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 윌리엄 밀버그 지음, 홍기빈 옮김 / 미지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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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에 현재는 없다. 오직 과거와 미래만이 존재할뿐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는 과거의 유산인 동시에 미래의 가능성이며, 사회주의는 작은 현실이자 커질 미래이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마법의 체제이다. 민주주의만큼이나 흥미로운 자본주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자본주의, 그러나 동시에 우리에게 낯선 개념이기도 한 자본주의. 사실 어떤 이들에게는 이 개념이 혐오스럽기도 하다. 다시 말해,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잘 알지 못하고, 그것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분명하게 규명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이러한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준 걸작이 바로 『자본주의: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이다.

 

 이전에 나는 휴버먼의 『자본론』을 읽어본 적 있다. 하지만 그 책은 마르크스의 동일한 제목의 책처럼 '사회주의'를 강조하고 있었다. 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도 원했지만, 자본주의의 역사와 미래에 유지될 가능성을 확인하길 진심으로 원했다. 그러한 점에서 『자본론』은 나의 만족을 채워주지 못했으며, 『돈의 본성』은 더욱 그랬다. 반면, 이 책은 자본주의, 나아가 인류 경제의 역사를 세세하게 파고드는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경제 사회를 전망하고 있었다. 게다가 저자는 친절하게 각 장의 말미마다 친절하게 독자들에게 그 장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것과 그 다음 장을 암시한다. 무엇보다, 함께 수록된 '질문'들이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글쓴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만 하는데, 로버트 하일브로너와 윌리엄 밀버그는 질문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깊이 고민하게 한다. 안타까웠던 점은 초반에는 매우 날카롭고 명확했던 질문들이 점차 흐릿해졌다는 것.

 

 이 책의 주요 저자인 로버트 하일브로

너. 『세속의 철학자들』이라는 그의

저서도 읽고 싶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인류의 그것만큼이나 복잡하고 동시에 흥미롭다. 원시 시대부터 시작해서, 고대·중세·근대의 경제 체제를 거쳐 오늘날 우리가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체제의 등장과 사회주의에 대한 설명까지 정신없이 달려간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다른 경제학 도서에서 수없이 회자되던 바로 그 내용들이었다. 엄밀히 말해, 재미있게 읽었으나 '질문들'을 제외하고는 내 기억에 남는 뚜렷한 역사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칭찬하고 싶은 것은 미래에 대한 폭넓은 전망과 저자들의 태도였다. '어디로 가는지' 아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만큼, 두 경제학자는 온 힘을 다해 자본주의의 미래를 분석한다. 안타깝게도 그 미래가 그다지 밝지는 않았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그들의 글쓰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마지막을 장식한다고 했던가, 19권의 여정은 이렇게 멋지게 막을 내리나 보다.

 

 이제 결산의 시간만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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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러면 아비규환
닉 혼비 외 지음, 엄일녀 옮김 / 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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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책이 여기 있다. 그 이름은 『안 그러면 아비규환』. 닉 혼비, 스티븐 킹, 마이클 크라이튼 등 영미권 20명의 작가들이 나에게 신비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닉 혼비의 『안 그러면 아비규환』부터 시작해서, 마이클 셰이본의 『화성에서 온 요원』까지, 공포, 미스테리, 추리의 혼합을 적절하게 보여주며 나를 매혹했다.

 

 20가지의 단편은 마치 학급에 있는 아이들만큼이나 다양한 유형을 가지고 있다. 길이부터 시작해서, 장르, 문체, 서술 방식이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물론 글쓴이가 다른 까닭이 결정적 원인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가장 끈 단편은 데이브 에거스의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다』와 마이클 무어콕의 『나치 카나리아 사건: 명탐정 시턴 베그 경 시리즈』였다.

