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계급론

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요즘 현대지성 클래식에서 나온 고전들을 하나씩 읽고 있는데 이번에 만나본 책은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던 <유한계급론>이랍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 책이 출간된지 100년이 지났는데 그 내용이 지금의 사회와 너무나 흡사하여 놀라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소위 유한계급이라 칭해지는 사람들은 생산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자신들은 명예로운 일들만 하면서 생산은 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역할도 철저히 분리되어 있답니다. 책의 앞부분에서 유한계급이 무엇이고 그들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어 유한계급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볼 때 과거에서부터 철저하게 부에 따라 나눠지는 것을 보며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부에 따른 차등이 자연스레 나타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답니다.

경제학 분야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재벌들의 행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을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재벌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남들에게 자신들이 더 많은 부를 가졌다는 것을 과시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은 남들과는 다른 우월성을 갖는다는 생각에서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면이 크기 때문에 이런 과시적 소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경제학 분야의 고전이라고 하여 굉장히 책 내용이 어려울 것만 같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보니 유한계급 자본가들이 자신들이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하며 그러한 것이 의복이라든지 생활 전반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오늘날의 모습과도 너무나 흡사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부를 많이 소유한 사람들이 어떤 마인드를 갖고 어떤 소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경제학 분야의 고전을 이번 기회에 천천히 생각하며 읽을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나름 즐거웠던 독서가 되었답니다.

소년 혹은 괴물

소년 혹은 괴물 ㅣ 이마주 창작동화
밥 발라반 지음, 앤디 래쉬 그림, 김자람 옮김 / 이마주 / 2018년 10월

학교에서 인기도 없고 심지어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도 있는 주인공 찰리는 어느 날 자신의 몸이 점점 파충류처럼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된답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찰리의 몸이 상상 속에서 공룡으로 변했다가 나중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하고 생각했다가 이 책의 매력에 풍덩 빠져버렸답니다. 우리 아이는 물론 아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 되어버렸어요.

하루 아침에 사람에서 거대한 공룡과 같은 괴물이 되어버린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더군다나 다시 인간이 될 수도 없다면요. 주인공 찰리는 거대한 몸집의 괴물 같은 공룡이 되어버렸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아 다행인 것 같아요. 엄마는 당연히 우리 아들이 최고라면서 달라진 모습에 굴할 것이 없다고 위로하고, 단짝 친구들 역시도 그를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커녕 오히려 걱정합니다. 학교에서도 교장 선생님이 모습이 달라졌어도 학교에 등교해도 된다고 허락합니다. 가족, 친구들, 학교 선생님들도 찰리의 편에서 도와주니 찰리는 그래도 무척 행복하겠구나 싶습니다.

몸집이 커져 버렸지만 그래도 찰리는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크레이그에게 힘으로 대하지 않고 오히려 여전히 그를 두려워하며 그에게 시달립니다. 달라져버린 환경 때문인지 그동안 자신이 관심을 보였던 에이미가 반대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자신들의 그룹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찰리가 여기에 흔들리긴 합니다. 찰리의 가장 친한 친구들의 물건을 훔쳐와서 태우면 받아주겠다고 하는데 찰리가 친구들의 물건을 훔치려고 했다가 뒤늦게 친구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장면에서 아이들로 하여금 진정한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책에서는 사춘기를 겪게 되는 아이의 모습을 괴물에 비유한 것 같은데 그 과정 속에서 부모나 교사, 주변 사람들이 해줘야 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변함 없이 격려하고 사랑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함께 봐도 무척 좋은 책인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네요.

참 잘했어요

참 잘했어요 - 거짓일지라도 나에게는 꼭 필요했던 말
박광수 지음 / 메이븐 / 2018년 10월

학창 시절 한참을 즐겨보던 책 중에 <광수생각>이 있는데 모처럼 오랜만에 박광수의 에세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예전에 <광수생각>을 읽으면서 간간이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나마 들을 수 있었는데 이번 책은 그의 에세이로서 그런 이야기들을 좀 더 깊이 있고 길게 들어볼 수 있는 책이랍니다. 또 그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일러스트가 이 책에서도 많지 않지만 조금이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세상의 미운 오리 새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어찌보면 본인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책이기도 한 것 같아요. 자신과 같은 미운 오리 새끼들에게 위안 삼을 수 있는 위로의 말들을 들려줍니다.

어릴 때부터 칭찬 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는 저자를 보면 우리 모두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있고 내가 그보다는 조금이나마 낫다는 생각에 위안을 삼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미움만 받는 사람들이라도 그들도 사실 알고 보면 칭찬에 목말라 있다는 것.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문득 이 글을 읽으면서 학창 시절 문제아라 불리워졌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아이들도 사실 속 마음은 누군가로부터 칭찬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구나 이해가 되더라구요.

