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컷 - [할인행사]
제인 캠피온 감독, 맥 라이언 출연 / 씨넥서스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어제 영화 '숏컷'을 보려고 검색하다 연관검색으로 뜬 이 영화를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연속 2번을 보고서야 잠이 들었다. 일단 29금쯤 되는것 같고 맥라이언과 마크 러팔로의 리즈시절 모습이 나온다.



요즘 여행도 못가고 카페도 못가고 극장도 못가고 원래 도박도 안하고 마약도 안하는 명분?을 세워 영화 책에 집중 투자 중이다. 그래서 주로 한가지씩 돌아가며 보던 넷*** 웨** 왓*를 지난달부터 다 보고 있는데 이 영화는 왓*에서 발견. 2004년제작인데 화질도 뛰어나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네이벗의 평점은 5점대. 아냐 이건 뭔가 잘못됐어 스콧님이나 하길태님에 비길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스크린좀 구독하고 무료 배포하는 영화지까지 가지러 종로까지 가던짬(영화 인생짬ㅋ)과 필(feel)이 있는데 저건 신뢰할 수 없는 평점이야! 그래서 검색해보니 제인 캠피온은 '피아노''내 책상위의 천사'의 감독이었다. 역시!

줄거리는 뉴욕에서 학생들에게 작문을 가르치는 프레니(맥라이언)은 제대로된 연애를 못하고 독신으로 오랜시간 혼자 외롭게 살고 있었다. 가장 가깝게 지내는 건 이복동생 폴린(제니퍼 제이슨리)가 유일.

어느날 목이잘린 이웃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주인공이 피해자와 동선이 겹쳐 목격자를 찾던 형사 말로이(마크 러팔로)가 그녀집에 찾아오는데 프레니(맥라이언)에게 반했는지 묘하게 관심을 보이며 그녀의 책상위 포스트잇에 붙은 이런저런 문구에 대해 언급한다. (빛나는 벗꽃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는 뭐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엄훠! -확실치 않으니 한 번 더 봐야겠다.ㅋ)

살인은 계속되고 두 사람은 썸도 타고 어쩌고 저쩌고 29금을 찍다가 음... 그런데 그녀 입장에서는 주변 모두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데...범인은 정말정말 반전이었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있고 아시아 영화적인 느낌느낌도 좀 있다.(데이트 할때 입으려고 옷을 샀는데 약간 치파오 스타일이고 등등)범인이 누구일지 추리하는 맛도 있고 마크 러팔로가 일단 너무 귀여웠다. 독특한 분위기도 소화가능하신 분들에게 강추. 짐케리의 '넘버23'과도 약간 비슷한 분위기다.


*프레니(맥라이언)가 수업시간에 칠판에 등대를 그려놨는데 ‘의식의흐름‘과 ‘관념의 흐름‘은 혼동되어지곤 한다며 이것은 오류라고! 숙제로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읽어오라고 한다. 그래서 조금 찾아봤는데 비교한 내용도 없고 나 역시 그게 그거인줄 알았었는데... 🙄



#로멘스 #29금 #미스터리 #스릴러

하얀셔츠♡ 콧수염♡

헉..동명의 원작소설도 있었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24077 씨네21의 좋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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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5 15: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댓글 자리 찜!👆

김치전 부터 냠!!
<( ̄︶ ̄)>🥘

미미 2021-06-15 12:10   좋아요 5 | URL
김치전에 동동주 준비완료욤ㅋㅋㅋ🥘🍶

페넬로페 2021-06-15 12:36   좋아요 5 | URL
오늘같은 날씨엔 김치전에 동동주 좋네요.

scott 2021-06-15 15:34   좋아요 5 | URL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격적인 설정에 이 영화가 29金인게 흑인 속어집 만드는 프래니 교수가 수집하는 외설적이고 적나라한 비속어 때문이라서 개봉 당시 화제를 몰고 왔죠.
제인캠피온 감독의 영화 ‘스위티‘ 추천합니다
89년도 작품인데 다큐 같은 설정 샷에 80분 동안 유치한 몸짓과 기괴한 행동으로 갖가지 말썽을 일으키다가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뚱보 괴물 스위티,제인 오스틴 감독의 페미니즘 시각이 돋보이는 수작!
사알짝 추천 (ノ◕ヮ◕)ノ*:・゚✧


미미 2021-06-15 15:55   좋아요 4 | URL
역시 스콧님!👍바로 검색들어갑니당!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한 수작들 파고파고 해야함요!🤔🤨

페넬로페 2021-06-15 12:4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맥 라이언은 로맨틱 코메디의 여왕이었잖아요. 한때 그녀의 영화를 보면서 낭만에 젖었는데 ㅋㅋ
이 영화는 안본것 같은데 관심 가네요.

