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 그랜드캐년
동쪽 전망대 내부 - 그랜드캐년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에는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가 있다. 우리나라의 탐방 안내소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립공원 내에 탐방안내소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모르고 바로 산으로 가기 바쁘다.   

미국의 경우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지터 센터에 들러 정보도 얻고 자신의 여행 계획을 짠다고 한다. 직원들이 가지 말라는 곳은 절대 안 가고 안내해주는 곳만 가는 모범생들이 대부분. 만일 가지 말라는 곳에 갔다가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고 한다. 특히 겨울엔 문을 안 여는 곳들이 있어서 꼭 비지터 센터에 들러 확인을 해야 한다. 그랜드캐년 노스림(North Rim)의 경우 5월 중순에 문을 열고 10월까지만 방문객을 허용하는데 무턱대고 갔다가는 낭패 보기 쉽다.


그랜드캐년 비지터 센터는 우리가 가 본 미국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외부에 있는 대형 설명판엔 공원에 대한 역사나 지질학, 야생 동물에 대한 정보들이 실려 있었다. 영어 실력이 딸리는 우리는 당연 사진만 보고 패스. 
 
그래도 국립공원이나 생물학적 지질학적 지식이 잡다한 남편 덕분에 수박의 겉은 핥으면서 지나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는 풍경. 


미국 전역에 있는 국립공원과 미국국립공원청(NPS)이 관리하는 다양한 보호 지역, 역사 유적지, 각종 국가 기념물(링컨기념관, 백악관도 NPS에서 관리) 등이 표시되어 있는 지도.  


미국의 국립공원은 모두 55개 정도인데 서부 지역에 제일 많다고 한다. 초록색 부분이 국립공원 지역. 미국 전도로 보니 우리가 다녀온 곳은 미국의 한 귀퉁이로구만! 


그날 그날의 날씨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다녀보니 미국 서부 지역의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곤 해서 사계절 옷이 다 필요했다. 저때만 해도 해님이 반짝인데 저녁엔 눈이 왔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위해 화씨와 섭씨를 같이 표기하고 있다.


그랜드캐년의 지층을 보여주는 단면도. 꼭대기층이 우리가 서 있는 그랜드캐년의 사우스림 지역으로 2억7천만 년 전 지층이고, 바닥층은 현재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지역으로 16억~18억년 전에 형성된  지층이다. 그리고 다음에 방문할 자이언 국립공원의 바닥 지층은 그랜드캐년의 꼭대기층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던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 간단한 책자를 하나를 받아서(보통은 무료, 자이언의 경우는 1달러를 지불하고 구입) 해당 공원에 대한 공부를 한 후 직원의 검사를 맡으면 선서를 하고 주니어레인저 뱃지를 받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못한다는 걸 안 직원이 천천히 한 단어씩 끊어서 말해주는 센스를 보였다. 비지터 센터는 안내뿐만 아니라 아이들 교육에도 한몫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책에 나와 있는 걸 다 하려면 3~4 시간은 머물면서 책에서 지시한 내용을 찾아다니며 확인을 하고 퍼즐도 맞춰야 하는데 우리는 구경 다니느라 다 못해서 아이들이 무척 아쉬워했다.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건물 실내 곳곳에 그랜드 캐년에 사는 동물과 곤충을 부조로 만들어놓고 아이들에게 찾아보게 했다. 아이들 앞에 있는 건 방문 날짜를 찍을 수 있는 스탬프.  


벽에서 찾은 식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 그랜드캐년에서 자라는 유카.  


대부분의 국립공원에는 비지터 센터 안에 책과 기념품을 파는 서점이 같이 있었는데 그랜드캐년은 비지터 센터 건너편에 서점 건물이 따로 있었다.  


국립공원 서점에는 책과 다양한 기념품들이 구비되어 있어서 꼭 구경하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우리는 여기서 22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아이들 보드 게임(왼쪽 앞에 보이는)을 하나 샀다.



댓글(2) 먼댓글(2)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동쪽 전망대 내부 - 그랜드캐년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5 
    동쪽 전망대(Watchtower)가 있는 곳은 단체 여행객은 없고 우리 같은 승용차 여행객이나 가는 곳인 듯했다. 전망대 안에 들어가니 아기자기하니 볼 것이 많았다.  차를 세우고 걸어가면서 본 전망대의 모습이 꼭 경주에 있는 첨성대랑 닮았다.   안에 들어가니 1층엔 기념품 매장과 서점이 있었다.    다양한 모양의 마그네
  2. 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 그랜드캐년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7 
    윌리엄스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무렵. 중간에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긴 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 하나쯤 없겠나 싶은 심정으로 Inn 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좀 괜찮다 싶은 곳은 빈 방이 없었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동네 제일 끄트머리에서 좀 허름하긴 했지만 빈 방을 만날 수 있었던 것만도 감사. &
 
 
꿈꾸는섬 2009-07-0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정말 거대한 나라라는게 실감나요.

소나무집 2009-07-03 12:04   좋아요 0 | URL
엄청 넓다며 돌아다녔는데 지도로 보니 서부 한 쪽 동네네요.
그래서 미국 얘들도 지네 나라의 도시가 어디 붙었는지도 잘 모른다고 해더라구요.
 

