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 -ZE- (11) (コミック) 是 -ZE- (コミック) 11
시미즈 유키 지음 / 新書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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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키편 최종장이자,『是-ZE-』시리즈의 마지막인 11권. 여기에서는 언령사들을 수호하는 카미를 만드는 수수께끼의 인형사 와키와 현 언령사들의 선대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언령사 리키이치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펼쳐진다. 와키와 리키이치의 첫만남, 그리고 수수께끼의 존재 마가네의 정체가 10권에서 밝혀졌다면 11권은 그후에 일어난 커다란 변화와 후대 언령사들의 탄생,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신의 여동생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 마을 사람을 몰살시킨후 숲속에 은거하고 있던 리키이치는 자살하려던 와키를 만난 후 서로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와키는 리키이치를 위해 아사리, 코노에, 그리고 마가네라는 카미를 만들어 주게 된다. 리키이치의 여동생 유키노 역시 언령사로 시라하세라는 카미를 데리고 있다. 이들만의 소박하지만 따스한 생활이 이어지지만 와키가 마가네를 만들 당시의 작은 실수가 와키의 가슴을 짓누른다. 그렇지만 리키이치에 대한 신뢰와 애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누르면서 살고 있는 와키. 이런 전개를 보니 왜 와키가 그렇게 세상에 대해 지루해했으며 무관심했는지를 알게 되었달까. 그리고 카미는 결국 자신의 주인만 따른다며 쓴웃음을 짓는 이유도... 어쨌거나 참으로 안타까운 삶을 사는 남자다, 와키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삶이 지속되던 어느날, 이들에게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두 청년이 발견된 것이다. 서로를 잡아먹을듯 증오하는 형제 타카미츠와 호즈미. 이들은 리키이치의 집에 머물면서도 서로에 대한 증오를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어린 시절의 사연이 소개되고, 그들이 왜 원수지간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나오지만 그건 별 중요한 건 아니다. 이들이 리키이치 일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가 중요할 뿐.

동생 호즈미는 유키노와 급속도로 친해지고 타카미츠는 리키이치의 딸 우타를 섬기게 된다. 유키노는 결국 마을을 떠난다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후 간간히 소식을 보내오지만... 역시 나쁜 놈은 끝까지 나쁜 놈인가 보다. 형인 타카미츠를 그렇게 괴롭히더니 결국 유키노도 그꼴로 만드는구나. 게다가 자신의 아들(쇼우이)까지 그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어떻게 보면 이들 형제가 리키이치 일가에 불행을 몰고 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유키노가 낳은 쇼우이란 존재가 있었지만, 호즈미는 불행의 원흉일 뿐이다. 이렇게 시작된 불행은 결국 리키이치의 죽음을, 그리고 마가네의 소멸을 일으켰다. 한번에 소중한 두 사람을 잃은 와키가 어떻게 되었을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와키를 버티게 만든 것 역시 리키이치였다. 리키이치와의 약속, 그것이 와키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그러나 그건 리키이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일뿐, 결국 자신을 위한 삶은 아니었달까. 이래서 이 남자가 정말 안타깝다는 것이다. 카미는 만드는 족족 자신의 언령사(주인)만을 위해 살아가지, 언령사들은 와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와는 소원한 편이니까. 어쩌면 와키의 속내를 감히 짐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불멸의 삶 속에서 얻었던 잠깐의 평화와 행복이 와키를 속박하는 짐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같으면 잠시의 행복일지라도, 잠시의 평안일지라도 그걸 추억하며 살텐데, 와키의 경우 너무 오랫동안 살아오다 보니 그것이 오히려 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본다.

"말에는 힘이 있고 그것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해칠수도 있는" 하지만 "그 저주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운명"을 가진 언령사란 존재와 그 저주를 대신 받아주는 카미의 존재란 독특한 소재를 사용해 BL장르의 새로운 재미를 톡톡히 느끼게 해준『是-ZE-』시리즈는 이렇게 끝이 났다. 타고난 힘때문에 평범한 인간으로 살지 못하고 슬픔과 아픔이 교차하는 삶을 살아온 언령사들을 치유해준 건 그들을 지키는 카미들이었다. 카미는 그들의 저주를 대신 받아주는 존재일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존재였다. 카미 역시 평범한 인형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자신을 소중히 대해주고 사랑해주는 언령사들을 만나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언령사들의 어마어마한 능력보다는 서로를 상처주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치유의 존재가 되어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갔다. 우리는 누구나 상대방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입기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는 다른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게 이 시리즈가 결국 하고 싶던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감히 짐작해 본다.

