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 청산도에 또 다녀왔습니다. 청산도는 우리나라 슬로시티 4곳(담양, 증도, 장흥, 청산도) 중 한 군데랍니다. 함께 공부했던 해설가 선생님들이랑 함께한 답사 여행이었어요. 청산도에 계시는 해설가 선생님들께서 준비를 많이 하셨는데 일곱 분밖에 가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완도항에서 8시 1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청산도에 도착하니까 청산도 선생님들이 마중 나와 계셨어요. 수업이 끝난 후 처음 뵙는 거라 정말 반가웠어요. 당리 마을 돌담길에서 해설가 경력 3년의 임미화 선생님 해설을 들으며 첫번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혹시 청산도 가시거든 임미화 선생님께 해설을 부탁하세요.


임미화 선생님은 청산도의 꽃 같았습니다. 결혼해서 청산도로 들어온 지 14년이 되셨다는데 이젠 청산도가 고향인 사람보다 청산도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았어요.


임미화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는 우리 초보 해설가들입니다. 사진 찍고 메모까지 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니 열정이 느껴졌어요. 


하늘색과 주황색 지붕이 눈에 확 들어오는 당리 마을이에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정을 나누며 살기에 아주 좋을 것 같아요.


초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어요. 청산도에서 초분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정월에 땅을 파지 않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정월에 땅을 파면 일 년 내내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초분을 했다고 해요. 두번째는 자식이 배를 타고 고기 잡으러 간 사이 부모가 돌아가신 경우에 초분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장례 절차를 밟아야 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서 부자인 사람들이나 할 수 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는 설도 있답니다. 초분을 한 지 3년이 지난 후에 뼈만 모아 장례를 지낸 데서 유래. 


볏짚을 엮은 이엉으로 만들어놓은 게 바로 초분이에요. 이 사진에 보이는 초분은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가짜 초분이라고 합니다. 진짜 초분은 마을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대요. 요즘에는 부모의 합장  유언에 따라 가끔 초분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이 도락리 포구 해안가와 구불구불한 길이 그림처럼 아름다웠어요. 이 곳은 작은 고깃배들이 드나드는 포구로 전통적인 포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편제 촬영비예요. 봄에 가족이랑 갔을 때만 해도 이런 게 없었는데 새로 생겼더군요. 서편제는 1993년 임권택 감독이 만든 영화로 우리들 세대에서는 안 본 분이 없을 거예요.


돌담이 보이는 이 장소에서 유봉, 송화, 동호가 진도아리랑을 불렀지요.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요즘 청산도를 찾는 사람들 중엔 이 곳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대요.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봄의 왈츠>라는 드라마 세트장이에요. 세트장의 모습이 안이나 밖이나 그림처럼 예쁘답니다. 지금은 관광겍들에게 차도 팔고 그러나 봐요.  

요즘은 지자체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드라마 세트장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네요. 이곳만 해도 완도군에서 20억 정도를 투자한 거라고 해서 허걱 했어요. 


 
 
예쁜 화면을 위해 너무 예쁘게만 꾸며놓아서 이런 곳에서 살라고 하면 금방 질릴 것 같았어요. 마침 이곳을 관리하는 솔항공여행사 사장님의 안내로 안에 들어가 차 대접까지 받았답니다.  



세트장 2층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에요. 돌담길 양 옆으로 푸른 빛을 띠는 식물은 바로 어린 유채에요. 이 유채가 자라 4월이면 노랗게 꽃을 피우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노랗게 물들이겠지요? 저는 이 유채꽃 때문에 봄 청산도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진도아리랑을 찍었던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입니다. 오전인데 역광 때문이었는지 사진이 꼭 해질녘처럼 나왔어요. 그래서 더 분위기 있는 사진이 되었네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화랑포예요. 화랑포라는 이름은 바람이 불면 파도가 꽃처럼 일어난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갔던 날은 바람이 잔잔해서 파도는 일지 않았지만 수평선과 멀리 점처럼 보이는 한 척의 배를 품은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세편제 세트장이에요. 새로 지은 집이 아니고 원래 있던 집을 지붕만 새로 만들어 얹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가면 방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에는 부엌, 왼쪽에는 광(마래)이 있는 청산도 전통 가옥의 형태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빈 집에 앉아 있던 동호랑 송화랑 유봉이 그 날은 우리 덕분에 심심하지 않았을 거예요.  


