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목적인 게 어때서? - 뉴 루비코믹스 1133
코미즈 키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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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이런 발칙한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라뉘. 맨정신으로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죽어도 손에 들지 못할 책이지 않나. 온라인 서점이 있어 정말 다행이야, 란 생각으로 고른 책이 바로 이것이다. 코미즈 키요란 작가의 이름은 처음인데 - 일본서도 첫단행본을 낸 새내기 작가인 모양이다 - 첨부터 의외로 쎈 책을 내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의외로 이거 꽤 괜찮잖앗! 얼핏보면 작화도 소년만화 삘이 좀 나지만 자꾸보니 BL삘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작화가 매력적이란 뜻)

표제작인 <몸이 목적인 게 어때서?>에 등장하는 하스미와 카쿠노는 고교생이다. 상급생의 시비에 휘말려 곤란한 처지에 있던 하스미를 구해준 카쿠노. 그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자신을 구해주던 당시의 카쿠노를 보면서 물속에서 물고기가 튀어오르듯 아름다운 몸이라 생각한 하스미는 카쿠노의 몸을 보고 싶어 했고, 그후로 두 사람은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지내오고 있다.

예쁘장한 생김새에 작은 몸집을 가진 하스미는 생긴 것과는 달리 의외로 대범한 성격이랄까. 대놓고 몸을 보고 싶다고 하지를 않나, 카쿠노를 졸졸 쫓아다니질 않나. 카쿠노는 그런 하스미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하지만 이런 어정쩡한 관계는 오래 유지되지 않는 법이다. 평소 싫증을 잘 내는 카쿠노의 성격을 알고 있는 하스미는 잠시 카쿠노와 거리를 두고자 결심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카쿠노는 그런 하스미가 당황스럽기만 하고...

아이쿠야, 귀엽다, 귀여워. 내가 보기엔 빤한데 오히려 당사자들은 잘 모른달까. 아니 하스미는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카쿠노는 자신의 마음을 아직 잘 모른다. 게다가 카쿠노는 하스미의 마음도 잘 모른다. 나중에 하스미가 처음 만났을 당시 '몸을 보고 싶다'는 말의 의미를 말해 줘서 겨우 알게 되었달까. 덩치만 컸지 속은 순 어린애야, 카쿠노는. 그런 갭이 귀여운 녀석이다. 하지만 카쿠노를 더 귀엽게 만드는 건 하스미에 대한 마음이랄까. 자신의 마음을 인정해 가는 게 참 귀엽더이다. 근데, 얘들아.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단다. 속으로 생각만 해서도 모른단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불안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 불안함이 좋아하는 마음보다 커져서는 안된단다. 뭐, 내가 이렇게 애기하지 않아도 둘은 이제 그런 건 다 알고 있는 듯 하지만 말이다.

뒤에 수록된 <밤은 내리고>는 어린 시절 누나를 자주 찾아오던 구제불능의 남자와 고등학생이 되어 재회하게 된 나오야의 이야기이다. 누나가 집을 나가게 만든 남자,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오야를 찾아온 남자. 나오야는 화도 나지만 그보다는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더 고민이다. 부모님께 고자질할 수도 있었지만 왠지 나오야는 이 사람을 숨겨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어린 시절 보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구제불능의 남자. 이 남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린 시절부터 어린 양처럼 유순하기만 했던 나오야의 변화와 구제불능으로 살 줄만 알았던 한 남자의 변화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발칙한 제목과는 달리 풋풋한 연애담을 그린 <몸은 목적인 게 어때서?>와 사랑이란 것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밤은 내리고>. 두 편 모두 작가의 첫단행본이란 걸 감안해도 꽤 괜찮은 작품이다. 작화도 좋고, 스토리도 좋달까.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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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2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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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와 인간관계는 둘 다 어렵다. 인간관계야 그렇다쳐도 가족끼리는 무에가 어려워,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참 힘들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이라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적어지면서 소원해지기도 하고, 가깝다 보니 설렁설렁 대하거나 소중하게 대하지 않아서 앙금이 쌓이기 쉬운 것도 가족관계다. 가족관계는 그런 쪽으로 본다면 맺는 것보다 잘 유지하는 게 더 힘든 관계이기도 하다.

