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살아남는다. 아니, 모든 고전은 처음에는 문제작이었다고 한다. 『군주론』, 『율리시스』 등 현대에 사는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일부 고전들은 한때 금서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고전은 현실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묘사한 '유토피아'에는 책이란 게 필요하지 않다. 결국 책이란 삶을 살아가는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세계가 아직도 불안하기에, 고전은 여전히 빛을 내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은 인류의 역사 중 빙하기 다음으로 위태로운 시기이다. 가장 위험한 고비에 놓여있으면서도, 그 방법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과거에도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졌다. 그런 사람들에게 핀잔을 주는 대신 『고전 탐닉』이라도 권하고 싶다. 아무리 그것이 변명이라고 해도, 과거보다 현대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사실이니까. 이 책은 56권의 고전들을 압축적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전체 분량이 300쪽도 되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 책은 고전을 읽게 하는 안내도가 될 뿐이지, 결코 고전을 직접 읽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당신은 『고전 탐닉』을 읽고서, 거기에 머무를 게 아니라 고전을 찾아서 읽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당신이 이 책을 읽은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 

  

 현대에는 굉장히 책이 많이 나온다. '현대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도 많다. 그러나 진정으로 고전으로 평가받으려면 시간이 흘러야 한다.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와 같은 작가들이 그렇다. 그들이 죽은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의 작품은 꾸준히 출판되고 또한 읽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앞으로도 살아남을지는 의문이 든다. 세월이 지나도 읽히기 위해서는 호메로스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글을 매우 잘 써야 하니까. 어쨌든 여기서 나는 또 다른 '평가받은 책'을 소개하고 싶다. 바로 『예루살렘』이다. 작년에 돌아가신 주제 사라마구(대표작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이 책에 대해 '서양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위대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작가 공살루 타바리스는 르 피가로에게 '포르투갈의 카프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소설은 암울하지만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눈먼 자들의 도시』와 같이 정신병원이라는 알레고리적 공간이 등장한다. 참고로 이 작품은 2004년에 쓰여진 책이다. 이 작가가 7년만에 국내에 알려진 것은 아쉽지만, 지금부터 평가받는 것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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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같은 재난 영화의 특징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영화는 조연이 있고, 주연이 있습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 영화도 조연이 있고, 주연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역, 즉 엑스트라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싶습니다. 꽤 '존재감'이 있었는데도 조연의 역에 들지 못한 배우, 잠시 등장했지만 내 마음에 남은 인물을 소개합니다. 

 1. 존재감 있는 단역- 사트남과 그 가족들 

 사트남이야말로 이야기의 첫 장을 제공합니다. 아드리안에게 지구가 달궈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 인물로 사트남이고, 그와 함께 종말의 날까지 연구를 한 것도 그입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남판 고원에 몰려오는 쓰나미로 죽고 말죠. 아내 아파나와 아들 아지트, 친동생 굴딥과 함께 연구했던 로케쉬 박사 말이죠(참고로 사트남이 가족을 부둥켜안을 때 곁에서 기도한 사람과 그 옆에 묵묵히 있는 사람이 바로 굴딥과 로케쉬 박사입니다). 

 2. 존재감 있는 단역- 스코티(스콧)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영화를 함께 한 사람입니다. 워싱턴 호텔에서 아드리안에게 양복을 빌려준 사람이 바로 스코티죠. 이후 그는 항상 아드리안과 웨스트 교수 옆에 함께 있었습니다(캘리포니아 지진 중간에 아드리안과 웨스트 교수의 대화가 나오는데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이 바로 스코티입니다). 에어포스원도 함께 탔고, 배에도 동시에 탔고, 나중에는 웨스트 교수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오버'하는 인물로 변한 그는, '이상하게도' 단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실 존재감으로 보자면 샤샤보다 더한데 말이죠. 아무래도 대사의 부족 탓인 듯 합니다. 

 3. 존재감 있는 단역- 토니와 해리  

 재즈 그룹인 이 둘은 일본으로 가는 제네시스 호에 올랐다가 쓰나미에 의해 죽고 마는 비운의 인물입니다. 아드리안의 아버지인 해리는 세계의 종말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입을 다문 침착한 인물이고, 토니는 일본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하지만 때마침 일본에 지진이 나서 끝내 연락하지 못하죠. 이들의 장면은 배 위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동시에, 종말로 인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가족의 슬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존재감 있는 단역- 라마 

 '조연' 니마의 스승 라마입니다. 잭슨과 유리 일행이 안토노브를 타고 라스베가스를 떠난 장면 직후에 잠깐 등장하죠. 니마에게 깨달음을 주면서 차 열쇠를 넘겨주는, 성격이 의문스러운 단역입니다. 그는 <2012>에서 가장 '숭고롭게' 죽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을 타고 들어오는 쓰나미를 보고 종을 치다가 죽었습니다. 대사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그래서 더 숭고로운 것 같습니다. 