미미 2021-06-15 12:50   좋아요 6 | URL
이 영화에서도 역시 예쁘지만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지치고 좀 우울하고 슬픈모습? 전체적으로 영화 분위기가 암울한데 나름의 매력은 있어요.😅

새파랑 2021-06-15 13: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29금이라니까 왠지 너무 궁금하네요ㅎㅎ 영화마니아 미미님이셨군요 😮 역시 스릴러가 있는 로멘스가 재미있는거 같아요 ^^
그와중에 등장한 등대로는 최고네요~!!

미미 2021-06-15 13:17   좋아요 6 | URL
‘자칭‘ 영화마니아에 주의하셔야합니다ㅋㅋ등대로부터 주인공의 직업과 매혹적 문장찾기,로멘스,스릴,미스터리,추리,살인...좋았던게 너무 많았어요😆

scott 2021-06-15 15:36   좋아요 6 | URL
오! 미미님 저랑 동감동감!
이렇게 한 영화 속에 매혹적 문장찾기,로맨스,스릴,미스터리,추리,살인 ,인물들 옷차림, 장소 배경 까지 완벽!ㅎㅎ
요즘 이런 영화 찾아보기 힘듭니다.

미미 2021-06-15 15:58   좋아요 6 | URL
보물찾기한 기분이예요! 평론가 리뷰읽어보니 여러가지의미까지 보나스ㅋㅋㅋ♡

레삭매냐 2021-06-15 13: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to see anything
to hear anything
to remember anything...

이 대사가 아주 멋드러지네요.

제목을 대충 보고 로버트 알트
만의 <숏컷>을 검색했었네요.

제니퍼 제이슨 리는 오랜만이네요.

미미 2021-06-15 13:47   좋아요 5 | URL
네ㅋㅋㅋㅋ제니퍼 제이슨 리와 케빈베이컨이 조연으로 출연해서 반가웠어요! ☺

mini74 2021-06-15 18: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인 캠피온감독에 남주도 귀엽고 여주도 깜찍하고 그런데 29금 ~ 어머! 이건 봐야돼! 인데요 ㅎㅎ 왓*가 옛날영화가 많아서 좋더라고요 저도 도박은 끊었고 마약은 국가가 허락한 것만 복용중이니 볼 자격이 충분하겠지요 *^^*

미미 2021-06-15 18:44   좋아요 5 | URL
너무 외롭게 지내며 출퇴근길 지하철 광고판 글귀들에 솔깃솔깃하던중 형사가 자꾸 유혹하니 끌리긴한데 살인범같고 그래서 불안한 밀땅이예요ㅋㅋ미니님께 이 작품을 마구 허합니다♡ㅋㅋㅋㅋ😳

coolcat329 2021-06-15 18: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이 영화 봤는데 전혀 생각이 안나요.ㅠ오 내용보니 넘 재밌겠어요.

미미 2021-06-15 18:46   좋아요 4 | URL
마크 러팔로 리즈시절 콧수염이 이렇게 잘어울리는지 몰랐어요!ㅋㅋㅋㅋ 목소리도 멋지고요♡.♡

붕붕툐툐 2021-06-16 0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숏컷과 인더컷 제목 묘하게 비슷한데, 좋은 영화 발굴하심을 축하드려요~ 그럴 때 더 내 거같고, 더 재밌는 거 같아요~
아니, 근데 책을 그리 많이 읽으시는데 언제 영화까지 보신대요~ 정말 미미님은 능력자!!

미미 2021-06-16 00:09   좋아요 3 | URL
맞아요♡내꺼찾은 기분ㅋㅋㅋㅋ자기전에 보는데 어제 반복보다가 그만 새벽에 잠들었지요(ㅠㅇㅠ);;

scott 2021-06-16 00:10   좋아요 3 | URL
툐툐님 말씀이 맞습니다!
인 더 컷은 제인 캠피온이 만든 줄도 잘 모를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요렇게 발굴 하쉼!!

