서 낮에는 민들레를 좀처럼 볼 수가 없지만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부터는 붓꽃들이 닫혀있던 꽃잎을 펼치기 시작한다. 우리집 앞마당에는 여러 종류의 붓꽃이 자생한다. 딱히 씨를 받아서 뿌려주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알아서 매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 그지없다. 화려한 자태의 붓꽃은 때로 꽃창포와 헷갈리기도 하지만, 붓꽃은 땅에 꽃창포는 물속에서 핀다는 걸 기억하면 헷갈릴 일이 없다.

아파트 화단에서 이녀석들을 발견했을 때 무척 놀랐다. 도대체 누가 심은 것일까. 누가 심었던 간에 내게 있어서는 참 고마운 일이다. 꿀이 들어 있는 부분이 매발톰처럼 구부러져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 매발톱꽃. 하지만 매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느낌보다는 오히려 아름답다는 느낌만을 받는다.

비오는 날에 만난 자주닭개비. 청보랏빛 꽃잎과 노란 꽃술의 대조가 무척이나 선명하고 싱그럽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 꽃잎이 꽤 두꺼울것 같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여리여리 야들야들해서 투명한 옷감같다. 특히 해가 비치는 날 꽃잎을 해쪽으로 비춰보면 그걸 더욱 실감할 수 있는데, 마치 빛이 얇은 커튼을 통과하는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 자주닭개비는 방사능에 민감한 야생화라고 하는데, 내가 사는 곳은 방사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다. 그럴땐 그저 그 아름다움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사진상으로는 엄청 커보이는 꽃이지만 실제로는 손톱보다 훨씬훨씬 작은 꽃이어서 찍는데 애를 먹었던 꽃이다. 시골집에 가서 가만히 풀숲을 들여다 보면 정말 많은 꽃들이 그속에 숨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야생화를 보고 싶을 때 산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나같은 초보자라면 시골길 옆의 풀숲을 들여다 봐도 충분히 많은 꽃들을 볼 수 있다. 무척이나 예뻐서 도감에서 이름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결국 찾지 못한 녀석이라 아쉽다.

다양한 연꽃들. 하단 왼쪽은 자생하는 진짜 우리 연꽃인 '노랑어리연꽃' 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연꽃이란 우리가 먹는 연근이라는 뿌리가 있는 수생식물이라고만 생각했다. 꽃색깔은 흰색과 자주색. 하지만 생각외로 자생연꽃도 많고, 연꽃의 색깔도 다양하며, 수련과 연꽃은 다른 것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몰랐던 부분이 많아서 창피하기도 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게 많아서 더 좋다. 예전에 우포늪에 관한 책을 보면서 가시연꽃에 대해서는 조금 공부를 했지만, 노랑어리연꽃이 우리 연꽃이란 건 처음으로 알았다. 이렇게 예쁜 연꽃을 모르고 있었다니.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금낭화는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야생화이다. 어쩜 저렇게 고울까. 은방울꽃은 귀엽지만 금낭화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어떻게 보면 갈래머리를 한 소녀인형같기도 한 금낭화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꽃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오히려 그것이 금낭화를 더욱 신비롭게 보이게 한다.

아파트 담벼락에서 바위취를 발견했을 때 깜짝 놀랐다. 보통은 산속의 바위밑에서 자생하는 바위취가 아파트 담벼락에 붙어서 자라다니.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다가 작은 꽃들이 피어있다는 걸 보고 다가갔더니 이런 득템을 하게 되었달까. 너무 작아서 신경쓰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지만 가까이에서 마주하면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야생화의 힘이다.

이 꽃은 덩굴식물 종류인듯 한데 아직도 그 이름을 찾지 못한 꽃이다. 꼭 두송이씩 사이좋게 함께 피는데, 이렇게 흰색꽃이 나란히 피기도 하고, 노란색꽃이 나란히 피기도 하고, 때로는 흰색과 노란꽃이 함께 피기도 한다. 어쩌면 저렇게 금슬이 좋을까 싶을 정도로 똑같이 피고 똑같이 지는 이 녀석들을 보면 사이좋은 부부가 떠오른다.