번외편인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서 그래도 모두 행복해져서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비록 리키이치는 이제 없을지라도, 늑대의 뼈가 섞여 탄생한 마가네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새로운 사람들이 와키의 곁에 있다. 삶과 죽음은 늘 순환한다. 와키처럼 불멸의 존재가 아닌 이상, 언령사도 카미도 제 수명이 다하면 그 다음 세대에 자리를 물려주어야만 한다. 와키는 그것이 불행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젠 그게 아니란 걸 조금은 알게 되지 않았을까. 상실이 있으면 그다음엔 재생이 찾아온다. 비록 다른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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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일생 2
니시 케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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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걱정이 늘어난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세상을 더욱더 많이 알아간다는 의미와도 같으니까. 세상물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엔 그저 즐겁기만 했건만, 알게 될 수록 걱정이 늘어나니 참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도 있지만, 때론 아는 것이 힘이다는 무슨, 개뿔이. 라는 말이 튀어나올 만큼 알고 싶지 않거나 결코 알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것도 수두룩한게 세상사다. 그 아는 것의 범위를 좁혀서 사랑이란 놈이란 것만으로 따져도 마찬가지다. 첫사랑을 할 무렵이나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사랑만 하면 무조건 행복해질줄 알았건만, 서른이 되고 서른 중반이 되니 사랑을 하는 것 자체가 겁이 난다.

멋모르고 사랑할 나이가 좋았지, 라는 한숨도 나온다. 이제는 사랑을 하라면 겁부터 덜컥 집어 먹게 되니 말이다. 아니 사랑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이게 정말 사랑일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 나 자신에 대해서도 이렇게 답이 안나오는데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쪽에서 '널 사랑해'라고 말을 한다 한들 그게 정말일까, 하는 의심부터 생기니 나이를 먹으면서 의심병 환자가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상사에 대해서는 나이를 먹으면서 억지로라도 알아가게 되지만 오히려 사랑이란 건 더 모르겠다. 나도 그렇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츠구미도 그렇고, 어쩌면 당신도 그럴지도 모르지.

대형전기회사에서 근무하는 엘리트 사원 츠구미는 30대 중반의 독신녀이다. 일에 치이고 사랑에 치여 한동안 한숨 돌리고 싶어 선택한 시골 할머니댁에서 머무른지 약 1달. 할머니는 이제 안계시지만 츠구미는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 가고 있다. 50대의 대학교수 카이에다 준과 함께. 성인 남녀가 한집에서 살면 무조건 동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들은 하우스 메이트이다. 어쩌다 보니 한지붕 아래에서 살게 된 두 사람은 데면데면한 사이에서 조금씩 친밀한 관계로 변해간다. 게다가 카이에다 쪽에서 츠구미쪽에 의외로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친다. 결국 우란분에 가족들 앞에서 츠구미와 결혼하겠다는 선언을 한 카이에다. 츠구미는 생각지도 못한 그의 언사에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만난지 한 달 밖에 안되었지, 나이 차이는 열일곱. 게다가 그는 젊은 시절 할머니를 좋아했다? 뭐 이런 이유말고도 츠구미에겐 카이에다에 마음을 쉽게 열 수 없는 그런 이유도 있었으니... 바로 지난 사랑의 아픔이 너무 크단 것이다. 유부남을 만나 마음 고생 심하게 했던지라, 더이상 사랑따위는 하고 싶지 않기도 했겠지.

누군가와 만나 사랑을 하다 헤어지게 된 후 얼마 만큼의 기간을 가져야 다시 사랑이란 걸 할 수 있을까. 몇 개월, 몇 년? 글쎄다. 날짜로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겁이 나도 사랑을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있으면 새로 시작하는 것이고, 그래도 겁이 나서 물러서고 싶다면 못하는 거지. 자꾸만 멈칫하게 되는 츠구미를 힘껏 끌어당기는 건 카이에다 쪽. 어디에 저런 정열을 감추어 두었나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 그의 모습이 참 멋지다. 나도 여자인지라 남자쪽이 적극적인 게 좋거든, 아무래도. (이럴 때만 여자가 되는지도... 씁쓸)

어쨌거나 이 둘을 보면 참 신기하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안어울릴 수 없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보면 진짜 잘 어울리거든. 마츠리에 갔다가 자전거타고 도망치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웃었던지. 카이에다의 조수 사이온지가 아무리 수작(?)을 걸어도 반듯하게 그걸 거절하는 카이에다의 모습도 멋졌다. 그래, 희망을 주는 것보단 단칼에 잘라주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가 될 때도 있다. 절대 그쪽엔 마음주지 않을 거면서 마음을 주는 척 해봤자 상처만 받을 뿐이니까. 츠구미에 대해서는 정열로 똘똘 뭉친 카이에다, 하지만 조수인 사이온지에 대해서는 반듯하게 거절하는 카이에다. 이 사람의 매력은 어디까지인가. 참 궁금타.

