찡긋한 맑은 눈이 멍하니 앞을 보다가 어쩌면 나를 보았는지 그녀가 입술 끝을 깨물었다. 나는 부인이 토시를 치켜세우면서 가난한 사람에게는 적선하고 장사꾼 여자에게서는 제비꽃 한 다발을 사는 모습을, 마치 위대한 화가의 붓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볼 때와 같은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내가 있는 지점에 이르자 부인은 내게 인사하며 엷은 미소를 덧붙였는데, 흡사 그녀가 날 위해 걸작이라고 할 만한 수채화 하나를 그려 주고 거기에 헌사까지 덧붙이는 느낌이었다.
- P232

사즈라 부인은 아버지가 드레퓌스 반대파인 것을알자 곧 자기와 아버지 사이에 여러 대륙과 여러 세기를 두었다.  - P245

인간이라는 체스 게임에는 졸의 수가 조합할 수 있는 수보다 부족하므로, 우리가 알 만한 사람이 없는 극장에서 다시는 결코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면, 그런 우연이마치 신의 섭리처럼 생각된다.  - P281

 우리는 매 순간 우리 삶에어떤 형태를 부여하려고 노력하지만,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인간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현재 우리 모습을 그림처럼 복사하면서 그 형태를 부여한다.  - P301

이런 전복적이고 예외적이며, 그렇지만 어쨌든 정확한 판단은, 남보다 우월한 소수의 인간들에 의해 세상에 나오는 법이다. 그리하여 이 판단은 다음 세대가 영원히 과거 세대에 집착하는 대신 스스로 정하게 될 가치의 서열에 대한 첫번째 밑그림이 된다.
- P344

심리적 법칙에는 물리적 법칙과 마찬가지로 어떤 보편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필요조건이 같으면, 마치 지구상에서 멀리 떨어져 서로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두 장소를 같은 아침 하늘이 비추듯이, 같은 표현이 서로 다른 인간이라는 동물들 눈에 비치는 법이다 - P371

"우스꽝스럽기 (drolatique)조차 했다네." 하고 게르망트 씨가 가로막았는데, 이런 괴상한 어휘 사용은 사교계 인사들에게는 그가 바보가 아니라는 걸 말해 주었지만 동시에 문학가들에게는 그가 지독한 바보임을 말해 주었다.
- P371

"어떻게 로베르가 그런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지. 아! 이런일은 결코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하고 부인은철학자인 듯, 미망에서 깨어난 감상적 인물이라도 된 듯, 얼굴을 귀엽게 찌푸렸다. 

(이 부분만 보면 현대소설같다.ㅋ) - P372

그리고 공작은 공작 부인과 아르장쿠르 씨를 위해 낮은 소리로 마테르 세미타‘ 라는 말을 인용했는데, 사실 이 말은 이미 조키 클럽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 까닭은 모든 날아다니는 씨앗 중 싹튼 장소로부터 아주 멀리까지 퍼지게 하는 가장튼튼한 날개를 가진 것이 바로 농담이기 때문이다.
- P394

"그 사강네 사람들이란 게 가짜 멋을 부리는 데다가 속물근성도 있는 그런 사람들 아닌가요?" 하고 블로크가 빈정대는투로 말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아는 분 중 최고인 분들입니다." 하고 파리풍 농담을 모두 섭렵한 아르장쿠르 씨가 대답했다.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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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0 1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프루스트 읽기 시작 하셨네요~! 전 다 읽기만함 ^^

미미 2021-06-10 14:11   좋아요 2 | URL
거보십시오ㅋㅋㅋㅋㅋ새파랑님이 진정한 독서기계, AI 예요! 👍👍저는 자꾸 일이생겨 이제 다시 읽으려구요.

