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거지 펭귄클래식 55
마크 트웨인 지음, 남문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은 『왕자와 거지』........ 제목대로 주요 등장인물은 왕자와 거지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이 둘은 서로 신분을 바꿔 왕자는 거지 행세를, 거지는 왕자 행세를 하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은 이런 유머스러운 상황에서 당시 시대를 비판하는 정신으로 글을 썼다. 그것은 그의 또 다른 작품, 즉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도 드러난다.
 

 마크 트웨인은 이 작품의 무대를 헨리 8세가 지배하던 16세기 영국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약간 역사 소설 풍을 띠고 있다. 사실 정말로 편자 주나 역자 주를 보면 역사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역사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것은 아니다. 그저 작가의 상상력으로 된 것이다. 우리는 현실과 상상력을 구분해야 한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빈부 격차에 따른 차별'을 볼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이 살았던 당시 미국은 막 남북전쟁이 끝나고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을 시기였다. 공업이 농업을 밀어내고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그 때 등장한 자본가는 노동자를 마구 착취했다. 인간다운 대우도 해 주지 않았다. 마크 트웨인은 이것을 헨리 8세가 지배했던 16세기 영국에 빗대었다. 거지 톰이 살았던 오팔 코트는 '쓰레기장'이라는 뜻을 지닌 빈민가였다. 빈민들이 모여 사는 그 마을에서는 폭력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부패하고 타락한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곧 '노동자'다. 그리고 호화로운 궁정 사람들이 '자본가'다. 왕자 에드워드 튜더 역시 하나의 자본가에 불과하다.

 '빈부 격차에 따른 차별'의 대표적이 예가 바로 왕자의 탄생과 거지의 탄생 부분이었다. 작가는 그 둘을 매우 대조적으로 묘사한다. 그 광경은 대강 이렇다.

 "먼 옛날 16세기가 중반부에 접어들던 무렵, 런던의 어느 가을날에 캔티라는 가난한 집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집에서는 아무도 원치 않은 아기였다. 같은 날 잉글랜드에서 또 한 명의 사내아이가 부유한 튜더 가문에서 태어났으니, 이는 집안 전체가 원하는 아이였다. 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그를 원했다. 이 아이를 갈망하고 소망하며 신에게 간구하던 백성들은, 실제로 그가 탄생하자 좋아서 거의 미칠 지경이 되었다.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끼리도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울음을 터뜨렸다. 모든 이들이 일손을 놓은 채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잔치를 열어 춤추고 노래하며 얼큰히 취했는데, 그러기를 며칠 밤낮이나 계속했다. 낮이면 런던은 집집마다 발코니와 지붕에 현수막이 너울거리고, 화려한 행렬이 통과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밤이 되면 길모퉁이마다 커다란 화롯불을 피우고, 흥이 오른 사람들이 그 주변을 돌며 볼거리를 만들었다. 잉글랜드 전역에서 새로 태어난 아기, 즉 웨일스의 왕자 에드워드 튜더를 빼놓고는 할 얘기가 없었으나, 정작 당사자인 아기는 그와 같은 야단법석은 까맣게 모른 채 비단과 공단에 감싸여 있었고, 고귀한 영주와 귀부인들이 자신을 돌본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으며 관심 또한 없었다. 그러나 또 다른 아기, 꾀죄죄한 헝겊에 감싸인 톰 캔티에 대해서는, 가난한 거지 일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화제 삼지 않았다. 그가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는 이미 집안의 고민거리였다(p.13~14)."  

 이렇게 차이가 났던 둘이 서로 뒤바뀐다니, 얼마나 재미있는지 생각해보라. '고민거리 그 자체'였던 톰 캔티가 한순간에 '집안 전체가 원하는 아이'인 에드워드 튜더가 되고, '갈망과 소망의 대상'이었던 에드워드 튜더가 한순간에 '아무도 원치 않은' 톰 캔티로 되버린다........ 이것이야말로 이 작품에서 가장 우스운 유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크 트웨인이 이 글을 쓴 주요 목적이 영국의 왕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으므로 잠시 설명을 하겠다. 사실 에드워드  튜더가 톰 캔티와 신분을 바꾸려고 한 이유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잔소리할 사람 없는 데서 실컷 진흙탕을 뒹굴(p.28)"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톰 캔티 역시 그 동안 왕자가 되고 싶어 했다. 중요한 것은 에드워드 튜더다. 그는 부유하고 모두가 원하는 아기였지만, 앞의 인용문에서 나왔듯이 "정작 당사자인 아기는 그와 같은 야단법석은 까마득히" 몰랐다. 즉, 그는 자신이 왕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은 것이다. 에드워드는 갑갑한 왕실 상류층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싶어했던 것이다. 이해가 안 간다고? 영화 <타이타닉>의 로즈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녀 역시 상류층 사회에서 탈출하고 싶어했으니까. 그리고 나중에는 톰 캔티 역시 그 사회의 갑갑함에 못 참아 다시 거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장면을 우리는 볼 수 있다. 결국 그토록 왕자를 바랬던 그조차 그 직위를 스스로 버리게 하도록 하는 왕실을 마크 트웨인은 비판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은 이 장면일 것이다.

 "잠시 후 왕자는 톰의 너덜대는 옷을 걸쳤고, 거지 톰은 호화로운 왕자 옷으로 바꿔 입었다. 두 사람은 거울 앞으로 걸어가 나란히 섰다.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옷을 바꿔 입은 것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의 차림새는 기가 막히게 자연스러웠다. 두 왕자는 서로 쳐다보다가 거울을 바라보고, 다시 서로 마주 보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진짜 왕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p.28)."

 이 이후로 진짜 왕자는 한 동안 가짜 왕자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가짜 왕자를 만나기 위해 진짜 왕자는 온갖 모험을 했다. 그 사이 왕자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레 미제라블』의 주제와 비슷하다. 엄격한 법과 도덕만으로는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없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비'다. 이게 바로 『레 미제라블』의 주제이고, 이것은 곧 『왕자와 거지』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 책의 중요한 주제는 '자비를 베풀라'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작가가 『베니스의 상인』에서 인용한 구절에서 암시되었다. 에드워드 튜더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사정을 듣고, 법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왕이 된 후에 그들을 석방시켰다. 톰 캔티 역시 지나친 법으로 잡혀 온 사람들의 사정을 듣고, 용서해주었다. 그래서 그 둘은 '자비를 베푸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존경을 받았다. 비록 에드워드 튜더는 일찍 죽었지만........

 

 이 책의 펭귄클래식 판에는 「한 소년의 모험」이 담겨 있다. 그 내용은 <회초리 시동>이 톰 캔티에게 '한 소년의 모험'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그 액자 소설의 주제 역시 이 책의 주제와 같다. 그러나 작가가 삭제한 이유는 한 가지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그런 좋은 내용을 담아준 펭귄클래식이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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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over 2010-10-0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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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끼호떼 1,2부가 들어 있고, 종종 그림도 나와서 읽으면서 많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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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2 동서문화사 월드북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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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기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어느 한 위대한 영혼의 일대기를 그린 대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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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소설집입니다. 박스 안에 양장본이 들어있어서 책이 잘 손상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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