세편제 세트장 골목 근처에 있는 담벼락이에요. 아직도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는 게 신기해서 관광객을 위해 일부러 써놓은 거냐고 해설가 선생님께 물었더니 예전부터 있던 거라네요. '숨은 간첩 찾아내고 자수 간첩 도와주자.' 우리 초등학교 다닐 때 많이 본 문구죠?


<봄의 왈츠>의 명장면이 나왔던 곳으로 가는 중이에요. 청보리밭 사이에 있는 느티나무가 듬직해 보이네요. 나무 둘레가 4.7미터나 되고요, 나무 높이는 18미터나 된대요. 저 나무들이 300년 이상 청산도 사람들의 기쁜 일과 궂은 일을 다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드라마에서 꼬맹이들이 앉아 버스를 기다리던 자리래요. 선생님들이랑 이 자리에 앉아 드라마 주인공 흉내를 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뒤처져서 사진을 찍다 보니 제 눈에 들어온 장면이에요. 나무가 만들어준 액자가 너무 근사해서 한 컷 찍었답니다. 


한 발만 크게 뛰어도 건널 수 있는 작은 밭이에요. 정말 앙증맞은 보리밭이지요? 아주 작은 땅도 놀리지 않는 청산도 사람들의 알뜰함과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었어요. 


고인돌과 하마비입니다.   


청산도 사람들의 자랑인 범바위예요. 호랑이를 닮았다는데 저는 아무리 보아도 호랑이 느낌이 들지 않던걸요. 범바위에는 + - 극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는 자수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배들이 이 근처를 지날 때 나침반이 제 구실을 못한다고 하네요.


범바위 전망대에서 본 작은 범바위예요. 저는 범바위보다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하늘 빛깔 정말 예쁘지요? 



청산도에 남아 있는 돌담길 중 가장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돌담길이라고 합니다. 마을 이름이 상서리라고 했던가요? 


여기는 청산도에 있는 지리해수욕장이에요. 작고 아담한 해수욕장인데 가족끼리 가서 놀다 오기엔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이곳을 둘러본 후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치고 4시 배로 나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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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산도~~ 덕분에 구경합니다! 고마워요~~~ ^^
서편제 촬영지, 마치 영화를 다시 보듯 떠오르네요.

소나무집 2008-12-28 16:07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서편제> 다시 보고파요.
 
고향으로 돌아가는 흑두루미 이야기

일요일에 여수에서 직원 결혼식이 있었어요. 완도에서 여수까지 세 시간. 정말 가기 싫었어요. 지난 주에 친정 갔다 온 여독도 다 안 풀렸는데... 혼자 가기 싫은 남편이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와 있다고 아이들을 꼬시는 통에 저는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네요.

작년 봄에 가본 초록색 갈대가 있는 순천만하고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더군요. 그리고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주차장엔 관광 버스가 수십 대였고, 그 넓은 갈대밭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어요. 편의 시설도 많이 생겼구요.

  들어가는 입구에 새로 생긴 찻집입니다. 추울 땐 여기 들어가서 따뜻한 차 한 잔 하면 좋겠다 싶더군요.

  이 기차를 타고 갈대밭을 한 바퀴 돌 수 있대요. 피곤한 참에 편안하게 한 바퀴 돌고 싶었는데... 결혼식장에 갔다가 네 시 넘어 오는 바람에 표가 매진돼서 못 탔어요.