 

 전자는 험난한 킬리만자로 산을 등반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살아남기 위한 투쟁과 주인공의 평화로운 회상이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다. 결말은 나에게 충격과 의문을 남겨주었다. 역시, 장르소설의 매력이란! 그리고 후자, 『나치 카나리아 사건』은 잊을 수 없는 명작이다. 이 단편은 1931년 9월 8일 히틀러의 조카이자 연인이었던 겔리 라우발이 권총자살한 사건과 다음 날에 남부 바이에른 지방의 시골길에서 과속으로 운전한 히틀러의 차량번호를 단속한 경찰 문서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작품인데, 그 작은 정보로부터 이렇게 놀라운 팩션을 썼다는 것이 놀랍다. 살인사건을 푸는 명탐정의 추리와 히틀러를 조화롭게 연결시켜서 매우 재미있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소설집은 두고두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점이다. 나를 빨아들이는 이야기의 힘은 정말 오랜만이다. 한 편 한 편의 단편이 나를 사로잡는다. 아주 마음에 든다. 원래 너무 기쁘면 할 말이 없는 법, 여기서 마칠 수밖에 없다. 보물을 찾았을 때의 그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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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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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문명은 항상 돈과 함께 해 왔다. 경제 생활은 정치 생활과 더불어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마치 우리 인간에게 부모님 같은 존재랄까. 물론, 그 수단의 일부인 돈이 인간보다 우월한 물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돈도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니까.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 수단에 얽매여 목적을 잊고 사는 것일까? 도대체 '돈'이란 것의 본성은 무엇일까?

 

 제프리 잉햄의 『돈의 본성』은 '돈'이라는 개념보다는 '화폐'라는 개념에 더 가깝다. money라는 단어의 의미 중에는 '화폐'라는 뜻도 있으니까. 저자는 이 책에서 화폐의 본질과 그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1부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다른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말을 빌려 설파하고(안타깝게도 그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마르크스와 애덤 스미스뿐이었다), 2부에서는 화폐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국 결론은? 안타깝게도 나는 이 책에서 그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화폐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물질이라는 것?

 

 왜냐하면 화폐는 추상적인 단위이기 때문이다. 비록 오늘날에는 동전과 지폐, 수표로 '눈에' 보이지만, 과거에는 조개나 보석 등이 화폐의 가치를 지녀왔다. 이처럼 화폐를 나타내는 것은 항상 변한다. 즉, 그것의 본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마치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연상시킨다. 보이지 않는 개념에 의해 우리는 먹고 살고, 또 죽는다. 이쯤 되면 조금 소름돋는다. 내가 화폐의 줄에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된 것은 아닐까........

 

 하지만 돈의 본성을 파악하면, 그 조종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글쓴이의 주장에 따르면, 화폐는 항상 정치적인 투쟁과 관련되어 있을 때에만 그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다시 말해, 정치와 경제를 별개로 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물론 『중용』에서는 정치인들이 경제에 신경 쓰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돈의 본성, 화폐의 본성에 주의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돈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고, 삶의 질을 더욱 늘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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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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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은 갑자기 시작된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은 그 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생의 가장 첫 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사실에만 의존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한다. 나는 내가 전혀 기억해내지 못하는 삶의 부분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부르겠다. 그 시간을 되찾으려면 '나'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내 근처에 있던 수많은 '너'를 찾아서 그 허전한 부분을 메꿔야 하는 것이다.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한 작은 여정이다.

 

