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 이어서 2부를 진행하겠습니다. 

  

 4. 문학(에세이) 

  

 공지영이 2006년에 쓴 에세이가 재출간되었다. 빗방울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내리지만, 그 와중에 있는 빗방울 하나는 지극히 작고 소외되었다. 빗방울은 함께 내리는 것 같지만 사실 고독하게 땅에 떨어진다. 제목을 보니 문득 사람 사는 것이 '빗방울'과 같은 것 같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기간은 구름에서 땅까지 빗방울이 떨어지는 때까지만 유지된다. 산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수명이 짧은 사람이고, 지하 하수구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수명이 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모두 떨어진다. 그리고 그들의 양이 너무나 많아서 한 명 한 명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그래서 그들은 각각 소외되었다. 그들이 뭉치면 엄청난 양의 물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공지영 작가는 제목만 봐도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그녀의 에세이도 제목만으로 나를 사로잡았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실 제목은 이라크의 저항시인인 알바야티의 '외로움'에서 인용한 문구라고 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여러 시를 담고 있지만, 산문집이며, 동시에 J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딩씨 마을의 꿈』의 작가인 옌롄커의 자전적인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제목에 드러나 있듯이, 작가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책이다. 작가가 써온 작품의 밑바탕을 제공하는 책으로, 친아버지뿐만이 아니라 작은 아버지와 큰 아버지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중국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 힘든 시절을 묘사할수록 작가의 눈물은 짙어져 간다. 그리고 그럴수록 그는 성숙해 간다. 중국의 보릿고개 이야기가 한국의 그 시절을 연상시켜, 많은 지금의 '아버지'들을 공감하게 한다. 한편, 유명한 소설가인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장 에세이를 담은 『야구를 부탁해』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이 책은 야구만 다루는 게 아니라 이곳저곳을 누비는 히데오의 관찰기를 담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인 작가는 과연 억지로 야구장에 가는 것일까, 야구를 즐겨서 가는 것일까? 궁금하다.

 

 이번 한국 에세이들은 복간된 작품들로 대부분 이루어지나 보다. 1997년에 출간된 박노해의 옥중 에세이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 시인의 투쟁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희망과 자신으로 가득 차 있다. 붕괴되는 시대의 이념 앞에서 인간이 더욱 필요해져 가는 시대, 어느 한 혁명가의 성찰이 담겨 있다. 지금도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유효하다. 

 

  

 

  

  이 에세이(편지)집은 김용택 시인과 그의 아내 이은영이 쓴 83통의 편지를 모아놓은 것이다. 떨어져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나누며 살아가고, 끊임없이 대화하다 보니 사랑은 거리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그들의 일상과 생각 등이 모두 담겨 있으며, 종종 김용택 시인이 주는 문학적 암시나 이은영 주부의 생활 지침 등이 발견되어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나 역시 시인의 편지를 엿보고 싶다.

 

 

  

 5. 인문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인문'은 영역이 다양하다.  

 

 '닮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즉 '워너비 시리즈(wannabe series)'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판타지/호러 문학의 여섯 거장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 여섯 명의 주인공은 바로 메리 셸리, 브램 스토커, 톨킨, 필립 딕, 스타니스와프 렘, 그리고 스티븐 킹이다. 이들은 삼류 문학으로 일컬어지던 분야를 위대한 상징으로 바꾼 사람들이다. 아마 이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nyaong2'님의 말처럼 장르문학의 팬이라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책이다. 

 

   

 철학자가 철학자를 비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 중 비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사람들도 종종 발견된다. 칼 마르크스는 그 중 한 사람이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칼 포퍼가 헤겔을 비판했듯이, 마르크스도 『헤겔 법철학 비판』을 통해 헤겔의 주요 저작인 『법철학 강요』를 비판했다. 여담이지만,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러셀 전집은 그 속에 있는 책들 중 한 권쯤은 읽는 게 좋다. 

 

 

 

  

 이번엔 인문학과 사상에 빠져들어가 보자. 『불온한 인문학』은 손기태, 이진석과 같은 인문학도들의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요즘 인문학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써놓은 것이다. 그리고 『유쾌한 420자 인문학』은 '거리의 인문학자'라고 불리는 최준영 교수의 420자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것은 짧고, 굵은, 쉼표다. 마지막으로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은 위의 『불온한 인문학』과는 달리 한 명의 저자가 218명의 지식인들의 사상을 모아놓은 것으로, 5년간 걸쳐 도서평론가인 최성일의 짤막한 글들이다. 아쉬운 점은 218명 중 고작 10명만 우리나라 사상가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의 사상가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의 목표는 여러 사상들을 모아놓는 것에 있으며, 알랭 드 보통과 같은 '가벼운' 사람들의 사상까지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드디어 나왔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오직 읽은 사람만 말할 수 있는 그 책. 네 번째 시리즈이다. 한국 인문학의 새로운 길을 여는 책들 중 하나에 속하기에, 이 책은 많은 노력과 준비의 기간이 필요했으며, 마침내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제, 이택광에 의해 또 다시 인문학도들이 이 책을 펼쳐들고 길을 모색할 것이다. 나도 그 길에 동참하고 싶지만....... 어렵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만큼 뜻 깊으리라 믿는다. 