애기똥풀은 봄부터 여름까지 줄기차게 피어난다. 애기똥풀이 소복하게 피어난 논둑길을 보면 앙증맞아 보이기까지 한다. 좋은 자리, 나쁜 자리 가리지 않고 노오랗게 피어나는 애기똥풀. 어린 시절엔 애기똥풀을 꺾어 그 줄기에서 나오는 유액을 매니큐어삼아 손톱에 바르던 기억도 난다. 물론 금세 지워지긴 했지만 나도 여자애였던지라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애기똥풀을 보면 지금도 어린 시절 그 추억이 먼저 떠오른다.

괭이밥은 첨에 잎만 보고서는 클로버 변종인가 했다. 아, 우리집 앞마당에도 클로버가 자라네, 라고 생각하면서 잎에서 줄기를 따라갔더니 이런 노오란 꽃이 나올 줄이야. 너무 작아서 얼굴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괭이밥은 노란 꽃이 앙증맞은 꽃이다.

주름잎을 처음 발견했을 때 뭐 이런 꽃이 다 있나 싶었다. 날아가는 새처럼 보이기도 하고, 우주선처럼 보이기도 하는 주름잎 역시 엄청나게 작은 꽃이다. 민들레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몸을 숙였다가 발견했는데 그 크기가 어찌나 작던지. 그러고 보면 우리 야생화는 크기가 작은 것이 정말 많다. 냉이꽃도 그렇고 망초도 그렇고, 쇠별꽃도 그렇고. 푸른 잎 사이에 점점이 뭔가 박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가까이 다가가 보면 꽃인 경우가 많았다. 역시 야생화를 보려면 몸을 낮추는 수고 쯤은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개망초는 여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이다. 꼭 계란프라이처럼 생긴 개망초는 귀화식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약 100년밖에 되지 않은 꽃이다. 망국초(亡國草)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개망초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기도 하는 꽃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그래서 보는 눈을 즐겁게 해주는 꽃이기도 하다. 버려진 밭 한가득 개망초가 피어난 광경을 보면 모든 시름이 다 잊혀질 듯 했다.

우리나라 가요중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이라고 시작되는 노래가 있다. 근데 노랫가사가 잘못되었다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찔레꽃은 붉은 꽃이 없다. 바로 이 흰꽃이 찔레꽃이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꽃처럼 보여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이제부턴 흰찔레꽃을 찾으면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돌나물에도 꽃이 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도 사실 잘 몰랐다. 집근처 텃밭에 돌나물이 자라고 있는데 어느날 보니 노오란 별꽃이 피어 있었다. 나비도 오고, 벌도 오고. 노오란 꽃에, 달콤한 꿀에 취한 건지 나비는 내가 사진을 찍는데도 도망가지 않았다. 부전나비의 일종인 것 같은데, 정확한 이름은 잘 모르겠다. 이럴 땐 참 아쉽다니까.

박주가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름을 알게 된 야생화이다. 작년에 사진을 찍어 두긴 했는데 도대체 어떤 야생화인가 싶었는데, 궁금증이 싹 풀렸다. 털이 보송보송한 이 박주가리는 가을 무렵에 피는 꽃이다. 어떻게 보면 불가사리를 닮았기도 하다.

