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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집쟁이들
박종인 글.사진 / 나무생각 / 2008년 2월
평점 :
세상을 향해 혼자 맞선 적이 있는가?
고집보다는 타협에 이미 길들여진 내게는 어려운 일이다. 어느새 꿈도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여 미뤄둔 지 오래다.
평생 변하지 않을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저자 박종인은 ‘고집쟁이’라고 불렀다.
신문에 연재했던 <박종인의 인물기행>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 23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이들을 소개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평범한 모습 속에서 대단한 열정을 발견했다. 치열하고 열정적인 삶이란 바로 그들 안에 있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구두를 만드는 남궁정부님
잘나가던 구두장이였던 그가 사고로 오른팔을 잃고 변화된 것은 ‘오른팔이 없는 게 아니라 오른팔만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는 장애인 신발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2006년 4월 대한민국 절단장애인 가운데 일곱 명이 히말라야에 갔다. 그는 칠십 노인의 몸으로 정상인도 힘들다는 그곳에 간 것이다. 그 때 함께 간 발도 없고 다리도 없는 이십 대, 삼십 대 청년들에게 “지연아, 상민아, 병휘야, 우리 모두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라고 말했다. 괜히 책을 읽다가 눈물을 훔쳤다.
근이영양증으로 시한부를 사는 청년 시인 김민식님의 미니홈피에는 이런 인사말이 적혀있다.
길을 따라가지 마라
길이 없는 쪽을 가서
발자국을 남겨라 - 랄프 왈도 에머슨
맞다. 고집쟁이들의 삶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었다.
어쩌면 남들은 가고 싶지 않은 길인지도 모른다. 아예 관심조차 없어서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인생이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세상은 어디 한 부분 부족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이
더욱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세상은 ‘나 하나쯤 안 하면 어때?’라고 생각하는 다수가 아닌 ‘나 아니면 안 된다.’라고 생
각하는 소수의 사람들로 인해 굴러가는 건지도 모른다.
영통사 사장 혜관 스님, 연 할아버지 노유상, 종장 원광식, 산이 좋아 산에 사는 이대실님,
애꾸눈 도공 한상구님, 희망을 연주하는 이소영님……
비로소 내게 없는 고집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들은 자신의 상황을 놓고 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지 않았다. 다만 자신은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내놓고 봉사한다는 사람들치고 생색내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그들에게 남을 돕는 일은 자신을 드러내고 우쭐대기 위한 명분이겠지만 이 분들은 달랐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세상을 이롭게 했다.
“생명을 걸지 말라고? 목숨 안 걸고 이걸 어떻게 한대요?” 도공의 아내는 말했다.
다시금 내 안에 질문을 던져 본다.
이제껏 살면서 목숨 걸고 달려든 일이 있는가?
한국의 고집쟁이 여러분,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