 소설은 카밀라라는 여자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유이치라는 남자가 등장하면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매우 이국적인 분위기를 띤다(이름 하나로). 언뜻 보면, 이 이야기는 이 두 사람이 펼치는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2부 '지은'으로 넘어가면서 소설의 주인공은 과거의 인물로 변한다. 카밀라의 어머니, 정지은에 관한 '잃어버린' 이야기를 찾기 위해, 카밀라, 아니 희재는 '너'를 찾아간다. 자신의 어머니가 어떻게 자신을 세상에 보냈고,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가 지은이었더라도 답답하고, 막막했을 것이다. 마치 실종된 아이를 찾는 기분이랄까.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진실과 사실로 파고들어갈수록, 소설의 내용은 점점 가빠진다. 진남에 얽힌 여러 가지 전설과 그것들과 관련된 정지은의 이야기.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난 뒤, 희재는 마음이 홀가분해졌으리라.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카밀라가 알아낸 또 다른 사실은 그녀의 어머니가 시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비록 학교 내에서만 조금 알려진 시집이었지만 그 쾌쾌한 냄새를 풍기는 시집 속에는 어머니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감동받을 수 않을 수 없다. 카밀라는 심연 속에 숨겨져 있던 '희망'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마침내 찾았다.

 

 감성적인 작가 김연수는 책 속에서 이런 구절을 적었다. "진실은 개개인의 욕망을 지렛대 삼아 스스로 밝혀질 뿐"이라고. 그렇다, 진실은 감춰져 있어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진실은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자에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작가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내가 읽기 위해서는 그것을 간절히 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이야기는, 나에게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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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9월은 짧고 굵은 달인가 보다. 마음에 드는 소설의 양은 별로 없지만, 그 발견된 소설들이 정말 최고다. 내가 지목한 다섯 권의 소설(또는 문학)은 하나같이 소중하다.

 

 

 

 

 

 

 

 

 

 

 

 

 

 

 

 『마하바라따』. 이렇게 세상에 나온 것을 환영한다. 한때 서점에서 때묻어 있는 너를 본 이후, 새롭게 재탄생하기를 항상 바래왔다. 드디어 나왔구나, 상상력의 근원이여. 수많은 명작들이 너에게서 비롯되었으니, 너야말로 진정한 명작 중의 명작이구나. 가히 고전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고전'답지 않게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에 버림받지 않고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기를 받고 있구나. 나 역시 너에게 주목한다. 이 위대한 서사시의 시작은 창대했고, 과정은 경이로웠으며, 끝은 아름다웠다. 이 새로운 세상에 빠져드는 순간, 당신의 멈춰있던 감성과 상상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역시 너무나 반갑다. 좀 더 깔끔한 번역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돌아온 이 책은 『율리시스』와 더불어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탄생시키고, 발전시킨 걸작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과연 그의 '잃어버린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는 왜 항상 잃어버리기만 하는 시간을 되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템테이션』. 뜻이 '유혹'인데, 어떤 유혹을 말하려는 것인지? 소설은 자고로 흥미로운 소재로 독자를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케네디, 이 작가는 너무나도 그것을 잘 한다. 스토리만 봐도 그렇다. 10년 동안 무명 작가로 지내다가 시나리오 하나가 대박을 터뜨린 작가,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유혹, 그리고 몰락....... 유혹에 휩싸인 자의 운명은 파멸인가, 혹은 극복인가?

 

 -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나리오나 작가에 꿈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눈 여겨볼 만한 의미심장한 책. 케네디 자신의 이야기였다면 더욱 절실했을텐데.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시리즈(다른 한 권은『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의 두 번째 작품인 『직업의 광채』는 말 그대로 '직업(work)'의 광채에 대해 유머있게 풀어놓는 소설이다. 애니 프루, 조이스 캐럴 오츠 등의 작가들이 모여 만든 직업 이야기. 과연 유쾌할까?

 

 

 

 

 

 

 

 

 

 

 이 문학이 맛있는 까닭은 간단하다.

 인생이 허기지기 때문이다.

 배부른 자에게 문학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주린 자들이기에 문학과 책과 글이 필요한 것이다.

 영혼의 식사를 할 시간이다.

 이들의 코스 요리를 차례차례 맛보며

 심신을 휴식시키고

 영혼을 배부르게 하는 게 어떨까?

 예전에도 말했듯이,

 맛은 보장할 수 있지만

 배가 부를지는 모르겠다.

 1인분은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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