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게모노 1
야마다 요시히로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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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へうげもの(헤우게모노)라 쓰고 ひょうげもの(효우게모노 / 효게모노)라 읽는다?
일본어를 공부한 게 벌써 6년도 넘었구만 이런 단어는 처음 본다. 내가 가진 제일 두꺼운 일한 사전을 뒤져도 이런 단어는 없다. 일본웹을 검색하니 코지엔에 이 단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우리말로 하면 웃기는 놈, 속 없는 놈 정도가 된단다. 제목만으로 기대치가 팍팍팍!

효게모노는 센고쿠 시대(戦国時代)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센고쿠 시대라하면 떠오르는 세명의 장수들이 있다. 바로 織田信長(오다 노부나가), 豊臣秀吉(도요토미 히데요시), 徳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열살 내의 나이 차이를 가진 이들은 차례차례 센고쿠 시대의 주역이 되었다. 무로마치 막부의 숨통을 끊고 전국통일 직전까지 갔던 오다 노부나가, 일단은 전국통일에 성공했지만 결국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자리를 내주고만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들의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로 재탄생되고 있다.

에도시대 서민의 노래인 戦国三傑の天下獲り(센고쿠 세 호걸의 천하 사냥)이란 노래 중에 이런 노랫말이 등장한다. 信長がつき秀吉がこねた天下もち、すわったまま食うのは家康 (노부나가가 찧고 히데요시가 반죽한 천하떡, 앉아서 먹는 건 이에야스). 단 한 줄의 노랫말이 이 세사람의 관계를 모두 보여준다.

또한 두견새(ほととぎす) 이야기는 이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건 바로 다음과 같다.
노부나가 : 鳴かなければ殺してしまえ(울지 않으면 죽여 버리고)
히데요시 : 鳴かなければ鳴かせて見せよ(울지 않으면 울게 만들고)
이에야스 : 鳴かなければ鳴くまで待とう(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
결국 때를 기다릴 줄 알던 이에야스가 전국을 통일하고 에도막부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일단 센고쿠 시대하면, 이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으니 잘난 척을 좀.. (쿨럭) 이 작품에서는 아직 이에야스는 안나온다. (나중에 나올 것으로 생각됨) 주요 등장인물로 오다 노부나가, 하시바 히데요시(훗날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센노 소에키(훗날의 센노 리큐)가 있으며, 진짜 주인공은 바로 효게모노인 후루타 사스케이다. 사스케는 오다 노부나가를 주군으로 섬기고 있는 무사로 입신양명을 꿈꾸지만 다도와 물욕에 정신줄을 놓고 살기도 한다. 그런 사스케의 이야기가 센고쿠 시대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물려 커다란 재미를 전해준다.

특히 이런 사스케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장면으로는 이런 걸 꼽을 수 있다. 마츠나가가 소유했던 히라구모가 산산조각이 나자 그 파편을 모아서 붙인 후 자신의 차솥위에 걸쳐놓고 좋아서 데굴데굴 구르는 장면과 아내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시노 찻잔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장면은 다도와 물욕에 정신줄 놓은 사스케의 모습을 보여 주지만, 아라키의 편에선 처남 나카가와를 설득하기 위해 아내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사스케의 모습은 절대적인 무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역시 사스케의 매력은 무사로서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다도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라든가, 풍격있는 물건에 혹해서 정신줄 놓는 모습이 아닐까. (이런 장면에선 거의 빵빵 터지고만다, 시대물이라고 해서 무거운 내용으로 가득한 건 아니란 말씀)

또한 센노 소에키가 등장하는 장면도 무척 흥미로웠다. 일전에 읽었던 야마모토 겐이치의『리큐에게 물어라』를 떠올리기도 했는데, 그때 내가 생각한 리큐는 허연 머리에 허연 수염을 가진 깡마른 체구의 노인(상상일뿐)이었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리큐는 씨름선수처럼 거대한 덩치에 약간은 무서운 인상이었달까. 하여튼 그런 리큐(센노 소에키)와 마주 앉은 사스케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오다 노부나가를 영웅시하는 사람도 많다고 알고 있다. 사실 그런 혼란스러운 시대를 평정하고자 한 인물이었으니 멋져 보일수도 있겠지. 책 내용으로 봐도 장대한 세계관을 가진 인물이었으니, 일본인들이 반할 만도 하겠소.

