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가되면 누구든 어느 정도의 동정심과 유연함, 자비심을 가질 기회를 얻는다. 용서받지 못하는 자는 다름 아닌 살아 있는 사람들로, 그들은 강력한 동풍을 맞은 빗줄기처럼 관용이나 공손으로부터 배제되기 마련이다.  - P11

심장이 뛰는 동안 그 심장에 힘껏 박차를 가하라, 그것이 유일한 기회이니. 촉촉하게 젖은 두눈이 겁에 질려 간청의 눈빛을 보이면 무언의 냉정한 시선으로 얼어붙게 하라. 영혼의 가장 깊숙한 성소이자 세심한 전달자인 귀가 다정한 말에 현혹되려 한다면 냉혹한 정중함과 조소 섞인 칭찬, 질투 섞인 애정의 무관심한 태도로 이를 밀쳐내라. 명민한 두뇌가 부당함에 고동치고, 혹은 그와 비슷한 것을 인식하고자 몸부림친다면 신중하지 못한 판단력과 소소한비교, 부주의한 오해로 서둘러 이를 제압하라.  - P11

사후에 왕위에 오른 영혼들(죽어서 비로소 인정받게 된 고전 작가들ㅡ미미) - P14

나는 스스로를 여성적인 기질과 유령 같은 아름다움을절반씩 지닌 사람이라고 믿었다. 심지어 제네바에서는 음울한 기운을 물씬 풍기는 초상화 화가들이 나에게 모델을 청하더니 자신들이 상상하던 중세의 죽어 가는 음유 시인의 모습을 내게서 찾아냈노라고 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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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16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물에 빠져도 젖지 않는 바캉스 용 책???ㅎㅎㅎ

[사후에 왕위에 오른 영혼들]
넘 안타깝습니다 ㅠ.ㅠ
살아 생전에 인정 받아야 하는데,,,,


청아 2022-08-16 23:28   좋아요 1 | URL
워터 프루프 기대했는데 도서관에서 커버는 벗겨 놓은듯 합니다. ^^*

살아 생전 왕위에 오름
더할나위 없겠죠 ㅠ.ㅠ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 피해자에서 생존자, 그리고 감시자가 된 마녀 D의 사법연대기
D 지음, 김수정 외 감수 / 동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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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만들어가는 저자의 실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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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16 2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이 만들어 가시는 길
응원합니다!
₍₍ ᕕ(´ ω` )ᕗ⁾⁾

청아 2022-08-16 23:29   좋아요 2 | URL
저도 열심히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권변호사 박준영님이 우리동네 도서관에 강연오시는 기념으로 1층에 인권관련 책들이 전시되었다. 그 중 이 책이 눈에 띄어 서서 무심결에 읽다가 완전 내 이야기라서 눈물을 참느라 애먹었다. ‘어머 여기서 또 주책이야' 이런 생각하면서... 그림 속 아이 대신에 아픈 반려견을 넣으면 내 상황. 안그래도 요즘 계속 울보모드인데, 아무래도 읽고 있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의 영향력 탓인것 같다. 그냥 닉네임을 울보 미미로 바꿔야하나... 광녀미미 이미지도 있고 이것참 난감하다. 


집에서 키우는 츄츄라는 노견시츄가 치매증세가 있어 요즘 애를 먹인다. 남편 퇴근이 늦어진 어느 날 마침 증세가 심한 츄츄가 걱정되서 운동도 못가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했다.


그냥 나가 무슨 일 있겠어? 박서방은 언제온데? 빨리 오라고 해. 
-오늘은 7시에 끝나. 엄마.난 괜찮아. 
아니 난 너가 힘들까봐 그러지. (엄마는 온통 내걱정)

그런데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다보니 이런 그림이 초반에 똭ㅡ 등장. 엄마 마음이 느껴져 또르르...할뻔 했던 거.




