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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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수학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몇 자리의 숫자로 규정된다. 효율성과 편의의 이름 아래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 번호, 전화번호 등으로 '나'라는 인간이 정의되는 것이 당연한 일인 듯인양 여겨진다. 그렇게 사람들은 시스템과 데이터 안에 녹아들어 그것을 지배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희생되기를 기다린다.


 『대량살상 수학무기(WMD)』가 제시하는 현대의 비극은 실로 현실적이다. 인간은 수학을 발명하고 기계를 만들었지만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로 인해 교묘하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조장되고, 민주주의가 왜곡돼며, 교육이 무너진다. 인간은 각자 다른 사고를 지녔기에, 나는 이 책이 지적하는 WMD의 문제점들 중 하나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데이터의 포로가 된 교육'에 대한 묘사가 꽤 와 닿았다. 교육의 문제가 미국의 국경을 뛰어넘어 우리나라에도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방에 있는 사립고등학교에 다녔다. 입시 결과에 따라 학교의 평판이 달라지는 시스템에 따라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입시 공부를 강요했다. 학생들은 높은 등급에 위치한 대학교에 가기 위해 경쟁했다. 높은 등급의 대학교에 갈 가능성이 높았던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아이들한테 주목을 받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외면 당했다. 나는 <유에스 뉴스>가 매긴 미국 대학순위나 다른 매체에서 언급되는 대학순위가 이런 차별의 시작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완전히 신빙성이 없지는 않다. 문제는 그 기준의 정확성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자발적 통제다. 


 <유에스 뉴스>와 같은 WMD는 모든 사람이 정확히 똑같은 목표를 따르도록 강제한다. 이는 사람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이전에는 겪지 않았을 부작용에 시달리게 한다(p.107).


 이제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대학 순위와 입시 경쟁의 굴레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대학교 내에서도 만연하고 있었다. 천편일률적인 수능 공부를 마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하지만 대학생들이 주로 수강하는 강의는 거의 정해져 있다. 취업이나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과는 인기가 없고, 그와 관련된 교양 수업도 모두 기피한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시스템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막기 때문이다. 결국 치열하게 경쟁에서 살아남아 대학에 간 이들은 또 다시 같은 경쟁에 내몰리고, 그 끝은 모두 똑같은 도착점이다. 그야말로 대중의 정신을' 대량살상' 해버리는 알고리즘이다.


 많은 사람들이 빅데이터의 체계 아래서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리고 시스템이 정해놓은 길을 걷고 그 위에서 그들의 명령을 따른다. 대학 순위 상위권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경쟁하고, 좋은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다 자신의 꿈을 잃는다. 자신의 인생이 숫자 몇 개로 정의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길에 선 누군가가 말한다. "당신이 할 말은 이제 정해져 있다. 당신은 그 길에서 저항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안전과 복지를 보장해 주는 시스템을 누가 벗어나려고 하겠는가?"


 벗어나는 것이 언제나 해답은 아니다. 현대 사회는 유례 없이 발전한 시대고 그 혜택을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다. 저자인 캐시 오닐도 최선의 해결책은 저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알고리즘과 수학은 주인이 없다. 즉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이 되는 과정은 경쟁이 아니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데이터를 삶의 발전에 쓸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21세기는 지금도 충분히 빠르다. 남아 있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이 중요하다. 거대한 과제처럼 느껴지겠지만 개인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자신의 '다름'을 보여주는 일이다. 같은 것은 참여할 수도, 나눌 수도 없다. 새로운 세계는 두 다른 세계의 틈에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이제 당신을 보여줘라. 몇 자리의 숫자가 아닌, 알고리즘화할 수 없는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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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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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밤하늘‘ 하나로 설명한 저자의 재치가 기억에 남는다. 큰 진리는 주변을 잘 살피면 얻을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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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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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현대인의 삶을 피부에 와 닿게 풀어내는 김승옥의 글에 왠지 모를 우울이 담겨 있다. 그의 단편은 안개 속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어렴풋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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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이 숨긴 비밀 - 미궁에 빠진 보물을 둘러싼 45편의 기록
송옌 지음, 이현아 옮김 / 애플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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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여전히 지구를 완벽히 알지 못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의 욕심과 이기심이 참으로 비극적이다. 보물 때문에 문명을 파괴하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모험을 떠난다는 설렘보다는 인간의 본성을 보며 쓸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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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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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어디죠?"

 "쉼터에요, 윌. 먼 길을 떠나기 전에 별 생각 없이 떠드는 곳이랄까요. 아무튼 반가워요. 전 테사라고 해요. 당신 이야기는 익히 들었어요." 

 그녀가 윌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윌이 코웃음을 쳤다.

 "저에 대해 많이 들었다더니, 한참 모르시네요. 전 사지마비 환자에요. 남들이 흔히 하는 악수나 포옹, 키스, 이런 것들을 저는 할 수 없단 말이에요. 제가 먼저 손을 내민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아니에요, 윌. 당신은 자유로워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요."

 "이해가 안 되나 본데, 난 휠체어에 묶여......." 

