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 2
오카이 하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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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가까운 휴양지인 쇼난 해변이 있는 에노시마섬. 그곳에 가면 특별한 고양이가 있다. 그 고양이의 이름은 오드리. 엉덩이 부분에 하트 모양의 무늬가 있는 아주 깜찍한 고양이이다. 언제부터 여기에 살았는지 본인도 모르고 있지만 - 실제로는 기억력이 1년도 채 못가는 듯 하다 -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인간의 말을 구사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고양이이다. 오드리가 살고 있는 곳은 요리란 남자가 운영하고 있는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 특별한 요리는 없지만 마음 푸근하게 해주는 요리로 사람들을 반기는 곳이지만, 매년 가난뱅이신이 들러붙어 특별히 장사가 잘 되는 일은 별로 없다.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2권에는 번외편을 제외하고 총 7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기에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짧은 편이지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길이이다. 이들 에피소드 중에는 가난해서 밥을 굶고 다니는 소녀를 위한 오드리와 섬고양이들의 활약도 있고, 축제에서 길을 잃어버린 자신을 도와준 요리를 짝사랑하던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발렌타인데이 에피소드,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한 여자의 영혼을 위한 오드리의 활약을 비롯해 심한 감기몸살로 몸져누운 요리를 위한 오드리의 대단한 활약도 있다.

특히 요리를 위해 활약하는 오드리의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짠했다. 그렇게 열심히 요리를 돌봐주었는데 결국 그 공을 아무도 몰랐단 거지. 게다가 실제로 활약하지도 않은 자시키와라시(벽장요괴)에게 모든 공이 돌아갔단 것이다. 오드리는 털이 빠질 정도로 고민하고, 간호하다 지쳐 쓰러져 잠들 정도였는데, 마냥 편하게 잠자는 고양이로 비치다니. 하긴 오드리가 인간의 말을 할줄 안다는 걸 인간들이 알게 되면 혼란이 올테니 어쩔 수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드리, 너에게 내가 궁디팡팡 상을 내리겠노라. 궁디 팡팡팡~~♡

후반부에 수록된 에피소드에서는 히카리에게 드디어 마음을 쬐끔 연 오드리의 이야기와 너무 다르게 생긴 자매의 이야기, 찌는 듯한 무더위를 피하는 오드리만의 방법에 관한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자매의 이야기는 무척 찡하기도 했는데, 역시 사람들의 마음이란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오해가 쉽게 생길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렇게 서로를 위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마음을 몰라 언니를 오해했던 동생의 눈물을 보면서, 또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언니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나도 여동생과 나, 둘뿐이라서 그런지 자매 이야기가 나오면 괜시리 찡해지고 만다.

남의 아기 고양이까지 떠맡게 된 오드리의 피서 이야기는 오드리의 건망증과도 깊은 관련이 있었다. 세상에 작년에도 피서를 갔던 그 바위틈을 잊어버리고 또다시 온동네를 방황하며 더위를 피할 곳을 찾는 오드리의 모습이란... 게다가 가난뱅이신을 또 몰라보고 깜짝 놀라다니. 오드리는 은근히 빈틈이 많아 귀엽다. 수십년동안 살아온 요괴 고양이 비슷한 존재일텐데, 틈이 많아. 게다가 아기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던 오드리. 역시 넌 사람에게도 고양이들에게도 희망과 사랑을 담뿍 나눠줄 줄 아는 예쁜 고양이야~~~

고양이 그림자체로 보자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깜찍하고 귀엽지는 않지만 오드리의 마음 씀씀이와 헛점투성이의 태도, 그리고 건망증 같은 걸 보면 너무나도 귀엽다. 오드리가 가는 곳엔 늘 행복 오라만 피어오를 것 같다. 오드리로 인해 행복해지는 건 에노시마에 사는 사람들이나 고양이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다음권은 좀 빨리 나와줬으면 하는데, 소원이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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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 양반문학 - 루빌북스
아이반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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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BL시장을 보면 일본만화가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시대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모노에 모에하고, 가쿠란같은 옛날 제복 모습에 모에한다. 우리나라 작품의 경우 시대물이 별로 없어서 과연 내가 우리나라 시대물을 만났을 때 한복에 모에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했었다. 한복이란 것이 좀 벙벙한 스타일이라서 섹시미와는 좀 거리가 있다는 게 내 선입관이었기 때문이다. 단아한 맛은 있어도 섹시한 맛은 없지 않을까, 하는 것. 근데 의외로 한복도 은근한 섹시미가 존재하긴 했다. 내가 바란 것 이상은 아니었지만.