책을 읽고 집에 오면서 쭉 생각했다. 전쟁도, 육아도, 각종 사회문제도 여성들이 여성이라서 더 가슴으로 느끼는 그런 지점들이 있다고. 그런 것들이 여성을 오히려 힘들게 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이 감정들은 너무나 인간적인것이고 남녀 모두가 공유해야할 참된 가치가 아닐까 하고. 여성을 구속하는 동시에 배제하는 이 감정적인 마음들,따뜻한 공감력, 동시에 여성에게만 허용되어 남성들에게는 불가침조항같은 것이 된 가치들. 생존과 멀고 경쟁구도에서 불필요해지기에 있어도 없는 척 해야만 하는 하찮은 것이 되어버려 많은 갈등과 문제의 원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를.

 




그런데 이 만화의 주요 내용은 낙태죄다. 연애 중인 젊은 커플과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부부,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부와 그들의 부모가 가족으로 얽혀 등장한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거기에 따른 반응들, 그리고 이어 뉴스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놀라운 판결이 나온다. 여성들의 디스토피아가 펼쳐지는 것이다. 얼마전 미국에서 낙태권이 폐지되어 지금까지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이런 내용을 읽어 더 놀라웠다. 실제로 우리의 경우 2019년 헌재에서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었다. 하지만 반대로 대한민국에서 낙태죄가 합헌이 되는 동시에 낙태여부를 확인하는 테스트기를 개발해(일명 IAT) 낙태죄가 생긴 1953년 이후 낙태를 한 여성들까지 모두 처벌한다면? (여성은 징역 1년, 수술한 의사는 징역 2년) 



합헌 결정이 떨어지고 공무원이 집으로 찾아와 테스트를 한다. 손주를 봐주시던 엄마의 결과는 양성. 







충격적인 건 아버지는 처벌하지 않는 다는 사실...그래 임신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남자는 처벌하지 않는다. 오직 여성만이 1년간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미국의 낙태권 폐지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성의 결정권을 국가가 빼앗는다는 관점에서는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튼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이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 페미니즘 필독서라고 감히 추천해본다. 



쪼개진 미국





요즘 고르는 책마다 눈물난다. 장마라 하늘도 자주 울고 나도 덩달아 우는 요즘. 울고 나서 더없이 맑아지는 하늘도 사람 마음을 닮았다. 닮은 듯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로 세상은 채워져 있다. 그래도 같이 나눌 수 있는 것들,특히 공감이, 또 사랑이. 일부만의 것이 되지 않길, 어떤 상황에서든 무가치하고 하찮은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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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15 18: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견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저는 요새 전세계가 인플레에 시위에 전쟁에 보이는 것마다 암울한지라 회사 다니면서 월급 나오는 것에 감사한 삶을 살아야겠다 단순하게 생각중입니다. 물론 분노할 일 투성이지만 지금 그러기엔 정치판도 개판이라ㅋㅋㅋ
권해주신 책은 정말 가볍지 않은 내용이에요. 미미님 달달한 거라도 드시면서 기분 업하는 저녁되시길.

청아 2022-07-15 18:3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장볼때마다 인플레 심각성을 느껴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상황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비극이죠. 식량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한다는 우리나라의 식량난도 앞당겨질까봐 불안하고요. 일단은 거리의화가님 말씀처럼 주어진 상황들에 감사하고 할 수 있는것들에 집중하려합니다.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지금 보신겸? 송이덮밥 먹고있어요ㅋㅋㅋ평온하고 즐거운 저녁되시길요 ^^

새파랑 2022-07-15 1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츄츄가 많이 아프군요 ㅜㅜ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ㅜㅜ 마지막 사진 미국 뉴스 사진은 참 많은걸 생각하게 하네요~ 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려고 하는지 좀 이해가 안되긴 하네요 ㅡㅡ 미미님 그래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울보 미미 보다는 광녀 미미가 더 좋음 ^^