미국에 갔다 와서 바로 가려던 시댁을 지난 주말에야 다녀왔다. 남편의 승진 시험 합격 소식을 들고 간 시댁행이라서 가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모두 기분이 좋았다. 1박 2일 짧은 일정이어서 집에만 있다 올 생각이었는데 형님네가 밖으로 나가자고 하는 바람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다녀올 수 있었다.  

제주 출신 남편과 사는 덕분에 제주 소식이 들릴 때마다 더 귀담아듣게 되는데 김영갑도 그랬다. 제주에 갤러리가 생겼다고 할 때부터 마음에 담아두긴 했지만 제주 시내에서 후다닥 갔다 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어서(제주도에서 한 시간은 엄청 먼 거리로 인식) 계속 미루던 차에 2005년 5월 갤러리 주인이 세상을 떠났고, 이제야 다녀올 수 있었다.

제주 출신도 아니면서 제주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진을 찍은 사람, 김영갑. 연초에 그의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세상과 타협할 줄을 몰라서, 자신이 찍은 사진에 대해 너무 냉정해서, 너무 외롭고 너무 가난해서, 그리고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서 ,...   

김영갑 갤러리는 제주 공항에서는 한 시간 정도, 제주 시내에서는 성산포 쪽으로 중산간 도로를 따라 40분 정도 가면 나온다. 삼달초등학교 분교로 폐교된 지 오래되었다는 것만 보아도 도시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막상 가 보니 아주 작은 학교였다.


갤러리 이름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원래 교문 자리였던 곳에 돌담을 쌓고 담장 안에 갤러리 문패를 달아놓았다.


교문을 들어서 왼쪽으로 몇 발자국을 옮기니 옛 학교의 모습을 알리는 빗돌이 나왔다. 남편 친구 하나도 이 학교를 나왔댄다. 


거기에 아이들이 뛰어다닐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은 없었다. 대신 운동장에 가득한 작은 동산들 앞에서 숨이 탁 막혔다. 아, 이것이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으면서 힘겹게 쌓아 올렸다는 돌이로구나 싶었다.

 동산 위에는 대부분 나무를 심어놓았는데 몇 개의 작은 동산 위에는 제주 흙으로 만든 작고 소박한 인형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표정이 하나같이 어둡고 쓸쓸했다. 평생 외로움 속에 갇혀 있었던 김영갑 자신을 표현한 건 아닌가 싶었다.


나랑 같이 있던 딸아이는 슬픈 표정 때문에 인형들이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그래, 열두 살은 인생의 외로움을 이해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지...


언젠가는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와 풀들에 가려 인형이 파묻힐지도 모르겠다.  



둘이라서 그런지 이곳에 있는 인형 중 가장 따뜻한 표정이다. 



동산이 있는 사잇길로 들어오면 나즈막한 갤러리 건물이 나온다. 오른쪽은 사무실이고, 왼쪽에 보이는 창문이 그의 작업실이다. 사무실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어른 3천원, 아이들 천원.



복도에서 창문을 사이에 두고 찍은 그의 작업실 풍경이다. 작고 소박하다. 책상과 의자, 카메라, 책들이 살아 생전 모습 그대로란다. 카메라와 사진 외에는 아무 욕심도 없었던 김영갑의 성품이 묻어난다. 


그의 사진이 들어간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나도 식탁 위에 걸어놓고 싶어서 작은 액자 하나를 구입했다. 



영상실에서는 제주 KBS 에서 찍은 20분짜리 영상을 볼 수 있다. 그의 인생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루게릭병 막바지에 찍은 그의 어눌한 인터뷰 모습에 자꾸만 가슴이 찡해지기도... 

 
영상실에는 김영갑에 대한 이야기와 본인 사진도 몇 장 있었다. 아프기 전의 모습인 듯.


앞에서 소개한 작업실 의자에 자신이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앉아 있는 모습의 사진. 아프기 전의 모습과 확연히 다르다.  

 
교실 몇 개를 터서 만든 듯 전시 공간이 모두 길쭉했다. 바람 많은 제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파노라마 사진들. 김영갑갤러리 홈페이지(바로가기 클릭) 에 가면 그가 남긴 변화무쌍한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탁자 위에 방명록이 놓여 있어 방문한 느낌을 남기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전시실을 다 둘러본 후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간 화장실이다.  대충 철사를 구부려 만들어놓은 남녀 표시가 귀엽다. 



화장실 뒤로 돌아가면 이런 찻집이 나온다. 두모악 찻집.  



앞에 차 몇 가지가 준비되어 있고, 직접 타서 마시도록 되어 있는 무인 찻집이다. 찻값은 알아서 계산하란다.


찻집 앞에 서서 본 풍경. 작은 돌인형들이 교실 뒤편 벽에 나란히 서 있다. 


그냥 돌아서기 아쉬워 갤러리 앞에 잠시 앉아 있는데 나무 앞에 향을 피운 흔적이 보였다. 형님한테 물어보니 김영갑의 유골을 뿌린 감나무라고 했다. 갑자기 마음이 더 숙연해진다.  

