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리뷰 이벤트 발표가 드디어 났습니다. 

콩닥콩닥하면서 기다렸는데, 무려 은상입니다. 


은상-교양과학 오디세이 시리즈
이*연 yasl***@hanmail.net  

 

제 이름이 실린 순서로 보기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뽑힌 것 같아요. 

하이브리드 총서 2권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였으니까요.  

경품인 교양과학 오디세이 시리즈는 무려 12권이랍니다.

와우, 이번주는 완전 신나는 일만 가득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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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5-26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축하드립니다~ 왠지 '과학'총서라면 뭔가 그림도 많이 있을듯 생각이 듭니다^^

스즈야 2011-05-26 23:5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음.. 그림이 많으면 좋죠. 전 과학은 영 젬병이거든요. 좋은 책을 받게 되어서 무척이나 기쁩니다.

2011-05-27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무려 은상 ~ 책들 탐나네요 ㅎㅎ

스즈야 2011-05-28 00: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반양장)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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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골집에 다녀왔다. 아부지께서 텃밭을 일구고 계시기 때문이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땅은 습기를 머금게 되고, 그 습기가 마르는 것과 동시에 딱딱해지지만 호미질을 해서 갈아 엎으면 금세 포실포실한 느낌의 부드러운 흙이 된다. 그런 흙은 맨발로 밟아보면 그 보드라운 감촉에 발끝이 찌르르해진다. 그렇게 고와진 흙 위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면 금세 새싹들이 뽁뽁하고 돋아난다. 난 새로 갈아 엎은 상태의 보드라운 흙이 꼭 아이들 마음같다고 생각한다. 부드러워서 자꾸만 만져보고 싶고 소통하고 싶은.  

하지만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수없이 많은 상처를 받고, 아물어가고 하는 동안 딱지가 생기고 흉터가 남아 그 보드라운 흙은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덮인 곳이 되듯 딱딱해진다. 어른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다는 것의 두려움을 안다. 그래서 말랑말랑 포실포실한 흙으로 덮여 있던 곳을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덮어 자신의 마음을 덮어 버리고 살게 되는 것이다. 마치 그것이 보호막인양. 일단 딱딱하게 보호막을 친 마음은 쉽사리 열 생각도 못하고, 잘 열리지도 않는다. 그건 타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이미 아스팔트로 딱딱하게 덮인 마음은 더이상 다른 사람에게 열리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완전히 소통할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그 보호막 뒤에 숨어서 아주 조금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살아야 할까. 아니면 짐짓 자신의 마음을 감춘채 상대방을 대하고 살아야만 하는 걸까. 이럴 때 우린 어떻게 해야만 할까.

어린이책 작가 오명랑은 몇년 전 공모전에서 큰 상을 수상했지만, 그후로는 제대로 된 소설을 쓰지 못해 눈치밥을 먹고 사는 중이다. 직업은 작가인데, 수입은 한 푼도 없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며칠을 골똘히 생각하다 묘안을 떠올린 오명랑 작가. 그 묘안이란 바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 듣기 교실'을 여는 것이었다. 첫 수업날, 찾아온 아이는 달랑 세 명. 그중 하나는 아직 어려서 오빠를 따라 그냥 온 듯 하다. 오명랑 작가는 약간 의기소침해지지만 하나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수업을 시작한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 하고 고민하던 오명랑 작가는 오랜 시간동안 마음에 묻어둔 이야기를 꺼내기로 한다. 자신의 마음을 꽁꽁 봉인한 채로 살아 왔던 그 시간동안 한번도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건널목씨는 어느 날 훌쩍 아리랑 아파트에 나타났다. 그곳 후문 쪽에는 차도가 하나 있는데, 건널목이 없어 사람들이 차를 피해 요리조리 아슬아슬하게 길을 건너다니는 곳이다. 아리랑 아파트에 사는 쌍둥이 형제는 차가 없을 때 잽싸게 길을 건너려다 건널목씨의 제지를 받는다. 허름한 옷차림에 꾀죄죄한 모습, 머리에는 안전모를 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경계하지만 건널목씨는 그냥 건너면 위험하다면서 등에 진 짐을 내려놓고 돌돌 말린 카펫을 펼쳐 놓았다. 어라라? 분명 카펫인데, 건널목처럼 줄이 그어진 카펫이다. 아저씨는 머리에 쓴 안전모를 신호등 대용으로, 카펫을 건널목 대용으로 하여 그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그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그후 건널목씨는 매일 아침 아리랑 아파트 후문으로 나와 카펫을 깔고 임시 건널목을 만들어 사람들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경계하던 사람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날 건널목씨는 쌍둥이 형제가 중학생들에게 위협당하는 걸 보고 구해주게 된다. 하지만 쌍둥이들이 어른들을 불러올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건널목씨는 중학생들에게 구타당하고 만다. 그게 안타까웠던 아파트 사람들은 건널목씨를 아파트의 빈 경비실에서 살도록 배려해준다. 

