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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생명사 -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3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박유미 옮김, 장수철 감수 / 더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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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억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언제나 패자(敗者)였고 멸종된 것은 강자(强者)였다는 주장을 하는 책이다. 저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일본의 농학박사이자 식물학자다. 지난 2019년 출간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을 사려다가 말았었다. 그러다가 올해 6월 나온 ‘패자의 생명사’의 제목에 이끌려 구입했다.

 

이 책은 단순히 패자(敗者) 이야기를 한 책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관된 지질, 기후, 생태 등을 큰 틀에서 흥미롭게 언급한 책이다. 물론 중심은 생명이다. 큰 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은 다섯 번의 멸종을 이야기한다. 다섯 번의 멸종이란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 등에 일어난 멸종을 말한다.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수수께끼다. DNA 유전 암호에 따라 단백질 합성이 이루어지는데 단백질 합성에는 단백질 효소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풀기 어려운 과제다.(8 페이지) 생물은 DNA를 저장할 핵이 없는 원핵세포에서 핵이 있는 진핵생물로 진화했다.(19 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독자적인 원핵생물이었으나 다른 세포 안에서 공생 관계를 유지하다가 세포 소기관이 되었다.(19 페이지)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는 동물 세포와 식물 세포 모두에 존재하는 반면 엽록체는 식물 세포에만 존재한다.(24 페이지) 식물과 동물은 같은 조상에서 갈라진 먼 친척이다. 공통 조상을 가졌다고 해도 동물과 식물은 겉모습이나 삶의 방식이 너무 다르다.(45 페이지)

 

우리의 조상인 단세포 생물은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인 세균을 끌어들여 공생하기 시작했다.(45 페이지) 미토콘드리아와 공생을 시작한 어떤 단세포 생물이 엽록체의 조상인 생물을 끌어들여 공생을 하게 되었다. 엽록체도 미토콘드리아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DNA를 가진 독립적인 생물이다. 이것이 식물의 조상이다. 미토콘드리아와 공생을 시작할 무렵 동물의 조상과 식물의 조상은 같은 생물이었다.

 

하지만 엽록체와 공생하게 되면서 식물의 조상은 우리 동물의 조상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동물은 움직이면서 돌아다니지만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다. 식물 세포는 확실한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세포벽을 만들었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세균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세포벽은 방어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동물 세포에는 벽이 없지만 식물 세포에는 벽이 있다.

 

균류는 진화 과정에서 엽록체를 가지지 못한 채 식물 세포와 이별한 생물 중 세포벽을 가진 존재다. 고대 지구에는 산소라는 물질이 없었다. 당시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였다. 그런데 27억년전에 갑자기 산소라는 맹독이 지구상에 나타났다. 이를 대산화(大酸化) 사건 또는 산소 대폭발 사건이라 부른다. 이 사건은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세균의 출현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산소 농도가 상승함에 따라 지구상의 생물이 멸종한 사건을 산소 홀로코스트라 칭한다. 산소는 독성이 있는 대신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평화롭게 지내던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산소로 가득 찬 지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산소로 가득 찬 지구상의 생물은 산소라는 맹독을 내뿜는 식물의 조상인 괴물과 그 산소를 이용하는 동물의 조상인 괴물로 양분되었으며 이들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57 페이지)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들어 낸 산소는 바다 속에 녹아 있던 철이온과 반응해 산화철을 만들었다. 산화철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지각 변동이 일어나자 산화철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철광상이 후에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득한 시간이 흐른 후 인류가 출현했다. 인류는 철광상에서 철을 얻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철을 사용해서 농기구를 만들어 농업 생산력을 발전시켰고 철을 사용해 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켰다. 이 모든 것이 시아노박테리아 때문이다.(58 페이지) 산소가 자외선을 만나면 오존이 된다. 오존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바다속에 있던 시아노박테리아는 식물의 조상과 공생하여 식물이 되어 지상으로 진출했다.(59 페이지) 7억년전 눈덩이 지구(스노볼 어스)가 끝난 후 지구에 번성했던 다세포 생물을 에디아카라 생물군이라 한다. 스노볼 어스 직후 갑자기 다세포 생물이 출현했다. 얼어붙은 지구에서 생명은 극히 한정된 장소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겨우 살아남은 집단에서 여러 가지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집단 속으로 널리 퍼진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숨을 죽이고 있는 작은 집단 속에 다양한 유전적 변이가 축적되었을 것이다. 생명은 최초의 스노볼 어스 이후 진핵생물이 되었고 두 번째 스노볼 어스로 다세포 생물로 진화했다.(87 페이지) 스노볼 어스로 폐쇄된 환경에 있었던 생물들은 작은 집단 속에서 유전적 변이의 다양성을 축적해 갔다.

 

이렇게 축적된 변이가 다세포 생물의 급격한 진화를 이끌어 에디아카라 생물군을 낳았다. 이후 캄브리아 폭발로 이어져 새로운 생물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번성했던 에디아카라 생물군도 캄브리아기가 시작되자 멸종했다. 이유는 불명이다.(94 페이지) 캄브리아 폭발로 새로운 생물이 출현한 것은 생물 세계에서 포식이 시작됨에 따라 야기된 것으로 짐작된다. 캄브리아 폭발 시기에는 다른 생물을 먹이로 삼는 포식자가 출현했다.

 

이로 인해 공격하는 자와 방어하는 자의 군비경쟁이 시작되었다. ‘눈(eye)’의 출현이 군비경쟁을 치열하게 했다. 땅 위라는 신천지를 얻은 물고기는 어떤 물고기였을까. 이들의 조상은 바다에서 생존 경쟁에서 패하여 기수역(汽水域)으로 진출한 물고기들이었다. 싸움에서 계속해서 패배한 물고기는 결국 강 상류를 서식지로 삼았다.