청아 2022-07-15 18:48   좋아요 3 | URL
괜찮다가 한번씩 여기저기 아프고 무엇보다 힘든건 새벽에 깨는거예요ㅜㅜ
느닷없이 짖어대는통에 이웃에게도 미안하기도하고 멘붕에 빠집니다. 츄츄 본인도 괴롭겠죠. 새파랑님 응원해주시니 울보끄고 광녀미미로 힘내보겠습니다ㅋㅋㅋ 웃음가득한 불금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2-07-15 1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이들면 인간이고 반려견이고 아플 수밖에 없는데 그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죠 ㅠㅠ
울보 미미 되지 마세요
날씨도 더운데 기운빠져요.
츄츄 많이 아프지 않으면 좋겠네요.
첫 그림 넘 공감되요.
딸아이가 아이 낳으면 저도 딸아이 힘들까봐 애기를 봐줄것 같아요^^

청아 2022-07-15 20:18   좋아요 4 | URL
네ㅠㅠ 당연한 건데 반려견들에게는 시간이 너무 빨라서 츄츄도 저도 적응이 잘 안되네요. 얼굴은 아직도 어릴때 모습,귀여움 그대론데 심장도 약해지고 뒷다리도 점점 약해져서 요즘은 잘 걷질 못해요. 다행히 식욕은 그대로예요ㅋㅋㅋㅋ
친구들도 애기 봐주는건 역시 친정엄마더라구요.^^

mini74 2022-07-15 20: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엄마맘은 다 똑같은가봐요. 남일 같지 않네요 미미님 ㅠㅠ 떠나는 날까지 건강하게 있다 가기만 바랄뿐입니다. 진짜 얼굴보면 언제나 애긴데 말이지요. 미미님 우리 잘 웃고 행복해하며 즐겁게 지내요 *^^* 미미님 파이팅 !!

청아 2022-07-15 21:13   좋아요 4 | URL
미니님도 기억하실텐데 <전쟁은 여자의 얼굴..>에서도 엄마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다 뭉클뭉클하더군요ㅠㅠ
똘망이도 츄츄도 좋은 추억많이 가지고 갈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다정한 미니님 계셔서 요기 들올때도 많이 웃습니다ㅋㅋㅋ미니님도 파이팅!! *^^*

프레이야 2022-07-15 21: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엄마와의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 같아요
언제 어디서나 어느 순간에 엄마가 떠올라요. 츄츄는 에고 불쌍해라. 나이 드니 어떨 수 없군요. 사는 날까지 행복하길.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언젠가는 닥칠 일. 바라보는 마음이 울고 싶겠어요 정말. 씩씩미미 님으로 얍!!

청아 2022-07-15 21:12   좋아요 5 | URL
한달 다르고 일년이 또 확 다르더라구요. 반려견과의 이별도 저는 책으로 봐두었는데 실제는 또 다르겠죠?ㅜㅜ 밤마다 힘들지만 고비를 몇번이나 넘겨주어서 늘 덤으로 쌓이는 하루하루예요ㅋㅋㅋ감사해요 프레이야님 아자아자!! *^^*
 

한번은 휴가를 받았어. 숙모한테 가기 전에 사탕가게부터 들렀지. 나는 사탕을 굉장히 좋아했거든. 가게에 들어가서 말했지.
ㅡ사탕 주세요.
여점원이 정신 나간 사람 보듯이 나를 쳐다봤어. 나는 이해할 수 없었어. 배급표는 뭐고, 봉쇄는 또 뭐지? 줄 서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어. 보니까 내가 저보다 더 큰 소총을 들고 서 있는 거지, 총을 처음 받던 날, 크디큰 총을 보면서 나도 속으로 그랬거든. ‘언제나는 이 총만큼 키가 크지?‘ 줄 서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점원에게 부탁했어.
ㅡ그 아이에게 사탕을 줘요. 우리 배급표를 가져가면 되잖아요.
그러자 점원이 사탕을 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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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07-14 1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부분 감동적이죠 ...