아이반의 新 양반문학은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시대물이리가 보다는 약간의 판타지가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헤어스타일이나 머리카락 색깔이 저럴 수가 없잖아! 물론 넓게 생각할 때 BL이란 장르 자체가 판타지적 설정을 많이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 <십오야유희(十五夜遊戱)>와 <항다반애사(恒茶飯愛思)>는 양반댁 자제와 그집 하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 하인들의 이름은 돌쇠와 떡쇠. 푸하핫. 역시 하인들의 이름은 크게 생각을 벗어나지 않는구나. 뭐 하인하면 돌쇠가 먼저 생각나는 건 나뿐만이 아닐듯 하지만.
<십오야유희(十五夜遊戱)>의 도련님 정우와 하인 돌쇠의 관계는 상상하는대로. 신분차이도 뛰어 넘었는데 뭐. 그래서 좀 심심한 면이 있긴 하다. 정우의 캐릭터도 딱 상상하던 대로고. 다만 돌쇠에게 밤의 유희에 대해 배워나가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면이 재미있긴 하다. 그러나 돌쇠는 처음 이미지와는 달리 점점 갈수록 변해간달까. 점점 달달해지는 둘을 보면서 약간 닭살이 돋기도 했다.

<항다반애사(恒茶飯愛思)>의 무열 도령과 하인 떡쇠의 관계는 주종관계 그대로이다. 근데 이 명렬 도령이란 사람이 곱디 고운 외모와는 달리 꽤나 심각한 S타입이란 거. 떡쇠가 워낙 순진한 면이 있어 명렬도령에서 속아 넘어가고 희롱당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떡쇠의 외모로만 본다면 그렇게 당하고만 있다는 게 약간 심기불편해지기도. 난 하극상도 보고 싶었단 말야. 늘 당하기만 하던 떡쇠, 판을 뒤집다. 뭐 이런 거. 그래도 명렬 도령이 변태쪽 캐릭터만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은근히 떡쇠를 많이 챙기는 모습이 참 좋았지.

일단 이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 중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이 두가지이다. 작화면에서 보자면 한복이란 것에 모에할 정도는 안되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신선한 경험이었달까. 그림체가 좀더 안정되고 섬세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후반부에 수록된 <아이가 생겼어요>와 <so beauty>는 현대물이다. 일단 <아이가 생겼어요>란 작품 제목을 보면 혹시 입양이라도 했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이 작품은 설정자체가 완전한 판타지이다. 스포일러가 될테지만 설정을 좀 노출시키자면 남자의 임신과 관련있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는 건 아니고, 난생설화에 바탕을 두고 있어 알을 낳지만. (우리나라에 난생설화는 많지만 남자가 알을 낳은 적은 없다.) 근데 남자가 임신하고 알을 낳는다는 설정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두 주인공의 변화하는 모습이다. 물론 임신시킨 남자인 한가한의 변화가 가장 크다.

이 둘의 캐릭터를 보면 무척 흥미로운데 임신한 쪽은 엄청 건장한 꽃미남이고, 임신시킨 쪽은 여리여리한 체구에 평범한 남자란 거다. 보통 반대로 생각되기 쉽지만 (비엘물에서 보통 공들이 체격이 크고 잘 생겼고, 수들은 여리여리한데다가 여자처럼 생겼다) 여긴 이래저래 반대 설정이 많다. 그게 무척 재미있다는 것. 특히 임신과정이 흥미로웠다. 호오, 그런 식으로도 되는군. 어쨌거나 평범한 인간이라면 남자가 임신한다는 소리를 믿지도 않을거고,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도 않겠지만 점차 그 사실을 받아들여 가는 한가한의 모습이 참 좋았달까. 역시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인 듯.

마지막 작품인 <so beauty>는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라서 짧게 언급하자면 스토커 이야기인데, 이 스토커가 엄청난 추종자란 것. 상대를 보면서 ○○님이라고 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중을 드는데... 역시 이런 건 좀. 난 웬만하면 평등한 관계가 좋기 때문이다. 무슨 신분차이가 있는 시대도 아니고 말이지.