 

강을 서식지로 삼은 물고기들 중에서 작은 물고기는 민첩하게 헤엄치는 실력을 키웠다. 반면 빨리 헤엄칠 수 없는 느린 대형 어류는 물이 얕은 곳으로 쫓겨났다. 강 상류로 쫓겨난 물고기가 결국 땅 위로 상륙해서 양서류가 되었다. 이 양서류는 파충류와 공룡, 조류, 포유류의 조상이 되었다.(108 페이지)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뒤 그들은 줄곧 바다속에서 살았다.

 

5억년전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맨틀 대류가 일어나 거대한 대륙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에서 살던 생명은 이 광활한 개척지를 목표로 삼았다. 펼쳐진 대지에 최초로 진출한 것이 식물이다. 지금의 육상 식물의 조상은 조류(藻類)의 일종인 녹조류다. 광합성을 하는 녹조류에게 빛을 마음껏 쬘 수 있는 육지는 매력적인 환경이었다.

 

다만 육지는 생물에게 유해한 자외선이 쏟아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식물 스스로의 작용으로 개선되었다. 바닷속에 있는 식물들이 방출하는 산소로 인해 상공에 점차 오존층이 만들어졌다. 고생대 실루리아기인 4억 7천만년전 식물이 상륙했고 데본기인 3억 6천만년전 양서류의 조상인 어류가 상륙했으니 식물이 1억년 이상 빨리 상륙한 것이다.(117 페이지)

 

최초로 상륙한 식물은 이끼식물을 닮은 식물이었다. 이끼는 몸의 표면으로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한다. 이는 물속의 녹조류와 같다. 이끼는 따라서 몸 주변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물가에서만 자랄 수 있었다. 그 후 육상생활에 적합하도록 더욱 진화한 것이 양치식물이다. 양치식물은 줄기를 발달시켰다. 물속에서는 몸을 지탱해주는 구조가 필요 없었지만 육지에서는 몸을 지탱하기 위한 튼튼한 줄기가 필요했다.(117 페이지)

 

양치식물은 건조한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체내 수분을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표피를 발달시켰다. 표피를 발달시키면 수분이 체외로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수분을 흡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양치식물은 수분을 흡수하기 위한 뿌리와, 뿌리로 흡수한 수분을 몸속으로 전달하기 위한 통로 역할을 하는 헛물관을 발달시켰다. 관다발을 발달시켜 몸속에 물을 효율적으로 운반함으로써 양치식물은 가지를 무성하게 만들 수 있었다.

 

가지가 무성해지면 잎이 많이 달려서 광합성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양치식물은 거대하고 복잡한 몸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118 페이지) 최초의 식물이 육지에 진출했을 때 흙은 없었다. 단지 모래와 돌로 이루어진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생물 사체 같은 것이 분해되어 흙이 되었다. 유기물이 풍화한 암석과 섞여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영양분을 함유한 흙이 되었다. 양치식물은 흙을 기반으로 서식지를 넓혀갔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뿌리를 가지게 되었다. 양치식물이 물가에서 분포를 넓혀가자 당시까지 물가에서 살았던 양서류는 공룡의 조상인 파충류로 진화했다.(123 페이지) 양치식물이 번성하게 되자 육상에는 풍부한 생태계가 구축되었다. 양치식물이 진화하면서 분포를 넓혀 식물의 양과 종류가 늘어나자 식물을 먹이로 삼는 다양한 파충류도 종류가 늘어났고 초식 파충류를 먹이로 삼는 육식 파충류도 발달했다.

 

양치식물은 육상으로 진출했으나 수정(受精)을 해서 자손을 남겨야 했기 때문에 물가를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 양치식물은 포자로 이동한다. 포자가 발아해서 전엽체가 형성된다. 전엽체 위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지고 정자가 물속을 헤엄쳐 난자에 도달해서 수정한다. 정자가 헤엄쳐서 난자에 도달하는 것은 생명이 바다에서 탄생했음을 알게 하는 단서다. 지상에 진출한 양치식물도 정자가 헤엄칠 물이 필요했기에 습지에서만 자랐다.

 

양치식물이 이루지 못한 건조 지역 진출을 이룬 것이 겉씨식물이다. 겉씨식물이 출현한 것은 5억년전인 고생대 페름기다. 양치식물이 건조한 지역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은 씨앗을 발명했기 때문이다.(125 페이지) 씨앗은 바람의 도움을 받아 물이 있는 장소까지 도달할 수 있다. 포자는 종자식물의 꽃가루에 해당한다. 꽃가루는 정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세포를 만든다.

 

정세포는 정자와 비슷하지만 헤엄치는 편모를 가지고 있지 않아 정세포라 불린다. 꽃가루는 밑씨와 만나 종자를 만든다. 종자가 될 밑씨에 꽃가루가 닿으면 꽃가루관이라는 관이 암술 속으로 뻗쳐진다. 정세포가 꽃가루관을 타고 내려가 밑씨 안의 난세포와 수정한다. 이런 방법에는 물이 필요하지 않다. 이런 까닭에 종자식물은 물이 없는 건조지대로 분포를 넓혀갔다.