 5. 존재감 있는 단역- 마이클 선장 

 방주 4호의 선장이죠. 초밍 비행장에 아드리안 일행이 도착할 때 함께 있었던 인물이죠. 나중엔 브리지에 줄곧 머물러서 총사령관으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한 인물이죠. 마이클 선장의 리더십 역시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한 가지 요소인 것 같습니다. 너무나 후반에 등장해서 단역이 된 마이클 선장. 좋은 항해를 기원합니다. 

 6. 존재감 있는 단역- 니마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또는 어머니 아버지일수도) 

 니마의 할머니의 이름은 '팽'이고, 할아버지의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팽은 잭슨 일행을 발견한 인물이라서 공이 큽니다. 텐진을 설득하여 모두 들어가게 한 것도 팽이구요. 사실 팽과 그 남편의 비중이 너무나 차이가 큽니다. 하지만 둘 다 충분히 존재감 있는 단역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 짧게 등장한 단역- 루브르 박물관 소장 

 아마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아무도 그를 기억할 수 없을 겁니다. 영화 극초반(20분 쯤)에 죽어버렸기 때문이죠. 로라와 함께 미술품을 옮기는 일을 하다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안 그는 기자 회견으로 모든 걸 폭로하려던 전날, 다이애나가 죽었던 터널에서 테러를 당해 죽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인물이죠. 

 8. 짧게 등장한 단역- 셀리 

 셀리는 윌슨 대통령의 비서입니다. 알게 모르게 그녀는 대통령 곁에서 있었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면서도 지진으로 사라져버린 인물이죠. 그렇지만 그녀의 역할이 참으로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9. 짧게 등장한 단역- 대기실 감독관 

 유리가 방주 못 들어가게 막았던 곳이 어딘지 몰라서 '대기실'이라고 부릅니다. 그 곳의 감독이 유리를 막다가 얻어맞고 작품에서 사라지죠. 사실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깔려 죽거나 간신히 살았거나 이 둘 중 하나겠죠. 그런데 괜히 궁금해지는 건 왜일까요? 

 10. 짧게 등장한 단역- 쥴트 

 쥴트는 권투선수입니다. 유리를 코치로 삼았죠. 유리가 탑승 수속을 하던 때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쥴트는 유리가 밖으로 나가는 걸 넋놓고 보다가 펀치를 맞고 쓰러지고 말죠. 사실 그가 쓰러지는 장면은 권투에서 패할 뿐만이 아니라 버림받고 죽을 운명이라는 걸 암시합니다. 비운의 단역에 속하는 인물이죠. 

 11. 이외에도..... 

 이외에도 토니의 손녀와 아들, 며느리(일본에 살던), 이탈리아 수상과 가족(바티칸이 무너질 때 가만히 서 있던 세 사람), 제네시스호 종업원, 산타모니카 공항의 비행기 주인(너무나 빨리 죽어버린), 라스베가스의 소방대원, 그리고 배와 에어포스원 안에서 이름없이 일했던 Science Officer 들....... 모두 수고했다. 

 가장 불쌍한 비운의 단역 3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1위: 스코티 

 2위: 사트남

 3위: 쥴트 

  

 수정할 점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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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싼 책'이다. 가격이 50000원을 넘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책값이 무척 싼 편이다. 외국 같은 곳에서는 책이 몇 십만원짜지가 수두룩하다. 아무래도 화려한 컬러사진들이 들어 있고, 양도 많다 보니 가격이 비싼가 보다. 그러나 그만큼 읽고 싶고, 소장하고 싶다. 이것이 사람의 심리 아니겠는가?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가 나왔다. 『로마인 이야기』가 엄청난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듯이, 십자군 이야기는 그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엔 십자군 전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7월에 출간되며, 아직 1권만 출간되어 있다. 그녀가 살아 있는 한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리라. 그녀의 노력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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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박범신 작가가 돌아왔다. 『비즈니스』가 출간된 이후로 처음이다. 오랜만인 것 같다. 500쪽 가까운, 양장본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자본주의에 대해 다룬 전작과는 달리,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사실 이 소설은 중앙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연재된 바 있어서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니 느낌이 새로울 것이다. 