게다가 미아가 된 아이를 돌보는 두 사람을 보면서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의외로 애들도 잘 돌보는구나 싶어서. 한편 혼자 집을 찾아가겠다고 기차를 탄 아이를 되찾은 후 끌어안는 카이에다의 모습이나 친엄마가 데리러 왔을때 울면서 뛰던 츠구미의 모습이 눈에 아프게 박혔다. 예전엔 아이라면 딱 질색했던 나인데, 이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아이가 이쁘게 보인다. 왠지 츠구미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가슴 한 켠이 찡해져 왔다.

우란분의 결혼 선언, 사이온지의 귀여운 훼방, 며칠간의 아이 돌보기, 그리고 수상식에서의 아내 선언까지. 참으로 다망하게 살고 계시는구려, 두 사람.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왔던 한 남자와 앞으로 독신으로 살 거라 생각했던 한 여자.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때로는 마치 20대의 연인들을 보는 듯 하고, 때로는 한껏 성숙한 어른들의 사랑을 보고 있는 듯 하게도 느껴진다. 사람들은 결혼하면 다 똑같아져, 라는 말을 하지만 이 둘만큼은 좀더 특별한 행복을 느끼면 좋겠다, 라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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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執事 (12) (コミック) 黑執事 (コミック) 12
토보소 야나 지음 / スクウェア·エニックス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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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발 미국행 호화여객선 캄파니아호. 그곳에서는 비밀학회인 아우로라 학회의 "완전구제"란 인체소생술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생술이란 단지 시체를 움직이는 것에 불과했다. 이미 그들의 영혼은 사신들에 의해 이미 회수되었기 때문이다. 영혼이 없는 육체가 되살아나면? 그렇지, 바로 좀비가 된다. (이 작품내에서는 좀비란 표현이 없고 살아 움직이는 시체 정도로 표현되고 있음) 영혼이 없는 육체는 강한 식욕만을 보이며 닥치는 대로 사람을 공격한다. 그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 아니지 이미 죽은 사람의 몸이니 그들을 더이상 움직일 수 없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머리를 공격하는 것 뿐이다.

어찌어찌 사신 로널드의 도움으로 좀비 퇴치의 방법은 알게 되었지만, 이거이거 사신은 무조건 악마를 공격하는 게냐? 그렐에게서 이상한 것만 배워 온 로널드는 세바스찬을 "세바스짱~~"이라 부르며 일단 공격부터 한다. 도대체 왜? 난 정말 사신들에게 묻고 싶다. 왜 가만히 있는 세바스찬을 공격하냐규! 세바스찬은 말이지, 저급 악마와는 달리 아무 영혼이나 먹지 않는다고. 그저 세바스찬이 악마니까 공격하고 싶은 것인지도...

하여튼 사신 로널드와 잠시 놀아 주는(?) 동안 지하 화물칸으로 내려간 시엘은 그곳에서 경악할만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우로라 학회의 문양이 찍힌 관들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리지는 시엘에게 딸기 케이크를 먹이겠다고 그곳까지 따라왔다가 봉변당할뻔 하지만 약혼자 시엘의 용기와 스네이크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상황은 모면한다. 하지만 식욕으로 가득한 시체들은 시엘 일행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세 사람이 공격당하기 전의 아찔한 순간, 드디어 나타났다. 세바스찬~~~ 순식간에 살아있는 시체들을 완전한 시체로 만드는 데에 성공한 세바스찬. 세바스찬의 능력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이니... 근데 역시 잔혹하긴 하다. 비록 흑백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붉게 흩날리는 피와 까만 세바스찬의 연미복이 쉬 상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싱긋 웃어주시는 우리의 세바스찬. 잔혹하면서 아름다운 악마다.

일단 상황종료. 근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캄파니아호의 화물칸은 선두와 선미 각 두 곳. 지금 처리한 곳의 10배나 되는 살아있는 시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니... 헐~~~ 덕분에 좀비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봤다. 역시 가슴이 아픈 건 무차별적으로 희생되는 사람들과 인간들의 욕심으로 되살아난 시체들이었다. 그중에 어린아이도 있었다. 나쁜 놈들... 어느 시대에나 돈욕심에 눈이 멀어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는 것들이 꼭 있다.