미미님은 멀티! 멀티 능력자!👑

미미 2021-06-16 00:12   좋아요 3 | URL
아이참 부끄럽네요ㅋㅋㅋㅋ왕관 쓱싹👑 ㅋㅋ😍

고양이라디오 2021-06-16 0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봐야겠네요. 글은 혹시 스포 있을까봐 읽다 말았어요ㅎㅎㅎ 영화 보고 마저 읽을께요

미미 2021-06-16 09:56   좋아요 1 | URL
왓*에만 있더라구요! 저는 좋았는데, 라디오님 범인 찾으실지도 기대됩니다ㅋㅋㅋㅋ
 

문제는 대부분의 ‘유사점‘은 보고되지않고 차이점만 과학계와 대중매체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는 사실이다.
- P31

다른 해부학적 신체 부위를 생각할 때보다 우리는 두뇌에 대해서 본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야외의 햇볕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이 사무실에서 일하는사람보다 평균적으로 어두운 피부색을 가졌다고 해서, 까무잡잡한 사람들이 실외 작업을 좋아하고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실내 작업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햇볕에 많이 노출되면 피부색이 짙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의 구조와 기능의 차이에 대해서는 그것이행동 차이의 원인이라고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그 반대의경우일 가능성은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 P37

젠더의 현대적 의미를 배워가면서 나는 남녀 특징의 구분이,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주장했듯이, 임의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다. 강함, 의지, 성취 욕구, 경쟁심, 공격성 등 남성과 연관된 자질들은 지배적 집단의 특징일 뿐이다. 그리고 연약함, 부드러움, 친절, 예민함, 따뜻함, 공감,
양육 등 여성 관련 자질들은 종속적 집단의 특징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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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은 내장을 비운 도시 위로 비극적인 흉조가 몰려와 무거워진 광막하고도 황량한 하늘을 펼치고 있었으며, 만테냐나 베로네제가 거의 현대적인 모습의 파리를 그린 몇몇 하늘과도 비슷한 하늘 아래서는 기차로 출발하는 일이나 십자가를 세우는일 같은 뭔가 무시무시하고도 장엄한 일 외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 P14

그녀는 기차 옆을따라가면서 잠에서 깨어난 몇몇 승객에게 카페오레를 내밀었다. 아침 햇살이 반사되어 다홍색으로 물든 그녀의 얼굴은 하늘보다 더 분홍빛이었다. 그녀 앞에서 나는, 매번 우리가 아름다움과 행복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때마다 마음속에 다시 생겨나는 그 살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 P32

누군가가 새로 나온 ‘좋은 책‘에 대해 말하면 어떤 문인은 그 책이 자기가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좋은 책들을한데 모아 놓은 일종의 합성물일 거라 상상하고 미리부터 권태의 하품을 한다. 그렇지만 좋은 책이란 특별하고도 예측할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지나간 모든 걸작들의 합산이 아니라이 모든 것을 완전히 흡수해도 아직 발견되기에 충분치 않은그 어떤 것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이유는 바로 책이 이런 합산밖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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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4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벌써 시작이라니 😳

미미 2021-06-14 11:2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월요일이라 펼쳤지요🤭

scott 2021-06-14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전, 새파랑님 미미님 11권을 향해 달려 오실때까지 줄창 11권만 !읽고 또 읽고 ฅ́˘ฅ̀

새파랑 2021-06-14 17:34   좋아요 2 | URL
스콧님 기다리시면 안되니까 읽던 책 다 읽으면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스콧님 기다리게하면 안될거 같음 😐

미미 2021-06-14 18:3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두 분 덕분에 제가 웃습니다ㅋㅋㅋㅋ

서니데이 2021-06-15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냥 읽으면 잘 모를 것 같긴 한데, 문장이 상당히 긴 편이네요. 묘사가 섬세해서 잘 모르고 지나가지만, 실제 문장이 이렇게 길면 번역하기 힘들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미미님, 좋은 밤되세요.^^

미미 2021-06-15 00:27   좋아요 3 | URL
그렇죠? 이 작품의 번역은 프루스트에 대해 애정이 듬뿍 있어야 가능할것 같아요ㅋㅋㅋㅋ
서니데이님 포근한밤 되세요^^*♡
 