건널목씨는 아침에는 임시 건널목을 만들어 보행자들의 안전을 책임졌고, 나머지 시간은 아파트 청소며, 재활용품 구분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파트 주민들은 바지런하고 마음씨 좋은 건널목씨를 신뢰하게 되었고, 혼자 사는 건널목씨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건널목씨는 한 여자아이가 밖에 혼자 나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도희로, 부모님의 싸움이 너무 심해 밖으로 피난을 나온 것이었다. 그후 도희는 집에서 싸움이 일어날 때 마다 그것을 피해 건널목씨가 있는 경비실에서 쉬다 가곤 했다. 건널목씨가 기거하는 경비실은 도희의 피난처이자 쉼터였던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개교기념일로 학교를 가지 않게 된 도희는 건널목씨를 따라 태희와 태석이 남매가 있는 집으로 가게 된다. 아버지는 얼마전 돌아가셨고, 엄마는 집을 나가 지금은 둘만 살고 있다. 태석이는 학교에 가야 할 나이지만 학교에 가면 태희를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재활용품을 주워 팔고 있다. 도희는 태희와 태석이 남매와 금세 친해지게 되고, 태석이네를 놀리는 동네아이들을 쫓아 주기도 한다. 안그래도 힘겨운 아이들에게 왕거지라 놀리며 괴롭히는 아이들을 보며 도희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나이 또래엔 부모님이 꼭 필요한 나이지만 어느 누구도 없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태희와 태석이의 모습에, 부모님이 있어도 그 그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을 것이니까.