군웅할거, 하극상의 시대였던 센고쿠 시대. 그중에서도 오다 노부나가의 권세가 기울어져가고, 하시바 히데요시(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 자리를 노리던 그즈음의 이야기에 살던 속없는 놈, 웃기는 놈 후루타 사스케의 이야기는 흥미진진 그자체이다. 난세라고 해서 사람들 머리에 늘 전쟁에 관한 생각만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후루타 사스케같은 사람이 없으란 법 역시 없지 않은가. 역사적 사실에 픽션이 더해져 더욱 흥미로운 작품, 효게모노. 다음권도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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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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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는 냉혹하다. 포식자는 늘 포식자이고 피식자는 늘 피식자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식물이 곤충을 잡아 먹기도 하고, 개구리가 뱀을 포식하기도 하며, 거미가 새를 잡아 먹기도 하지만, 이러한 것은 어떤 생물종의 특별한 아종에서 보이는 특성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렇다 할지라도 이들의 관계는 크게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그렇다면 인간 사회는 어떨까. 정복하는 자와 정복당하는 자라는 분류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자연계와는 달리 인간 사회에서의 정복자는 늘 정복자가 아니다. 때로는 정복자였던 자가 피정복자로 바뀌기도 한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사냥꾼이 사냥감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사냥감이 사냥꾼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사회의 특수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잘 나가는 헤드헌터 로게르 브론은 헤드헌터로서의 최상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추천한 인재는 단 한 번도 채용심사에서 거부당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아내와 멋진 집, 아내 소유의 갤러리 등은 그의 사회적 위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있었으니... 이런 우아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헤드헌터로서 받는 수당은 턱도 없이 모자랐다. 그래서 그가 고안한 방법은 면접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소장한 미술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후 그것을 훔쳐내어 장물로 팔아 넘기는 것이었다.

이렇게 낮과 밤의 모습이 완벽히 다른 남자 로게르 브론.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 그것은 바로 이번에 면접을 볼 GPS회사 패스파인더의 CEO 후보인 클라스 그레베가 소장한 루벤스의 사라진 명작 '칼리돈의 멧돼지'였던 것이다. 그것만 훔쳐내면 평생을 부유하게 살 수 있다. 마지막 한 탕으로 손을 씻고 아름다운 아내와 일평생 행복에 젖어 살 꿈을 꿨던 로게르의 앞에 드러난 현실은 차라리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싶을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절망감에 잠시 휘청일 시간도 없이 그에게 커다란 위협이 차례차례 다가오기 시작한다.

자기만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아내의 배신, 공범들의 죽음, 헤드헌터인 자신을 노리는 또다른 헤드헌터(인간 사냥꾼)의 집요한 추적. 로게르는 잠깐의 인연이 있는 여인 로테 마르센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못할 일이 없다. 책상 앞에 앉아 사람들 면접이나 보면서 사람을 파악하는 일과 몰래 미술품을 빼돌려 장물로 팔아넘기는 일만 하던 그가 인간 사냥꾼을 상대로 위기를 하나씩 돌파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확실히 흥미로웠다. 그러나 그 결말이 조금 싱거웠달까. 그점이 조금 아쉽긴 하다. 하지만 그후의 반전은 이런 점을 상쇄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한국인 정서상 그런 부분이 잘 납득되지 않기도 하긴 했지만, 북유럽 사람들의 성격엔 좀 음침한 부분이 있으니까, 하면서 대략 납득해 버렸다.