새파랑 2021-06-10 14:30   좋아요 2 | URL
전 이책만 읽었지만, 미미님은 멀티독서 하시잖아요 ^^ 저는 보급형 독서기계일뿐 ㅎㅎ

미미 2021-06-10 14:3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보급형이라니요~ 아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ㅋㅋ

scott 2021-06-10 14:36   좋아요 2 | URL
미미님 말씀에 동감!✋
새파랑님 진정한 독서 기계 AI 이쉼
໒( ̿ ᴥ ̿ )७

새파랑 2021-06-10 14:41   좋아요 2 | URL
앗 ㅋ 스콧님까지 그러시면 안되는데ㅎㅎ AI는 스콧님 한정 표현입니다~^^
 

S대에서 미학과 서양 고전문학을 공부한 저자가 쓴 책. 지옥에서 독방을 써야 할 히틀러라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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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9 19:5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납량특집 페이퍼네요. 책은 재미있을거 같은데 마지막 사진이 너무 무섭네요. 예전에 사일런트힐 인가? 그 영화 생각이 남 ㅜㅜ 목차가 재미있으면 책도 재미있다던데 ㅋ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되네요 ^^

미미 2021-06-09 20:07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도 그 영화 보셨군요ㅋㅋ저도 ‘사일런트 힐‘ 생각나서 찍었어요. 분장이 뛰어난 영화! 그림도 넉넉해서 기대되요^^*

scott 2021-06-09 21: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우! 지옥을 관광하는 ! ㅎㅎ눈뜨고 코베이는 헬조선 ㅜ.ㅜ 현실이 지옥, 무더위 마스크 쓰고 다녀야 함 ㅠ.ㅠ

미미 2021-06-09 21:35   좋아요 4 | URL
아앗(ㅠㅇㅠ)ㅋㅋㅋ어제 오늘 정말 푹푹찌던데요! 마스크지옥 언제 벗어날까요! 아웅ㅠ

붕붕툐툐 2021-06-09 23:2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목 넘 재밌어요~ 근데 지옥에 있는 사람들 다 근육질인 거 무엇? 전 지옥문에서 뺀찌(?) 먹을 것 같은 비주얼들이시네요~ㅋㅋㅋㅋㅋ

미미 2021-06-09 23:39   좋아요 2 | URL
앗ㅋㅋㅋㅋ정말 그렇네요? 지옥이니 헬hell‘s장이 있어서?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6-10 02: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크하. 이런 책을 발견하시다니오. 사진 비주얼 제 스똬일~~~~ 찜합니다요^^

미미 2021-06-10 09:3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제가 똭 찾아드린 기분~^^♡

mini74 2021-06-10 1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너무 읽고싶어요 ㅠㅠㅠ 김태권작가님 십자군원정 만화책도 재미있었는데 *^^* 미미님께 취향저격 당했습니다 감사감사 *^^*

미미 2021-06-10 12:54   좋아요 3 | URL
헤헤 그러실줄 알았죠♡ㅋㅋㅋㅋ이 분 다른 책들도 흥미롭던데요!

coolcat329 2021-06-10 1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왕년의 제 취향이네요. 도서관에 신청해야겠어요. 😅

미미 2021-06-10 20:23   좋아요 1 | URL
희망도서 전 맨날 탈락(중복이라고)ㅠㅇㅠ쿨캣님 선정되셔서 새책 1등으로 읽으시길 바랍니다~^^♡

서니데이 2021-06-10 2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재미있어서 보니까 전에 십자군 이야기 저자네요. 이 책도 재미있으면 좋겠어요. 미미님 좋은밤되세요.^^

미미 2021-06-10 20:45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아시는군요~♡ 다른 책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 책 뒤에 쭉 나열된 제목이 모두 끌리네요! 서니데이님도 굿밤되세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여러곳에 반복해 등장하는 ‘드레퓌스 사건‘!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 발표 후 아나톨 프랑스, 에밀 뒤르켐, 마르셀 프루스트, 클로드 모네 등 예술가 과학자 교수들이 드레퓌스 사건 재심 청원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1894년 10월 참모본부에 근무하던 포병대위 A.드레퓌스가 독일대사관에 군사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비공개 군법회의에 의해 종신유형의 판결을 받았다. 파리의 독일대사관에서 몰래 빼내온 정보 서류의 필적이 드레퓌스의 필적과 비슷하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었으나 그가 유대인이라는 점이 혐의를 짙게 하였던 것이다.

그 후 군부에서는 진범이 드레퓌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확증을 얻었는데도 군 수뇌부는 진상 발표를 거부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하였다. 드레퓌스의 결백을 믿어 재심(再審)을 요구해 오던 가족도 진상을 탐지하고, 1897년 11월 진범인 헝가리 태생의 에스테라지 소령을 고발했지만, 군부는 형식적인 심문과 재판을 거쳐 그를 무죄 석방하였다.

