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 

오 너 가련한 햄릿의 영혼이여 

어리석은 폴로니어스는 너를 원망하지 않으나 

아름다운 오필리어는 너를 원망하고 있다. 

너 지금 누구와 함께 있느냐. 

 

가련한 햄릿의 망령이 말을 받아 대답하되, 

"나 지금 부왕과 함께 있으니, 

내 기분 썩 좋지 않으니 물러가라!" 

 

오 너 가련한 햄릿의 망령이여 

너의 부왕이 그곳에 있더냐 

 그렇다면 대답하라 

전왕은 어디에 있느냐 

 

가련한 햄릿의 망령이 잠시 주저하다가 큰 소리로 대답하되, 

"죽은 후에도 죽은 전왕의 망령의 망령은 

죽은 자의 망령의 세계로 갔도다. 

이곳은 죽은 망령의 사회, 그러니 

그를 찾을 생각 말거라." 

 

이제 일어나라 어리석은 부왕의 아내여 

너 어리석은 망령아 

이제 내 말에 대답하거라. 

 

"오 여긴 덴마크가 아니군요. 

난 그저 목말라 마셨을 뿐이죠." 

 

이 어리석은 혼령은 내가 다 말하기도 전에 

재빨리 나의 말을 가로채니,  

나는 기분이 상하여 어리석은 부왕의 영혼으로 향했다. 

어리석은 부왕의 망령은 내가 다가오자  

검은 물에 빠진 듯 두려움에 떤 듯 했다. 

 

오 너 어리석은 부왕의 망령이여 

내가 예전에 당신을 죽였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오. 

 

어리석은 부왕이 잠자코 있자  

나 가련한 햄릿의 망령으로 영혼을 돌렸다. 

 

오 너 가련한 햄릿의 망령이여 

내가 자네를 한 번에 찔렀더라면. 

 

가련한 햄릿의 망령이 대답하되, 

"다 지나간 일이니 이제 눈을 감으라. 

이제 림보 아닌 이 곳에서 

고통받으며 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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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인은 언제 돌아오는가- 

 

거인은 언제 돌아오는가 

우린 그의 정원을 망쳐놓았는데 

 

만약 그가 지금 당장 돌아온다면 

이렇게 말하겠지 

"왜 이 낯선 자들은  

나의 정원에 함부로 들어오는가 

언제부터 너희들이 내 정원의 주인이 되었는가" 

이렇게 잔소리를 늘어놓겠지 

 

그 다음 장면을 생각하자면 

그는 우리를 정원에서 내쫓아내겠지

우리는 슬퍼하며 그의 정원에서 나오겠지

슬픔은 곧 분노로 바뀌는 법이지

 

한편 거인은 망가진 자신의 정원을 바로잡기 시작하며 이렇게 중얼거리겠지 

"그 이방인들은 무슨 이유로 내 정원을 망가뜨려놓았는가 

나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 역시 나를 모르지 않는가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이유가 있다면 말해다오 아이들아" 

 

그리고 우리들은 다시 정원에 들어오겠지 

총과 

칼과 

횃불 

그리고 

증오심을 품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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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의 고요함을 깨뜨리는 자가 누구냐- 

 

이 곳의 고요함을 깨뜨리는 자가 누구냐 

자신의 빠름을 과시하는 자들이지 

그러나 그들은 가난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마음껏 위세를 부리네 

혹시 우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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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조이스의 최후의 걸작인 『피네간의 경야』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소설입니다. 조이스가 만들어 낸 신조어(보편어) 때문이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소설을 첫 페이지도 못 읽고 놓아버립니다. 그래서 제가 첫 문단이라도 도와주기로 했죠.  

 한 번 살펴봅시다. 

 "강은 달리나니, 이브와 아담 교회를 지나, 해안의 변방으로부터 만의 굴곡까지, 회환의 광순환촌도(光循環村道)를 곁으로 하여, 호우드(H)성(C)과 주원(E)까지 우리들을 되돌리로다(p.3)." 

 우선, 이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한자의 뜻부터 살펴보자. 독자들은 일단 문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을 테고. 광순환촌도(光循環村道)란, 빛(光)과 '좇을' 순(循), '돌아올' 환(環), 마을(村)과 길(道)의 합성어이다. 그러니, 대략 '빛을 좇아 돌아오는 마을의 길'을 의미한다. 여기서 '마을'이란 '더블린'을 지칭한다. '빛'은 상징적인 의미로, 피네간의 목적지 등을 일컫는다.  

 "해안의 변방으로부터 만의 굴곡까지"는, 우리의 강력한 어머니인 '바다'를 가로지르는 더블린의 강을 일컫는다. '이브와 아담'은 인류 최초의 인간으로, 죄를 지어 타락(fall)한 인간이다. 이들은 곧 피네간의 몰락과 연계된다. 

 이 소설의 첫 구절은 "강은달리나니(river+run=riverrun)"이다. "달린다"라는 의미는 곧 "순환한다"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호우드 성과 주원(HCE)"는 바로 우리의 주인공들이 있는, 바로 그 곳이다.  

 이 문단 자체는, 책의 서곡 역할을 하면서 피네간의 순환을 암시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시작도, 끝이 없는, 무한의 작품이기 때문에 '서곡'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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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에게서 나뭇잎 냄새가 난다- 

 

너에게서 나뭇잎 냄새가 난다 

내가 너를 끼워놓았기에 

너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너에게서 나뭇잎 냄새가 난다 

내가 그것을 너에게 주었기에 

너는 그것을 소중히 간직하려고 

 

너에게서 나뭇잎 냄새가 난다 

내가 자연의 향기를 빌려주었기에 

너는 그것을 영원히 곁에 두려고 

 

-창작시, 자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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