어제 저녁. 오랜만에 치킨 배달을 시켜놓고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낯에 더위먹은 여파였는지 전화 벨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깊이 잠이 들었다가 순간적으로 깨어나 허겁지겁 휴대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그리고 배달 완료 사진이 있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10분이 지났다. 놀라서 대문앞에 달려나갔는데 치킨이 온데간데 없다. 치킨을 도둑맞은 것이다! 곧이어 치킨을 기대했던 짝꿍이가 도착했다. 당황한 우리는 어떻게 10분만에 치킨을 훔쳐갈 수 있냐며 분노했다. 비교적 조용한 동네. 저녁이면 집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옆집인가? 우리는 가장 먼저 옆집을 의심했다. 멀리 사는 사람이 굳이 치킨을 훔쳐 가기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옆집에서 배달원이 여러차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와 보고 응답이 없는 것에 모험을 한 것일 수 있다. 지금쯤 맛있게 먹고 있을 거다. 아 정말 치사하다 나쁜 사람! 먹을 걸 훔쳐 가다니! 별의별 추리와 의혹을 쏟아내다가 우리 대문을 향해 직각으로 주차하고 있는 이웃 차량의 블랙박스를 주시했다. 


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은 A형과 타고난 결단력은 있지만 오리지날 A형의 영향을 많이 받아 후천적 A형이 되어버린 B형의 갈등과 고뇌의 시간이 얼마간 이어졌다. 늦은 시간이라 이웃이 싫어하면 어쩌지? 그냥 치킨일 뿐인데 잊어버리고 말자. 하지만 도둑을 잡지 않으면 이번 성공에 기고만장해진 이 도둑은 재범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은 범죄다. 지금 이웃을 불편하게 하는 건 잠시지만 이 일은 두고두고 미궁에 빠져 오랜기간 이웃들을 의심하며 찜찜해질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보자! 결국 친절한 이웃 아저씨 덕분에 사건 현장이 담긴 메모리카드를 빌렸지만 리더기를 사와야 하는 수고가 또 걸림돌이었고 다시 고민과 회의를 거듭하고 리더기를 사오고 나서야  해당 10분동안 치킨을 훔쳐간 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범인은 가끔씩 우리동네에 출몰하는 노숙자 아저씨였다! 영상속에서 아저씨는 우리 집 앞을 지나가다가 치킨을 보더니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치킨을 들고 사라졌다. 우리는 동시에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웃이 아니었어! 콜라랑 맛있게 드셨겠지?  


P.32 머리 좋은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따라 갈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즐기는 사람은 고민하는 사람을 능가하지 못하는 법이다. 여성주의는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 


보름 가까이 걸려 정희진님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리뷰를 쓰려니 마침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도둑맞은 치킨에 대한 진실을 파악하는 데에도 이렇게 머뭇거려지고 수고가 필요한데 하물며 여성의 권리와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는 여정은 어떻겠는가? 그동안 여성학자 정희진의 책들을 몇 권 읽어봤지만 이번이 가장많이 슬프고 놀라우면서 또 희망적이었다.  

진실을 찾는 과정은 우선 쉽고 편한 외면과 수용이라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그런다음 시간을 들여가며 번번이 찾아오는 귀찮음과 번거로움에 맞서 싸워야하고 그 과정에서 예상을 벗어난 반전이나 갖가지 걸림돌, 의외의 상황을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이런저런 방해물들을 지나쳐야 어느정도 분명한 인식에 이르는데 그런 과정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생각보다 소득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제대로 거기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분명한 이해가 있어야 분명한 선택도 가능하다.


P.33 모든 이항 대립 논리는 거의 필연적으로 성별적으로 작동한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듯이 낮과 밤은 순환하고 연결되며 상호 의존하는 것인데도, 가부장제 사유 체계는 그것을 대립으로 받아들인다.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한 해질녘 황혼과 동트는 여명이 아름다운 것은 경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혼란이 아니라 기존의 대립된 시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상상력과 가능성을 뜻한다. 

권력과 기득권은 당사자가 스스로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 가부장제가 뿌리깊은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여성들에게 이것은 더욱 암울한 사실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나니 북마크가 셀수 없을 만큼 많이 붙어있다. 여성인 내가 읽어봐도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하물며 남성들은 어떨까? 여성들은 여러 시기를 거치고 세상과 마주하며 타자로서의 낯선 경험과 모순을 체득한다. 나도 그래 왔지만 남성들의 시각이 주류인 사회에서 제대로 현실을 읽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뭔가 잘못되엇다고 모호하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이런 느낌정도로는 제대로 된 사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 불안하고 더 많은 것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잃어버린 치킨때문에 그랬던 것 처럼. 더 많이 공부하고 주변에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정희진님의 말처럼. 나부터 먼저 변화해야 한다.     

