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면서 머릿속에서 책 전체를 구상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흥분이 커져가다가, 경찰의 사이렌 소리를 듣고 차를 세우고서야 생각이 멈췄습니다. 이탈리아인 경찰관이 정중하게 묻더군요. 그렇게 속도를 높이다니 미친 게 아니냐고요. 저는 그에게 내가 오랫동안 찾던 아이디어를 막 발견해서 그랬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관은 딱지를 떼지 않고 보내주면서 내 책에행운을 빌어주었습니다. 그게 바로 이 책입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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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04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낭만의 나라 이탈리아군요~!!

미미 2023-11-04 20:36   좋아요 1 | URL
네! 저런 말을 정중하게 한 것, 딱지 떼지 않은 점이 좋아보이네요ㅋㅋ

젤소민아 2023-11-04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말 외에 본론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아~~ㅎㅎ 멋진 일이네요!

미미 2023-11-04 23:50   좋아요 0 | URL
그렇죠?ㅎㅎ저자에 대한 호감은 물론이고 본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사연입니다 ^^

유부만두 2023-11-05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벨리 책 읽는 중이에요. ^^

미미 2023-11-05 10:33   좋아요 0 | URL
어떤 책 읽으시는지 궁금하네요 ^^

유부만두 2023-11-05 10:46   좋아요 1 | URL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입니다. 이제 2부 읽는 중이에요.

책읽는나무 2023-11-05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러한 일화로 탄생한 책이라니?ㅋㅋㅋ
궁금해지네요^^

미미 2023-11-05 10:36   좋아요 1 | URL
ㅋㅋㅋ물리학자가 어쩜 이렇게 재미나게 책의 서두를 열었는지! 본문도 이렇게 쉬웠으면 좋겠습니다^^
 


  




비야르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물론 비야르의 마음속에도 많은 생각이 흐르고 있다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그 순간 우리 둘 사이의 벽이란 벽은 모조리 허물어졌다. 나는 그의 마음을 간단히 읽을 수 있었고, 그 역시 나의 마음을 훤히 읽었을 것이다. 71





꿈에서 갈고리가 여러 개 달린 피어싱을 연인인듯한 남자가 내게 착용하길 원하고 있었다. 무서운 피어싱의 형상에 비해 사랑이 가득 담긴 그윽한 눈빛. 귀에 걸기에는 꽤 아파 보였지만 거절하면 그가 실망할 것만 같아서 나는 피어싱을 하기로 한다. 마침 피어싱 기술자가 근처에 있었다. (꿈의 신박함이란!) 갈고리가 하나하나 귀에 꽂힐 때마다 아팠지만 또 그렇게 고통스럽지가 않았다. 내 연인이 곁에서 손을 꼭 잡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스럽지만 이런 경우를 이해할 만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꿈에서 깨자마자 이게 무슨 의미인지 검색해본다. 다른 의미이길 바라지만 (피를 본 것 같고 아팠으니 로또를 사라던지, 운수 대통이라던지...) 목에 이물감이 느껴져 몹시 아쉬워진다. (그냥 컨디션 저조를 무의식이 감지한 것이므로) 꿈 속의 그는 The Verve의 Richard Ashcroft를 닮았다. 차갑고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사연이 많은 듯 슬픔을 간직한 눈빛. 그럼에도 어딘지 따뜻한 그런 표정. 



밤이고, 뭐라도 써야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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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1-03 0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소설이네요
책 표지의 남자가 멋져요.
그래서 꿈 속에 나타난 건 아닌지~~

미미 2023-11-03 09:31   좋아요 2 | URL
표지 속 남자가 나타난건 아니었지만 흥미로운 꿈이었어요ㅋㅋㅋ

새파랑 2023-11-03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은 꿈도 소설처럼 꾸시는거 같아요. 전 피어싱, 문신은 진짜 하고싶은 마음이 안들던데 ㅋㅋ

