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이 어때서? - 노경실 작가의 최초의 성장소설
노경실 지음 / 홍익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노경실 작가 최초의 성장 소설인 이 책은 평소 고전적인 작품만 읽는 나로서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정말 나는 이 책을 작가의 말처럼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청소년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은 바로 작품의 첫 부분이다. 

  "365×14=5,110.  

 '겨우 오천백십 일?' 

 연주는 휴대전화 뚜껑을 화닥 덮었다.  

 '14년이나 살아왔는데, 고작 5천 일 정도라고?' 

  연주는 사회 선생님이 내 준 숙제를 고민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연주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 온 날을 계산하는 부정적 입장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연주는 이 소설 속에서 나날이 성장하여, 앞으로 자신이 살 날이 30,000여 일밖에 남지 않는 것을 생각한다. 이것은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긍정적 입장이다. 또한, 이 다짐은 연주가 아픔을 겪는 과정 속에서 성장을 했다는 증거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가수가 꿈인 14살의 연주는 부모님이 이혼한 친구 민지를 친구로 사귀면서 즐겁게 지낸다. 한편, 연주는 자신을 도와 준 지섭 선배를 은근히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지섭 선배가 미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학교에서는 일종의 '노래 대회'가 열린다. 지섭 선배를 떠나보낸 연주는 이윽고 그 대회를 준비하지만, 결국 떨어진다. 하지만 연주는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 성장할 준비를 한다. 밝고 힘찬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말이었지만, 대회에서 떨어지는 부분은 약간 반전이었다. 그것도 아주 냉담한 문체로, "연주는 노래자랑대회의 예선에서 떨어졌다"고 말한다. 연주의 심리 묘사 역시 자세하지 않다. 

  이 소설에서는 '어른'도, '어린이'도 아닌 중간 단계에 속한(정체성이 상실된 시기) 14살 연주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드러난다. 그리고 노경실 작가는 그 과정을 연주의 심리 묘사로써 밝혀낸다.

 "세상은 연극 무대인가?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전에 또 한 사람이 등장한다니! 

 세상은 패션쇼 무대인가? 

 등장하는 사람마다 모두 나보란 듯이 잘난 존재들이니! 

 세상은 신생아 병동인가? 

 TV를 켤 때마다 어제보다 더 잘나고 멋진 인물들이 탄생하니! 

 아니면 다윈의 진화론대로 사람들이 진화해서일까?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하는 대신, 이제는 사람이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p.20~21)." 

 

 "어쨌든 나는 '아직' 열네 살이고, '겨우' 열네 살이고, 어쩌면 '벌써' 열네 살이고, '어느새' 열네 살이 됐다고 말할 수 있다(p.122)." 

 

 "-그럼 도대체 몇 살 때부터 남자 선배를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열여섯 살! 춘향이도 열여섯 살에 연애했잖아. 

 -열여섯? 바보냐, 넌 그 나이 되면 고등학교 준비해야 해. 너희 엄마는 네 성적을 알면서도 너를 특목고에 보내려고 하잖아!  

 -바보! 너 모르니? 

 -뭘? 

 -로미오와 줄리엣 알지? 거기서 줄리엣이 몇 살에 연애를 시작했는지 알아? 

 -몇 살인데? 

 -열네 살! 그리고 로미오는 거의 지섭이 선배 나이 정도이고! 

 -정말? 정말? 줄리엣이 열네 살이었어? 그럼 내가 비정상인 거 아니네? 

 -그럼! 줄리엣이 죽은 나이도 열네 살일 거야. 

 -사랑을 시작하는 것도, 불행에 빠지는 것도 모두 열네 살 때에 일어난 거네. 그 말은 진짜 인생의 역사가 시작되는 게 열네 살이라는 거야? 

 -옳지, 옳지! 잘 알아듣는구나(p.154~155)."  

 

 "이거 하나만 기억해라. 너희가 울든, 웃든, 노력하든 포기하든, 주저앉든 다시 일어나든…… 시간은 단 한 번도 멈추거나 쉬거나 요령 피우지 않고 계속 앞으로, 앞으로만 가고 있다는 것을(p.166)." 

  

 "내가 살아온 날은 겨우 오천백십 일. 우리가 평균 백 살까지 산다면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은…….' 