가족관계를 조금 넓게 보자면 인간관계가 된다. 가족이 아닌 사람과 관계를 맺고 친해지고 가족처럼 되어가는 것, 그런 인간관계는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한 관계이다. 물론 모든 사람과 가족처럼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럴 경우,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해 나가면서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물론 그러고 싶지 않은 상대와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어른이 되면 어쩔 수 없는 친분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의 삶을 침해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는 유지해야겠지만 말이다.

31살의 사촌 오빠인 하스미와 12살의 사촌동생 쿠루리가 함께 살기 시작한지 어언 8개월. 오랜 기간동안 혼자 살아온 하스미도, 엄마와 둘이서 살아온 쿠루리도 새로운 삶이 어색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잘 유지해오고 있다. 이 둘이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건 '도시락'이란 것. 하스미의 고모이자 쿠루리의 엄마가 만들어줬던 도시락에 대한 추억이 이 둘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끈인 것이다. (그야 두 사람은 8개월전에 처음으로 만났는 걸)

새로운 가족, 새로운 학교 생활에 마이 페이스로 적응해 가는 쿠루리는 말수가 없고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하지만 이런 쿠루리를 좋아하는 친구도 생겼다. 하스미의 동기인 카야마의 딸 나츠키와 쿠루리가 자주 이용하는 수퍼 마루마루의 아들 마루미야가 바로 그 아이들이다. 쿠루리는 하스미와 하스미의 동료인 카야마, 코사카, 그리고 동급생인 나츠키와 마루미야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조금씩 익숙해져간다. 물론 여전히 말은 별로 없지만...

『다카스기家의 도시락』2권은 버섯이나 죽순같은 현지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요리를 통해 쿠루리의 인맥이 한층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쿠루리의 전학 이후 쿠루리만 따라다니던 나츠키가 왕따를 당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도 바로 이 도시락 덕분이다.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 다른 것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든다던가. 아무래도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아지면 약간의 거리감이나 경계심, 적의등도 눈 녹듯 사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으니까. 그것이 음식의 또다른 효과?

그외의 이야기로는 크리스마스, 설날, 쿠루리의 생일 이야기도 있고, 코사카의 박사학위 취득 시험에 관한 내용도 있다. 크리스마스와 설날, 쿠루리의 생일의 경우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행사로 가족관계나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날이랄까. 그래서 와글와글 시끄럽게 보내는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코사카의 박사학위 이야기와 관련해서 나오는 양봉에 관한 내용은 역시 하스미가 전공하는 지리학과 관련된 부분인데, 재미있게 잘 풀어 놓기 때문에 나같이 지리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안타까운 초식남 하스미, 말수 적은 여중생 쿠루리, 그리고 제멋대로 보이지만 호탕한 나츠키, 복잡한 가족사를 가진 마루야마, 하스미에 대해 연심을 품은 코사카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풀어놓는 맛있는 음식 이야기, 요리 이야기, 지리학 이야기, 그리고 사람 이야기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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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컨비니언스 - 뉴 루비코믹스 710
아니야 유이지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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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다. 도시락을 산다거나 급하게 뭔가가 필요한 경우 딱 좋은 곳이 편의점이다. 물론 가격이 일반 마트보다 비싸고 품질도 그럭저럭이고 종류도 적은 편이지만 필요한 건 거의 다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건 물론이고. 뭐, 편리함으로 따진다면 편의점만 한 곳이 없긴 하다. 근데 그건 가게의 경우 이야기이고, 편의점같은 남자라면? 흐음. 글쎄 뭐랄까, 딱히 끌리진 않는데... 근데 그것도 사람나름인가 보다.

그저 그런 남자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31살의 편의점 점장 키타무라 세이코우는 그저 그런 센스에, 그저 그런 외모에, 그저 그런 간판에 수입, 불평불만도 그럭저럭, 애정보다는 정으로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는 그저 그런 레벨의 삶을 살아 오고 있다. 21살이라면 그저 그런 그럭 저럭의 삶이 싫다, 라며 분개할 수 도 있지만, 서른 하나쯤 되면 그저 그런 삶도 고맙게 느껴진다. 그렇게 그저 그런 삶이지만 나름대로 평온했던 세이코우의 삶에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지고 만다. 그것도 연애란 문제로!

