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불이 좋아?

어떤 이불이 좋아? ㅣ 노란우산 그림책 29
스즈키 노리타케 글.그림, 이정민 옮김 / 노란우산 / 2014년 6월

예전부터 우리 아이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고 또 보고 하던 책 중에 <어떤 화장실이 좋아?>라는 책이 있답니다. 지금도 가끔씩 꺼내보는 책인데 한때 이 책에 푹 빠졌어요. 그런데 이번엔 화장실이 아니라 이불에 관련된 이야기 책이 나왔네요. 시리즈인것 같은데 정말 오랜만에 나온 책이라 더욱 반갑네요.

이 책 역시도 이불을 소재로 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자극할 수 있도록 한 책이랍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흔한 소재인 이불을 재미있게 상상해볼 수 있도록 권유합니다. 도너츠 모양의 이불도 보이고, 움직이는 이불, 투명 이불, 다시마 이불 등 재미난 이불들이 정말 많답니다.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아이가 무척 즐거워합니다. 두꺼운 이불은 그 밑에 사람이 깔려있는 것처럼 보여서 너무 무겁겠다면서 잠을 제대로 잘 수나 있을지 걱정을 하기도 하고, 3단 이불도 맨 아래에 있는 사람은 무겁겠다면서 혼자 이불 하나 하나를 천천히 살펴봅니다. 관찰력을 길러주는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특히 자동 기상 시스템 이불은 알아서 펀치로 깨워 내보내주니 기가 막힌 모양입니다. 아무튼 흥미로운 이불들을 만나봤다면 이제는 까만 얼굴에 덥수룩한 흰 수염을 갖고 있는 흰 수염 양을 찾으러 떠나야 한답니다.

책의 구성이 <어떤 화장실이 좋아?>와 같아서 아이도 책의 흐름을 알고 있어요. 흰 수염 양을 페이지마다 찾아보고 어디로 숨었는지 열심히 찾아나선답니다. 복잡한 곳에 흰 수염 양이 들어와도 우리 아이에게는 걱정없답니다. 기어이 찾아내고 마니까요. 구름 위 이불 공장에서 양들이 이불을 만들고 있지만 이 중에서도 흰 수염 양은 한 마리 뿐이에요. 천천히 살펴보면 찾을 수 있어요. 흰 수염 양도 찾고 다양한 모습들도 관찰하면서 즐겁네요.

드디어 흰 수염 양을 잡는 순간... 그러나 양들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양들은 이불로 장난치는 주인공이 싫었었나봐요. 우리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이불에 대해 장난치고 던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히 다뤄주기를 바라는 모습도 만나볼 수 있는 이불에 대한 재미난 책이랍니다. 예전에도 <어떤 목욕탕이 좋아?>도 사달라고 졸라댄 아이를 그냥 넘겼는데 이번에 다시 이불 책을 보더니 목욕탕 책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고 사달라고 하네요. 이번엔 그냥 넘기지 못할 것 같아요. 이불과 함께 다양하고 신나는 모험을 떠나볼 수 있는 그림책을 만나보세요.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라면 분명 색다른 재미를 주는 그림책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도 무척 좋아할 거구요.

아주 특별한 달나라 여행

아주 특별한 달나라 여행 ㅣ 개암 그림책 6
에릭 바튀 글.그림, 밀루 옮김 / 개암나무 / 2014년 5월

달나라에 무척 가고 싶은 왕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랍니다. 이 왕이 얼마나 달나라에 가고 싶어하는지는 책을 보면 잘 알 수 있을거에요. 아이가 책을 보는 중간중간 빵 터지더라구요. 뭐가 그리 재밌을까 싶었는데 아이가 설명을 해주네요.

달나라에 가고 싶어하는 왕은 밤마다 달을 관찰하고 달에 가기 위해 명령을 내립니다. 큰 열기구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달을 향해 날아간거죠. 하지만 폭풍우가 치는 바람에 목숨을 잃을 뻔했답니다.