조선시대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남자가 임신한다는 현대물 판타지, 그리고 스토커의 사랑 등 다양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新 양반문학>은 일단 우리나라 시대물이란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또한 난생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의 경우 주인공의 변화모습이 억지스럽지 않아 좋았다. 조금씩, 차츰 변해가고 진정한 사랑을 배워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마지막 작품이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란 것을 제외하자면 새로운 시도와 설정만으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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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책 (100쇄 기념판)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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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면서 피식하고 웃음이 나는 게 아니라 슬퍼졌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아빠와 아이들의 모습과는 달리 무표정한 엄마를 보니 우리 엄마들의 고달픈 삶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엄마들의 일은 끝이 없고, 그걸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다. 특히 요즘 엄마들은 가사와 육아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도 병행해야 하니 수퍼우먼이 되어야 할 정도다. 이런 건 피곳씨네도 마찬가지.

 

멋진 집, 멋진 정원, 멋진 차, 그리고 두 아들 사이먼과 패트릭과 함께 살고 있는 피곳씨네 가족은 총 네명이다. 하지만 엄마는 늘 아들 둘과 남편 피곳씨를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느라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다. 피곳씨네 아침 식사 풍경은 우리네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여보 빨리 밥 줘!, 엄마 빨리 밥 줘요!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식탁에 둘러 앉아 입만 움직이는 아이 둘과 신문을 보느라 얼굴도 보이지 않는 피곳씨. 이들을 위해 엄마는 열심히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이들은 아침 식사를 하고는 고맙단 말도 없이 쌩하닌 아주 중요한 회사와 아주 중요한 학교로 가버린다. 



 

세명이 회사와 학교로 간 후, 엄마는 설거지를 하고 침대를 정리하고 청소를 한 후 일을 하러 간다. 어라, 엄마도 일을 하고 있었네? 엄마는 직장에 다녀와서 또다시 가족들의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또다시 간식거리를 준비한다. 엄마는 의자에 앉아 쉴 틈이라도 있는 걸까?


 

엄마가 바지런히 집안일을 하는 동안 피곳씨와 두 아이는 소파에 늘어져 티비만 본다. 저러고 앉아서 여보 물! 엄마 음료수! 하고 외치겠지. 피곳씨와 두 아이의 모습은 소파뒤에 엎드려 있는 개와 소파 위에 늘어져 있는 고양이와 똑닮았다. 참 편하겠네, 그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뿔났다! 방과후, 퇴근후 집으로 돌아온 피곳씨와 아이들은 엄마의 모습 대신 편지 한 장을 발견한다. 너희들은 야! 
 


 

엄마가 없어지자 손수 밥을 지어먹는 피곳씨네 세 부자. 그러나 그 과정은 끔찍했고 맛은 더욱 끔찍했다. 다음날 아침 또다시 손수 밥을 짓지만 그 과정은 엄청 끔찍했고, 그 맛은 정말 끔찍했다. 엄마가 없으니 누가 빨래를 해주지도 않아 옷은 더러워지고, 설거지할 그릇은 산처럼 쌓여갔다. 그렇게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집안은 정말 돼지우리처럼 변해갔다. 꿀꿀꿀꿀~~

 

며칠이 지나 엄마가 돌아왔을 때, 아빠와 아이들은 엄마에게 부탁했다. 제발 돌아와 달라고. 그후 어떻게 되었냐구? 아빠는 식사후 설거지를 하고 다림질을 도왔으며,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침대를 정리했다. 엄마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었는지 드디어 알게 되었으니까. 엄마가 며칠 없는 동안 엉망이 된 집을 보면서 엄마가 묵묵히 해오던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가사일이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티도 안나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나머지 가족들은 집안일이 뭐가 대수냐고 핀잔을 주지만 실제로 해보면 얼마나 힘든지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그런데 평소의 우리는 어떤가. 음식이 맛없으면 불평하고, 빨래가 잘 되어 있지 않으면 투덜거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마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해주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산다. 그러면서도 아플 때는 엄마손이 약손이라며 어리광 피우면서 정작 엄마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요즘은 가사와 육아, 직장생활에 능통한 엄마들을 수퍼맘이라 치켜세우는 시대이다. 근데 가만히 뜯어 보면 이 말은 엄마를 더 부려먹겠다는 그런 소리로 밖에 안들린다. 결과적으로 기혼여성의 어깨에 더 많은 짐을 올려놓을 수 있단 이야기니까. 똑같이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오지만 아빠는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텔레비전만 보고 있고 엄마는 부엌데기처럼 지친 몸으로 집안일을 하게 만드는 것도 역시 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이란 직장처럼 일의 분배가 정확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가정내에서는 엄마 일, 아빠 일, 아이들 일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기에 서로의 짐을 나눠질 줄 알아야 하는데, 유독 엄마의 일만은 누구도 나눠지려 하지 않으면 지치게 되는 건 결국 엄마일 뿐이다.