 

양치식물은 한 번(포자로) 이동하지만 종자식물은 두 번(꽃가루와 씨앗으로) 이동한다. 양치식물의 포자에는 암수 구별이 없지만 꽃가루는 번식할 때 수컷 역할을 한다. 꽃가루가 멀리 이동함으로써 더 다양한 개체와 교배함으로써 다양한 자손을 남겼고 진화의 속도도 가속화할 수 있었다. 겉씨식물이 진화하게 되자 다양한 공룡이 탄생했다. 빠른 속도로 진화를 이룬 겉씨식물은 초식 공룡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공룡도 거대화되었다. 겉씨식물과 공룡이 거대화 경쟁을 하면서 거대한 겉씨식물로 이루어진 숲과 거대한 공룡을 주인공으로 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127 페이지)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빅 파이브라 한다. 네 번째 대멸종인 트라이아스기 멸종은 거대 초대륙 판게아가 분열해 땅속에서 대량으로 토출(吐出)된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인해 지구 온도가 상승한 결과다. 거대한 화산 폭발로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가득 채워 산소 농도가 현저하게 저하되었다.

 

저산소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운 파충류가 번성하면서 공룡으로 진화했다. 6500만년전인 백악기에 다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났다.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 앞바다에 운석이 충돌해 공룡이 대거 사라졌다. 당시의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물이 있다. 생존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공통점이 있다. 공룡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제한된 곳에서 살던 패자들이란 점이다.

 

과거의 대멸종은 화산 폭발이나 운석 충돌 등 물리적 현상으로 인해 발생했다. 하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은 생명체인 인류에 의해 시작되었다.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기 전부터 공룡은 식물 진화로 인해 점차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 겉씨식물은 꽃을 피우지 않는다. 쥐라기 숲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꽃이 없었다. 쥐라기부터 중생대 말기 백악기에 걸쳐 꽃이라는 기관을 발달시킨 속씨식물이 출현했다.

 

속씨식물은 속도를 무기로 번성해갔다. 밑씨가 씨방에 싸이게 된 것은 혁신적인 사건이다. 밑씨는 씨방 속에 싸여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 수정 속도도 빨라졌다. 씨방이 없는 겉씨식물은 꽃가루가 암술에 도착한 후 1년을 기다려야 수정이 완료되지만 씨방이 있는 속씨식물은 꽃가루가 암술에 도착한 후 24시간 이내에 수정이 완료된다.(143 페이지) 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속씨식물은 아름다운 꽃을 가지게 되었다.

 

식물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은 곤충을 불러들여 꽃가루받이를 시키기 위해서다. 겉씨식물은 풍매화(風媒花)다. 꽃을 아름답게 장식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꽃잎을 장식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많은 꽃가루를 만드는 것이 낫다. 바람에 꽃가루 받이를 맡기면 수꽃에서 암꽃으로 꽃가루가 도착할 확률이 낮다. 겉씨식물에서 진화한 속씨식물도 처음에는 풍매화였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곤충이 꽃가루를 옮기게 되었다.

 

식물은 곤충의 먹이로 줄 달콤한 꿀도 준비하고 좋은 향기를 풍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곤충을 불러들였다. 식물은 초식 공룡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다양한 궁리를 했을 것이다. 알칼로이드라는 독성 화학물질을 몸에 지닌 것이 대표적인 예다. 소화 불량 또는 중독으로 공룡에게 큰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속씨식물은 외떡잎식물과 쌍떡잎식물로 나뉜다.

 

식물이 풀로 진화했다는 것은 외떡잎식물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오늘날에도 외떡잎식물은 모두 풀이다. 외떡잎식물이 된 것은 불필요한 것은 모두 버리고 복잡한 구조를 단순화한 것이다. 속씨식물은 극적인 진화과정에서 열매도 발달시켰다. 공생하기 위해서였다. 씨방을 먹은 포유류가 씨방 속 씨앗을 체외로 배설해서 결과적으로 씨앗이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열매를 먹고 씨앗을 옮겨준 최초의 동물은 포유류였다. 포유류는 이빨이 있어 씨앗을 부술 우려가 있다. 조류는 이빨도 없고 하늘을 날기에 이동 거리도 길어 식물에게는 최적의 파트너다. 식물은 씨앗이 성숙해지기 전에 먹이가 되지 않도록 덜 익은 열매는 잎처럼 녹색으로 만들어 눈에 띄지 않게 했다. 쓴맛으로도 열매를 지켰다. 식물은 곤충을 이용하게 되었다.

 

곤충을 위해 달콤한 꿀을 준비한 것이다. 얄미운 적이었던 곤충을 교묘하게 동료로 만든 것이다. 꽃도 열매도 백악기에 발달했다. 새도 곤충도 꽃가루나 열매를 먹으려고 꽃으로 접근한 것이지만 식물은 그들을 파트너로 만들었다. 운석이 지구를 폭격한 후 공룡이 멸종했고 지구 기후가 한랭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위에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나뭇잎을 떨구는 것이다.

 

식물에게 잎은 광합성을 위해 필수적인 기관이다. 하지만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한다. 운석 충돌로 발생한 대량의 먼지가 대기권으로 올라가 햇빛을 차단하자 식물의 광합성 활동이 감소했다. 기온이 내려가면 물기나 영양분을 흡수하는 뿌리의 기능이 둔화되어 물의 양이 부족해진다. 광합성 능력은 저하되고 잎의 증산 작용으로 귀중한 수분은 낭비되는 상황이라면 잎은 짐이 된다. 그래서 잎을 떨어트리게 되었다.

 

떡갈나무, 녹나무 등은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나무를 상록수(常綠樹)라고도 하고 조엽수(照葉樹)라고도 한다. 잎의 표면에 광택이 나기 때문이다. 나뭇잎이 큐티쿨라(cuticula; 각피; 殼皮)라는 왁스층으로 두껍게 코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큐티쿨라가 수분 증발을 막아준다. 니치(niche)라는 말이 있다. 생태 지위(서식지), 틈새시장, 벽감(壁龕) 등을 의미한다. 생태학에서는 당연히 서식지를 의미한다.