 

 

 

  

 두 책 다 인물 비평서이다. 하지만 이 두 권의 공통점은 한 인물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대체로 다양한 인물을 다루는 평전을 좋아한다. 우선, 국내의 사람들을 다룬 『이상과 모던뽀이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천재적인 작가, 마치 한국의 프루스트를 연상시키는 작가, 아쉽게 요절한 '박제가 된' 작가 이상과 그의 벗들에 대한 분석서이자 시대에 관한 보고서이다. 이상의 흔적을 찾는 또 하나의 단서가 되기를 기원한다.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라는 책은 제목부터 나를 자극하는 평전이다. 17세기를 대표하는 두 천재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만남을 중심으로 하여 두 명의 '박제가 된'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만나볼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저자 매튜가 그들의 삶을 소설처럼 재미있게 전개하고, 그들의 사상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매력이다. 

 

 이번엔 '고전'이 아니라 고전에 관한 책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5분 서양고전』이 나에게 큰 관심을 주는 이유는 저자가 김욱동이기 때문이다. 김욱동이 누구냐고? 『톰 소여의 모험』, 『주홍 글자』 등 영미 문학을 다수 번역한 영미문학의 거성이다. 그런 저자가 서양고전을 성구나 고사성어와 같은 동양적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시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길'을 설파한다. 마찬가지로 『고전 톡톡』도 여러 저자들이 고전에 대해 수다를 떤 책이다. 여러 필자들의 주장이 참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톡하면 통하는', 그러한 길이 오길. 마지막으로, 『절대지식 일본고전』은 마쓰무라 아키라가 일본의 분야별 권위자들이 선정한 일본의 고전들을 수록한 책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일본고전의 백과사전이며, 동시에 일본 고전의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840쪽이라는 엄청난 분량이지만 일본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 세 책을 읽었다면 고전을 한 편 읽는 게 예의 아니겠어? 

 

 6. 이제...... 끝, 하기 전에

 드디어 끝났다.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었지만, 확실히 나에겐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한 작업이었다. 그리고 이 작업 뒤에는 선정되지 못한 슬픈 이들이 있다. 그들 중 유난히 아쉬운 것을 몇 가지 꼽아본다. 

  

 1. 책의 미래(교보문고 단행본)-로버트 단턴 지음 

 2. 세계문학의 구조(도서출판b)-조영일 지음 

 3. 마이클 샌델의 정의사회의 조건(황금물고기)-고바야시 마사야 지음 

  

 4. 도시의 승리(해냄)-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5. 법의 재발견(W미디어)-석지영 지음 

6. 제국과 민족국가 사이에서(한길사)-이석구 지음 

 이 여섯 권의 책들도 기억해주길 바란다. 이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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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리고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책이 인쇄되고, 또는 또 다른 책이 쓰여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달에 두 번씩 새로 나온 책을 파악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들여지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것을 하는 이유는 내가 그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자, 이제 시작해 보자. 오늘은 조금 더 체계적으로 알아보고 싶다. 

 1. 문학전집 

 문학전집은 정기적으로 출간되어 무엇이 출간될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식상한 작품이라면 몰라도 새롭게 출간되거나 해석되는 작품은 정말 좋다. 예컨대, 문학동네 문학전집 76번, 알베르 카뮈의 『이인』 같은 것. 

   

 『이인』은 생소할지 몰라도 알베르 카뮈의 최초 소설인 『이방인』을 가리킨다. 그러나 문학동네 문학전집은 기존의 제목에서 벗어나 독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이기언 교수는 주인공 뫼르소의 두 가지 면을 동시에 담기 위해 '이인'이라는 제목을 사용했다고 한다. 역자에 따르면, 제목은 타인과 다른 모습의 뫼르소, 자신 속에 두 가지 모습을 가진 '지킬 박사와 하이드적'인 뫼르소의 모습을 동시에 담고 있다. 문학전집은 똑같은 작품을 재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세르반테스는 매우 불행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인간의 그 무엇을 담고 있는 대표작 『돈키호테』마저 아동용으로 왜곡될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소설은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알고 보면 세르반테스라는 작가는 『돈키호테』외에도 『모범 소설집』을 비롯한 소설들과 희곡들을 낸 사람이다. 시공사에 의해 또 다시 그의 문학이 소개되기 시작한다. 세르반테스 문학이 다시 한 번 국내에 알려지길 기원해 본다.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프랑스의 천재 작가라고 불리는 조르주 페렉의 두 소설이 출간되었다. 이 두 소설은 이미 국내에 출간된 적이 있었으나 금세 잊혀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 이 책 덕분에 다시 페렉이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프랑스 문학도. 열린책들의 매그레 반장 시리즈와 펭귄클래식의 프랑스 소설 출판 추세가 엄청나게 도움을 주고 있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2. 역사 

