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주원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인간이 단지 몸만으로 이루어졌는가. 반인간선언은 `인간이기 위해 인긴이기를 포기한다`라고 선언하고, 그것은 섬뜩하게 현실로 이루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랜섬 릭스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놀라운 소설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 역시 표지만 보고 이 소설이 호러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표지를 자세히 보면, 무표정의 소녀는 공중에 떠 있다. 그리고 그 실상을 보면 『해리포터』를 잇는 판타지 소설에 속한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주인공 제이콥(나)이 자신에게 옛날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곤 했던 할아버지를 회고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우린 이 프롤로그에서 '이상한' 사진들을 본다. 투명인간 소년, 공중부양 소녀, 천하장사 소년, 입이 뒤에 달린 소녀의 모습이 흑백사진에 실려 있다. 신예 작가 랜섬 릭스는 그것을 묘사하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기묘한 흑백사진을 보여준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작가의 묘사하는 역량이 부족한 것을 사진으로 얼버무린다는지, 독자의 풍부한 상상력을 사진으로 붙잡아버리는 짓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수록된 정지된 흑백사진은 작품의 분위기를 어떤 글이나 컬러사진, 그리고 움직이는 영상보다도 더 깊은 공포감과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나'에게 보여준 사진이 아니었으면 이 흥미로운 이야기는 전개되지 않았으리라.

 

 이 소설의 장르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판타지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다. 어떨 때는 소년으로 보이고, 어떤 때는 청년으로 보이는 16살 소년 '제이콥'은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간다. 작품의 주배경은 웨일스의 외딴 섬이다. 그들이 이 낯선(strange) 섬으로 간 까닭은 할아버지의 유언 때문이었다. 의문의 공격으로 피범벅이 된 제이콥의 할아버지는 몇 마디 짤막한 유언을 남기고 죽었던 것이다. 이곳에는 70년 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인해 거의 폐허가 되고, 점차 낙후되어 가는 마을이 있었다. 제이콥은 자연관찰 작가인 아버지와 함께 그곳으로 와서, 마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섬의 반대편에 있다는 '페러그린의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 집 사이에는 커다란 늪이 있었고, 제이콥은 이곳을 건널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했다.

 

 소설은 진행됨에 따라, 점점 판타지적이 되어 간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 '루프'가 대표적인 예이다. 제이콥의 아버지가 있는 그 시간은 계속 흘러가지만, 루프 속 시간은 (『달과 6펜스』에 나온 표현인) 'everlasting present(영원한 현재)'이다. 그래서 그 곳에 있는 아이들은 늙지 않으며 우연히 그곳에 들어가게 된 제이콥은 시간 걱정 없이 '이상한 아이들'과 어울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아이들도 나름대로의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무한한 천국도 사실은 매우 행복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제이콥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이상한 아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는 것과 자신도 할아버지와 같은 능력을 가진 이상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제이콥은 이 과정에서 엠마라는 불꽃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소설 후반부에는 제이콥의 할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괴물들과의 싸움을 통해 궁극적인 성장에 이르게 된 제이콥의 모습을, 결국 이 루프 속에 머물기로 결심한 제이콥의 모습을 우리는 보게 된다.

 

 비록 신예 작가의 소설이라서, 약간 미숙한 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2012년에 가장 처음으로 읽은 소설이었고, 그것이 무척이나 재미있었기에 그 가치가 있다. 이 소설 속에 담긴 사진들이 조작된 것이 아닌 실제 사진이라는 사실에 놀랍다. 이 미지의 소설은 『에메랄드 아틀라스』와 더불어 반드시 영화가 나오면 볼 소설로 결정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야 치유 식당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심야 치유 식당 1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에세이이자, 픽션이다. 그래서 에세이만으로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내용과 픽션만으로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내용이 함께 담겨져 있다. 만약 『심야 치유 식당』이 에세이였다면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지 못하고 그 주위만 뱅뱅 도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사이드'라는 식당과 그 주인 '철주(아마 저자일 것이다)'의 가볍고도 진지한 인생 상담을 책 안에 집어넣은 것은 상당히 성공적이고 참신했다.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사례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철주의 인생상담을 듣고 삶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덟 가지 사례의 주인공들은 각각 성별도, 나이도, 신분도 다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노사이드를 찾아왔다는 것, 둘째는 '너무 열심히 살았다'는 것. 다시 말해, 개인의 욕구가 끝없는만큼,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점점 쌓이게 되었고, 결국 눈에 드러나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두 번째 사례의 주인공은 업무에 쫓기다 못해 폭식증에 걸리게 되었고, 네 번째 사례의 주인공은 징크스에 빠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노사이드의 철주의 문제해결법을 권고받고 실천하여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다는 것이다.