 365×85=31,025. 

 연주는 휴대전화 뚜껑을 화닥 덮었다. 

 '앞으로 내가 살 날이 고작 3만 일 정도라고?' 

 85년이라고 생각할 때에는 숨이 탁 막힐 정도로 길고 긴 날들인데, 날수로 3만 일이라고 하니 얼마 되지 않는 시간들로 여겨졌다.  

 괜히 마음이 바빠졌다. 

 하다 만 숙제도 해야 하고, 노래연습도 더 열심히 하고, 갈 수만 있다면 미국에 가서 지섭 선배도 만나고! 이렇게 인생이 바쁜데 엄마는 지리산에 다녀와서는 만날 느림, 내려놓음, 슬로우 라이프, 버리기, 비우기를 말한다. 

 '엄마는, 어른들은 해볼 것 다 하고 살아와서 그런 식으로 말하겠지만,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우리한테 그런 식의 삶을 강요하면 너무하잖아! 우리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본 다음에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 아냐?' 

 연주는 엄마가 청소를 하고 있는 거실 쪽을 향해 혀를 쏙 내밀었다(p.250~251)."  

  

 (윗 부분은 작품의 첫 부분과 운율 혹은 리듬을 형성한다.)

 

 "그 때 연주의 가슴속 글에 응원을 보내듯 파란 시계의 소리가 크게 들렸다.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또, 다시…….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p.253)."  

 

 현대 사회는 순수함이 사라지고 '로스트 제네레이션(잃어버린 세대)'가 반복되고 있는 사회이다. 다시 한 번, 21세기 초에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가 부활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와는 뭔가 다르다. 분명 그 때 젊은이들은 제 1차 세계대전에 환멸을 느끼고 스스로 잃어버린 세대가 되었다. 그런데 21세기에는 전쟁도 없고, 가난함도 없다. 그런데 왜 그들은 잃어버린 세대가 되어 가고 있는가? 그들이 육체적으로 방황하고, 정신적으로도 방황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열네 살들은 학교에서 학원, 학원에서 학원, 학원에서 집으로 옮겨가는 삶을 반복하면서 몸이 지쳐간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한다. '왜 내가 이러고 있지? 왜 내가 이런 지겨운 삶을 반복해야 하지?'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할 생각이 그들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굴복된 열네 살들은 비행청소년이 되거나 나쁘게 물들게 된다. 작품 속의 연주처럼 성장하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유머러스한 철학자 같은 민지 같은 열네 살 역시 드물다.

 사람의 인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유년기, 청소년기, 성숙기(어른의 시기)로 말이다. 그리고 유년기와 성숙기의 중간인 청소년기는 매우 중립적인 관계에 놓였으며, 정체성이 쉽게 상실된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가장 첫 부분에 위치한 열네 살은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또한 강하지도 못하다. 유년기의 첫 부분은 강한 자에 의해 보호받고, 성숙기의 첫 부분은 스스로 강하여 보호할 수 있지만, 청소년기의 가장 첫 부분, 즉 열네 살은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저항할 수 없다. 그래서 열네 살은 현대 사회의 '로스트 제네레이션', '잃어버린 세대'가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작품에 공감한다. 왜냐하면 나도 14살이기 때문이다. 14살의 설움이 무엇인지 안다. 14살은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서, 어린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모두 날아가버린다. 그렇지만 14살은 성인도 아니다. 성인이 되려면 15살이 된 후, 자신의 생일이 지나야만 성인이 된다. 즉, 14살은 어른도 어린이도 아닌, 혜택 같은 건 아무 것도 없는 시기이다. 어른들은 "이제 어른이니까 철이 들어야지"라고 14살의 '어른'에게 말하면서도, "너희들은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참견 말아"라며 14살의 '어린이'에게 말한다. 하지만 14살은 온통 그 설움을 참아내야 했다. 하지만 이 성장 소설은 당당하게 "열네 살이 어때서!"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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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펭귄클래식 81
쥘 베른 지음, 이효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아우다 부인의 남편, 필리어스 포그 신사님. 세숫대야 가져왔습니다."

 "음........"

 포그가 세숫물 속에 손을 담근 후, 파스파르투에게 말했다.

 "29도로군. 하지만 난 자네를 해고하지 않겠어."

