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계간지에 1년간 연재하셨던 박민정작가님의 두번째 장편소설 [백년해로외전]의 책 뒷면 ‘여름이면 능소화가 담벼락에 너울대는 후암동 적산가옥 고택‘이라는 문구를 읽자마자 세번째 소설집 [바비의 분위기] (문학과지성사, 2020)에 실렸던 단편 (신세이다이 가옥)이 단순하게 떠올랐는 데 [백년해로외전]을 읽으면서 조금 혼란이 왔었습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작가는 아니어도 아는 사람은 아는 소설가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주현이 같은 과 교수 서정수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복잡한 상황에 놓여져 있기 전 자신이 잠시 머물렀으나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길 기도했고 두 번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후암동 적산가옥에서의 일들을 소설로 써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자 주현의 직계가족을 제외한 큰아버지와 예리가 그런 자신을 비난하게 되는 데 자신이 실제로 겪었지만 그것을 글로 써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해당 당사자에게 미리 동의나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 것에 저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고 장훈 오빠의 딸 수아를 우연한 계기로 만나고 난 후 소식을 부모에게서 들었던 프랑스에 입양된 야엘로 불리며 어엿한 프랑스인이 된 장선 언니 또한 자신의 과거를 바탕으로 쓴 솔직한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 먹고 주현에게 그 글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악마같던 존재들이 저를 괴롭힌 그게 바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던 과거 속에 제가 너무 오랫동안 얽매여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끈질기게 제 곁에 달라붙었던 어떤 기억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결코 쉽게 흐려지지 않고 그런 관계또한 아무일 없었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경험했던 귀중한 순간이었습니다.
박민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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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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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파이아키아》이달의 책 선정, 리뷰를 쓰고 있는 현재(6월 16일) 알라딘 종합 주간 5위를 기록 중인 김기태작가님의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드디어 읽게 되었는 데 그전에 작가님의 작품들이 각종 문학상 후보에 들거나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어서 나름 기대를 했지만 우연찮게 작가님의 사진을 보자 들었던 솔직한 생각은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보여져 놀라웠고(실제로 서른 일곱에 등단하셨다는 기사를 리뷰 쓰시 전에야 접했어요.) 단편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추기 위해 애쓰시는 것이 아닐까하는 선입견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실린 (세상의 모든 바다) 부터 (로나, 우리의 별) 에 등장하는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가상의 아이돌과 오디션출신 싱어송라이터, (롤링 선더 러브)의 맹희가 출연하게 된 연애예능 프로그램등 소설을 읽으며 소설 속 상황이 아닌 실제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이나 아이돌, 뮤지션들이 자연스레 생각났고 이러한 것들을 작가님이 잘 활용하시며 소설 속에 녹아들어 젊은 세대가 좋아하고 공감할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바다)의 재일교포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 국적을 선택한 하쿠, <솔로 농장>에 출연하기 전에 블로그를 운영하지만 별소득이 없지만(출연 후에도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진 않은 것 같은)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 (롤링 선더 러브)의 맹희, 평범하고 무난하게 학업, 취업, 결혼을 하며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만나는 (전조등)의 평범하지만 인생을 잘 영위하고 있는 남자, 아무도 맡지 않으려던 <고전 읽기>를 선택하여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자신의 수업을 의미있게 들은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무엇보다 1년에 2달정도는 쉴 수 있는 (보편 교양)의 정교사인 곽, 부모로부터 배운 강박이 있어 정신건강의학과에 주기적으로 가면서도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어 해외를 포함하여 가고 싶었던 곳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팍스 아토미카)의 작가까지 어떻게보면 평균보단 높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가 반면에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의 마트 알바를 하며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진주와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니콜라이,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한 채 그동안 힘겹게 운동했던 역도를 그만두게 될 예정인 (무겁고 높은)의 송희,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명민하게 활용하지 못한 채 아무도 오지 않는 게스트하우스를 지키고 있는 (태엽은 12와 1/2바퀴)의 노인같은 인물들이 있어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사람들 속에서 곳곳에 피어나는 각종 악숙한 매체들은 덤으로 접할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으며 저 역시도 나이가 들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으며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143쪽 변형하여 인용)‘하며, ‘모두가 공평하고도 아늑하게 하얀 눈에 덮여서, 미처 닿지 않는 그늘에서도 단정한 마음으로 목도리를 여밀 수 있는 날(무겁고 높은, 263쪽 변형하여 인용)‘이 제게로 오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기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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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던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읽기 시작한 게 9회 대상작 박향작가님의 [에메랄드 궁]이었고 그이후로 우수상 임재희작가님의 [당신의 파라다이스], 김호연작가님의 [망원동 브라더스] , 11회 대상 김근우작가님의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우수상 김의작가님의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박소연작가님의 [꽃그림자놀이], 이성아작가님의 [가마우지튼 왜 바다로 갔을까], 13회 대상 도선우작가님의 [저스티스맨], 우수상 정미경작가님의 [큰비], 박생강작가님의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14회 대상 박형근작가님의 [스페이스 보이], 우수상 우희덕작가님의 [러블로그Love Blog, Love Log], 조경아작가님의 [3인칭 관찰자 시점] 이렇게 비교적 많았던 수상작품들을 한 편이라도 더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너무 남발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동시에 들기도 했었다는 것을 리뷰를 통해 언급했고 그 다음해인 15회부터는 대상 작품만 출간이 되었는 데 다이앤 리작가님의 [로야], 16회 대상 오수완작가님의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17회 대상 채기성작가님의 [언맨드Unmanned]까지 읽었고 18회 대상 고요한작가님의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작은 도서관에서 빌렸으나 읽지 않아 전자책으로 구매하고 19회 대상 문미순작가님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읽으려는 시도조차하지 않았는 데 벌써 스무번 째라니 놀랍기도 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20회 대상작은 프랑스에서 대학 석사학위를 받으시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오랜 날 오랜 밤)으로 당선된 임택수작가님의 [김섬과 박혜람]이라고 하며 이번에는 늦지 않게 읽어보았습니다.
