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까지 안 아프며 살고 싶다 - 30년 임상 경험의 약사가 온몸으로 체험한 혈허 이야기
송명희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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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혈(血)이 영화를 누리지 못해 살이 찌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에게 내려진 말이 아니지만 귀가 번쩍 뜨였다. 어지러움, 두통, 피로, 무력감, 그리고 이 모든 현상으로 인한 결과일지도 모를 저체중에 시달리는 내게는 무시할 수 없는 말이다. 혈허(血虛)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송명희 약사(藥師)님의 ‘나는 죽을 때까지 안 아프며 살고 싶다’란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 30년 쯤 전 ‘전기한 내 증상을 훨씬 상회하는 증상들’을 앓던 끝에 혈허, 흡혈기생충, 장누수, 골수 기능 등의 네 가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어 건강을 설명하고 회복의 비책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이 네 가지 키워드가 모든 난치병의 거의 모든 원인을 차지한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특기할 것은 똑같이 민물 생선회나 덜 익은 쇠고기를 먹어도 장벽에 미세한 구멍이 뚫린 장누수증자(腸漏水症者)만이 흡혈기생충에 감염된다는 점이다. 장 누수는 익히 들어 알고 있고 밀가루 음식의 면발을 쫄깃하게 하는 글루텐이란 성분이 장 누수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장 누수는 LGS: leaky gut syndrome라 하는데 이는 1974년 미국 의사에 의해 규명된 것이다.)


혈액 양이 부족한 상태를 의미하는 한의학적 개념인 혈허는 양방에서 말하는 빈혈과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개념이 다르다. 양방의 혈액 검사는 양(量)이 아닌 적혈구나 헤모글로빈의 개수를 측정한 후 그 수와 혈장(plasma)의 비율을 측정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혈허는 머리를 아프게 하고 쉽게 피로하게 하고 기상을 힘들게 하고 불면증에 빠트린다. 또한 어지러움과 눈 침침, 빈맥, 가슴 답답함, 울혈성 심부전증 등을 초래한다. 혈허인 사람은 쉽게 짜증을 내고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즐긴다. 잘 붓고 머리가 무겁고 맑지 못하다. 온몸이 아픈 것도 그 주 증상이다. 손끝과 발끝도 저리고 저혈압이 된다.


혈허인 사람은 세포 재생이 빠른 위 점막이나 장 점막 세포가 약해지며 위축된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고 놀랐다.(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이 내 증상이기 때문이다.) 혈허인 사람은 추위에 견디는 힘이 약하고 체온 변화에 민감하다. 손발이 차고 몸이 전체적으로 냉하다. 혈액이 부족하면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는데 중요한 것은 증상이 비슷해도 원인은 여럿이기에 그에 맞게 처방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도 혈액 순환이 잘 안 된다.(이 경우는 조혈영양제의 효과가 없다.) 혈액의 점도(粘度)가 높아도 혈액 순환이 잘 안 된다.


심장 박동력이 약해도 혈액 순환이 잘 안 된다. 모든 만성 질환의 진행은 혈관 막힘 정도에 비례한다. 혈허 치료는 골수 치료를 동반해야 한다. 간과 신장, 골수가 혈액을 만들어낸다. 골수가 가장 중요한데 골수의 기능 정도가 혈허 치료의 포인트이다. 저자는 혈허를 10년 앓았다면 치료 기간은 1년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극심한 혈허는 관절이나 디스크의 손상을 초래한다. 류마티즘 관절염의 원인도 결국 혈허이다. 정(精)은 혈액 100방울이 모여 만들어진다. 정액을 낭비하면 그만큼 몸이 허약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콩팥과 조금 다른 신(腎)은 정(精)을 주관하고 골(骨)과 관련된다. 신 기능이 약해지면 뼈가 튼튼할 수 없다. 여기서의 뼈는 물리적인 뼈만이 아니라 골수, 척수, 척수액, 뇌까지 연결되는 말이다. ‘동의보감’에서 어지러움을 뇌척수액의 부족으로 설명한다는 한 한의사의 말이 생각난다. 치매나 파킨슨병은 뇌(척수액) 문제로 인한 결과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기생충약과 조혈영양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다. 근본 원인을 제거한 후 피를 만드는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약국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구충제(驅蟲劑)가 아닌 특별 제조한 생약이라야 한다.


장누수 이야기를 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육회를 먹어도 아무렇지 않고 어떤 사람들은 불고기를 먹어도 감염된다는 점도 기이하게 여겨진다.(장누수란 장 점막에 구멍이 뚫려 장의 내용물이 혈관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장은 중요하다. 아니 제2의 뇌라 불린다. 장이 제2의 뇌로 불리는 것은 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장의 신경총(神經叢)이 척수와 뇌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장에는 신경이 많이 밀집해 있다. 장 안에는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세균이 약 100조개 이상 존재한다. 무게로 환산하면 약 1.5kg이다.(마이클 거숀의 ‘제2의 뇌‘, 앨러나 콜렌의 ’10퍼센트 인간‘ 등을 참고할 만하다.)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며칠 또는 한 달 정도의 구충제 복용만으로도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소장(小腸)은 유익한 유산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85:15 정도로 맞추어져 있어야 가장 이상적이라 한다. 인체 면역 세포의 70퍼센트가 모여 있는 장은 면역 기관이기도 하다. 골수, 흉선이 생산하는 면역 세포를 장도 생산한다. T세포는 골수에서 만들어지고 흉선에서 교육을 받는다. 가슴 가운데에 있는 흉선이란 장기는 10대 후반에 35그램 정도 크기로 전성기를 맞이하다가 우리 수명의 중간 정도까지 그 기능을 유지한다. 그 이후 서서히 하강 곡선을 그리다가 마지막에는 지방 덩어리가 되어 역할을 마친다.


