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건 오류
김나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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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광희작가님의 「밤의, 소설가」를 읽은 후에 읽으려고 책을 펼쳤더니 앞서 읽은 책에서도 다뤄진 챗봇과 인공지능 AI가 등장하여 잠시 다른 책을 읽고 나서 더 늦어지기 전에 읽은 김나현작가님의 두번째 장편소설이자 정은우작가님의 「국자전」이후 오랜만에 읽어보는 주간 문학동네 연재작 「사랑 사건 오류」를 흥미롭게 읽어나갔습니다.
1부 (사건), 2부 (사랑), 3부 (오류)에 등장하는 주요인물 수호, 은하, 라이와 그들 사이에서 조예은작가님의 추천사와 같이 벤다어그램의 다양한 집합처럼 나타나는 수상쩍은 초록색 옷을 입은 초록남자와 챗봇 루미.
처음 책 뒷표지에 ‘세계 속 세계 속 세계‘라는 문구가 단순 오류인줄 알았으나 읽어보니 이런 표현만큼 적합한 것이 없었고 마치 제가 호랑이그림이 그려져 있는 성냥갑에서 세개의 성냥개비로 불을 세 번 붙이며 제 눈에 소설 속 세계가 펼쳐지는 환상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세계와 소설 속의 세계 그리고 제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다면 비록 주인공이나 주요인물이 아닌 그저 NPC일지라도 329쪽 ‘모든 관계에서 주고받음이 균등하지는 않은 거라고. 어떤 사람은 상대에게 온 생을 주고 보답이라도 할 수 없는 미미한 것을 받게 되지 않냐고. (......) 어떤 이들은 자신이 줄 수 있는 최대치의 것을, 그러니까 삶을, 숨을, 앞으로 살아갈 모든 시간을 서로에게 주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다.‘라는 문구처럼 서로를 아낌없이 보듬어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제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이 끝나버린 사람들 속에 유유히 거닐고 싶습니다.
김나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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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보여서 다행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주란 지음, 임수연 그림 / 마음산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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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조해진작가님의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이후 너무 오랜만(그 이후 최은영작가님의 「애쓰지 않아도」, 이기호작가님의 「눈감지 마라」, 문진영작가님의 「햇빛 마중」, 김혜진작가님의「완벽한 케이크의 맛」, 정용준작가님의 「저스트 키딩」이 출간되었고 「애쓰지 않아도」는 전자책으로 구매했고 그중 제가 정기적으로 가는 작은도서관에서 「눈감지 마라」와 「햇빛 마중」을 빌려왔습니다.)에 읽게 된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의 2024년 첫번째로 이주란작가님의 「좋아 보여서 다행」이었습니다.
책 뒷편의 문구인 ‘오래 끌어안고 있던 시절을 떠나보내며 깨끗한 마음으로 건네는 마지막 인사‘라는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헤어진 인우의 집에서 3주간 인우의 반려견 버트를 돌보게 되는 (1년 후),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아버지를 해원과 찾는 (바람이 불면 흔들리도록)의 종수, 실용음악학원에서 접수를 받고 수강료를 결제받고 레슨 스케줄을 관리하였으나 일을 그만두고 이모와의 작별을 준비하는 (외투) 속의 인물, 오랜만에 만난 창희 언니의 딸 소미의 공연을 보러 통영까지 가게 된 (우리 소미)의 인물, 어릴 때 잠시 스쳐지나가다 우연히 병원을 나서는 길에서 만나게 된 (겨울잠)의 문영과 동주, 진해로 떠난 영수가 서점에서 남기고 간 장우산을 가지게 된 (봄의 신호)의 미소와 이 짧은 소설에 걸맞는 그림을 그려주신 임수연작가님과의 추억이 깃들어있는 마지막 짧은 이야기 (숲)까지 「좋아 보여서 다행」에 실려있는 단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풍경들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그들의 안부를 묻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며 너무 아쉬워하지 않고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꼭 잘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주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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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남자
김종옥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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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첫 소설집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이후 약 9년만에 두번째 소설집을 내신 김종옥작가님의 책 제목은 「개구리 남자」입니다.
첫 소설집에서도 등단작이자 제4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인 (거리의 마술사)과 표제작을 포함한 단편 12편이 실렸는 데 이번 소설집에서도 표제작 (개구리 남자)를 포함해 총 9편의 단편이 실렸는 데 앞서 첫 소설집 100자평을 남기신 어떤 분의 의견처럼 대부분의 단편들에서 주구장창 본능에 충실하지만 자극적인 요소가 곳곳에 소설 속에 피어있었고 해설또한 라캉과 프로이트, 푸코까지 등장하는 등 활자는 제 눈을 때리는 것처럼 자극했지만 그 의미들은 이어지지가 않아 마치 활자가 책 속에서 저를 비웃는 것 같아 소설이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개죽음, 144쪽 변형하여 인용함.)
특히 여성(예쁜 여성)에 대한 욕망을 들어냄과 동시에 거울 속 저 편으로 넘어가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아 388쪽 모기약 선배가 나에게 ˝난 네가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개구리 남자, 388쪽) 라고 말했을 때 제가 이 소설집에 대해 더 나아가 이 소설들을 쓰신 작가님에게 모기약 선배와 같은 얘기를 하고 싶은 강렬하고 원초적인 욕구를 느꼈습니다.