여자 친구 하루나와는 오랜 기간 교제하다 보니 이게 애정인지 정인지도 모를 지경, 매너리즘이란 게 슬슬 발동하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10살이나 연하인 사람이 좋아한다고 고백해 온다면 두 손 번쩍 들고 환영할 일이겠지만, 남자인 세이코우에게 10살 연하의 남자인 미나미하라가 고백한다고 해서 쌍수들고 환영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너무 오랜만에 고백받은 것이라 아주 잠시 잠깐의 두근거림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방치해두었던 세이코우는 어쩌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미나미하라에게 리드 당하고 있었다. 밝고 명랑하며 한결같은 미나히하라의 모습이 싫지는 않았던 것. 어쩌면 세이코우는 미나미하라와의 관계가 잠시 맛보는 인생의 단비같은 걸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미나미하라가 한 말이 세이코우의 심장을 덜컹하게 만들고 만다. 지금 하루나와의 관계처럼 미나미하라와의 관계도 어쩔 수 없는 정에 이끌려 가는게 아닌가 싶은 것이었지. 정이란 게 참 좋은 말이긴 하지만 때론 그 정이란 것 자체가 잔혹한 것이 되기도 한다. 애정을 갈구하는 사람에게 정만 줘봤자 상처받는 건 상대일 뿐이거든. 즉. 그런 미적지근한 관계는 좋지 않단 말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희망고문'이란 말이 딱 맞는 거지.

정신이 번쩍 든 세이코우는 원래의 그럭저럭인 삶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이미 미나미하라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걸. 게다가 하루나 역시 조금씩 변하고 있었으니... 이제 남은 건 세이코우의 결단뿐이란 말.

이 작품에 등장하는 미나미하라 류지란 캐릭터는 설렁설렁 사는 것 같아도 사랑을 할 때는 꽤 진지하게 하는 타입이다. 이건 번외편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교시절의 미나미하라 역시 한결같은 사랑을 하는 녀석이었던 것이다. 반면 세이코우는 반듯하게 살아가는 듯 보여도 - 물론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해도 - 사랑을 정열적으로는 하지 못하는 남자였다. 오히려 반듯하게 살아오던 게 사랑의 정열이란 것을 자제하도록 만든 것이겠지만 말이다. 반듯할수록 일탈하기는 힘들지, 암만, 그러나 그런 사람이 한 번 일탈의 맛을 보면 큰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세이코우가 변할 수 있도록 만든 건 역시 그런 면에서 보자면 미나미하라다. 그게 세이코우에게 있어서는 삶의 새로운 국면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겠지. 이제 세이코우는 미나미하라의, 미나미하라는 세이코우의 평생의 소중한 고객(?)이 되었다. 힘들게 시작한 만큼 잘 사시오~~

아니야 유이지의 작화는 여전히 이상하지만, 스토리는 정말 맘에 든다. 함께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도 찌질한 캐릭터는 없고 확실한 캐릭터가 많아서 좋다. 여기에 등장하는 하루나나 하루나의 여동생인 아키나도 괜찮은 캐릭터다. 당차달까. 그래서 매력있다. BL물에선 이런 당찬 여자 캐릭터를 보기 힘든데 아니야 유이지는 남녀 캐릭터 모두 매력적으로 그려서 좋다. 심리묘사도 좋은 편이고. 그래서 이상한 그림이라도 매력적이라 여길 수 밖에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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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가 3
이선영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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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란 없다. 감추려고 해도 결국엔 드러나고야 마는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 감출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랑이란 것이다. 몰래한 사랑이란 노래도 있건만 사실 사랑이란 건 몰래 할 수 없다. 어떻게든 다 티가 나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간에 말이다.

매화나무 귀신이 만든 아름다운 인형 우희는 10여년만에 재회한 신우와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그것은 이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만남이었으니... 우희의 아버지와 매화나무 귀신 모두 이 만남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희의 아버지(정확히 말하면 인간 우희의 아버지)는 우희에 대한 집착이 남달라 우희를 새장속의 새처럼 가둬 놓고 싶어한다. 매화나무 귀신은 자신이 우희를 만들었으니, 게다가 인간이었던 자신을 버리고 귀신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우희를 완성했기에 그 집착이 남다르다. 인간 남자인 신우는 10년전 우희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후 우희와 함께 도망가려다 매화나무 귀신인 기현에 붙잡혀 내기를 한 상태이다.

