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고양이 마을…나고 나고 시리즈 1
모리 아자미노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행복한 고양이들의 나라, 나고.
이 책은 나고의 지도부터, 나고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 한마리 한마리의 소개와 특징, 그리고 인간들과의 관계를 일러스트와 함께 손글씨로 제작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고양이들만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양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공존하는 마을이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고양이들과 공존 공영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이 책을 보고 배울 점이 참 많다.

본서의 고양이들은 섬고양이(나고에 처음부터 살던 고양이), 집고양이, 길고양이로 분류되어 있으며, 각각의 생활장소, 이름, 나이, 털색깔, 눈색깔등 한마리 한마리의 특징과 더불어, 그들의 사연, 그리고 성격이나 행동들을 짐작할 수 있는 일러스트와 설명도 덧붙여져 있다.

일러스트는 굉장히 섬세해서 고양이의 털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듯 하다.
게다가 고양이들의 움직임을 잘 포착한 그림들은 이 고양이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중간중간 나오는 고양이 상식은 고양이의 습성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나오므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치면서 맞장구를 칠만하다.

비록 가상이지만, 고양이가 그려진 지폐나 고양이가 그려진 전철 티켓은 정말 내가 가지고 싶을 만큼 귀엽고 예뻤다. 그리고 고양이 축제에는 정말 참가하고 싶을 정도다. 고양이 등을 만들고, 고양이가 그려진 전철을 타고.... 나고는 고양이들도 행복하지만, 사람들도 행복해 질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지도 부분이 너무 섬세해서 눈으로 보기엔 좀 힘든 감은 있지만, 나머지 일러스트 부분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102마리의 고양이중 한마리도 겹치는 모습의 고양이가 없다.
다양한 모습, 털색깔, 품종, 눈색깔...
이는 저자가 고양이를 얼마나 많이 관찰했고,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어느 부분부터 읽을지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내키는 페이지를 펼쳐 그 부분부터 읽어도 좋다.
소설이 아니라 102마리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양한 고양이 일러스트만으로도 이 책은 고양이 마니아에게 충분히 매력을 느끼게 해 줄것이다.
고양이 마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책을 보면 틀림없이 갖고 싶어질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책의 판형은 일반 책의 판형과 조금 달라서 길쭉한 편이고, 책의 종이는 아이보리 계통으로 눈이 편안하다.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색깔보다는 부드러운 파스텔 계통의 색이 주가 되어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맨 마지막에 있는 부록은 나고에 사는 102마리 고양이의 그림과 특징, 그리고 그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적혀 있는데, 본문에는 없는 내용이라 또다른 재미를 주었다.
잘라내서 단어장처럼 가지고 다닐수도 있지만, 나는 책을 훼손하기 싫어서 그냥 붙여 두었다.
다만, 부록은 칼라 사진이 아니라는 점이 좀 아쉽다. 고양이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털색깔이나 눈색깔이 흑백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인간들이 고양이와 어떻게 하면 더불어서 잘 살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 책도 그러한 목적에서 쓰여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 더 즐겁고 행복하다.
고양이도 생명체, 우리 인간도 생명체.
자연의 앞에서는 모두가 소중한 생명들이다.

나고에 사는 고양이들처럼 우리 곁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도 행복해질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다시 추운 겨울이 찾아 오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사는 고양이들에게는 혹독한 계절이죠.
올 겨울도 길고양이들이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기를, 그리고 버려지는 고양이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프린치가 온 걸 알아챈 가게 여주인은 ㅡ프린치가 골랐다는 건 우리 생선이 신선하단 증거야ㅡ하며 호쾌하게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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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알고 있다 - 제3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니키 에츠코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니키 에츠코의 고양이는 알고 있다는 몇 년전에 읽은 작품으로, 사실상 별 재미가 없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어제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줄거리가 대충은 기억이 났는데, 범인이 누군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으므로.... ㅡㅡ^ (건망증....심한 건망증...)
어찌보면 뛰어나게 재미있다는 생각을 못했으므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읽어보니 꽤 괜찮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니키 에츠코의 첫 추리소설이란 점과 이미 반세기전에 쓰여졌던 작품이란 걸 감안한다면, 구성이나 전개가 괜찮았다. 특히, 살인의 동기가 독특했던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꽤나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들의 접점이 상당한 재미거리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므로, 자세한 줄거리를 언급할 수는 없다.
그러면 재미가 반감될테니까...