상사화(이별초)는 사람들이 석산과 자주 헷갈려하는 꽃이다. 나는 상사화가 석산(꽃무릇 혹은 리코리스)와 똑같은 건 줄 알았다. 꽃과 잎이 따로따로 나와 잎과 꽃은 절대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와 석산은 색깔만 다를 뿐 피는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부지는 상사화, 나는 석산이라고 우겼는데 알고 보니 상사화가 맞다. 우리집 마당에 있는 상사화는 50년도 전에 처음 심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 피는 상사화는 50여년 전의 그 꽃은 아니겠지만 그 자손일테니 참으로 오랫동안 시골집 앞마당을 점령해 왔구나 싶다. 상사화는 이렇게 분홍빛 꽃이 피고, 석산은 책표지에 나온 것처럼 붉은 꽃이 핀다. 석산은 다른 이름으로는 저승꽃 혹은 피안화라고도 한다. 이런 이름이 붙은 건 저승과 이승을 가르는 강가에 피기 때문이란다.

이 꽃도 아파트 화단에서 찾았는데 이름을 아직도 찾지 못한 꽃이다. 이 책에도 실려 있지 않아 궁금증만 커진다. 보통 꽃들은 밤에는 지고 아침이나 정오무렵부터 피는데 이 꽃은 특이하게도 밤에도 피어 있었다.

닭의 장풀은 달개비와 혼동을 많이 했던 꽃이다. 어린 시절엔 이 꽃을 보고 달개비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닭장부근에서 흔히 볼 수 있어서, 그리고 꽃잎 모양이 닭의 벼슬을 닮아서 닭의 장풀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잘 눈에 띄지 않아 안타깝다. 흔한 풀이라고 하는데 우리 시골집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올해도 많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달맞이꽃은 역시 밤에 봐야 즐겁다. 밤에 피는 장미~~가 아니라 밤에 피는 달맞이꽃. 근데 요즘은 이상하게 낮에도 달맞이 꽃을 볼 때가 있기도 하다. 어린 시절엔 저녁무렵부터 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달맞이 꽃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있다. 달맞이 꽃 역시 귀화식물이란 것. 원래는 우리나라 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새치름해지기도 했지만, 이젠 완전히 정착한 식물이니 우리나라 자생식물이라고 봐줘야 하지 않을까.

지난 가을 오천유적지(광산김씨 종택이 있는 곳)에 놀러 갔다가 박각시 나방을 만났다. 박각시 나방이 꿀을 빨고 있는 이 꽃의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꽃의 색깔이 선명하고 예뻐서 화단에 많이 심는 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화단에도 가득 심어져 있는데, 아직도 이 꽃의 이름조차 모른다. 심지어 야생화가 아니라 관상화일지도 모른다. 물론 꽃들의 이름을 알면 더 좋겠지만, 너무 조급해지지는 말자. 이렇게 아름다운 꽃과 이렇게 귀여운 박각시나방이 날아다니는 고택의 풍경만으로도 마음은 편안해지니까.

예전에는 몰랐다. 내가 지나다니는 발치에 이렇게 수많은 꽃들이 있었다는 걸. 그 꽃들은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 하지도 않았고, 굳이 드러내려 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하듯 한번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나무에 취해 사람들은 발밑을 쳐다보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동안 꽃들은 수줍게 수줍게 피어난다. 꽃나무는 일시에 피고 져버려 봄이 지나 여름이 되면 산을 쳐다 봐도 꽃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땅위에 피는 꽃들은 이 꽃이 지면 저 꽃이 피어나고, 저 꽃이 지면 또다른 꽃이 피어나는 걸 반복한다.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시선을 돌릴 여유를 부릴 틈도 없이 다양한 꽃들이 쉴새없이 피어난다는 것이다. 그 꽃들은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다양해서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시간이 흘러가는 줄도 모를 정도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르는 게 아니라 꽃구경에 시간 흐르는 줄 모르게 된달까.