리차드 애쉬크래프트 잘생긴건 아닌데 매력있는 외모 같습니다 ㅋㅋ

미미 2023-11-03 12:26   좋아요 1 | URL
소설! 감사합니다ㅋㅋ저도 과도한 문신은 거부감이들어요ㅋ

얼굴이 순간순간 바뀌는것도 같아요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1-03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뮤비에서 어깨빵 하는 거 보면 괜히 아픔 ㅋㅋㅋ가죽잠바 입고 어깨빵하고 쏘다니고 싶은데 쭈그리라 내가 날라갈 듯요 ㅋㅋㅋㅋ

미미 2023-11-03 19:50   좋아요 1 | URL
저만 보면서 아픈게 아니었네요?ㅋㅋㅋㅋ저도 주로 튕겨지는 쪽이라 이거 보면서 대리만족했습니다ㅋㅋㅋㅋ
 
페이드 포 -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
레이첼 모랜 지음, 안서진 옮김 / 안홍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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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는 그 어떤 관계 보다도 남녀간 성적 권력관계가 명확하다. 성매매 여성과 성매매 되지 않은 여성 즉,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모두 기만하는 짓이다. 돈을 준다고 폭력이 합리화되지 않는 것처럼 성매매는 지불된 강간일 뿐이다. 생존자인 레이첼 모랜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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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0-31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완독 축하드려요~~ 멋진 백자평입니다^^

미미 2023-10-31 19:59   좋아요 1 | URL
저도 숙제 하나 끝냈습니다ㅋㅋㅋ괭님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3-10-31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선균, 김민희 배우(두 배우가 참~~)가 출연한 영화인 화차가 생각납니다.
고 장진영 배우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도요.
이 세상에 발 붙일 수 없을 때 여자들이 최후에 쫓기며 가는곳이 그곳이잖아요.ㅠㅠ
이런 문제는 사회적이고도 정치적인 문제로 반드시 확대해야할 것 같아요.
그만큼 복지나 기본적인 것이 보장되는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미 2023-10-31 20:11   좋아요 2 | URL
<화차>는 저도 봤는데 페페님 두번째 영화도 떠오르셨다니 찾아봐야겠습니다. 저는 작년에 첨 이책 읽으며 <어바웃어 보이>가 떠올랐는데요. 레이첼 모랜과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남자아이의 삶이 희망적으로 그려졌는데 현실은 그럴 수 없겠다고 느꼈어요.ㅠㅠ 네! 저도 복지를 늘리고 기본소득이 있어야된다고 생각해요 부자감세도 막아야하고요^^

다락방 2023-10-31 2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재독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 날 똭!! 백자평 올려주시는 센스!! 우리는 12월에 또 만납시다!!

미미 2023-10-31 21:06   좋아요 1 | URL
다시 읽어도 좋았습니다! 저는 다락방님 11월에도 함께하고 싶은데요 >.<
운동에 미쳐서 글 쓰기에 소홀했네요. 담달에는 더 힘내보겠습니다!! 아자아자!!ㅋㅋㅋ

다락방 2023-10-31 21:49   좋아요 1 | URL
앗 저 왜 12월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깜짝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운동이요? 운동에 미친 얘기 써주세욧!!!!!

단발머리 2023-11-01 0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미미님~~~ 31일이라 완독 페이퍼, 백자평 슬슬 올라오네요 ㅋㅋㅋㅋㅋ

미미 2023-11-01 07:07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재독이라 술술 읽혀서 막판에 여유부리다가 임박해서 부랴부랴 읽었습니다. 11월이 밝았네요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11-01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역시 미미님 핵심을 찌르는 백자평이에요*^^* 재독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3-11-01 11:2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화가님*^^* 성매매 문제에 관한 독보적인 필독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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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질서를 연기하는 한, 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폐허가 된 길목에서.133




파장이 큰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렇듯이 이번에도 책을 읽고 한동안 얼떨떨한 시간을 보냈다. 감상을 꼭 남기고 싶은 책이었지만 선뜻 써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안나'라는 제목으로 이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를 봤다. 원작을 많이 훼손한 느낌이었지만 주인공의 연기도 좋았고 나름대로 괜찮았다. 드라마는 6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원작의 영화 '리플리'가 떠올랐다. 주된 소재가 닮았을 뿐 색깔이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드라마까지 보고 나니 먼저 읽은 소설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간략히 옮겨본다. 