요게 갈대랍니다. 절대 억새랑 헷갈리지 마세요.(갈대는 주로 염분이 있는 물가에서 자라고, 억새는 야산이나 들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갈대꽃(실제로는 민들레 홀씨와 비슷한 상태의 씨앗)이 많이 진 상태라서 좀 허전해 보이는 갈대밭이었어요.








철저한 우리 서방님은 사무실에서 필드스코프(조류 관찰용 망원경)랑 쌍안경까지 빌려왔더군요. 요걸로 보니 점처럼 보이던 흑두루미가 바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였어요. 털색깔이랑 무늬까지 보이던 걸요. 우리 딸은 요걸로 새를 관찰하고 나서 조류학자가 되고 싶은 꿈이 하나 더 생겼을 정도랍니다. 딸아, 멋지기는 하다만 돈 안 되니까 그 꿈 접어라잉~





아들도 신이 나서 쌍안경으로 뭔가를 보고 있네요. 망원경으로는 주로 새를 보았어요. 오리, 도요새, 갈매기, 왜가리, 흑두루미 등. 망원경으로 보니까 그냥 스쳐 지나갔을 생명들이 다 보이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적금(?) 들어서 망원경 하나 장만해야 할까 봐요.

흑두루미는 세계적으로 2천 마리 정도밖에 없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귀한 몸인데 올해는 순천만으로 250마리 정도가 날아왔다고 하네요. 나머지는 모두 일본으로 날아가서 겨울을 보낸대요. 흑두루미는 따뜻하고 먹이가 많은 곳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시베리아로 날아가서 새끼를 낳는대요.

순천만의 갯벌과 주변의 논은 흑두루미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해마다 겨울을 보내러 오는 개체수가 늘어가고 있대요. 좋은 일이지요? 어쩌면 순천만 갯벌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될지도 모른대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요.



아들이 찍은 오리 사진.



도요새랑 갈매기가 보이네요. 망원경으로 보니까 도요새(남편 말에 따르면 마도요)가 구멍 속에 부리를 넣고 먹이 사냥하는 것까지 다 보여서 정말 신기했어요.



요 갯벌에 짱둥어랑 게가 아주 많이 산대요. 작년 봄에 갔을 때는 짱둥어랑 게도 많이 보았는데 추우니까 모두 뻘 속에 들어갔는지 하나도 안 보였어요. 짱둥어는 갯벌 속에서 겨울잠을 잔답니다.



날도 흐리고 썰렁했지만 새를 관찰하는 재미에 즐거운 하루였답니다.


  나무 사이로 넘어가는 해가 아름답지요?

사실 저는 완도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예요. 너무 시골이다 보니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고 남편에게 투덜대곤 해요. 하지만 이렇게 한두 시간만 투자하면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매력에 그럭저럭 살고 있답니다.

서울 살면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곳을 2년 사이에 정말 많이 가 봤어요. 요 대목에선 남편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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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향으로 돌아가는 흑두루미 이야기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2-24 09:15 
    몇 년 전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무렵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 적이 있는데 그 후로는 잊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작년 순천만에 갔을 때 불현듯 이 책이 생각났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주문을 했다. 내가 왜 여지껏 이 책의 존재를 떠올리지 못했던가 책망까지 하면서...  내가 순천만에 가기 전에는 별 느낌이 없던 두루미가 갑자기 내 새끼라도 된 양 애정이 가기 시작했다. 책을 한 번 읽었는데도 쉽게
 
 
Forgettable. 2008-12-1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순천만은 정말 가고싶은 곳 중에 하나인데요 ㅠㅠ 부럽습니다! ㅎㅎ 서울에서 가기엔 1박2일도 너무 짧아요 ㅠ

소나무집 2008-12-19 09:34   좋아요 0 | URL
꼭 한 번 가 보세요.
서울에서 오려면 오는 데 가는 데 이틀이죠?
갈대와 갯벌과 짱뚱어와 흑두루미를 다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흑두루미는 겨울에만 오는지라 시간을 잘 맞춰야 할 것 같아요.