청아 2022-07-14 13:01   좋아요 3 | URL
네! 저는 이런 이야기에서 너무 눈물나요ㅠㅠ

다락방 2022-07-14 1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군대 장교가 수트케이스 가득 사탕인 걸 알고 당황하잖아요. 그 때 아 대체 우리가 얼마나 어린 사람을 여기로 이끌고온것인가.. 했을 것 같아요 ㅠㅠ

청아 2022-07-14 14:07   좋아요 3 | URL
네ㅠㅠ 전쟁에서 이런 것들은 때로 어리석은 모습으로 비춰지곤 하잖아요? 사실 가장 인간적인 태도인데 말이죠.
저 또한 전쟁에 관해 아직까지 남성중심적 사고에 갇혀있었단걸 이 책
읽으며 깨달았어요ㅠ

거리의화가 2022-07-14 13: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느순간 플래그가 너무 많이 붙어서 도저히 다 못 올리겠더군요.
전쟁 등 부상의 묘사보다는 오히려 평범하게 꿈꿀 수 있는 일상적 멘트나 상황에 더 울림이 크더라구요. 전쟁터가 아니었으면 할 수 있는 친구 사귐, 학교 다니기, 사랑 등 말이죠.

청아 2022-07-14 14:10   좋아요 4 | URL
저도요!! 저도 동감입니다. 아...거리의화가님 댓글 보고 또 눈물나네요ㅠㅠ 이 책은 수도꼭지 제대로 틀어주는것 같아요. 많이들 읽어보면 좋겠어요.

새파랑 2022-07-14 17: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참 그렇네요. 총의 크기가 폭력의 크기군요 ㅜㅜ 요책도 완전 미미님 책인거 같아요~!!

청아 2022-07-14 17:54   좋아요 4 | URL
이 대목 읽고 바로 소총을 검색해봤는데 큰건 꽤 사이즈가 나가더라구요?! 아이들까지 총을 들게 하는 무자비한 전쟁이네요ㅜㅇㅜ

그레이스 2022-07-14 1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많이들 읽으시네요
저도 다시 읽을까봐요^^

청아 2022-07-14 19:42   좋아요 3 | URL
같이 읽어요 그레이스님!!ㅎㅎ 저도 요즘 읽으면서 재독을 해야겠다 몇번이나 다짐하고 있어요^^

mini74 2022-07-15 2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 어린, 사탕이 필요한 아이에게 총을 들게 하는 세상에 대한 어른으로서의 죄책감과 미안함 막막함ㅠ 전쟁을 감행하는 이들의 마음은 우리랑 다르게 생겼을거같아요. ㅠㅠ

청아 2022-07-15 22:02   좋아요 2 | URL
사탕 때문에 뭉클 했어요ㅠ 지금 우크라이나도 그렇겠지만 전쟁 상황에서는 인간의 민낯이 드러나는거 같아요
비참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용기있게 빛나는 경우도, 승리만 쫒아 아무것도 보지못하는 경우도 있을테니 말이죠.ㅠㅠ
 
무도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1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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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욕망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연민하기는 어렵다. 연민은 그 욕망의 못남,혹은 찌질함이 내 것이기도 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아주 쉽게 회피의 언어로 욕망을 비난할 때, 이렌 네미롭스키는 직설의 언어로 욕망을 연민한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가식과 허세로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엄마나 이웃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비아냥이면서 동시에, 그들에 대한 안쓰러움이기도 하다. 세상도 삶도 믿지 않는 자가 쓴, 그리하여 세상도 삶도 이해하게 하는 역설이 네 편의 소설에 담겨 있다. ㅡ소설가 한지혜


 

4편의 단편이 모두 다 좋았다. 참 잘 쓴 글이다. 읽으면서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더라. 읽다가 눈물도 나고 그래서 정화된 기분을 느꼈고 그런 느낌은 늘 삶이 살만한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엄마와의 갈등, 전쟁이라는 배경에서 일어나는 일들, 사랑, 아픔, 우정. 이런 것들이 담겨있다. 작가가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는데 요즘 다락방님을 따라 읽고 있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접점이 보인다. 그 책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도 우크라이나 출신이고 전쟁에서의 증언을 책으로 엮어냈는데 그 책이 다큐형식이라면 이 책은 창작이라는 점이 다르긴해도 추구하는 것은 어쩐지 비슷한것 같다. 무도회를 쓴 이렌 네미롭스키는 39살의 짧은 생을 살았고 1942년 아우슈비츠에서 삶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녀는 상당한 양의 작품을 남겼다. 그 중 '스윗 프랑세즈'는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데 책과 영화 모두 꼭 보고싶다.