건널목씨의 경우, 예전에는 자동차 회사에 다녔지만 자신의 쌍둥이들을 자동차 사고로 잃었다. 그 아이들은 건널목이 없는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리랑 아파트의 쌍둥이가 건널목이 없는 교차로를 건널 때 위험으로 부터 보호해주려 했던 것이고, 부모님이 없는 태희와 태석이의 보호자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건널목씨가 한 행동은 단순히 보행자를 위한 안전한 건널목만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도희와 태희 남매가 만나도록 한 가교가 되어 주었고, 아리랑 아파트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 소통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후로도 도희는 태석이 남매를 자주 찾아 왔고, 아저씨도 종종 들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살피고 챙겨주곤 했다. 겨울이 다가와 건널목씨가 기름도 넣어주곤 하지만 아이들은 아껴쓰느라 손이 꽁꽁 얼어도 찬물을 쓴다. 그런 아이들이 가여워 건널목씨는 임시 건널목으로 이용하던 카펫을 아이들의 방에 깔아준다. 아리랑 아파트 후문에는 진짜 건널목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날, 아이들의 엄마가 돌아왔다. 꼭 2년만에. 태희와 태석이는 2년만에 보는 엄마가 낯설기만 하다. 특히 태희는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며 제대로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어른에겐 짧은 2년이었겠지만, 아이들에겐 너무나도 긴 2년이었던 것이다. 2년 만에 돌아온 엄마와의 미묘한 거리감에 슬픔을 더해준 것은 건널목씨가 그날 이후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건널목씨는 그후로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지금은 어디에서 또다시 누군가의 건널목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또한 그 손길을 받아들이는 쪽도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 그 사람보다 내 처지가 낫다고 생각한다. 그럴때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럴 경우 받아들이는 쪽은 껄끄럽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건널목씨가 내민 손길은 아이들의 눈높이였다. 받아들일 아이들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을,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손길이었다. 그건 진심일 때 가능하다. 힘들게 사는 아이들에게 돈몇푼 쥐어주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까지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일을 건널목씨는 해낸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로 사라진 건널목씨가 모르는 것이 있다. 태희는 지금 오명랑이란 필명을 쓰는 소설가가 되었고, 태석이와 도희는 부부가 되었다는 걸, 지금도 애타게 건널목씨를 찾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건널목씨가 전해준 따스한 소통의 방법이 오랜 시간이 흘러 태희와 엄마 사이에 남아 있던 딱딱해진 앙금을 걷어내 줬다는 걸. 그때 태희는 2년 만에 돌아온 엄마에 대해 마음의 담을 쌓았고, 자신의 상처에 아스팔트를 덮어버린 채로 성장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치유가 된 듯 보였지만 여전히 그 일에 대해서는 딱딱한 부분이 남아 있었던 것이 이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 건널목씨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듣기 교실 아이들에게 풀어냄으로써 태희는 엄마와의 사이에 있었던 아스팔트 길에 폭신폭신 따스한 카펫 건널목을 깔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 보고, 자신이 상처를 준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엄마가 그동안 가지고 살아온 죄책감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늘 걷고 있는 아스팔트길이나 시멘트길은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걷어내면 다시 흙길이 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것과 달라서 이미 상처의 더께가 앉아 굳어버린 길은 그 더께를 걷어내도 완전히 제모습을 찾기 힘들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폭신폭신하고 보들보들한 카펫 건널목이 아닐까. 혹시 나와 누군가와의 사이에 너무 딱딱하고 꺼칠꺼칠한 시멘트길이 만들어졌다면, 그 길만을 탓하지 말고 내가 먼저 카펫 건널목을 깔아보자. 내가 한 걸음 그쪽으로 다가가면, 상대쪽에서도 한 걸음 다가와 줄테니까. 한 걸음 한 걸음이 더딜 수는 있어도 언젠가 꼭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느리게 걷게 될 그 길이 행복으로 가득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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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을 발로 찬 소녀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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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냉전시대의 유물인 세포의 비밀조직 통칭 살라첸코 그룹의 실체가 드러났다. 리스베트를 위시해 리스베트의 조력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동면에서 깨어난 뱀을 사냥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리스베트는 아직 병원에 있으며 퇴원과 동시에 교도소에 수감, 그후 재판을 받아야 한다. 뱀 둥지의 뱀들은 리스베트를 어떻게든 정신병자로 몰아 다시 정신병원에 수감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는 한편, 자신들의 조직에 대해 캐내고 다니는 미카엘에 대해서도 모종의 조치을 취하기로 한다. 리스베트쪽과 뱀 둥지쪽은 각각의 위치에서 서로를 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뱀 둥지의 뱀들은 너무 오랫동안 동면을 했기에 상대의 전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파악을 하지 못한다. 아니 그것보다는 자신들의 전력에 대해 과신하기 때문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그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후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을 것이다.

밀레니엄 시리즈 3부『벌집을 발로 찬 소녀 2』의 전반부 내용은 리스베트 쪽의 준비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해커들의 비밀 조직과 연락을 취한 리스베트는 그들에게 검사 엑스트룁 쪽을 감시하도록 한다. 뱀들이 도청과 감청, 불법 가택침입을 일삼는데, 이쪽이라고 법을 다 지키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엑스트룀쪽에서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리스베트는 재판에 대비할 것이다. 