그의 육신이 깃든 감나무 앞에 서서 운동장을 바라보니 들어오면서는 답답해 보였던 동산들이 오밀조밀 말을 거는 듯했다. 작은 동산이 모두 돌무덤처럼 보인다. 평생을 지독한 외로움과 함께했지만 죽어서만은 외롭고 싶지 않았나 보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든 말든 영원히 함께할 말없는 친구들을 이렇게 많이 만들어놓은 걸 보니...


댓글(8) 먼댓글(2)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작가의 영혼을 만난 곳 김영갑갤러리(제주 가족여행 둘째날)
    from 꿈을 나누는 서재 2010-07-26 17:57 
    섭지코지에서 20여분을 달려 "두모악갤러리"에 도착했다. 많은 이들에게 "김영갑갤러리"로 알려진 곳이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이름 이라고 한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것이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을 하고 있다. 폐교된 삼달초등학교를 작가의 영감만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곳이다. 작가 김영갑 선생은 충남 부여태생으로 1985년 제주도에 들어와 정착했다. 제주 섬의 수평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이곳에 머물며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제주도의 산과 들, 구름, 새, 나무
  2.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from 512 2015-01-31 14:42 
    제주도 오름과 바람 사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지난 제주 여행 때 제주에 일 년 정도 지내며 이곳저곳을 여행한다는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주에서 어디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한 군데만 꼽으라면.... 음. 김영갑 갤러리요.” “그래요? 나중에 또 제주에 오면 가봐야겠어요.” 그렇게 일 년간 마음에 담아둔 김영갑 갤러리에 이제야 왔다.작은 인...
 
 
무스탕 2009-06-3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소개글이라니요!
갤러리 홈피를 본적은 없지만 소나무님 글이 더 멋질거에요.
다음에 제주를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찾아가 볼게요 ^^

소나무집 2009-07-02 11:54   좋아요 0 | URL
찾아가기 전에 그가 세상에 남겨놓고 간 책 한 권쯤 읽고 간다면 더 마음에 와 닿을 거예요.

꿈꾸는섬 2009-07-03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미리 구경 잘했어요.^^
이번달에 제주에 가면 꼭 가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너무 예쁘고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요. 얼른 가고 싶어요.

소나무집 2009-07-03 12:05   좋아요 0 | URL
아, 이번 달에 제주 가시는군요.
꼭 다녀오세요. 미리 책 읽고 가면 더 느낌이 다가올 거예요.

순오기 2009-07-0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소나무집님 다녀오신 미국은 꿈꿀수 없지만 여기도 가볼 수 있을 듯...
분교를 이렇게 예술공간으로 만드는 것 너무 좋아요~ ^^

소나무집 2009-07-06 10:59   좋아요 0 | URL
미국이야 어쩌다 운이 좋아서 간 거구요,
요즘 미국 다녀온 후유증으로 허리 휘고 있어요. 카드 빚 갚느라고...
정말 작은 학교였구요, 폐교 활용 방안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었어요.
사람이 떠나간 자리에 사람을 다시 불러 들이는 효과 좋잖아요.

BRINY 2009-07-14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에 제주도 갈 계획인데, 소나무집님이 페이퍼 올리신 곳들은 다 가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09-07-15 11:29   좋아요 0 | URL
제주도 가실 계획이군요. 잘 다녀오시구요, 김영갑갤러리 가시면 액자 하나 사 오세요. 식탁 위에 걸어놓았더니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 그랜드캐년
꼭 들러야 하는 비지터 센터 - 그랜드캐년 3

동쪽 전망대(Watchtower)가 있는 곳은 단체 여행객은 없고 우리 같은 승용차 여행객이나 가는 곳인 듯했다. 전망대 안에 들어가니 아기자기하니 볼 것이 많았다. 


차를 세우고 걸어가면서 본 전망대의 모습이 꼭 경주에 있는 첨성대랑 닮았다.  




안에 들어가니 1층엔 기념품 매장과 서점이 있었다.   


다양한 모양의 마그네틱. 우리도 기념품으로 가는 곳마다 냉장고에 붙일 수 있는 마그네틱을 하나씩 사서 모았다. 이유는 기념품 중 가장 싸서...


기념품 중에는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삶의 터전을 다 빼앗고 이제는 보호 구역 안에 가둬놓았으면서 관광지 곳곳에서 파는 기념품은 원주민들과 관련된 것이라니... 이런 아메리카 원주민과 관련된 기념품을 볼 때마다 속에서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대리석 돌로 깎아서 만든 건데 수공예품이라서 그런지 작은 것도 엄청 비쌌다. 그나마 이런 걸 만드는 원주민들은 미국 내에서 예술가로 인정도 받으면서 잘 사는 편이라고 한다. 


2층에 있는 쉼터. 벽에는 아메리카 원주민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가 앉았던 의자. 나무와 동물 가죽으로 만든 의자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의자에 앉아 올려다본 모습.   

 3층 전망대에는 창문이 나 있어서 망원경으로 내다 볼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건 메사. 메사(mesa)는 꼭대기가 평평하고 주위가 급경사를 이룬 탁자 모양의 지형을 말하는데 육지가 침식될 때 지층 위의 단단한 암석층이 남아 이루어진다고 한다.