무도회


졸부가 된 부모가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무도회를 준비한다. 200명에게 초대장을 쓰는데 14살인 외동딸 앙투아네트가 자신도 무도회에 잠시라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자 엄마는 어림없는 소리하지 말라며 상처주는 말을 쏟는다. '이것아, 나는 이제야 겨우 살기 시작했어, 알아들어?' 분노한 앙투아네트에게 하필 초대장이 맡겨지고 그녀는 그걸 우체국에 가져가지 않고 갈기갈기 찢어 강물에 던져 버린다. 이어지는 일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읽으면서 어린시절 엄마와의 갈등이 떠올랐다. 아마도 엄마에게 힘든 시기였으리라 짐작한다. 한번은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을때 엄마가 내 물건을 함부로 버려 화가 많이 난 적이 있었는데 너무 분노했던 나는 엄마의 블라우스를 몰래 가져다 버렸다. 워낙 옷이 많아서 티가 나지 않았는지 그 일은 그대로 잊혀졌는데 그때 얼마나 통쾌하던지. 지금도 엄마에게 그 일은 비밀이다. 앙투아네트에게는 철부지였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있다. 복수는 언제나 달콤씁쓸하다.


"넌 착한 아이야, 앙투아네트... "
바로 그 순간, 손에 잡히지 않는 그 찰나의 순간, 한 사람은 올라갔고, 또 한 사람은 어둠 속으로 내려갔다. 그들은 그렇게 ‘삶의 길 위에서‘ 엇갈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앙투아네트가 부드럽게 되뇌었다. "내 가엾은 엄마.…."
 - P75




그날 밤 


25년간의 결혼생활. 경제적 여유가 생기자 바람나 집을 나간 아빠. 남겨진 엄마는 어린 딸(화자)을 데리고 혼자사는 동생의 집으로 간다. 여성들끼리 여럿이 모여 오랜 그리움을 달래고 눈물 가득한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며 난롯가에 있었다. 동생 알베르트는 독신으로 살고 있고 어엿한 자신의 집이 있으며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선생님이다. 그녀는 언니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로인해 자신은 독신으로 살기로 작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자기가 언니를 책임지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건 사랑의 문제가 아니야. 나에게는 목소리의 뉘앙스, 발소리, 목에 와 닿는 손의 감각, 격렬한 몸싸움과 키스가 필요했어. 빵이나 물, 소금이 필요한 것처럼."
이상한 일이었다. 엄마의 말들은 빈약하고 서툴렀으며, 목소리도 고르고 단조로워서 정열적이지 않았다. 그랬다. 엄마에게는 열정의 흔적이 더는 남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경험자의 권위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음악가, 예술가, 천재적인 창조자가 망설이며, 틀려가며, 고쳐가며 <월광소나타>를 연주하는 소녀들에게 말하듯 그 노처녀들에게 말하고 있었다.(중략) 
"아까는 내가 불행했다고 했지." 엄마가 끼어들었다. "사실이야. 난 네가 부러워. 너희의 평화로운 생활이 부러워. 하지만... 난 풍요로웠고, 가득 채워졌었어. 그런데 너희는 아무것도 누리지 못했지." 그러자 나의 이모 알베르트가 뜨개질감을 떨어뜨리고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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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12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 있는 책들에 접점이 보일 때 참 좋더라구요. 이 책은 창작의 형식이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다른 느낌을 가져다줄 것 같습니다.