불법촬영, 원조교제, 학교폭력, 스토킹, 도박중독 등등 소설 속에 사회문제들을 진하게 우려져 있어 깊은 우물 안에 갇혀 있어 우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개구리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느꼈지만 (톨게이트)라는 단편(물론 이 단편에서도 이성에 대한 이야기와 욕망이 드러나지만 다른 단편에 비해 그 농도가 비교적 옅은 편임.)을 읽고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스무 살 때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일주일 동안 운전면허 필기문제집을 풀며 70점 맞아 겨우 필기를 통과했던 단편 속 시대로부터 한참 지난 시기이지만 30만원이 없어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지 못했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별다를게 없지만 너무나도 가난했던 철없는 시절이 생각이 나 마음이 약간 울적해졌습니다.
그래도 (스토킹)의 96쪽 ‘어쩌면 단지 M이 그를 찾아간 걸로 다시는 그런 짓을 않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헛수고를 하는 게 아니냐고.‘라는 문장이 저의 아득해진 주의를 퍼뜩퍼뜩 깨웠기에 이 소설에 대한 글을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김종옥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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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뉴 휴먼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7
정지돈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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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문지혁작가님의 「P의 도시」마지막으로 휴지기를 가진 은행나무출판사의 노벨라시리즈가 2023년 4월 황모과작가님의 「서브플롯」, 박문영작가님의 「허니비」, 장진영작가님의 「취미는 사생활」을 출간하며 다시 재개함과 동시에 그동안 노벨라시리즈로 출간되었던 기존작품들 또한 새로운 옷을 입으며 개정판으로 출간이 되었고 그로부터 1년 후인 2024년 4월 노벨라시리즈의 신간이자 17번째인 정지돈작가님의 「브레이브 뉴 휴먼」이 출간되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저출산시대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은행나무에서 출간된 작품들 중 재난(재앙) 같은 삶에서 대리모가 되려고 하는 진영과 샤오의 이야기인 강영숙작가님의 「분지의 두 여자」와 역시 재난인 코로나 펜데믹을 맞이 하여 얼떨결에 생겨버린 둘째를 노오산인 작가 김하율 씨의 다사다난한 출산 과정을 그린 김하율작가님의 「어쩌다 노산」을 앞서 읽어서 그런지 산모의 연령이나 생활습관, 유전자로 인해 산모는 물론 태어날 아이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이 되는 불안한 현실에서 공교롭게도 이번에 출간되는「브레이브 뉴 휴먼」에서는 그 문제들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는 ‘인공 자궁‘을 소재를 하여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안전하게 아이를 출산하며 인간이 낳은 아이와 그다지 차이 없는 아이라는 점에서 어떻게보면 희망적이지 않을까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이나 소설 속 배경인 2040년이나 나아진 것은 없어보인다는 것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고 더나아가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체외인이 인간이 낳은 일반인 사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단지 노동력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암울한 미래 속에 그나마 나은 삶을 살아왔던 체외인 아미와 함께 ‘집‘에서 졸업한 권정현지, 아미의 연인이자 일반인인 근위축성측색경화증, 쉽게 말해 루게릭병을 앓고 있지만 유전자 주사를 맞으면 제어가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철멍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그저 현실을 살아가는 체외인 경비원 애드 이렇게 4명의 인물들 속에서 들여다보는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미래에 다시 정의되는 인간의 가치를 확인 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어제 유튜브에서 인간은 아니지만 평균 수명 10~5년인 고양이의 수명을 두 배인 30년으로 늘리게 할 수 있는 신약을 일본에 개발했으며 빠르면 내년부터 보급이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해서 고양이를 키우지는 않지만 마음이 뭉클해졌는 데 좋은 것만 보고 싶고 좋은 점만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 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무미건조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동시에 드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그 것이 인생이지 않을까하며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표현하기가 어려워 이렇게 뜬금없이 글을 마무리하려는 저를 작가님이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바라 보며 저 역시 용기를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지돈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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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는 맛
최민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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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어제와 오늘을 자나 새로운 마음으로 내일을 시작하기 전, 잠시 앉아 마음을 돌보며 한 잔 들이켜보는 재충전의 맛(뒷표지)을 보여준다는 것에 혹해서 집은 최민우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힘내는 맛」을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황소 같은 과감함과 몬스터 같은 괴력(해설 : 무뎌지는 맛, 225쪽)을 지니게 해줄 것 같은 에너지드링크보단 커피를 주로 마시게 되어 입맛이 무뎌져 있었는 데 「힘내는 맛」에 실린 일곱 개의 단편들이 주는 다양한 맛(전부는 아니어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주의 관점에서 제가 별게 아니라면 지금 내게 닥친 힘든 일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면 호들갑을 떨어봤자 소용없지 않은가. 하나씩 해결하면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힘든 일도 거리를 두고 보게 되고요.‘
(우주의 먼지, 22쪽)