  

   
  지난 삼천 년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깨달음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리.  
 

-괴테

 

 지금 이것도 역사다. 나의 역사이거나, 당신의 역사다. 나로서는 쓰고 있는 역사이고, 당신으로서는 읽고 있는 역사다. 어떻든, 당신이 이것을 보고 있다는 것이 위대한 역사이다. 

 

  

나는 이런 역사서를 '테마'가 있는 역사서라고 부르고 싶다. 반드시 역사가 연대기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법이 있으랴? 한 분야(테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역사도 분명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테마가 있는 역사서가 호기심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채워주는 법이다. 

  

 반면, 이러한 역사서는 역사의 어느 일부분, 또는 사건을 따 와서 그 부분을 다룬 것으로 위의 '테마'가 있는 역사서와는 약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십자군 이야기』는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인 시오노 나나미의 신작이다. 누구든 볼 사람은 보라. 

  

 이 책은 20세기 유럽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역사만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층적이지만 단순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 저자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20세기의 역사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때문에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이다. 그야말로 산책하듯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시오노 나나미만 기억하면 안 된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알아라. 이들의 차이점은 직접 읽어보면 알겠으나, 어쨌든 역사란 다양하게 해석되기 마련이다. 역사가는 단순히 역사만 알아서는 안 되고, 그것을 자신의 말로 바꾸어야 한다. 

  

 3. 문학(소설)

 아무래도 나는 문학에 관심이 많다 보니, 신작 중에서도 문학이 마음에 끌린다. 특히나 6월에는 상당히 많은 문학 작품이 등장하였다. 

  

 현대에는 굉장히 책이 많이 나온다. '현대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도 많다. 그러나 진정으로 고전으로 평가받으려면 시간이 흘러야 한다.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와 같은 작가들이 그렇다. 그들이 죽은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의 작품은 꾸준히 출판되고 또한 읽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앞으로도 살아남을지는 의문이 든다. 세월이 지나도 읽히기 위해서는 호메로스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글을 매우 잘 써야 하니까. 어쨌든 여기서 나는 또 다른 '평가받은 책'을 소개하고 싶다. 바로 『예루살렘』이다. 작년에 돌아가신 주제 사라마구(대표작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이 책에 대해 '서양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위대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작가 공살루 타바리스는 르 피가로에게 '포르투갈의 카프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소설은 암울하지만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눈먼 자들의 도시』와 같이 정신병원이라는 알레고리적 공간이 등장한다. 참고로 이 작품은 2004년에 쓰여진 책이다. 이 작가가 7년만에 국내에 알려진 것은 아쉽지만, 지금부터 평가받는 것의 시작이다.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원작으로, 오래 전에 나온 책이지만, 여전히 소설의 뛰어남이 인정받고 있다. 로버트 러들럼은 이 책에서 '과거 없는 사나이' 본이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액션과 잘 짜여진 플롯이 이 책을 명작으로 만들었다. 어떤 내용일지 무척 기대된다. 

 

 

 

 드디어 박범신 작가가 돌아왔다. 『비즈니스』가 출간된 이후로 처음이다. 오랜만인 것 같다. 500쪽 가까운, 양장본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자본주의에 대해 다룬 전작과는 달리,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사실 이 소설은 중앙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연재된 바 있어서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니 느낌이 새로울 것이다. 『지우전』은 '칼'에 대한 이야기이다. 박애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이 소설은 이름도, 마음도 지워져 말 그대로 '칼'이 된 '지우', 나아가 도사들의 여정이 묘사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좀비들』의 작가 김중혁의 새로운 장편소설이 나왔다. 이 소설은 전작 장편소설인 『좀비들』과는 달리 상당히 유머있으면서 인생의 숨은 진리를 담고 있다. 마치 주사위 놀이와 같이 독자들에게 예측할 수 없는 '진담'을 설파하고 있다. 기대해도 좋다. 