아르만스키는 세포와 연이 닿아 있어 세포 쪽이 이 조사에 착수하도록 건의했고, 경찰인 홀름베리는 예전 수상을 찾아가 세포의 비밀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온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미카엘은 당시 정황을 알고 있는 스웨덴 대사를 찾아 네덜란드로 향한다. 그곳에서 미카엘은 상당한 정보를 입수한다. 그후 미카엘은 세포의 비밀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며 살라첸코 조직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숨어 있는 뱀을 사냥할 거대한 팀이 그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한 것이다. 위로는 법무부 장관과 수상이 포함되고, 세포 헌법부 수호부 부장도 자신의 부하들을 모아 살라첸코 전담반을 조직했다. 또한 경찰 중에서는 엑스트룀과 반대 노선에 서있는 부블란스키를 비롯해 소니아, 스벤손이 합류한다. 말하자면 사방에서 포위망을 치는 것이다. 

한편, 에리카가 사이버 스토커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는 소식을 접한 리스베트는 에리카에게 도움을 주기로 한다. 비록 병원에 감금되어 있지만,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리스베트가 하지 못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에리카가 거대 신문사의 편집장이 된 후, 에리카는 괴상한 메일들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고 차의 타이어가 펑크나고, 집안에 누군가가 침입하는 등 위협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게 된다. 도대체 누가 그런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에리카의 사이버 스토커 사건을 보면서 경찰의 대응 방식이 참 허술하단 걸 느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낄 판인데, 경찰의 대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했다. 우리나라 경찰도 이런 부분에선 마찬가지이다. 특히 가정 불화로 인한 신고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데, 의외로 이런 문제가 큰 사건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집안 일은 집안에서 끝내시오, 라는 태평한 소리를 한다니까. 또한 에리카 사건은 우리가 사이버 공간에서 얼마나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기 쉬운지를, 그리고 이유없는 악의가 어디에든지 도사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리스베트의 도움과 아르만스키의 경비회사의 도움으로 이 사건이 무사히 해결되긴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일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 끔찍한 일이다.

리스베트 쪽이 이런저런 준비를 진행할 무렵 뱀 둥지도 또다른 계획을 세우기로 한다. 재판은 엑스트룀 검사와 텔레보리안 박사가 알아서 잘 진행할테니, 이들은 미카엘이 세포 내의 비밀 조직에 대한 폭로를 막고자 하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의외로 밀레니엄의 방어력도 만만치 않아 이들은 똥줄이 탈 지경이다. 그래서 결국 이들은 미카엘을 더러운 사건으로 엮기로 한다. 바로 냉전시대에나 유행했던 코카인 사건으로! 미카엘을 처분할 준비를 마친 살라첸코 그룹은 미카엘의 집에 또다시 무단침입, 코카인을 숨겨놓는다. 하지만 이미 자신이 감시의 대상이란 걸 아는 미카엘은 미리 그물을 설치해 두었다. 그 그물에 그들은 간단히 걸려들 것이다. 하지만 미카엘에게 닥친 위협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확실히 끝내기 위해 청부살인업자까지 동원한 것이다. 미카엘에게 또다시 절체절명의 순간이 닥친 것이다. 청부살인업자가 파견된 곳은 일반 식당으로 이곳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면 민간이 피해자가 발생하지만, 이들은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콜래트럴 데미지라 여겨버린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따윈 상관없는 것이다. 미카엘과 에리카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지는데, 이는 경찰과 세포의 공조수사 덕분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세포의 비밀 조직 살라첸코 그룹은 완전히 파멸하게 된다. 이것이 후반부의 첫번째 결착이다.

