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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들러리 ㅣ 소원라이트나우 3
김선희 지음 / 소원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책 표지가 이 책이 담고 있는 많은 말들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난 후라면 더욱 더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상위권 아이들을 위해 나머지 아이들은 들러리가 아니냐는 말을 저 역시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전교생이 제출해야 하는 글쓰기 대회가 이런 고민들을 하게 한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어차피 상 받을 소수의 인원은 정해져 있는데 나머지 학생들은 이 학생들이 상을 받기 위해 인원을 채워주는 들러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것이죠. 그런 고민에서 대회가 많이 줄어든 부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저 스스로도 고민해보게 되네요.
잉걸이라는 조금은 독특한 이름의 1에 해당하는 주인공은 마치 얼마전 제가 본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드라마의 주인공이 떠오르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다른 아이들에게 폭력이나 심부름, 심지어 도둑질까지 시키는 잉걸. 그리고 그런 잉걸에게는 또 잉걸을 그런 아이로 자라게한 부모가 뒤에 있죠. 아들의 대학 입시를 위해 봉사활동을 돈을 주고 같은 반 친구이면서 환경이 좋지 못한 동욱을 골라 부탁을 하죠. 아이들은 잉걸이 무슨 귀족이나 되는 양 심부름에 도둑질에 시키는대로 하는 노예에 불과한 모습들을 보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일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점 때문이에요. 돈이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그들이 정의는 뒷전에 둔 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벌이지 않기 때문에 잉걸과 같은 아이들이 성공하고 다시 이들이 어른이 되어 그런 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에요.


다행히 책 속에서는 이런 정의를 외면하지 않는 들러리에 불과했던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대신 봉사활동을 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잉걸을 고발한 동욱이부터, 아이들에게 <유령>이라는 글을 써 잉걸의 잘못을 알린 기수, <유령>이라는 글을 정식 책으로 출판하게 해 준 사서 은별 선생님, 그리고 임꺽정이라 불리는 담임 선생님까지요. 책을 다 읽고도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고민스러운 부분들이 많지만 앞으로도 현실에서 제2, 제3의 동욱이나 기수, 은별, 임꺽정 같은 인물들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