청아 2022-07-12 17:01   좋아요 3 | URL
네. 두 작가 모두 우크라이나 출신이고 동일한 세기를 살았었다는 공통점도 있고요.(스베틀라나는 물론 아직까지 살아있지만, 이렌이 살아있다면 엄마와 딸정도 차이)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싶은 그런 작품이었어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바로 주문했습니다^^

다락방 2022-07-12 16: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소개해주신 단편들 다 너무나 읽어보고 싶어요. 두 편 다 어떤 쫄깃함(?) 이 있는 소설이네요. 이렇게 또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청아 2022-07-12 17:04   좋아요 2 | URL
얇아서 금방 읽으실거예요. 아주 짧은 이야기까지 네 가지 모두 나름의 이유로 다감동적이었어요.다락방심도 좋아하실것 같아요. 빌려서 읽었는데 나중에 다시 읽어보려고 주문했어요.^^

페넬로페 2022-07-13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편의 단편 다 읽고 싶어집니다.
한지혜님의 글에 공감이 되네요.
우리가 어떤 욕망들을 비판하지만 사실 그것이 다 우리 안에 들어 있을 것 같은~~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이 생각보다 별로라서 얼른 이 소설이 읽고 싶어져요^^

청아 2022-07-12 17:32   좋아요 3 | URL
한지혜님 글 좋죠!!
이 책 재밌었어요 페넬로페님~♡ 스콧님,미니님 리뷰보고 선택했는데 👍최근에 저도 3권정도 별로여서 별점도 안주고 되팔기 가방에 넣어둠요ㅎㅎ

공쟝쟝 2022-07-12 17: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한지혜의 평이 넘나 매력적이네요!!! 두 줄 만에 공감 다 되버리네. 훌륭하다. 한지혜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버림!

청아 2022-07-12 17:53   좋아요 3 | URL
그쵸!! 저도 한지혜님 궁금해서 책 찾아 담아놨어요! 그 중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는 제목부터가 신선한데 품절이라 도서관에서 찾아 찜해놨지요ㅋㅋㅋ

새파랑 2022-07-12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벌써 신작을 또 구매하셨군요 ^^ 저도 이 책 찜해놨는데 미미님을 눈물 흘리게 했다니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전 <무도회>가 흥미로워 보이네요~!!

청아 2022-07-12 19:43   좋아요 2 | URL
그래도 구매가 전보다는 줄었어요ㅋㅋㅋ새파랑님은 아마 1시간도 안걸려 읽으실거예요! 지금 집에 돌아와보니 도착했네요^^

coolcat329 2022-07-12 1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해 둔 책인데 자꾸 보이네요. ㅎ
저도 좀 울고 마음을 정화시키고 싶습니다. 스윗 프랑세즈가 이 작가의 작품이었군요!

청아 2022-07-12 19:48   좋아요 2 | URL
<스윗 프랑세즈> 영화 관심있었는데 이 작가의 작품이라고해서 더 궁금해졌어요! 책은 도서관에는 있는데 절판이라 아쉬워요ㅠ
쿨캣님 저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샀어요^^

coolcat329 2022-07-12 19:53   좋아요 3 | URL
저는 방금 무도회 도서관에 신청했답니다.😚
히틀러 책 사셨다니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청아 2022-07-12 19:57   좋아요 1 | URL
네!!ㅎㅎ저도 무도회 도서관에서 예약하고 빌려 읽었어요😉😆

mini74 2022-07-13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콤씁쓸한 복수 ㅎㅎ 무도회에 띡 맞는 말같아요 미미님 *^^* 진짜 몰입감있게 잘 쓰시는 작가분 ㅠㅠ 저도 리뷰도 별도 감당하기 어려운 책 몇 권을 되팔아야지하면서도 못난 자식 버리는거 같아서 ㅎㅎㅎ 남편한테 말했더니 비웃으며 화장실물은 어떻게 내리냐고 ㅠㅠㅠ 그 말에 저주토끼 속 단편 생각나서 섬뜩했습니다 *^^* 얼릉 보내야겠어요 ㅎㅎ

청아 2022-07-13 10:41   좋아요 2 | URL
미니님 덕분에 소장할 소설을 한 권 더 찾았어요~♡^^♡ㅎㅎㅎ
아니 어떻게 그런 비유를ㅋㅋㅋㅋ완전 저주토끼>.< 남편분 센스가 뛰어나신데요?!! 미니님도 재미있으시니 매일이 꽁트고 시트콤일것 같습니다ㅎㅎ 저는 지금 5권 모았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