 "왜죠? 전의 하인처럼 엄격하게 해고하지 않고."

 "자네는 이미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하인이 되었기 때문이야."

 파스파르투와 포그 신사가 서로를 마주보면서 씩 웃었다. 바로 그 때 아우다 부인이 자신의 방에서 거실로 나왔다.

 "오 나의 사랑스러운 부인! 얼른 이리 와 앉으시오. 마침 즐거운 대화를 하려던 참이었소."

 아우다 부인은 거실에 있는 네 개의 소파 중 한 곳에 편안하게 앉았다.

 "만능열쇠 파스파르투, 런던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평소처럼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런던 시민들은 여왕을 따르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주인님 같은 훌륭한 신사 분들은 즐거운 여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일주를 끝낸지 벌써 반 개월 남짓하게 지난 것 같군."

 "벌써 그렇게 지나갔나요?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세 달도 채 안 되어서 세계 일주를 끝마쳤는데, 지금은 세계 일주를 끝마친 날로부터 180일 정도 지났으니........ 하지만 이 180일 사이에 벌어진 사건은 세계일주를 하던 80일의 사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미안해, 파스파르투. 내가 너무 칸트처럼 굴었어. 매일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행동했단 말이지. 예전처럼 클럽에 다니고, 예전처럼 세수하고........ 자네도 좀 지루했지?"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미 있었죠! 긴장감도 돌았구요. 주인님은 물의 온도를 촉감만으로도 맞힐 분이니, 저는 항상 온도계를 가지고 있어야 했으니까요. 전 절대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나 역시 자네를 해고할 생각은 전혀 없네."

 "우리가 세계 일주를 떠났을 때, 영국은 어떻게 돌아갔지?"

 "난리가 났었죠. 그 때만 해도 80일 안에 세계 일주를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사실 주인님도 처음에는 그것을 믿었겠죠. 하지만 신문이 그 사실을 알려주었잖아요. 주인님은 갑자기 그 신문에 나와 있는 내용을 믿었죠."

 "런던은 나를 상대로 내기를 걸었겠군."

 "네, 정작 내기의 대상인 주인님인 까마득히 모른 채 말이죠. 런던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주인님이 80일 안에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느냐 못 하느냐에 대한 내기를 했죠. 주인님은 클럽에 있는 네 다섯 명의 신사 분들에게만 내기를 하셨겠지만, 실제로는 런던이 주인님과 내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렇다면 런던이 전부 내가 실패할 거라고 예상했단 말인가?"

 "그런 셈이에요. 처음에는 절반은 성공, 절반은 실패라고 했는데, 주인님이 런던 은행을 턴 도둑이라는 소문이 떠돌아다니자, 모두가 실패라고 예상한 겁니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 끝까지 주인님이 성공할 거라고 믿었죠."

 "내가 은행을 털었다고?"

 "픽스 형사가 그랬어요. 픽스 형사는 주인님이 런던 은행의 5만 파운드를 훔친 범인이라고 생각한 거에요. 몽타주가 거의 비슷하다고. 그리고 그 범인의 행동이 주인님과 유사해서 그랬다고."

 "뭔가 큰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군."

 그 때,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입에 담배를 문 픽스 형사가 그들이 있는 거실로 들어왔다.

 "자네를 보니 떠오르는 말이 있군."

 "그런가?"

 픽스가 조용히 대꾸했다.

 "어쨌든 환영하네, 픽스 형사. 이리 와서 남은 소파에 앉게."

  픽스는 마지막 소파에 앉아 파스파르투와 필리어스 포그의 대화를 들었다.

 "파스파르투, 내가 자네한테 준 돈은 어떻게 되었지?"

 "가스등 때문에 다 썼어요."

 "그야 당연하지. 6,912,000초 동안 켜 놓았으니까."

 "너무 정신 없이 출발해서 그런 가 봐요. 우리는 제가 주인님 집에 처음 온 날부터 여행을 떠났으니까요. 제가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은 주인님도 알고 계시죠? 사실 제가 주인님 집에 온 이유는 편안하게 지내고 싶어서 온 거에요. 주인님이 칸트처럼 매일 매일을 엄격하게 생활한다는 사실은 런던에 쫙 깔린 소문이니까요. 제가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하인 일이 참 고되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쉬고 싶었어요."