남아 있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처리도 골치아프건만, 거대한 빙산과의 충돌, 또 한 명의 사신까지 등장하니 시엘과 세바스찬은 숨돌릴 틈이 없다. 게다가 그 또 한 명의 사신이 등장. 그는 자뻑으로 말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렐이였으니... 이 사신의 자뻑은 평생 고쳐지지 않을 불치병일듯.

흑집사 12편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리지의 변화였다. 철딱서니 없고 징징거리고, 시엘만 졸졸 따라다니는 그런 어린 아가씨였던 리지가 그런 변신을!? 멋지구나 리지. 역시 영국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아버지의 딸이로구나. 알고 보면 리지의 어머니인 후작부인 또한 멋진 여성이긴 하지. 비록 원피스에 나오는 조로의 삼도류만큼은 아니지만, 자신의 약혼자를 지키기 위해 양 손에 검을 잡은 리지의 모습, 그대의 용기에 박수를, 그대의 실력에 경외를.

13권에 들어가야 이 인체소생술과 관련한 좀비 이야기가 끝날 듯. 결말은 리지의 더욱 눈부신 활약을 기대케 만드는 마무리였다. 역시, 레이디 엘리자베스. 참, 사신이 둘이나 왔으니 세바스찬과 사신들과의 싸움도 불가피하겠군. 제발이지 부탁 좀 합시다. 세바스찬, 제발 너덜너덜해지지나 마오.

이번 단행본의 모델은 사신 로널드. 겉표지를 살짝 벗겨보니.... 푸핫. 흑아이돌!? 로널드의 이미지와는 쬐끔 안어울리오...

덧> 리뷰 제목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제목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이라면 가장 먼저 그 작품이 떠올라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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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트리트먼트 - 뉴 루비코믹스 1069
우메타로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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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우메타로의 신작이다. 이제껏 본 표지 그림 중에 가장 샤방샤방한 표지~~ 근데 정작 인물은 별반 변한 게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작화로 보건대 썩 괜찮은 작화는 아닌지라... 뭐 그렇게 따지면 주인공들의 캐릭이나 이런 것도 별반 다를 게 없지. 강공에 외유내강의 수가 등장하니까. 어찌 보면 늘 한결같은(?) 작가랄까. 근데도 매번 보게 된다. 은근히 중독성이 강한 작가란 말이지. 그걸 뒤집어서 말하자면 스토리가 꽤나 괜찮단 말이지.

에스테틱 살롱에서 일하는 유키는 단골 손님 미사키를 따라온 대기업 이사 쿄세이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눈치 빠른 미사키는 유키를 놀리듯 "안줄거야"란 말을 한다. 자신과는 신분도 다르고, 이미 미사키란 귀여운 연인이 있는 쿄세이를 보며 유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끌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유키.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자신의 연인을 빼앗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자신의 마음을 다잡지만, 사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쿄세이가 유키에게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이다. 도대체 왜? 유키는 속절없이 쿄세이에 끌려만 가는데...

설정만 보자면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같다. 사실 흘러가는 흐름도 그렇고 그런 이야기같은 면이 있다. 싸가지 없는 미사키의 행동도 그렇고,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다 사라지는 유키도 그렇고. 근데, 의외의 반전이 숨어 있었다. 그것도 두 개나. 말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말은 않겠지만, 하여튼 이 반전이 이 평범한 스토리에 감칠 맛을 더해준다.