  망원경은 25센트짜리 동전을 넣게 되어 있었는데 그 동전이 없어서 혹시나 하고 100원을 넣었더니 글쎄 망원경이 작동하더라는... 망원경으로 보니 계곡에 물결 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다 보여서 국가 망신인 줄 알면서도 100원짜리 동전을 또 넣게 되더라. 

  

전망대에서 한층 위로 올라가면 이렇게 야외로 나갈 수 있었다. 요건 벽난로 굴뚝이란다.  


굴뚝 옆에 서서 내려다본 모습.  



 내려가는 계단. 갑자기 우리나라 첨성대 내부에도 이런 계단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댓글(5) 먼댓글(2)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 그랜드캐년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0 
    윌리엄스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무렵. 중간에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긴 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 하나쯤 없겠나 싶은 심정으로 Inn 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좀 괜찮다 싶은 곳은 빈 방이 없었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동네 제일 끄트머리에서 좀 허름하긴 했지만 빈 방을 만날 수 있었던 것만도 감사. &
  2. 비지터 센터 - 그랜드캐년 3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2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에는 비지터 센터(Visitor Senter)가 있다. 우리나라의 탐방 안내소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립공원 내에 탐방안내소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모르고 바로 산으로 가기 바쁘다.    미국의 경우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지터 센터에 들러 정보도 얻고 자신의 여행 계획을 짠다고 한다.
 
 
꿈꾸는섬 2009-06-27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첨성대랑 닮았어요. 첨성대 안에도 계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신라역사과학관에 있던 모형에 내부엔 계단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랜드캐년 정말 멋지네요. 전 언제쯤 갈 수 있을까요? ㅎㅎ

소나무집 2009-07-02 11:55   좋아요 0 | URL
몇 년 전에 경주 가서 첨성대를 보긴 했는데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사진 같은 건 구경을 못 한 것 같아요.
들어갈 수 없으니까 사진이라도 공개해주면 더 좋겠다 싶네요.

순오기 2009-07-0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뭐예요~ 100원짜리를 계속 넣고 보다닛!ㅠㅠ

소나무집 2009-12-28 11: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래미 2009-12-26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신 곳이 '데저트 뷰' - 즉 '사막 보이는 곳'이라는 뎁니다. 그곳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그랜드 캐년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광대한 곳이 사막입니다. 정말 넓더군요. 그곳이 바로 나바호 인디언 보호 구역인데. 미국을 가다 보면, 숲이 우거진 곳은 '내셔날 포레스트', 경치가 멋 있는 곳은 '내셔날 파크', 그리고 저런데서 사람이 살 수 있나 싶은 황량한 곳은 '인디언 보호 구역' - 뭐 그렇습니다.
데저트 부에서 사막 저 끝을 보면, 버밀리온 클맆(절벽)과 에코 클맆(절벽)이 보입니다.
 
동쪽 전망대 내부 - 그랜드캐년
꼭 들러야 하는 비지터 센터 - 그랜드캐년 3

윌리엄스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무렵. 중간에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긴 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 하나쯤 없겠나 싶은 심정으로 Inn 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좀 괜찮다 싶은 곳은 빈 방이 없었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동네 제일 끄트머리에서 좀 허름하긴 했지만 빈 방을 만날 수 있었던 것만도 감사.   


윌리엄스는 순전히 그랜드 캐년 때문에 생긴 작은 마을이다. 동네 이름은 서부 개척 시대에 길 안내자였던 빌 윌리엄스의 이름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캐년 안에도 숙박 시설이 있긴 하지만 이미 3~4 개월 전에 예약이 끝났고, 거의 A 급 호텔 가격이라고 하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랜드캐년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주변 도시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 가족이 묵었던 숙소. 1층 오른쪽 끝에 있는 방. 허름해 보이지만 아침도 안 주면서 숙박비는 세금 포함 70달러나 했다. 우리가 아침에 숙소를 나선 시간이 9시 전이었는데 주차장을 가득 채웠던 차가 한 대만 남아 있다. 여행자가 되면 부지런해야 하는데 우리는 늘 밤늦게 도착해서 지각 출발을 하곤 했다.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길. 양 옆으로 나지막한 소나무숲이 이어진 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었다. 평지 같아 보이지만 해발 2000 미터가 넘는다. 1950 미터인 한라산 정상보다도 더 높다는 얘기. 


매표소를 멀찍이 두고 만난 그랜드캐년 랜드마크. 말로만 듣던 그랜드캐년에 온 게 실감이 나는군! 그랜드캐년(홈페이지 바로가기)은 애리조나 주 북쪽에 있는 엄청난 크기의 협곡으로 1919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79년에 일찌감치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곳이기도. 마일로 된 걸 우리가 익숙한 평수로 계산해 보면14억 평 정도라네... 그랜드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알겠다.  



매표소에 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오른쪽에 있는 회색 차가 우리가 렌트한 차. 차 안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으니 남편이 내려서 찍으라고 하는 바람에 우리 차가 사진에 나오는 영광을.  