노르웨이 작가인 요 네스뵈의『헤드헌터』는 두 헌터의 싸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일까. 작품은 반전을 거듭하며 스릴을 안겨준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미국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처럼 선량한 시민이 정부의 음모에 의해 쫓겨다니면서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원래 좀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만나 개고생을 하다가 그 더 나쁜 놈을 무찌르는 과정에 있다. 세상에는 착한 놈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조금 나쁜 놈. 나쁜 놈, 아주 나쁜 놈으로 나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런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요즘은 북유럽 스릴러가 대세다. 한동안 일본 추리 소설에 올인해 왔던 내가 북유럽 소설에 맛을 들이면서 그 맛에 점차 중독되어 가고 있다. 일당백의 활약이 난무하는 영미소설, 교묘한 트릭이 난무하는 일본소설과 북유럽 소설의 확연한 차이점은 역시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선량한 사람보다는 뭔가 꿍꿍이가 있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어쩌면 그게 더 현실성이 있기 떄문이 아닐까. 뭐,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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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서유요원전 대당편 3 만화 서유요원전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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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대의 소설 서유기를 기본 얼개로 하고 있지만 수말당초의 역사적 사실을 더해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려가는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서유요원전 시리즈는 기담, 판타지와 역사적 사실의 기막힌 조화를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이 더해짐으로써 더욱 사실적인 스토리가 되었다. 미네쿠라 카즈야의 최유기 시리즈는 서유기를 더욱 판타지에 가깝게 만든 작품이라면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은 역사적 사건과 결합되어 더욱 사실성 강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천대성의 이름을 잇는 자로 선택받은 손오공의 어린 시절과 각성, 그리고 용아녀와의 만남이 대당편 1, 2권의 주된 내용이었다면, 3권의 주된 내용은 손오공과 금각과의 결착, 당나라에 대항하던 군웅 유흑달의 남은 부하들의 황궁습격, 당태종 이연의 차남 이세민이 태자로 책봉되었던 형인 이건성, 그리고 동생 이원길을 죽이고 스스로 황제에 즉위하는 이른바 '현무문의 변'에 대한 이야기로 압축된다. 좀더 덧붙이자면 지용부인과 그 아들 나타태자의 이야기와 진실을 찾기 위해 천축으로 가려 결심한 현장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3권에서 흥미로운 것은 손오공의 활약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금각과의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당나라의 장수 이세적에게 잡혀 감금당했다가 홍해아 덕분에 풀려나고, 궁으로 침입했지만 또다시 붙잡혀 온갖 수모를 겪는 손오공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성장할 부분이 많은 미래의 영웅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역사적인 사실인 '현무문의 변'이나 지용부인과 그의 아들인 나타태자의 기괴한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웠다. 나타태자의 경우 서유기에도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서유요원전에 등장하는 나타태자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하기에 서유기 원작과 비교를 해가면서 읽어보면 더욱 재미있어진다.

변사가 등장해서 이야기의 시작과 맺음 부분을 담당하고, 역사적 사실과 판타지, 그리고 기담이 결합되어 펼쳐지는 서유요원전은 권당 400페이지가 넘는 볼륨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읽으면 읽을수록 푹 빠져들게 되는 서유요원전은 정말 신경지의 서유기라 과감히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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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간
데이비드 폴레이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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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운전을 하고 가다가 아찔한 상황에 직면했었다. 내가 있는 곳은 좌회전과 직진차선이었는데, 우회전 차선에 있던 차가 내 앞으로 확 끼어들었던 것이다. 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그 차는 내 앞으로 끼어들었다가 내 차와 부딪힐 것 같아 핸들을 꺾다가 횡단보도까지 침입했다. 그때 횡단보도에는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놀란 마음에 욕이 저절로 나왔다. 보통 남자들은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운전자가 누구든간에 무조건 "이 아줌마가!" 라고 한다지만, 내 경우엔 남녀불문하고 무조건 "이 아좌씨가!"라고 한다. 그런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은 대개 남자들이며 그것도 젊은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사고가 나지 않아서 그냥 혼잣말 몇마디 하고 내가 가야할 곳으로 운전을 해서 가긴 했지만, 금세 잊기로 했다. 예전같으면 운전이 끝날때까지 그 생각을 하면서 투덜투덜대고 있었을테지만 말이다.

운전을 할 때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난폭 운전자가 무척이나 많다. 자신의 운전 실력을 과시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런 사람을 보면 한심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짜증을 낼 수는 없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그 사람과 마주볼 일도 없고, 나 혼자 끙끙거리면서 화를 내봤자 결국 그 소리를 듣는 건 내 귀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혼자 씩씩거리면서 운전하면 운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기 떄문에 사고위험이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일단 운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실제로 따지고 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짜증거리와 마주한다. 가족이나 연인, 직장 상사와 동료, 혹은 내가 잘 모르는 사람때문에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이럴 때마다 화내고 짜증을 내면 어떻게 될까. 지구는 온통 짜증내고 화내고 분노하는 사람으로 가득차게 되지 않을까.