‘물론 인간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하지만 설사 우리가 끝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아무리 희미할지언정 어떤 식으로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종이컵에 실을 이어 만든 장난감 전화로 속삭이는 어린아이들처럼.‘ (보라색 사과의 마음, 59쪽)

‘세상 모든 것에는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확하고 올바른 균형이.‘ (변함없는 기분, 75쪽)

‘포기하는 건 아니에요. 그만두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걸음 물러서서 잠시 기다리려는 것뿐이에요. (......) 과거를 버려야 할 순간이 오면 자신밖에는 믿을 수 없는 거죠.‘ (가을의 곡선, 124~5쪽)

‘다들 자기가 이룰 수 없는 소망만 골라서 꿈을 꾸는 거 같아요.‘ (보호색, 154쪽)

‘가족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인 존재예요. 고전역학이 아니라 양자역학. 별 어이없고 해괴한 일이 맨날 일어나니까. 그러니까 나도 마음대로 살아도 돼요.‘ (힘내는 맛, 218~9쪽)

「힘내는 맛」에 실린 단편들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단편마다 마음에 가는 구절들이 하나씩은 있어서 비록 (보호색)의 거지같은 놈(152쪽)인 사진관 주인의 이상한 행보, (요시히로의 자리)의 발암같은 101호 커플을 향해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치솟아 올랐지만 오묘하고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몰랐던 여러가지의 맛을 한 권에 느낄 수 있었던 아주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최민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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