 "자네가 그렇게 말하니 내가 너무 미안하네."

 "처음에 우리는 이집트의 수에즈에 갔었지?"

 "네. 별 일 없었어요."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중요한 일이었다고! 우리 영국의 식민지였던 수에즈인지라, 난 당신을 잡을 수 있었어. 영국의 식민지는 곧 영국이나 다름없다고. 수에즈는 수많은 영국 중의 하나였으니, 당신을 잡을 수 있는 영장은 그곳에서도 쓸 수 있었지. 하지만 나는 결국 너를 놓쳤지."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잊어, 픽스 형사. 흥분하지 말고."

 

 "중요했던 곳은 인도야."

 "그 곳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죠."

 "그러나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어. 아우다, 당신을 만났기 때문에."

 "인도 사람인 제가 생각해도 그 풍습은 정말 미개해요. 그렇게 인종 차별적인 풍습은 인간이 해야 할 짓이 아니었어요. 남편이 죽었다고 해서 저까지 죽을 필요는 있나요?"

 "그래서 우리는 당신을 구하려고 했지."

 "제가 구했어요!"

 파스파르투가 갑자기 소리쳤다.

 "누가 구했든, 어쨌든 고마워요. 당신들과 함께 일주를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어요."

 "인도에서는 참 악몽이 많죠."

 "아니, 나는 별로."

 "주인님이 몰랐던 저만의 악몽이 있죠. 주인님이 그걸 알게 된 이유는 주인님이 법정에 끌려 간 이유죠. 처음에 주인님은 아우다 부인을 데리고 가서 끌려왔다고 생각했죠. 아니, 주인님이 아니라 저였군요."

 수다쟁이처럼 말을 하는 파스파르투가 계속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가 사원에 신발을 밟았는데, 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승려들을 후려쳐서 법정에 끌려온 거죠. 죄송해요. 저 때문에 주인님의 돈과 시간이 낭비되어서."

 "걱정 마. 지나간 일이야."

 "주인님이 상당히 여유로워지고 느슨해진 것 같아요."

 파스파르투가 웃었다.

 "아니, 그게 아니야. 나는 돈 때문에 세계 일주를 하려던 게 아니야.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모르는 세계의 풍습이나 문화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려고 일주를 한 것이고, 세계의 사람들이 어떤 성격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 것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세계 일주를 했던 이유는 그 곳에 내가 찾던 행복이 있을지 알아보려고 한 것이야. 난 행복을 찾기 위해 그렇게 돈을 쓴 것이야. 하지만 너무 여유롭게 굴다가는 내가 찾던 행복을 찾을 수 없 다는 생각에, '80일'이라는 시간적 제한을 둔 것이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네 사람은 각자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픽스였다.

 "사실 저는 당신이 홍콩을 벗어났을 때, 더 이상 당신을 체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파스파르투를 홍콩에 남겨두기로 했죠. 그렇게 하면 당신이 그를 찾으러 홍콩으로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은 제가 저지른 범죄였습니다. 대체 왜 제가 당신을 체포하려고 파스파르투까지 이용했을까요? 그 때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던 걸까요?"

 "그것보다는 자네가 돈을 얻으려고 그랬던 것 같은데?"

 필리어스 포그가 예리하게 물었다.

 "맞습니다. 저는 범인을 잡으면 보상금을 받습니다. 그런데 저는 저만의 이익을 위해 당신을 파산시키려고 했던 거예요."

 "그리고 픽스 형사, 당신은 나에게 아편을 먹였지."

 "돈을 위해 당신들에게 해를 끼친 것, 정말 죄송합니다. 세계 일주 마지막까지 말이죠."

 "픽스 형사, 자네가 런던에 오자마자 나를 체포한 것도 말이지?"

 "예........."

 픽스 형사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픽스 형사는 고개를 숙이다가 무엇인가 번쩍 떠오른 듯 고개를 들고, 파스파르투에게 물었다.

 "그런데 파스파르투, 왜 자네는 내가 나의 정체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포그에게 말하지 않았지?"

 "글쎄요, 아직 말할 시기가 안 되었다고 생각한 겁니다. 말해 봤자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주인님이 체포되었을 때는 그것을 마구 후회했지만요."