현재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없지만 미국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상당히 비싸다. 각 국립공원마다 입장료가 조금씩 다른데 그랜드캐년의 경우 차 한 대당 25달러였다. 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 수와 상관 없이 무조건 차 한 대당 입장료를 계산한다. 이 티켓 하나를 끊으면 일주일 동안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한 공원만 갈 거라면 25달러 내고 들어가는 게 싸지만 네 군데 이상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80달러짜리 연간 회원권을 끊는 게 더 싸다. 우리는 물론 이 연간 회원권을 끊어 가지고 다녔다.


도로를 달리다가 처음 만난 포인트에서 차를 세우고 몇 발자국 걸어가니 바로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처음 보는 계곡의 모습에 놀라 온 가족이 와~ 와~ 하루 종일 그랜드캐년에서 내지른 경탄의 소리는 헤아릴 수가 없다. 하지만 그랜드 캐년의 진면목을 보려면 계곡을 걸어 내려가야 하는데 제일 짧은 트래킹 코스도 내려가는 데 하루, 올라오는 데 하루 해서 이틀은 걸린다고 하니 하루 일정으로 간 우리는 뷰포인트만 돌기도 바빴다.


나바호 포인트에서. 전날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서는 봄날씨였는데 그랜드캐년은 우리의 2월 날씨쯤 되었다. 있는 대로 옷을 다 껴입었는데도 추위가 느껴졌을 정도. 여행을 하면서 만난 미국 얘들의 옷차림은 진짜 제멋대로였다. 한 장소에서 두꺼운 점퍼를 입은 사람과 나시티에 반바지 차림의 사람들을 동시에 만나곤 했다. 땅이 워낙 넓어 사람들마다 온 곳이 다르다 보니 자기 식대로 옷차림을 하는 것 같았는데 옷차림을 보고 신기해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도 나중에는 이런 모습에 덤덤해졌지만.  

그랜드캐년 동서남북 중 우리가 간 곳은 사우스림(South Rim)이다. 림(Rim)은 계곡의 가장자리를 말하는데 이 림을 따라 곳곳에 우리 식으로 하면 전망 좋은 곳, 즉 뷰포인트(View point)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사우스림의 캐년 빌리지 부근인데 우리는 여기서 한 시간 정도 더 들어가는 동쪽 전망대(Watchtower)까지 들어갔다가 되돌아왔다.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가다가 공원 내 숲이 불에 타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게 왠일인가 싶은데 남편의 말에 의하면 공원 직원들이 일부러 낸 불이라고 했다. 내 상식으로는 숲에 불을 낸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 미국은 생태계 유지를 위해 일부러 숲을 태운다고 했다. 한마디로 숲이 너무 빽빽해지면 살아갈 수 없는 식물과 동물들에 대한 배려라고.  


국립공원 초기에 돌로 지은 전망대. 모두 일일이 돌을 쌓아서 만든 거라고 한다. 전망대 내부 소개는 여기를 클릭.  

  전망대에서 줌~해서 찍은 콜로라도 강줄기의 모습이다. 바로 이 강물이 드넓은 콜로라도 평원을 수십억 년 동안 깎아서 거대한 협곡으로 만들어놓았다. 저 계곡까지의 깊이가 1500 미터이고 너비도 좁은 곳은 6 킬로지만 넓은 곳은 30 킬로나 되는데 지금도 계속 깎여서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위대함이여!!! 
 





마더포인트에서. 마더는 미국의 국립공원청(NPS)을 만든 사람이란다.  



그랜드캐년 비지터 센터. 규모가 엄청나다. 비지터 센터는 여기를 클릭.  

 
그랜드캐년에는 빌리지가 있는데 그곳에 있는 숙박 시설(Lodge)이다. 



역사 박물관을 겸한 기념품 판매장이다. 건물에서 오래된 느낌이 난다. 그래 봐야 백 년도 안 되었지만 미국은 이런 건물도 문화재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관리를 했다. 옛날 미국 사람들은 여기까지 마차를 타고 올라와서 구경을 하고 간 모양이었다. 설명판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니. 


빌리지 내 랏지(Ladge) 앞에서 바라본 풍경. 



그랜드캐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호피 포인트에서 내려다 본 풍경. 한쪽에선 구름이 몰려오고 한쪽엔 햇살이 비쳐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는 승용차 출입을 통제하고 셔틀 버스만 타고 갈 수 있다고 했다. 이때 시간이 오후 4시가 넘어서 한 시간 정도면 돌아 나오겠지 하고 셔틀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중간 중간 내려서 구경하다 보니 두 시간이 넘게 걸리고 말았다.  



구름이 슬슬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날씨가 점점 추워졌다. 그리고 처음엔 거대한 계곡 앞에서 놀라워 입이 딱 벌어졌지만 하루 종일 아찔하고 무시무시한 계곡만 내려다 봤더니 지겨운 생각도 들더라는 말씀. 더구나 계곡 아래로 걸어 내려가 보질 않아서 그런지 자연과 교감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만 들었다. 