 

 

  

 중앙일보 연재 마지막 회(일부) 

 에필로그: 말굽이 하는 말

 나는 말굽이다.
 그러나 말굽이라고 불릴 뿐 나는 말굽이 아니다. 아니고말고.

 나는 하나의 생명이다. 나의 육체는 생로병사의 순환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간의 잔인한 세례와 무관하다. 다만 오욕칠정만은 없다. 나의 주인은 마지막까지 우주 바깥, 아주 먼 곳에서 유래한 ‘탄생 이전의 슬픔’이라는 감정만은 남겨 지니고 있었지만, 나에겐 탄생 이전과 이후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감정조차 전무하다. 나는 지고지순할 뿐 아니라 완전하다. 이를테면 나는 말굽 모양을 한 일종의 ‘사이코패스’다. 그러니 당연히 어떤 주인보다 오래 살 수 있다. 천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이대로 살아남을 것이다. 나를 도구로 삼았던 역사가 모든 걸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도구’라니, 틀린 말이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내가 오히려 나의 주인을 도구로 삼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처럼 거의 지고지순해질 뻔했지만 마지막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불쌍한 나의 주인. 오래 살기 위해선 오욕칠정을 완전무결하게, 뿌리째 거세해야 한다는 것을 나의 주인이 끝내 깨닫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영원히 살려면 감정을 완전히, 티끌 하나 없이 거세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야말로 참된 윤리성의 최종적인 표상이다. 만약 나의 주인이 먼 곳에서 온, ‘탄생 이전의 슬픔’까지도 버렸다면 지금도 나처럼 정정히 살아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꿈꾼다고 감히 말하면서, 사람들은 왜 참된 불멸에 완전하게 다가서서, 그것과 한 몸이 되려고 하지 않을까.

 빗물이 스며들어 내 몸을 적시고 있다.
 피에 굶주린 나의 깊은 갈증이 이로써 풀리는 건 아니지만, 빗물은 어쨌든 반갑다. 생생한 빗물이다. 생생한 빗물이 이리 쉽게 내게까지 스며드는 것은 내가 곧 지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날씨가 좋아 포클레인이 작업할 수만 있다면, 내일이라도 내 몸이 지표면에 도달할는지 모른다. 지상에 도달하면 누군가, 새로운 나의 주인, 어쩌면 바로 당신이 부르는 간절한 목소리를 금방 들을 수 있을 터이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달라. 나도 당신처럼, 너무도 간절히, 어서 당신에게 달려가서, 당신과 완전하게 한 몸뚱어리가 되고 싶다. 진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니 진화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이왕이면 ‘단풍잎’을 얼굴에 붙이고 살았던 나의 전 주인보다 좀 더 진보한, 좀 더 진화한 새 주인을 만나고 싶다. 세상의 바깥보다 더 먼 곳에서 온, ‘탄생 이전의 슬픔’까지도 완전히 거세된 불멸의 주인을.

그립고 그리운, 아, 바로 당신!


<끝>


* 지금까지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연재와 함께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재소설은 6월초 ‘문예중앙’에서 단행본으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출처: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5384945&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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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나는 허균의 작품 하면 『홍길동전』만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소설이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또한 최초의 한글소설이자 사회의 불평등을 고발한 고전이다. 하지만 고전을 감명깊게 읽은 사람은 그 작품을 넘어서서 작가가 쓴 다른 책들까지 탐구하려는 법이다. 그래서 '내' 생각보다 많은 허균의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었다. 

  

 『홍길동전』은 국내에 수많은 판본으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는 원본까지 수락하는 섬세함을 담고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홍길동의 유명한 대사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하나는 아들이, 동생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조선 사회 신분제도의 모순을 비판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평등한 사회가 되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라는 허균의 간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나아가, 이 책은 현대 사회에도 존재하는 불평등까지 고발하고 있다. 이렇듯 허균의 『홍길동전』은 현대에까지 유효한 한국의 위대한 고전인 것이다. 

 이 소설이 이런 평가를 받다 보니, 사람들은 원하지 않은 방법으로도 그를 알게 되었고,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은 허균의 또 다른 책들을 원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는 현재 『홍길동전』 외에도 또 다른 그의 소설이 출간되었다. 

 

 『한정록』은 『홍길동전』 다음으로 유명한 허균의 작품이다. 이 책은 허균의 은둔 사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동양의 사상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여 큰 뜻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관심을 가지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누추한 내 방』 때문이다. 허균의 산문을 모아놓은 이 책은 크게 5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1부인 '척독'은 그의 짧은 편지를 모아놓은 곳으로서, 허균의 문장력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홍길동전』에 감동을 받은 이들은 이 책을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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