 "파스파르투, 나는 자네와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한, 그 때의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네."

 "제가 아편을 먹고 쓰러진 후부터, 일본에서 서커스 노릇을 하다가 주인님을 만나기까지의 이야기 말이죠?"

 "저는 그 광경을 보면서 놀랐어요. 저는 포그 당신이 파스파르투를 찾으러 홍콩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냥 아우다 부인과 함께 일본으로 떠났을 때, 당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일본에서 머물겠지, 라고 생각하며 좌절하는 순간, 당신은 미국으로 떠나려고 했죠. 물론 파스파르투를 만났지만 말이죠. 혹시 당신은 파스파르투를 만날 거라고 계산했던 것인가요?"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픽스 형사가 갑자기 필리어스 포그에게 물었다.

 "아니, 나는 파스파르투를 믿었을 뿐이다. 그의 별명이 '만능열쇠'잖아. 파스파르투는 어떤 짓을 해서라도 결국 나를 만나거나 런던으로 돌아오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어쨌든 저는 먹고 살기 위해서 일본에 적응하기로 했죠. 저의 인간 관계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게 순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자네는 나와 너무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친한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신분, 민족, 혈통 모두 다른데."

 "세계 일주, 아니 세계는 그 모든 것을 초월하여 모든 인류를 하나로 이어주는 하나의 끈이니까요."

 "멋진 말인데? 그런데 사람들은 대체로 자네처럼 인맥이 좋은 사람보다 돈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는 모양이야."

 "동양에서는 그게 허용될지 몰라도, 서양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나 봐요. 미국인과 영국인의 갈등은 돈으로는 해결이 안 되더군요."

 "인종 차별적인 언사는 삼가하게나, 만능열쇠."

 "그 기분 나쁜 대령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 때 인디언들이 온 건 다행일지도 몰라."

 "인디언들과의 싸움은 오히려 재미있었던데요!"

 "우리는 자네를 찾기 위해 피를 말렸지."

 파스파르투는 픽스와 포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그런데 전 인디언보다 물소가 더 싫었어요."

 "그런데 파스파르투, 자네는 정말 영리해. 어떻게 무너지려는 다리를 빠르게 관통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지?"

 "저는 모험적이니까요!"

 파스파르투가 활기차게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파스파르투가 다시 필리어스 포그 신사에게 말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탄 배를 아주 비싼 값에 산 이유는 뭡니까, 주인님?"

 "아까 말했지 않는가.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돈의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고."

 "이제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한 이 세계 일주가 값진 이유는 바로 그것이죠."

 "그래, 우리가 원하던 것, 얻으려던 것, 그리고 세계 일주의 목적을 이루었기 때문이지. 우리가 얻으려고 했던 것은 돈이 아니야. 그리고 그것은 비록 얻었다고는 해도 금방 잃어버렸지.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얻었던 것은 '행복'이고, 아직도 그 행복은 우리에게 남아 있지."

 "그 행복은 '사랑'으로 나타난 것 같죠?"

 아우다 부인이 웃으면서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것 같군."

 포그가 그녀의 뒷 모습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이만."

 픽스 형사가 떠났다. 포그는 잠시 픽스 형사가 나간 문을 쳐다보다가 파스파르투에게 말했다.

 "파스파르투, 지금 몇 시지?"

 "11시요."

 파스파르투가 자신의 귀중한 유산인 금시계를 보며 말했다.

 "일본에서 팔지 않길 잘 했어요."

 "그걸 너는 세계 일주의 상징으로 삼거라."