 

니치는 단순히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장소라고 해도 먹이가 다르면 니치를 나눌 수 있다. 사는 계절이 달라도 니치를 나눌 수 있다. 장소와 먹이를 변화시켜 공존하는 것을 서식지 격리라고 한다. 하나의 니치에는 하나의 종만이 살 수 있기에 넘버원이 아닌 것들을 다 사라져야 하지만 자연계에는 많은 생물이 존재한다. 니치를 확보한 생물종이 현재의 니치 주변에서 새 니치를 찾는 것을 니치 시프트라고 한다.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하늘을 난 생물종은 곤충이다. 고생대에 거대 곤충이 활약한 것은 산소 농도 때문이다. 석탄기에는 식물이 말라도 그것을 분해하는 균류가 별로 없었다. 이렇게 해서 수목이 화석화된 것이 석탄이다. 지층에 석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석탄기(the Carboniferous period)라 한다. 균류가 활발하게 움직이자 식물을 분해하면서 산소를 소비해 산소 농도가 저하되었다.

 

저산소 시대에 적응해 번성한 생물이 공룡이다. 기낭(氣囊)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폐의 앞뒤에 붙어 있는 기낭은 공기를 비축하고 내보내는 펌프 같은 역할을 한다. 공룡 중에서 날개를 진화시켜 능숙하게 비행한 것이 조류다. 익룡에게 하늘을 빼앗긴 조류들이 힘으로 지배하는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익룡과 니치를 나누기 위해 소형화되었다. 그 결과 새의 종류가 증가했다.

 

새는 기낭을 가지고 있어서 높은 하늘까지 날 수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생물의 진화과정은 수수께끼다. 곤충도, 새도, 박쥐도, 어떤 생물도 어떤 진화과정을 거쳐 날개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날아다닐 수 있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텐데 중간 단계의 생물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다.(199 페이지)

 

“새는 날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날려고 하고, 황소는 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받고자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리라.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황소는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뿔을 갖게 되었고, 새는 먼저 날기를 원하였기에 날개를 갖게 되었고 그래서 날았다.”는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포유류 중 수관(樹冠)을 니치로 삼은 것이 원숭이다. 포유류 중에서 유일하게 붉은 색을 볼 수 있는 동물이 원숭이다. 과일을 먹기 위해 잘 익는 과일 색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인지 아니면 붉은 색을 볼 수 있어서 과일을 먹게 되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우리 조상들은 새와 마찬가지로 잘 익은 붉은 과일을 인식하고 과일을 먹이로 삼게 되었다.(205 페이지) 볏과 식물은 초식 동물이 먹기 힘들게 하기 위해 규소로 뻣뻣한 잎을 만들었다.

 

규소는 유리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는 단단한 물질이다. 규소는 흙 속에 다량으로 녹아 있어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볏과 식물의 출현으로 먹이를 먹지 못하게 된 초식 동물들은 대부분 멸종한 것으로 추측된다. 볏과 식물은 먹이로 적합하지 않다. 이에 소, 말 등의 초식동물이 생각해낸 것이 여러 개의 위를 갖는 것이다.

 

소의 경우 첫 번째 위는 용적이 커서 먹은 풀을 저장할 수 있다. 미생물이 작용하여 풀을 분해해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발효조이기도 하다. 두 번째 위는 반추(反芻) 위다. 세 번째 위는 첫 번째 위와 두 번째 위로 먹이를 되돌려보내거나 네 번째 위로 먹이를 내보내는 등 먹는 양을 조절하는 곳이다. 네 번째 위는 위액을 분비해 먹이를 소화시킨다. 영양가가 거의 없는 볏과 식물만 먹는 것치고는 소나 말의 몸집이 크다. 발달한 내장을 가지기 위해 용적이 큰 몸이 필요했다.

 

