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흰’을 읽었다. 형용사인 한 음절의 단어를 제목으로 설정한 것이 새롭게 느껴졌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 김인희 님의 페북 글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흰’은 엔트로피의 최소점을 의미한다.(정확하게 말하면 김인희 님이 엔트로피의 최소점을 염두에 두고 ‘흰’이란 말을 사용한 것이라 해야 옳다.) 김인희 님에 따르면 ‘흰’이란 말은 기형도 시인의 ‘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란 시의 마지막 행의 마지막 시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날, 나의 플래시 속으로 갑자기, 흰”이 그것이다. 엔트로피의 최소점이란 말을 접하고 나는 가능한 최선의 세계를 떠올린다. 이바르 에클랑의 동명의 책이 나온데 힘입어서이다.


가능한 최선의 세계는 라이프니츠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가능한 최선의 세계‘는 가능한 최선의 세계란 개념을 수학으로 풀어낸 책이다.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에서 들뢰즈는 라이프니츠의 낙관론을 이상한 것으로 본다. 그래도 신과 대화하는 학문인 수학으로 가능한 최선의 세계를 풀어낸 책이니 기대를... 그래야 하리라. “...글을 쓴다는 것/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기대 없이,/ 하도록 돼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란 서동욱 시인의 ’스피노자‘란 시의 핵심부를 실천하듯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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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지식탐험 링크 - 흩어진 지식을 모아 사고의 폭을 넓히다
<EBS 융합형 지식탐험 링크> 제작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EBS 지식 탐험 링크는 지식을 활용해 통찰 넘치는 혜안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이 기획을 따르면 당연히 많은 지식을 얻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지식을 잘 활용하는 것이 장려된다. 음식, , 영웅, 속도, 기억 등 13 가지 주제어들을 택한 뒤 각각의 개념들을 다섯 가지 시각으로 연결(링크)하고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내는 방식을 시연해 보이는 ‘‘EBS 지식 탐험 링크Intro(흥미로운 이야기거리), Link(지식의 확장), Map(지식의 도식화), Outro(새로운 결론), Must question(여러 질문들에 대한 독자의 생각 정리) 등의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이 방식은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내는 방식을 보여줄 뿐 아니라 책을 집필하는 데 유용한 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파트인 편을 보자. 무한대의 책이 보관되어 있는 상상의 바벨도서관이 작은 제목으로 정해졌고, 천국을 도서관과 같은 곳이라 상상한 보르헤스의 말이 인용되었고, 분서, 책이 타고 사람도 탄다는 작은 제목 아래에 책을 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태울 것이다.란 하이네의 말이 인용되었다.


Link 1에서는 금서(禁書), Link 2에서는 왕들의 금서, 조선왕조실록, Link 3에서는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Link 4에서는 삶의 진실을 파고드는 문학의 힘, Link 5에서는 사람이 책이 되는 휴먼 라이브러리가 소개되었다. 이어 Map으로 다섯 가지의 링크를 그림으로 간결하게 정리했다. Outro에서는 진화를 뜻하는 evolution이 책을 펼치는 일을 가리켰다는 사실을 제시한 바탕 위에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진화할 수도 퇴화할 수도 있다는 말을 더한다.


Must question에서는 우리는 왜 도서관에 갈까요?, 좋은 책, 나쁜 책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금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은 어떻게 지식의 혁명과 사상의 전파를 이끌었을까요?, 종이책은 정말 사라질까요?등의 질문이 제시되었다. 첫 번째 질문(우리는 왜 도서관에 갈까요?)에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도서관은 인류가 쌓은 지식이 망라된 곳이라는 답을 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발간된 모든 책이 보관될 수는 없다.