그러나 재판결과가 발표된 직후 소설가인 E.졸라가 공개한 ‘나는 고발한다(J‘Accuse)’라는 제목의 논설로 사건은 재연되었다. 졸라는 드레퓌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군부의 의혹을 신랄하게 공박하는 논설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장 형식으로 1898년 1월 13일자 《오롤》지에 발표하였다. 이를 계기로 사회여론이 비등하여 프랑스 전체가 ‘정의·진실·인권옹호’를 부르짖는 드레퓌스파 또는 재심파(再審派)와 ‘군의 명예와 국가 질서’를 내세우는 반(反)드레퓌스파 또는 반재심파로 분열되었다.

전자는 자유주의적 지식인을 비롯하여 사회당·급진당이 가담하여 인권동맹을 조직하였고, 후자는 국수주의파·교회·군부가 결집하여 프랑스 조국동맹을 결성하였다. 마침내 이 사건은 한 개인의 석방문제라는 차원을 넘어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면서 제3공화정을 극도의 위기에 빠뜨렸다.

1898년 여름 군부는 어떤 새로운 증거서류에 의거하여 드레퓌스의 유죄를 확언하였으나, 그것이 날조로 판명되고, 체포된 증거서류 제출자는 자살함으로써 반(反)드레퓌스파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이에 정부도 재심을 결정했으며, 또 이때 반드레퓌스파에 대항하면서 공화정 옹호를 내세운 발데크 루소내각이 성립되어, 사태는 재심파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1899년 9월에 열린 재심 군법회의는 드레퓌스에게 재차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대통령의 특사로 석방되었다. 무죄 확인을 위한 법정 투쟁을 계속한 끝에 그는 1906년 최고재판소로부터 무죄판결을 받고 복직 후 승진도 하였다. 자유주의적 재심파의 승리로 끝난 이 사건은 프랑스 공화정의 기반을 다지고, 좌파 세력의 결속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출처: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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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9 18: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다가 궁금하긴 했는데 찾아볼 생각은 전혀 안했어요 ㅜㅜ 이렇게 또 하나를 얻어 갑니다^^

미미 2021-06-09 18:56   좋아요 5 | URL
올리길 잘했네요!ㅋㅋ책 마다 계속 나와서 공부할겸 올렸지요^^*

페넬로페 2021-06-09 20:4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드레퓌스 사건이 역사적으로 뭔가 중요한 기점이 됐다고 알고 있는데 그 뭔가가 확실히 떠오르지 않네요~~ ㅎㅎ

미미 2021-06-09 21:01   좋아요 5 | URL
음~페넬로페님 그리 말씀하시니 더 파봐야겠습니다!!(부릅)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6-09 22:0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왕정과 공화정을 반복하는 부침을 겪고 있었고, 독일과의 외교적 긴장상태에 있었구요, 세기가 바뀌는 시점에 파리박람회를 앞두고 있어서, 드레퓌스사건은 여러가지문제와 얽혀 있었지요. 아마도? 맞나요?
에밀졸라는 이 시론을 쓰고 벨기에와 영국에서 도피생활을 했던 것으로 압니다.
이부분은 희미하네요.
암튼 무죄로 판결이 나면서 재심파에 승리를 가져다주고 프랑스공화정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고, 과거의 오점을 청산하고 파리 만국박람회에 대한 희망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기억나네요. 새로운 세기에 대한 희망적 분위기.

미미 2021-06-09 21:54   좋아요 5 | URL
엄훠!! 사랑합니다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1-06-09 21:55   좋아요 5 | URL
나는 고발한다를 읽은지가 오래여서 오류가 있더라도 양해바랍니다~

붕붕툐툐 2021-06-09 23: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며 읽으시는 미미님... 정말 멋짐 폭발!!💐