면역력에 문제가 생길 법하지만 장 점막에서 인터루킨 7이라는 면역 세포를 육성하는 물질이 나와 T세포를 만드는 덕에 암이나 각종 질병 등에 대한 저항력을 지킬 수 있다.(장에서 만들어진 T세포를 흉선외분화 T세포라 한다.) 관건은 유익균이 우세한 장내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흉선외분화 T세포가 만들어지고 그 능력을 총괄적으로 발휘한다, 저자는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 세균이나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늘 지기만 하는 사람들은 일단 인체에 쌓여 있는 곰팡이 독소를 의심해볼 것을 권한다. 혈허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 장 누수는 일반적이다.


저자는 스스로 허약 체질이라 생각한다면 장 누수가 있는 것이고 비교적 강단이 있고 건강 체질이라면 장 누수가 없는 것이라 말한다.(131 페이지) 저자는 A.K(pplied kinesiology) 테스트를 통해 머릿 속에 곰팡이 독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액상 차를 일정 기간 마셔 독소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액상 차로 장 누수도 치료되었다고 한다. 훌다 레게 클락(Hulda Regehr Clark: 1928 - ) 박사의 ’병을 넘어서‘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장 누수가 있어야 장 흡충에 감염된다. 장내에서 유익균이 우세하면 발효가 일어나고 유해균이 우세하면 부패가 일어난다.

장명(腸鳴)이나 트림은 유해균에 의한 가스 생성과 관련 있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매핵기(梅核氣)도 신경성이 아니라면 장내 유해 가스 때문이다. 장내 세균 균형이 깨질 때 가장 흔한 증상이 허열(虛熱)이 위로 오름으로써 느껴지는 열감(熱感)이다. 뒷머리가 아픈 것, 일반적인 두통 등의 가증 중요한 원인은 허열 상승으로 인한 혈관 확장이다. 한의학에서는 입 안 건조는 심장 열 때문이고, 입술 건조는 위의 열 때문이고, 혀의 백태는 소화기에서 발생하는 열 때문이고, 코가 막히거나 코 안이 건조한 것은 폐의 열 때문이라 본다.(146 페이지)


목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면 후유증으로 장 누수가 생긴다.(165 페이지) 장이 좋지 않으면 마른 기침이 생긴다는 점도 흥미롭다.(173 페이지) 장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물을 마셔도 흡수가 되지 않는다.(178 페이지) 혈액이 부족한 사람은 쉽게 열을 받는다. 물이 많이 든 주전자보다 물이 적게 든 주전자가 더 빨리 끓는 것을 생각해보라.(179 페이지) 저자가 말했듯 자신의 몸 하나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참 많은 요인과 도움의 손길로 이루어진다. 사는 것은 참 어렵다는 말이 절대 허언이 아니다. 저자의 논지는 한방에 근거한다. 그렇기에 증상만을 보거나 몸을 부분으로 나누어 보는 현대의학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가령 부신피질 호르몬은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기능을 억제하는데 그 결과 염증 반응이 사라진다. 염증 반응은 백혈구와 세균이 싸움으로써 또는 독소와 백혈구의 반응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면역 기능이 정지되기 때문에 염증이 사라지고 피부 트러블도 가라앉게 된다. 이때 염증을 유발하던 독소는 심층부로 숨어든다. 부신피질 호르몬을 장기 투여하다가 중단하면 숨어 있던 독소가 올라온다. 이를 명현(瞑眩) 반응으로 볼 여지가 있다. 피부 호흡을 통해 독소가 만성 피부 질환으로 나타나는(빠져나가는) 것이다. 관건은 해독(解毒)에 있다.


장 누수만 좋아져도 비염이 사라지는 체험을 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원인은 혈허로 인해 심장이 약해진 경우이다.(203 페이지) 인체의 모든 질병은 만성 염증의 결과이다. 만성 염증은 산소 부족으로 진행된다.(207 페이지) 저자는 탈모의 원인을 영양실조로 본다. 이는 모근세포에 충분한 영양이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파킨슨병도 혈허 개념에 따라 치료할 수 있다고 하니 신기하다. 저자는 퇴행성으로 뇌 조직 세포가 파괴되어 진행된 파킨슨병과 파킨슨 증후군을 혈허가 원인이 되어 진행된 병이라고 생각한다.(238 페이지)


치매보다 더 깊이 뇌 세포의 손상이 진행된 것이 파킨슨병이다.(240 페이지) 저자는 조(燥)와 고(枯)의 개념을 비교, 설명한다. 둘 다 마름을 의미하는데(燥: 마를 조, 枯: 마를 고) 진행 원인과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조는 인체 내의 과도한 열에 의해 나타나는 증세이고, 고는 세포에 혈액과 진액에 해당하는 호르몬과 세포액, 체액들이 모두 고갈된 상태이다. 저자는 사혈(瀉血)이나 부항(附缸) 등을 조심할 것을 당부한다. 최근 두통으로 사혈, 백회 뜸을 제의받았는데 다 물리쳤다. 모두 엄두가 나지 않았서였는데 구체적으로는 부작용이 걱정되어서이다.