우리는 너무나도 다급하게 살아간다. 목련이며, 매화며, 개나리, 벚꽃, 살구꽃이 피면 봄이 왔구나 생각하면서 위만 보고 살아간다.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걸어가며 잠시 멈추는 여유도 잊고 산다. 먼 산으로 등산을 가야만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주변에도 수많은 야생화들이 피어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발걸음을 늦추고, 조금만 몸을 숙일 줄 아는 여유를 찾는다면 내 주변에 이렇게 많은 꽃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럴때의 기쁨은 그런 야생화를 직접 찾는 사람에게 직접 다가온다. 산책로를 걸으면서 길만 보고 가지는 않는가. 천천히 걸으면서 주위의 풀숲을 들여다 보자. 놀라울 정도의 생태가 보일 것이다. 이런 보배로움을 모르고 지나치는 건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나 역시 몇년전까지만 해도 직장일에 치여 야생화에는 관심조차 없었지만, 야생화를 발견하는 기쁨을 알게 되고서는 많이 여유로워졌다. 새로운 꽃들을 발견할 때의 기쁨은 어디에도 비길 데가 없다.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은 먼저 눈으로 야생화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그후엔 몸으로 떠나면 된다. 야생화 도감처럼 수백가지의 야생화 목록이 실려있지는 않지만 계절에 따라, 종에 따라 나뉘어져 있어 초보자들이 참고하기에 편리하다. 이 책에 있는 꽃들만 잘 숙지해둬도 숲과 산과 더욱더 친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주의할 것이 있다. 꽃은 제자리에 피어야 가장 아름답게 핀다는 것이다. 야생화를 찾는다고 무작정 등산로를 벗어나거나 예쁜 야생화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캐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에는 환경파괴와 개발로 인해 야생화들의 자생지가 점점 줄어들어 가는데다가 나쁜 사람들이 귀한 야생화를 마구잡이로 캐가는 바람에 많은 자생지가 파괴되고 있다. 수목원이나 식물원에서 다양한 꽃들을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역시 가장 좋은 곳은 자생지에 피어 있는 꽃들을 보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자연을 잘 지켜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 땅에 핀 우리 꽃을 지킬 수 있는 건 우리뿐이란 것,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진 출처 : 꽃사진 (본인 촬영), 책 앞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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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2011-08-0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달개비 밑에 사진은 '이질풀' 같네요..분홍색과 하얀색이 있거든요.
바위취 밑에 사진은 '인동초' 죠.. 김대중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꽃,
이게 분홍색과 함께 하얀색이 있어요.. 인동초입니다.
그리고 박각시나방이 앉아 있는 꽃은 '백일홍' 이랍니다.
꽃이 피어 백일간다고 하여 백일홍,나무에서 꽃이 백일 간다고 하여 목백일홍도 있죠.
요즘 한참 피는 꽃인데 '배롱나무' 라고도 하고요..
보라색 꽃은 '비비추' 입니다. 요즘 한창이죠.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도 야생화와 나무등 자연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어젠 안성 청룡사에 상사화를 보러 갔다 왔답니다.
그곳에 가면 상사화가 한참인데 이제 꽃대가 올라오더라구요. 한두개 피어 있기도 하고..
잘보고 갑니다. 이 책 한번 읽고 싶은데 야생화 책을 저도 몇 권 가지고 있어
담아 놓고만 있답니다.
 
鮫島くんと笹原くん (MARBLE COMICS) (コミック)
腰乃 / ソフトライン 東京漫畵社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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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코시노의 작품 성향을 좋아하는지라 원서가 나오면 바로 지르는 1人인 관계로 이번에도 두 권을 질렀다. 그중 먼저 출간된 작품인『사메지마군, 사사하라군』은 풋풋한 대학생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코시노의 작품을 접하다 보면 표지가 다른 BL계 작품과 사뭇 다르단 걸 느끼게 된다. 보통은 끈적끈적한 눈빛을 발사하며 격하게 끌어안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코시노의 작품 표지는 일상의 한 부분을 담고 있는 게 참 좋다. 그래서 표지만 보면 평범한 코믹스가 아닌가 싶지만서도... 실제로는 BL 작품이 맞다.