위의 그림에 등장하는 두가지 테스트에서는 내가 타인으로부터 받는 분노, 화, 짜증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와 내가 타인에게 분노하고, 화를 내고 짜증내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나의 경우 테스트 결과 첫번째 테스트에서는 67점, 두번째 테스트에서는 39점을 획득했다. 첫번째 테스트의 경우 "당신은 타인의 감정공격 때문에 심신이 무척 지친 상태이다"라는 결론이, 두번째 테스트의 경우 "당신의 타인의 감정에 신경 쓰는 사람이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생각해 보면 나는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으로 내가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부정적인 피드백이든 긍정적인 피드백이든 어느 것에 상관없이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물론 부정적인 피드백의 경우에도 상처를 많이 받지만 무반응을 무시 혹은 나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편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스스로 피곤하게 사는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은 그런 것이 좀 덜해진 편이지만 20대때만 해도 타인의 반응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 그렇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에게 화를 내거나 분노하고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종로에서 빰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랄까. 이렇듯 이 두가지 테스트는 동떨어진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같은 결론을 도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에는 직장동료, 상사, 가족, 연인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속에서 주고받는 감정공격과 그에 대처하는 방법들에 대한 것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직장문제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직장의 경우 자신의 감정을 자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폭발적으로 쌓이는 곳이 된다. 그 스트레스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고스란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터뜨리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식의 해소는 점점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타인의 감정 공격, 그리고 내가 타인을 상대로 하는 감정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마음 근육이 잘 발달된 사람일수록 타인의 감정공격에 대해 무난히 대처하고, 그것을 다른 곳으로 풀지 않는다. 요즘은 마음 근육이 잘 발달된 사람들이 드물다. 어떻게 보면 나약해진 정신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자면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다는 뜻도 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한 사람의 개인이 겪어야 할 스트레스의 정도와 노출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음근육을 강화시켜 타인의 감정공격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도 타인에 대해 감정공격을 하는 것을 완화해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바로 그것이 3초법칙이란 것이다.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는 만큼 다양한 3초법칙이 존재한다. 물론 나의 사례가 이들의 사례와 딱맞아떨어지란 법은 없지만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자신의 사례에 적용시켜볼 수 있다. 3초란 시간은 무척 짧지만 감정을 완화시키는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3초법칙이 너무 다양해서 그때마다 생각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심호흡을 먼저 하고 3초법칙을 떠올려 보면 무난히 극한의 상황을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마음근육이 잘 발달되지 않은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해 더욱 견고한 탑을 쌓아올릴 수 밖에 없다. 만약 내가 그렇다면, 상대가 그런 입장이라면 상대의 굳어버린 마음이 말랑말랑해질 때를 기다리자. 어쩌면 그건 너무나도 쉽게 풀릴 문제일지도 모른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먼저 내 마음의 마음 근육을 강화시키면 상대의 부정적인 피드백도 그다지 아프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부드러운 마음으로 상대에게 다가서면 상대의 마음도 풀리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방법이 먹히지 않을 때도 있다. 상대가 억지를 부릴 경우이다. 그런 경우에는 적절한 무시가 최고의 방법이다. 억지부리는 상대를 두고 이래저래 생각해 봐야 머리만 아프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럴 경우 상대를 설득한다거나 상대의 태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난할 필요도 상대의 감정공격에 일일이 대처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감정근육의 적절한 관리, 그리고 상대의 공격에 대해서는 적절한 무시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상대의 감정공격에 내가 크게 다칠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사람은 이성과 감정이 공존한다.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경우 일일이 대처하려 하다가는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는다.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감정근육을 강화하고, 대책없는 상대의 감정공격에 대해서는 적절히 무시하는 방법이 우리의 인생을 조금더 활기차고 밝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8p, 22p, 104p, 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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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첫사랑 4 - 오노데라리츠의 경우,B애+코믹스 034
나카무라 슌기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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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은 무참히 끝나버렸다. 그래서 기억저장소를 뒤적여 떠올려 본 (사실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첫사랑은 지금 생각해보면 미소가 배시시하고 새어나오지도 않고 애틋한 감정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래서 남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왠지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한다. 물론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첫사랑과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거나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풋풋한 아이들의 사랑일 경우에 한정되니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첫사랑 이야기는 일종의 기대치를 동반한다. 물론 첫사랑 상대를 오랜 세월이 지나 만났을때 그 사람이 정말 멋지게 변한다는 걸 조건으로 하지만... 그런데 굳이 어린 시절의 사랑이 첫사랑이지만은 않다. 때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을 때 진정한 사랑이란 걸 배우기도 하니까. 그럼 고교 시절의 첫사랑과 재회한 오노데라 리츠와 서른이 되어 처음으로 사랑을 배우게 된 키사 쇼타의 이야기를 살펴 볼까나.