두번째 결착은 리스베트의 재판이다. 재판을 받기 위해 교도소로 보내진 리스베트는 경찰 한스 파스테의 질문에 전혀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텔레보리안이 와도 마찬가지이다. 텔레보리안은 어차피 리스베트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없다. 대충 인터뷰 흉내를 낸 후 미리 써둔 소견서를 제출하기로 마음 먹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스베트는 자신의 변호사인 안니니와는 대화를 열어 두고 있다. 물론 리스베트가 처음부터 안니니에게 마음을 연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만나면서 신뢰를 쌓게 된 것이다. 

재판 과정은 짜릿하고 통쾌했다. 일방적인 단정과 밀어붙이기 전략을 사용하려던 엑스트룀과 텔레보리안 쪽이 밀리는 걸 보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과정에서 엑스트룀과 텔레보리안이 준비한 자료는 깡그리 깔아뭉개졌다. 처음에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엑스트룀과 텔레보리안이 멋대로 떠들게 만들던 안니니가 입을 열면서 얼마나 통쾌하게 재판을 이끌던지. 또한 리스베트 역시 차분한 어조로 재판에 임한다. 이제까지의 반항적이고 반사회적인 모습은 간데 없이 똑똑하고 차분한 원래의 리스베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리스베트와 안니니가 준비한 자료는 엑스트룀과 텔레보리안이 준비한 자료의 효력을 없애기에 넘치도록 충분했다. 리스베트에게 걸렸던 기소내용은 모두 기각, 그리고 리스베트의 후견인 체제도 끝이 났다. 비록 몇번 출석해서 진술을 해야할 일은 남았겠지만, 리스베트는 이제 완전한 자유인이 된 것이다.     

세번째 결착은 리스베트와 이복오빠 로널드 니더만과의 결착이다. 도주후 행방이 묘연했던 니더만의 종적이 우연히 밝혀지는데, 리스베트가 왜 이걸 놓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난 살라첸코의 재산 목록을 보면서 감이 오던데... 하긴 그동안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낸 리스베트가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되어 살짝 긴장을 풀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이 일로 니더만과 MC 스바벨셰가 한번에 처리된다.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읽다 보면 다른 시리즈보다 리스베트가 많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은 믿지도 않고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지도 않았던 리스베트가 자신의 주치의에게 마음을 열고, 변호사 안니니에게도 마음을 연다. 물론 한번에 이루어진 과정은 아니지만, 예전같으면 절대 없었을 일일 것이다. 그런 리스베트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 특히 재판이 끝난 후 안니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망설였던 리스베트의 모습을 떠올리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 정도로 많이 변한 것이다. 아버지 살라첸코때문에 스웨덴 정부의 핍박을 받았고, 정신병원에 강제로 수감되고, 후견인까지 붙여져 타인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신경했던 리스베트의 모습은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만약 이 시리즈가 계속되었다면 리스베트가 점점 더 많이 변해가는 보습을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밀레니엄 시리즈에 등장하는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활약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리스베트나 미카엘은 혼자 힘으로 싸운 게 아니다. 리스베트와 미카엘과 정보를 공유하고 공조하는 무수한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세포내 비밀조직 섹션을 햇빛 밑으로 끄집어 내고 그 정체를 만천하에 드러내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리스베트의 재판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병원 담당 주치의의 도움을 비롯해 미카엘, 세포, 수상과 법무부 장관, 경찰, 변호사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혼자 감당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리스베트와 미카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매가 되어 뱀을 사냥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공조란 것에 있다. 뱀은 둥지 안에 숨어서 모든 사건을 일으키고 조작해 오다 보니 바깥의 상황에 무신경했고, 자신의 조직력과 정보력만 믿고 자만에 빠졌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자가 있을 거란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뱀은 때론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땅에만 산다. 야간에는 야간투시경같은 눈을 이용한 자신만의 전력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결국 위를 보지는 못했다. 매가 상공에서 뱀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것이다.