 


돌아가는 셔틀 버스를 탔다가 이산 가족이 될뻔한 에피소드. 돌아가는 셔틀 버스를 탔는데 한 정거장 가서 멈추더니 운전 기사가 뭐라뭐라 하면서 한참을 서 있었다. 남편은 여기서 좀 오래 머문다니까 내려서 구경을 더 하고 오라고 했다. 마침 남편은 잠든 아들을 안고 있느라 모녀만 차에서 내렸는데 열 발자국도 걷지 않아서 갑자기 버스가 붕~ 떠나버리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앞에서 한 말은 다 잘라먹고 구경하라는 마지막 한마디만 알아들은 남편이 우리에게 내리라고 한 것이었어! 

이런 황당... 버스를 쫓아가면서 소리소리 질렀지만 이 놈의 버스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더란 말이지. 닭 쫓던 개마냥 서서 황당했던 모녀. 영어도 못하는 모녀가 그랜드캐년 미아 되는 줄 알고 아찔했던 순간. 나중에 만난 남편에게 왜 차를 안 세웠냐고 따졌더니 당황하니까 STOP! 이라는 말이 생각이 안 나서 멍하니 있었대나. 우리 가족의 영어 실력이 얼마나 꽝인지 드러난 사건. 이런 영어 실력으로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게 천만다행이 아니고 뭐야! 

버스가 여러 방향으로 다니기 때문에 잘 보지 않으면 반대 방향으로도 갈 수 있는 상황. 침착하게 빌리지행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가 30분 만에 주차장에서 남편을 만났을 때의 감격을 어찌 말로 다 하랴!   

  주차장 주변에서 마주친 생뚱맞기 그지없는 기차. 우리가 묵었던 동네 윌리엄스에서 그랜드캐년 사우스림 빌리지까지 왕복하는 관광 열차로 1901년에 개통되었다고 하니 이것도 놀라워라.  



주차장 옆에서 만난 엘크. 야생 동물인데도 전혀 사람을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더라. 아, 벌써 그랜드 캐년에서 하루를 보내고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떠날 시간이 되면 늘 아쉽다. 정~말 나중에 또 그랜드캐년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2박 3일쯤 머무르고 싶다.


구름이 몰려오더니 우리가 그랜드캐년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엄청난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4월에 그랜드캐년에서 만난 반가운 눈이다. 빌리지 안에 있는 마트에서 먹을거리를 한 보따리 사 들고 출발한 시간이 7시가 넘었으니 예약한 호텔이 있는 라스베가스에는 12시 무렵에야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댓글(10) 먼댓글(2)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비지터 센터 - 그랜드캐년 3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3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에는 비지터 센터(Visitor Senter)가 있다. 우리나라의 탐방 안내소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립공원 내에 탐방안내소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모르고 바로 산으로 가기 바쁘다.    미국의 경우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지터 센터에 들러 정보도 얻고 자신의 여행 계획을 짠다고 한다.
  2. 동쪽 전망대 내부 - 그랜드캐년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4 
    동쪽 전망대(Watchtower)가 있는 곳은 단체 여행객은 없고 우리 같은 승용차 여행객이나 가는 곳인 듯했다. 전망대 안에 들어가니 아기자기하니 볼 것이 많았다.  차를 세우고 걸어가면서 본 전망대의 모습이 꼭 경주에 있는 첨성대랑 닮았다.   안에 들어가니 1층엔 기념품 매장과 서점이 있었다.    다양한 모양의 마그네
 
 
프레이야 2009-06-26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나마 잘 봤습니다.
엄청나게 내리는 4월의 눈, 돌로 만든 전망대, 그외에..
저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면 와~ 입이 안 다물어지겠죠.ㅎㅎ

소나무집 2009-06-26 10:15   좋아요 0 | URL
뭐든지 너무 커서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또 주눅들게 만드는 곳이었어요.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지층을 하나하나 다 볼 수 있다는 게 제일 신기하더라구요. 눈도 정말 많이 내려서 금방 도로에 수북하게 쌓여서 겁이 날 정도였어요.

전호인 2009-06-26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군요, 빤따스틱해요. ㅎㅎ
가보고 싶은 욕심 팍팍 ^*^

소나무집 2009-07-02 10:53   좋아요 0 | URL
멋지기에 앞서 정말 놀라웠어요.
꼭 가보세요.
아이들 지리 공부 팍팍 됩니다.

꿈꾸는섬 2009-06-27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요.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길, 가슴이 탁 터지네요. 소나무집님 덕분에 구경 잘 하고 있네요.ㅎㅎ
근데 정말 놀라셨겠어요. 이산가족 될뻔한 사건때문이라도 그랜드캐년을 더 잊지 못하시겠어요.^^

소나무집 2009-07-02 10:54   좋아요 0 | URL
이산 가족 첨엔 놀랐는데 나중엔 뭐 어찌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
이젠 그랜드캐년 하면 풍경보다 그때 생각만 난다니까요.