저자의 글을 통해 치매나 파킨슨병은 위축성 위염, 신장 위축, 간경화 등 허열에 의한 장기(臟器) 문제 다음에 나타나는 증세라는 사실을 알았다. 파킨슨병은 골수(骨髓)의 병이다. 심장 기능이 위축되어 뇌까지 피를 보내기 어려워지면 뇌세포가 위축되어 파킨슨 질환이 온다. 최근 박상륭 작가의 ’죽음의 한 연구‘에 나오는 마른 늪에서의 낚시를 생각한 적이 있는데....


혈허(血虛)를 치료하지 않고 낫기를 바라거나 다른 처방을 쓰는 것은 마른 늪에서 낚시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학철부어(涸轍鮒魚)라는 말도 생각난다. 학철부어란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물에 있는 붕어라는 뜻으로 몹시 곤궁(困窮)하거나 위급한 처지에 있음을 의미한다. 혈허가 지속되면 골수도 손상을 입는다. 생명력과 연관되는 또 한 가지 기능이 골수에서 이루어지는 줄기세포 생성이다.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성체 줄기세포는 혈관을 타고 온몸을 순환하다가 조직세포의 손상이 진행된 장기에서 그 조직세포로 분화하여 우리 조직을 재생시키고 손상을 수리해준다고 한다.(247 페이지) 영양이 중요하지만 관건은 식단을 잘 짜서 밸런스를 맞춘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소장의 유익균과 유해균의 조화로운 균형에 있다.(251 페이지) 저자는 더 이상 병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진다면 우리 몸에서도 그 신호를 받아들여 협력해올 것이라 말한다. 대장정(大長程)을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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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 -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오행 습관
장허야오 지음, 정주은 옮김 / 비타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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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주피모(肺主皮毛)란 말이 있다. 폐가 피부와 모발을 지배한다는 말이다. 피부는 비위(脾胃)와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비위를 튼튼하게 하면 폐에 도움이 된다. 토생금(土生金)이기 때문 즉 비위를 상징하는 토가 폐를 상징하는 금을 낳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행(五行)에 따른 해석이다. 오행은 특별히 여성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부, 모발 등을 생각할 때 여성에게 더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오행을 이루는 목()은 나서 자라고 막힘없이 밖으로 뻗어나가는 작용을 하는 사물이다. ()는 뜨겁고 위로 솟는 작용을 하는 사물이다. ()는 심어서 기르고 수확하는 작용을 하는 사물이다. ()은 정결하고 소슬하며 변혁하는 작용을 하는 사물이다. ()는 아래로 흘러 윤택하게 하고 차가운 작용을 하는 사물이다.


중의사인 저자는 피부, 모발 뿐 아니라 가슴, 자궁, 난소 등의 건강도 오행의 작용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오행은 상생 관계 뿐 아니라 상극 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 등이 상생 관계를 나타낸다면 목극토(木克土), 토극수(土克水), 수극화(水克火), 화극금(火克金), 금극목(金克木) 등은 상극 관계를 나타낸다.


간이 손상되면 비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간은 목이고 비는 토이니 목극토를 말한다.) 풀어 쓰자면 간이 비장을 불편하게 한다기보다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가 아닌가 싶다. 사주(四柱)에 따라 체질이 결정된다.(부록에 사주에 따라 자기의 체질을 찾을 수 있게 표가 작성되어 있다.) 가령 목 체질은 오장 가운데 간()이 대응한다. 이는 간이 약하다는 의미이다. 오미 가운데 신 맛이 해당된다. 이는 신맛 나는 음식을 조절해서 먹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각 체질에 따라 신체적 특징, 신경 써야 할 장기, 걸리기 쉬운 질병, 황금 혈자리, 해당 음식 등을 제시해 보인다. 계절마다 다른 오행의 규칙들이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가령 봄(1 - 3)은 오행 가운데 목(), 오장 가운데 간(), 잘 걸리는 질병은 흉부 팽만, 유선증식 등에 잘 걸리며, 잘 걸리는 사람은 목 체질 여성과 간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이고, 방법은 간경 및 담경을 자극하는 것 등이 제시된다.


간에 문제가 있으면 늙어 보인다고 한다.(간은 목이다.) 물이 부족하면 땅은 점점 척박해져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진다. 이런 땅에서 자란 나무와 꽃이 푸르른 생명력을 발산할 리 없다. 여성의 간에 피가 부족하면 일찍 주름이 생기고 얼굴빛이 칙칙해지며 입술과 손톱이 창백해진다. 어지럼증을 자주 느껴 눈앞이 어질어질하고 기운이 없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된다. 노화가 일찍 시작된다.


간은 피를 담아두는고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간경(肝經)은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에 가장 기운이 왕성해 열심히 독소를 배출하는데 이 시간에 깨어 있으면 간이 독소를 배출하는데 써야 할 힘을 눈과 뇌를 위해 쓰게 되어 독소 배출이 되지 않아 몸 여기 저기에 문제가 생긴다. 아시혈(阿是穴) 즉 누르면 아픈 혈자리가 있다. 이에 걸맞게 저자는 간 건강을 지키려면 날마다 간경을 천천히 지압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지압을 하다가 가장 시큰거리거나 아픈 부위, 뭉쳐 있는 곳을 힘껏 누르거나 두드려주라고 말한다.