스웨덴 사회의 겉모습 뒤에 감춰진 어두운 뒷면을 폭로해가는 밀레니엄 시리즈는 정치, 경제비리 문제를 비롯해 여성인신매매, 무기밀매와 마약거래, 사이버테러 같은 사회 문제, 정부기관의 공권력 악용문제, 사회복지제도의 문제, 언론기관의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다루는 작품으로, 진보성향 잡지의 편잡장이었던 작가의 신념을 그대로 담고 있다.

총 6권, 약 3,000 페이지의 대작인 밀레니엄 시리즈는 5월 내내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재능을 가졌던 저자 스티그 라르손에 경배를, 그리고 그의 너무 이른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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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노코와 마들렌 여사
마키메 마나부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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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이 저마다의 우아한 포즈로 앉아있는 표지 그림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까. 어쩌면 저렇게 편안해 보일까. 아름다운 눈동자가 보석처럼 빛난다. 이 셋 중에 마들렌 여사를 가려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마들렌 색깔과 무늬를 찾으면 되니까. 문득 책 속으로 손을 집어 넣고 보드라운 털을 만지고 싶어진다. 말랑말랑한 젤리를 주물러 보고 싶어진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느낌이 나는 책이다.


이야기는 고양이들의 아침 집회로 시작된다. 주택가에 있는 빈공터에 매일 아침 모여드는 고양이들. 그 가운데에 마들렌 여사가 있다. 마들렌 여사는 가노코네 집에 사는 고양이로 이 마을에 사는 고양이중 유일하게 외국어를 할줄 아는 우아한 고양이이다. 고양이가 외국어를?? 그럼 외국에서 온 고양이인가 싶겠지만, 마들렌 여사는 외국에서 살지도 않았고, 외국 품종의 고양이도 아니다. 그럼 무슨 외국어? 마들렌 여사는 인간과 개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의 경우 모든 개들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인 시바견 겐자부로의 말만 이해할 수 있지만 말이다. 

고양이들은 매일 아침 집회 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인간 가족에 대한 불평이며, 최근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까지 다양한 주제로 수다를 떤다. 집회에 참가하는 고양이들은 마들렌 여사를 비롯해, 최고령의 치매끼가 약간 있는 캔디, 줄무늬 고양이 와산본, 삼색 고양이 미켈란젤로 등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새침하게 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이가 좋다. 서로를 걱정해주기도 하고, 서로를 격려해주기도 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는 등 작은 사회를 이루며 살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고양이만 나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 이 이야기는 고양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양이와 개,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이다. 마들렌이 살고 있는 집에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꼬맹이가 하나 있다. 이름은 가노코로 기운이 넘치는 아이이다.

우연히 학교에 일찍 가게 된 어느 날 가노코는 한반 친구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한다. 엄지 손가락을 콧구멍에 넣고 팔락대는 행동이 신기했던 가노코는 그 친구와 친해지고 싶어졌다. 그 아이의 이름은 스즈로 둘은 금세 친구가 된다. 함께 '코 나부나부'도 하고 다회도 열고. 하지만 둘사이가 조금 멀어진 시기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가노코가 찻기둥을 세우는 대신 화장실에서 *기둥을 세운 날부터였다. 그후 스즈는 가노코를 멀리 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도 *기둥을 세울 날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정말 아이답다, 랄까. 그러면서 미술시간에 똑같이 그 장면을 그리는 가노코와 스즈라니. 상상만 해도 웃음보가 터지고 만다.     