miony 2008-12-1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에 문제가 있는지 사진이 안 보여서 정말 아쉽네요.
순천까지는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만6년이 넘도록 살고 있는데 아직도 가보고 싶어하고 있어요.
남편이 은행에 다니러는 순천에 가도 순천만에 데리고 가는 일은 없었네요.
이제 막내가 클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언제쯤 가보려나,,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소나무집 2008-12-19 09:35   좋아요 0 | URL
잠깐 뭔 문제가 있었나 봐요.
나중에 들어와 보니 다 보이네요.
은행 갈 때 꼭 한 번 가보세요.
내년 봄즘에 아기 유모차에 태워서 가시면 될 것 같은데...

무스탕 2008-12-1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두루미 일본으로 날아가는 하늘에 이정표를 만들어서 우리나라 순천만으로 모두 유인했으면 좋겠네요 ^^;
'흑두루미 환영! 살기 좋고 먹이 많은 순천만으로!!' 요런거. ㅎㅎ
저도 순천만이라고 딱 꼬집기 보다는 철새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가서 그 애들 먹고 노는것 구경해 봤으면 좋겠어요.. ㅠ.ㅠ

소나무집 2008-12-19 09:36   좋아요 0 | URL
일본으로 가는 흑두루미 유인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네요.
실제로 유인하기도 하나 봐요. 논에 벼이삭을 일부러 깔아놓고 그런대요.

BRINY 2008-12-18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 3년쯤은 해남 그런데서 일하면서 살아봤음 좋겠어요...
할아버지께서 예전에 해남 어딘가의 고등학교에 근무하셔서 겨울방학때 놀러갔었을 때 참 좋았어요. 무척 추웠지만, 근처 바닷가에서 자연산굴도 주워먹어보고 목화 말리는 것도 보고 밤에 별들이 쏟아질 거 같은 은하수도 보구요.

소나무집 2008-12-19 09:38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시니까 가능하지 않나 싶은데...
아직은 젊은지라 평생을 살라고 하면 답답해서 못 살 것 같은데 딱 몇 년이라고 정해놓고 사니까 즐기면서 살게 되네요.

찌찌 2009-01-1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고향이 순천이랍니다. 지금은 결혼해서 포항에서 산지 10년이 훌쩍 넘어 섰습니다. 신혼에는 금호고속버스만 봐도 고끝이 찡해 지더군요. 내 고향 남도 언제나 포근하고 그리운 곳입니다. 아이 책 살펴보다 들어 와 봤습니다. 정보도 얻고 고향 모습도 보니 2배로 즐겁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하셔요.

소나무집 2009-01-14 17:49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순천만 너무 좋아서 저의 가족은 두 번이나 다녔왔답니다.
 

완도는 따뜻한 날씨 때문에 단풍이 드는 나무보다 난대성 나무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단풍을 구경할 수 없는 아쉬움이 크답니다. 대신 겨울에도 푸른 나무를 볼 수는 있지만요.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 단풍 구경을 가기 위해 온식구가 나섰어요.

완도에서 40분이면 갈 수 있는 달마산과 미황사에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가 오르막이었던 산행은 만만치 않았답니다. 제일 고전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했던 저는 오히려 수월하게 올라갔는데 선우가 내내 힘들어했어요.

바위 투성이 산을 정상까지 오르고 나니 언제 힘들었냐는 듯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 뒤에 보이는 산이 우리가 타고 내려갈 능선이에요. 미황사에서 달마봉 정상까지 오르는 데 40분 정도 걸렸어요.


달마봉에서 보이는 미황사가 참 아담해 보이지요? 날씨가 좋은 날은 달마봉 정상에서 완도 앞바다에 있는 섬까지 다 볼 수 있다는데 우리가 간 날은 아쉽게 하나도 안 보였어요. 남편은 다음에 한 번 더 오라는 계시라면서 위로 아닌 위로를 하네요.