간이 피를 받으면 눈이 밝아져서 잘 보이게 된다.는 구절이 황제내경에 있다. 눈 건강을 위해 멀리보기가 필요하다. 눈동자 굴리기도 필요하다. 태충혈 문지르기도 필요하다.(태충혈은 발등 부분의 혈자리이다.) 귓불 만지기도 좋다. 저자는 장자의 양생주를 열심히 읽을 것을 권한다. 우리의 삶과 활력은 끝이 있지만 앎은 끝이 없으니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바라거나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기어코 하려고 하면 몸과 마음이 상해 정신이 오갈 곳을 잃는다고 귀띔하면서.


양생주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으나 앎에는 끝이 없다.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좇으니 몹시 위태롭구나.. 만사에 자연 법칙을 따르면 목숨을 지키고 천성을 보전하며 정신을 수양해 천수를 누릴 수 있다.저자는 호흡만으로 살이 빠지는 척주조식법, 지방간을 말끔히 없애는 음식과 혈자리 등을 알려준다. 심장은 여자의 영원한 집이다. 심장의 건강은 신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노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일생의 아름다움에 직격탄을 날리기 때문에 여성은 특히 심장 보양에 신경써야 한다.


먹을수록 수명이 길어지는 오행 심장 보양죽도 눈길을 끈다. 씨를 제거한 대추 20, 심을 제거한 연밥 20, 건포도 30, 대두 30, 흑미 적당량으로 만드는 죽이다. 하루 동안 물에 담갔다가 한 번에 냄비에 붓고 끓여 먹으면 된다. 대추는 폐금(肺金)을 보하고 연밥은 심화(心火)를 없애며 포도는 간목(肝木)의 기혈을 보양한다. 대두는 비(脾土)를 보한다. 흑미는 신수(腎水)를 보한다.


저자는 열등감과 소심함도 치료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소충혈에 침을 놓고 밝고 긍정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것으로 겁이 많고 소심한 여성들을 치료하는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다. 비위는 여자의 기본이다. 앞에서 말했듯(폐주피모) 폐가 튼튼해야 촉촉해 보인다. 역시 혈자리 자극이 필요하다. 쌀뜨물은 흰색으로 오행 중 금()에 속한다. 쌀뜨물을 얼굴에 담그고 숨을 참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폐가 튼튼해지고 피부가 백옥처럼 하얗게 된다고 하니 흥미롭다.


저자는 오행 폐 보양죽도 소개한다. 영향혈과 합곡혈을 시큰시큰하고 마비가 올 때까지 3분씩 문지르면 비염과 부비강염이 사라진다.(영향혈은 코 양 옆의 혈이다. 합곡은 엄지 손가락 옆의 혈이다.) 신장이 나쁘면 여성미가 부족해 보인다. 역시 혈자리가 중요하다. 저자는 머리 빗기의 놀라운 효과도 소개한다.


이 밖에 식초의 효능, 대상포진을 치료하는 비법, 연꽃처럼 앉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내용도 있다. 가부좌(跏趺坐)를 말한다.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는 고치법(叩齒法)도 있다.(는 두드릴 고이다.) 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은 여자에게 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특별히 여자에게 도움이 되는 책임은 물론이다. 여성이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 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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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o.nametests.com의 아이템들이 흥미 있어 자주 이용한다. 반신반의하게도 하고 흥미를 끄는 요소도 있는 가운데 종종 기막히게 하는 면도 있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반적인 성격 특성을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바넘 효과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볼 수 없는 것들도 꽤 있다. 오늘 마주친 아이템은 “당신을 성경의 인물에 비유하면 누구와 같을까요?“이다. 역시 흥미 만점의 것이어서 그냥 갈 수 없었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경 속 누구를 좋아하거나 이상시 또는 동일시하기나 하고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뒤로 하고 답을 구한 결과 남자인 내게 뜻 밖에도 살로메라는 여자가 나왔다. 결과 아래에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똑똑한 여자‘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성경에는 두 명의 살로메가 나온다. 예수의 무덤을 찾아간 여인 살로메, 세례 요한을 처형하는 데 직접적 원인이 된 살로메가 그들이다.


이복형과 이혼한 헤로디아와 결혼해 세례 요한의 비난을 받았지만 민심이 두려워 그를 죽이지는 못하고 감옥에 가두어 둔 헤롯은 연회에서 의붓딸인 살로메가 춤을 추자 그녀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헤로디아의 사주를 받은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목을 잘라 쟁반에 받쳐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고 헤롯이 이를 수용한다.


살로메는 주로 예술작품에서 애욕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로 묘사된다. 헤롯은 로마제국이 유대를 간접 지배하기 위해 유대의 왕으로 임명한 자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헤롯은 잔인하고 음흉한 광기어린 군주였지만 도시를 건설하고 농업을 장려하여 유대의 경제적 기반 확충에 힘쓴 선견적인 통치자였다. 헤롯이 구세주 예수를 죽이기 위해 유아들을 학살했다는 성경의 이야기는 근거가 불확실하다.