두 번째 질문(좋은 책, 나쁜 책의 기준은 무엇일까요?)에는 이런 답을 할 수 있다. 기존의 지식을 새로 쓰게 하는, 그리하여 더 참된 지식을 받아들이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참된 인식은 자기부정의 연속(인간의 얼굴209 페이지)이라는 말을 참고할 만하다. 세 번째 질문(금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은 다소 생각이 필요하다. 금서라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식을 확장하고 인식을 새롭게 하고, 틀에 박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상식을 깨트리는 책이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네 번째 질문(책은 어떻게 지식의 혁명과 사상의 전파를 이끌었을까요?)은 인쇄술과 관련된 지식을 필요로 한다. 충분히 답하려면 상당한 분량의 논술이 필요하다. 짧게 인쇄술 발달로 책의 대량 발간 및 유통이 가능해졌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다섯 번째 질문(종이책은 정말 사라질까요?)에 대해서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종이책의 질감을 느끼려는 사람들의 존재, 휴대하기 좋은 편리성에 대한 선호, 책을 쌓아 두었을 때의 시각적 효과 등을 무시할 수 없다. 밑줄을 치고 메모하고 접을 수도 있는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책이 선보이는 구성 방식을 따라 각각 주제를 하나씩 선정해 Intro, Link, Map, Outro, Must Question 등을 설정해 보자. 어떤 주제를 선택하면 좋을까? 사랑이라면 어떨까? 사랑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처음에 배치하고 Link1. 사랑의 소중함, 2, 세기적 사랑들, 3, 철학자들의 사랑론, 4, 정신분석에서 보는 사랑, 5, 사랑의 의의 등을 설정한 뒤 Map을 거쳐 Outro에서 퇴색한 사랑의 현실을 고발한다.


Must Question에서 1, 사랑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2, 사랑은 왜 설레는가? 3, 사랑은 왜 아픈가? 4, 동성애는 왜 문제시되는가? 5, 인공지능(AI) 시대에 사랑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등을 설정한다. 사이토 다카시식으로 말하면 Must Question은 발문(跋文: 독해를 요구하는 구체적 질문)에 해당한다. 다카시는 글 잘 쓰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에서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전체를 구성하고 틀을 짜는 대신 무조건 글을 쓴다는 말을 했다.


구성을 먼저 짜고 글을 쓰는 것은 중요하다. 아울러 덧붙일 것은 전체적 구성을 미리 생각하며 글을 쓴다고 해서 모든 참고 자료를 미리 읽고서 글을 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때 그때 필요한 부분을 찾아 참고하면 될 것이란 말이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필요한 책도 달라질 것이다. 대세는 융합(融合)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공부 자체보다 지식들을 연계해 하나의 틀을 짜는 것이 더 중요하다. EBS 지식 탐험 링크는 틈나는 대로 정독할 책이다. 독해를 요구하는 구체적 질문들을 생각해두는 독서생활을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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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철 작가의 '포로들의 춤'은 스위스의 유명 사진작가인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 1916 - 1954)이 남긴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실마리를 얻은 소설집이다. 작가가 실마리를 얻은 사진은 가면을 쓴 포로들끼리 팔을 엮은 채 스퀘어 댄스를 추는 1952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의 기이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유엔 재교육 캠프에서의 스퀘어댄스, 거제도, 한국 1952'(Square Dance, Koje Do, Korea, 1952)란 제목이 붙었다. 포로수용소에서의 춤이라니 비상식적이다. 이 사진이 증거하는 비상식은 님 웨일즈와 김산의 '아리랑'에 나오는 의열단원(義烈團員)들의 기이한 행적을 떠올리게 한다. 독서와 오락을 즐겼고 사진을 즐겨 찍었고 공원 산책하기를 즐긴 아나키스트 성격의 무장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원....임시정부의 활동을 미온적인 것으로 본 사람들... 차이가 있다면 포로수용소에서의 춤이 비자발적인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심리적 안정과 거리가 먼 의열단원들의 독서와 오락, 사진찍기와 산책은 자발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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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의 손에서 떠날 때는 모든 것이 선하지만 인간의 손으로 넘어오면 모든 것이 악해진다.“ 이 글은 루소가 쓴 ‘에밀’의 첫 문장이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해명하는 데에도 참고할 만한 250년 전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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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읽기는 허공을 가르는 듯하다. 쉬운 책과 어려운 책 사이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책과 필요한 책 사이에서 길을 잃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마수미란 이름이 내게 다가왔다. 알라딘 이벤트로 마수미의 ‘가상과 사건’ 서평회가 마련되어 있다. 젊은 서평자 세 명이 해당 책을 읽은 결과를 서평 형식으로 발표하고 질의 및 토론을 할 것이라고. 관심이 있지만 기피해오곤 한 저자이고 개념이다. 마수미의 책 제목을 블로그 이름으로 설정한 블로거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영향력이 꽤 크다고 생각할 만하다. 문제는 내 읽기에 있다. 과연 필요한가, 란 의문이 선택을 막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책을 읽어 생각이 풍성해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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