가노코와 스즈는 함께 *기둥을 세운 친구로 '문경지우'가 된다. 하지만 그런 행복도 잠시. 여름 방학이 끝난 후 스즈는 전학을 가게 되었다. 가노코에게 첫 이별이 찾아온 것이다. 어떻게든 남아 있는 시간을 잘 보내고 싶은 가노코였지만 이상하게도 일이 꼬여 스즈를 만날 수가 없다. 조금은 풀죽어 있던 가노코는 축제장에 갔다가 아빠와 함께 축제를 찾은 스즈를 만나게 된다. 둘은 축제장을 돌아 다니면서 남은 시간을 만끽한다. 그리고 둘의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이별은 슬프지만, 추억은 영원하니까.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알고 있으니까 둘은 최대한 담담하게 헤어지자고 하지만, 가노코는 아직 아이이다. 스즈 앞에서 꾹 참았던 눈물이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펑펑 쏟아내고 만다.


겐자부로는 올해 13살의 시바견으로 가노코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 집에서 살아왔다. 지난 여름 비가 심하게 쏟아지던 날 겐자부로의 집에서 비를 피하게 된 마들렌 여사는 그후로 이 집에서 살며 마들렌이란 이름도 얻었다. 겐자부로와 마들렌이 서로 정답게 이야기도 나누며 서로를 위해주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따스해져 온다. 특히 겐자부로의 마지막날 밤에 나누던 이야기는 눈물이 또르르 맺히게 한다.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온 시간은 짧지만, 마들렌 옆에서 눈을 감고 싶어한 겐자부로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겐자부로의 죽음은 마들렌뿐만 아니라 가노코의 가족에게도 큰 슬픔이었다. 가노코의 경우 짧은 시간에 두 번의 이별을 경험하지만,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같으면 겐자부로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후 마들렌을 붙잡고 놔주지 않으려 했겠지만, 가노코는 마들렌이 그것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준다. 어찌나 대견스러운지. 가노코가 겪은 이별은 분명 슬픈 일이었지만, 가노코는 그것보다 만남의 기쁨과 지나온 시간의 행복한 추억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 소설은 아이들의 우정, 만남과 이별, 사이좋은 개와 고양이, 고양이 집회 등의 일상적인 이야기에 판타지적 요소를 첨가해 더욱 따스하고 예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건 바로 쌍꼬리 고양이(네코마타)와 고양이의 보은에 관한 내용이다. 마들렌의 남편 겐자부로가 마들렌에게 쌍꼬리 고양이 이야기를 해준 후 마들렌 여사의 꼬리가 두갈래가 된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길가로 나간 마들렌 여사는 처음 만난 인간 여자와 몸이 뒤바뀐다. 하루동안 인간이 된 마들렌 여사는 가노코에게 겐자부로의 사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겐자부로를 위한 고기를 사온다. 남편에 대한 이 행동이 마들렌 여사의 첫번째 보은이다.

두번째 보은은 자칫 스즈와 제대로 된 이별을 하지 못할뻔 한 가나코를 위해 마들렌 여사가 또다시 쌍꼬리 고양이로 변신해서 스즈의 아빠와 몸을 바꾼 후 스즈를 데리고 축제장에 가 스즈와 가나코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거두어 주고 겐자부로의 사료에 신경을 써준 가노코에 대한 보은이라 할 수 있다.

『가노코와 마들렌 여사』는 고양이 배처럼 말랑말랑하며 포근하고, 고양이의 눈처럼 반짝이며, 고양이의 꼬리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소설책이다. 물론 아픈 이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별의 아픔보다는 만남의 기쁨과 함께 나눈 추억의 소중함을 더욱 귀하게 여기라 말한다. 가노코의 앞니가 빠질 때 즈음이 되어 간질간질하면서도 뭉근한 아픔, 그리고 막상 이가 빠졌을 때의 텅빈 공간의 허전함 대신 새로 나오는 이의 존재에 작은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7p, 123p, 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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キャッスルマンゴ- 1 (MARBLE COMICS) (コミック)
코노하라 나리세 / ソフトライン 東京漫畵社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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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가 코노하라 나리세- 캐릭터 창조가 극과 극, 특히 쓰레기같은 캐릭터 창조의 일인자 - 라서 좀 걱정을 했지만 의외로 이 작품은 캐릭터도 스토리도 모두 괜찮다. 아니, 아주 마음에 든다. 게다가 오구라 무쿠의 그림도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센티멘탈가든 러버』의 경우에도 섬세한 표현이 좋았는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표지를 보면 박제된 동물 머리가 벽에 걸려 있는 데다가 침대 위에 동그마니 앉아 있는 두 남자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지만, 이렇게 있는 이유가 책을 읽으면 납득이 된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요로즈의 집은 러브 호텔 '캐슬망고'이다. 이곳은 아버지가 남겨준 유산으로 어머니와 요로즈, 그리고 동생 사토루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망고란 이름은 요로즈의 万과 사토루의 悟를 음독할 때의 발음을 합쳐서 지은 이름으로, 아주 소중한 작명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를 잘해 사립고등학교에 다니지만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치 않아 장학금을 놓치면 안되는 요로즈는 공부도 집안 일도 열심인 모범생이다. 