대학동급생이자 아르바이트도 함께 하고 있는 친구인 사메지마군과 사사하라군. 어느날 아르바이트도중 사메지마군은 사사하라군에게 갑작스런 고백을 받게 된다. 일하다 불쑥! 딱히 분위기 잡는 것도 아니고 스쳐지나듯 하는 고백에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별일 아니라 치부했던 사사하라군이었지만, 의외로 강경하게 나오는 사메지마군의 행동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다가서면 쌩하니 도망가고, 대수롭잖게 넘기려고 하니 자각하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사메지마군. 도대체 사사하라군은 이런 사메지마군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난감하기만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메지마군을 대하자니 고백받은게 신경쓰이고, 남자다움을 풍기면서 다가오는 사메지마군이 무섭기도 한 사사하라군은 친구상태로 지내면서 조금씩 가까워질 기회를 찾지만 이게 의외로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 사이의 밀당이 주된 스토리이지만 이 밀당이란 게 순진무구한 두 사람의 밀당이다 보니 때론 풋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특히 사메지마군의 경우에는 다가가면 물러나고 상대가 물러나면 강하게 조여드는 타입이라 사사하라군 입장에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난감했겠지. 하지만 사사하라군이라 해도 결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고백받은 후에도 변함없이 사메지마군의 집을 불쑥불쑥 찾아오지 않나, 게이 비디오를 빌려오지 않나, 의리 초콜렛을 건네지 않나. 이 두사람을 보면 변죽만 줄기차게 울리고 있는 형상이랄까.

근데 이런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게 아니다. 고백한 쪽인 사메지마군 역시 남자를 좋아한 건 사사하라군이 처음이었고, 고백받은 쪽인 사메지마군 역시 남자에게 고백받은 건 사메지마군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렇다보니 어느 정도 마음을 굳게 먹고 다가선 사사하라군이 자신에게 바로 다가오는 사메지마군에게 겁을 먹는 일도 생기겠지. 이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알콩달콩하게 풀어나간 이 작품은 이 두사람의 관계변화를 지켜보는 것만 해도 무척이나 즐겁다. 대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이라 그런지 수위는 다른 작품에 비해 높진 않지만, 그게 또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순수하고 풋풋한 사메지마군과 사사하라군의 귀여운 사랑이야기. 서툴러서 더 귀여운 두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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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Scarlet
마다라메 히로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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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앗. 이 표지 뭐라고 해야 할까. 진짜 예쁘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게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약간은 올드하다고 할 수 있는 작화지만 무척 섬세하고 예쁘다. 본문 작화는 표지 일러스트에 비해 선이 좀 거칠고 지저분한 면이 있긴 했지만 일단 작화는 괜찮은 편이다. 코믹한 그림체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이 때때로 빵 터지게 만들었다. 그럼 내용은???

최고의 사랑고백 - 료 X 아키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 중 금발머리가 눈부시게 빛나는 쪽이 료, 흑발에 소년같은 외모를 가진 쪽이 아키오이다. 료와 아키오는 대학생으로 동급생사이이다. 혼혈인 관계로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료는 겉모습이 너무 우월해 누구나 쉽게 다가올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료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고 친구가 되어준 것이 아키오였다. 해외에 계시는 부모님의 부재로 인해 심한 외로움을 느꼈던 료는 아키오에게 기대게 되었고 곧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만, 우월한 미모의 료를 뭇여성들이 가만둘리 만무. 다가오면 무조건 오케이라는 료때문에 힘들 법도 하지만 의외로 아키오는 그런 상황을 덤덤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타에라는 여성이 나타나면서 이들의 관계는 급속도로 변하게 되는데....