미미 2021-06-09 23:40   좋아요 2 | URL
하는 김에 같이 나눌 수 있어서 기쁨 두배~♡칭찬 받으니 세배네요~♡이득ㅋㅋㅋㅋ

mini74 2021-06-10 1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사건 거꾸로 세계사? 를 통해 읽었던 기억이 ㅠㅠ 정의로울 거라 생각했던 똘레랑스의 파리에 대한 제 이상이 무너졌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미미 2021-06-10 12:59   좋아요 1 | URL
역시 미니님도 알고 계시군요!! 어제 저 마리앙투와네트 때 가짜뉴스들 봤는데 너무 충격이었던거 생각나요. 역사는 파면 팔수록 모순덩어리인듯ㅠ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실제 화가에 비해 엘스티르라는 인물은유일하게 프루스트가 창조해 낸 가상의 화가이다. 허구의 인물임에도 엘스티르가 모네, 마네 등의 현존했던 화가들과 나란히 어깨를 겨눌 수 있는 이유는 이 인물이야말로 프루스트의 미술론,
작가론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 P88

"나는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그 하나하나에 우리가 시에서 흔히 은유métaphore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사물을 변모 métamorphose 시키는힘을 보았다. 신이라는 존재가 사물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것을 창조한다면, 엘스티르는 그것들에 붙여진 이름을 떼어 냄으로써, 혹은그것들에 새로운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만의 방법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명칭하는 이름들은 모두 각각에 부여된 개념을 안고 있는데, 이렇게 미리 확립된 개념은 우리가 그 사물에 대해 갖는진정한 인상과는 무관하며, 인위적으로 정해진 원래의 개념과 다른어떤 것도 끼여들 틈이 없게 만든다."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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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9 14: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ㄷㄷ무서우신 분~!! 저 읽다가 이해안되는 부분은 미미님께 문의해야 겠어요^^

미미 2021-06-09 14:24   좋아요 2 | URL
ㅋㅋ저야 궁금해서 찾는 정도라 스콧님이 훨 많이아시죠! 만약 프루스트 퀴즈 나감 새파랑님 보다 더 모를 껄요^^*

scott 2021-06-09 17:01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출근 하실때
프루스트옹 꼬옥 챙기시는 분 !

◖⚆ᴥ⚆◗

새파랑 2021-06-09 18:56   좋아요 2 | URL
매일매일 가방이 터질거 같아요 ㅜㅜ

2021-06-09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9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와 반대로 그들 영역의 경계 저편에는 찬란한 바다 소녀들이, 울퉁불퉁한 심연에 매달린 수염 난 트린톤 신(神)이나, 파도가 실어 온 매끄러운 해초로 갈고닦인 자갈로 만들어진 머리에다 둥근 천연 수정의 눈길을 지닌, 물속에 잠긴 반인 반신 쪽을 끊임없이 돌아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 P67

마치 우리가 어느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육체적 특징이 아니라 영혼의 우월함을 칭찬하기위해 그의 악기가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말하는 것처럼, 또사라진 님프 대신 생기 없는 샘물만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고대 풍경화에서처럼, 우리가 포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의식적인 의도는 거기 적합한 낯설고도 차가운 투명함을 지닌 어떤 음색의 질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 P80

우리는 한 세계에서 느끼고 다른 세계에서는 생각하고명명하며, 그리하여 이 두 세계 사이에 어떤 일치점을 설정할수 있지만, 그 간격을 메울 수는 없다. 바로 이것이 내가 넘어서야 했던 거리감이자 균열이었다.  - P83

작가의 작품이란 탁월한 연기 창조를 위해 그 자체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그저 하나의 질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 P84

공작 부인은 남편과 함께 나를 한번 본 적이 있지만 틀림없이 기억하지 못할 것이며, 칸막이 특별석에 앉은 탓에 아래층 앞 좌석 관객이라는 그 익명 집단인 석산호류를 바라보듯 나를 볼테지만 다행히 내 존재가 관객 사이에 녹아 있어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빛의 굴절 법칙 덕분에 푸른두 눈의 무관심한 흐름 속에 개체로서의 삶이 제거된 나라는원생동물의 어렴풋한 형태가 아마도 부인 눈에 그려졌는지그녀 눈에서 반짝하는 빛이 보였고, 그러자 갑자기 여신에서여인으로 변한, 내 눈에 천배는 더 아름다워 보이는 공작 부인이 칸막이 좌석 가장자리에 올려놓은 하얀 장갑 낀 손을 내 쪽으로 들어 우정의 표시로 흔들었고, 그 순간 내 시선은 부인이누구에게 인사를 하는지 보려고 자기도 모르게 타오르는 반사적인 불길로 작열하는 대공 부인 눈길과 마주친 듯 느꼈으며, 또 공작 부인은 나를 알아보고 반짝거리는 천상의 미소 세례를 내게 소나기처럼 퍼부었다.