이 작품은 화자인 니키 에츠코보다는 니키 에츠코의 오빠 니키 유타로가 추리력을 빛내며,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살인범이 선택할 선택지도 오빠가 주게 된다.
이 점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시라.)

어떤 선택이 옳았냐의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나는 살인범이 선택한 선택지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니키 유타로가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면 이 소설은 그저그런 결말이 났을테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1인으로 니키 에츠코의 다른 작품도 한번 읽어보고 싶으나, 우리나라에 니키 에츠코의 다른 소설이 번역되어 출판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어서...

작품해설을 보면 니키 남매가 출연하는 추리소설이 총 18편이 창작되었다고 합니다.
제목은 <니키 남매 탐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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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호숫가 살인사건.. 원제는 レイクサイド(Lakeside)

왜 제목을 굳이 호숫가 살인사건으로 바꾸어 책을 출판했을까... 그래야만 추리소설같아서?
그럼 차라리 <호숫가 별장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이라고 하지...
흠.... 이상하게 번역소설중 제목이 이런 식으로 바뀐 게 많다... 별로 맘에 들지 않는 부분중의 하나이다...

건 그렇고...
호숫가 살인사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중 내가 두번째로 읽은 책이다. 처음에 읽은 건 <게임의 법칙은 유괴>라는 작품이었다.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 단언할 수 있다!

<호숫가 살인사건>의 장소는 히메가미코 호수 근처에 있는 별장
등장인물은 네쌍의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 네명, 그리고 학원 강사, 그리고 다카시나 에리코

등장인물

나미키 순스케(아트 디렉터) ----- 나미키 미나코 --- 나미키 쇼타
후지마(후지마 병원 원장) ---- 후지마 가즈에 --- 나오토
사카자키 ---- 사카자키 기미코 --- 사카자키 다쿠야
세기타니 타카시 --- 세기타니 야스코 -- 세기타니 하루키
쓰쿠미 (학원강사)
다카시나 에리코 (나미키 순스케의 부하직원이자 애인)

등장인물은 처음에 나오는 사람이 전부이며, 끝까지 다른 인물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장소도 호숫가 별장에 국한되어 있다. 일종의 밀실인셈..

이 호숫가 별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그리고 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 진실..

나는 중간중간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결론을 내면서 이 책을 읽었지만 결말은 내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솔직히 많이 놀랐다. 완전한 의외의 결말이었던 것...

<호숫가 살인사건>은 약 300페이지 분량이지만, 그속에서 현실적인 문제 몇가지를 함께 담아내고 있다. 사립중학교 입시와 부정한 수단, 부부간의 도덕성 문제, 가족의 해체 문제등등...
그러나 이 문제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이 살인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은 중요한 문제이다. 이런 소재들을 하나로 묶어 이 분량의 소설로 만들어낸 히가시노 게이고는 분명 대단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요즘 책중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집어 넣어 분량만 많고 내용은 부실한 책이 많은데, 이책은 정말 간결하면서도 짜임새있는 작품이다.

뭐라고 해야할까... 추리소설이라든지 미스터리 소설은 줄거리부분을 이야기하기가 참으로 애매하다... 그래서 그런지 포스팅이 힘들다... 적정한 수준에서 이야기를 마쳐야 하는데...

아아. 여기서 끝내자.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은...
히가시노 게이고는 마지막 진실과 그 진실에 대한 이 부부들의 결론이 옳다 그르다는 읽는 사람 자신의 판단에 맡겨 놓았다. 오히려 그쪽이 이 책에 대한 재미와 감동을 더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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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이름은 유괴 - g@m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라는 작가의 작품은 여태 읽어본 적이 없다.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읽으며, 아하.. 이 사람이구나! 하고 놀란 부분은, 내가 이미 영화로 본 비밀(秘密)의 작가란 것이었다. 


비밀은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로 개봉된 그 비밀이 맞다. 히로스에 료코주연의...
엄마와 딸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그 영화를 꽤나 재미있게 봤고, 주제곡도 좋아하는지라...
아직도 기억난다. "사랑하기 때문에, 비밀입니다."
그리고, 턱을 쓰다듬는 부분... 아아... 그때의 그 감동이....

음.. 이야기가 또 샜다.