느린산책 2009-06-28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아~ 파란 하늘 펼쳐진 하얀 구름, 손 내밀어 조금 떼어 먹고 싶네요 ㅋ 전망대 천장도 아기자기 재미있어 인상적이구요~ 그저 부러울뿐입니다 ^^

소나무집 2009-07-02 10:55   좋아요 0 | URL
맘껏 떼어 드세요.ㅎㅎㅎ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오기 2009-07-0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거뉴스 특종 타고 왔어요~ 뒤늦게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에요.
정말 사람을 기죽게 하는 자연이군요.^^

소나무집 2009-07-02 10:56   좋아요 0 | URL
그죠?
미국 여행기 쓸 때마다 특종 되니 좀 미안하네요.
다 잊어먹기 전에 여행기 써야 되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분주해서 언제 다 쓰려나 모르겠어요.
 

원래 디즈니랜드에서 다음 가기로 한 곳은 그랜드캐년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지도를 보던 남편이 애너하임에서 동쪽으로 세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들렀다 가자고 했다. 이 공원에 들르면 조금(?) 돌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저녁 먹을 시간이면 그랜드 캐년에 도착할 거라는 계산. 요때만 해도 이게 얼마나 무모한 계산인지 몰랐다.

지도를 보고 미국 여행을 하다 보면 이 '조금'에 늘 놀라곤 한다. 지도상 거리로 보면 한두 시간이면 갈 것 같은데 네다섯 시간을 가야 했다. 그래서 여행하면서 미국 땅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워낙 넓은 땅을 줄여서 지도로 만들다 보니 축척의 감이 우리랑은 다른 듯했다. 우리가 여행하면서 들고 다닌 지도가 미국 서부 전도, 각 주의 지도, 국립공원 지도 등 작은 가방으로 하나였다. 처음엔 영어로 쓰여진 글자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남편이 어디 지났느냐고 물어봐도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나중엔 안 되겠다 싶어 열심히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이틀쯤 지나니까 영어로 된 미국 지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도로 시설은 우리나라만큼 친절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도로표지판으로도 도착 지점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지루할 만하면 나오는 휴게소에 들러 얼마든지 먹고 비우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도로 표지판이 하도 띄엄띄엄 있어서 어쩌다 표지판을 놓치면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잃을 때마다 불친절한 미국 도로표지판 욕을 엄청 해대곤 했다. 그리고 휴게소라는 것도 우리랑은 완전히 개념이 달라서 식당이 아닌 숙소 위주의 휴게소였다. 그나마도 어찌나 가끔씩 있는지 휴게소 찾다가 아이들에게 노상 방뇨를 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좋은 건 고속도로(프리웨이) 통행료가 없다는 거. 통행료를 안 받으니까 그 정도 관리밖에 안 하는 건지 원...  

어쨌거나 출발할 때는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아이들은 전날 밤 늦게까지 놀았기 때문에 차를 타자마자 곯아떨어졌고, 남편과 나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낯선 풍경들을 즐기며 밀린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수다 떨다 표지판을 놓치는 바람에 길을 물어보려고 왔던 길을 한 시간이나 되돌아가 가는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4월인데 멀리 보이는 산 꼭대기엔 눈이 하얗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사막 지대라서 산에 나무 한 그루 없이 삭막하다. 


가는 도중에 만난 풍력 발전 시설이다. 바람이 많아서 그런지 제주도에서 본 적이 있는 풍력 발전소 시설이 엄청 많았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모하비 사막에 있어서 내내 황량한 풍경만 보다 저런 모습을 보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자체가 장관이었다. 


드디어 첫번째 국립공원인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 도착. 매표소보다 먼저 비지터 센터에 들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비지터 센터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탐방 안내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인데 하는 일이 아주 다양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199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니 100 년 이상 된 국립공원이 즐비한 미국에서 역사가 아주 짧은 공원 중 한 곳이다.    



비지터 센터 앞에는 작은 선인장 정원이 있었는데 모두 처음 보는 선인장 종류였다.


비지터 센터 내부에는 공원 내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동물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트래킹 코스에 대한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트래킹을 하려면 하루 시간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우리는 차만 타고 통과하기로 했다. 


비지터 센터의 규모만 보아도 사람들이 많이 안 오는 공원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소박했다. 다음에 가는 그랜드 캐년 비지터 센터랑 비교하면 문간방 수준이라고나 할까.

  이게 바로 조슈아 트리. 조슈아 트리는 1851년 여행중인 몰몬교도가 발견했는데 나무의 모습이 마치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여호수아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조슈아 트리(Joshua Tree)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큰 나무는 키가 9 미터까지 자라기도 하고, 별로 안 튼튼하게 생긴 것과 달리 천 년을 사는 나무도 있다고 해서 헐~ 했다.



도대체 나무 같지 않은데 나무라고 하네 그랴! 이 나무를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뿌연 사막의 느낌이랑 너무나 비슷하다 싶을 정도로 삭막했다. 푸른 잎도 멀리서 보면 솔잎처럼 생겼는데 가까이 가서 만져보니 선인장처럼 단단한 가시였다. 찔리면 꽤나 아플 듯.  

나무 기둥도 바나나나무처럼 껍질이 층층이 벗겨지게 생겼는데 천 년을 살 수도 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막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막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한다. 죽어서 넘어져 있는 나무를 보니 속이 텅 비어 있었다. 헤집어 보진 않았지만 그 속에 작은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듯.


