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
존 미클스웨이트 &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유경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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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는 'The Company', 그냥 '기업'이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부제는 번역을 하면서 역자들이 덧붙인 듯 하다. 제목만 보고서는 '기업 옹호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은 '위험한' 제목이다. 그렇지만 그 속을 파헤치면 드러나는 것은 기업의 역사다. 기업의 역사, 과연 그 기원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발전했으며, 또 오늘날은 어떠한 모습이고 미래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 또는 퇴보할 것인가. 그러한 궁금증에 대한 해결책을 이 책에서 약간이나마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딱히 할 말은 없다. 두 저자들이 너무나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책을 썼기 때문이다. 기업의 역사를 어렵지 않게, 단조롭다고 느낄 만큼 안정적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과연 『이코노미스트』의 기자다운 글솜씨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타임』지의 기자들이 어떤 글을 쓰면 그 글이 무엇을 다루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설득되듯이 말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을 보면 그 기업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아니라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라는 생각도 가끔 들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업(Company, 또는 Corporation)'은 전세계적 기업을 다루고 있다.

 

 어쨌든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된 이 기업의 역사가 어떤 방식으로 미래에 진행될지 나도 기대된다. 기업들이 조금 더 자신들의 이익보다는 소비자, 나아가 모두의 발전과 이윤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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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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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완전범죄. 이 둘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들의 공통점이나 차이점, 또는 관계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작가인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좀 색다르게 이 둘을 연결시켰다. 물론 유머와 함께.

 

 소설은 일반적인 추리소설과 마찬가지로, 어떤 인물의 의문스러운 죽음으로 시작한다. 비닐하우스 속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불확실한 목격자의 증언, 그리고 고양이. 처음 분위기는 조금 으스스하고 미스테리하다. 하지만 이윽고 다음 장면에서 우리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돈에 시달리는 탐정 우카이 모리오. 자신의 탐정사무소가 있는 빌딩 주인에게 방세를 못내 120만엔의 빚의 압박에 신음을 하는, 그러면서도 재치와 기지를 놓지 않는 이 탐정에게 좋은 돈거리가 들어왔다. 고도쿠지 도요조라는 부자가 마네키네코를 찾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찾으면 원하는 만큼의 돈을 준다는 제의에, 모리오의 눈은 동그랗게 떠졌다. 그리고 밀린 방세를 정확히 갚을 돈을 요구했다. 이제 찾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그게 맘대로 되나? 일본 전국을 통틀어 그 삼색털 고양이를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게다가, 우리의 주인공에겐 또 하나의 깜짝 놀랄 시련이 닥쳐온다. 의뢰인인 고도쿠지 도요조가 비닐하우스에서 살인을 당한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추리에 나선다. 피해자의 딸 마키는 범인의 손에 붙잡혀, 범인에 의해 아버지가 죽는 것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증언만으로는 이 의문의 완전범죄의 미스테리는 풀리지 않는다. 어른키 만한 마네키네코가 있었다가 사라졌다는 등. 여러 추리를 하다 보니 결국 "고양이"가 이 추리의 열쇠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하지만, 도요조의 죽음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다름 아닌 도요조의 영결식 날, 영결식 장소의 화장실에서 이와무라 게이치가 된장국 범벅이 된 채 죽어 있었던 것이다. 범인도 모르고, 어떻게 죽였는지도, 왜 죽였는지도 모르는 이 완전범죄....... 난 이 작가가 어떤 식으로 사건을 처리할지 궁금해 했다. 그러나 사건은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풀렸다. 또한,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놀라운 마술이 있었다. 고양이와 완전범죄가 이렇게 기이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충격적인 진실이 무엇인지는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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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2-01-30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솔직히 약간 실망한 수수께끼만큼의 재미는 주지못한 나른 유머를 모티브로 한 유머 추리극이지만 그냥 두콤비와
형사콤비의 라이벌적 신경전이 트릭자체는 별로 놀랍지는 않는

