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로만 적어놓았는데,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미리 등록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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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4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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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13일에 저장

전쟁을 위한 기도- 마크 트웨인의 반전 우화
마크 트웨인 지음, 박웅희 옮김, 존 그로스 그림 / 돌베개 / 2003년 6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2021년 06월 25일에 저장
절판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5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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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맥도널드 선집- C. S. 루이스의 스승, 무선개정
조지 맥도널드 지음, C. S. 루이스 엮음, 홍종락 옮김 / 홍성사 / 2021년 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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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독서 - 그림으로 고전 읽기, 문학으로 인생 읽기
문소영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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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신문에서 그녀가 쓴 칼럼을 여러 개 스크랩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신문에 투고했던 글들에 몇 가지 글들을 추가해서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기억을 저장하는 용도로 이 리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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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여행
다나베 세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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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나는 어떠한 흥미 없이, 사전 정보 없이 작품 속에 들이닥치곤 한다. 영화든, 소설이든 그러한 경험은 예상 밖의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감상 여행』의 두께는 얇았고, 나는 시도해 볼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꽤 오래 전부터 활동했던 작가였으며, 수록된 단편들(단편집인지도 몰랐다)이 그녀가 살았던 시대의 반영임을 뒤늦게 알았다. 일본 문학에 대한 나의 무관심 때문인지 몰라도, 세 편의 이야기는 꽤 현대적으로 다가왔다. 


 다나베 세이코가 펼치는 이야기들은 다분히 일상적이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주로 남녀의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일상의 조각들 속에서 독자는 피식 웃음을 짓고, 가끔은 송곳처럼 돋아난 씁쓸한 현실을 직시한다. 요지는 이런 것이다. 「감상 여행」속 유이코와 히로시는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지만, 결국 방안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발견한 부조리함을 느꼈다. 다만 그들의 정체는 가야 할 곳을 모르는 것이 아닌, 무기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활자 너머로 먼지가 잠겨 있었고, 끝에 가서야 그들은 겨우 먼지를 털어낼 뿐이다. 


 「당신이 대장」은 작가의 특성이 가장 잘 표현된 단편이 아닐까 싶었다. 다츠노의 시선으로 본 에이코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변화와, 서서히 드러나는 다츠노의 무기력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작가는 어떤 한쪽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 가족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타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유쾌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평생 직장이라 믿었던 파트 타임에서 잘리고 난 후 울고 있는 아내를 향해 "이번엔 아내가 이성을 잃고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설마 아내가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라니. 제3자인 독자가 보기에는 한 편의 희극이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그렇게 세상을 배웠겠거니 자부한 다츠노를 비웃듯 더 나은 직장에 채용된 에이코의 모습을 보여주며 두 현대인의 달콤씁쓸한 생활기를 마무리짓는다. 


 마지막 단편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는 상당히 자조적으로 변한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독신으로 늙어갈 각오를 하고, 실제로 그렇게 늙은 루리의 생활을 보여주고, 츠카다를 만나 마음을 여는 과정은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하다. 무기력함과 블랙 유머를 거쳐 건조한 겨울의 시선으로 작품집을 끝내는 구성은 독자들에게 감상 여행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남의 이야기처럼 보이면서도 곳곳에 보이는 달콤씁쓸한 일상의 파편들이 우리에게 쏟아진다. 일상의 기록은 대중문학과 순문학 중 어디에 있는가? 여전히 그 경계는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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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87호 - 2020.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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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호는 언제나 산뜻하다. 대산대학문학상을 비롯해 올해에 대한 냉철한 혹은 희망찬 전망이 담겨 있다. 한해의 끝에 가서 다시 이 책을 보았을 때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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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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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서평을 쓸 때 일정한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 서평은 아쉽고, 남들의 눈에도 그럴 것으로 보였다. 삶에서 독서의 비중을 줄이고, 다짐들을 흘려보내면서 '책을 읽을 때마다 꼭 독후감을 남기자'라는 약속에 점점 소홀해졌다. 이대로 문학과는 거리를 두는 생활이 지속될 것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다만, 프랑수아즈 사강의 데뷔작인 『슬픔이여, 안녕』은 적절한 자극제가 되었다. 습관적으로 펼쳐들지 않고, 어디선가 들어본 명성에 이끌려 소설을 집어들었다.

 

 소설의 첫 번째 문단은 언제나 설렌다. 작가, 당신이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이토록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가 없으니까. 독자에게 오는 수많은 외부의 정보들은 활자 너머의 세상으로 넘어오지 못한다. 그리하여 나는 초점을 옮긴다.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이 감정이 어찌나 압도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내가 줄곧 슬픔을 괜찮은 것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이 부끄럽게까지 느껴진다. 슬픔, 그것은 전에는 모르던 감정이다. 권태와 후회, 그보다 더 드물게 가책을 경험한 적은 있다. 하지만 오늘 무엇인가가 비단 망처럼 보드랍고 미묘하게 나를 덮어 다른 사람들과 분리시킨다.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세실은 슬픔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처음에 그것은 사춘기의 역경과 결합하여 친구처럼 늘 그녀 곁에 있는다. 자신에게 슬픔을 안겨주는 존재로 여겨졌던 안이 죽고 나서야, 자신의 관계를 왜곡시킨 존재가 바로 슬픔임을 인지한다. 그리고 다시 세실이 슬픔의 이름을 불렀을 때, 두 친구는 작별을 고한다. 물론 그녀는 알고 있다. 지금은 헤어지지만, 언제라도 슬픔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일일이 이름을 부르는 과정이 부끄럽고 거추장스럽기에 그녀는 미리 인사를 남긴다. 


 1부를 읽었을 때만 해도 이 소설의 주제가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를 안으로부터 빼앗긴 세실의 상실과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가 시릴과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인간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안이 죽고 나서야 세실은 고백한다. "순간 나는 그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가 멋지고 매력적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나는 그가 내게 준 쾌락을 사랑했을 뿐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나는 떠날 터였다. 이 별장을, 이 청년을, 이 여름을." 이 고백이 『슬픔이여 안녕』을 독특한 지점에 올려놓는다. 아픔과 시련이 늘 주인공의 방황을 종결시키고 내면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생각은 어른이 지어낸 동화다. 그들은 이미 그것들을 받아들였으니까. 열일곱 살에게 죽음이란 가혹하다. 너무나 아프다. 더구나 그것이 자신의 실수로 인해 초래된 것임을 알고 있을 때는 말이다. 세실에게 필요한 것은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남자 친구가 아니라 고독의 시간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그 시간들을 견뎌낸 후에야 부녀는 다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때 여름은 지나 있었다.


 처음 느낌 그대로, 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늘 똑같은 일상조차 매일 미묘하게 다른 것을.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 그 세계를 지키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다. 비단 소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모든 사람이 각자만의 독특한 세계를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정신은 불변하나, 나약하다. '처음'이라는 말만큼 떨리고 간절한 단어가 있을까? 한 번 경험된 느낌과 행동이 다음에 똑같이 다가올까? 세실에게 또 다른 여행이, 여름이, 사랑이, 안이 찾아온다 해도 처음 느낌과는 분명 다르리라. 슬프게도 그녀는,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모두 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세상은 쉽게 흔들린다. 교훈은 여정을 마친 자의 몫이다. 아직 우리는 길 위에 있고, 자주 슬픔과 마주친다. 그 친구와의 관계는 무딜 만큼 무뎌져서 이제 그다지 반갑지 않다. 그래도 목 끝에 탁 걸린 그 말을 뒤로 하고, 다시 손을 뻗는다. 처음 만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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