누군가로부터 큰 상처를 입었기에 더이상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던 유키. 그런 유키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참 좋다. 사랑이란 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더냐. 상처 하나 없는 사랑은 없으니까. 또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그 사랑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냐는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모든 것을 양보하면서 살아왔던 유키가 이 사랑만큼은 지키고 싶어 강하게 변해가는 모습은 우메타로의 작품에 등장하는 수들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겉으론 연약하게 보이고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결국 뭔가를 선택해야할 기로에 놓이면 강하게 변한달까.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게 사랑의 힘이란 것이겠지. 물론 쿄세이의 노력도 이 사랑을 지키고 완성하는 데에 한 몫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역시 사랑은 둘이서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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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병 - 뉴 루비코믹스 662
토지츠키 하지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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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울리지도 않는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고 착각하는 일, 문자 알림음과 비슷한 소리가 나면 혹시나 하면서 휴대전화를 한 번 더 쳐다보는 일, 욕실에 있다 전화벨 소리를 들으면 미친 듯이 뛰어나가 혹시 그 사람인가 싶어 반가워하다 반갑지 않은 전화에 실망하는 일, 그리고 길을 걷다 그 사람의 뒷모습과 비슷한 모습의 사람이 걸어가는 걸 보면 혹시 그 사람이지 않을까 하면서 종종 걸음을 치는 일들. 하지만 그런 일은 그 사람이 살아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만약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더이상 이 세상에 없다면...?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면? 아마도 지나친 집착에서 비롯된 환상이라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토지츠키 하지메의 단편집『 첫사랑의 병』에 수록된 첫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첫사랑의 병>은 오래전에 죽은 첫사랑의 모습을 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떤 사고 이후부터 보게 된 고등학교 시절의 첫사랑의 모습은 아야세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눈의 이상때문에 환각이 보이는 것이라 생각해 결국 눈수술을 결심하지만 한편으로는 그후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없게 될까 싶어 몹시 아쉽기만 하다. 그렇게 눈수술을 받은 후 고향으로 돌아간 아야세는 다시금 첫사랑 하기오의 환각을 마주하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난 하기오의 모습을 보며 오랜 시간 간직해온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아야세. 그의 마음을 받아주기라도 하듯 하기오는 아야세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 작품은 설정 자체로 굉장히 애틋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대개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고백조차 해보지 못한채 끝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주인공 아야세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비록 환상일지라도 오랜 시간 간직해온 마음을 고백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아야세에게 큰 위안이 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이 작품에는 반전이 숨어 있다. 이 작가 특유의 분위가 물씬 묻어나는 반전이랄까. 어떻게 보면 빵빵하게 공기를 불어넣은 풍선이 한순간에 펑하고 터져버리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이런 반전도 나름 괜찮다. 어쩌면 이런 반전이 아야세에겐 더욱 다행한 일이었을지도 모르니까.

두번째 작품인 <열차에서 시작되는 미스터리>는 특급열차에서 근무하는 승무원과 미스터리한 손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쫓긴다는 그 손님의 정체는? 무척이나 유쾌한 작품이었다. 일본인들은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은데 여기에도 역시 철덕들이 등장한다. 신칸센에 대한 토막 지식도 재미를 더해주는 단편.

<여우 신령님>은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소재가 등장한다. 바로 요괴. 일본도 민간 신앙이 많이 발달한 나라이다 보니 이런 소재가 무척 많이 등장한다. 특히 여우 신령은 집안의 부를 일으키는 신으로 유부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온다. 여우가 그 집을 떠나면 그후론 그 집이 기울게 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점점 잊혀져가는 민간 신앙인 여우 신령과 마지막 여우술사의 이야기. 그리고 갈곳을 잃어버린 늑대 신령의 이야기까지. 무척이나 재미있는 단편이었지만 분량이 적어 아쉬웠던 작품이다.

<삼월 이야기>는 음대에 다니는 선후배의 이야기이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리는 노리와 피아노 전공인 와치의 이야기는 푸릇푸릇한 신선함이 느껴진달까. 속표지 그림은 기모노를 입고 있는 두 남자가 나와서 시대물인줄 알았더니 현대물이다. 아, 아쉽다. 하지만 노리의 집이 료칸을 운영하고 있는지라.. 나름 이런 그림이 되었구나 하고 납득해버렸다. 전체적으로 풋풋한 느낌이 물씬 드는 사랑 이야기였다.

<행복한 사람>은 뭐랄까. 어떻게 보면 가장 황당한 결말의 단편이랄까.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사람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몇년만에 불쑥 나타나 다시 사랑을 고백한다면? 나같으면 어떨까. 그때도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이런 사람 싫어한다. 그 사람을 진정으로 좋아한다면 사라질 때는 충분히 납득할 이유를 말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마지막 작품인 <절구>는 쌀을 찧는 절구가 아니라 일본 전통시의 절구(絶句)를 의미한다. 하이쿠 대결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라... 무척이나 재미있는 고백이다. 그 고백을 받는 사람은 깜짝 놀라겠지만 이런 고백도 나름대로 괜찮지 않을까?

토지츠키 하지메의 작품은 통통 튀는 매력이 있다. 비슷비슷한 소재를 끌어다 쓰는 데도 작가만의 매력을 더한달까. 또한 시원시원한 스토리 전개도 좋다. 끙끙 앓고 질질 끄는 그런 등장인물이 거의 없다는 것도 좋다. 작가 후기를 보면 작가 성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아직 난 밝은 작품밖에 읽어본 적이 없어 어두운 작품도 한 번 접해보고 싶다. 도대체 토지츠키 하지메의 다크한 작품은 어떤 느낌을 줄까. 왠지 전혀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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