starover 2012-01-30 17:13   좋아요 0 | URL
다른 시리즈랑 같이 보면 괜찮을 지도 ^^

재는재로 2012-01-30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가와 발매작은 다읽었죠 문제는 수수께끼 풀이는 2가 언제 발매되느냐 일본은 작년에 발매되는데 한국은 언제쯤

starover 2012-01-31 09:54   좋아요 0 | URL
번역 허가랑 번역 기간, 그리고 출간 기간 등을 고려한다면 아무리 최신이라 해도 1년 후에야 번역될 듯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도 빨라야 6~12달 내외잖아요.^^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랜섬 릭스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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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놀라운 소설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 역시 표지만 보고 이 소설이 호러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표지를 자세히 보면, 무표정의 소녀는 공중에 떠 있다. 그리고 그 실상을 보면 『해리포터』를 잇는 판타지 소설에 속한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주인공 제이콥(나)이 자신에게 옛날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곤 했던 할아버지를 회고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우린 이 프롤로그에서 '이상한' 사진들을 본다. 투명인간 소년, 공중부양 소녀, 천하장사 소년, 입이 뒤에 달린 소녀의 모습이 흑백사진에 실려 있다. 신예 작가 랜섬 릭스는 그것을 묘사하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기묘한 흑백사진을 보여준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작가의 묘사하는 역량이 부족한 것을 사진으로 얼버무린다는지, 독자의 풍부한 상상력을 사진으로 붙잡아버리는 짓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수록된 정지된 흑백사진은 작품의 분위기를 어떤 글이나 컬러사진, 그리고 움직이는 영상보다도 더 깊은 공포감과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나'에게 보여준 사진이 아니었으면 이 흥미로운 이야기는 전개되지 않았으리라.

 

 이 소설의 장르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판타지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다. 어떨 때는 소년으로 보이고, 어떤 때는 청년으로 보이는 16살 소년 '제이콥'은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간다. 작품의 주배경은 웨일스의 외딴 섬이다. 그들이 이 낯선(strange) 섬으로 간 까닭은 할아버지의 유언 때문이었다. 의문의 공격으로 피범벅이 된 제이콥의 할아버지는 몇 마디 짤막한 유언을 남기고 죽었던 것이다. 이곳에는 70년 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인해 거의 폐허가 되고, 점차 낙후되어 가는 마을이 있었다. 제이콥은 자연관찰 작가인 아버지와 함께 그곳으로 와서, 마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섬의 반대편에 있다는 '페러그린의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 집 사이에는 커다란 늪이 있었고, 제이콥은 이곳을 건널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했다.

 

 소설은 진행됨에 따라, 점점 판타지적이 되어 간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 '루프'가 대표적인 예이다. 제이콥의 아버지가 있는 그 시간은 계속 흘러가지만, 루프 속 시간은 (『달과 6펜스』에 나온 표현인) 'everlasting present(영원한 현재)'이다. 그래서 그 곳에 있는 아이들은 늙지 않으며 우연히 그곳에 들어가게 된 제이콥은 시간 걱정 없이 '이상한 아이들'과 어울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아이들도 나름대로의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무한한 천국도 사실은 매우 행복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제이콥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이상한 아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는 것과 자신도 할아버지와 같은 능력을 가진 이상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제이콥은 이 과정에서 엠마라는 불꽃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소설 후반부에는 제이콥의 할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괴물들과의 싸움을 통해 궁극적인 성장에 이르게 된 제이콥의 모습을, 결국 이 루프 속에 머물기로 결심한 제이콥의 모습을 우리는 보게 된다.