역시 사람은 외모로만 판단하면 안된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완전 우월한 유전자를 지닌 듯한 모습의 료의 평소 모습이라니. 야마모토의 말대로라면 바보개 종자이지만 내가 보기엔 그걸 훨씬 뛰어 넘는다. 특히 울 때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참. 어떻게 보면 참 순수하고 순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인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그런데도 아키오는 그런 료가 사랑스러운가보다. 역시 짚신도 제짝이 있다는 말이 맞지. 이 둘은 타에란 여자가 나타나기까지는 그렇게 문제가 없었다. 타에는 정말 최강의 적이랄까. 그녀가 료에게 주문한 것이 무언지를 알았을때 소름이 쫙 끼쳤다. 그리고 아키오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료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난 이런 사랑은 싫소. 어떻게 보면 이 미친 놈의 사랑! 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걸 아키오는 최고의 사랑 고백이라 생각하니 정말이지 천생연분일 수 밖에...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와 - 토키 X 하루미

토키와 하루미 커플은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리맨커플. 회사동료이지만 너무나도 수수한 생김새라 눈에 띄지 않는 하루미와 엘리트 사원에다 우월한 외모를 자랑하는 토키의 이야기가 하루미와 토키, 각각의 입장에서 진행된다. 하루미의 경우 회사에서와는 전혀 다른 외모로 게이바에서 토키를 유혹했지만, 토키는 이미 하루미가 누구인지 알았던 듯. 하지만 모른척하다 그 다음날 엘리베이터에서 '안녕 하루미'라고 했으니 하루미가 놀라 자빠질 만도 하지. 게이바에서의 모습과 회사원으로서의 하루미의 모습은 180도 다른 모습이라 그런 하루미의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고, 회사에선 쌀쌀맞게 굴면서도 은근히 토키의 한마디 말에 좋아서 헤벌쭉하는 하루미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였다. 이렇게 귀여우니 토키가 반할 수 밖에 없잖아?

난 네게 푹 빠졌다구 - 케이토 X 나오키

대학 동급생인 케이토와 나오키는 현재 동거중. 인기 절정을 달리는 케이토와는 달리 나오키는 음울함 그자체. 하지만 나오키는 케이토 앞에서만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귀여운 나오키의 부정적 오라와 그런 오라에 휘말려 나오키에 푹 빠진 케이토의 이야기. 짧지만 귀여운 커플들의 이야기.

마다라메 히로의 작품은 처음으로 접했는데, 은근한 재미가 많았던 작품이다. 본문 작화가 끝내주게 멋지진 않았지만, 의외로 코믹한 작화가 웃음을 빵빵 터뜨리게 했다. 등장인물 중 료, 하루미, 나오키는 부정적 오라가 몸을 감싸고 있는 타입이고 아키오, 토키, 나오키는 꽤나 낙천적인 타입이다. 뭐 그러니까 잘 어울리는 것이겠지만. (笑) 다만 좀 아쉬웠던 건 표제작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두번째 커플의 이야기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제목인 scarlet은 진홍색을 뜻하는 말인데, 이 제목이 왜 붙었는지는 작품을 읽다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궁금증 유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중의적인 의미가 될 수도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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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 2
오카이 하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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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가까운 휴양지인 쇼난 해변이 있는 에노시마섬. 그곳에 가면 특별한 고양이가 있다. 그 고양이의 이름은 오드리. 엉덩이 부분에 하트 모양의 무늬가 있는 아주 깜찍한 고양이이다. 언제부터 여기에 살았는지 본인도 모르고 있지만 - 실제로는 기억력이 1년도 채 못가는 듯 하다 -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인간의 말을 구사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고양이이다. 오드리가 살고 있는 곳은 요리란 남자가 운영하고 있는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 특별한 요리는 없지만 마음 푸근하게 해주는 요리로 사람들을 반기는 곳이지만, 매년 가난뱅이신이 들러붙어 특별히 장사가 잘 되는 일은 별로 없다.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2권에는 번외편을 제외하고 총 7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기에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짧은 편이지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길이이다. 이들 에피소드 중에는 가난해서 밥을 굶고 다니는 소녀를 위한 오드리와 섬고양이들의 활약도 있고, 축제에서 길을 잃어버린 자신을 도와준 요리를 짝사랑하던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발렌타인데이 에피소드,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한 여자의 영혼을 위한 오드리의 활약을 비롯해 심한 감기몸살로 몸져누운 요리를 위한 오드리의 대단한 활약도 있다.