이렇듯 우희의 주위에는 우희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찬 남자들이 셋이나 있다. 아버지의 집착은 과연 그것이 부모의 정에서만 나온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고, 인간 남자인 신우의 경우 무엇때문에 우희를 10년이나 찾아헤맸는지 난 납득이 잘 안된다. 우희의 백치미가 사랑스러웠나? 하긴 남자들은 일단 외모에 반해야 한다고 하니 신우도 그런 식으로 시작했겠지. 게다가 늘 죽음의 위협때문에 가족도 믿지 못한 처지에 있어서 의지할 곳이라곤 우희밖에 없었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신우가 말하는 사랑이란 것도 난 잘 믿지를 못하겠다. 매화나무 귀신 기현이야 우희가 자신의 가지 하나를 잘라 만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기현에 대한 사적인 호감일 수도...가 아니라 사적인 호감 맞다)

내 이야기가 이렇듯 삐딱하게 흘러가는 건, 그래, 우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매화나무 귀신인 기현과 인간남자인 신우를 양 손에 들고 어느 쪽이 좋을까요, 하고 저울질 하는 것 같아서이다. 기현이 무서워 도망쳤지만 여전히 기현이 걱정되고 애틋해서 죽을 지경이지만, 신우를 보면 또 인간이 되고 싶기도 하고... 또다른 마음으로서는 그냥 확 사라져 버리고 싶기도 한 우희의 마음은 갈대.

내가 보기엔 우희가 신우보다 기현에게 더 마음을 많이 두고 있는 것 같은데, 본인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신우를 통해 자유를 맛보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사랑이라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네 심장이 누굴 위해 노래하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 보거란 말이다, 우희야. (설마 네 이름의 우자가 어리석을 '愚'자를 쓴 거냐?)

차라리 어린 여우 요괴인 진이의 사랑이 더 진실해 보인다. 어른들은 꼬이고 꼬여서.. 거참. 삼신총각은 구미호를, 구미호는 기현을, 기현은 우희를, 우희는 기현과 신우를 저울질하고 있는 걸 보니 속이 터진다. 원래 끼리끼리가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우희와 기현, 구미호와 삼신총각, 신우는 인간여자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근데 그게 쉽지 않은 게 기현이 가진 구미호의 여우구슬이란 존재 때문이지. 게다가 기현에게 이상한 변화도 보이고 있고... 우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게 아니라 오히려 기현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제 남은 것은 5일뿐.
제발 이리 휘청 저리 휘청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뿐.
모두 행복해지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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どこにもない國 (EDGE COMIX) (コミック)
쿠사마 사카에 / あかね新社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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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작가, 펜에 모터라도 달았나, 신간이 꽤나 많이, 자주 보인다. 물론 팬으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기는 하나, 엔화가 비싼 탓에... 그러면 번역본 나오면 읽으면 되지, 하는 마음도 있지만 빨리 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지르고 만다. (정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느뇨?)

표지를 보아하니... 군복에 각반. 요즘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아니로고. 게다가 군복이란 것과 어울리지 않게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라. 이래서 제목이 어디에도 없는 나라(유토피아)가 된 것일까. 글쎄. 그건 읽어 보면 알겠지.

『どこにもない国』의 목차를 보면 총 8개가 올라와 있지만, 총 네커플이 등장한다. 일단 표제작인 <どこにもない国>는 <パラダイムロスト>, <遠き島より>로 이어지는데 <遠き島より>는 속편격이다. 남방전선에서 대장과 부하로 복무하고 있는 다케우치와 하야카와. 다케우치는 엄격한 성격으로 때때로 문제를 일으키는 하야카와를 처벌하면서도 늘 마음속은 복잡미묘하다. 그런 다케우치를 보는 하야카와 역시 마음속의 복잡함을 감추지 못한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이끌린다는 건 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들의 마음을 꼭꼭 감출 수 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공습이 있은 후, 다른 부대원들은 먼저 귀환선으로 돌아가고 둘만 이 섬에 남게 된다. 그제서야 서로에 대한 마음을 풀어 놓는 두 사람. 이곳은 어디에도 없는 곳, 둘만이 있는 곳이 된다. 이후 종전, 그리고 두 사람은 조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함께 살게 된다. 귀환선에서 콜레라에 감염되어 사경을 헤매던 하야카와를 정성스러 간호해준 다케우치는 갈등에 휩싸인다. 하야카와를 집으로 돌려 보내야한다는 건 알지만 마음이 허락치 않는 것이다.