패자(敗者)였던 호모 사피엔스는 뇌가 작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는 소뇌가 발달했다. 그들은 도구도 이용했다. 네안데르탈인도 도구를 사용했지만 살아가는 힘이 뛰어나 집단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도구를 발명하거나 새로운 연구가 이루어져도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생물이 넘버원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넘버원이 살 수 있는 장소를 니치라고 한다. 니치는 그 생물만 존재하는 온리원의 장소다. 모든 생물은 온리원이며 넘버원이다. 지구 어딘가에 니치를 찾을 수 없었던 생물은 멸종했다. 다양성이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구별해서 단순화해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다양한 것을 단순화해서 평균화하거나 순위를 매겨서 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뇌의 특성상 비롯되는 편의적인 것일 뿐이다. 세상은 더 다양하고 풍부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의 생존전략 3부작 중 한 권인 ‘속이고 이용하고 동맹을 통해 생존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투쟁기’를 부제로 한 ‘싸우는 식물’을 읽어야겠다. 이 책은 3부작의 첫 권이자 우리가 수동적이고 정적인 것으로만 인식하는 식물의 놀라운 역동성과 치열함을 알 수 있는 책이다. 큰 틀에서 보되 세밀한 부분까지 아우르기, 내가 저자로부터 배운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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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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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는 “많이 배운다고 저절로 품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식에 자기 수양이 더해질 때 비로소 품위가 생긴다.”는 말로 눈길을 끄는 책이다. 저자는 평생 작은 마을에 살았어도 점잖고 예의 바르며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어도 공공장소에서 금연할 줄 아는 사람보다 훨씬 품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평생 반려자를 찾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품위가 아닐까?”라고 말한다. 품위는 지식에 더해진 배려심에서 나오리라. 저자가 말하는 품위란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구분선이다. 품위 있는 사람은 반성할 줄 알고 예의를 지킬 줄 알며 쉽게 흥분하지 않고 자기 고집에 매몰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적절하게 행동하고 늘 여유 있고 넉넉하며 마음은 선의와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지인(知人)인 지연이라는 여자에게 “네가 남자라면 너랑 결혼할래?”란 말을 했다. 지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자는 “한 사람과 평생을 같이 하기로 했다면 어느 정도는 서로 양보해야 해”라고 말했다. 저자는 파격적인 말도 한다. 애정의 세계에서 미냥 상대가 먼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파티에서 누군가 술을 권할 때까지 빈 술잔을 들고 어색하게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책에 등장하는 나연이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마음대로 사랑한 건 나니까 너는 네 마음대로 해“ 저자는 상대를 인정하면 까다롭게 굴 일이 없다고 말한다.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수준의 적절한 인정은 불필요한 갈등과 다툼을 피할 수 있는 합리적 후퇴이기도 하다.“(90 페이지) 같은 말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자신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한다고 해서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친화력에 대해서도 말한다. ”친화력이 좋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절대적 무기는 아니다. 친화력이라는 무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내가 생각하는 거리와 상대가 생각하는 거리가 일치할 때뿐이다.” 저자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합리적으로 얻을 권리가 있지만 좋은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이 받아도 되며 그들은 그것을 받을 만하다고 말한다.(185, 186 페이지)

 

본문에 한 할머니가 한 이야기가 인용되어 있다.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처한 걸 봤을 때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주고, 그러지 못할 것 같으면 그 자리를 떠야 하는 거다. 남의 힘든 꼴을 구경거리 삼거나 더 번거롭게 만드는 것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저자의 글을 통해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인간됨을 가르치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인간됨을 실천하는 태도라는 사실을 알았다.

 

저자는 전자들은 세상을 티끌만큼도 나아지게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213 페이지) 책의 마지막 파트는 흥미롭다. '어느 여행에서 일어난 일'이란 제목의 글이다. 많은 것을 알게 하고 느끼게 해준 책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를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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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 최고 스타강사의 상대를 사로잡는 말하기 비법 : 실전편
장신웨 지음, 하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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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인격이 담긴 소통의 매개체다. 말을 통해 됨됨이, 교육 수준, 가치관, 삶에 대한 태도 등을 알 수 있다. 말은 큰 위력을 지녔다. ‘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의 저자인 심리상담가이자 스타 강사 장신웨는 대화의 기술과 대화의 길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말하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 말하며 저자는 자신의 책이 소통 훈련 10년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은 책임을 밝힌다.

 

1장 ‘나를 알고 적을 알라’, 2장 ‘갈등을 해소하라‘로 이루어진 책에서 저자는 정확하게 말하고 정확하게 듣는 자세가 대화의 기본임을 주장한다.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있다. 해설사인 나는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에 대해 관심이 간다. 이 두 문화는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제시한 개념이다. 저맥락 문화에서 소통하는 사람은 최대한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한다.

 

고맥락 문화에서 소통하는 사람의 언어에는 전달하는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가 배경과 대화를 나누는 감각에 포함되어 있다. 이 문화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방식의 소통을 선호함으로써 듣는 사람은 말의 숨은 뜻을 찾아내야 한다. 해설은 고맥락 문화에서 하는 것 같은 방식의 소통으로 꾸려져서는 안 된다. 물론 해설에서 불충분한 소통은 해설자가 상징적인 말을 해서가 아니라 언어 감각이 떨어지거나 정보가 불충분한 까닭에 빚어진다.

 

저자는 말 잘하기보다 듣기 잘하기를 강조한다. 물론 듣기 잘 하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 잘하기다. 저자는 소리굽쇠 실험을 이야기한다. 여러 개의 소리굽쇠를 줄지어 세워놓고 그 가운데 하나를 두드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소리굽쇠에서도 같은 소리가 퍼지는 실험이다. 소리굽쇠들은 공명을 일으켜 갈수록 소리가 커졌다. 음파의 파장에서 비롯된 결과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소리는 파장으로 존재한다. 감정도 그렇다.

 

밀도 있는 경청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이해, 비슷한 경험이나 신앙은 강력하게 공명한다. 훌륭한 대화는 공명을 유도하는 매개체다. 고집불통인 사람들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들은 결과와 관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원칙에 집중한다. 저자는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는 냉혈한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고 말한다.

 

지시적으로 말하는 교도관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악의적 유포자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본인이 책임지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듣기 좋은 말만 일삼는 아첨꾼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감정적으로 자립하라고 말한다. 승리욕에 불타는 승부사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용감하게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남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구원자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먼저 구원하라고 말한다.

 

말도 표정도 없는 목각인형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감정을 배우라고 말한다. 냉혈한을 상대할 때는 웃음으로 넘어가기를 권한다. 교도관 유형의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말한다. 유포자 유형의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거리를 유지하라고 말한다. 아첨꾼에게는 존중을 표현하라고 말한다. 승부사의 도전은 쉽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한다.

 

구원자에게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정확히 말하라고 말한다. 목각인형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과학 연구에 의하면 편도체는 정서적 경험을 저장하는 기관이어서 의사 결정과 무관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저자는 마음과 성격 수련으로 정서를 자유자재로 운영하라고 말한다. 갈등이 무섭다고 입장 표현을 포기하지 말라. 의견 표현 방법을 익혀라. 분노하는 사람은 잠시 기다려주자.