 포그가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이윽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다음에 할 자신의 일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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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제라드 골딩은 1911년 영국 콘월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의 첫 번째 책, '시집'은 1935년에 출판되었다. 영국 해군을 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제 2차 세계대전 후 동안 다른 일을 하기로 한 골딩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동안 '파리대왕(1954)'을 썼다. 이것은 '후계자들(1955)', '핀처 마틴(1956)', '자유낙하(1959)'와 연극 '놋쇠나비' 같은 많은 소설들을 포함하여 1983년에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한 가장 첫 번째 이유이다. 그는 1993년에 죽어 영국의 홀리트리니티 교회 경내에 묻혔다.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는 1879년에 런던에서 태어나 통학생으로서 톤브라이드지 학교에 다녔고, 1879년에는 왕의 대학인 케임브리지에 다녔다. 왕의 것으로 그는 일생에 걸친 일을 하여 1946년에 명예 펠로우에 당선되었다. 그는 제 1차 세계대전 전에 네 작품을 발표했고, 여섯 편의 소설을 썼다: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1905)', '기나긴 여행(1909)', '전망 좋은 방(1908)', '하워드의 종말(1910)'. 그가 '인도로 가는 길(1924)'을 출판하기 전에 40년이 지나갔다. 비 외피스의 페미나 상과 제임스 데이트 블랙 기념상 둘 다 수상했다. '모리스'는 1914년에 다 썼으나 1971년까지 출판되지 못하고 포스터의 죽음 후에야 출판되었다. 포스터 역시 두 권의 단편소설을 출판했다; 두 수필집; '소설의 양상', 비평 작업; '데비의 언덕', 데와스 시니어라는 인도의 주에 포스터가 매료되어 두 번을 방문하게 만들었다; 두 편의 전기; 알렉산드리아(그가 제 1차 세계대전 동안 레드 크로스에서 일했던 곳); 그리고 에릭 크로지어와 함께 벤자민 브린튼의 오페라 '빌리 버드'의 대본을 썼다. 그는 1970년 6월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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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운 분이시다. 나도 이렇게 책을 살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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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한 번역 잘 봐 주십시오) 

 

 충성(Allegiance)  

 

 로마인들 

  

 

 

 -그네이우스 옥타비우스 루퍼스 

 신분: 트리부누스 라티클라비우스(정상적으로 부르는 트리부네. 군대의 두 번째 사령관.) 

 관계: 크라수스의 조카, 루키우스, 티투스, 루키아, 율리우스 카이사르,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친구.  

 정부 고위층(자신보다 높은 신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필자): 크라수스, 수에토니우스. 

 

 -퀸투스 루키우스 막시무스 

 신분: 백부장(정상적으로 한 세기의 60명~80명의 사람을 이끄는 중간공직계급자.) 

 관계: 루키아의 형, 옥타비우스, 티투스, 스파르타쿠스의 친구. 

 정부 고위층: 크라수스, 수에토니우스, 옥타비우스. 

 

 -티투스 에이밀라우스 플라비우스 

 신분: 백부장 

 관계: 옥타비우스를 양자로 삼은 형. 루키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친구. 

 정부 고위층: 크라수스, 수에토니우스, 옥타비우스.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 

 신분: 집정관(고대 로마 공화 정체에 해마다 선출되는 행정 장관, 하위 신분이지만 대강 같은 영사 구실을 한다. 대부분 군인과 관계가 있다.) 

 관계: 로마에서 가장 부유한 원로원, 옥타비우스의 삼촌. 율리우스 카이사르, 수에토니우스의 친구. 

 

 -세르비우스 호르티우스 수에토니우스 

 신분: 지방 총독. 

 관계: 옥타비우스의 정부 고위층, 크라수스의 친구. 

 정부 고위층: 크라수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신분: 재무관, 재판관(정부와 군대의 여러 영역에서 재정과 행정에 책임이 있는 고대 로마의 여러 공립 공무원의 종류). 

 관계: 마르쿠스, 루퍼스의 친구-옥타비우스, 크라수스, 티투스의 아버지.

  

 -카이킬리우스 

 신분: 퇴역 백부장. 

 관계: 옥타비우스의 친구. 

 정부 고위층: 크라수스, 수에토니우스, 옥타비우스. 

 

 -루키아 막시무스 

 관계: 옥타비우스의 친구. 

  

 -퀸투스 아리우스 

 신분: 높이 존경 받는 원로원 의원. 

  

 -그네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신분: 군대의 지휘관. 

 

 

 노예 군대 

 

 -스파르타쿠스 

 트라키아의 검투사, 노예 군대의 지휘관. 

 

 -크릭수스 

 군대의 두 번째 명령자, 무자비한 검투사. 

  

 -오이노마우스 

 크릭수스와 함께 군대의 두 번째 명령자. 몰지식한 해적, 검투사. 

 

 -다비드 

  유대인 검투사, 노예 군대에서 장교. 

 

 -셈프로니우스 

 스파르타쿠스를 도와주기에 동의한 로마의 해적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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