다케우치와 하야카와의 이야기는 대사가 많지 않고, 표정이나 행동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많다. 이런 부분이 참 좋았는데 그 덕분에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하기도 했다. 말로 드러나는 감정보다 행동이나 표정으로 드러나는 감정이 훨씬 더 마음에 많이 와닿기 때문이다. 조금 아쉬운 것이라면 이 작가의 단편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여백이 많다는 것이다. 뒤는 알아서 상상하시오, 란 분위기랄까. 원서로 읽을 땐 요럴 때가 조금 난감해진단 말이지.

이런 여백이 많은 건 뒤에 수록된 <もののことわり>도 마찬가지. 앞뒤 다 잘라먹고 두 사람의 중간 이야기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그게 싫진 않지만 왠지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1人인지라... 하여튼 이것도 이 작가의 특징인지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밖에. 음, 그래도 다도 선생이 나와서 기모노를 입은 남자를 보는 건 좋았다오.

<1と2の間>는 소꿉친구 사이의 이야기이다. 물론 소꿉친구라고 해도 나이 차가 나는 소꿉친구이긴 하지만... 고교생인 테츠오는 8살 무렵 곤란에 처한 여학생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여학생이 외치던 절박한 애원. 그게 테츠오는 잊히지가 않는다. 그 이후로 테츠오는 여자에 대해 조금 이상한(?) 관점을 가지게 된다. (이게 참 말로 하기가.. 어쨌거나 너무 순진한 탓인지 아니면 조금 바보 타입인지는 몰라도 남녀 구별을 여전히 잘 못한달까. 난 빵터지고 말았지만, 테츠오 입장에선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더이다)

테츠오는 오랜만에 소꿉친구인 마사요시와 재회한다. 어린 시절 잘 놀아줬던 마사요시는 어느 순간부터 테츠오와 멀어졌고, 그후 오랜만에 다시 고향을 찾았던 것이다. 마사요시와 재회하면서 테츠오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작품은 어린 시절 지켜줄 수 없었던 사람을 이젠 지켜주겠다고 나서는 테츠오가 귀엽기 그지 없는 작품이었다. 그래도 테츠오만 생각하면 '그 생각'이 나서 빵 터지고 마는 나는... (허허참) 이 단편집에 나오는 커플중 가장 퓨어한 커플이 테츠오와 마사요시였다.

<0と1の間>, <0か1の世界>는 테츠오편에 조연으로 등장한 테츠오의 동급생인 밋짱과 츠루다의 이야기이다. 고교시절 배구부였던 밋짱과 츠루다는 어른이 되어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밋짱은 대형광고회사에 취직했고, 츠루다는 프로 배구선수가 된 후 모델인 여성과 결혼을 하게 된다. 츠루다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한 밋짱. 그도 그럴 것이 밋짱은 고교시절부터 츠루다 모르게 츠루다를 지켜주던 흑기사였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츠루다는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고 이혼까지 하게 되는 처지가 된다. 재활치료를 받으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한 츠루다는 밋짱을 찾아가지만 밋짱의 갑작스런 거친 행동에 깜짝 놀라게 되는데... 오랜기간 동안 지켜왔던 연심이 폭발했던 것일까. 이 작품을 읽는 나도 밋짱의 변화에 깜짝 놀랐달까. 더이상 츠루다가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의지하지 않기를 바랐던 행동일지도 모르곘지만, 그 방법이 너무 거칠었다. 어쩌면 자신의 마음을 그런 식으로 밖에 표출하지 못했던 것일수도 있지만...

하지만 그 일을 통해 츠루다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지켜줬던 밋짱의 진심을 알게 되었으니 이건 이것대로 좋을지도. 고교시절의 꿈이라 생각했던 그 기억이 단지 꿈이 아니었단 걸 알게 되었기에.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사랑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퓨어하고 귀여운 커플도 있고, 서로 상처주며 사랑하는 커플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은지에 대해 고민하는 커플도 있다. 그래서 이 단행본을 읽어 보면 사랑 이야기 종합세트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근데 난 역시 이 작가는 단편보다 장편이 좋다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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