P.56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배 이데올로기나 대중매체에서 떠드는 것 이상을 알기 어렵다. 알려는 노력, 세상에 대한 애정과 고뇌를 유보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이 , 사유하지 않음 이것이 바로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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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3 22: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도둑 맞은 치킨!
몇일 굶주렸던 이의 한끼를 채워주게 만든 양식이 되었네요 !
사회에 희생자들을 향한 방관과 무심이
어마어마한 폭력이 되어버린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귀와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의 변화,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킨 주문후
깜빡 졸지 말귀
୧༼◕ ᴥ ◕༽୨

미미 2021-06-13 22:32   좋아요 5 | URL
네 읽으면서 그동안의 무지의 시간들이 너무 아쉬웠어요. 중간중간 관련된 이런저런 생각에 또 빠지고 검색하다 이탈한적도 많음요ㅋ워낙 중요한 내용들이 많아서 다시 틈틈히 읽어봐야겠지만 일단 뿌듯합니다.^^*♡

새파랑 2021-06-13 22:2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도둑맞은 치킨과 페미니즘의 연결이라니! 날이 갈수록 미미님의 리뷰는 감탄입니다. 게다가 읽은 책 목록이며, 저 어마어마한 태그지는 무엇인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늘 힘들지만 그럼에도 의미있는 일인거 같아요. 결과는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ps. 근데 도둑맞은 치킨은 허니콤보 였나요? ㅎㅎ

미미 2021-06-13 22:35   좋아요 5 | URL
도둑맞은 건 그냥 양념이었는데 마쵸킹으로 다시 주문해서 먹었어요ㅋㅋㅋ허니콤보도 맛있죠! 몰랐던 사회문제들, 이슈들도 검색하곤 했는데 오래걸렸지만 여러모로 유익한 독서였어요^^*

그레이스 2021-06-13 22: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우 !
태그가 만국기네요^^
우리 사회 타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위해 스스로 입증하고 설득하고 투쟁하는 지난한 과정을 지나게 되죠.
그 과정을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게 하는 것은 권력과 기득권의 저항때문이겠죠

치킨도둑 찾기와 여성의 권리찾기의 유비 탁월합니다.

미미 2021-06-13 22:40   좋아요 5 | URL
감사해요!!^^* 정신없이 써내려가서 좀 억지스럽지 않았나 부끄럽단 생각부터 들었어요. 플친님들 응원때문에 자꾸 뻔뻔해지고 있습니당~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6-13 23: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왜 아니겠습니까! 뭘 하나 깨부수려면 열가지, 아니 백가지의 노력과 좌절이 필요할듯요^^
저도 정희진작가의 책에 관심가지고 있는데 저한테 맞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나마 치킨이 노숙자에게 가서 다행일까요 ㅎㅎ

미미 2021-06-14 09:33   좋아요 6 | URL
깨부순다는 표현 넘 좋은데요?!ㅋㅋ페넬로페님 여성의 현실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어서 강추드려요. 제가 중학교때 읽었음 제 삶이 달랐을꺼라 장담합니다~♡

서니데이 2021-06-14 00:3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놀라셨겠어요. 요즘엔 비대면이라서 택배나 배송상품 모두 집 앞에 두고 가는데 그런 일이 생겨서요. 치킨 사건의 용의자는 제3의 인물이었네요.

미미 2021-06-14 09:39   좋아요 6 | URL
네ㅋㅋㅋ 앞에 택배 놓고가도 그동안 도난당한일이 없었기 때문에 더 놀라웠어요. 이 아저씨는 특히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죠. 전문용어 멋져요ㅋㅋ^^♡

모나리자 2021-06-14 11:3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치킨 도둑 이야기... 소설같은데요??ㅎㅎ
치킨을 시켜놓고 깜빡 잠든 것도 리더기 사다 조사하는 것도.. 넘 웃겨요. 웃다 눈물이..ㅋㅋ(죄송)
맛있게 드셨겠지? 에 빵! 입니다.ㅋㅋ
노숙자 아저씨에게 자선했다 생각하셔야겠어요.