이 책은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꽤나 만족스러웠다. 원래 내가 추리소설이나 서스펜스, 미스터리 작품을 즐기기도 하지만, 일본 추리 소설은 별로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내게 생각의 전환점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g@me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졌고, 무려 후지키 나오히토(藤木直人)와 
나마에 유키에(中間油紀恵) 가 주연이다.  


사실.. 유괴라는 소재가 즐거움이나 재미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뜻밖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범이다. 그리고 그걸 게임으로 생각한다. 아, 발상의 전환!

그러다보니 가해자(유괴범)과 피해자 가족사이에 나타나는 긴장감부분은 별로 없다. 대신 랜섬(ransome, 몸값)을 어떤 식으로 받느냐, 경찰의 추적(사실은 없다)을 어떻게 따돌리느냐, 피해자 가족과 어떤 식으로 접촉하느냐에 중점이 두어진다.

사실... 책을 2/3정도 읽었을때. 이 책의 트릭을 알아버렸다. (ㅋㅋㅋ)
그러나,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단언한다. 특히 사쿠마의 머리 회전은 매력적일 정도로 뛰어나다. 유괴범이지만... 굉장히 똑똑한 유괴범이었다. 그리고.. 숨겨진 공범 한사람.. 이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다.. (음.. 대단해...)

즉, 작가가 얼마나 치밀한 계산을 하며 이 책을 썼는가를... 알게 해주는 부분이 사쿠마 순스케와 가쓰라기 가쓰토시의 심리전 부분이다. 그리고 진정한 피해자와 가해자는 누구인지, 게임의 결말은 어떤 식인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을 직접 읽어 보시라.
결론을 다 아는 추리소설만큼 재미없는 건 없으니까.

오랜만에 보는 추리 소설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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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해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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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등기보관소의 사무보조원으로 약 50세의 남자다. 그의 취미는 유명인들의 기사를 수집하는 것으로, 약 100명 가량의 유명인들의 정보를 수집해 놓았다.

그는 어느날 문득 자신이 일하는 등기보관소에서 그 유명인들의 인적사항을 빼돌려 자신의 집에서 기록하기로 하고 아무도 없는 등기 보관소에서 서류를 빼왔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보니, 유명인과는 상관없는 어느 여자의 등기부가 한장 껴 있었다. 30대즈음의 젊은 여자로 결혼 한 번, 이혼 한 번... 주제는 이상하게도 이 알지 못하는 여자에 대해 궁금함이 생겼다. 오히려 유명인사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되어 이 여자에 대해 알아 보기로 한다.


오 하나님, 제가 만일 저 책장 속에 보관되어 있는 백 명 중의 하나, 아니 그보다 덜 유명한 다섯 명의 후보자 중 한 사람이기만 해도 이런 수집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왜 갑자기 알지도 못하는 여자의 기록부를 다른 그 어떤 것들보다 중요한 것처럼 바라보고 있느냐, 바로 그것입니다, 하나님, 알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주제는 일단 여자의 주소로 찾아가 보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그는 등기소의 서류까지 위조해서 옛주소 건물에 살고 있는 입주자를 방문해 그 여자에 대해 캐묻는다. 그 여자가 다니던 학교를 알아 낸 주제는 비가 심하게 오던 날, 몰래 학교로 침입했다. 그러나 그 여자가 그 학교를 다닌 건 오래 전.. 창고에서 몇시간을 뒤진후에야 그 여자의 생활기록부를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를 맞고 독감에 걸린 주제가 등기소에 출근해서 다시 그 여자의 기록을 찾아 보았다. 그러나 그 여자의 기록은 산자들의 기록부 속에는 없었다. 그날 밤 주제는 등기소에 들어가 죽은 자들의 서류를 뒤져 그 여자의 기록부를 찾았다. 그랬다. 그녀는 며칠 전 죽은 것이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주제는 이제 그 여자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리하여, 그는 공동묘지로 가서 그 여자가 죽은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 여자는 자살했다. 공동묘지 직원의 도움으로 그 여자가 묻힌 장소를 알아내 그 곳으로 향한 주제는 그 곳에서 밤을 샜다.
 