특히 요리를 위해 활약하는 오드리의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짠했다. 그렇게 열심히 요리를 돌봐주었는데 결국 그 공을 아무도 몰랐단 거지. 게다가 실제로 활약하지도 않은 자시키와라시(벽장요괴)에게 모든 공이 돌아갔단 것이다. 오드리는 털이 빠질 정도로 고민하고, 간호하다 지쳐 쓰러져 잠들 정도였는데, 마냥 편하게 잠자는 고양이로 비치다니. 하긴 오드리가 인간의 말을 할줄 안다는 걸 인간들이 알게 되면 혼란이 올테니 어쩔 수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드리, 너에게 내가 궁디팡팡 상을 내리겠노라. 궁디 팡팡팡~~♡

후반부에 수록된 에피소드에서는 히카리에게 드디어 마음을 쬐끔 연 오드리의 이야기와 너무 다르게 생긴 자매의 이야기, 찌는 듯한 무더위를 피하는 오드리만의 방법에 관한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자매의 이야기는 무척 찡하기도 했는데, 역시 사람들의 마음이란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오해가 쉽게 생길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렇게 서로를 위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마음을 몰라 언니를 오해했던 동생의 눈물을 보면서, 또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언니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나도 여동생과 나, 둘뿐이라서 그런지 자매 이야기가 나오면 괜시리 찡해지고 만다.

남의 아기 고양이까지 떠맡게 된 오드리의 피서 이야기는 오드리의 건망증과도 깊은 관련이 있었다. 세상에 작년에도 피서를 갔던 그 바위틈을 잊어버리고 또다시 온동네를 방황하며 더위를 피할 곳을 찾는 오드리의 모습이란... 게다가 가난뱅이신을 또 몰라보고 깜짝 놀라다니. 오드리는 은근히 빈틈이 많아 귀엽다. 수십년동안 살아온 요괴 고양이 비슷한 존재일텐데, 틈이 많아. 게다가 아기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던 오드리. 역시 넌 사람에게도 고양이들에게도 희망과 사랑을 담뿍 나눠줄 줄 아는 예쁜 고양이야~~~

고양이 그림자체로 보자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깜찍하고 귀엽지는 않지만 오드리의 마음 씀씀이와 헛점투성이의 태도, 그리고 건망증 같은 걸 보면 너무나도 귀엽다. 오드리가 가는 곳엔 늘 행복 오라만 피어오를 것 같다. 오드리로 인해 행복해지는 건 에노시마에 사는 사람들이나 고양이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다음권은 좀 빨리 나와줬으면 하는데, 소원이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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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 양반문학 - 루빌북스
아이반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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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BL시장을 보면 일본만화가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시대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모노에 모에하고, 가쿠란같은 옛날 제복 모습에 모에한다. 우리나라 작품의 경우 시대물이 별로 없어서 과연 내가 우리나라 시대물을 만났을 때 한복에 모에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했었다. 한복이란 것이 좀 벙벙한 스타일이라서 섹시미와는 좀 거리가 있다는 게 내 선입관이었기 때문이다. 단아한 맛은 있어도 섹시한 맛은 없지 않을까, 하는 것. 근데 의외로 한복도 은근한 섹시미가 존재하긴 했다. 내가 바란 것 이상은 아니었지만.