이런 바위문도 통과해야 해요. 이곳을 지나는 잠깐 동안 어찌나 서늘한지 한여름에도 소름이 다 돋을 것 같았어요.



내내 이런 바위산을 오르다가 내려가는 길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었어요. 아차 하면 낭떠러지라서 아슬아슬한데 아이들은 너무 신난다고 그러는 거 있죠.



가을을 느껴 보겠노라고 찾아간 달마산에도 단풍나무는 흔치 않았어요. 그래서 이 나무를 보는 순간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거 있죠.



에너지가 넘치는 지우는 항상 뒷모습이 안 모일 정도로 앞서간답니다. 점심 먹자고 부르니까 어디까지 갔었는지 다시 올라오고 있어요.



드디어 점심. 납작한 바위에 앉아 먹는 점심이 꿀맛이에요. 볶음밥에 미리 사 간 컵라면. 딸아이 말에 의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점심이라네요.


점심을 먹고 서서히 내려오다 미황사를 만났어요. 절 뒤쪽으로 능선 보이죠? 저곳이 우리가 따라 내려온 바위산이랍니다.

미황사라는 절이름이 참 예쁘죠? 신라 경덕왕 때 돌배 한 척이 땅끝 마을 사자포구에 와서 닿았는데 불상이랑 불경 외에 특이하게 금으로 만든 사람과 검은 돌이 한 개 있었대요. 그 검은 돌 안에서 검은 소 한 마리가 나와 지금 미황사 자리까지 오더니 길게 울고 난 후 누워서 일어나지 않았대요. 그래서 그곳에 절을 짓고 소의 아름다운 울음 소리에서 따온 미, 금인의 황금빛에서 황을 따서 미황사라고 지었다고 하네요.



건물이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오래된 건 대웅보전뿐이고, 나머지는 최근에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반짝반짝했어요. 건물 외벽에 탱화가 지워져서 없고 법당 안에 있는 탱화는 신기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특히 탱화 속에 천 분의 부처님이 그려져 있어서 삼배만 해도 삼천배를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우리 가족 모두 삼배를 한 후 세어보니 한 명당 삼천배니까 아휴, 숫자 커지네...



대웅전에 달려 있는 풍경이 아담하니 예뻤어요. 한낮인데 꼭 저녁 같은 느낌이 드네요.

 
바다를 건너온 부처님 창건 설화가 있는 절이라서 특이하게 대웅보전 주춧돌에 바다거북과 게 그림이 새겨져 있대요. 보이시나요?


엄마 아빠가 절을 둘러보고 있는 사이 사라진 아이들, 뭘하고 있나 가 보니 연못 안에 가재가 있다며 고개를 못 드네요.






여름 내내 보랏빛으로 절마당을 지키고  있었을 수국마저 붉게 가을을 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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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11-0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올 여름에 미황사에 다녀왔어요. 뒤의 병풍같은 산을 보면서 멋지다.. 하고 구경만 하다 왔는데 소나무님네 가족분들은 등반을 하셨군요. 부럽..
미황사..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절이었어요 :)

소나무집 2008-11-11 11:00   좋아요 0 | URL
절보다 등산이 더 좋았어요. 땀 흘린 후 절 매점에서 사 먹은 팥빙수도 맛있었구요.

2008-11-11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11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추석 전 앞으로 완도의 명물이 될 공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완도에 와 살면서 아이들과 쉽게 갈 수 있는 공원 하나 없는 게 늘 아쉬웠는데 이젠 그 아쉬움을 풀 수 있게 되었어요.

어제 저녁을 먹다 갑자기 그 공원 이야기가 나와서 "한 번 가 보자!" 하고는 바로 일어섰답니다. 설거지도 뒤로 한 채 말이죠. 작년부터 산 하나를 깎아서 공원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연을 훼손하는 것 같아 욕도 좀 하고 그랬는데 완성된 공원에 가 보니 앞으로 완도를 알리는 데 한몫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다리를 놓아서 육지와 연결된 지 어언 30년이 넘었건만 지금도 완도에 가려면 배를 타야 되는 줄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걸 제가 살아 보고 알았어요. 그래서 땅끝 마을 하면 으레이 해남만 떠올리고 완도는 똑 떨어진 섬 취급을 하시데요. 