그리고 아침에 양치기를 만났다. 그 양치기는 주제에게 당신이 찾는 사람은 그 무덤의 주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했다. 왜냐면 양치기는 수시로 무덤 앞의 번호표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왜 내가 무덤의 번호판을 바꾸기 시작했는지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네, 별로 알고 싶지 않습니다, 알고 싶지 않다고, 말씀해 보세요, 내가 생각하기엔, 물론 그렇게 믿고 있기도 하지만, 자살한 사람들이란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을게 틀림없소, 선생이 말했던 내 악의에 찬 장난으로 인해서 그들은 더 이상 성가신 일을 치르지 않아도 된단 말일세, 사실 나 자신도, 만약 이것들을 제자리에 꽂아두고자 할 때,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야,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은, 이름과 출생, 사망일이 적힌 이 대리석판 앞을 지날 때, 어떤 생각이 든다는 것 뿐이야, 어떤 생각이요, 눈앞에 바로 보고 있어도 거짓을 보지 못할 수가 있다는 걸,


주제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곰곰히 생각했다. 이제 남은 건 그 여자의 부모와 전남편 뿐.
주제는 등기소에 출근도 하지 않고, 그 여자의 부모를 찾아가 그 여자의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묻고, 그 여자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의 열쇠와 주소를 받았다. 주제는 그 여자가 살던 집으로 갔지만, 그곳에서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주제. 그러나 집에 불이 켜져 있었고, 집안에는 등기소 소장이 있었다. 소장은 이제껏 주제가 수집한 유명인의 자료와 주제가 지금까지 조사하던 그 여자의 서류기록을 꺼내보고 있었다. 주제는 이제 등기소를 그만두어야 하나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소장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 여자의 기존 기록부를 없애고, 다시 기록부를 만들어 산자로 만들자는 이야기였다.


지난 금요일, 당신이 면도도 하지 않고 출근했을 때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나, 예 소장님, 전부 다, 예 전부 다, 그렇다면 산 자와 죽은 자를 분리해 놓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에 대해 언급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나, 예 소장님, 그럼 내가 뭘 얘기하고 있는지 더 설명할 필요가 있나, 아닙니다 소장님,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Todos os nomes, 1997, 원제: 모든 이름들)』은 내가 세번째로 읽은 주제 사라마구의 책이다. 이 책이 2008년 첫출판되면서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와 더불어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로 제목이 바뀌었지만, 원제는 조금 다르다.
물론, 내용도 『눈먼 자들의 도시』나 『눈뜬 자들의 도시』와는 전혀 상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원제를 그대로 쓰지 않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 다 읽을때까지... 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주제라는 사람이 왜 이토록 모르는 여자에 집착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다.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였다. 만약 그 일이 들키면 사회적 위치의 박탈까지로 이어질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 일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날밤 등기소에서 몰래 가져나온 서류중에 그 여자의 서류가 없었더라면, 주제는 끝까지 그 여자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고, 궁금해 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집착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다만 수없이 쌓여있는 서류중의 하나였을 뿐....

솔직히 탁 까놓고 얘기해보자면, 이 책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만큼 어려웠다. 게다가 저자 서문이나 저자 후기, 혹은 역자 서문이나 역자 후기 조차 없었다. 뭐.. 만약 그런게 있다면 책에서 받는 내 느낌은 상쇄되어 밋밋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다 읽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 봤다. 이름이 갖는 의미를....
우리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을 비롯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이름을 붙이는 이유가 뭘까... 만약 혼자 산다면 이름따윈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음... 이 세상의 사람들을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해보자.

완전한 타인(他人)과 지인(知人), 여기서 내가 쓰는 지인의 의미는 보통 우리가 쓰는 지인이 아니라, 나를 알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저 타인과 구별하기 위해 쓴 말이다.

타인에게 있어 내 존재는 무의미하다. 따라서 내 이름도 무의미하다.
물론 지인들에게 있어서 내 존재나 이름이 의미있고 가치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인들에게 있어 내 이름은 타인과 나를 구별하고, 타인이 아닌 나를 부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 뿐이다.

결국 나란 존재는 등기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는 서류 한 장에 불과하지 않는다. 그 이상의 그이하의 의미도 없다. 뭔가.. 굉장히 씁쓸하다. 그것도 살아있을 때 뿐...
죽은 후라면.. 보관된 서류가 삭아 없어지듯, 내가 존재했던 것도, 그 이름을 가지고 살았던 것도 점점 줄어들어 이 세상에는 티끌하나 남지 않겠지....

내가 가진 이름은 나를 위한 것일까.. 다른 이를 위한 것일까....
내가 가진 이름의 의미는 나를 위한 것일까, 다른 이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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