더 좋은 일이 몰려올 징조라고 생각하시고 새 한주도 화이팅 하세요~ 미미님~~^_^!!

미미 2021-06-14 11:39   좋아요 6 | URL
수사물을 너무 봤나봐요. 쓸데없이 진지모드ㅋㅋㅋㅋ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ㅋㅋ♡
모션 뭐라고 하는데 아저씨 치킨들자마자 화면에서 뿅~사라졌어요🙄
모나리자님도 힘나는 한 주 되세요^^*

mini74 2021-06-14 19: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뭐가 이리 흥미진진한거죠. 사라진 치킨, 그 범인은 ? 추리소설 빰치는데요. 반전까지 ㅎㅎ 재미있게 읽었어요. 악이 꾸준한건 선보다 부지런해서란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미미 2021-06-14 19:35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그냥 넘겼으면 악마가 좋아할뻔 했네요! 추적해서 진상파악하고 글도쓰고 미니님께 칭찬받고 히힛^^♡

붕붕툐툐 2021-06-15 0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둑 찾기의 도전이었네요~ㅎㅎ 미미님과 짝꿍 분 함께 범인을 찾고, 노숙자 아저씨인 걸 보고 ‘맛있게 드셨겠지?‘하는 부분 왤케 사랑스러운 거예요?흐엉흐엉~ 이 커플 제가 애정합니다~~❤💕😍

미미 2021-06-15 00:5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에궁 감사해요 💕 ❤ 툐툐님 애정받고 두배로 드림 ❤ 🙆‍♀️🙆‍♀️

2021-06-15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5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1-06-18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인 플래그잔치네요. 33페이지. 경계에 선다는 혼란스러운 가능성을 우리 함께. 토닥토닥. 수고 너무 많으셨어요. ㅎㅎㅎㅎ
그리고 치킨 범인은.. 다행이랄까요?

미미 2021-06-18 09:45   좋아요 1 | URL
몰랐던게 너무 많아서 그만ㅋㅋㅋㅋ다음에 다시 읽으면서 떼면 어떨까 생각중이예요^^*
 

투명한 이야기도, 끝난 이야기도 없다. 모든 이야기는 말하는 이의 ‘그 순간‘의 자기 현실에 대한 사회적 해석, 체현(embodiment)의 가시물이며 정치적으로 협상하는 언어들이다.
- P223

이름 짓기는 정치학이다. 명명(命名)의 과정과 결과는 명명하는 집단의 시각과 이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 P246

이제까지 성을 사는 남성은 문제화되지도 않았고 사회적 낙인의대상도 아니었다. 만일 성매매가 더러운 것‘이라면,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말대로, 성을 파는 여성은 일부지만 성을 사는 남성은 대다수이므로 ‘더 더러운 것은 남성 집단이 아닌가? 성을 사는 남성은타자가 아닌데, 왜 성을 파는 여성은 타자인가? 남성은 여성보다더 섹스를 필요로 하고 남성의 성욕은 거의 무한대로 인정받음에도 불구하고, 왜 남성은 성적 존재나 성적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는가? 

왜 남성은 가난해도 성을 팔지 않는가? 왜 여성은 남성만큼 이성의 성을 사지 않는가? 성판매 여성이 겪는 고통은 성매매가 불법이어서 발생한 문제일까, 아니면 성의 이중 윤리(이중 잣대)에서 비롯된 여성의 성에 대한 혐오 때문일까? 왜 ‘창녀‘에 대한 낙인과 비하는 모든 여성에게로 연결, 확대될까? 서구에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면서 탄생한 급진주의 페미니즘 이론은 성매매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명쾌한 그리고 여성주의 진영의 ‘전통적인 논리를 제공한다.
- P247

만일 남성 사회의 주장대로 성매매가 평등한 교환이라면, 왜 유독 파는 여성만이 그토록 혐오의 대상이 되며, 성을 파는 여성에대한 비하가 여성 집단 전체에 대한 비하와 통제로 연결되는지 설명할 수 없다. 