 

 책머리에서 저자 하지현은 '정신과 의사'로서가 아니라 '친구'이자 '인간'으로서 사람과 만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심야 치유 식당인 '노사이드'가 바로 그러한 공간이다. 골목길 사이에 숨어 있어 단골들만 안다는 이 식당 속에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난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나도 노사이드를 찾아가 인간 '철주'와 진지하게 인생 상담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것이 첫 번째 이야기라니, 두 번째 이야기도 기대한다. 노사이드가 이렇게 끝날 수는 없으니까.

 

 나는 『심야 치유 식당』을 읽고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살라는 것이다. 세상에 전혀 기죽지 말고, 내 의견을 떳떳하게 알리라. 부끄러워할 것 없다. 문제점은, 오직 내가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 뿐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식 - 행복의 중심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 걷는나무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현대인들, 곧 우리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우리에겐 25시간이 주어져도 부족할 정도다. 옛날에는 이렇게 시간에 쫓기지 않고, 생체 리듬에 맞춰 여유롭게 살아갔던 현대인들이 왜 오늘날은 그렇지 못한가? 이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휴식』의 저자인 울리비 슈나벨의 나라, 독일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들도 이 해결하기 힘든 현상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렇게, 날마다 시간에 쫓기며 쉼없이 일하고 움직여야 하고, 또 그러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 대해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내린 처방전은 무엇일까? 바로 "쉬어라!"다.

 

 이 책에서 저자는 휴식만이 현대인들을 위한 유일한 처방전이자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휴식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비생산적인 시간이라는 선입견이 들어서면서, 이 주장에 대한 반박이 생겼다. 그래서 저자는 <위대한 게으름뱅이의 갤러리>와 3장 전체를 통해 휴식은 오히려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해주는 밑거름이며 결코 잃어버리는 시간이 아님을 강조한다. 게다가 나중에 밝혀지는 바와 같이, 『휴식』 역시 절반은 휴식의 일종인 산보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휴식'의 개념이 상당히 모호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무엇이 휴식이고, 어디까지가 휴식인지 분명히 정해주지 않아서, 막연하게 "무조건 쉬어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휴식은 그 정의보다는 방법과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쉬어서, 삶의 활력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휴식은 그 가치가 있는 법이다. 더구나, 매일 정보의 홍수 속에 파묻혀 사는 현대인들에겐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치워버리라는 과감한 결단은 어떤 정의보다도 강렬한 외침이다.

 

 나는 시간에 쫓기고, 최신 정보를 찾느라 촉박한 시간을 허비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마음 같아서는 러셀의 『행복의 정복』과 세네카의 『인생은 왜 짧은가』를 권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댈 테니까). 이 책에는 읽을 시간 없다는 핑계를 대는 직장인들을 위해 '그래서는 안 되지만' 에필로그에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놓은 장이 있다. 이런 책을 정독할 시간조차 없는 사람은 정말 불행한 사람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논어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구판절판


공자께서 노나라의 태사에게 음악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음악은 배워둘 만한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여러 소리가 합하여지고, 이어서 소리가 풀려 나오면서 조화를 이루며 음이 분명해지면서 끊임이 없이 이어져 한 곡이 완성되는 것이다."-54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한을 사는 일이 많아진다."-60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를 섬길 때에는 잘못하시는 점이 있더라도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야 하고, 그 말을 따르지 않을 뜻을 보이더라도, 더욱 공경하여 부모의 뜻을 어겨서는 안 되며, 아무리 힘들더라도 부모를 원망해서는 안 된다."-62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는데, 이는 행동이 따르지 못할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63쪽

자유가 말하였다. "임금을 섬김에 번거롭게 자주 간언을 하면 곧 치욕을 당하게 되고, 친구에게 번거롭게 자주 충고를 하면 곧 소원해지게 된다."-63~64쪽

공자께서 자산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그는 군자의 도 네 가지를 갖추고 있었다. 처신에 공손하고, 윗사람을 섬김에는 공경스러우며, 백성을 먹여 살림에는 은혜롭고, 백성을 부릴 때는 의리에 맞게 하였다." -70쪽

공자께서 진나라에 계실 때 말씀하셨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내 고향의 젊은이들은 뜻은 크지만 일에는 미숙하고, 훌륭하게 기본은 갖추었지만 그것을 재량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73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백이와 숙제는 남의 옛 잘못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이들을 원망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73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듣기 좋게 말을 꾸며 내고 보기 좋게 얼굴빛을 꾸미며 지나치게 공손한 것을 좌구명이 부끄럽게 여겼다고 하는데, 나도 또한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 원한을 감추고 그 사람과 벗하는 것을 좌구명이 부끄럽게 여겼다고 하는데, 나 또한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73~74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다 글렀구나! 나는 아직 자기의 허물을 보고서 마음속으로 반성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74~7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