포환 속에 앉아 있던 왕은 달을 향해 만든 대포를 쏘아올리자 그만 방앗간을 부숴 밀가루 난장판이 되고 만 곳에 떨어지고 말았답니다. 하지만 왕은 하얀 이곳이 달나라인줄 알고 감격했어요. 우리 아이가 재밌어 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랍니다. 밀가루로 뒤덮인 세상에서 그걸 달나라로 착각하고 달나라에 왔다고 철썩 같이 믿은 왕의 모습이 웃겼나봐요. 얼마나 달나라에 가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구요.

뒤늦게 방앗간 주인이 나타나 이곳이 달나라가 아님을 알게 된 왕은 잠이 스르르 들었답니다. 그러고 보니 성탑이 저절로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그토록 왕이 원하던 달나라로 데려다주네요. 이번엔 진짜 달나라라면서 호들갑을 떨고 신나서 신하들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만 신하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그것은 달나라가 아니라 꿈나라라고 해서 우리 아이를 또 한 번 웃게 만들어주네요.

피에르 왕과 함께 떠나는 달나라 여행은 결국 멋진 상상력의 세계에서 접할 수 있는 곳이였던 것 같아요. 아이도 가끔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는 달의 모습을 상상하곤 하는데 정말 달나라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재미있는 소재인 것 같아요. 파란 색이 주를 이루는 색감과 그림도 귀여운 재미있는 그림책이랍니다.

아빠가 사라졌다!

아빠가 사라졌다! ㅣ 단비어린이 문학
청웨이 지음, 강영희 옮김, 김미희 그림 / 단비어린이 / 2014년 6월

다른 가정과는 사뭇 달라보이는 샤를로테 가족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스토리로 흡입력이 있네요. 아이도 재밌을 것 같다면서 재밌게 보는데 그냥 재미만 선사하는 책이 아니라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어른인 제가 보기에도 느끼는 바가 있었으니 말이에요.

샤를로테의 가족은 다른 가족들과는 조금 다르게 아빠와 샤를로테 단 둘만이 떠나는 여행이 있답니다. 그리고 샤를로테를 남겨두고 아빠와 엄마만 가는 여행도 있구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아이들만 남겨두고 부부만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런데도 샤를로테를 친구 집에 마음껏 있도록 남겨두고 둘 만의 시간을 보내는 부부의 모습이 부럽더라구요.

그리고 아빠와 딸 단 둘만의 여행도 부럽구요. 그리고 이 가족의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아빠가 캠핑카에 들어가서 아빠만의 시간을 가질 때가 있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샤를로테의 친구인 마이아는 샤를로테의 엄마, 아빠가 헤어질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위기에 놓인 가족의 조짐으로 보네요.

샤를로테는 아빠와의 여행을 갈 때도 엄마에게 미안해 했는데 오히려 엄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빠는 그 시간이 엄마 자신을 찾는 시간이라고 하네요. 이 책을 보면서 어떤 가족이든지간에 부모로서의 휴식과 시간도 필요하고, 엄마 또는 아빠로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았던 친구 마이아의 집은 어느 순간 늘 같은 시간에 집에 왔던 아빠가 시간이 지나도 연락도 없고 집에 들어오지 않아 순식간에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샤를로테와 샤를로테의 아버지는 그에게도 가족을 위한 시간이 아닌 아빠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아빠가 사라짐으로 인해 아빠에게도 아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랍니다.  

올리비아의 잃어버린 인형

올리비아의 잃어버린 인형 ㅣ 올리비아 시리즈 (주니어김영사)
이언 포크너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5월

올리비아는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 캐릭터라 그런지 아이가 굉장히 친숙하게 생각하네요. 이 귀여운 돼지의 이름이 바로 올리비아랍니다.