 

완곡한 거절 훈련을 하라. 원칙을 침해하는 사람에게는 직접적으로 말하자. 대세에 휩쓸리지 말라. 충돌하면서 윈윈하는 법을 찾자. 저자는 망(望), 문(聞), 문(問), 절(切) 등을 제시한다. 상대의 말을 관찰하고, 자신의 언어를 살펴보고, 효과적인 피드백을 얻어내고, 맥을 짚고 내면의 소리가 떠오르게 하기 등이다. 저자는 소통에서 문제에 직면하면 대화법을 바꿀 것이 아니라 내면의 근본이 되는 시나리오를 바꾸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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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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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율이나 규칙을 적용하거나 예절을 가르치는 것이 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이 말은 엄하다의 풀이다. 엄하다란 말보다 더 격식 있는 말은 엄격하다란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자체가 자신에게 엄격한 것을 방증(傍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는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책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들은 그런 점을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나 시선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그들을 이상주의자라 할 수 있다. 낭만주의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하나의 과제를 완수해도 곧장 다음 과제를 스스로 찾아낸다. 늘 이상적인 자기 모습을 추구하지만 그럴수록 삶은 피폐해진다.

 

저자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지 말라고, 누구에게나 칭찬받으려 하지 말라고 권한다. 사실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일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 수 없다. 완벽주의자라는 말이 있다. 완벽주의의 기준은 없다. 자신이 만들어낸 기준이기에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책을 스무 권 이상 쓴 전문상담사이지만 원고를 쓸 때는 늘 극심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그런 저자는 최근에야 완벽주의적 성향을 거의 떨어버려 정말 재미 있게 글을 쓴다고 말한다. 저자는 말한다. 완벽주의란 도착 지점을 정해두지 않고 끝없이 달리는 마라톤 같다고 말한다. 완벽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보다 최선을 다하는지 아닌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이룬 성과가 또는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필요가 있다. 가끔은 게을러도 괜찮다고 생각하자.

 

약속이 없는 휴일 하루를 뒹굴거리며 보냈을 때 오늘은 제대로 충전했네라고 진심으로 만족하자. 저자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에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 할 수 있는 일에만 에너지를 집중하도록 하자고 말한다. 책을 읽는 나는 완벽주의적인 경향이 있는가? 사실 나는 게으른 편이다.

 

그러나 가끔 완벽주의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컨디션이 좋아질 때까지 쉴 줄도 알고 주된 관심사와는 다른 분야의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물론 마감 직전까지 미루는 습관이야말로 완벽주의라고 말하는 심리학자도 있다. 가장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가장 눈에 띄는 충고는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남과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고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못하는지를 따지는 것에 집착하면서 상대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과민 반응을 보인 적이 없는지?”라고 묻는다. 저자는 자신감이 없는데도 승패에 집착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이 어느 정도 자신을 발전시키기는 하지만 오래 못갈 것이다. 차분히 실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자신을 칭찬하는 일은 자기긍정감을 높이고 무가치감을 치유하는 데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사람은 죄책감에 사로잡힌 사람이기 쉽다. 도와주고 싶었는데 도와주지 못했다는 마음에 느끼는 무력감도 죄책감이다. 집중력은 느긋함에서 나온다.

 

생각을 멈춰야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자기만의 속도로 달리기다. 꾸준하다면 괜찮다. 몸이 느슨할수록 마음이 강해진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에는 뒤돌아보지 말라. 내 뜻대로 살자. 도움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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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의 시간 속으로 -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
윌리엄 글래슬리 지음, 이지민 옮김, 좌용주 감수 / 더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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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글래슬리의 ‘근원의 시간 속으로’는 서정(抒情)과 서사(敍事) 또는 감흥과 객관의 절묘한 결합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지질학자이자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명예 연구가다. 대륙의 기원과 진화, 그것들을 활성화시키는 과정 등을 연구한다. 저자 윌리엄 글래슬리, 구조지질학자 카이 쇠렌센, 구조지질학자로 지구화학과 광물학에도 조예가 깊은 존 코르스트고르가 한 팀을 이루었다. 무대는 그린란드다.

 

이곳은 지의류가 넘쳐난다.(99 페이지).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야생 중 하나인 그린란드는 국토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인 곳이기도 하다.(25 페이지) 세 사람의 탐사는 카이와 존이 암석을 읽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논문이 발단이 되었다. 그들은 탐사를 통해 논란 또는 분란을 잠재울 자료를 수집하고자 했다. 과학은 골치 아픈 분야라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는 현실을 단순화한 것으로 결점이 내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74 페이지)는 설명을 덧붙인다.

 

저자에 의하면 그렇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부단한 수정이 필요하다. 출간된 논문 또한 완벽할 수 없다. 모든 과학자는 다른 이들이 자신의 논문을 보완할 거라고 기대한다. 문제는 발전을 위한 지적 정도가 아닌 의도적 묵살(默殺)이다. 자신들의 논문에 대한 비난에 가까운 논문을 접한 세 사람은 격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암석에 대해 정말 잘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전문 용어들에 실어 자신들의 생각을 표했다.