이대로 가다간 정말 무너져 버리고 말거야 : 오노데라 리츠의 경우

아버지의 출판사에서 근무하다 다른 출판사로 옮겨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자 한 오노데라 리츠. 하지만 꼬여도 이렇게 꼬일수 없다. 원하던 부서인 문예부가 아니라 순정만화편집부에 배속받은 걸로도 모자라 첫사랑의 그가 편집장으로 있다니. 이거야말로 최악의 직장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일도 익숙치 않아 매일매일이 고달픈데 편집장 타카노는 리츠를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아프게 끝나버린 첫사랑의 기억때문에 타카노가 너무나도 어려운 리츠였지만, 타카노의 말,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여 죽을 지경이다. 게다가 영업부의 요코자와는 대놓고 리츠를 경계한다. 이렇게 몸도 마음도 지쳐갈 무렵 연말연시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연말부터 정초까지 연휴에 들어가는 인쇄소때문에 마감이 앞당겨져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리츠는 요코자와에게서 타카노의 생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크리스마스, 생일... 연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날들이 더욱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리츠는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타카노와 함께 보낼 크리스마스에 대해. 그러고 보니 나도 그랬었지. 그런 특별한 날들이 다가오면 혼자서 맘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곤 했으니까. 물론 마음속으로 그려본 시뮬레이션이 현실적으로 정확히 반영된 적은 없었지만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의 리츠에게 있어 그건 아픈 기억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휴일을 타카노와 함께 보내게 된 리츠. 생일선물이라 치고 함께 드라이브에 나서자는 타카노에게 끌려나가게 되는데...

이번에 나오는 리츠와 타카노의 이야기는 겨울 특집편이라고 해도 될 듯. 그도 그럴 것이 특별한 행사가 두 번이나 있으니까 말이다. 근데 달콤한 특별한 날이 아니라 여전히 어렵고 머뭇거리게 되는 특별한 날이라니. 정말 나같아도 이런 상황이면 어색해 죽을 것 같은데 말이지. 게다가 집에서 정해준 약혼녀까지 나타나 주시니... 빈정상한 타카노는 요코자와에게 간다고 리츠의 마음을 아프게 콕 찍어준다. 오오, 근데 리츠. 드디어 행동개시? 드디어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질 용기가 생겼나? 글쎄, 워낙 우유부단한 녀석인데다가 자신의 감정을 각성한건지 아닌건지도 잘 모르는 눈치코치없는 녀석이라... 이들의 사랑은 당분간 험난할 듯.

그는 정말 날 좋아하는걸까 : 키사 쇼타의 경우

이제껏 엔조이한 관계만을 즐겨왔던 키사 쇼타. 올해로 벌써 서른이다. 그런 그가 한눈에 반한 상대가 있었으니... 바로 서점에서 알바를 하는 미대생 유키나 코우. 나이도 아홉살이나 차이가 나지, 평범한 자신에 비해 왕자님 포스가 철철 넘쳐흐르는 유키나 곁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키사는 유키나의 배려와 이해심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어째 바가지 한 번 긁지 않나 싶은 것이겠지.

연인이 너무나도 바쁜 사람이라면, 그래서 만날 시간이 부족하다면 보통은 바쁘지 않은 쪽이 두려움을 느낀다. 도대체 일이 더 중요한가 싶어 심술도 나고 빈정도 상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때로는 일이냐 나냐를 두고 경쟁을 시키기도 하는데... (어린 시절의 나도 그랬다) 근데 유키나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키사의 모든 일을 이해해준다는 것이지. 고작 21살의 나이에? 내가 그 나이였다면 절대 유키나처럼 행동하지는 못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정말 유키나는 이해심과 배려심이 많은 타입이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기 때문인걸까. 키사의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간다.

고교 시절의 첫사랑 상대와의 재회를 그려 그 사랑이 다시 이루어져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오노데라 리츠와 타카노 마사무네의 이야기와 서른에 드디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워가는 키사 쇼타의 이야기는 큰 테두리에서 보자면 첫사랑 이야기지만 세부적으로 보자면 굉장히 다른 첫사랑 이야기이다. 보통 첫사랑이라고 하면 오노데라 리츠의 경우같은 이야기가 많지만, 요즘은 사랑이란 걸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많기에 키사 쇼타의 이야기가 내겐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근데 그렇게 늦게 사랑을 배우면, 더 두려워질텐데... 스무살에 받는 상처와 서른에 받는 상처의 크기와 깊이, 그리고 극복과정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작은 상처도 쉽사리 낫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도 그렇겠지. 어쨌거나 첫사랑의 애틋함과 행복함보다는 상처에 대한 두려움에서 허덕이고 있는 두 커플의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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