하지만 완도는 섬이 아니랍니다. 차를 타면 육지랑 연결된 다리 건너는 데 30초도 안 걸립니다. 그래서 완도의 높으신 양반들 불만이 많았던 것 같아요. 3선의 달콤함을 누리고 계신 현 완도 군수님이 신땅끝 마을이 있음을 세상에 알리기로 한 걸 보면 말이죠.


조명색에 따라 탑의 색깔이 수시로 변하데요. 이건 밤에만 볼 수 있는 보너스겠죠! 차에서 내리자마자 올려다보며 아이들이 찍은 사진입니다. 돈 엄청 들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돈 많이 들인 시설물을 볼 때마다 도서관에도 좀 투자하지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이 동네 도서관은 사랑방 수준이거든요.



카메라가 안 좋다는 걸 이 사진을 보며 새삼 확인했어요. 낮에 보면 어디 하나 눈에 띄는 곳이 없는 완도 읍내 풍경이 밤에 산에 올라가서 보니 너무 아름다운 거 있죠. 해변을 끼고 상가가 쭉~ 이어져 있어요. 멀리 보이는 다리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있는 신지도 들어가는 다리구요.

우리 아들의 한 말씀.  "홍콩 야경보다 더 멋진데..."  "홍콩도 안 가 보고 니가 어찌 알아? " 텔레비전이랑 인터넷으로 보았지요." "음, 그렇군."


어때요? 멋지죠? 우리 아들이 일기장에 서울에 있는 남산 타워랑 똑같은 게 완도에도 생겼다고 썼더군요.



타워 안으로 들어가면 완도를 홍보하는 사진이랑 설명들이 아주 많은데 저 감동받았어요. 완도 관공서에서 하는 일에 감동받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정말 멋지게 잘해놓았더라구요. 완도 특산물을 파는 매장도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카메라를 딸내미가 들고 다녀서 내부 사진을 많이는 못 찍었네요. 나중에 낮에 가서 사진 다시 찍어 올게요.





이층은 야외랑 연결되어 있는데 나가자마자 맞닥뜨리는 인물이 있어요. 이 사람 누군지 다 아시죠? 바로 우리나라 최고의 골프 선수 최경주예요. 이곳 출신의  최경주는 완도 사람들에겐 최고의 자부심이고 자랑이지요. 해변에 최경주 공원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어서 친근감이 느껴져요. 그래서 온 식구가 이렇게 한 번씩 매달려 보았어요.



오호, 이 사람도 몰라주면 안 돼요. 최경주 이전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인물 장보고예요. 청해진 하면 바로 떠오르죠? 지금은 장도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완도 옆에 있는데 물이 빠지면 걸어들어 갈 수 있어요.

이 섬에 장보고 대사께서 청해진을 설치하고 당나라와 무역을 하셨거든요. 그러니 최경주와 나란히 서서 완도를 알리는 역할을 할 만하죠. 이 섬도 지금 열심히 공원 꾸미는 작업중이니 완도 오시는 분들 꼭 들러서 가세요.



이 타워는 밤에 보는 게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완도 오시는 분들 기억하셨다가 꼭 다녀가세요. 완도 다도해 일출공원입니다. 완도 들어서는 순간 훤히 보입니다. 그리고 기억해 주세요. '이젠 땅끝 마을은 해남이 아니고 완도다!' 제가 갑자기 완도 홍보 대사 된 느낌!

우리 아이들 공부할 시간에 이렇게 나와 노니까 너무나 신나서 매일 밤 운동 나오자고 그러는 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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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9-20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도해일출 공원요! 언제 한 번 가보려나요.
소나무집님 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해요.
맑은 아침입니다.^^

소나무집 2008-09-20 12:15   좋아요 0 | URL
완도 자체는 별로 구경거리가 없는데 주변 섬들이 참 좋아요.
보길도, 청산도, 소안도...
언제 기회 되면 남편이랑 함께 다녀가세요.
가을,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서 저도 살아났답니다.
 