요로즈가 어머니대신 카운터를 보던 어느 날, 한 AV회사에서 촬영을 오게 되었다. 캐슬망고에 있는 각각의 방들은 테마파크를 연상시킬 정도로 테마로 가득한 방들이 있기 때문이다. 요로즈는 방을 안내하러 갔다가 감독 토가메를 만나게 되는데, 토가메는 요로즈가 남자배우인줄 오해하고 바지까지 벗겨 버린다. 이거 이거 첫인상부터 완전 최악! 게다가 토가메는 자신이 게이라고 공언하기까지 한다.

요로즈는 토가메에 대해 경계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있지만, 자신의 동생인 사토루가 토가메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혹시 자신의 소중한 동생에게 손을 댈까 싶어서겠지. 토가메 말로는 자신이 쇼타콘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걸 모르는 요로즈 입장에선 동생 사토루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하나 고안해낼 수 밖에 없었다. 그 방법이란...? 바로 술먹고 취한 토가메 옆에 빨가벗고 누워있는 것이었다. 음, 소중한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요로즈야, 넌 고교생이거든?

근데, 재미있는 건 다음날 눈 뜬 토가메의 반응이다. 설마 자신이 술에 취해 감히 고등학생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여튼 요로즈는 이 작전을 통해 토가메가 더이상 사토루와 개인적으로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지만, 반대로 토가메와 교제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이거 요로즈 인생 최대의 핀치!?

하지만 의외로 이 토가메란 사람, 신사다. 겉으로 보기엔 대충 사는 사람처럼 보여도 마음도 따스하고 지킬 건 지킬 줄 아는(?) 그런 사람이다. 아직 고교생인데다가, 장학금을 받아야 할 처지에, 진학도 해야하는 요로즈를 위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손을 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요로즈는 자신이 세운 계획에 옴짝달싹도 못하고 갇힌 상태이지만, 토가메와 만나면 만날수록 그의 다정함에 끌리게 된다.

아, 정말이지, 예쁜 장면이 참 많았다. 토가메가 비를 쫄딱 맞고 떨고 있는 요로즈를 다정하게 품어 주는 장면이라든지, 처음에는 토가메에 대해 경계태세를 갖췄던 요로즈가 어느새 토가메의 집을 찾아가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변화된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또한 고교 졸업까지 손을 안대겠다고 선언을 한 토가메가 안타까운 듯 애틋한 듯 요로즈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도 정말 좋았다. (1권의 수위는 키스까지 입니다)

아직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하지만, 어느샌가 토가메를 많이 좋아하게 된 요로즈. 남자 마음과 어른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토가메. 이 둘의 사랑은 어떻게 진행될지 두근두근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아이와 불꽃놀이를 보러 온 요로즈를 본 토가메의 표정은 애틋하기만 하다. 어쩌면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잘 어울려 보여서 요로즈를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2권이 나와 봐야 알 것 같다.  

달달하면서도 애틋하다. 이 작품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벌써부터 2권이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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