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혹한 세상이네요.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세상은 나를 알아주지 않으니 말이죠. 그들은 항상 살아 움직이는 자들만 기억하는 법이죠." 

 "어떤 의미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것인가?" 

 "기준은 단 한 가지예요.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느냐. 내가 변화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그는 죽었네, 하지만 누워 있지 않으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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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1일에 이 두 외국도서와 한 국내도서를 주문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8일이 지난 오늘, 드디어 상품이 한국에 도착하여 배송 중이라고 한다. 처음으로 직수입도서를 사 보았다. 나는 이로써 책을 기다리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내가 직접 가지 않고도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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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바뀌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했다. 

 내 앞에 전혀 새로운 존재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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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구판절판


덕분에 나는 현대 세계를 깨물어보고 그게 정말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알게 된 느낌이었다. 요즘 우리 사는 꼴이 그런 식이다. 모든 게 매끈매끈하고 유선형이며, 모든 게 엉뚱한 무엇인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디나 셀룰로이드며 고무며 크롬강 칠갑이고, 밤새 아크등이 빛나고, 머리 위로 유리 지붕이 덮여 있고, 라디오는 모두 똑같은 음악을 울려대고, 녹지는 남아나지 않고, 어디나 시멘트로 덮이고, 중성 과일나무 아래 모조 거북이가 풀을 뜯는다. 하지만 본질에 다가가 단단한 그것을 깨물어볼 때(이를테면 소시지 같은 것 말이다) 느껴지는 것, 그건 다른 무엇이다. 고무 같은 껍질에 든 썩은 생선이요, 입 속에서 터지는 오물인 것이다.-41쪽

청파리 소리와 폭격기 소리 중에 어느 쪽이 더 들어줄 만한가?-82쪽

도대체 왜? 사는 게 그런 까닭이다. 우리네 인생에서(인간의 삶 일반이 아니라 바로 이 시대 이 나라에서의 삶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지 못한다. 늘 일만 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농장 막일꾼이나 유대인 재단사도 늘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끊임없이 이런저런 백치 같은 짓을 하도록 내모는 악마가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중요한 일 말고는 무엇이든 할 시간이 있는 것이다.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당신이 살아오면서 그 일을 하기 위해 실제로 보낸 시간이 당신 인생에서 차지하는 몫을 계산해보라. 그러고 나서 면도하고, 버스로 여기저기 다니고, 기차 환승역에서 기다리고, 지저분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신문 읽느라 보낸 시간을 계산해보라.-118~119쪽

나는 더이상 고상한 지성인이 아니었으며, 현대 생활의 냉엄한 현실을 바닥에서 체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생활의 현실이란 대체 무엇인가? 아마 제일 주된 것은 무언가를 팔기 위한 끊임없고 광적인 발버둥이 아닌가 싶다. -183쪽

하지만 문제는 전쟁이 아니라 전쟁 이후다. 우리가 빠져들고 있는 세계, 곧 증오의 세계나 슬로건의 세계라 할 만한 세상 말이다. 무슨 색 셔츠단, 철조망, 경찰봉의 세계 말이다. 비밀스러운 골방에는 밤낮으로 전기불이 밝혀져 있을 것이며, 형사들은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감시를 할 것이다. 숱한 행진, 거대한 얼굴 포스터, 그리고 한결같이 영도자를 환영하는 100만 인파. 그들은 딴 소리엔 귀를 막고 살다시피 하여 그를 정말 숭배한다고 착각할 정도가 되겠지만, 혼자서는 늘 구역질이 나도록 그를 혐오할 것이다. 그런 일들이 정말 벌어질 것이다. -215쪽

