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소설보다 더한 실화라는 책들이 있다. 소설이라면 때로 그건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다, 라고 하지만, 그게 실화를 소재로 하여 쓴 것이라면? 조금은 놀랍다는 생각에서 읽게 되거나, 과연 끝은 어떻게 될 지 궁금해서 첫 장을 시작한다.
스물아홉의 파견사원으로서의 오늘이 싫다. 이런 날들을 바꾸지 않는다면 차라리... 그렇지만 그 선택도 쉽지 않은 거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 평범했던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1년을 담은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
이 이야기는 알라딘에 리뷰를 쓴 바 있으므로 간단히 써도 될 듯 하다. 제목인 스물 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는 말의 쉼표 사이에 들어갈 말을 넣는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스물 아홈 생일, 1년 후에도 이대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라스베이거스라도 가서 죽기로 결심했다.
이번엔 방황하던 시절을 끝내고 지금은 변호사가 된 오히라미쓰요 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오래전에 발간된 책이라서 신간으로 다시 나왔나보다.(좌측은 이전표지)
청소년기에 갑자기 찾아온 어느 날. 그로 인해서 평온했던 날들이 한 순간 사라지고, 그다지 원했을 것같지 않은 세계에서, 은인의 도움으로 다시 공부를 해서 여러 시험을 합격하고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일들을 적었다. 이분은 위의 책 저자보다 휠씬 더 많은 것을 단시간에 이뤄낸 듯 하다. 읽으면서도 이거 가능해? 하는 마음이 들 정도. 마치 소설속에나 있을 법할 일을 이뤄냈지만, 처음 시작할 땐 가진거라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는 점이 떠오른다.
읽은지 오래되었지만, 흔한 내용이 아니었고, 조금은 가슴아픈 개인사를 털어놓는 사람이 내 앞에 있는 것과 같은 그런 솔직한 이야기라서 기억에 남았다.
힘든 일이 많아지면, 때로는 반대로 지금 너무 평온하고 행복하면, 무언가를 해야할 동기와 의지를 상실할 때도 있다. 무언가를 하게 하는 힘은 행복한 오늘 일수도 있고, 또는 행복하지 못한 오늘 일수도 있다는 점 객관식으로 답 고르기 참 어렵게 한다.
이젠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듯 갑자기 앞으로 전력을 다해서 나아가는 주인공들. 그러나 알고보면 비슷비슷하기 마련인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그러니까 나는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읽으면서 놀라워, 이걸 어떻게 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겠지만. 그사람들도 이 안에 쓰지 않은 것들에 있었을 어려움을 피할 수는 없었을텐데.
그 사람들도 실은 평범한 사람에서 시작했으나, 알고보니 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던 걸까? 아무것도 없는 시점에서 목표를 이루려면 감당해야 할 일도 남들보다 훨씬 많고, 포기해야 할 일은 거의 대부분일 수 있고, 그리고 좋은 환경일리도 없는 그런 상황. 싫지만 해야 할것들이란 그 사람들이나 다른 사람이나 모두 없는 것도 아닌, 알고보면 불편한 진실일 그런 것들. 그때 마침, 누군가는 어렵지 않게 해치웠을 일이라면, 사람 낙담하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살면서 실은 쉬운 일이란 별로 없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위안이 될지도.
그래도 이런 저자들의 행복한 결말이 조금은 위안이 되고, 그리고 나도 약간이나마 정서적 충족감을 얻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때로 이 책들을 읽게 되는 이유가 될 거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느니, 그저 평온하게 잘 풀리고, 그냥 잘 되는 인생 좀 살아보고 싶은 내가 느끼는 것은 이렇다. 이 사람들 정말 피나는 노력, 될때까지 했을 것이 틀림없다. 성공했으니 오히려 담담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를, 누군가의 (전혀 내가 하고 싶지 않을 것만 같고, 나로선 절대 해낼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굉장한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