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 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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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선운사 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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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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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귀 

             김원석

 

쓸데없는 소리는

잘 들리고

 

잘 들어야 하는 소리는

잘 안 들리는

 

짝 귀

 

쓴 소리는

다물고

 

달콤한 소리만

들으려는

 

못 쓸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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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참새는 좋겠다

 

참새는 좋겠다

수학도 짹짹짹

읽기도 짹짹짹

쓰기도 짹짹짹

하나만 배우면 되니까

참새는 좋겠다

 

아이들과 뒷산에 올라갔는데 새소리가 요란하더군요.

딸아이가 그 소리를 듣더니 즉석에서 지어낸 동시입니다.

한 과목만 배우면 그만인 참새가 정말 부러웠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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