그러면서 문득 괴이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죽었다.' 유령이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죽은 것이다.
우리 주변에 걸어다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실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심장이 멎어야 비로소 죽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다소 자의적인 판단 같다. 우리 신체의 일부는 심장이 완전히 멎은 뒤에도 작동을 완전히 멈추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머리카락은 몇 년이 지나도록 계속 자라는 것이다. 인간이 정말 죽는 것은 두뇌 활동이 멈추는 때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관념을 받아들일 힘을 잃어버릴 때 말이다. 포티어스가 그렇다. 학식이 풍부하고 취향이 고상한 그이지만, 변화를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한다. 언제까지나 같은 말, 같은 생각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참 많기도 하다. 정신적으로, 내면적으로 죽은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짧은 노선을 계속 왔다 갔다 할 뿐이고, 그러면서 점점 활력을 잃어간다. 마치 유령 같다.-229쪽

철조망! 슬로건! 거대한 얼굴 포스터! 방음실 지하실에서 갑자기 뒷머리를 쏘아 죽이는 사형집행인! 뒤에서 갑자기 쏘아 죽이는 사형 집행인! 그런 점에 관해서라면 나보다 지적으로 훨씬 둔감한 사람이라도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건 왜일까? 전쟁은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과의 작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 있는 그 특별한 느낌 말이다. 원하신다면 그걸 평화라 불러도 좋다. 단, 내가 말하는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우리 뱃속 느낌으로서의 평화를 뜻한다. 경찰봉을 든 청년들에게 붙들린다면, 그런 평화는 영영 사라져버릴 것이다.-237쪽

차를 몰고 언덕을 내려오며 생각난 것 하나. 이제 과거로 돌아가본다는 생각일랑은 끝이다. 소년시절 추억의 장소에 다시 가본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런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 숨 쉬러 나가다니! 숨 쉴 공기가 없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쓰레기통 세상의 오염은 성층권에까지 도달해 있다. 아무렴 어떤가. 나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내겐 사흘이 더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약간의 평화와 정적을 누릴 것이며, 로어빈필드가 어떻게 되어버렸니 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낚시를 하러 간다는 생각-그거야 물론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아니, 낚시라니! 내 나이에! 힐다 말이 정말 맞았다. -311쪽

우리에게 닥칠 것은 무엇인가? 게임은 정말 시작되었나? 우리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세계는 영영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리고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다. 옛 시절은 끝나버렸고, 그걸 다시 찾으러 다닌다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로어빈필드로 돌아갈 길은 없다. 요나를 다시 고래 뱃속으로 집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생각을 따라오시리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이제 분명히 알아버렸다. 오랫동안 로어빈필드는 내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동할 때 다시 찾아볼 수 있는 한적한 구석에 감춰져 있다가, 마침내 다시 찾아보니 사라져버린 존재였다. 나는 내 꿈에다 수류탄을 투척한 것이었고, 실수가 없도록 공군이 따라와 500파운드짜리 TNT를 떨어뜨린 것이었다.-321 쪽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1941년이라고들 한다. 전쟁이 시작되면 깨진 그릇도, 궤짝 뜯어나가듯 벽이 날아가버린 집들도, 할부로 구입 중이던 피아노에 덕지덕지 흩어진 회계사무소 직원의 내장도 넘쳐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게 대체 왜 중요하단 말인가? 로어빈필드에 있으면서 배운 것 하나를 말하자면 이렇다. '어떤 일이든 다 벌어지고 말리라.' 우리가 마음 한구석에 두고 있는 일들, 끔찍이 두려워하는 일들, 악몽일 뿐이거나 외국에서나 있는 사건이라고 자위하는 일들이 전부 벌어질 것이다. 폭탄, 식량배급줄, 경찰봉, 철조망, 무슨 색 셔츠단, 슬로건, 거대한 얼굴 포스터, 침실 창 밖으로 갈겨대는 기관총. 그 모든 일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나는 안다. 아무튼 그때 난 알 수 있었다. 헤어날 길이 없다는 것을. 원한다면 맞서 싸울 수도 있고,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못 본 척할 수도 있고, 스패너를 들고 나가 사람들과 누군가의 얼굴을 내려칠 수도 있다. 하지만 벗어날 길은 없다.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321~322쪽

흠집 난 결백을 주장해봐야 부질없는 짓. 내가 바랄 수 있는 것이라곤 가장 말썽이 적을 노선을 택한 것뿐이었다. 그런 생각과 더불어 당장 세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A. 힐다에게 정말 뭘 했는지 말해주고 아무쪼록 믿게 만든다.
B.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등 구태의연하게 능글거리며 버틴다.
C. 딴 여자랑 있었다고 생각하게 놔두고 받을 벌을 받는다.