선천적인 청각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양복 기술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유미는 아버지의 애정 어린 지원을 받으며 여유롭게 자란다. 수입이 줄어 살림이 빠듯해진 뒤에도 아버지는 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런 탓이었을까? 실제 자신의 현실보다 허영심에 먼저 눈뜬 이유미는 대학 입시에 떨어지지만 아버지를 실망시키기 싫어 거짓말을 하게 된다. 명문대에 합격을 했다고. 그리고 생활비와 학비로 재수학원에 등록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진짜 재학생과 연이 닿아 막상 학원에는 소홀해지고 대학생인 척 살게 된다. 



이유미는 점점 대담해진다. 돈을 주고 신분을 위조하고 결혼하려 했다가 파혼 당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거짓된 삶으로 점점 더 빠져들었던 것이다.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치매가 시작된 어머니의 치료비며 사는 것이 여의치 않자 잠시 정신 차리고 살기 위해 애쓰지만 운명도 이제 위장의 삶으로 그녀를 끌어들인다. 나중에는 한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남성 소설가로 변신하는데 직접 쓰지 않은 소설을 자기 것인 양 속여 문인 협회에도 등록한다. 너무나 능수능란해서 읽던 도중에 여러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한아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유미가 속인 사람들과의 인터뷰 설정 등-이 꽤 재밌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나 상황에 걸맞은 가면을 바꿔 쓰며 살아간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얼마나 충실한지에 따라 사회적 성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걸 잘 하고 어떤 사람들은 실패한다. 나는 후자에 가깝고 종종 가식적인 삶에 회의를 느끼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살아갈수록 각자의 취향이 확고해지는 것 같다. 뭔가를 알아갈수록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어지는 거겠지. 이유미는 남의 신분으로 쉽게 성공적인 삶을 거머쥘 수 있음을 알아버렸고 실제 비참한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기 버거웠을 것이다. 내가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을 한 이유미의 삶을 보며 공감이 되고 위로를 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진실의 시퍼런 날이 정수리를 찍어내리더니, 제 몸을 발끝까지 반으로 가르고 지나갔어요. 저는 눈을 감고, 그것이 저의 숨을 끊어놓기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다음 순간 오히려 눈에서 비늘이 벗겨져나간 것처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더군요. 그가 왜 과거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왔는지, 왜 내가 가까이 갈 때마다 깜짝 놀란 듯이 피하고 멀리했는지, 왜 그렇게 홀연히 우리를 떠났는지, 흩어졌던 조각들이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았어요. 20






언제부터였을까. 그의 반듯함이 나의 난잡함을 드러내고, 그의 여일함이 나의 광기를 불러내고, 그의 밝음이 나의 어둠을 일깨운 것은. 나는 그에게 포섭되는 대신 더 낮은 곳으로 추락했다. 외도는 그 과정의 일부였을 뿐이다. 135




안나 : 취향이나 안목이라는 게 한 번에 생기지도 않지만 또 한 번 올라간 안목은 쉽게 내려오지는 못하는 거죠.