어떻든 그림에는 예수의 무덤이 아닌 헤롯, 헤로디아 등으로 보이는 인물과 살로메가 있는 장면이 연출되어 있으니 살로메는 헤로디아의 사주(使嗾)를 받아 세례 요한을 죽이게 한 그 살로메가 분명하다. 물론 성경은 살로메란 이름을 기록한 대신 헤로디아의 딸이라고만 기록하고 있다. ”헤로디아의 딸이 춤을 추어서, 헤롯과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왕이 소녀에게 말하였다. 네 소원을 말해 보아라. 내가 들어주마.’(마가복음 6:22)처럼.


살로메는 여러 예술가들에게 영감으로 작용했다. 쥴 마스네의 오페라 ‘헤로디아드’,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헤로디아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처럼. 그림으로는 앙리 르뇨(Henri Regnault: 1843 - 1871)의 ‘살로메의 춤’,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1488/ 1490 - 1576)의 ‘세례 요한의 머리와 살로메’, 로비스 코린트의 ‘살로메’ 등이다.


이 가운데 티치아노의 ‘세례 요한의 머리와 살로메’가 눈길을 끈다. 살로메의 미모가 출중(出衆)하고 로마의 도리아 팜필리 궁전(Plazzo Doria Pamphilj)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살로메를 이상적인 미(美)의 전형으로 생각한 타치아노는 몇몇 다른 그림들에 그녀를 등장시켰다. ‘거울과 함께 하는 여인‘, ’허영‘, ’성(聖)과 속(俗)의 사랑‘ 등...


도리아 팜필리란 이름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비로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인 QVL(Quella Vecchia Locanda)의 ’빌라 도리아 팜필리(Villa Doria Pamphili)'란 곡에서 만날 수 있다.(참고로 Quella Vecchia Locanda의 뜻은 저 낡은 여인숙이다.) 빌라 도리아 팜필리는 현재 이탈리아 총리의 전용 영빈관(迎賓館)으로 쓰이고 있다. 정리하면 플라초 도리아 팜필리는 미술관, 빌라 도리아 팜필리는 영빈관이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 - 1610)도 살로메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세례 요한의 머리를 받는 살로메’이다.(이 그림을 나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후 어머니인 성모의 무릎에 놓인 예수를 그린 ‘피에타’와 대조적인 그림으로 보았다. 전자가 세속적이라면 후자는 성聖스럽다.) 귀도 레니(Guido Reni: 1575 - 1642)도 살로메 그림을 그렸다. ‘세례 요한의 머리를 움켜쥔 살로메'이다.


티치아노, 카라바조, 레니 모두 팜필리 미술관의 주요 화가이다. 세 화가가 그린 살로메는 조금 또는 많이 다르다. 티치아노의 살로메가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이 세 화가들 중 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인물은 카라바조이다. 물리학자 레오나르도 콜레티는 카라바조가 그린 ’바울의 회심(回心)’을 예로 들어 막스 플랑크가 단행한 개종(改宗)에 비유될 행동을 설명한 바 있다.


콜레티는 이렇게 말한다. “물리학의 역사를 보면 모든 물리학자들이 실제로 개종을 할 수 있는 능력 그러니까 바로 플랑크처럼 자신의 이론을 포기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든 것은 아니“라고.(‘명화로 보는 32 가지 물리 이야기’ 68 페이지) 흑체(黑體) 복사(輻射)와 관해 플랑크는 복사가 연속적인 값이 아닌 특정 값을 갖는다고 봄으로써 즉 자신의 기존 이론을 포기함으로써 에너지는 근소 범위에서 변화하고 그 범위도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는 양자론(量子論)의 기초를 세웠다.


카라바조는 한편 백상현 교수의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에서는 매너리즘의 신비주의에 대립하는 상당히 직접적인 그림을 그림으로써 매너리즘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 화가로 설명되었다. 성스러운 인물도 범속하게 그린 화가가 카라바조이다. 레오나르도 콜레티가 그림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백상현 교수는 그림의 기법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물리학자와 예술학을 전공한 정신분석학자의 차이인가?


이제 카라바조가 매너리즘의 한계를 넘어서려 했다는 설명을 듣고 살로메를 그린 그림을 비교하면 티치아노와 카라바조의 그림에 나타난 살로메의 미(美)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티치아노의 살로메는 아름답고 요염한 반면, 카라바조의 살로메는 범속하고 남성적이기까지 하다. 사실적 재현의 전통에 반기를 들고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에 따라 예술작품을 구현한 예술 사조를 말하는 매너리즘은 만질 수 있고 인식 가능함을 의미하는 '양식(manner)'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maniera'에서 나왔다.


흥미로은 것은 박우진 학예연구사의 ‘미술, 과학을 탐하다’에 나오는 카라바조에 대한 설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성(聖) 도마’를 설명하며 17세기 로마의 시민들이 너무나 사실적인 카라바조의 그림을 보며 깜짝 놀랐다고 덧붙인다. 카라바조의 그림이 실제 손으로 만진 것 같은 촉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카라바조의 어떤 면이 매너리즘에 대립한 그림을 그리게 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카라바조 개인의 독특함이 그런 점을 이끌었지만 시대적 성숙도도 한 몫 했으리라 본다면 너무 도식적일까? 아니 카라바조를 잘못 평가하는 것일까? 카라바조는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의 주요 화가이다. 일그러진 진주라는 말에서 온 바로크는 카라바조를 잘 설명하는 듯 하다. 카라바조의 그림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르시소스‘이다. 리처드 체식(Richard D Chessick)의 ’자기 심리학과 나르시시즘의 치료‘의 표지를 장식한 인상적인 그림이다. 이 그림은 탄식하는 나르시소스의 면모를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나르시소스는 물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을 사랑하는 이룰 수 없는 소망으로 좌절해 죽은 신화 속 인물이다. 우리는 카라바조에 대해 잘 모른다. 틸만 뢰리히의 ’카라바조의 비밀‘(소설), 김상근 교수의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질 랑베르의 ’카라바조‘, 로돌포 파파의 ’카라바조: 극적이며 매혹적인 바로크의 선구자‘, 윤익영 교수의 ’카라바조‘, 로사 조르지의 '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 프란체스카 마리니, 레나토 구투소의 ‘카라바조’ 등 출간된 많은 관련서들 가운데 골라 읽어야겠다.