 

 비록 신예 작가의 소설이라서, 약간 미숙한 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2012년에 가장 처음으로 읽은 소설이었고, 그것이 무척이나 재미있었기에 그 가치가 있다. 이 소설 속에 담긴 사진들이 조작된 것이 아닌 실제 사진이라는 사실에 놀랍다. 이 미지의 소설은 『에메랄드 아틀라스』와 더불어 반드시 영화가 나오면 볼 소설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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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치유 식당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심야 치유 식당 1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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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에세이이자, 픽션이다. 그래서 에세이만으로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내용과 픽션만으로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내용이 함께 담겨져 있다. 만약 『심야 치유 식당』이 에세이였다면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지 못하고 그 주위만 뱅뱅 도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사이드'라는 식당과 그 주인 '철주(아마 저자일 것이다)'의 가볍고도 진지한 인생 상담을 책 안에 집어넣은 것은 상당히 성공적이고 참신했다.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사례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철주의 인생상담을 듣고 삶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덟 가지 사례의 주인공들은 각각 성별도, 나이도, 신분도 다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노사이드를 찾아왔다는 것, 둘째는 '너무 열심히 살았다'는 것. 다시 말해, 개인의 욕구가 끝없는만큼,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점점 쌓이게 되었고, 결국 눈에 드러나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두 번째 사례의 주인공은 업무에 쫓기다 못해 폭식증에 걸리게 되었고, 네 번째 사례의 주인공은 징크스에 빠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노사이드의 철주의 문제해결법을 권고받고 실천하여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다는 것이다.

 

 책머리에서 저자 하지현은 '정신과 의사'로서가 아니라 '친구'이자 '인간'으로서 사람과 만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심야 치유 식당인 '노사이드'가 바로 그러한 공간이다. 골목길 사이에 숨어 있어 단골들만 안다는 이 식당 속에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난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나도 노사이드를 찾아가 인간 '철주'와 진지하게 인생 상담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것이 첫 번째 이야기라니, 두 번째 이야기도 기대한다. 노사이드가 이렇게 끝날 수는 없으니까.

 

 나는 『심야 치유 식당』을 읽고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살라는 것이다. 세상에 전혀 기죽지 말고, 내 의견을 떳떳하게 알리라. 부끄러워할 것 없다. 문제점은, 오직 내가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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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 행복의 중심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 걷는나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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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현대인들, 곧 우리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우리에겐 25시간이 주어져도 부족할 정도다. 옛날에는 이렇게 시간에 쫓기지 않고, 생체 리듬에 맞춰 여유롭게 살아갔던 현대인들이 왜 오늘날은 그렇지 못한가? 이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휴식』의 저자인 울리비 슈나벨의 나라, 독일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들도 이 해결하기 힘든 현상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렇게, 날마다 시간에 쫓기며 쉼없이 일하고 움직여야 하고, 또 그러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 대해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내린 처방전은 무엇일까? 바로 "쉬어라!"다.

 

 이 책에서 저자는 휴식만이 현대인들을 위한 유일한 처방전이자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휴식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비생산적인 시간이라는 선입견이 들어서면서, 이 주장에 대한 반박이 생겼다. 그래서 저자는 <위대한 게으름뱅이의 갤러리>와 3장 전체를 통해 휴식은 오히려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해주는 밑거름이며 결코 잃어버리는 시간이 아님을 강조한다. 게다가 나중에 밝혀지는 바와 같이, 『휴식』 역시 절반은 휴식의 일종인 산보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휴식'의 개념이 상당히 모호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무엇이 휴식이고, 어디까지가 휴식인지 분명히 정해주지 않아서, 막연하게 "무조건 쉬어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휴식은 그 정의보다는 방법과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쉬어서, 삶의 활력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휴식은 그 가치가 있는 법이다. 더구나, 매일 정보의 홍수 속에 파묻혀 사는 현대인들에겐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치워버리라는 과감한 결단은 어떤 정의보다도 강렬한 외침이다.

 

 나는 시간에 쫓기고, 최신 정보를 찾느라 촉박한 시간을 허비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마음 같아서는 러셀의 『행복의 정복』과 세네카의 『인생은 왜 짧은가』를 권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댈 테니까). 이 책에는 읽을 시간 없다는 핑계를 대는 직장인들을 위해 '그래서는 안 되지만' 에필로그에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놓은 장이 있다. 이런 책을 정독할 시간조차 없는 사람은 정말 불행한 사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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