힘은 자신에게 종속된 사람을 사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끝까지 행사되는 힘은 사람을 문자 그대로 사물로 만듭니다.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엔 아무도 없습니다.-시몬 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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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30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지 주연 신작 드라마가 최근 넷플에 올라왔던데 재미와 고구마를 함께 줄 것 같아 선뜻 클릭 못 하고 있습니다

미미 2023-10-30 20:21   좋아요 2 | URL
서곡님 아마 <이두나>말씀하시는 거겠죠? 아이돌 이야기라 하여 안봤습니다ㅋ
제가 고구마를 잘 견디지 못하는 편인데 <안나>는 재밌게 봤어요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10-30 21:28   좋아요 2 | URL
전 봤습니다.
제가 재밌다고 했더니, 애들이 20대 취향이라고 하더군요 ㅎㅎ

서곡 2023-10-30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그 제목이 맞을 겁니다 정보는 없는데 ‘안나‘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해서요 ㅎㅎ 화려한 아이돌의 세계를 동경하는? 이 내용이 아닌데 맘대로 상상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ㅋㅋ

서곡 2023-10-30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나중에는 한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남성 소설가로 변신하는데 직접 쓰지 않은 소설을 자기 것인 양 속여 문인 협회에도 등록한다. 너무나 능수능란해서 읽던 도중에 여러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 지금 떠들썩한 현실의 사기행각이 연상됩니다 ㄷㄷㄷ

미미 2023-10-30 20:40   좋아요 1 | URL
네ㅋㅋㅋ 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별의별 속사정이 다 기사화 되고 있더군요.
소설은 재밌어서 마음껏 웃을 수 있었는데 현실의 사건은 참 ...ㅋㅋㅋ

독서괭 2023-10-30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소설 재밌군요?? 진짜 요즘 뉴스를 도배하는 사기행각 떠올라서 오싹하네요^^;;

미미 2023-10-30 21:14   좋아요 1 | URL
그쵸ㅋㅋ소설에서 남자로 위장한 에피소드는 블랙 코미디같기도 하고 재밌었어요^^ 드라마엔 없어서 아쉽기도ㅋㅋㅋ

그레이스 2023-10-30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서를 연기하는 한! ...이 말 완전 공감이요

미미 2023-10-30 22:07   좋아요 1 | URL
이런 문장들이 여럿 있어서 철학책을 한 권 읽은 기분이예요^^

유부만두 2023-10-30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그 커플 뉴스에 이 소설이 생각나서 읽었어요.

미미 2023-10-30 22:55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ㅋㅋㅋ정한아 작가도 뉴스보며 신기해했을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3-10-31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면과 거짓말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꼭 거짓말은 아니잖아요.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은 계속 거짓된 삶을 살아가고 그것으로 더 큰 거짓말을 낳고 사기행각을 하고,~~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하도 기가 차기도 하고, 어쩌면 그렇게 멀쩡하게 남을 속일수가 있을까 하는, 또 그것에 넘어가는 사람도 있는 요즘 사건이 생각납니다 ㅠㅠ

페넬로페 2023-10-31 01:23   좋아요 1 | URL
질서를 연기하는 한,
이 말이 저한테는 어려워요.

미미 2023-10-31 08:43   좋아요 1 | URL
그럼요. 리뷰에는 담지 않았지만 ‘난파선‘이었던가요? 그 소설 작가의 삶과 이유미의 삶을 나란히 보여준데서 개인적으로 유사성을 느꼈어요. 친밀한 이방인이란 제목도 그렇고요. 물론 사기 행각을 벌인 이유미와 그 작가가 똑같다고 할 수는 없겠죠. 뉴스에 나온 사람처럼 그건 범죄니까요^^

가필드 2023-10-31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드뎌 읽으셨군요 역시 간략항 핵심 정리를 넘 잘하셨어요 ^^

미미 2023-10-31 16:14   좋아요 1 | URL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담달 주문때 사려고요^^

새파랑 2023-10-31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나는

카레니나 아닌가요? ㅋㅋㅋ

‘한번 올라간 안목은 쉽게 내려오지 못 한다‘ 이 말 완전 공감합니다~!!

미미 2023-11-01 07:11   좋아요 1 | URL
앗ㅋㅋㅋㅋ그러네요ㅋㅋ

그쵸!!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어요 블랙 코미디같은 장면들도 재밌었고요.
 