오랜만에 박광수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옛날 <광수생각> 만화를 읽으면서 여러가지 삶의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힘들고 지칠 때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이 책이 나를 토닥토닥 해주는 것 같은 기분도 느끼고, 부모 입장이 된 지금 우리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도 나 대신 해주는 것 같은 기분도 많이 들어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생은 100점을 받기 위해 사는 게 아니야'라는 글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에게도 이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더라구요. 칭찬 받고 싶어하고 잘하고 싶어하는 우리 아이를 보면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소중한 존재라는 이야기도 해주고 싶고 정말 인생은 100점을 받기 위한 것도 아니고, 100점 받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꼭 이야기 해주고 싶었어요.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받아 보지 못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이 도장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잔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친구들이 다 이 도장을 받았을 때 나 혼자만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면 더 그랬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살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모처럼 그의 오리 그림들도 실컷보면서 학창 시절 <광수생각>을 읽었던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답니다.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 ㅣ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9월

고전을 미니북으로 만나본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생각보다 작은 크기에 휴대하며 읽기에 좋은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미니북이라 저의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네요. 특히나 다른 출판사의 책들과 다르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얼굴 사진이 표지로 되어 있어 색다른 것 같구요. 영화로도 꼭 찾아서 봐야겠다 싶은 마음도 들구요.

유명한 고전인 <위대한 개츠비>지만 사실 제대로 읽어 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겉모습이라는 것에 주목을 하게 되네요. 겉모습이 잘 갖춰진 사람들의 모습은 무언가 자기 만족에 찬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나처럼 그러한 모습에 찬사를 보내게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그 모습을 나도 모르게 시기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인간 안에 이러한 이중성이 누구나 다 있지 않을까 싶네요.

겉에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그 속은 썩어 있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나 싶습니다. 상류층이라 불리우는 돈 많은 사람들의 허영심과 남들에게 비춰지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른 경우를 나의 사촌인 데이지의 남편인 톰에게서도 보게 됩니다. 이 부부는 실제로는 톰이 정비소 부인과 만나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다툼을 벌이지만 사람들이 있는 밖으로 나와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모습에서 얼마나 위선적이고 가식적인지 잘 보여줍니다. 남편 때문에 화가 많이 났을 텐데도 불구하고 밖에서는 바깥을 내다봤는데 낭만적이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삶도 얼마나 모순적인 부분들이 많은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책 속의 나라는 인물이 옆집에 사는 부유한 남자로부터 초대를 받아 가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이 사람들 입에 종종 언급되곤 하는 개츠비었답니다. 또 이 개츠비라는 사람은 나의 사촌인 데이지의 전 연인이기도 했구요. 제가 볼 때 개츠비라는 인물 역시도 허영적인 면이 보이는 톰이나 동시대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만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책의 제목만 봤을 때도 개츠비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호기심을 갖고 읽게 되는데 그의 사랑이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끝났을 때 허무함은 물론 우리의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표지 때문인지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영화에서는 이 원작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니북으로 간편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고전을 만나는 색다른 즐거움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린이 세계여행 가이드 태국 ＆ 방콕

어린이 세계여행 가이드 : 태국 & 방콕 ㅣ 어린이 세계여행 가이드
세라-제인 윌리엄스 외 지음, 임수연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8년 10월

여행을 하기에 앞서서 늘 준비하는 것은 설레는 마음과 함께 그 나라에 대한 여행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 책은 그래서 늘 구입하는 것 만으로도 당장 그 나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 아이들 역시도 이런 여행 가이드가 될만한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하게 되네요.

정말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고 여행하는 것과 그냥 여행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역시 부모와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그냥 부모를 따라가기만 하는 것보다 뭐라도 알고 가면 더욱 더 여행이 재미있고 색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주로 보는 여행 책은 다소 아이들이 보기에는 지루하고 흥미가 없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숙소 이런 것들 보다는 정말 그 나라에 대한 것일 수 있으니까요.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처음부터 읽어내려가더니 태국 여행을 꼭 가자면서 푹 빠져들더라구요. 혼자 책을 피면서 퀴즈도 풀어가며 즐거워했답니다. 더군다나 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우리 아이가 더 이 책을 진지하고 재미있게 본 건지도 모르겠네요.

아이들이 단순히 글을 읽어내려가기만 하는 가이드 북이 아니라 직접 읽고 답하고 색칠하고 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그 나라에 대한 문화나 역사 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실질적이고 유용한 여행 안내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그런 책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 책이라고 하면 각 나라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한 번도 아이들을 위한 여행 가이드북이 필요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터라 정말 나라별로 이런 유용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여행가이드북이 있으면 여행에 재미와 지식을 더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아이도 처음으로 태국의 지도 모양도 이제 지도에서 확실히 찾을 수 있겠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코끼리 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니까 저도 지도에서 눈에 쏙 들어오더라구요. 간단한 숫자 읽는 법이라든지 기본적인 마인드, 문화 등 정말 머리에 쏙쏙 들어오면서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이들 여행 가이드북 뿐만 아니라 각 나라에 대해 알아가는 책으로도 손색 없을 것 같아 아이들 책으로 추천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