아이반의 新 양반문학은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시대물이리가 보다는 약간의 판타지가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헤어스타일이나 머리카락 색깔이 저럴 수가 없잖아! 물론 넓게 생각할 때 BL이란 장르 자체가 판타지적 설정을 많이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 <십오야유희(十五夜遊戱)>와 <항다반애사(恒茶飯愛思)>는 양반댁 자제와 그집 하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 하인들의 이름은 돌쇠와 떡쇠. 푸하핫. 역시 하인들의 이름은 크게 생각을 벗어나지 않는구나. 뭐 하인하면 돌쇠가 먼저 생각나는 건 나뿐만이 아닐듯 하지만.
<십오야유희(十五夜遊戱)>의 도련님 정우와 하인 돌쇠의 관계는 상상하는대로. 신분차이도 뛰어 넘었는데 뭐. 그래서 좀 심심한 면이 있긴 하다. 정우의 캐릭터도 딱 상상하던 대로고. 다만 돌쇠에게 밤의 유희에 대해 배워나가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면이 재미있긴 하다. 그러나 돌쇠는 처음 이미지와는 달리 점점 갈수록 변해간달까. 점점 달달해지는 둘을 보면서 약간 닭살이 돋기도 했다.

<항다반애사(恒茶飯愛思)>의 무열 도령과 하인 떡쇠의 관계는 주종관계 그대로이다. 근데 이 명렬 도령이란 사람이 곱디 고운 외모와는 달리 꽤나 심각한 S타입이란 거. 떡쇠가 워낙 순진한 면이 있어 명렬도령에서 속아 넘어가고 희롱당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떡쇠의 외모로만 본다면 그렇게 당하고만 있다는 게 약간 심기불편해지기도. 난 하극상도 보고 싶었단 말야. 늘 당하기만 하던 떡쇠, 판을 뒤집다. 뭐 이런 거. 그래도 명렬 도령이 변태쪽 캐릭터만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은근히 떡쇠를 많이 챙기는 모습이 참 좋았지.

일단 이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 중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이 두가지이다. 작화면에서 보자면 한복이란 것에 모에할 정도는 안되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신선한 경험이었달까. 그림체가 좀더 안정되고 섬세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후반부에 수록된 <아이가 생겼어요>와 <so beauty>는 현대물이다. 일단 <아이가 생겼어요>란 작품 제목을 보면 혹시 입양이라도 했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이 작품은 설정자체가 완전한 판타지이다. 스포일러가 될테지만 설정을 좀 노출시키자면 남자의 임신과 관련있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는 건 아니고, 난생설화에 바탕을 두고 있어 알을 낳지만. (우리나라에 난생설화는 많지만 남자가 알을 낳은 적은 없다.) 근데 남자가 임신하고 알을 낳는다는 설정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두 주인공의 변화하는 모습이다. 물론 임신시킨 남자인 한가한의 변화가 가장 크다.

이 둘의 캐릭터를 보면 무척 흥미로운데 임신한 쪽은 엄청 건장한 꽃미남이고, 임신시킨 쪽은 여리여리한 체구에 평범한 남자란 거다. 보통 반대로 생각되기 쉽지만 (비엘물에서 보통 공들이 체격이 크고 잘 생겼고, 수들은 여리여리한데다가 여자처럼 생겼다) 여긴 이래저래 반대 설정이 많다. 그게 무척 재미있다는 것. 특히 임신과정이 흥미로웠다. 호오, 그런 식으로도 되는군. 어쨌거나 평범한 인간이라면 남자가 임신한다는 소리를 믿지도 않을거고,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도 않겠지만 점차 그 사실을 받아들여 가는 한가한의 모습이 참 좋았달까. 역시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인 듯.

마지막 작품인 <so beauty>는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라서 짧게 언급하자면 스토커 이야기인데, 이 스토커가 엄청난 추종자란 것. 상대를 보면서 ○○님이라고 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중을 드는데... 역시 이런 건 좀. 난 웬만하면 평등한 관계가 좋기 때문이다. 무슨 신분차이가 있는 시대도 아니고 말이지.

조선시대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남자가 임신한다는 현대물 판타지, 그리고 스토커의 사랑 등 다양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新 양반문학>은 일단 우리나라 시대물이란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또한 난생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의 경우 주인공의 변화모습이 억지스럽지 않아 좋았다. 조금씩, 차츰 변해가고 진정한 사랑을 배워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마지막 작품이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란 것을 제외하자면 새로운 시도와 설정만으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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