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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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라니. 자신과 무관한 일은 죄다 세상일이고 그래서 안 보이는 데로 치워 버리면 그만이라는 그 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 저 여자는 언제 어디서나 저렇게 말하겠지. 제 자식들에게도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하겠지. 그러면 그 자식들이 그들의 자식들에게 또 그렇게 말하게 되겠지. 그런 식으로 세상일이라고 멀리 치워 버릴 수 있는 것들이 하나씩 둘씩 만들어지는 거겠지. 한두 사람으로는 절대 바꿀 수 없는 크고 단단하고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뭔가가 만들어지는 거겠지. 127



허름한 2층을 내어주고 매달 받는 월세와 요양보호사 일로 겨우 혼자서 살아가는 엄마에게는 동성 연인이 있는 딸이 있다. 갑자기 대출을 좀 받아 달라는 딸에게 차라리 얼마간 집에 들어와 살라고 말하자 하필 그 애도 딸과 함께 짐을 싸 들어온다. 두 사람에게 미리 받은 월세를 급한데 쓰게 되니 같이 사는 게 못마땅하고 이웃들이 눈치챌까 불편해도 속 시원히 따지지 못한다. 병원에서 엄마가 담당하는 '젠'이라는 여성은 결혼도 하지 않고 젊었을 때 사회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해 유명했었는데 이제 늙고 병들어 아무도 찾지 않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런 '젠'의 모습은 세상에 쓸모 없어진 자신(엄마)의 처지를 나타내기도 하고 기댈 곳 없이 쓸쓸히 혼자 남을 딸아이의 미래인 것도 같다. 




시간 강사로 보따리를 들고 전국 대학을 떠돌며 일하는 딸은 부당한 일을 보고 시위에 참여하게 된다. 엄마는 그런 딸이 답답하고 속이 상한다. 왜 결혼도 하지 않고 여자와 살며 이제는 남의 일에 스스로 휘말려 위험을 무릅쓰는지. '어쩌면 딸애는 지나치게 공부를 많이 했는지도 모른다. 배우고 배우다가 배울 필요가 없는 것, 배우지 말아야 할 것까지 배워 버린 거라고 엄마는 생각한다. 세계를 거부하는 법, 세상과 불화하는 법.' 그러나 병원측에서 '젠'을 성가신 존재로 여기자 엄마의 '잔잔하던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일렁이기' 시작한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숙명인 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자신을 표현하려는 -어쩌면 이해받으려는-욕구와 고집은 거기서 비롯되는 걸지도...




권력의 횡포보다 두렵고 힘 빠지는 것은 들어주긴커녕 시끄러우니 말하지 말라고. 소용없다고 옆에서 쏘아보는 사람들이다. 너는 말할 권리가 없다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네가 한가하니 그딴 소리를 하는 거라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하지도 못하고 있는데...그건 누구도, 아니 어쩌면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누가 뭘 견디고 사는지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 수면 위의 떠오른 모습 만으로 남을 재단하는 사람들. 쓴 약을 삼키듯 보고도 모른척하면 정말 모르는 줄 아는 사람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이 나에게 그런다면? 소설 속 엄마는 자신이 참지 못하고 딸에게 쏟아붓는 말이 스스로도 들어왔던 가시 돋친 말이었음을, 부정의의 언어였음을 서서히 깨닫는다. 쉽지 않은 공감의 틈이 열리면서 '그 애'는 '우리'로, 완벽한 순간에 꼭 필요한 존재로 함께 하고 있다. 어느새 그들이 불화했던 이유는 그들이 연대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내뱉을 수 없는 말들, 결코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말들. 내부에 남은 말들이 덜그럭거리고 부딪히며 상처를 내는 것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또 한편으로 그런 말을 할 때 나는 어떤 위로를 받는 것도 같다. 그 순간에는 이 모든 일들이 아주 멀리 있는 일이 아니고 내가 그 모든 일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내가 무너지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184