여성이 성산업에 종사하는 것은, 그가 가난해서라기보다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가난하지 않은 여성도 인신매매에 의해 성판매 여성이 된다. 가난한 남성이라 할지라도 여성에게 성을팔지는 않는다. 성매매는 계급의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의 문제인것이다. 
- P248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성매매를 반대하는 것은 성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성매매는 성 보수주의나 윤리의 문제와는아무런 관련이 없다. 성매매는 기본적으로 성별 권력 관계의 문제이다. 성매매와 포르노그래피는 남성이 여성의 몸을 사용하는 것을 정상화, 정당화하는 남성 중심 시스템의 핵심이다. 성매매는 성폭력과 다르지 않다.  - P249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은 ‘창녀‘가 아니라 포주다. 이는성판매 여성이 성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상품이라는 의미이다. 즉, 성매매는 여성이 남성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남성에게 파는 것이다. 특히,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고 있는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매매는 더욱 인신매매적 성격을 띠고있다.
- P249

폭력은 극단적인 형태의 이분법적 인식론을 전제한다.  - P263

"군대 다녀와야 어른 된다", "철든다", "남자 된다", "사람 된다"
등 우리 사회의 일상적 언설은, 병역 의무 수행이 시민권뿐만 아니라 문화,정서,의식 등 모든 차원에서 ‘인간됨‘의 내용을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러한 인식에서는 "어른,사람=남성"을 뜻하게 된다. - P269

한국에는 1962년에서 1972년까지 ‘미스 여군 선발 대회‘가 있을 정도였으며, 1984년에 중사 이상 여군의 결혼이 허용되었고, 1988년에서야 기혼 여군의 출산이 허용되었다. 이후 사회 전반의 민주화와 여성운동의 발전에 따라, 2005년 6월 여군 장교와 부사관 수는3,701명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간부 정원 대비 2,23퍼센트에 불과하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전체 간부의 5퍼센트를 여성으로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P282

군대 내 성매매를 ‘위안‘이나 ‘휴식‘ 등의 용어로 표현하는 것은, 정치적 권력 행위로서의 성폭력 문제를 ‘신체의 요구‘라는 생물학적 주제로 이동시커, 가해 남성의 책임을 비가시화하고 여성의 고통을 주변화한다.
- P290

폭력의 피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사회운동은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론을 강조한다. 피해자가 ‘잘못‘이 있다면, 개인적 항의도 사회적 저항도 어렵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잘못을 했으면 몰라도.…" 내지는 "잘못을 했으면 맞을수도 있다" 혹은 "맞아야 한다"는 통념을 수용한 대응이다. 
- P295

현실(present)은 언제나 재현(re/present)이다. 재현되지 않는 현실은 없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 P297

폭력은 이유가 없다. 권력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폭력에 이유가 있다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있을 뿐이다. 사회운동은 그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파악해 그것을 제거 하고 제약하는 것이다. 사랑과 폭력은 원래 같은 의미지만, 특히 상대방의 상태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더욱 비슷하다. 사랑이나 폭력은 모두 자기 확신 행위이지 상대방의 매력이나 잘못과는 무관하다. 이렇게 본다면, ‘묻지마 폭력‘의 이유는 단지 피해자가 거기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피해자의 잘못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폭력의 시비와 정의를 분석하려는 시도에서 폭력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을 고찰하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P298

전통적으로 폭력은 남성 실업과 관련이 있다. 일자리가 없을 때여성은 가사 노동, 결혼 시장, 성 산업으로 흡수되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 중산층의 경우 말할 것도 없이 여성의 노동 시장 조건(취업, 승진, 보수……)이 남성에 비해 열악하지만, 저소득층은 상황이다르다. 남성은 저소득층일수록 다른 계급의 남성은 물론 같은 계급의 여성보다 일자리가 불안하다. 또한 다른 인종의 남성과도 경쟁해야 한다.
- P298

나치의 전신이자 전위대였던 자유군단(Freikorps), 제주 4·3 사건 당시에 ‘육지 용병‘이었던 서북청년단, 5) 큐클럭스클랜(KKK단)등은 모두 소외 계층이나 저소득층 남성들의 ‘킬링 타임‘과 관련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도 지배 계층 남성들처럼 뭔가 바쁘게 보이고 싶다. 이들은 일과 후에 집에 가서 가사 노동을 하는 대신, 술집에서 의기투합하면서 자경단 같은 ‘의미 있는 일‘을 찾는 과정에서조직화되었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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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6-13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아주 빠른 속도로 주말이 옆으로 지나가고 있어요.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미미 2021-06-13 21:29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좋은 시간은 언제나 초고속이네요ㅋㅋㅋㅋ 서니데이님 남은 시간 잘 마무리하시고 굿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