살로메가 내게 제시된 것은 의외이지만 놀랍지 않고 어느 면 만족스럽기까지 하다. 그녀의 똑똑함이 마음에 들고 미모도 그렇다. 당연히 나는 카라바조의 남성적이면서 범속한 살로메보다 티치아노의 아름다운 살로메가 마음에 든다. 가끔이지만 wanna be와 fall in love 사이에서 갈 바를 알지 못하는 나는 살로메가 내게 제시된 것이 만족스럽다. 오버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성의 내면에 자리한 이브와 다른 릴리스가 생각난다.


참하고 순종적인 이브적 본능과, 모성애를 거부하며 쾌락적, 적극적인 릴리스적 본능....이브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만들어졌다면 릴리스는 아담과 대등하게 흙으로 빚어졌다. 릴리스(Lilith)는 유태 신화에 나오는 여성으로 기원 전 3 - 5세기에 바빌로니아 탈무드에서 주요 인물로 형상화되었다. 릴리스는 여성 데몬이다. 존 콜리어(John Collier: 1850- 1934)가 그린 릴리스를 한 번 볼 것. 클라리사 에스테스의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야성(野性)과 여성성(女性性)의 행복한 결합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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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크라의 힘 - 내 안에 잠든 근원적 에너지를 깨우는 명상법
스와미 사라다난다 지음, 김재민 옮김 / 판미동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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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는 가깝고도 낯설다. 내가 관심을 두는 불교와 관련짓는다면 가깝지만, 어렵고 힘든 호흡법, 기이한 자세 등을 감안하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붓다가 요가 수행자(요기)였고, 불교의 철인들이 요가(yoga: 유가瑜伽))라고 불리는 원초적인 선정(禪定)의 수행에 전념했다는 일지 스님의 ‘중관불교와 유식불교’ 중 한 구절(180 페이지)을 참고하면 요가가 불교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지 스님은 위파사나는 요가 실천법의 하나라 말씀하신다. 요가를 정신과 육체의 결합 정도로 알고 있는 나에게 상당한 관심거리로 다가오는 말이다. 불충분했을망정 나도 위파사나를 했었기에 넓은 의미의 요가 수행자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번 읽은 김혜나 작가의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에 나와 있듯 관건은 호흡법이다. 호흡법의 중요성은 ‘차크라의 힘’을 쓴 스와미 사라다난다의 ‘호흡의 힘’을 통해 알 수 있다. ‘차크라의 힘’은 차크라를 중심으로 요가를 쉽고 상세히 설명한 책이다.


차크라는 에너지적 신체인 미세 신체 내에 에너지 통로들이 교차하는 곳에 존재하는, 생기 에너지로 이뤄진 강력한 소용돌이이다. 우리 몸에는 일곱 개의 차크라가 존재한다. 차크라들은 불균형한 상태가 되기 쉬운데 이로부터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차크라들은 감정과 생각이 물질적 신체에 영향을 주고, 물질적 신체도 감정과 생각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이라는 점이다. 전화 교환국처럼 기능하는 차크라들은 뇌의 뉴런들이 신호를 주고받음으로써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을 연상하게 한다.


인도에 차크라가 있다면 중국에는 단전(丹田)을 비롯한 혈(穴)이 있다. 그런데 최근 읽은 바에 의하면 붉은 밭인 단전은 자궁이기에 남자에게는 해당하지 않지만 자궁이 있는 부위를 어림잡아 남자에게도 단전이 있는 것으로 친다고 한다.(2015년 3월 16일 한국일보 허담 한의사 글) 그 단전에 해당하는 차크라는 어떤 차크라일까? 스와디스타나 즉 천골(薦骨) 차크라일 것이다.


저자는 차크라 명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에너지 센터들을 관념적인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직접 느껴볼 것을 주문한다. 차크라에 의식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흥미로운 것은 차크라에 따라 명상으로 발달되는 것들이 다르다는 점이다. 물라다라(뿌리) 차크라는 마음의 안정, 스와디스타나(천골) 차크라는 창조의 충동과 흐름을 따르는 능력, 마니푸라(태양신경총) 차크라는 적응하고 변화하는 능력, 아나하타(심장) 차크라는 연민과 자비, 사랑하는 능력, 비슛다(인후) 차크라는 창조성, 소통 기술,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능력, 아즈나(미간) 차크라는 지성과 직관, 사하스라라(정수리) 차크라는 영적 통찰력과 깨달음 등이다.