    

 이사카 고타로의 새로운 대작 장편소설이다. 저자가 '작가로서 가장 큰 성취감을 준 작품'이라고 표현한 『그래스호퍼』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600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작가 특유의 흥미진진한 서술을 보여주고 있다. 신칸센 열차 속의 사람들이 벌이는 치열한 질주극이 『마리아비틀』의 핵심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것을 담아놓은 책이다.  

 단편집 중에서 서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드물다. 그러나 나로서는 최초로 단편집 시리즈를 볼 수 있었다. 『회귀천 정사』가 『저녁싸리 정사』로 마무리된다. '화장 시리즈'의 미스테리가 드디어 끝나는 것이다. 꽃이라는 아름다움 뒤에 숨은 어둠이 주제를 부각시킨다.

  

 '백조의 노래'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 『스완 송(1987)』은 1500페이지 가량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소설이다. 스완은 백조라는 뜻도 있지만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에 '스완 송'이라고 번역한 것 같다. 이 작품은 '세기말 소설'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는데, 세기말 소설이란 질병이나 전쟁과 같은 재앙으로 문명이 황폐화되거나 암울한 분위기가 짙게 깔려진 상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나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가 그 대표적인 예였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온 이후로는 그러한 전설이 깨졌다. 스완의 아름답고도 위대한 여정이 전쟁 속에서 밝게 빛난다. 

  

 『생명의 한형태』는 다작으로 유명한 아멜리 노통브의 새로운 소설이다. 여담이지만, 그녀는 미출간 원고만 해도 출간 원고의 절반 가량 되니, 죽을 때까지 1년에 한 번씩 출간해도 될 것 같다. 노르웨이 작가의 소설인 『헤드 헌터』는 범죄 소설이다. 주인공의 이중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내가 진심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황선미 작가의 『사라진 조각』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애니메이션 개봉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그녀의 새로운 청소년 소설이다. 소재는 청소년 집단 성폭력과 출생의 비밀에 관한 것이다. 비록 상투적인 것이지만, 황선미 작가의 손길이 닿아 내용이 궁금하다. 

  그리고........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르 클레지오의 또 다른 작품, 『홍수』. 이 작품은 그의 초기작이지만 거의 45년만에 다시 출간된 소설이다. 그의 초기작 중 하나인 『조서』의 뒤를 잇는 『홍수』는 자신의 정체를 찾아나가는 프랑수아 베송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71살의 클레지오가 13살 쯤에 구상한 내용이기 때문에 『허기의 간주곡』과 같은 최근 작품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젊음과 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를 꿈꾸는 한 소년의 언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70여 페이지에 이르는 프롤로그는 그야말로 이 소설의 정수이니, 반드시 읽어보시길.

 

 

※ 원래는 통합하려 했으나 방대한 양으로 인해 1, 2부로 나누겠습니다. 2부는 문학(시/에세이), 인문, 기타 등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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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훈 2011-06-3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봤습니다. 그런데 이프리트는.. 예전에 알라딘보이로 했던 그 스토리 오브 도어의 그건가요?

starover 2011-07-01 17:08   좋아요 0 | URL
죄송하지만 저는 그 분을 잘 모르겠습니다. '이프리트'는 제 임의대로 설정한 별명입니다.^^
 

 주위를 돌아보라 

 인간이 있다 

 그 인간은 자연에 비해 너무나 약하다 

 땅에 먹혀버리고 

 물에 휩쓸리고  

 바람에 맞아죽는  

 그런 약한 존재가 인간이다. 

  

 그러나 

 인간이 힘이 약하다고 한탄하지 마라. 

 인간은 힘이 약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힘이 약한 누군가를  

 똑같이 힘이 약한 누군가가  

 도와주기 때문에 

 인간은 아름다운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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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를 하리라고 간절히 기다린 후, 

 마침내 그것이 분출되었을 때의 

 그 기쁨을  

 묘사할 수 없으리라.  

 그러므로 나는 기다린다. 남이 아니라 내가. 

 시간은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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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롤랜드 에머리히 & 해럴드 클로저                        

                                2008년 2월 19일 탈고(Second Draft)
                                                   
   
          
 오버 블랙
          
 우리는 불멸의 음악인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를 듣는다. 

 페이드 업 

   

 EXT. 태양계  

 무한하고 텅 빈 우주. 그런데 태양계의 아홉 행성이 원래 자리에서 벗어나 일직선으로 놓인다.
마지막에는 커다랗고 불타고 있는 둥근 태양이 있다. 태양도 일직선 상에 놓이게 되자 거대한 태양폭풍이 퍼져나간다. 그 폭발이 검은 우주의 수천 마일까지 미친다.  
                   
                                                         페이드 투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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