이 책에 나오는 피곳씨의 가족은 우리 가족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이웃 가족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엄마를 부려먹는 가족들이 많다는 소리가 된다.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서로 양보하기도 해야 하고, 서로의 짐을 덜어주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피곳씨네는 엄마의 가출사건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우리는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엄마가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인지,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곰곰히 생각해고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 책 앞표지, 책 본문 中(본문에는 페이지 표기가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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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 6
타카야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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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5권에서는 긴슈와 본텐의 만남에서 우정을 키워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봤지만, 결말 부분이 커다란 사건의 조짐을 보여 발 동동 구르며 6권을 기다렸다. 근데, 6권 표지를 보니 처음 보는 인물이다. 당신은 누규? 안그래도 현대와 에도시대를 교차하는 데다가 사람뿐만 아니라 요괴도 수두룩하게 등장하는지라 등장 인물 구별하기도 어렵구만, 또다시 새로운 인물이 나올 줄이야. 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어쨌거나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온다는 건 좋건 나쁘건 간에 뭔가 전환점이 생긴다는 이야기라 생각해도 될 듯 하다.

일단 6권의 시작은 현대의 이야기로 토키가 원래 살던 피안의 세계 이야기이다. 아주 어린 시절의 토키는 기숙학교에서 도망쳐 미아가 되었다가 스오우를 만나게 된다. 겉모습은 험상궂지만 다정한 형처럼 토키를 도와주는 스오우는 토키와 만난지 1년만에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그후 7년이란 시간이 지나 토키는 고교생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 자아가 형성될 시기의 롤모델이 사라진 후 착하기는 하지만 개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아이로 성장했다. 이 시대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보다 좀더 미래의 세상인듯 하다. 공동체 생활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랄까. 분명한건 토키가 에도시대의 모습을 한 <아마츠키>의 세계에서 '백지인 자'로 존재하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 하다. 현대에서는 착하기만 하고 개성이 없는 아이였으니, <아마츠키>에서도 그런 토키의 특징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확실하진 않지만, 추측컨대)

형사 하시타는 스오우의 죽음에 뭔가 꺼림칙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스오우가 죽은지 7년이나 지났는데도 그가 죽었다는 걸 확신하지 못하니...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고 하니 그때 죽은 사람이 스오우가 맞는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겠지. 어쨌거나 현대의 이야기는 너무 찔끔찔끔 나와서 퍼즐맞추기 보다 더 어렵다. 일단 현대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해두자. (더 하고 싶어도 할 이야기가 없다) (汗)

에도 시대의 모습을 한 <아마츠키>의 세계는 여우 요괴 이마요 사건은 무사히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점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토키 일행은 음양료의 아이네즈와 칸조의 공격을 받게 된다. 이 시대의 음양료는 독을 써서 독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요괴를 퇴치하고 있다. 즉 요괴를 이용해 요괴를 퇴치한달까. 요괴들 중에는 같은 요괴를 증오하는 자들도 있으니, 음양료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일이겠지. 뭐, 이누가미가 붙은 혈통인 쿠치하의 경우에도 요괴를 증오하고 있으니. 내가 보기엔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본텐은 토키의 힘을 빌려 천망을 새로 짜고 싶어하는 것이겠지. 인간은 인간답게 요괴는 요괴답게 자신의 운명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본텐이 계속 말을 어렵게 해왔지만 결론은 그거다.

이야기가 좀 샜지만, 아이네즈와 칸조가 나타난 이유는 쿠치하를 데려가기 위해서이다. 음양료에서 쿠치하를 이용하고 싶던 것이겠지. 여기서 쿠치하의 과거가 조금 더 나오는데, 칸조가 바로 쿠치하에게 사역될 운명을 타고난 자였단다. 즉 태어나면서부터 이누가미의 사역마가 될 운명이었지. 쿠치하는 그런 식의 요괴 퇴치는 바라지 않았는데, 쿠치하의 의견은 묵살되어 버린다.