차크라를 알기 위해서는 하타 요가를 알아야 한다. 고대 이래로 차크라 명상은 하타 요가의 일부였다. 정신의 완성을 이루는 수단으로서 신체의 수련을 강조하는 하타요가는 정화방법, 호흡조절, 아사나(체위) 등을 강조한다. 세 종류의 신체가 있다. 물질적 신체, 아스트랄(미세) 신체, 종자로 된 원인적 신체 등이다. 원인적 신체에 과거 행위의 결과들인 카르마와 과거의 삶들로부터 전해진 모든 미세한 인상들이 축적된다.


미세 신체의 통로들이 나디이다. 7만 2천개의 나디 중에서 오직 세 개만이 차크라 명상에 연관된다. 척주(脊柱)의 왼쪽으로 흐르는 이다(Ida), 오른쪽으로 흐르는 핑갈라(Pingala), 척주로 추정되는 중앙 통로로 흐르는 수슘나(Sushumna) 등이다. 이다(Ida)가 달과 여신 삭티로 상징되고 여성, 차가움, 능동적 음(陰), 침착, 내향적, 통합적, 감정적, 주관적, 비언어적, 공간적, 직관적인 특징을 지닌다면 핑갈라(Pingala)는 태양과 남신 쉬바로 상징되고 남성, 따뜻함, 수동적, 양(陽), 흥분, 외향적, 분석적, 이성적, 객관적, 언어적, 수리적, 논리적인 특징들을 지닌다.


호흡이 양쪽 콧구멍으로 고르게 드나드는 유일한 때는 명상을 하는 동안 곧 호흡이 중앙 에너지 통로인 수슘나로 들어갈 때다. 쿤달리니는 어머어마한 잠재적 에너지의 원천이다. 쿤달리니를 각성시키면 신비로운 체험이 가능하다. 먹기 명상이 있는 것도 특이하고 여러 어려운 아사나들도 흥미롭다. 한의학에서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이란 말을 한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말이다.


차크라 명상은 통즉불통 불통즉통의 담론이 더 구체화되고 전문화된 것 같다. 본문에 소개된 여러 아사나들은 우선 기이하게 여겨진다. 물론 기이함이 목적이 아니다. 필요에 의해 그렇게 기이하게 보이는 형태로 나타났을 것이다. 얀트라 명상이 있다. 설명(용어풀이)에 의하면 얀트라는 신비한 도형 또는 기하학적 상징이자 우주와 그것의 축소판으로서 인간의 신체 층위와 에너지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도상(圖上)이다.


본문에는 각 차크라에 해당하는 아사나들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틈나는대로 펴보며 따라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이든 눈으로만 익히거나 머리로만 익히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으로 익히는 것이 최선이다. 옴 명상도 있다. 진동과 관련 있는 이 명상은 잠재적인 심령적, 정신적 힘이 깨어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비슛다 에너지를 위한 요가 아사나편에 내 눈길을 끄는 것이 나온다.


어깨로 서기 자세인 사르방가사나, 쟁기자세인 할라사나 등이다. 평소 하는 것들이다. 아즈나 에너지를 위한 요가 아나사에 반물구나무서기 자세가 있다. 우주적인 잠인 요가 니드라(잠)는 편안한 자세로 눕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시르샤사나 즉 물구나무서기 자세가 나온다. 하타 요가의 정수(精髓)라고 한다. 통찰력과 직관력의 명료성을 높여준다, 이 자세는 내가 가끔 취하는 자세인데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울 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알고 싶다. ‘차크라의 힘’은 요가를 상세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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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 후암동 골목 그 집 이야기
권희라.김종대 지음 / 리더스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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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華川)에 한옥 학교가 있다. 내 형편을 생각하면 가입을 망설이게 되는 목수 양성 학교이다.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목수(木手)의 길은 목수(木修)의 길이며 숲길을 걸어들어가 홀로 깊어지는 것”이라는 문구가 생각을 유도한다. 내 서재에는 ‘한옥 짓는 법’이란 책이 있다. 구입한 지 5년이 되어 부분 부분 탈색이 된 책이 내 꿈의 퇴색을 알려주는 듯 하다. 물론 아직 퇴색은 아니고 유보라 말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건축, 공간, 서재, 마당 등을 키워드로 한 책들을 꽤 읽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집 사정은 상당한 격랑과 침체가 공존하는 듯 하다. 1인 가구가 많은 현실에서 회재(晦齋) 이언적의 독락당(獨樂堂)이 얼핏 대비되어 생각된다. 홀로, 고독함을 즐기는 집이지만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1인 가구와 독락은 너무 다르다. 우리는 어느덧 집 크기를 행복, 재산 등과 등치시켜 생각하곤 한다.


협소주택(狹小住宅)이란 개념을 생각해 보자. 집을 지을 수 없을 만큼 좁은 땅에 최상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동원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 주택을 말한다. 공사비가 저렴하지 않다. 끊고 버리고 떠나라는 의미의 단사리(斷捨離) 운동이 집은 그대로 둔 채 소비 또는 소유를 줄이는 것이라면 협소주택은 집 자체를 작게 하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물론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은 이렇게 협소 공간이란 개념을 주요하게 인지시키는 책,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아이를 구출하려는 계획에 따라 골목으로 이루어진 동네에 집을 짓게 된 부부의 책이다. 아내는 실내 건축 디자이너이고, 남편은 영화 프로듀서이다. 부부는 불필요한 기름기를 뺀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자신들의 집짓기 프로젝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 말한다.