 

책은 흥미진진하다. 기반암이 무엇인지 같은 기본적인 사안은 물론 지질학 자체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정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반암이란 토양이나 굳지 않은 퇴적물 아래에 자리한 단단한 암반이다. 저자가 풍경의 뼈대나 다름없다고 보는 기반암은 그곳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고 바람에게 길을 안내한다. 저자는 기반암의 골조라는 말도 한다.(109 페이지) 조류(潮流)의 흐름은 기반암에 의해 제약을 받고 빙하는 기반암 위에 얹혀 있다. 기반암 결정 구조 안에 들어 있는 물은 기반암이 해저의 진흙에 불과했을 때부터 그곳에 있었다.(148 페이지)

 

그러면 지질학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지질학을 드라마가 가득한 분야가 아니라고 정의한다. 암석은 무심하게 답사를 기다릴 뿐이며 꼼꼼히 들여다봐야만 점진적인 변화가 담긴, 지루할 정도로 더딘 단서를 천천히 제공한다. 하지만 관점이 뒤바뀌고 새로운 가설이 등장하며 학계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68, 69 페이지)

 

이 말은 지질공원해설의 위상을 숙고하도록 이끈다. 참으로 더딘 지질의 변화를 어떻게 감지해야 할까? 지질공원 해설이란 지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고고학과 생태학, 역사를 포괄하여 지질공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그럼 저자는 더딘 지질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는 대지의 중추에 담긴, 멈춘 적은 없지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느리게 작동하는 역동성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41 페이지)

 

과학에 바탕한 말이지만 시적으로도 들릴 만큼 인상적인 말을 하나 보자. 그것은 “지구의 대기는 지구가 호흡한 산물이며 해양과 강의 구성요소는 생명이 신진대사 활동을 벌인 결과”(18 페이지)란 말이다. 이 말은 “우리는 순전히 학문 연구로서 과학적 흥미를 품고 있지만 우리가 겪은 경험은 신비에 가깝다.”란 말과도 어울린다. 저자는 우리가 야생을 잃으면 우주에서 정신의 중요성을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을 잃을 것이라 말한다.

 

‘근원의 시간 속으로’에는 저자의 다섯 차례에 걸친 그린란드 탐사 경험이 담겼다. 저자는 모든 것은 침식에 결국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고 말한다.(65 페이지) 책에는 생소한 용어들도 많다. 봉합대(suture zone), 감람암(橄欖巖) 등이다. 봉합대는 충돌한 두 개의 대륙이 외과 수술에서 꿰매어진 것처럼 만난 지대를 말한다. 감람암은 현무암질의 용암을 만드는 근원암(89 페이지)으로 보통 퇴적물과 함께 산출되지 않는다.(95 페이지) 퇴적물에서는 석류석이 풍부한 암석이 생기기 마련으로 감람암과 석회석이 가까이 자리하려면 구조적으로 강렬한 힘이 필요하다. 이 암석들은 사라진 바다 가설을 지지할 증거다.

 

베개 현무암이란 말도 그렇다. 베개 용암이라는 말만을 들어온 입장에서는 흥미롭게 들린다. 전단대(剪斷帶; shear zone)도 그렇다. 지구 역사의 대부분을 지배한 것은 적막(寂寞)이라 정의하는(61 페이지) 저자는 자갈투성이 해변을 걷는 동안에는 첨벙거리는 파도 소리나 자신의 부츠가 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 시간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야생의 고독 속을 홀로 걷는 시간이라 고백한다.(93 페이지)

 

원자와 분자는 한번 방출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다.(98 페이지) 저자는 이끼에 대해 해박하지 않다. 정착 가능한 자리를 찾아 스스로를 그 안에 밀어넣는(53 페이지) 이끼를 이야기하며 저자는 다양한 형태의 지의류가 존재하지만 광물과 암석에만 단련된 자신의 눈은 몇 종류의 지의류만 식별할 수 있을 뿐이라 말한다.(99 페이지) 지의류는 1년에 0.85mm 정도 자라면 빨리 자라는 편에 속한다.(101 페이지) 1년에 0.025mm 정도 자라는 지의류도 있다.

 

저자는 전체의 다른 부분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은 없으며 전체는 처음부터 우주의 모든 것이었다고 설명한다.(103 페이지) “기억에 저장된 과거가 풍부할수록 지금 이 순간과의 일치성이 더 강해지며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115, 116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물은 암석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분해하기도 한다. 우리는 끊임없는 재구성의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117 페이지) 맞는 말이다. 그러니 이는 앞에서 인용한 “모든 것은 침식에 결국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65 페이지)는 말과 어긋나는 듯 보인다.

 

저자가 바라보는 식물은 암석의 균열 부위와 틈에서 끈질기게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존재다.(122 페이지) 지구 내부에 깊숙이 묻힌 채 수백 도로 달궈진 결과 재결정화가 이루어진 석회암은 대리암이 되었고 진흙과 모래는 녹색 편마암과 편암이 되었다.

 

저자가 지질학을 전공한 것은 우연이었다.(126 페이지) 서핑에 미쳐 해양학을 공부하게 된 저자는 생물학, 화학, 지질학, 물리학 중 하나를 전공한 뒤 집중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질학을 선택했지만 별 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우리가 서 있는 곳은 6,500만년전 지하 15km에 위치했던 마그마의 방입니다.”란 교수의 말에 매료되어 지질학에 큰 흥미를 갖게 되었다.(127, 128 페이지) 저자는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는 흥분이 앞서지만 그보다 더 선명한 감각은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경이로움이라 말한다.(173 페이지)

 

대륙은 처음 형성될 때 맨틀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마그마로부터 진화한다. 일부 마그마는 지각을 관통하여 성장하고 있던 대륙 표면 위로 용암의 형태로 분출하지만 아래로부터 올라와 대륙의 바닥을 만나게 되는 어떤 마그마들은 너무 점성이 높거나 무거워서 지각을 뚫지 못한다.(187, 188 페이지) 저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윤곽의 희미한 형체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190 페이지)

 

“새로운 지점을 살펴볼 때마다 또 다른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그것은 지질학적인 이야기에 살을 덧붙여줄 작은 통찰력을 제공한다.”(193 페이지) 이 문장의 핵심 어휘는 '지질학적인 이야기에 살을 덧붙여줄 작은 통찰력'이란 말이다. 나 또한 지질학적 이야기로부터 작은 통찰력을 길어올릴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읽는다. 책 곳곳에 지구 역사를 헤아리게 하는 글, 그리하여 지질학자의 남다른 안목을 보여주기에 족한 글이 등장한다.