사람들이 팔을 벌린 모습이랑 비슷한가?  우리 아이들은 <몬스터주식회사>에 나오는 털북숭이 설리반을 닮은 나무라고 했다. 


물기 하나 없이 바스락거리는 모래 바닥에서 식물들이 자랄 수 있다는 게 신기한데, 바닥엔 하얗게 노랗게 꽃을 피운 작은 야생화들이 가득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쌩하니 지나쳤다면 결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생명들이었다.    


이 공원엔 조슈아 트리뿐만 아니라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금이 간 화강암 바위들이 곳곳에 있었다. 바람이라도 세게 부는 날 와락 부서지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위태위태한 바위도 많았다.  


조슈아 트리 국립 공원의 명물인 해골 바위. 멀리서 보면 정말 이마가 넓은 해골처럼 생겼다. 쑥 들어간 눈이며 콧구멍까지... 주변에 있는 식물들은 모두 사막 식물답게 잎이 뾰족뾰족... 한곳에 시선을 두고 한참 서 있으니까 따뜻한 바위 위로 도마뱀이 들락거리는 것도 보였다. 


사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신기하기는 했지만 아름답지는 않았다. 늘 푸른 산에 익숙해 있던 한국 아줌마의 눈에는 그저 삭막했을 뿐이다. 하지만 메마른 자연 속에 서 있다 보면 한 번도 마주해 본 적 없는 가슴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이곤 했다. 그리고 가진 것이 적다고 투덜댔던 나의 삶이 참으로 풍요롭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새삼 고마워졌다.  

만약에 세상 살기가 너무 각박해서 죽음을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보이는 조슈아 트리, 메마른 모래와 부서진 바위 틈에서 자라는 생명들을 보는 순간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되살아날 것만 같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지역을 지나 끝없이 이어지던 황량한 들판. 집 하나, 차 하나 발견할 수 없는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바람에 이러다 우리 굶어 죽는 건 아닌가 공포감에 떨었던 기억이 난다. 옛날에는 이런 곳에서 길을 잃으면 물도 먹을 것도 없어서 구조되지 못하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구나 싶었다. 이런 풍경의 길을 세 시간 이상 달리다 만난 프리웨이가 사막에서 만나 오아시스처럼 반가웠다. 



길을 잃은 줄 알았다가 만난 프리웨이가 정말 너무나 고마웠다. 믿지도 않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의 목적지인 그랜드 캐년 근처 작은 도시인 윌리엄스까지 가는 데도 세 시간이나 걸렸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9-06-20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조슈아 트리군요.
그것앞의 노란 야생화와 대조적이면서도 잘 어울려 보여요.
그렇게저렇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겠죠.
저무는 프리웨이를 비롯해 풍경들이 멋져요.

소나무집 2009-06-21 14:55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보는 나무라서 참 신기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같으면 저런 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할까 싶은 생각까지 들더군요. 저는 늘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는데 저곳을 지날 때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더 무섭더라구요.

씩씩하니 2009-06-2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오늘도 님 덕분에 미국여행....아!나는 언제나~~~
거문도 잘 다녀왔어요...백도도...
날씨가 좋아서 맘껏 보고 듣고 했어요...절벽 하나,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까지 이야기들이 다 담겨있어서...ㅋㅋ 한편 재밌고 경이롭다해야할까...
귀에 붙인 멀미약에 취해서 거문도 도착했을 때 다리가 휘청거려서 직원들이 엄청 웃었어요~~ㅎㅎㅎ 님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소나무집 2009-06-22 11:40   좋아요 0 | URL
잘 다녀오셨군요.
미국 여행은 고생길이에요. 운전을 넘 많이 해야 돼서...
운전 안 하는 여행사 패키지는 쫓기듯 여행해야 되니 재미없구...

꿈꾸는섬 2009-06-23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요.. 모래 위에 곱게 핀 노란 꽃, 인상적이에요.^^

소나무집 2009-06-23 08:38   좋아요 0 | URL
오히려 사진으로 보니까 멋진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멋지다 싶진 않았어요. 저렇게 피어 있는 야생화도 몸을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이에게만 허락되는 아름다움이었어요. 저절로 몸을 낮추게 되는 곳. 그래서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되는 곳요.

CANO 2009-11-1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강영숙의 소설 '양털 모자'에 조슈아 트리가 나오길래 무엇인지 찾다가 들릅니다ㅎㅎ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셨다니.. 왠지 소설의 내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덕분에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소나무집 2009-11-21 09:40   좋아요 0 | URL
여기까지 검색이 되는군요.
찾아와주셔서 감사!!!

아래미 2009-12-26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몰몬 교도가 조슈아 트리를 발견한 것이 1951년이 아니라, 아마 1851년일 겁니다. 브리검 영이 솔트 레이크에 온게 1846년 무렵이고, 그 이후 몰몬들이 유타 주변을 탐험합니다.
제가 가본 미국 고속도로의 휴게소는 식당도 여관도 없고, 단지 화장실하고 야외 식탁 뿐이더군요. 먹거나 자거나 기름 넣으려면, 고속도로 출구로 나가면 있더군요.
저도 이번에 조슈아 트리 국립 공원 가려고 하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09-12-27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51년이 맞아요. 좋은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