쿠치하는 납치되었지, 요로즈야는 방위틀기의 결계를 통해 아예 접근조차 불가해졌지.. 게다가 테이텐에게 맞서던 긴슈는 결국 말소되어 버렸다. 그러나 더 끔찍한 건 천망이 이들도 모르는 사이 새롭게 짜졌단 것이다. 본텐의 말에 의하면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데... 도대체 앞으로 어찌 될 것인지 정말 상상도 안된다. 일단 긴슈의 저주와 뱌쿠하쿠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되지만 만약 테이텐에 의해 긴슈가 말소되었다면 뱌쿠하쿠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제껏 많은 만화를 접했지만 6권이 되도록 감을 못잡는 만화는 이게 처음인듯 하다. 캐릭터나 설정, 스토리 전개가 나쁜 건 아닌데 너무 복잡하달까. 게다가 사람 얼굴도 잘 구별못하고 이름도 잘 기억못하는 내게 있어서는 캐릭터의 대량 등장이 난감하기만 하다. 아직 모자란 퍼즐 조각이 더 나와야 스토리가 구슬 꿰어지듯 잘 꿰어지려나. 일단은 참을성있게 기다려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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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보수 일기 - 영국.아일랜드.일본 만취 기행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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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제목의 '공포의 보수'란 단어를 보고서는 H.P. 러브크래프트의 책제목을 떠올렸다. 혹시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바탕으로 씌어진 작품인가 싶었지만, 땡! 알고 보니 하등 상관없었다. 여기에서의 공포의 보수는 1953년 제작된 이브 몽땅 주연의 이탈리아 영화에서 따온 것으로 폭발물을 운반하는 동안 겪게 되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그린 영화다. 트럭이 폭발하고, 운반자는 차에 치어 사망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는 영화다 보니 나중에 왜 이 책 제목이 공포의 보수가 되었는지를 알고 나서는 피식 웃음이 났다. 뭐, 폭발물을 싣고 가는 차를 탄 것처럼 그만큼 비행기를 타는 것이 무서웠다는 뜻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비행기 공포증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100페이지나 이어졌다. 여행 준비를 비롯해 나리타 공항까지 가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개는 비행기가 너무 무섭다는 이야기라서 좀 지겹기는 했다. 도대체 맥주 이야기는 언제 나오는 거야! 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었달까. 그도 그럴 것이 소제목이 영국 · 아일랜드 · 일본 만취 기행이라잖아. 근데 비행기 공포에 취한 이야기가 계속 되니 솔직히 근질근질.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이야기 도중에 여러 작가들의 작품, 티비 드라마, 영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었다. 흐음, 역시 이런 부분은 작가답군, 이런 생각이 들었달까.

이렇게 근질근질한 기분으로 영국 히스로 공항에 상륙. 워털루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면서 영국 여행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근데 술 이야기는 또 별로 없다. 역 구내에서 캔맥주를 샀다거나 펍에 들러 맥주를 마셨다는 이야기는 가끔 나오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영국 맥주는 어떤지 좀 많이 궁금했는데... 그래도 영국의 전원 풍경이나 관광지, 그리고 그런 풍경을 보면서 떠올리는 책이나 영화같은 이야기가 그런 아쉬운 점을 많이 해소시켜 준다. 관광한 곳 중에서 다른 건 몰라도 스톤 헨지는 나도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라 무척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다. 그리고 미술관 관람도 했다는데, 이것도 무척 부러운 것 중의 하나다. 명화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난 주로 도판을 통해 그림을 봐왔던 지라 미술관에 한 번씩 갈 때마다 가슴이 뛰곤 한다. 그치만 미술관 관람이란 게 지방사는 사람에겐 무척이나 수고스러운 일이라서 마음 먹고 서울에 가야 하지만..

아일랜드의 경우, 더블린의 펍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펍들이 어찌나 많은지 손님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니 정말 아일랜드 사람들은 술을 좋아하니 싶기도 하다. 또한 아일랜드가 배출한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중엔 내가 읽어본 작품의 작가들도 나와서 더 반가웠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고향을 직접 가본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일 것 같다.

영국 및 아일랜드 기행 - 대부분은 비행기 공포증과 관광에 관한 이야기 - 가 230페이지 정도 이어지고 나면 드디어 일본 맥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은 문고판을 내면서 덧붙인 부분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난 이쪽이 더 흥미로웠다. 일본 맥주하면 역시 아사히, 기린, 삿포로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실 그 세 종류 밖에 마셔본 적이 없지만... (참고로 아사히 맥주 이야기는 잠시 언급될 뿐 더이상 나오지는 않는다)

기린 맥주 공장이 요코하마에 있었구나. 요코하마면 도쿄와도 무척 가까운 거리인데. 호오. 일본 맥주란 것만 알았지 공장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는데 왠지 득템한 기분이다. 나중에 기린 맥주를 마실 일이 있으면 아는척 좀 해봐야겠다. (笑) 내가 마신 기린 맥주의 느낌은 약간 맥콜맛이 난다는 것이다. 음, 그정도로 탄산맛이 나진 않지만 김빠진 맥콜같달까. 순한 맛과 보리냄새가 좋은 맛으로 기억된다. 어쨌거나 여기에서 기린 맥주가 생산되는 과정도 구경했다니 부러운 기분이 든다. 지금이야 술을 아예 안마시지만 예전엔 다양한 맥주를 마시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다. 좋으시겠어요, 작가님.