 윌 트레이너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할 말을 잃었다. 그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서 있었다. 그는 손발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쉼터 주변을 마음껏 뛰어다녔다. 그리고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다 윌은 쓸쓸한 눈빛을 하고 있는 테사와 눈이 마주쳤고, 급격히 침울해진 얼굴로 그 자리에 섰다. 

 "죽어서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니, 참 웃기네." 

 "말 놓는 건가요?"

 "상관 없어. 죽은 사람들끼리 예의를 차리다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사실 사지마비 환자 판정을 받는 순간, 난 내가 속해 있던 세상에서 완전히 추방됐어." 

 "그 기분 알아. 이제 더 이상 세상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 얼마 안 가 사람들은 내가 그곳에 잠시 머물렀다는 것조차 잊게 된다는 사실,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절망과 분노로 온 몸이 뒤틀리는 순간을 말이야." 

 "테사라고 했던가? 넌 어떤 삶을 살았지?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난 남들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던 평범한 소녀였어. 내 몸에 병이 나기 전까진. 암 판정을 받는 순간, 내 삶은 순식간에 무너져내리기 시작했고, 남아 있던 의지조차 시간이 지나면서 쓸려 나갔어." 

 "나와 마찬가지였구나."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 기적처럼 한 남자가 찾아왔어. 그 이의 이름은 아담. 옆집에 새로 이사 온 남자였어. 아담은 나를 위해 모든 걸 해줬고, 나는 모든 시간을 그와 함께 보냈어. 나의 이름을 세상에 남겨 주었고, 내가 겪을 수 없었던 삶을 선물해 줬지. 난 떠나면서 아담과의 추억을 계속 간직하려고."


 now is good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모든 순간이 끝을 향한 여정이다. 내버려 두면 된다. 그냥 놔두면 된다." -테사


 "내 얘기는 이미 들었는데 다시 해도 괜찮아?"

 "당연하지. 본인한테 듣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딨어." 

 두 사람은 동시에 미소를 머금었다.

 "너의 아름다운 이별에 비하면 나와 루의 만남은 엉망진창이네. 우린 처음에 어울리지 못하고 계속 싸웠어. 그리고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 내가 그녀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어. 이별 직전에 루이자가 다시 찾아왔지만 나는 또 다시 비겁한 변명을 했어. 솔직히 마음이 아직도 불안해. 남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후회돼?" 

 "조금은. 아니, 어쩌면 그 마음이 너무 커서, 그동안 세상을 앉아서 내려다보던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걸지도 몰라."

 윌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는 손으로 얼른 눈물을 감췄다.

 "우리는 같은 처지였지만 참 달랐구나. 나는 더 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고 너는 더 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 하지만 우리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결국 결과를 떠맡는 건 우리니까. 그 누구도 너의 삶을, 그리고 나의 죽음을 대신해 줄 수 없으니까."

 "그래. 넌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 거의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했잖아. 그게 조금 잘못된 일이라도 직접 해 냈어. 난 그 점이 부러워. 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죽음뿐이었어. 다른 어떤 것도 직접 할 수 없었다고. 아니, 삶을 그만두겠다는 의지가 곧 나였어. 불치병이 예고없이 찾아오듯, 교통사고도 내가 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현듯 닥친 거야. 그때 이미 윌 트레이너는 죽었어. 루이자는 그저 6개월 뒤 사라지겠다는 의지와 사랑에 빠졌던 거야." 

 "윌." 

 윌 트레이너는 털썩 주저앉아 흐느꼈다. 테사는 어떤 말로도 그의 마음을 달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가 울음을 멈추길 계속 기다렸다. 어느 순간 윌은 마음이 가라앉았음을 느끼고 벌떡 일어섰다. 테사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윌, 너는 과거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괴로워 하고 있어. 그게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을게. 이것만 알아 둬. 멀쩡한 몸으로 뜨거운 삶을 살았던 너도, 불구의 몸으로 절망 속에 빠져있던 너도, 모두 너 자신이었어. 넌 항상 너의 주인이었어. 모든 건 네가 선택헀고, 너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변화된 거야. 네가 어떤 상태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네가 주체가 되었던 그 순간들이 의미 있는 거야. 모든 지금이었던 시절을 소중히 여겨. 지금이 좋다고 생각하면 너의 삶은 좋게 기억될 거야. 너뿐만 아니라 네이선, 부모님, 다른 사람들, 그리고 루이자에게도."

 "넌 만족해?"

 테사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윌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어. 또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사람과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도 날아갈 것 같이 기뻐."

 "넌 정말 밝은 영혼이야. 함께 하니 꽤 위안이 됐어. 고마워, 테사." 

 그녀는 손을 모았다 풀고 윌을 바라보았다.

 "가 볼게."

 "먼저 가. 이제 보니 넌 오랫동안 기다렸구나. 너와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이 올 때까지 말이야. 서로 이야기하면서 치유됐길 바라. 나처럼." 

 테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윌 트레이너는 잠시 그를 둘러 싼 적막을 즐겼다. 그는 숨을 크게 내쉰 뒤 천천히 앞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 앞에 그녀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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