누군가 나에게 딱하다는 듯이 말했었다. 이걸 다 혼자서 책임질 수는 없는 거라고. 그때 대답을 했었는지 나중에 혼자 생각한 답이었는지 확실치 않다. '내가 다 책임지겠다는 게 아니에요. 그냥 내 주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돕고 싶은 거예요.' 나는 지구를 구할 생각이 없다. 나는 내가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방관자로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작은 관심들, 하나하나는 보잘것없는. 그러나 그런 목소리들이 모여 외면하기 힘든 소리가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저 바람 한 점, 메아리로 남더라도. 냉정하고 매섭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시끄럽고 하찮을지라도. 의식 있는 구성원 중 하나로, 사는 동안에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저 사람들은 감정이라 할 만한 것들을 모두 집에 두고 오는 것 같다. 맺고 끊고 이쪽과 저쪽을 구분하고, 아직은 그런 일들이 척척 수월하게 되는 탓일지도 모른다. 58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엄마의 입장이 되었다가 딸의 입장이 되고 '그 애'의 입장이, '젠'의 입장이 되어있다. 소설을 읽는다는 건 그러한 경험 속에서 내가 선명해지는 과정인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을 읽다 보면 각각의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사고방식이 드러나고. 이야기에 빠져들며 도망갈 틈 없이 흰 종이 위 검은 글자처럼 나의 생각이, 주관이 선명해진다. 그 과정은 영화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 속 우라라의 말처럼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떤 생각들을 정리할 때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자극은 앞으로 나아갈,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더 나이 들기 전까지, 감정조차 메마르고 주름지기 전까지. 그런 노력을 계속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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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9-11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읽는다는 건 내가 선명해지는 과정이라는 말, 좋네요. 그리고 맞네요. 소설을 읽고 설사 내 스스로에게 변화가 일어난다해도, 그조차도 내가 더 선명해지는 일일테니까요. 나를 좀 더 들여다보고 나를 좀 더 알게 되는 일, 그게 선명해지는 거잖아요. 내가 선명해지는 일은, 내가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소설 속 문장들이 그리고 이야기들이 표현해주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툇마루 보셨군요! >.<

미미 2023-09-11 14:46   좋아요 1 | URL
네! >.< 이 소설을 읽고나서 제 공감력이 ‘말할 수 없음‘에서 비롯되었구나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이는구나 깨달았어요. 이 소설 읽다가 울고 ‘툇마루‘보다가도 여기저기서 울고..감동이었습니다. 사진도 여러장 모아둠요. 예쁜 영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다락방님!!

자목련 2023-09-11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혜진의 이 소설 참 좋은데, 미미 님의 리뷰는 더 좋습니다!

미미 2023-09-11 17:18   좋아요 0 | URL
김혜진의 문장들이 워낙 좋아서 좋아 보인것 같습니다.^^ 그의 다른 소설도 다 읽어보고 싶어요!

자목련 2023-09-13 20:10   좋아요 1 | URL
개인적으로 김혜진의 다른 소설도 다 추천해요!!

페넬로페 2023-09-11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며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도 잘 표현했나 감탄하며 읽었어요.
세상 사람들에게 다 열린 마음이지만 막상 내 앞에 이런 상황이 있다면 나 역시 당황스럽고 힘들거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이 책 전에 독서동아리에서 읽었는데 외동딸을 둔 어떤 회원분이 혼자 남겨질 딸아이가 동성애도 좋으니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거 기억이 나요!

미미 2023-09-11 17:25   좋아요 1 | URL
엄마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며 정신없이 읽었어요. 저는 어떤 딸일까 생각하며 미안해지기도 하더군요. 기대한것 이상이었습니다. 그 회원분의 말씀도 뭉클하네요.ㅠㅠ 박완서 쌤 아들에 대한 일화도 생각나고요!

새파랑 2023-09-11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을 좋아하는게 다양한 체험을 간접경험할수 있어서인거 같아요~!!