그후에 간 곳은 홋카이도에 위치한 삿포로 맥주 공장. 유후~~ 홋카이도에 겨울에 가셨군요. 뭐 생각해보면 홋카이도 하면 눈(雪)이니까 역시 겨울이 좋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홋카이도에서 마시는 삿포로 맥주라. 완전 맛있을 것 같다. 본문 여러 곳에서 언급되지만 그 지방 맥주는 역시 그 지방에 가셔 마셔줘야 제맛이니까. 내가 마셔본 삿포로 맥주는 캔이었는데 톡쏘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기도 한데 잘 기억이 안난다. 예전에 일본에 갔을 때는 아사히 맥주를 마셨는데, 본사가 도쿄에 있으니 잘 골랐을지도. 도쿄 여행이었으니까. (푸핫.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삿포로에서는 홋카이도의 명물 음식인 칭기즈칸도 먹었단다. 난 사실 양고기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게 꽤 맛있다고. 삿포로에서 1박한 후,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오타루. 오타루하면 운하가 먼저 떠오르는데, 겨울의 운하는 어떤 풍경일까. 또한 오타루 눈빛축제도 유명한데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타루에 간 이유도 단지 맥주를 마시러?? 뭐,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참 즐거운 일일듯.

마지막 이야기는 오키나와의 오리온 맥주 이야기이다. 오리온 맥주는 마셔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맛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글로 읽는 맥주맛은... 역시 염장질에 불과했던가. 오키나와는 남국이다 보니 맥주맛도 산뜻하다고 한다. 만약 오키나와 맥주를 홋카이도에서 마시고, 홋카이도 맥주를 오키나와에서 마시면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그 지역의 기후에 맞춰 맥주맛이 결정된다니 말이다. 실제로 오키나와에서 기린 맥주를 마셨더니 너무나도 무거운 맛이었단다. 그럼 한국에서 일본 맥주를 마시면!? 일본과 비교를 할 수 없으니 아쉽군.

나도 예전에는 - 아주 예전입니다 - 맥주를 참 좋아했다. 특히 다양한 맥주를 맛보는 걸 좋아했다. 내 입맛에는 일본 맥주보다 유럽 맥주 쪽이 더 입맛에 맞았던 걸로 기억한다. 크리미한 거품이 정말 좋은 벨기에 맥주인 호가든, 톡쏘는 맛의 네덜란드 맥주 하이네켄, 하이네켄 다크도 좋고, 아일랜드가 고향인 기네스도 정말 맛있다. 때론 과일맛이 나는 KGB나 크루저도 마셨는데 과일맛이 나는 두가지 맥주는 뉴질랜드 맥주다. 그외에는 칭따오도 꽤나 입맛에 맞았는데, 그건 중국맥주로 정말 알콜이 들어간 맥콜같았던.. 그래도 꽤나 맛있었다. (오래전 기억이라 맛에 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맥주가 확 땡기는 건 아니었지만, 맥주를 즐겨마시던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미각이란 건 후각과 더불어 더욱 오랜 기억이 남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 기억을 떠올리고, 그때 마셨던 맥주 맛을 떠올리는 걸 보니 말이다.

멋진 미스터리 작품을 써왔던 작가의 첫번째 기행 에세이. 미스터리 작품보다는 조금 덜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의 다른 모습을 많이 보게 된 책이다. 아마도 이런 건 에세이에서만 드러나는 모습일텐데, 온다 리쿠에게 의외로 유머러스한 면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편하게 툭툭 던지는 이야기인데, 그런 것이 깨알같은 재미로 다가온다. 이런 건 일본식 유머 코드라고 해야 될 듯 하다. 이 일본식 유머가 익숙해지면 꽤나 재미있어지는데, 그녀의 미스터리 작품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분위기만 생각하고 읽었다가는 이 책의 코드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독자도 나올 듯한 기분이 좀 들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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