축구 연습이 있는 날 아침 올리비아는 자신의 초록색 축구복이 마음에 안 들었답니다. 빨간 색 축구복이 입고 싶었던거죠. 엄마는 같은 팀 아이들과 똑같은 초록색 축구복을 입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올리비아는 다른 친구들과 달라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 때 나라면 아이에게 뭐라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라면 아마도 같은 팀은 같은 색깔의 옷을 입어야한다고 하면서 그냥 초록색 축구복을 입으라고 했을 것 같은데 올리비아의 엄마는 올리비아를 위해서 빨간색 티셔츠를 만들어주시네요.

책을 보면서 왜 제목이 올리비아의 잃어버린 인형인가 싶었는데 그 다음부터 인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네요. 어머니가 만들어준 티셔츠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인형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이 인형을 찾기 위해 양탄자도 들춰 보고 소파는 물론 심지어는 고양이까지 들춰 본답니다. 동생에게 자기 인형을 어떻게 한거냐고 물어보기도 하구요. 아무튼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인형이 없어졌으니 간절히 찾으려고 노력했겠지요.

올리비아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은 어디에 있을까요? 깜깜하고 번개치던 날 밤에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 방으로 가보니 그 곳에 올리비아의 인형을 물어뜯고 있던 개를 발견합니다. 개가 올리비아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모두 다 물어 뜯어 놓은거죠.

개가 일부러 물어 뜯은 것이 아님을 알고 올리비아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인형으로 사준다고 했지만 개를 이해한 것 같아요. 아빠가 좋은 인형으로 사준다고 했지만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인형이기 때문에 인형을 손수 꿰매놓는답니다. 서툴지만 자신의 손으로 만든 인형이기에 더욱 예뻐보이고 애착이 갈 것 같아요.

초록색 축구복을 마음에 안 들어한 올리비아에게 엄마는 빨간 색 축구복을 만들어주면서 뭔가 축구복을 둘러싸고도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는데 축구복은 이 책에서 크게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아니였나봅니다. 아무튼 올리비아의 잃어버린 인형을 찾고 개가 망가 뜨린 인형을 새롭게 꿰매어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인 귀여운 그림책이였답니다.

즐겁게 그리자!

즐겁게 그리자!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158
가브리엘 알보로조 글.그림, 김혜진 옮김 / 국민서관 / 2014년 5월

우리 딸 아이는 미술 놀이하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뭐든 자기 마음대로 그려보고 오려 붙이고 꾸미고 하기를 반복하죠.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림을 그릴 때 자기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급 소심해지면서 자기 잘 못하지 않냐고 자신감을 잃어버린다는 점이에요. 가끔은 제가 볼 때는 잘 그렸는데 망쳤다면서 그냥 끄적끄적 망가트려버릴 때도 있구요. 이런 점들이 제일 아이에게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였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그림을 잘 못그릴까 걱정하냐면서 세상에 못 그린 그림은 없다는 것을 들려주니 아이 귀가 솔깃해지는 모양입니다. 네가 그리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계속 강조해서 전해주고 있어서 제가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책 속에서 자연스레 전달할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무엇이든지 다 그릴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점도 좋구요.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는지 알려줍니다. 어떤 화가는 그냥 쓱삭쓱삭 그리면 그림이 되는군요. 요란하고 떠들썩하게 그리는 화가의 작품은 아이가 보기에 작품이라기 보다는 따라해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예술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인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은 실제로 보면 이해하기 난해한 것들도 있지만 그 속에 전부 예술가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들어있잖아요. 우리 아이의 그림 속에도 아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들어있을텐데 그것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우리 아이만 그림을 잘 못 그리는 것 같아서 고민하고 짜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하네요. 그림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어떻게 그릴지 막막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우리 아이의 심리를 잘 헤아려주는 것 같아서 고마운 책이랍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즐겁게 그리는 것이라는 것을 전해주는 그림책이라서 저에게는 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만 같아 마음에 들고 아이에게 자주 보여주고 싶은 책이에요.

우리 아이가 이 책을 보는 동안 그린 그림들이에요. 맨 위에 있는 그림은 사람 같긴 한데 얼굴은 하트 모양이에요. 알 수 없는 아이의 그림이죠. 아무튼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도 즐겁게 그림을 그려나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