 

“수천 년 전 하늘에서 내려온 빗물이었던 빙벽은 동쪽으로 몇 백 킬로미터 이어져 있었다. 이 빙벽은 깊숙이 묻힌 상태에서 압축을 받은 뒤 재결정화 과정을 거쳤고 빙상의 거의 바닥까지 가라앉은 다음 기반암에서 암석의 파편을 떼어내 이들을 고운 가루로 분쇄했을 것이다. 그 후 1년에 몇 센티미터의 속도로 아주 천천히 융기해 이제 내 앞에 놓은 절벽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201 페이지)

 

그러고 보니 그린란드는 지구에서 가장 광활하고 끝없이 펼쳐진 야생 중 하나로 국토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는 부분(25 페이지)을 전해야겠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을 보자. ”빙하는 크레바스와 길게 갈라진 틈으로 부서지면서 다시 흘러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 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한 ‘마지못한 듯 떨어지는 물‘과 공자가 말한 ‘용감한 물‘을 연상하게 한다. 단순한 의인적 표현이라기보다 대조되는 담론 또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2미터 높이의 노두(露頭)의 기단에 주름져 있는 암녹색과 황갈색의 두터운 이끼 덤불을 보며 저자는 자신이 진균학자였다면 천국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겠지만 지질학자인 자신은 어리둥절해하며 그곳을 지나갈 뿐이라 말한다.(212 페이지) 물고기 사냥에 뇌가 연결되어 있다는 바다표범처럼 우리도 풍경이나 깨끗한 물, 하늘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에 의하면 이는 생존과 관련된 진화론적인 지식에 기인한 방식으로 우리는 이처럼 내재된 지식과 교훈의 총체다.(215 페이지)

 

과학, 아니 사는 것의 패턴이라 할 내용이 ’야생의 대지와의 작별‘이란 장에 나온다. 이 지역 역사에 대한 상충된 해석은 해결되었지만 오랜 역사의 단서를 고려한 결과 새로운 복잡함이 드러난다는 말이다.(217 페이지) 자연의 과정을 분석적으로만 기술하는 것은 부적절한 방법이라는 말(222 페이지)을 기억하자. 우리의 생각과 꿈은 우리가 알고 보는 것들의 표면에서 반사된 것들이란 말(225 페이지)은 참 인상적이고 시적이다. 미래는 계속해서 뼈의 표면에서 탄생하고 있었다는 표현(162 페이지)과 함께 볼 부분이다.

 

”툰드라 표면에는 새의 뼈와 북극 여우의 두개골, 순록의 뿔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진화론적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증거는 우리가 가는 곳마다 새하얀 땅 위를 어두운 음영으로 장식하고 있었다.”(162 페이지) 야생을 잃으면 우주에서 정신의 중요성을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을 잃을 것이라 말한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어떤 생각을 더할까? 야생은 추론하고 시를 짓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자유롭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문턱이다.(226 페이지)

 

“석류석 덩이가 손가락 끝에 단단하게 부딪히는 감촉을 느끼며 내 손길이 신성모독인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92 페이지)는 저자는 자신이 서 있는 곳,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과 결정이 따뜻한 태양빛을 받고 있는 이곳의 풍경은 너무도 광활해 또 다시 누군가의 손길이 닿거나 누군가 발견하게 될 확률이 극히 낮았다고 생각하며 그런 생각만으로도 이 헐벗은 암석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지 정말 기이했다고 말한다.(92 페이지)

 

저자는 현미경을 통해 암석의 얇은 조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어떤 인간도 상상하지 못한 맨눈으로 본 적 없는 색상과 형태의 환상적인 기하학에 빠져들어 자기 인식은 사라지게 된다고 말한다.(228 페이지) 물론 단순히 연속적인 사건들을 표로 만든다고 역사가 재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광물이 언제 형성되고 조직이 언제 생기는지 그 연대를 알아내는 방법이 필요하다.(229 페이지) 그에 부합하는 광물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저어콘이다. 복원력이 뛰어나고 지각의 중간층이나 깊은 층에 있는 암석이 경험하는 대부분의 온도와 압력에서 안정적이고 단단한 저어콘은 지질학적 시계다.(230 페이지) 저어콘에는 우라늄이 들어 있다. 우라늄은 일정 속도의 방사성 붕괴를 통해 납, 토륨, 헬륨으로 분해된다.

 

저자는 그을린 머리카락 냄새, 사막의 모래 냄새를 풍기는 (깨진) 암석에 대해 이야기한다.(97, 235 페이지) 이 암석은 적어도 지표 60km 아래에 묻혔던 존재다. 이 암석은 저자가 그토록 강조하는 야생의 진면모를 느끼게 하는 진객(珍客)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전문 영역의 책이지만 술술 읽힌다. 저자의 인문적 지향성과 뛰어난 글솜씨 덕이리라. 현장을 돌아본 살아 있는 여정이 가장 중요한 몫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저자가 섭섭해할까? 어떤 경우든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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