그들이 지은 집의 이름은 디자인 하우스이다.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구성을 취했다.(본문에는 희노애락이라 나오지만 정확한 것은 희로애락이다.) 부부는 쾌적하고 편리할 줄만 알아 살기 시작한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의 생활이 골칫덩어리 같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부부는 아파트의 획일성과 무작정의 학원 교육을 불편해 하는 의식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쾌적한 환경을 찾아 힘든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말이 해당되는 사례이다. 부부는 자신들이 지은 집을 크래프트 홈으로 만들어 갔다. 집을 사람과 문화와 음악으로 채워간 것이다. 이런 집은 당연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정체성이 반영된 공간이 될 수 밖에 없다. 책을 읽으며 고(故) 김현 평론가의 ‘두꺼운 삶과 얇은 삶‘이란 글을 생각했다. 그에 의하면 아파트에서의 삶은 인위적이고 표면적인 것만을 중시하는 얇은 삶이고, 땅집에서의 삶은 자연적이고 정신적인 것의 가치를 중시하는 두꺼운 삶이다.


사실 집, 하면 투기, 아파트 공화국, 폭력적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부정적인 개념들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부부가 정착하기로 마음 먹은 곳은 후암동이다. 몇 년 전 언론인인 서화숙 님의 ’마당의 순례자‘란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선택한 곳은 부암동이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후암동을 부암동으로 착각했다. 부암동은 서울의 이색 공간이라 할 만큼 문화나 정서 면에서 빛나는 곳이다.


그런데 후암동은? 부부는 왜 구도심의 낙후된 동네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성장과 개발 이전의 사람이 중요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에 닿았다.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선 여정이 희(喜)에 담겨 있다면 로(怒)에는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출렁이는 땅값이라든가 전문가는 없고 훈수꾼만 넘치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 부부는 젊다. 걷기를 즐기고 세류에 편승하지 않는 자신들만의 안목과 취향도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에는 안 해보고 후회하지 말고 경험을 통해 뭐라도 배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발품을 팔고 공을 들여 집을 짓다 보면 과정 자체를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상량식(上梁式)이 인상적이다. “’논어‘와 ’맹자‘를 탐독 중인 아버지가 문구를 정하고 취미로 캘리그라프에 한창 빠져 있는 어머니가 붓글씨를 쓰고 가구 만들기가 취미인 우리가 나무를 켜서 판을 만들고 전체적인 디자인을 맡기로 했다.”


부부는 축소인봉(築巢引鳳: 둥지를 만들어 봉황을 끌어들인다)이란 문구 양쪽에 예쁜 발자국과 손자국을 찍어 가족만의 상량판을 완성했다. 애(哀)는 건축 과정에서 벌어진 실망스런 사연들, 힘겨운 사연들이 담긴 장이다. 부부는 말한다. 자신들에게 집은 인생 역전이나 큰돈 버는 수단이 아니었다고. 다채로운 삶의 레시피를 모색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던 것 뿐이었다고.


이 장에는 편하게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들과 달리 맞춤식 집을 지을 때 발생하는 시공업자들과의 트러블들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고 실제로 우리가 직접 그런 경우에 처할 수도 있기에 충분한 참고거리가 된다. “상황에 따라 업체에 맡길지 직접 시공할지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돈은 돈대로 쓰고 어이없는 결과만 떠안게 될 수도 있다.”


부부가 원한 공간은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요리를 하면 집 전체가 부엌이 되고, 책을 읽으면 서재가 되고, 잠을 자면 침실이 되고, 아이와 놀고 있으면 놀이방이 되고, 손님이 오면 응접실이 되는 공간을 말한다. 시공업체로서는 생소한 주문 사항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부부가 원한 것은 작아도 넓고 깊어 보이는 집이었다. 관건은 부부가 말했듯 15평 집에서 넓고 깊이 있는 공간을 누리며 사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다시 김현 평론가의 두꺼운 삶이라는 말을 생각하게 된다. 집 짓기는 그야말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우리가 사는 데 필요한 것은 그만큼 많다. 부부가 원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가족의 웃음소리와 행복한 추억으로 넘쳐나는 공간이다. 마지막 장은 락(樂)이다. 참 행복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치른 노고와 생각 등을 생각하면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님을 헤아려야 한다.


부부의 집은 부부와 아이만이 아니라 부모까지 함께 층을 달리해 사는 가족의 공간이다. 덧붙여 사무실까지 갖춘 더할 나위 없는 여건을 갖추었으니 참 부럽기까지 하다. 부부는 작은 집이 더 마음 편하다고 말한다. 드디어 후암동 주민이 된 부부는 남산 도서관과 용산 도서관 이야기를 한다. “북촌에 정독도서관이 없었어도 이사를 왔을까? 아마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 영화 평론가의 말과 달리 도서관을 보고 거처를 택한 것은 아니지만 듣기 좋은 이야기이다.


집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주거 형태에 따라, 거주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부부는 거창한 집짓기가 아니어도 본인에게 행복을 주는 공간을 만드는 방법은 많다고 말한다.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은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책이다.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알찬 책이다. 얼마 전 경복궁 답사를 통해 집 정확하게는 궁궐의 유서(由緖)와 의미를 배운 나에게는 흥미있게 다가온 책이다.(강의를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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