가장 가까운게 가족인데 가족끼리 공감이 쉽지만은 않은거 같습니다 ㅎㅎ

미미 2023-09-11 20:14   좋아요 1 | URL
저도 마찬가지예요!! ㅋㅋㅋㅋ 마음 다치지 않고 사람을 만나는 방법이 되기도 하고요.

네~가족이라도 또는 가족이라서 더 어려운 지점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을 잘 묘사한
소설이어서 좋았습니다. 여러모로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어요.

독서괭 2023-09-11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좋지요! 엄마 시점으로 해서 더 와닿더라고요. 늙음에 대한 생각도 하게 하고… 미미님의 좋은 리뷰 잘 읽었어요^^

미미 2023-09-11 20:18   좋아요 1 | URL
네!! 지난번에 읽은 <너라는 생활>도 좋았는데 이번 소설을 더 와닿았어요. 저도 이제 나이들어가니
늙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길에서 노인분들 뵈면 짠하고요. 괜히 더 마음 쓰여요. 노인복지도 더 나빠지는 것 같고요. 읽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괭님!

바람돌이 2023-09-11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다락방님이 쓰신 <너라는 생활>도 읽고 싶었는데 미미님의 이 글을 읽으니 정말 읽고싶은 작가가 되네요.
여러분들에게 추천받아 읽었던 이주혜 작가도 좋았는데 김혜진 작가님도 조만간 만나러 가겠습니다. ^^
저는 저 툇마루 만화로 읽었는데 좋더라구요. 영화도 찾아보고싶네요.

미미 2023-09-11 23:28   좋아요 1 | URL
툇마루 만화 1권 저도 담아두었어요! 영화가 인상적이어서 만화도 궁금해요. 바람돌이님 좋으셨다니 더 기대가됩니다. ^^

책읽는나무 2023-09-12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를 맨처음 읽었었는데 범상치 않다!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엄마와 딸의 입장에서 왔다 갔다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나중엔 거의 엄마의 입장에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구요.
<9번의 일> 소설도 좀 생각거리가 많았어요. <경청>두요. 리뷰 읽으니 두 소설들의 미미 님 리뷰도 읽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ㅋㅋㅋ
툇마루 만화도 좋다던데...영화도 있었군요.^^

미미 2023-09-13 13:11   좋아요 0 | URL
지난번에 나무님도 이 작가 좋아한다고 하시고 그레이스님도 추천하셔서 읽어봤어요.
이 소설 읽으면서 저는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정화된 느낌이었어요ㅋㅋㅋㅋ
<9번의 일>,<경청>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툇마루 영화 좋았어요^^

2023-09-13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13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3-09-14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미에 적어 주신 그러니까
왜 우리가 문학을 읽는가에 대한
선명한 애리~튜드가 와 닿았습니다.

결국 읽는 것이 우리를 그리고 우
리의 주관을 맹그는 게 아니겠습니
까 고저.

미미 2023-09-14 11:19   좋아요 1 | URL
네!ㅋㅋㅋ그러므로 더 즐겁게 읽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

자기 생각을 가진 다는건
정신이 건강해지는 길이니 회복되어지는 과정이니까요.

페크pek0501 2023-09-15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 이 리뷰 참 좋네요. 리뷰 덕분에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리뷰 중 중요한 말씀이 눈에 띄네요. -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돕는다는 것, 지구를 구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것.
좋은 말씀입니다. 그냥 각자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지요. 남을 도울 때도 자기가 도울 수 있는 만큼만 도으면 되는 거지요. 거창한 게 아니고.
그런 사람 하나하나가 모이면 큰 덩어리가 되는 거지요...^^

미미 2023-09-16 12:32   좋아요 1 | URL
김혜진님의 글이 워낙 좋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분들도 있고 할 수 있는 자잘한 실천들을 쌓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죠. 페크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9-22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았던 책입니다.
독서는 불편하게 영상은 편하게가 제 스타일이라서...^^

미미 2023-09-22 22:54   좋아요 1 | URL
네ㅎㅎ 지난번 그레이스님이 추천해 주셔서 읽어봤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