(한 문장ㅋ 길어도 어색하거나 이해하기 어렵지가 않다. 이것부터가 능력!
‘반짝거리는 천상의 미소 세례를 내게 소나기처럼 퍼부었다‘니 ....♡)
- P95

처음 며칠 동안은 그녀를 놓치지않으려고 보다 확실하게 그녀 집 앞에서 기다렸다. 마차가 드나드는 대문(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연이어 통과시키는)이 열릴 때마다 대문의 흔들림이 마음속까지 길게 퍼져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마음이 가라앉곤했다. 
- P96

공격의 법칙이란 반격의 법칙을 요구하는 법이어서 하인들은 내 모난 성격에 다치지 않으려고, 누구나 자신의 성격 속에 내 모난 성격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오목한 부분을, 반대로 내 오목한 부분에는 내 결점을 이용해 볼록한 부분을 파 놓았다. 그런데 나는 내 결점도, 그들이 그 사이에 파 놓은 볼록한 부분도 알지 못했는데, 바로 그것이 내 결점이었기 때문이다.  - P105

프랑수아즈는 내게 진실 폭로에는 말이 필요치 않으며, 말에 기대지 않고, 더 나아가 말을 참조하지 않고도 수많은 외부 기호들에서진실을 포착할 수 있다는, 물리적 자연에서의 대기 변화와 유사한 그런 성격 세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몇몇 현상에서조차, 진실을 보다 확실히 포착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 준 최초의 인간이었다. - P107

프랑수아즈는, 인간이란 내가 생각했듯이 장점이나 결점과 계획, 우리에 대한 견해를 가진 명료한 부동의 존재가 아니라(울타리 너머로 온 화단이 내려다보이는 정원처럼) 우리가 결코 꿰뚫고 들어갈 수 없고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도 없는 그림자이며, 이런 주제에 대해 말과 행위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내는 믿음은 각각 서로에게 불충분한 데다가 모순투성이 지식만을 제공할 뿐이며, 우리는 이런 증오와 사랑이 번득이는 그림자를 마치 진실인 양번갈아 상상한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준 최초의 인간이었다.
- P109

** 안나 드 노아유
(Anna de Noailles, 1876~1933)브랑코반 백작인 아버지와 루마니아 태생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많은 시작품을 남긴 프랑스의 여류 시인이다. 프루스트는 그녀를 빅토르 위고나 샤토브리앙보다 더 높이 평가하면서, 젊은 페르시아의 시인‘, ‘카르타고의 여신‘으로 비유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게르망트, 폴리오 672쪽 참조.) - P171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 존재에 대한 감정에, 그 존재가 일깨우지만 그 존재와는 무관한, 이미 예전에 다른 여인에 대해 느꼈던 많은 감정들을 집어넣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런 특별한감정을 뭔가 우리 마음속에서 보다 일반적인 진리에 이르게하려고 애쓰며, 다시 말해 인류 전체에 공통된 보편적 감정에포함시키려 한다. 이 보편적 감정과 더불어 개인과 개인이 우리에게 야기하는 아픔은 과거의 우리와 소통하게 하는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된다.  - P192

** 탈레랑(Charles-Maurice de Talleyrand, 1754~1838)은 귀족 출신 성직자이자 정치가다. 나폴레옹을 정계에 진출시키는 데 많은 공헌을 했지만, 1806년대륙 봉쇄를 계기로 러시아 황제인 알렉산더 1세와 내동하는 등 나폴레옹의 몰락을 재촉하기도 한, 뛰어난 지략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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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9 0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새벽독서 하셨군요 ㅋ 5권은 잘 읽히는거 같아요^^

미미 2021-06-09 11:10   좋아요 2 | URL
4권이 힘드셨던거 같아 미리부터 걱정입니다. 숫자도 4인데 말이죠ㅋㅋㅋ

2021-06-09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9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