개학하기 직전 강진에서 청자 문화 축제가 열렸다. 강진은 전에도 가본 적이 있었지만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유물 전시회가 열린다기에 또 한번 나섰다.

친정이 태안이라서일까? 유독 태안 앞바다에서 건져 올렸다는 청자들이 보고 싶었다. 완도 바로 옆동네에서 만들어진 청자가 내 고향 근처 바다에서 900년 동안 잠자다 발견되었다고 하니 무슨 운명 같기도 해서 강진으로 가는 마음이 설레였다.

이것 저것 행사도 많이 하고 있었지만 너무 더운 탓에 도무지 흥이 나지 않았다. 왜 이 더운 철에 축제를 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박물관에 가서 전시된 유물을 본 후 아이들 도자기 만드는 체험 한 가지만 하고는 돌아왔다. 이 전시회는 9월 21일까지 하고 있으니 가까운 곳에 사시는 분들은 한 번 가 보시길.
강진은 고려 시대 왕실과 지배층에게 청자를 공급하던 최고의 청자 생산지였다. 이곳에서 청자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놓고 해상 무역을 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장보고 덕에 우수한 기술과 경제력, 선진 문물이 들어와 있던 강진은 좋은 흙과 운송이 편리한 바닷길을 이용해 최고의 청자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


전시실 앞에서 폼잡고 서 있는 아들과 딸. 새까맣게 탄 두 아이의 얼굴은 여름 내내 바닷가에 나가 실컷 논 증거. 딸이 이번 여름 방학이 가장 행복한 방학이었다고 했을 정도로 많이 놀았다.



고려 시대 청자가 운반되던 항로. 청자를 실은 배가 탐진(강진의 옛 이름)에서 목포 앞바다를 지나 태안 앞바다를 거쳐 개경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진품 청자로 발견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태안에서 발견된 청자가 3만 점이 라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만하다. 탐진에서 개경 최대경에게 보낸다고 적힌 목간도 보인다.



고려 시대 초기 청자에는 대부분 무늬가 없었다고 한다.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청자에는 파도와 물고기 무늬, 앵무새 무늬, 연꽃 무늬 등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저 중에 혹시 쭈꾸미가 붙어 있던 청자가 있는 건 아닐까?



청자들이 너무나 다양하고 완벽해서 900년 동안 바닷 속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진품이라서 사진을 많이 안 찍었다.



전시실에서 청자 문양 색칠하기를 하고 있는 아들.

 
  목간에 먹으로 이름을 써 보고 있는 딸아이. 먹물이 담겨 있는 청자는 태안 앞바다에서 출토된 두꺼비 모양의 벼루 복제품이다. 깜찍하니 예쁜 걸 보면 휴대용 벼루였을 것 같다.

  도자기 만들기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이다. 그동안 여러 번 해보았는데도 이것만은 꼭 하고 싶어했다.


    선우의 완성된 도자기.


지우의 완성된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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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09-0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물레를 돌려서 만든 자기들이 멋져요!!
저렇게 얇게 오목하게 빼내기가(?) 쉽지 않을텐데 솜씨가 좋군요 :)

두꺼비 휴대용 벼루도 참 깜찍하니 이쁘네요.

소나무집 2008-09-05 13:32   좋아요 0 | URL
도우미가 물레 돌리고 아이들은 손만 올려놓고 있었지요.
감히 저런 작품을 아무나 만드나요!!

하양물감 2008-09-06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멀지만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네요.

소나무집 2008-09-08 14:44   좋아요 0 | URL
너무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하니까 기대는 조금만 하고 가세요.

bookJourney 2008-09-08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이들도 물레로 작품을 만들 수 있군요~ 멋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