타투이스트인 김섬과 프랑스에서 그림을 보는 도슨트 박혜람,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색의 물감을 혼합하듯이 섞이며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져 종이에 글자로 펴발라 새겨진 책을 눈과 마음으로 읽었는 데 우려낸 떫고 쓰지만 잔향이 깊은 차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 읽고나서 유일하게 생긴 한 가지 소망이 있는 데 프랑스에서 미래를 약속했으나 점차 폭력적으로 변하는 준오를 떠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혜람과 늘 죽음이 자신의 곁을 맴도는 소방관 홍지표와 만나던 김섬, 이 두 사람이 그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임택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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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심장 훈련
이서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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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신 분들이 그렇듯 정말 예쁜 표지와 그에 걸맞는 명랑하지만 때로는 그 명랑함이 철 없고 한없이 어린 소녀들의 역경과 고난한 인생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이서아작가님의 첫 소설집 [어린 심장 훈련]을 읽으며 저도 어두컴컴하고 막막한 인생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터득하게 되어 매우 의미있었습니다.
첫번째로 실린 (검은 말) 속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사는 고모가 자신이 소년원에 가게 된 이유를 퀴즈형식으로 두 번씩이나 물어보는 것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는 데 그 이유가 물건을 훔치거나 사람을 때리거나 그것이 아닌 정말로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라고 해도 고모를 무서워할지언정 저 역시 절대로 혐오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고모가 했던 이 질문이 머리속에 계속 남아 한동안 그 이유를 계속 생각할 것 같아요.)
(서울 장미 배달) 의 리혜에게 줄 장미다발을 할아버지의 방을 뒤져서 훔친 돈으로 꽃집에서 사가지고 발레 학원으로 가는 모습을 보며 서울 사람들이 다정하게 바라보듯이 웃으며 바라볼 것 같고, (악단) 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따라부르며 자유로운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았고 (초록 땅릐 수혜자들) 168쪽 ‘그 집은 마을 안쪽에서 들어가면 진입이 가능하지만 마을 바깥에서 찾아오려면 운전이 불가능해 차를 어딘가에 대고 들어와야 하는 곳이었다. 이 모든 사실을 된 건 진희의 지도 덕분이었다.‘ 라는 문장에서 알게 된 건, 된 건 앞에 들어가야 할 무언가가 빠졌다는 것이겠죠.
(빨간 캐리어)의 골프장 캐디는 아니었지만 (푸른 생을 위한 경이로운 규칙들)의 소녀처럼 저도 역시 잠시나마 호텔에서 일했던 경험들이 떠올랐는 데 때로는 (빨간 캐리어)의 캐디처럼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푸픈 생을 뤼한 경이로운 규칙들)에서 이끌어주던 선배같은 어른들을 만나지 못한 안타까움 또한 같이 생각나더군요.
(사하라의 DMZ) 처럼 사하라사막과 모로코, 스페인의 발렌시아는 커녕 비무장지대인 DMZ에도 제대로 가본 적이 없기에 사하라사막을 가이드 해주던 ‘버릇없고 무식하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반쪽짜리 역사가 같은‘ 아랍인 가이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떠한 것들은 내가 평생토록 알 수 없는 영역(사하라의 DMZ, 255쪽)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서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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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새소설 15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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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의 15번째는 김이설작가님의 5번째 경장편소설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입니다.
1975년생 문헌정보학과 동창인 20대에 일찍 결혼해 두 아들이 군에 제대했거나 군에 가있는 난주, 성실하지만 무능력한 남편과 딸 예원과 함께 낮에는 학교 급식실에서 밤부터 새벽까지는 이자카야에서 설거지를 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정은, 그리고 셋 중 유일하게 전공을 살려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결혼하지 않고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아픈 엄마를 간병해야 하는 미경이 10월의 마지막 주 금, 토, 일요일에 2박 3일간 강릉으로 여행을 가며 그녀들의 지난한 삶을 반추하는 이야기인데 그녀들의 찬란했지만 힘들었던 20대와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에 바빴던 30대,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보내고 있는 40대를 지나 어느덧 50대가 그녀들 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관찰하는 것이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의 일이며 아직은 제게 아득한 먼 훗날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제가 아는 어떤 분이 생각이 나는 것은 단순히 그녀들과 동년배라서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난주, 정은, 미경 이렇게 세 사람이 잠시 시간을 내어 그녀들의 추억이 담겨진 곳으로 여행을 떠났고 2박 3일이 끝나면 각자의 자리가 있는 오송, 안양, 보은으로 돌아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겠죠.
그러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만나거나 기약없는 세월이 지나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들의 남은 나날들이 순탄하게 흘러가기를 그렇다고 너무 무미건조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이설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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