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1987년 제1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이문열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 그러니까 정확한 연도도 기억나지 않았던 초등학교 시절, 다림출판사에서 간행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단행본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한병태의 시점에서 진행되었던 탓일까, 엄석대의 부정과 몰락이 통쾌하게 다가왔다. 그러다 불현듯 집에 꽂혀 있는 제1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의 이름으로 실린 이문열의 중편소설을 다시 읽게 되었다. 두 번째 독서에서는 조금 다르게 책이 읽혔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한병태의 내면에 잠재한 엘리트주의, 남들과는 다르다고 여기는 자의식이 만들어 낸 변명처럼 느껴졌다. 공동체의 상태를 파악하지 않고 혼자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무모한 시도들, 패배한 이후 무섭도록 체제에 순응하고 거기서 살아남는 모습, 그리고 엄석대의 몰락이 시작된 이후 그것을 내심 아쉬워하는 태도 등이 새로운 해석을 열어놓았다.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수록된 작품들이 1980년대 내지는 한국 현대사의 일면을 담고 있음을 여실히 느꼈다. 시대간의 간격이 조금 크게 느껴졌다. 다만 대부분의 소설들이 낡은 느낌이 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예리한 수상소감을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문열의 소설 외에 인상적으로 읽혔던 것은 <문신의 땅>이었다. 심사위원도 지적했듯이 이야기의 맺음보다 전달하는 메세지가 워낙 강렬한 탓이기도 하다. 그 마무리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나, 잦은 시점의 변화가 혼란을 야기한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노마리아의 문신이 한국 현대사의 상흔을 상징하는 느낌이라 각인된 듯 하다. 


 각 해의 이상문학상 수상작들은 일관된 흐름이 있다. 매년 요구하는 문학의 정신이 다른 것도 있고, 작가의 고투와 평단의 차이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것이 시대를 막론하고 이상문학상 수상작들을 찾아서 보는 매력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필로만 적어놓았는데,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미리 등록을 하려고 한다.


11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간 역사의 가장 위대한 상상력과 창의력
월터 아이작슨 지음, 신봉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68,000원 → 61,200원(10%할인) / 마일리지 3,4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5년 07월 02일에 저장

적절한 균형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4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2년 09월 13일에 저장

전쟁을 위한 기도- 마크 트웨인의 반전 우화
마크 트웨인 지음, 박웅희 옮김, 존 그로스 그림 / 돌베개 / 2003년 6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2021년 06월 25일에 저장
절판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5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1년 06월 24일에 저장



11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명화독서 - 그림으로 고전 읽기, 문학으로 인생 읽기
문소영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신문에서 그녀가 쓴 칼럼을 여러 개 스크랩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신문에 투고했던 글들에 몇 가지 글들을 추가해서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기억을 저장하는 용도로 이 리뷰를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상 여행
다나베 세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 나는 어떠한 흥미 없이, 사전 정보 없이 작품 속에 들이닥치곤 한다. 영화든, 소설이든 그러한 경험은 예상 밖의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감상 여행』의 두께는 얇았고, 나는 시도해 볼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꽤 오래 전부터 활동했던 작가였으며, 수록된 단편들(단편집인지도 몰랐다)이 그녀가 살았던 시대의 반영임을 뒤늦게 알았다. 일본 문학에 대한 나의 무관심 때문인지 몰라도, 세 편의 이야기는 꽤 현대적으로 다가왔다. 


 다나베 세이코가 펼치는 이야기들은 다분히 일상적이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주로 남녀의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일상의 조각들 속에서 독자는 피식 웃음을 짓고, 가끔은 송곳처럼 돋아난 씁쓸한 현실을 직시한다. 요지는 이런 것이다. 「감상 여행」속 유이코와 히로시는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지만, 결국 방안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발견한 부조리함을 느꼈다. 다만 그들의 정체는 가야 할 곳을 모르는 것이 아닌, 무기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활자 너머로 먼지가 잠겨 있었고, 끝에 가서야 그들은 겨우 먼지를 털어낼 뿐이다. 


 「당신이 대장」은 작가의 특성이 가장 잘 표현된 단편이 아닐까 싶었다. 다츠노의 시선으로 본 에이코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변화와, 서서히 드러나는 다츠노의 무기력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작가는 어떤 한쪽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 가족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타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유쾌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평생 직장이라 믿었던 파트 타임에서 잘리고 난 후 울고 있는 아내를 향해 "이번엔 아내가 이성을 잃고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설마 아내가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라니. 제3자인 독자가 보기에는 한 편의 희극이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그렇게 세상을 배웠겠거니 자부한 다츠노를 비웃듯 더 나은 직장에 채용된 에이코의 모습을 보여주며 두 현대인의 달콤씁쓸한 생활기를 마무리짓는다. 


 마지막 단편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는 상당히 자조적으로 변한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독신으로 늙어갈 각오를 하고, 실제로 그렇게 늙은 루리의 생활을 보여주고, 츠카다를 만나 마음을 여는 과정은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하다. 무기력함과 블랙 유머를 거쳐 건조한 겨울의 시선으로 작품집을 끝내는 구성은 독자들에게 감상 여행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남의 이야기처럼 보이면서도 곳곳에 보이는 달콤씁쓸한 일상의 파편들이 우리에게 쏟아진다. 일상의 기록은 대중문학과 순문학 중 어디에 있는가? 여전히 그 경계는 모호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작과 비평 187호 - 2020.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 호는 언제나 산뜻하다. 대산대학문학상을 비롯해 올해에 대한 냉철한 혹은 희망찬 전망이 담겨 있다. 한해의 끝에 가서 다시 이 책을 보았을 때 감회가 새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