젠장할! 셋 중에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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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타이거
페넬로피 라이블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문타이거'라니? 

 신간평가단 홈페이지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이다. 조지 오웰의 『숨 쉬러 나가다』는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지만, 이 소설은 당최 본 적이 없다. 내가 4월 달에 주목 신간 페이퍼를 썼다고 했지만, 『문타이거』라는 제목의 책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편집자의 눈에 띄였고, 또 일종의 개정판을 내는 꼴이니 수긍하고 읽기로 했다. 

 제목이 꽤나 심오하면서도 단순하다. 직역하면 '달호랑이', 우리말로는 '모기향'을 의미한다고 한다. 모기향? 불에 서서히 타들어가면서 연기를 내는 신비한 도구. 마침내 모든 것이 재가 될 때에는 한 치의 여운 없이 모두 날아가버리는 그것. 왜 페넬로피 라이블리라는 작가가 '모기향'을 제목으로 삼았는지 의문이 든다.  

 나는 그 해답을 책 속에서 얻어냈다. 물론 소설 속에서는 문타이거가 주된 소재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이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문타이거의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 각인되면서 서서히 작가가 '문타이거'를 제목으로 삼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소설의 첫문장에서 흥미를 느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적어도, 처음에는 이 소설이 재미없다고 말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세계의 역사를 쓰고 있어요." 그녀가 말한다. 그러자 간호사가 말한다. "어머나, 세상에." 임종을 눈앞에 둔 늙은 노파가, 아무리 예전에 역사가라고 한들 어떻게 세계의 역사를 쓸 수 있겠는가? 아마 간호사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클라우디아가 묘사하는 역사란 그런 연대기적인 역사도 아니며, 그렇다고 모든 세계의 역사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그녀의 역사는 마치 모기향처럼 어느 한 중심을 기준으로 주변에서 계속 순회한다. 결코 수평선으로 타들어가지 않는다. 세계의 역사와 그녀 자신의 역사가 모기향처럼 원을 그리며 순회하며, 서서히 그 '중심'으로 들어가는 방식. 그것이 바로 『문타이거』의 방식, 모기향의 방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중심이란 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모기향의 크기에 비하면, 중심의 크기는 매우 작은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모기향이 소용돌이치며 타 들어가도 그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온화해지고 짙은 연기를 낸다. 역자는 모기향의 중심에 있는 것이 클라우다아와 전쟁 때 만난 병사 톰 서던과의 로맨스라고 주장한다. 아니, 주장이라기보다 실제로 그렇다. 이 소설에는 클라우디아 외에도 그녀의 친오빠 고든, 남편 재스퍼, 갑작스럽게 그녀의 손에 맡겨진 폴란드 교수의 아들 라솔로, 친딸 리사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톰 서던은 소설의 초두에 잠깐 등장하고 세계의 역사의 무대에 사라진다. 하지만 그녀의 역사에서는 그가 영원히 살아있다. 

 사실 나도 이 소설이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메모의 공간이 너무나 부족해서, 글씨 간의 여백이 조금 뺵뺵해서, 주석이 미주라서, 이런 외부적 핑계들과 클라우디아의 잡담식 역사가 너무 진부해서, 라는 내부적 핑계가 있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하든, 그녀 자신의 역사에 대해 감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내 역사를 다른 사람이 침해할 수 없듯이 말이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이미 결정된 운명은 멈출 수도 없고 방향을 바꿀 수도 없다고. 이게 바로 역사라고, 이게 바로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일이라고." 결국 내 기억에 남은 것은 재스퍼의 편지, 그리고 그의 전사 소식(16장). 어떻게 나의 역사와 클라우디아의 역사가 같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내 역사에 충실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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